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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축구선수-74화 (74/200)

74화 건드리면 안 되는 남자

4대 3이라는 스코어로 토트넘을 따라가고 있던 레알 마드리드의 기세는 대단했다.

하지만, 그들의 기세는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했다.

토트넘이 코너킥 상황에서 에릭센이 굴려준 공을 향해 슈팅을 때리려고 한다는 것.

그 선수가 다른 선수도 아닌, 김상훈이라는 것.

그 사실은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최악이라는 말이 떠오르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각이 너무 없긴 하지만, 잘만 때리면 막기 힘들 거야.’

생각을 마친 김상훈은 곧바로 다리를 휘둘렀다.

“정확한 슈팅.”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어차피 지금은 후반 90분.

체력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뻐엉-!

김상훈이 때린 슈팅은 각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골대의 구석을 향해 쏘아져나갔다.

그리고 나바스는 그 슈팅을 막아내지 못했다.

철렁-!

김상훈의 추가골로 인해서 스코어는 5대 3으로 벌어졌다.

사실상, 토트넘의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김상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공을 들었다.

이윽고 그는 중앙라인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런 김상훈의 행동에 관중들이 경악했다.

“뭐야? 지금 설마 골을 더 넣겠다는 거야? 오늘 이미 5골이나 넣었으면서?!”

“김상훈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 거지? 보통은 저 정도면 만족하지 않나?”

“멘탈이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선수인 것 같아!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진짜 또 골을 넣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 추가시간이 1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더 많은 골을 원하는 듯한 김상훈의 행동에 이찬수가 투덜거렸다.

- 얘 또 쑈하네? 상훈아, 지금 이 행동은 무슨 뜻이냐? 내가 볼 때는 골을 넣겠다는 건 절대 아닌 거 같은데.

그러자 김상훈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연히 아니죠.”

- 그치? 역시 내가 너를 잘못 본 게 아니었어. 그럼 왜 그러는 거냐? 평소처럼 세레머니나 하지.

“끝까지 골을 넣고자하는 욕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고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 팬들한테?

“팬들한테도 그렇고, 그냥 제 경기를 보는 모든 사람들한테요.”

- ……왜?

“멋있잖아요.”

- 멋…… 그게 끝이야?

“예. 그럼요? 다른 게 또 있어야 돼요?”

- ……미친놈.

“아니, 왜 또 욕을 하고 그러실까?”

- 내 마음이야 인마!

“가끔은 참 이상한 모습을 보여주신다니까…….”

- 아무렴 너보다 이상할까.

“……크흠!”

두 남자가 한가롭게 대화를 하던 도중, 챔피어스 리그 4강 진출이 걸린 양 팀의 경기가 종료됐다.

삐익-! 삑!

1차전에서 승리한 토트넘은 2차전인 오늘 경기에서도 5대 3스코어로 승리를 따냈다.

즉, 토트넘은 세계 최고의 팀들이 모인 챔피언스 리그에서 4강에 진출하는 것에 성공했다.

동료들, 팀 관계자들과 함께 승리를 자축하던 김상훈은 그에게 다가온 남자를 바라봤다.

“홍민아?”

다가온 남자는 김상훈과 가장 친하게 지내고 있는 손홍민이었다.

“형! 오늘 파티 있는 거 알죠?”

“……그랬었나?”

“에이~! 왜 그러세요. 챔스 4강 올라가면 애들이랑 파티하기로 했잖아요. 오늘도 빠지려고 하신 거 아니죠? 그럼 진짜 서운합니다.”

“알았어. 홍민아, 생각 좀 해볼게.”

토트넘의 젊은 선수들은 종종 파티를 하곤 했다.

하지만, 김상훈은 그런 파티에 참여한 적이 거의 없었다.

김상훈 본인 자체가 축구에 너무 빠져있었고, 스승인 이찬수 또한 그럴 시간이 있으면 훈련이나 더 하라는 말로 김상훈의 마음을 잡아줬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찬수가 파티 참여를 권하고 있었다.

- 가끔은 친목활동을 해주는 것도 좋아.

“갑자기요? 그럴 시간에 훈련이나 더 하라면서요.”

- 그때는 네가 놀 실력이 안됐으니까.

“오?! 그러면 지금은 제가 실력이 좀 된다는 거네요?”

- 적어도 이제는 어디 가서 망신 안 당할 정도는 됐지. 내가 가르쳤으니까.

“…….”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은 순간 울컥했다.

존경하는 선수이자, 세계 최고의 선수인 이찬수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

그런 꿈만 같은 일이 이뤄졌으니까.

- 그러니까 소름 돋게 그런 역겨운 표정 그만 짓고, 오늘은 한 번 놀아.

“예. 알겠습니다.”

***

런던에 위치한 VIP전용 바(Bar).

