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69화 (69/200)

69화 스토크 시티(1)

스토크 시티는 유력한 강등 후보인 만큼, 오늘 경기에서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런 의지만큼이나 스토크 시티는 주심의 휘슬과 함께 신중하게 동료들과 패스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오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김상훈이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순간 가속.”

작은 중얼거림.

그 중얼거림이 끝남과 동시에 김상훈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빨라졌다.

디우프가 건네준 공을 받은 샤키리는 갑자기 달려드는 김상훈을 보며 은디아예를 향해 패스했다.

물론 공을 빼앗길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상대선수는 그가 공을 차는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고, 샤키리는 준수한 패스 정확도를 지닌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뭐야?!”

샤키리는 당황한 얼굴로 슬라이딩을 하고 있는 김상훈을 쳐다봤다.

김상훈은 마치 샤키리의 패스 방향을 알고 있었다는 듯, 정확히 그의 패스를 끊어냈다.

믿기 힘든 일이었다.

“압박해!”

당황한 스토크 시티 선수들이 다급하게 김상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공을 뺏는 것에 성공한 김상훈이 몸의 중심을 잡자마자 다리를 휘둘렀다.

“정확한 슈팅.”

중앙선 라인을 조금 넘어서 시도한 슈팅.

그런 김상훈의 슈팅은 대포알처럼 빠르게 스토크 시티의 골문을 향해 쏘아졌다.

쉬이이익-!

선수들의 머리 위를 지나는 공은 조금은 높게 날아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골대에 근접하자, 공이 빠른 속도로 골대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아오! 이런 젠장!”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예상치 못했던 위기를 맞이한 스토크 시티의 골키퍼, 버틀랜드는 짜증스러운 말과 함께 몸을 날렸다.

오랜 시간 골키퍼를 해온, 그것도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버틀랜드는 알 수 있었다.

정확하게 골대 구석으로 날아오는, 이 슈팅을 막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정말 자존심이 상하지만, 솔직히 막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을.

투욱-!

버틀랜드는 손끝에 느껴지는 공의 느낌을 받으며 이를 강하게 물었다.

비록 손끝에 걸린 것이기는 하지만, 최대한 손가락에 힘을 줘서 공을 밀어내려했다.

하지만.

“무슨 파워가·····!”

김상훈이 때린 슈팅은 힘을 잔뜩 준 버틀랜드의 손끝을 가볍게 밀어냈다.

철렁-!

“촤아~!”

경기가 시작된 지 11초 만에 들어간 골.

그런 믿기지 않은 장면을 보게 된 토트넘의 팬들이 뜨거운 함성을 터트려냈다.

***

뜨거운 함성을 쏟아내던 토트넘의 팬들.

그들은 엄청난 장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은, 김상훈을 보며 떠들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뭘 본거지?”

“믿기지가 않아……. 저거 운으로 들어간 거 아니지?”

“다른 선수면 몰라도 김상훈의 슈팅이 운일 리가 있겠냐?”

“하긴…… 김상훈이 슈팅 하나는 세계 최고 수준이긴 하지.”

“근데 어떻게 저 거리에서 저런 슈팅을 때릴 수가 있지? 난 아직도 내 눈을 믿지 못하겠어.”

“나라고 다르겠냐?”

토트넘의 벤치 분위기도 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상훈과 같은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인 빅토르 완야마가 허탈한 표정으로 김상훈을 바라봤다.

“저렇게 하면 나는 언제 기회를 얻으라는 거야?”

다른 선수들 역시 그런 완야마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킴이 요즘엔 공격수랑 윙어로도 뛰잖아. 우리도 뛸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하하하!”

다만, 그들은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팀을 승리로 이끌어주는 김상훈을 싫어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반면에 스토크 시티의 분위기는 차갑게 변해버렸다.

너무나도 허무하게 골을 먹힌 스토크 시티 선수들은 당황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패스는 부정확했고, 자꾸만 몸에 힘이 들어갔다.

퍼억-!

“아악!”

스토크 시티의 디우프에게 발을 밟힌 에릭 라멜라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삐익-!

“젠장!”

심판은 디우프에게 노란색 카드를 꺼내 들었고, 디우프는 화를 내며 자리로 돌아갔다.

“괜찮아?”

어느새 라멜라에게 다가온 김상훈이 손을 내밀었다.

라멜라는 그런 김상훈에게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신경 쓰지 마.”

“하여간 승질 하고는. 근데 오늘 컨디션 좋아 보인다?”

“평소랑 똑같으니까 괜히 말 걸지 마.”

“오케이~!”

라멜라를 일으켜준 뒤, 자리로 돌아가던 김상훈을 향해 이찬수가 질문했다.

