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71화 (71/200)

71화 레알 마드리드와의 2차전(1)

김상훈과 이찬수는 멍하니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두 남자는 그들의 앞에 떠있는 스킬을 바라봤다.

그것은 두 남자 모두 살아생전 처음 보는, 아직은 그 능력이 쉽게 짐작되지 않는 스킬이었다.

[레전드의 기억(L)]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효과를 가졌을 것 같은 분위기를 뿜어내는 스킬.

당연하게도 김상훈은 녀석의 정보를 빠르게 확인하고자 했다.

그래서 시스템을 호출했다.

“시스템, 레전드의 기억 정보 좀 보여줘.”

김상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스템이 스킬 정보 창을 띄웠다.

[레전드의 기억(L)]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랜덤으로 레전드 선수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하루 1회 사용가능. 제한시간 10분.)

레전드를 기억하는 스킬.

즉 레전드 선수의 능력을 10분간 가져와,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스킬의 효과를 확인한 김상훈은 곧바로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 촤라랏~! 촤아!”

- ……난리 났구만.

“촤아아!”

- 야, 야! 알겠으니까 적당히 좀 하지?

“촤…….”

- 아오~! 시끄러우니까 고만 좀 하라고!

“……예.”

잔뜩 인상을 찌푸린 이찬수를 힐끗 쳐다본 김상훈이 조심스레 질문했다.

“레전드 선수들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호나우두나 호나우지뉴의 능력도 사용할 수 있다는 거겠죠?”

- 걔네들뿐만 아니라 베켄바우어나 지코 같은 사람들의 능력도 나오지 않을까?

“오…… 그러면 진짜 대박이겠네요. 그리고 요게 랜덤이라니까 더 궁금해지네요.”

- 말 나온 김에 한 번 써보는 게 어때?

“그럴까요?”

- 그래. 어차피 정보 보니까 경기할 때만 사용 가능한 게 아니고 하루에 한 번이라잖아. 그냥 써 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럼 써보죠 뭐.”

말을 마친 김상훈은 곧바로 방금 얻은 따끈따끈한 스킬을 사용했다.

“레전드의 기억.”

***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전용 훈련장.

이곳에는 토트넘 관계자들과 선수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관계자들은 상대 팀에 대한 분석을 했고, 선수들은 감독의 전술에 맞춰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런데, 훈련을 하는 선수들의 눈빛이 평소 훈련할 때랑은 차이가 있었다.

평소에는 잘 웃고, 즐겁게 훈련을 하던 토트넘 선수들이었지만, 요 며칠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훈련을 치르고 있었다.

“산체스! 방금은 너무 성급했어! 그럴 때는 조금 더 기다렸어야 돼!”

포체티노 감독 역시 신중한 얼굴로 선수의 실수를 바로잡아줬다.

훈련 때, 선수들의 실수를 곧바로 집어주고, 개선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원래 포체티노 감독의 스타일이기는 했다.

다만, 오늘의 포체티노 감독은 평소보다도 훨씬 더 많이 선수들에게 신경을 쏟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며칠 뒤에 치러야 하는 경기가 너무나도 중요했으니까.

너무나도 어려운 상대와의 경기였으니까.

그때였다.

선수들을 지도하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눈에 한 선수가 보였다.

이제는 더 이상 지도할 게 없는, 항상 알아서 잘하는 선수.

그 선수를 바라보던 포체티노 감독이 작게 중얼거렸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김상훈, 그를 볼 때마다 포체티노 감독은 크게 놀라곤 한다.

그가 본 김상훈은 마치 축구도사에게 과외를 받고 있는 사람처럼, 매일 발전했다.

하루하루 움직임이 달라졌고, 훈련을 할 때마다 항상 새로운 것을 가져왔다.

그리고 지금, 포체티노 감독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도대체 킴은 어디서 저런 걸 배워오는 거야?”

지금 이 순간, 포체티노 감독의 눈앞에는 아웃프런트 킥으로 엄청난 무브먼트를 가진 슈팅을 때리는 김상훈이 보였다.

그리고 그 슈팅을 때린 김상훈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늘은 호베르투 카를루스의 슈팅이라니…… 이거 잘만하면 전설의 UFO슈팅도 가능할 거 같은데요?”

- 그 스킬은 진짜 미쳤다. 그나마 10분이어서 다행이지…… 어휴!

레전드의 기억이라는 또 하나의 무기를 얻은 김상훈.

어려운 경기가 잡혀있음에도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흘렀다.

***

2018년 4월 12일 목요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8만 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경기장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으로 유명한 이곳에는 오늘 열리는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곳에 모인 관중들은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응원을 펼치고 있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오늘 해트트릭을 해버리라고!”

“모드리치! 오늘 멋진 패스로 토트넘을 박살내버려!”

“라모스! 토트넘을 완벽하게 막아버리라고!”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는 관중들과.

“킴! 오늘도 미친 플레이를 보여 달라고!”

“쏘니! 멋진 슈팅으로 토트넘을 4강에 올려줘!”

“해리 케인~! 오늘 꼭 골 넣어야 돼!”

