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레알 마드리드와의 2차전(2)
[레전드의 기억(L)]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랜덤으로 레전드 선수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하루 1회 사용가능. 제한시간 10분.)
랜덤으로 레전드 선수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레전드의 기억 스킬.
그 스킬을 사용한 김상훈은 이탈리아의 레전드의 능력을 얻게 됐다.
[필리포 인자기의 위치선정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제한시간 10분.)]
시스템 메시지들 확인한 김상훈은 그에게 달려오는 2명의 레알 마드리드 선수를 바라봤다.
‘제칠까? 패스할까?’
순간적으로 판단을 마친 김상훈이 근처에 있던 에릭센에게 빠르게 공을 패스했다.
김상훈은 패스를 함과 동시에 전방으로 튀어나갔다.
탓-!
공을 잡은 에릭센이 좌우로 고개를 빠르게 돌리며 시야를 넓혔다.
이윽고 그는 사이드로 돌아 들어가는 델레 알리를 향해 길게 패스를 뿌렸다.
뻐엉-!
김상훈이 수비수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일까?
델레 알리는 별다른 압박 없이 에릭센의 패스를 받아냈다.
투욱-! 툭-! 특유의 부드러운 드리블로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들을 긴장시킨 알리가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을 향해 깊은 크로스를 올렸다.
쉬익-!
알리가 띄워준 공은 빠른 속도로 날아갔고, 그 공을 향해 높게 점프를 하는 선수가 있었다.
평소에 알리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 해리 케인이었다.
몸을 부웅- 띄운 케인이 날아오는 공을 향해 이마를 가져다댔다.
최근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케인답게, 아주 정확한 헤딩이었다.
터엉-!
다만, 레알 마드리드의 골대를 지키는 선수는 나바스였다.
엄청난 반응속도를 가진 그는 짧은 순간에도 몸을 날리며 해리 케인의 공을 막아냈다.
퍼엉-!
나바스가 멋진 펀칭으로 슈팅을 막아내자, 해리 케인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완벽한 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케인의 표정에는 짙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바스가 쳐낸 공은 패널티 에어리어 바깥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공이 날아가는 자리에 서 있는 남자가 있었다.
“촤아!”
괴성을 지르던 남자는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정확한 슈팅!”
갑작스레 생긴 상황이었다.
때문에 선수들은 슈팅을 때리는 김상훈에게 반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생각하기 싫었던 상황이 만들어졌다.
뻐엉-!
김상훈의 발을 떠난 강력한 슈팅이 골대의 구석에 박혀버렸다.
나바스가 제대로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나온 슈팅이었기 때문일까?
훌륭한 실력을 지닌 나바스였지만, 조금도 움직이지 못한 채로 골문을 흔드는 공을 바라봤다.
동시에 그라운드에는 미친 텐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촤르르르르르~! 촤아아!”
***
김상훈의 골을 직관한 이찬수가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 방금 위치선정 어떻게 한 거냐?
“……제가 했다고 하기보다는 몸이 알아서 반응한 거 같아요.”
- 몸이 알아서 반응을 했다고?
“예. 설명하긴 어려운데…… 왠지 여기에 서 있으면 공이 올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게 느껴졌어요.”
- 역시 인자기의 위치선정이라는 건가?
“예. 직접 그 능력을 써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비록 10분간 필리포 인자기의 위치선정 능력을 얻은 김상훈은 골을 넣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좋은 위치선정을 선보였다.
결국 제한시간이 1분 남은 시점에서 한 번의 기회가 또 다시 찾아왔다.
오늘 경기에서 오른쪽 공격수로 나선 김상훈은 틈만 나면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들의 뒤 공간을 침투하는 움직임을 많이 선보였다.
때문에 애초부터 김상훈을 경계하던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은 김상훈에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에릭센과 케인, 델레 알리는 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는 상황이 자주 일어났다.
지금 역시 그랬다.
퍼엉-!
에릭센이 공을 가볍게 찍어 차자마자 김상훈, 알리, 케인이 동시에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침투하기 시작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수 바예호와 바란, 마르셀로, 카르바할이 곧바로 반응했다.
다만, 마르셀로와 바예호가 김상훈 한 명에게 붙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연하게도 알리와 케인은 각각 카르바할과 바란을 상대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놓치지 마! 집중해!”
그때, 불안한 느낌을 감지한 나바스가 소리를 질렀다.
이윽고 에릭센이 찍어 찬 로빙 패스가 패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먼저 몸을 들이민 선수는 해리 케인이었다.
툭-! 쉬익-!
케인은 공중에 뜬 공을 가슴으로 트래핑 한 뒤, 슈팅을 때리는 척을 하며 몸을 접었다.
골대와의 거리가 너무나도 가까운 상황이었기에 바란은 페인팅을 의심 하면서도 슈팅을 막기 위해 다리를 뻗었다.
이미 슈팅 각이 나온 상황에서 해리 케인은 망설이지 않았다.
다만, 그가 슈팅을 때리려던 순간에 눈치가 빠른 나바스가 이미 튀어나와 있었다.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슈팅을 하기에는 이미 거리가 너무 가까운 상황.
