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스토크 시티(2) 그리고 새로운 스킬
먼 거리에 있는 선수에게 길게 공을 뿌리는 롱패스.
공중에서 날아오는 공을 받을 때, 대부분이 선수들은 고도의 집중을 하며 안정적으로 공을 잡아두기 위해 노력한다.
그만큼 실전에서 롱패스를 안정적으로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트래핑 실수를 하곤 했다.
그리고 지금.
데니 로즈가 길게 뿌려준 롱패스를 향해 이찬수가 다리를 휘둘렀다.
공을 잡아두는 것과 공중에서 떨어지는 공을 다이렉트로 발리 슈팅으로 이어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난이도였다.
이찬수는 지금, 아주 어려운 난이도의 슈팅을 시도한 것이다.
‘응?! 정확한 슈팅 스킬 안 써요?’
“이런 슈팅에 스킬은 무슨!”
보통 선수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움직임을 하는 이찬수는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골을 넣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지금 같은 상황에서의 슈팅은 현역시절, 엄청나게 많은 훈련이 되어있었으니까.
이윽고 이찬수는 날아오는 공을 향해 정확한 임팩트로 다리를 휘둘렀다.
뻐엉-!
경쾌한 소리와 함께 이찬수가 때린 슈팅은 레이저처럼 쏘아져나갔다.
완벽하게 힘을 받은 공은 순식간에 골대를 향해 쭉쭉-뻗어나갔고, 이런 상황에서 골키퍼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도저히 막을 수가 없는 슈팅이었으니까.
철렁-!
“우오오오오!”
환상적인 골을 넣은 이찬수가 필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덤블링 한차례 한 뒤, 양팔을 펼치고 무릎을 꿇은 포즈로 슬라이딩을 했다.
더불어 하늘을 향해 뻗는 어퍼컷까지.
이찬수는 특유의 세레머니를 한 뒤, 그에게 다가온 동료들과 포옹했다.
‘방금 그런 슈팅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뭘 어떻게 해 인마. 그냥 정확하게 보고 발에다 맞추는 거지.”
‘아니, 그게 쉬운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이찬수지.”
‘······어으!’
이찬수의 활약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툭-! 투욱-!
에릭센과의 2대 1패스로 샤키리를 제쳐낸 이찬수는 빠른 속도로 동료들과 공을 주고받았다.
케인, 알리, 에릭센, 이찬수, 라멜레, 뎀벨레가 전개하는 토트넘의 공격에 그것을 막던 스토크 시티 선수들은 크게 지쳐버렸다.
그때, 스토크 시티의 중앙 미드필더 앨런이 투덜거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전반전이랑 왜 이렇게 달라진 거야?”
앨런은 지금 이 순간, 토트넘이 달라졌다는 것을 몸으론 느끼고 있었다.
전반전에 많은 체력을 소모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찬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공격 속도가 너무나도 빠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심지어 이찬수의 동료들인 토트넘 선수들조차 그의 템포를 따라가는 것을 힘들어할 정도였다.
투욱-!
공을 받은 라멜라가 짧게 드리블을 친 다음, 해리 케인을 향해 패스했다.
탓-!
안정적으로 공을 받은 해리 케인이 몸을 돌리며 슈팅을 때렸다.
힘을 싣기 어려운 자세였지만, 해리 케인은 그걸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선수였다.
퍼엉-!
충분이 힘이 실린 공을 향해 버틀랜드가 몸을 날렸다.
퍼엉-!
워낙 기습적인 슈팅이었기에 막기 힘든 슈팅이었지만, 버틀랜드는 이를 악물고 케인의 슈팅을 막아냈다.
튕겨 나온 공을 잡은 디우프가 사이드에 있던 바우어에게 패스한 뒤, 전방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역습을 하려는 의도였다.
바우어가 전방에 달리는 디우프를 향해 곧바로 패스를 하려 했지만, 의도를 눈치 챈 베르통언이 이미 디우프를 마크하고 있었다.
쉽게 전진패스를 뿌릴 수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바우어는 어쩔 수 없이 뒤에 있던 존슨에게 공을 돌렸다.
“존슨!”
존슨은 바우어의 패스를 받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다만, 존슨보다 더욱 빨리 움직이는 사내가 있었다.
터억-!
“이야~! 이거 개사기 스킬이네!”
예리한 볼 커팅 스킬을 사용한 이찬수는 바우어의 패스를 손쉽게 가로채며 소리쳤다.
“빨간 화살표로 방향을 다 알려주는데, 이걸 가지고도 그렇게 고전한 거야?”
‘방향을 알려주지만, 공의 속도랑 타이밍을 예측하는 게 어렵다고요.’