토트넘을 응원하는 관중들로 가득한 경기장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날두, 베일, 크로스, 카시미루, 모드리치, 이스코, 카르바할, 바란, 바예호, 마르셀로, 나바스로 구성된 레알 마드리드와.

케인, 에릭센, 알리, 김상훈, 뎀벨레, 다이어, 데이비스, 베르통언, 산체스, 트리피어, 요리스로 구성된 토트넘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 올라섰다.

챔피언스리그 4강으로 향하는 팀이 정해지는 아주 중요한 경기.

8강 2차전이 지금 시작됐다.

삐익-! 삑!

툭-!

주심의 휘슬과 함께 호날두가 베일을 향해 공을 넘겼다.

공을 잡은 베일은 뒤에 서 있던 모드리치에게 공을 패스했다.

최고의 탈압박을 가진 선수답게, 모드리치는 자신감 넘치는 움직임으로 천천히 공을 몰았다.

그때, 웬만해선 공을 빼앗기지 않는 모드리치를 향해 한 남자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남자의 눈앞에는 빨간 화살표가 보였다.

[예리한 볼 커팅(G)가 발동됩니다.]

[빨간 화살표가 상대의 패스 방향을 알려줍니다.]

스킬이 발동된 것을 확인한 김상훈은 모든 힘을 다해서 모드리치에게 달려들었다.

정확하게는 모드리치의 몸 근처에 보이는 빨간 화살표 근처로 달려들었다.

김상훈은 지금, 모든 집중력을 발휘해서 모드리치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그의 다리가 휘둘러지는 타이밍과 그의 발이 공에 맞는 그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해야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거리계산을 마친 김상훈이 텅텅 빈 공간을 향해 슬라이딩을 했다.

촤차차차착-!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미끄러지는 김상훈.

그리고 모드리치의 공은 이미 출발을 한 뒤였다.

촤차차착-! 턱!

결국, 사이드에 있던 토니 크로스를 향해 나아가려던 공은 미리 예측 태클을 한 김상훈에게 막혀버렸다.

경기 초반부터 상대의 공을 끊어낸 김상훈이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때렸겠지만, 김상훈이 공을 컷팅해내자마자 바예호가 그의 슈팅 각을 막아버렸다.

때문에 김상훈은 슈팅을 때리는 것을 포기하고, 공을 몰고 과감한 드리블을 펼쳤다.

1차전에서 그를 괴롭혔던 세르히오 라모스가 출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은 과감하게 드리블을 펼치는 김상훈을 쉽게 막아내지 못했다.

오늘 중앙 수비로 출전한 바예호가 김상훈에게 끈질기게 달라붙었지만, 김상훈은 부드러운 드리블로 그를 어렵지 않게 벗어났다.

결국 김상훈을 막기 위해 나선 선수는 마르셀로였다.

멀리서부터 빠르게 달려온 마르셀로는 강한 힘을 실어서 김상훈에게 달려들었다.

반칙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펼치는 강한 차징이었다.

그때, 김상훈은 마르셀로가 달려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 뒤에서 마르셀로 졸라 빠르게 달려온다. 아마도 몸통박치기로 너를 죽일 생각인 거 같은데? 저거에 맞으면 꽤 아프겠다. 크하하하!

그라운드 위를 마치 드론처럼 날아다니며 정보를 주는 이찬수가 있었기 때문.

때문에 김상훈은 마르셀로에게 차징을 당하기 직전, 몸에 힘을 빼고 미리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퍼억-!

“악!”

김상훈은 여지없이 바닥을 뒹굴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냈다.

누가 보면 당장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보였다.

- 와……! 이 새끼, 연기 하나는 기가 막힌다니까? 아주 남우주연상감이야~!

그때, 힐끗- 김상훈을 바라본 주심이 마르셀로를 불러 세웠다.

마르셀로는 김상훈을 바라보며 억울한 표정으로 심판을 바라봤다.

“저 이렇게 세게 안 부딪쳤어요! 진짜라고요!”

주심은 그런 마르셀로의 말을 무시한 채, 냉정한 얼굴로 옐로우 카드를 들어올렸다.

“아니! 이게 왜 카드야?!”

많이 억울했던 것일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마르셀로가 아직도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김상훈에게 다가갔다.

“양심적으로 축구해라. 이 다이버 새끼야!”

크게 일갈한 마르셀로가 빨리 일어나라는 의도로 김상훈의 팔을 잡았다.

그때였다.

“끄아아아아악!”

마르셀로가 팔을 잡자마자, 김상훈이 스스로의 팔을 부여잡고 소리를 질러댔다.

팔이라도 부러진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허! 이 새끼, 미친놈 아니야?”

예상치 못한 김상훈의 리액션에 마르셀로는 크게 충격을 받은 얼굴로 김상훈을 바라봤다.

그때, 주심이 다가왔다.

“마르셀로.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생기면 나는 너를 퇴장시킬 거야.”

당연하게도 마르셀로는 펄쩍- 뛰었다.

“예?! 제가 뭘 했는데요? 저는 그냥 쟤를 일으켜주려고 한 것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괜히 손을 대서 문제가 생길 행동을 하지 마.”

“아, 아니!”