그런 상황에서 해리 케인은 욕심을 버리고, 왼쪽에 자리한 델레 알리에게 가볍게 공을 밀어줬다.
툭-!
해리 케인의 센스 넘치는 플레이로 인해, 델레 알리는 텅텅 빈 골대 안에 공을 밀어 넣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당연하게도 델레 알리는 골대를 향해 가볍게 공을 차 넣었다.
뻐엉-!
그런데, 그런 알리의 슈팅을 막아낸 선수가 있었다.
골키퍼가 아닌, 어느새 달려와 몸을 날린 마르셀로였다.
퍽-!
그야말로 한 골을 막은 것과 같은 수비였다.
몸을 날려서 공을 걷어낸 마르셀로는 뿌듯한 표정으로 바닥을 뒹군 뒤, 고개를 들었다.
“······억?!”
그 순간, 마르셀로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그가 걷어낸 공을 향해 한 선수가 다리를 휘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 선수는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정확한 슈팅.”
마르셀로는 힘들게 걷어낸 공을 향해 슈팅을 때리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봤다.
동시에 그는 허탈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이윽고 남자가 때린 슈팅은 마르셀로의 몸을 지나, 골대의 구석으로 파고 들었다.
믿기 힘든 위치선정과 슈팅 정확도였다.
***
[레전드의 기억(L)이 종료됩니다.]
[필리포 인자기의 위치선정(L) 효과가 사라집니다.]
세레머니를 하는 김상훈의 귓전에 시스템 음성이 스쳤다.
동시에 스킬 제한시간이 끝났지만,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10분이라는 제한시간 동안 무려 2골을 넣었으니까.
그것도 세계 최강의 팀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넣은 골이었으니까.
전반전 30분도 되지 않아서 3골을 넣은 김상훈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김상훈은 계속해서 활발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공을 잡으면 정확한 패스를 뿌렸고, 패스를 할 곳이 마땅히 없을 때는 직접 드리블을 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다만, 레알 마드리드는 3골을 먹히고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토트넘을 압박하고, 또 압박했다.
퍼억-!
“억!”
결국, 돌파를 시도하던 델레 알리가 공을 빼앗겼다.
강하게 몸을 부딪친 것에 대해 알리가 항의했지만, 주심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는 이미 빠르게 역습을 펼치고 있었다.
공을 뺏은 루카 모드리치가 전방에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짧고 정확한 패스를 뿌렸다.
투욱-! 탁-!
이미 스피드를 내던 호날두는 그에게 온 공을 잡아두지 않고, 툭- 친 뒤에 속도를 살리며 전진했다.
그런 호날두의 바로 옆에서 베르통언이 달라붙었지만, 호날두의 폭발적인 스피드에 조금씩 뒤처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로 드리블을 하던 호날두가 빠르게 좌우 시야를 훑었다.
그런 호날두에게는 그의 속도에 맞춰서 따라오고 있는, 조금도 뒤처지지 않고 달리고 있는 동료가 보였다.
그 선수는 빠르게 달리면서 패스를 받고자하는 의도와 토트넘의 중앙 수비수 산체스를 묶어두려는 의도로 소리쳤다.
“호날두!”
그 순간, 호날두에게 집중되던 토트넘 수비진의 관심이 가레스 베일에게로 흩어졌다.
그 시간은 아주 잠깐에 불과했지만, 세계 최고의 공격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타앗-! 탓! 탓!
빠른 속도로 달리던 호날두가 마치 베일에게 패스를 할 것처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런 호날두의 움직임 때문에 토트넘의 골키퍼 위고 요리스는 쉽게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호날두에게 달려가면 베일에게 빈 골대를 제공하게 되고, 그렇다고 호날두를 막지 않으면 노마크 상태에서 그의 슈팅을 막아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요리스는 어쩔 수 없이 판단을 내렸다.
타닥-!
요리스는 호날두를 막기 위해 골문을 비어둔 채, 달려들었다.
골 욕심이 많은 호날두의 성향을 생각한 판단이었다.
요리스의 판단을 틀리지 않았다.
베일 쪽을 살짝 쳐다본 호날두는 패스를 하지 않고, 곧바로 슈팅을 때렸다.
톡-!
월드 클래스 선수답게 호날두의 움직임은 여유가 느껴졌다.
다급하게 뛰쳐나오는 요리스를 보자마자 때린 호날두의 슈팅은 포물선을 그리며 요리스의 몸을 가볍게 넘겼다.
툭! 투둑-!
골키퍼를 넘긴 공은 바닥에 한 번 튕긴 뒤, 골대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완벽한 골 결정력이었다.
이윽고 골을 넣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팬들을 향해 특유의 세레머니를 펼쳤다.
전반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팀의 기세를 올리려는 의도였다.
“호우!”
***
호날두의 골이 터진 뒤, 양 팀은 별다른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결국 양 팀 모두 추가 골을 넣지 못한 채, 3대 1로 전반전이 종료됐다.