“이게 어렵다고? 너무 쉬운데?”
‘……이찬수 선수가 하는 거 보니까 쉬워 보이긴 하네요.’
스토크 시티의 사이드 진영에서 공을 가로챈 이찬수는 동료들의 위치를 확인 한 뒤, 곧바로 크로스를 올렸다.
그런데, 공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퍼엉-!
이찬수의 발을 떠난 공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스토크 시티의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파고 들었다.
쇼크로스가 다급하게 태클을 했지만, 공은 그를 피해서 크게 휘어 들어갔다.
쉬이이익-!
그리고 그 공을 향해 해리 케인이 가볍게 공을 가져다 댔다.
철렁-!
완벽한 택배 크로스에 이은 깔끔한 마무리였다.
***
후반 68분이 된 시점에서 양 팀의 스코어는 4대 1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는 이찬수는 남은 체력을 확인했다.
[현재 남은 체력은 31입니다.]
체력이 많이 남지 않은 것을 본 이찬수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열심히 관리를 해도 이 모양이네.”
스킬 사용을 최소화하고, 패스 위주로 플레이를 했음에도 체력이 많이 소모되어 있었다.
다만, 이찬수는 이런 상황을 이미 예상했었다.
빙의 시, 체력이 훨씬 빨리 소모된다는 것은 여러 번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으니까.
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그런 상황에서 이찬수는 포체티노 감독의 근처로 다가갔다.
“킴? 무슨 일이지?”
“감독님, 오늘은 제가 체력적으로 조금 힘듭니다.”
“응? 혹시 어디 안 좋은 곳이라도 있는 거야?”
포체티노 감독은 이찬수의 말에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아뇨, 몸이 안 좋지는 않은데 그냥 조금 피곤하네요.”
“당장 교체해주면 되겠나?”
“지금 바로는 아니고, 5분 뒤라면 적당할 것 같아요.”
“5분이라…… 알겠네.”
포체티노 감독과 짧은 대화를 마친 이찬수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교체가 확실시 된 상황에서 이찬수는 뎀벨레로부터 공을 넘겨받았다.
툭! 툭!
이찬수는 짧게 공을 여러 번 치며 특유의 드리블을 펼쳤다.
계속해서 전진하는 이찬수에게 스토크 시티의 선수들이 달려들었다.
퍼억-! 퍽!
상대 선수들의 강한 차징과 압박에도 이찬수는 중심을 잃지 않았다.
휘익-!
결국 그는 몸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얄미울 정도로 완벽하게 압박을 벗어났다.
압박을 벗어난 이찬수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때, 그의 시야에는 스토크 시티 수비진의 뒷공간으로 파고들고 있는 선수들이 보였다.
해리 케인과 라멜라였다.
그 선수들에게 시선을 둔 이찬수가 곧바로 움직였다.
톡-!
이찬수는 가볍게 공을 찍어 찼다.
그 움직임을 본 스토크 시티의 수비수 쇼크로스와 마르틴스 인디가 반응했다.
그들은 뒷공간을 파고드는 라멜라와 케인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찬수가 가볍게 찍어 찬 공은 케인이나 라멜라에게로 뻗어나가지 않았다.
부웅-!
단지, 이찬수가 찬 공은 공중에 살짝 뜬 것이 전부였다.
그 공을 향해 이찬수는 발리 슈팅을 시도했다.
“정확한 슈팅.”
스킬 효과가 들어간 이찬수의 슈팅은 커다란 소음과 함께 골문 안으로 파고들었다.
철렁-!
후반 73분, 이찬수의 추가골로 인해 양 팀의 스코어는 5대 1이 되었다.
그리고 포체티노 감독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이찬수를 손홍민과 교체시켰다.
***
경기가 끝난 뒤, 숙소에 도착한 김상훈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빙의를 했기 때문일까?
유난히 몸이 피곤했다.
그리고 침대에 누운 김상훈의 눈앞에는 오늘 경기에서 받은 보상 메시지들이 주르륵-떠올랐다.
[환상적인 드리블을 3번 보여줬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골을 5번 넣었습니다. 보상을 2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해트트릭을 기록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패스 성공 횟수 64회 - 보상으로 64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기록한 골 수 5골 - 보상으로 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23620p입니다.]
평소에 비해 유난히 많은 포인트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김상훈에게 빙의가 풀린 뒤, 다시 반투명한 몸으로 돌아온 이찬수가 질문했다.
- 진짜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포인트 박스에서 17000포인트가 나오냐?
“그러니까요. 저도 너무 놀랐잖아요.”