마르셀로가 당혹감, 황당함, 억울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주심을 바라봤지만, 주심은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그때, 마르셀로를 향해 한 남자가 다가왔다.

남자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마르셀로.”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본 마르셀로의 표정이 울 것처럼 변했다.

항상 의지하며 친하게 지내는 선수를 보자, 서러움이 폭발해버린 것이다.

마르셀로는 목이 멘 채로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호날두…….”

“억울한 거 알아. 하지만 지금은 경기 중이잖아? 그런 감정은 빨리 털어버리고 앞으로 조심하면 돼.”

“……알겠어.”

자존심이 센 마르셀로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말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호날두는 마르셀로에게는 우상과도 같은 선수였고, 의지의 대상이었다.

마음을 다잡은 마르셀로의 눈빛이 변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저 멀리서 얄밉게 웃고 있는 김상훈을 보며 다짐했다.

“김상훈…… 내가 어떻게든 막는다.”

***

마르셀로의 반칙을 선언한 심판이 프리킥 위치를 지정했다.

골대와 29m 떨어진 곳에서의 프리킥.

키커로 나선 선수는 김상훈이었다.

“그거 할까?”

“아니, 이번엔 직접 때릴게.”

어느새 다가온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최근 재미를 봤던 공을 흘린 뒤, 중거리 슈팅을 때리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김상훈은 고개를 저었다.

오늘 첫 프리킥이었고, 그렇다면 직접 프리킥으로도 충분히 넣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정확한 슈팅 스킬을 사용해서 체력을 소모할 이유가 없었다.

프리킥을 차기 위해 공을 앞에 두고 선 김상훈.

그의 눈앞에는 반투명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주닝요의 프리킥(L)이 발동됩니다.]

프리킥을 찰 때만큼은 너무나도 든든한 메시지였다.

삐익-!

프리킥을 차도 된다는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그 순간, 씨익 미소를 지은 김상훈이 공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공 앞에 선 김상훈이 강하게 다리를 휘둘렀다.

뻐엉-!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이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로 만들어진 벽을 아슬아슬하게 넘어서 쭉쭉- 뻗어나갔다.

미친 듯이 흔들리며 뚝 떨어지는 공을 향해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 나바스가 몸을 날렸지만, 변화무쌍한 공을 잡아내지 못했다.

결국, 김상훈의 프리킥은 레알 마드리드의 골망을 뒤흔들었다.

철렁-!

경기시작 4분 만에 터진 김상훈의 골이었다.

***

너무 이른 시간에 골이 들어갔기 때문일까?

1대 0이라는 스코어가 된 뒤로도 양 팀의 전술은 변화가 없었다.

다만, 선수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유가 생긴 토트넘 선수들에게서는 안정감이 느껴졌고, 예상치 못한 골을 먹힌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에게는 조급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조급한 마음은 실수를 낳곤 했다.

지금이 그랬다.

탓-!

호날두를 노린 카르바할의 패스가 엉뚱하게도 뎀벨레에게 향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아쉬운 패스미스였다.

투욱-!

공을 잡은 뎀벨레는 오늘 손홍민을 대신해 오른쪽 공격수로 나온 김상훈에게 공을 패스했다.

펑-!

“엇!”

패스를 뿌림과 동시에 뎀벨레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발에 너무 힘이 들어가 버린 것이다.

때문에 뎀벨레의 발을 떠난 공은 거의 슈팅에 가까운 파워를 지닌 채, 뻗어나갔다.

- 패스가 너무 쎈데?

“뎀벨레 이 친구, 패스 연습 좀 더 시켜야겠네요.”

다만, 김상훈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찬수의 퍼스트터치 스킬이 있는 한, 어떤 공이라도 안정적으로 잡아낼 수 있었으니까.

그런 엄청난 스킬을 갖고 있었으니까.

자신감이 가득한 김상훈이 공을 향해 발을 뻗었다.

이윽고 빠른 속도로 굴러온 공은 마치 자석처럼 김상훈의 발에 달라붙었다.

탓-!

공을 잡은 김상훈이 부드럽게 몸을 돌려서 전방을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 그에게 다가오는 선수는 총 2명이었다.

이스코와 마르셀로라는 엄청난 선수들.

그들은 영리하게 김상훈의 슈팅 각도를 좁히며 달려들고 있었다.

아무리 김상훈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슈팅은 때릴 수 없었다.

슈팅을 때려서 저 선수들의 몸에 맞는다면, 괜히 체력낭비를 하는 꼴이었으니까.

그래서 김상훈은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스킬을 사용했다.

운에 따라 아주 커다란 변수가 될 수도 스킬이었다.

“레전드의 기억!”

김상훈의 입에서 ‘레전드의 기억’이라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그의 눈앞에 주르륵- 나타났다.

[레전드의 기억(L)을 사용하셨습니다.]

[랜덤으로 레전드 선수의 기억을 가져옵니다.]

[선수가 선택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레전드이자 AC밀란의 레전드, 필리포 인자기의 기억을 가져왔습니다!]

[필리포 인자기의 위치선정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제한시간 10분.)]

10분간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 김상훈이 환하게 웃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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