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레알 마드리드(1)
삐익-! 삑!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중앙라인에 선 해리 케인이 김상훈을 향해 공을 넘겼다.
툭-!
김상훈은 해리 케인이 준 공을 잡지 않고, 곧바로 델레 알리에게 패스했다.
토트넘 선수들은 계속해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빌드업을 시작했다.
그런 토트넘을 막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강한 압박을 했다.
퍼억-!
경기 초반이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마르셀로는 거친 플레이로 토트넘의 에릭센의 공을 뺏어냈다.
쉽사리 공을 빼앗기지 않는 에릭센이지만, 마르셀로의 질기고 강력한 압박에 결국 공을 넘겨주고 말았다.
그 다음부터는 레알 마드리드의 빠른 역습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였다.
마르셀로가 루카 모드리치를 향해 강하고 빠른 전진 패스를 뿌렸다.
타앗-!
모드리치는 너무나도 쉽게 그 공을 받아낸 뒤, 전방으로 쇄도하는 카림 벤제마에게 롱패스를 뿌렸다.
카림 벤제마는 산체스를 등진 채, 머리로 공을 살짝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달려든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그는 벤제마가 떨어뜨린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뻐엉-!
호날두의 간결하고 강력한 슈팅은 요리스가 지키고 있는 골문을 어렵지 않게 뚫어냈다.
멋지게 골을 넣은 호날두는 카메라를 향해 달려가,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돈 뒤, 양 팔을 펼치는 세레머니를 펼쳤다.
“호우~!”
호날두의 세레머니를 실제로 본 김상훈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 너는 팀이 골을 먹혔는데 또 왜 웃어?
“신기해서요. 제가 호날두의 호우를 실제로 보게 되네요.”
- 허! 얘 봐라? 팀이 지고 있는 건 상관없어?
“제가 골 넣을 건데요?”
- 자신감 하나는 월클이야. 아주!
“감사합니다!”
예상치 못한 시간에 골을 먹힌 토트넘은 정신을 차리고 레알 마드리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가릴 것 없이,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참여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토트넘의 압박을 벗어났지만, 꾸준히 이어지는 강한 압박에 결국 실수가 나왔다.
파악-!
호날두에게 공을 연결하려던 카세미루가 뎀벨레와 알리의 협동 수비에 공을 빼앗겼다.
공을 잡은 무사 뎀벨레가 즉시 최근 가장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는 김상훈에게 패스했다.
공을 잡은 김상훈은 실실 웃으며 드리블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드리블은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너무나도 안정적이었다.
그런 김상훈을 막기 위해 세르히오 라모스가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라모스는 거친 수비를 하는 선수답게 김상훈을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김상훈은 유연한 동작으로 라모스의 압박을 버텨내며 조금씩 전진했다.
김상훈과 골대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결국 라파엘 바란까지 라모스를 돕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레알 마드리드의 중앙 수비수 두 명을 상대하던 김상훈이 전방으로 돌아 들어가는 해리 케인을 향해 로빙 패스를 뿌렸다.
투욱-!
김상훈의 패스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달리고 있는 해리 케인의 앞에 뚝 하고 떨어졌다.
사비 에르난데스의 패스 능력을 얻은 김상훈의 패스는 너무나도 정교했다.
그리고 해리 케인은 결정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였다.
이런 패스를 놓칠만한 선수가 절대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그는 아주 쉽게 공에 발을 가져다댔다.
철렁-!
케인의 슈팅이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을 흔든 그 순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오늘 경기 대박이라고 했지?”
“그래, 네 말이 맞다! 이 경기는 티켓값이 전혀 아깝지가 않아. 이제 전반 10분이 지났는데, 이런 미친 경기를 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빨리 응원하자!”
토트넘의 팬들의 환호였다.
홈경기인 만큼 토트넘의 팬들은 평소보다도 더 열정적인 응원을 펼쳤다.
당연하게도 그런 응원을 받는 선수들은 더욱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킴. 패스 너무 좋았어.”
“네 마무리가 환상적이었지.”
“웬일로 겸손한 척이야?”
“한 번 해봤어.”
“하하하하!”
케인과 장난스럽게 대화를 한 김상훈 역시 다시금 경기에 집중했다.
- 이제 막 시작하긴 했지만, 레알과 붙는 기분이 어때?
“빡세요. 공격수로 출전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빡세요.”
- 라모스 때문에?
“예. 쟤 너무 잘하는데요?”
- 당연하지. 쟤는 제일 잘하는 수비수 중 한 명인데.
“너무 단단해요.”
- 각종 사기 스킬로 떡칠한 네 드리블로도 뚫기 어렵지? 방금도 뺏길 거 같아서 패스 한 거 아니야?
“또 말을 왜 그렇게 하실까……·?”
-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라모스를 상대로 돌파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
- 네 생각을 다 읽고 있는 것 같지?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최근 드리블에 자신감이 붙은 김상훈이었지만, 라모스를 상대할 때는 벽을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과연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는 명성에 걸맞은 실력을 가진 선수였다.
동점골을 먹힌 레알 마드리드는 조금도 조급해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들은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듯, 골을 먹히기 전과 다를 것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수비를 할 때는 강하게 압박했고, 공격을 할 때는 빠르게 전진했다.
슈팅 또한 과감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거의 모든 선수가 뛰어난 중거리 슈팅 능력을 지닌 팀이었기에, 그들을 상대하는 토트넘 선수들은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휘익-!
슈팅을 때리는 척을 한 토니 크로스의 움직임에 손홍민이 다리를 뻗었다.
하지만 크로스의 움직임은 페이크였다.