- 진짜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네. 이건.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김상훈은 최근에 얻은 포인트 박스를 까지 않고 묵혀뒀었다.
숙성을 한 뒤에 오픈하면 조금 더 많은 포인트가 나오지 않겠냐는 말도 안 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진짜 숙성이 된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전, 샤워를 하며 오픈한 포인트 박스에서 대박이 터져버렸다.
그곳에서 나온 것은 무려 17000포인트!
그건 눈으로 직접 봐도 믿기 힘든 결과물이었다.
“한 번 터질 때가 됐긴 했죠.”
- 진짜 포인트 박스가 숙성 된 거 아니냐?
“하하하하! 그건 모르겠어요. 근데 진짜 신기하긴 하네요.”
- 그래서 2만 3천 포인트로 뭐할 건데?
“박스 까야죠 뭐.”
- 그니까 어떤 거 깔 거냐고.
“음…….”
김상훈은 이찬수의 질문에 입술을 씹으며 고민에 빠졌다.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23000포인트면 레드 박스를 23개 깔 수 있고, 오렌지 박스를 4개나 깔 수 있었으니까.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포인트였으니까.
고민에 빠졌던 김상훈이 이윽고 시스템을 호출했다.
- 결정한 거야?
“예.”
- 레드 박스 23개?
“아뇨.”
- 그럼 오렌지 박스 4개?
“아뇨.”
- 그럼?
“큰 거 하나 사려고요.”
- 오! 역시! 우리 상훈이는 배포가 있다니까?
“갑자기 왜 그러세요? 불안하게.”
- 불안하다니? 우리 제자님이 비싼 박스를 산다고 해서 응원하려는 건데.
“그러니까 진짜 불안하네요. 아무래도 레드 박스를 까야겠어요.”
- 아오! 넌 왜 그렇게 줏대가 없어?
“스승님 닮았나보죠. 뭐.”
- 뭔 개소리야?
“제 소린데요?”
- 너는 어린놈이 말대꾸를 왜 이렇게 하냐?
“저는 원래 이래요.”
- 진짜 패주고 싶다.
“감사합니다.”
말을 마친 김상훈은 가진 박스 선택 창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린 박스 1개, 레드 박스 3개를 구매하시겠습니까?]
- 뭐야? 그린 박스 사네?
“예. 걍 원래 생각대로 가려구요.”
김상훈은 떨리는 손으로 2만 포인트짜리 그린 박스 한 개와 3천 포인트만큼의 레드 박스를 구입했다.
[그린 박스를 구매하셨습니다.]
[레드 박스 3개를 구매하셨습니다.]
이윽고 김상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린 박스를 오픈했다.
레드 박스로 밑밥 따위는 깔지 않았다.
때문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이찬수였다.
- 너 왜, 왜 그래? 레드 박스부터 안 까?
“느낌이 너무 좋아서 바로 가려고요.”
- 느낌이 좋다고? 갑자기?
“예. 지금 삘이 미쳤어요.”
- 지랄!
“지랄인지 아닌지는 결과로 보시죠!”
말과 함께 김상훈은 그린 박스 오픈을 외쳤다.
동시에 그의 눈앞에 생성된 초록빛의 박스가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비싼 가격만큼이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박스.
쉬이익! 쉬이이익-!
잠시 후.
회전을 하던 그린 박스가 마침내 제자리에 멈춰 섰다.
더불어 박스의 안에서 엄청난 임팩트가 터져 나왔다.
퍼엉-! 퍼버버버버벙-!
마치 10만원어치 폭죽을 터트린 것 같은 효과였다.
- 효과 하나는 오지네.
“역시 비싼 값을 하네요.”
두 남자의 평가가 끝났을 때, 박스 안에서 결과물이 뿅-하고 튀어 나왔다.
결과물의 정체는 스킬이었다.
- 이, 이건 뭐냐……?
“그, 그러게요……?”
그 스킬의 이름을 확인한 두 남자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 하아……! 진짜 너무 한다. 솔직히 이건 너도 인정하지?
“……아직 정보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김상훈은 계속해서 위로 치솟으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막은 채로 대답했다.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앞에 떠오른 스킬은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것임이 분명해보였으니까.
그 대단함을 자랑하듯, 스킬이 등장한 지금도 화려한 효과음을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두둥-! 두두둥-!
김상훈은 눈을 벅벅-비빈 뒤, 다시 한 번 눈앞의 스킬을 바라봤다.
피보다도 짙은 붉은 빛을 띠고 있는 스킬.
그 스킬은…….
[레전드의 기억(L)]
레전드의 기억이라는, 김상훈은 처음 보는 스킬이었다.
이윽고 김상훈은 그 스킬의 정보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