이곳에는 개인적인 약속이 있는 선수를 제외한, 토트넘 선수들이 술을 먹고 있었다.

클럽처럼 꾸며진 이곳은 비싼 가격과 예약제로 운영된다.

이곳은 보안도 아주 좋아서 축구선수들이 파티를 할 때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했다.

“으하하하하!”

“마셔! 실컷 마시자고!”

“크컄컄! 쏘니! 그 춤은 도대체 뭐야?!”

토트넘 선수들은 좋은 날인만큼 술에 취한 채, 즐겁게 놀고 있었다.

그때였다.

코트를 입고, 조용히 양주를 홀짝거리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겉옷을 벗은 뒤, 고개를 까딱거리며 스테이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는 조금씩 팔과 다리를 흔들며 리듬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고, 춤을 추던 다른 토트넘 선수들은 그런 남자를 바라봤다.

“쟤 드디어 움직였어. 춤을 출 생각인가 봐!”

“저 미친놈이 어떤 춤을 출지, 나는 벌써부터 기대돼.”

“저 형, 옛날에 좀 놀았다고 했었어.”

“한국에서?”

“당연하지.”

토트넘 선수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남자, 김상훈.

그는 소싯적, 인터넷 방송을 BJ들과 어울리며 클럽에 다녔던 경험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많았다.

한참 자주 다닐 때에는 유행하던 춤을 전부 마스터할 정도로 클럽을 좋아했었던 그는, 지금 이 순간 오랜만에 봉인했던 댄스본능을 깨우고 있었다.

- 춤 좀 췄냐?

“저 한 때는 강남에서 유명한 클러버였어요.”

- 네가?

“예.”

- 전혀 못 믿겠는데?

“한 번 보세요.”

이찬수와의 짧은 대화를 마친 김상훈이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소 이미지 관리에 많은 신경을 쏟는 김상훈이었지만, 오늘 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많은 스타들이 방문하는 이곳에서는 휴대폰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바(Bar)안에 있었음에도 김상훈을 바라만 볼 뿐, 촬영을 하거나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둠칫-! 둠칫!

끈적끈적한 리듬에 맞춰서 춤을 추는 김상훈.

그루브한 움직임을 보여주던 그가 효과음까지 내기 시작했다.

“촤, 촤아~! 촤르릇! 촤아~! 이게 바로 코리안 댄쓰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김상훈은 미친 사람처럼 춤을 췄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 신경 따위는 쓰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그런 김상훈은 바 안에 있던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사실상 모든 시선이 집중된 수준이었다.

그 순간, 손홍민은 시선을 돌려버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민망해서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손홍민에게 델레 알리가 다가왔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쏘니. 한국인들은 원래 저렇게 놀아?”

“아,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저 형이 그냥 특이한 거야.”

“그치? 하마터면 이상한 오해가 생길 뻔했어.”

“……내가 미안하다. 저 형이 흥이 조금 많지?”

“조금이 아닌데? 나는 킴이 저렇게 노는 걸 좋아하는지 몰랐어.”

“나도 그래.”

그때였다.

김상훈을 바라보던 델레 알리의 표정이 굳었다.

“어?”

“뭐야?!”

손홍민 마저 얼굴을 굳힌 채, 김상훈을 향해 다가갔다.

그 시점에서 김상훈은 한 남자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정상적인 대화는 아니었다.

“너 이 새끼야. 네가 뭔데 레알을 떨어뜨린 거야? 어?!”

“뭔 소리야? 너 누구야?”

김상훈은 갑자기 시비를 거는 남자를 바라봤다.

- 뭐야? 아는 놈이야?

“아뇨. 전혀요.”

- 근데 왜 저러냐?

“그러게요. 아마 레알 팬인 거 같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 웬만하면 그냥 무시해버려.

“예. 그러려고요.”

이찬수와 한국어로 짧게 대화를 마친 김상훈이 다시 남자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혹시 레알 마드리드의 팬이야?”

“그래 이 새끼야. 그리고 너 골 넣을 때마다 왜 그렇게 나대는 거야?”

“그거야 뭐…… 팬들을 위한 세레머니였지. 그리고 욕은 하지 말지?”

“팬들을 위한? 하하하하! 웃기고 있네! 너 한 번만 더 그딴 재수 없는 세레머니를 하면 내가 가만 안 놔둘 줄 알아.”

계속된 남자의 시비에 김상훈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하지만 좋게 이야기를 끝내고 무시하려는 마음이 컸던 김상훈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피하려했다.

“알겠어. 내가 미안하다. 일단 너도 놀러 온 거 같은데, 각자 재밌게 놀자고.”

“어딜 가려고? 나 아직 말 안 끝났어!”

남자는 술 냄새를 풍기며 자리를 뜨려는 김상훈의 멱살을 잡았다.

그 순간, 빠르게 달려온 손홍민과 알리가 남자를 말렸다.

