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68화 (68/200)

68화 간절한 팀과의 경기

마르셀로의 패스를 커팅해낸 김상훈이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 골대를 바라봤다.

아무런 마크가 없는 상황.

조금의 틈만 생겨도 자신감 있게 슈팅을 때리는 선수가 김상훈이었다.

당연하게도 그는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정확한 슈팅.”

퍼엉-!

상하좌우를 따지지 않고, 어디든지 정확하게 공을 찰 수 있는 ‘정확한 슈팅’ 스킬.

그것을 사용한 김상훈은 왼쪽 상단 구석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어떤 골키퍼가 와도 막기 힘든 곳이었으니까.

무조건 골을 넣고 싶었으니까.

이기고 싶었으니까.

승리에 대한 염원을 담은 슈팅, 그런 김상훈의 슈팅은 나바스가 막고 있는 골문을 시원하게 뚫어냈다.

철렁-!

동시에 두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우우어어어어어어!”

- 이야아아아아아!

우어어어어어-!

더불어 웸블리 스타디움 안에 있던 토트넘 팬들이 뜨거운 함성을 쏟아냈다.

토트넘의 팬들은 대부분 앉아있지 못했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방방 뛰기 시작했다.

반면에 레알 마드리드의 관중석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했다.

팀의 패배가 짙어졌다는 것에 화가 나, 얼굴이 붉게 물든 관중도 있었고, 눈물을 글썽거리는 관중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단 한 골.

추가시간 3분 30초에 터진 김상훈의 골로 인해, 양 팀의 분위기가 완전히 변해버렸다.

골을 넣은 김상훈은 주먹을 꽉 쥐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포체티노 감독에게로 달려갔다.

“감독님!”

“킴! 키이이이임!”

평소에는 냉철한 모습을 보여주는 포체티노 감독이었지만, 훈련 때나 일대일로 대화를 할 때는 그 누구보다도 장난기가 많았고, 편안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포체티노 감독은 지금, 체면 같은 것을 버린 채 김상훈을 향해 달려들었다.

***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만나 미친 활약을 보인 김상훈.

당연하게도 그의 인기는 계속해서 치솟았다.

그를 찬양하는 기사들 또한 더욱 늘어났다.

「김상훈,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도 괴물 같은 모습을 보이다.」

「김상훈의 토트넘, 무서운 기세로 연승행진! 이대로 챔피언스 리그 우승까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김상훈의 모습.」

「김상훈, ‘동료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

「포체티노, ‘김상훈은 팀의 보물이다. 나는 그를 보면 도저히 표정관리가 안 된다.’」

「해리 케인, ‘킴은 환상적인 선수. 또한 손홍민과 함께 팀의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

댓글 또한 폭발적이었다. 그리고 선플만큼이나 많았던 악플들도 이제는 많이 줄어들었다.

dlsjioow : 오늘도 외칩니다. 빛….상…..훈…!

연남동호루라기 : 너무 빛나서 경기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선글라스를 끼고 봤지.

aowbbqu12 : 위에 연남동호루라기 너무 노잼이고~ 노잼드립 제발 적당히 좀;;;;;

공화춘불닭 : 요즘 진짜 토트넘 경기 볼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이렇게까지 잘하는 걸 보게 되다니…ㅠㅠ

호날두상훈 : 이제는 걍 월클 아니냐? epl에서도 다 씹어먹고 레알까지 개발랐는데?

qiiwkk4918 : 위에 정신차려라ㅋㅋㅋ 냉정하게 말하면 레알전에서 존나 말렸어. 라모스한테 계속 묶이던 거 못 봤냐? 뭐 그래도 잘하는 건 인정.

많은 기사와 댓글들이 달리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남자, 김상훈은 지금 런던에 위치한 숙소에서 간단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 이야~ 팬들이 선물도 보내주고, 기분 좋겠다?

“흐흐흐흐!”

이찬수의 질문에 김상훈은 조금은 바보처럼 웃어버렸다.

그만큼 팬들에게 받은 선물은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 꼭 그렇게 음흉하게 웃어야 되냐?

“……음흉하다뇨? 저는 순수하게 웃은 것뿐인데.”

- 그게 그거지. 하여튼, 이게 다 뭐야? 많이도 받았네.

“각종 반찬에 초콜릿에 라면에…… 옷도 왔어요.”

- 못생긴 네가 뭐가 좋다고 이런 걸 보내는 거지? 난 이해가 안 네.

“선수를 꼭 외모만을 보고 좋아하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이제 제 얼굴은 봐줄 만 한 정도라고요. 조금 더 과장하면 어디 가서 잘 생겼다는 말도 들을 수 있을 거 같은데…….