- 쟤는 왜 저렇게 너를 싫어하냐?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겠죠. 그래도 지금은 대답은 잘 하잖아요. 원래는 대답도 안했어요.”

- 네 성격이 더러워서 그런 거 아니야?

“저 같이 성격 좋은 사람은 드물죠.”

- 미친놈.

“아니 왜 욕을……?”

- 왜? 스승이 제자한테 욕 좀 하면 안 되냐?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러면 큰일 나는데요?”

- 어쩌라고.

“그렇다고요.”

- 아오!

이찬수와 떠들던 김상훈은 에릭센에게 프리킥을 양보한 뒤, 스토크 시티의 골대 근처로 달려갔다.

직접 프리킥을 하기엔 너무 먼 거리였기 때문에 한 선택이었다.

김상훈은 좋은 간접 프리킥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에릭센 역시 뛰어난 프리킥 능력을 가진 선수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에릭센의 발을 떠난 공은 토트넘 선수들이 몰려있는 곳을 향해 뚝 떨어졌다.

공을 향해 가장 빨리 달려든 선수는 해리 케인이었다.

턱-!

점프를 한 케인은 높은 제공권을 이용해서 날아오는 공을 이마에 맞추는 것에 성공했다.

터엉-!

하지만 해리 케인의 머리를 맞고 날아간 공은 골대를 맞고 튕겨 나갔다.

토트넘은 좋은 기회를 놓쳤고, 스토크 시티는 큰 위기를 넘겼다.

“달려!”

스토크 시티의 수비수 쇼크로스는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온 공을 전방으로 차내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런 쇼크로스의 공이 향하는 곳에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샤키리가 있었다.

세르단 샤키리.

‘알프스 메시’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스위스 국적을 가진 선수였다.

별명답게 훌륭한 드리블 실력을 지닌 그는 비록 강등권에 있는 팀에 소속되어 있지만, 빅클럽들과 꾸준히 이적소문이 생길 정도로 실력이 좋은 선수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샤키리는 엄청난 속도로 공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의 뒤를 토트넘의 수비수들이 쫓았지만, 가속도가 붙은 샤키리와의 거리는 조금씩 더 벌어지고 말았다.

빠른 속도로 토트넘의 진영까지 달려온 그는 쇼크로스가 걷어낸 공을 향해 발을 쭈욱-뻗었다.

툭-!

훌륭한 퍼스트 터치로 공을 안정적으로 트래핑한 그는 멀리서 튀어나오고 있는 요리스를 향해 달려갔다.

이내, 샤키리는 슈팅 페이크를 넣은 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서 위고 요리스를 제쳐냈다.

그 후에 샤키리가 해야 할 것은 아주 간단했다.

툭-!

텅텅 빈 골문 안에 공을 차 넣는 것.

그는 그걸 가볍게 해냈다.

1대 1스코어가 되어버린 전반 12분.

샤키리가 골을 넣는 것을 지켜보던 김상훈이 곧바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런 김상훈을 바라보던 이찬수가 질문했다.

- 강철 체력 스킬 사용하려고?

“예? 아닌데요.”

- 방금 시스템 호출한 거 아니야?

“아니에요.”

- 그럼 뭐하려고?

“오랜만에 그거 한 번 하셔야죠?”

- 그거?

그거라니?

이찬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다시 되물었다.

- 그게 뭔데? 애매하게 말하지 말고 확실하게 말해.

“빙의요.”

- 벌써?

“예.”

- 그러면 오래 못 뛸 텐데? 기껏해야 지금 빙의하면 기껏해야 50분 정도 뛸 수 있다는 거 알잖아?

“예. 알죠. 대신, 체력 떨어지면 바로 감독님한테 교체해달라고 해주셔야 돼요.”

- 그거야 어려운 건 아니지.

“그럼 바로 가시죠.”

- 가자.

전반 13분, 두 남자가 빙의를 했다.

***

“후우~!”

깊게 숨을 내쉰 이찬수가 천천히 발목을 돌렸다.

그는 오늘 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빠른 시간에 김상훈이 빙의를 제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믿음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 이찬수는, 스승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었다.

이찬수가 투입된 이후, 토트넘의 경기력은 크게 달라졌다.

아주 많이 달라졌다.

투욱-!

다른 선수들은 보지 못한 틈.

그런 틈 사이로 이찬수는 너무나도 쉽게 공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그 공을 잡아낸 선수는 라멜라였다.

라멜라는 곧바로 버틀랜드가 지키는 골문을 향해 슈팅을 때렸다.

퍼억-!

버틀랜드는 빠른 반응속도로 라멜라의 슈팅을 막아냈다.

슈팅을 막아낸 버틀랜드가 한숨 돌리려던 순간, 그가 쳐낸 세컨볼을 향해 달려든 선수가 있었다.