평소에는 순한 성격인 손홍민이 지금은 무서운 얼굴로 남자에게 소리를 질렀다.

“뭐하는 거야?! 경찰 부를까?”

그런 손홍민의 말에도 남자는 안하무인이었다.

술에 많이 취한 듯, 손홍민을 뿌리치며 계속해서 김상훈에게 달려들었다.

- 저 새끼, 존나 취했네. 상훈아.

“예.”

-확인해보니까 저어~기는 CCTV가 없더라.

“알겠습니다.”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손홍민과 알리를 보며 말했다.

“내가 해결할게. 그냥 그 남자 놔줘.”

“킴? 이 사람 정상이 아니야. 너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형! 알리 말이 맞아요. 이 사람 이상해요. 그냥 여기 가드를 부를게요.”

“그래, 일단 불러주고, 저 사람이랑은 내가 이야기를 해볼게.”

침착하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김상훈은 지금 많이 화가 난 상태였다.

평소에는 친절한 김상훈이지만, 누군가 먼저 시비를 건다면 절대로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남자가 바로 그였다.

때문에 김상훈은 남자를 데리고 이찬수가 알려준 CCTV가 없는 곳으로 갔다.

이동을 하던 김상훈은 슬쩍 캔 맥주 하나를 들었다.

“자! 이제 얘기를 해봐.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그냥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냄새나는 동양인 주제에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것도 그렇고, 건방지게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골을 넣은 것도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 순간, 김상훈의 표정이 악귀처럼 변했다.

더 이상 친절한 김상훈은 이 자리에 없었다.

- 이야~ 넌 이제 좆됐다. 상훈이가 평소에는 조금밖에 이상해보이지 않아도, 화나면 진짜 리얼 미친놈인데…… 어이구!

이찬수의 작은 중얼거림이 끝나기도 전에, 일이 터져버렸다.

남자에게서 인종차별적인 말을 듣자마자, 김상훈은 손에 들고 있던 캔 맥주를 허공에 던진 뒤, 다리를 휘둘렀다.

물론 캔이 터지지 않도록 적당히 힘 조절을 한 상태였다.

“정확한 슈팅.”

터엉-!

김상훈의 발에 맞은 캔 맥주가 쏜살 같이 날아갔다.

맥주가 날아간 위치는 인종차별 발언을 한 남자의 턱이었다.

김상훈이 찬 캔 맥주는 너무 빨랐고, 남자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당연하게도 남자는 날아오는 맥주를 피하지 못했다.

퍼억-!

“이 동얀인…… 크륵!”

계속해서 욕설을 퍼붓던 남자는 한 순간에 눈을 까뒤집은 채,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바닥에 쓰러진 남자는 입에서 거품을 물며 경련을 일으켰다.

김상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의 앞에 앉아,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에게 바의 가드가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예. 괜찮아요.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들으셨죠?”

“예. 들었습니다. 이 남자를 치워드리면 되나요?”

“부탁드릴게요.”

가드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고, 기절한 남자를 깨운 뒤 술집 밖으로 끌고 나갔다.

잠시 후, 김상훈의 주변에 있던 모든 토트넘 동료들이 다가왔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델레 알리였다.

“킴! 너 일부러 쟤 패려고 둘이 얘기한다고 한 거지?”

“내가 언제 팼다고 그래? 그냥 실수로 캔 맥주를 찼는데, 저 남자한테 맞은 거라고.”

“으하하하! 진짜 너는 이상한 놈이야.”

“알아, 인마.”

“근데 캔으로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맞추는 거야? 나도 좀 알려줘.”

“업계 비밀이야.”

알리와의 대화 이후에도 김상훈은 동료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받아야 했다.

***

“으윽! 머리야…….”

- 어제 술 진짜 오지게 마시더라. 왜 그렇게 죽자고 마시는 거야?

“오랜만에 먹는 거였잖아요. 이상한 놈 때문에 기분도 잡쳤고요.”

- 근데 너무 신나게 놀던데?

“술 먹다 보니까 갑자기 신나더라고요.”

- 근데 언제까지 자려고?

“예? 왜요?”

- 왜라니? 훈련해야지.

“저 아직 술 안 깼는데요?”

- 그니까 빨리 해장하고 술 깨야지.

“다음 경기가 그렇게 빡센 경긴가……? 아! 맞다!”

- 이제 생각났냐?

“예…… 바로 해장 때릴게요.”

- 그래. 빨리 해장하고 나갈 준비해!

“예압!”

침대에 누워있던 김상훈이 벌떡-몸을 일으킨 채, 냉장고를 열고 해장을 할 음식을 찾았다.

너무나도 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며칠 뒤에 있을 팀을 상대하려면 준비를 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맨체스터 시티.

너무나도 강력한 그 팀과의 경기가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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