김상훈의 말 그대로였다.

지금의 그는 과거와는 달리, 제법 봐줄 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과거에 아주 낮았던 매력 능력치가 이제는 81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런 김상훈은 지금, 팬들이 준 인스턴트 라면을 먹기 위해 물을 끓이고 있었다.

- 근데 왜 스프부터 넣냐? 엉? 졸라 불편하네?

“예? 저는 원래 스프부터 넣는데요? 이찬수 선수는 어떻게 끓이시는데요?”

- 당연히 면부터 넣고, 익으면 스프를 넣지!

“그게 당연한 거예요?”

- 그럼! 예전에 티비에 나온 거 못 봤어? 면부터 넣고 나중에 스프를 넣어야 맛있다고 나왔었잖아.

“……확실한 정보에요? 저는 본 기억이 없는데. 그리고 제 경험상 스프부터 넣는 게 더 맛있었어요.”

- 아 빨리 면 바로 넣으라고~!

“싫은데요. 오랜만에 먹는 라면이니까 제 레시피 대로 해 먹을 거예요.”

- 물은 또 왜 그렇게 많이 넣었어?

“오동통한 라면이잖아요. 이건 면이 두꺼워서 물을 조금 많이 잡고 오래 끓여야 돼요. 아! 진짜 라알못이시네.”

- 라, 라알못? 그건 또 뭐냐? 왠지 욕 같은데?

“라면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요.”

- 그것 참 수치스러운 말이네?

“푸힠!”

- 이 새끼가?!

해외에서 살고 있기도 했고, 몸 관리를 해야 했던 김상훈은 그동안 라면 같은 인스턴트 음식을 멀리 했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를 이긴 오늘만큼은 MSG의 맛에 푸욱─ 빠져 볼 생각이었다.

탁-!

펄펄 끓는 냄비 안에 계란까지 풀어 넣은 뒤, 김상훈은 잘 익은 라면을 들고 식탁에 앉았다.

“후우~! 후~!”

- 마, 맛있냐?

“아직 안 먹었는데요?”

- 이런 젠장! 귀신은 왜 음식을 못 먹는 거야?!

“오늘도 혼자 먹어서 죄송합니다.”

말을 마친 김상훈이 잘 끓인 라면 한 젓가락을 입에 넣었다.

우물-! 우물-!

- 아! 진짜 미치겠네! 내가 왜 이 새끼 먹방을 보고 있는 건지…….

투덜대며 김상훈이 먹는 모습을 보던 이찬수의 표정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는 놀란 얼굴로 질문했다.

- 너, 지금 뭐하냐……?

“박스 사는데요?”

- 박스를 왜 라면을 먹으면서 사?

“색다른 느낌으로 한 번 해보려고요. 매일 무릎 꿇고 벌벌 떨면서 샀잖아요. 오늘은 여유롭게 까보려고요. 그리고 어차피 포인트도 조금밖에 없어요.”

- 그냥 초심을 잃은 것 같은데?

“제 생각엔 이찬수 선수도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

- 기대가 되기는 하네.

“예? 무슨 기대요?”

- 오늘은 드디어 망할 수 있겠다는 기대.

“아오~! 또 이러시네. 자꾸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시면 큰일 나요.”

- 무슨 큰일? 이미 죽은 사람한테 어떤 큰일이 일어날까?

“……그런 말을 하시면 제가 할 말이 없잖아요.”

이찬수와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던 김상훈의 눈앞에는 반투명한 박스 구매 창이 떠 있었다.

[레드 박스 ▷ 1,000포인트]

[오렌지 박스 ▷ 5,000포인트]

[옐로우 박스 ▷ 10,000포인트]

[그린 박스 ▷ 20,000포인트]

[블루 박스 ▷ 40,000포인트]

[네이비 박스 ▷ 80,000포인트]

[퍼플 박스 ▷ 160,000포인트]

[현재 보유 포인트 : 8980]

- 저번처럼 레드 박스로 다 사려고?

“아뇨.”

- 왜?

“저번에 너무 잘 떴으니까 이번에는 안 뜰 거 같아서요. 그래서 오늘은 다른 패턴으로 가보려고요.”

- 어떻게?

“보시죠!”

김상훈은 대답과 함께 박스를 구매했다.

[오렌지 박스 1개와 레드 박스 3개를 구매하셨습니다.]

[오렌지 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그래, 바로 오픈해줘.”

- 응? 너 왜 비싼 거부터 까냐? 왜 그래?