해리 케인이었다.

그는 골 냄새를 잘 맡는 스트라이커답게 흘러나오는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뻐엉-!

케인이 때린 슈팅은 버틀랜드가 손을 쓸 틈도 없이, 정확하고 빠르게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철렁-!

“쉬이~!”

골을 넣은 해리 케인은 검지를 펼쳐, 입에 가져다대며 그라운드 위를 달렸다.

아주 느린 속도로 달리는 그를 향해 동료들이 달려들었다.

전반 17분, 1대 1이었던 스코어가 해리 케인의 골로 인해 2대 1이 됐다.

이찬수는 계속해서 날뛰었다.

탓-!

그는 손홍민이 넘겨준 공을 받기 직전, 부드러운 퍼스트 터치로 공의 방향을 바꿨다.

때문에 이찬수를 막기 위해 달려든 은디아예는 허공을 향해 다리를 뻗었다.

재빨리 이찬수를 뒤쫓았지만, 이찬수는 이미 저 멀리 전진하고 있는 상태였다.

툭-! 툭-! 툭-!

짧게 여러 번 공을 치며 드리블을 하던 이찬수.

그는 그에게 다가오는 마르틴스를 피하지 않고 맞이했다.

쉬익!

이찬수가 마르틴스의 앞에서 상체를 흔들며 페인팅을 넣었다.

그 순간, 마르틴스는 아주 잠깐이지만 몸을 움찔거렸다.

툭! 타앗-!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찬수는 그 틈을 놓치는 선수가 아니었다.

마르틴스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밀어 넣은 이찬수는 몸을 훽-돌려서 그를 제쳐냈다.

“으하하하! 어디로 줄까?”

크게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돌리던 이찬수는 이내 왼쪽 사이드에서 달려오는 에릭센을 향해 공을 차냈다.

그리고 그런 이찬수의 움직임에 맞게 스토크 시티의 쇼크로스가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다.

촤르르륵!

하지만, 이찬수의 슈팅은 페이크였다.

오른발로 에릭센을 향해 패스하는 척, 다리를 휘두른 그는 왼발로 오른쪽 다리를 밀어내며 슈팅을 때렸다.

갑작스레 나온 라보나 킥이었다.

“아·····.”

이찬수의 라보나 킥에 골문을 지키고 있던 버틀랜드는 일그러진 얼굴로 멍하니 서 있을 뿐,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했다.

완전히 속아버린 것이다.

철렁-!

빠르지 않은 슈팅이지만, 수비수와 골키퍼를 속이는 슈팅.

이찬수가 즐겨 쓰는 기술들 중 하나인 라보나였다.

이찬수의 골 이후에 토트넘은 계속해서 스토크 시티를 몰아붙였다. 이찬수가 뛰기 시작한 뒤로 스토크 시티는 중원싸움에서 처참할 정도로 주도권을 내줬다.

양 팀의 점유율 또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계속된 토트넘의 공격에 스토크 시티는 막는 것에 급급했고, 몇 번의 행운과 버틀랜드의 선방으로 인해 더 이상 골을 먹히지 않고 전반전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삐익-!

이찬수는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시스템을 호출했다.

[힐링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9만큼 회복됩니다.]

[강철 체력을 사용하셨습니다.]

[10분간 체력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스킬을 사용한 이찬수를 향해 김상훈이 질문했다.

‘전반전에 좀 살살하신 거 같던데…… 맞죠?’

“오~! 용케 알아봤네?”

‘예. 이찬수 선수 실력을 아니까 당연히 알죠. 근데 왜 살살 하신 거예요?’

“살살한 건 아니고, 정확히 말하면 몸을 좀 푼 거지. 체력을 좀 아끼려는 의도도 있었고.”

‘그럼 이제 스킬도 사용하셨으니, 제대로 하시겠네요?’

“당연한 걸 왜 묻냐?”

‘몇 골 넣으실 거죠?’

“몰라, 그냥 되는대로 넣어보려고.”

‘기대하고 봐도 되는 거죠?’

“맘대로 해라.”

김상훈과의 대화를 마친 이찬수가 그를 향해 날아오는 공을 바라봤다.

로즈가 길게 뿌려준 패스였다.

그리고 이찬수는 그를 향해 날아오는 롱패스를 잡아둘 생각이 없었다.

때문에 이찬수는 공을 향해 다리를 강하게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이찬수가 말했다.

“일단 이걸로 한 골 넣는다.”

‘응?! 정확한 슈팅 스킬 안 써요?’

“이런 슈팅에 스킬은 무슨!”

이찬수는 말과 함께 정확한 임팩트로 공을 때려냈다.

뻐엉-!

그의 다리를 떠난 공이 큰 소리와 함께 골문의 구석을 향해 날아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