여유가 넘치는 포체티노 감독의 표정과는 달리, 레알 마드리드 관계자들의 분위기는 다급함이 느껴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 펼치고 있는 경기는 친선경기나 프리메라리가에서의 경기가 아니었으니까.
UEFA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이 결정되는 아주 중요한 경기였으니까.
게다가 레알 마드리드는 1차전에서 토트넘에게 패배를 한 상황이었다.
3대 1로 크게 밀리고 있는 지금, 어떻게든 역전을 해내야하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관계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잠시 후, 토트넘 홋스퍼와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 후반전이 시작됐다.
전반전과 같은 멤버들을 투입시킨 토트넘과는 달리, 레알 마드리드는 변화를 줬다.
전반전에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카세미루를 빼고, 공격수인 루카스 바스케스를 투입시켰다.
공격적인 부분을 강화해서 골을 노리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교체였다.
게다가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전 내내 열심히 뛰어다닌 가레스 베일을 빼고, 초특급 유망주인 마르코 아센시오를 투입했다.
두 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공격적인 성향을 높이려는 레알 마드리드와 전반전과 같은 멤버 그대로 내보인 토트넘.
오늘, 간절하게 승리를 노리는 두 팀이 후반전을 뛰기 위해 그라운드 위에 올라섰다.
- 많이 피곤해 보인다?
“그래 보여요?”
- 그래 인마. 아직 후반전은 시작도 안 했는데, 왜 그렇게 지쳤어?
“아무래도 전술상 활동량이 많아서 그런 거 같아요. 전반전에 보셨잖아요. 제가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 그래, 레알 애들이 너를 집중적으로 노리니까 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겠지.
“예. 진짜 지긋지긋하게 달라붙더라고요.”
- 그래서 체력은 몇이나 남았냐?
“잠시만요…… 지금 30남았네요.”
- 좀 간당간당하다? 지금 페이스로 경기하면 풀타임은 못 뛰겠는데?
“그래서 후반전엔 플레이 스타일을 좀 바꾸려고요. 포지션도 바뀌었으니 좀 나아질 거 같아요.”
- 그래, 그래도 포체티노 감독이 네가 힘들어보였는지 네 자리를 옮겨주더라.
“예. 다시 중앙에서 뛰게 됐으니까 좀 더 효율적으로 뛰어보려고요.”
이찬수와 김상훈의 말 그대로였다.
포체티노 감독은 전반전에 많은 활동량을 보여준 김상훈을 후반전에는 중앙 미드필더로 내렸다.
이미 3대 1로 이기고 있는 상황이기에 포체티노 감독이 김상훈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였다.
익숙한 포지션에서 동료들에게 안정적인 볼 배급을 해주는 것.
짧은 패스플레이 위주로 체력을 최대한 아끼는 플레이를 하는 것.
그런 포체티노 감독의 의도는 체력적으로 지친 김상훈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 항상 말하지만, 부상 조심하고.
“예. 알겠습니다.”
- 이기고 있다고 너무 흥분하지도 말고.
“예.”
이찬수의 말에 웃으며 대답한 김상훈이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선 채,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바라봤다.
- 그 눈빛은 뭐냐? 저쪽에 마음에 드는 선수라도 있어?
“아뇨. 그냥 신기해서요.”
- 또 뭐가 그렇게 신기한데?
“앞으로 역전 당하지 않고 45분만 열심히 경기를 하면,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가는 거잖아요.”
- 그렇지. 그게 왜?
“저한테는 그게 너무 신기하네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세계 최고라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과 축구를 하고 있으니…….”
- 그만.
“……예?”
- 감성에 젖는 거는 경기에서 확실하게 이긴 뒤에 해도 늦지 않아. 그러니까 되도 않는 짓 그만하고, 경기에 집중해.
“어우! 가끔 보면 이찬수 선수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 같아요. 어떻게 그리 감성이 없어요?”
- 뭔 개소리야? 나도 나름 감성이 있어. 그리고 나는 사람도 로봇도 아닌, 귀신이다.
“아니, 또 왜 셀프디스를 하실까……?”
- 내 맘이야 이 새꺄.
“아~ 예!”
이찬수의 말에 대답한 김상훈이 고개를 좌우로 휙휙- 흔든 뒤, 이윽고 손바닥으로 스스로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짜악-!
그런 김상훈의 모습에 이찬수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어우! 이제 정신이 좀 차려지네요.”
- 미친놈! 또 시작이네…….
“그럼 저는, 남은 시간동안 불태우러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김상훈은 곧바로 스킬 하나를 사용했다.
후반전 초반부터 레알 마드리드를 몰아붙이고자 선택한 스킬이었다.
[강철 체력(G)을 사용합니다.]
[10분간 체력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10분간 체력이 소모되지 않게 해주는 훌륭한 스킬.
그 스킬을 사용한 김상훈은 이윽고 다른 스킬 하나를 더 꺼내들었다.
그것의 정체는 레전드의 기억 스킬을 얻은 뒤에 오픈한, 레드 박스에서 나온 신상 스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