“말했잖아요. 오늘은 다른 패턴으로 가보겠다고.”

김상훈의 말과 함께 박스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화려한 빛을 띠는 주황색 박스가 제자리에 멈춰서고, 그곳에서 하나의 아이템이 튀어나왔다.

[포인트 박스(G)]

아주 익숙했고, 김상훈이 싫어하는 아이템.

포인트 박스가 등장했다.

- 크하하하!

“쩝…….”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포인트 박스를 본 김상훈은 곧바로 레드 박스 3개를 오픈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속도의 탄산수(B)]

[체력회복 물약(S)]

[연골보호 드링크(B)]

처참한 결과였다.

가장 등급이 낮은 브론즈 아이템 2개와 실버 등급의 아이템 1개.

그것들을 바라보던 김상훈은 젓가락을 내려놓은 채, 한숨을 푹-내쉬었다.

“후…….”

- 네가 망할 때도 있구나. 근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망한 것 같지도 않고?

“……왜요? 저는 그냥 망한 거 같은데요.”

- 체력회복 물약은 꽤 좋잖아? 그리고 연골보호 드링크도 장기적으로 보면 부상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을 거고. 근데 저 탄산수는 뭔지 모르겠다.

“……브론즈 등급이라 기대는 전혀 안 되지만, 일단 확인해볼게요.”

김상훈은 말과 함께 곧바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스킬의 정보를 확인했다.

[속도의 탄산수]

- 등급 : 브론즈(B)

- 효과 : 탄산수를 마시면 30분간 속도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

- 나쁘지 않은데? 소모성 아이템이긴 한데, 중요한 경기에서 쓰면 괜찮겠네.

“아~! 스킬을 바라고 깐 거였는데.”

- 이런 날도 있어야지. 그동안 너무 좋은 거만 떴잖아?

“맞아요. 에이~! 다음을 노려야겠다.”

***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를 마치고도 선수들에게 휴가를 주지 못했다.

그 역시 고생한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지만, 토트넘에게는 아직 많은 일정이 남아있었다.

2018년 4월 4일에 치렀던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토트넘은 또 다른 경기를 펼쳐야 했다.

바로 오늘, 2018년 4월 7일 토요일.

토트넘이 스토크 시티FC를 상대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경기일정을 소화하는 날이다.

스토크 시티는 강팀인 토트넘을 만났음에도 안전한 전술이 아닌, 공격적인 전술을 꺼내들었다.

평소보다도 훨씬 더 공격적인 전술이었다.

그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현재 리그 19위로 최하위권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스토크 시티에게는 승리가 너무나도 간절한 상황이었다.

이대로라면 강등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늘 경기에 나서는 스토크 시티의 선수들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맴돌았다.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려는 선수들의 의지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반면에 토트넘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었음에도 조금은 지친 모습을 보였다.

최근 치렀던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가 너무나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토트넘 선수들을 바라보는 포체티노 감독의 표정 역시 씁쓸함이 느껴졌다.

‘……다들 많이 지쳤군.’

그렇다고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는 없었다.

토트넘은 선수층이 얇은 팀이었고, 그만큼 베스트 멤버와 그렇지 않은 선수들과의 전력차이가 심했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력 차이가 심한 선수들을 넣는, 위험한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포체티노 감독은 오늘 경기를 위해 그나마 덜 지쳐있는, 베스트 멤버들로 스쿼드를 꾸렸다.

‘케인, 에릭센, 알리, 라멜라, 뎀벨레, 로즈, 베르통언, 산체스, 오리에, 요리스 그리고…….’

선발로 나서는 선수들의 얼굴을 천천히 바라보던 포체티노 감독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한 선수에게 향했다.

그 선수는 지금, 최근 힘든 경기를 펼쳤던 선수가 맞는지 의심이 드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촤~ 촤~ 촤~! 촤르르륵! 촤아~!”

뭐가 그리 신나는지, 덩실덩실 몸을 흔들며 그라운드 위로 올라서고 있었다.

당연히 상대 팀 선수들은 그를 이상하게 바라봤지만, 남자는 남들의 시선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 계속해서 춤을 추고 괴상한 소리를 냈다.

그런 남자를 바라보던 포체티노 감독이 깊은 한숨과 함께, 입 밖으로 남자의 이름을 꺼냈다.

“……킴.”

동시에 포체티노 감독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오늘 경기도 잘 부탁하네.”

잠시 후, 주심의 휘슬과 함께 토트넘과 스토크 시티FC와의 경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공을 잡은 스토크 시티의 선수들에게 김상훈이 빠른 속도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