슈팅 페인팅으로 손홍민의 압박을 벗어난 토니 크로스는 왼쪽 사이드로 달리는 카림 벤제마를 향해 스루 패스를 찔러 넣었다.
벤제마에게 공이 연결되기만 하면 곧바로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토니 크로스의 패스는 빠르고 정확하게 뻗어나갔다.
‘됐어!’
패스를 한 토니 크로스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스스로의 패스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1초도 지나지 않아서 그의 표정이 변했다.
경악에 물든 표정이었다.
“뭐야?!”
토니 크로스의 패스를 받은 것은 카림 벤제마가 아니었다.
촤르르륵!
공을 잡아낸 선수는 슬라이딩 태클로 그의 패스를 끊어낸 김상훈이었다.
김상훈은 토니 크로스의 패스를 끊어내자마자 전방으로 달리는 델레 알리를 향해 길게 패스를 뿌렸다.
뻐엉-!
델레 알리는 공을 잡은 뒤, 곧바로 슈팅을 때렸지만, 나바스의 선방으로 골을 넣는 것에는 실패했다.
아쉽게 기회를 놓쳤지만,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거 미쳤는데요?”
- 아으! 화살표 개사기잖아!
방금 전, 토니 크로스의 패스를 끊어낼 때 김상훈은 최근에 얻은 스킬의 도움을 받았다.
[예리한 볼 커팅]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볼 커팅 능력이 상승합니다. 상대의 패스 방향이 화살표로 보이게 됩니다.
상대의 패스 방향을 알려주는 스킬.
실제로 김상훈의 눈에는 토니 크로스가 패스를 하는 순간, 붉은 화살표가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본 순간, 김상훈은 화살표의 방향으로 다급하게 슬라이딩을 한 것이다.
- 아 이건 진짜 너무한다.
“에이~! 그래도 방향을 알아도 실제로 패스를 끊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요.”
- 배가 불렀네. 어? 배가 부르셨어.
“……저 집중할게요.”
위기를 넘긴 레알 마드리드는 계속해서 토트넘을 몰아붙였다.
뎀벨레와 에릭센, 알리로 이뤄진 토트넘의 미드필더진은 리그 내에서는 아주 강력한 조합이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이스코, 카세미루, 모드리치, 크로스로 이뤄진 조합에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휘익-! 휙!
루카 모드리치는 세계 최고의 탈압박을 가진 선수답게, 무사 뎀벨레의 압박을 몇 번의 볼터치로 가볍게 벗어났다.
더불어 그는 물 흐르듯 부드럽게 몸을 회전하며 트리피어의 압박마저 벗어났다.
이윽고 모든 압박에서 벗어난 모드리치는 토트넘의 오프사이드트랩을 뚫고 들어가는 벤제마를 향해 짧은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다.
타앗-!
벤제마는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그 패스를 받아냈다.
공을 잡은 벤제마는 곧바로 그에게 달려드는 요리스를 보며 왼쪽 공간으로 가볍게 공을 찼다.
툭-!
그리고 그 빈 공간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달려오고 있었다.
철렁-!
스코어를 2대 1로 만드는 호날두의 추가골이었다.
***
- 괜찮냐?
이찬수가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김상훈에게 질문했다.
“……·괜히 레알이 아니네요.”
- 쟤네가 너를 제대로 분석해온 것 같다.
“방법이 없을까요?”
- 일단, 압박이 너한테 치우쳐져 있는 걸 노리는 것이 정석인데…… 미드필더들이 밀려버리니까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상훈은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굉장히 당황하고 있었다.
오늘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김상훈이 공을 잡기만하면 기본적으로 2명이 달라붙었다.
압박은 당연히 강했고, 그들은 영리하기까지 했다.
김상훈이 오른발잡이라는 것을 알고, 철저하게 오른발로 공을 컨트롤하지 못하게 방해했다.
그 결과, 김상훈은 공을 오래 소유하지 못했고 탈압박을 하는 것 역시 힘겨워했다.
당연히 슈팅을 할 각은 조금도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김상훈은 어쩔 수 없이 전반전 내내 동료에게 공을 받으면 원터치패스로 다른 동료에게 연결을 해주는 플레이를 했다.
여기까지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었다.
다만, 그 순간에 다른 팀들과 레알 마드리드의 차이점이 나왔다.
두 명이 김상훈에게 붙었을 때, 다른 동료들이 받는 압박은 헐거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했는데, 그럼에도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드는 토트넘에게 밀리지 않았다.
두 명이 김상훈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원싸움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김상훈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결국 토트넘은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한 채, 전반전을 마무리지어야 했다.
- 중원싸움에서 너무 격차가 심해. 너한테 두 명이 붙었는데도 오히려 중원싸움에서 밀리고 있잖아.
“강하긴 강하네요.”
라커룸에 들어온 델레 알리, 손홍민,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은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들 역시 모든 상황을 알기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의자에 앉아있던 김상훈이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크게 박수를 치며 외쳤다.
“자, 자! 친구들!”
갑작스러운 소란에 토트넘 선수들이 고개를 들어 김상훈을 바라봤다.
“분위기가 왜 이래? 우리 토트넘이야. 최근 연승을 하고 있는 팀이라고. 비록 전반전이 조금 안 풀리기는 했지만, 스코어는 겨우 2대 1이야. 즉, 얼마든지 역전할 수 있는 점수대라는 거지. 내가 공격수 포지션에 어색해서 아직 골을 넣지 못했지만, 곧 환상적인 골을 넣을 거니까 다들 기운 좀 내라고!”
팀의 분위기를 띄우려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의 말에 평소 말수가 적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입을 열었다.
“후반전에 택배 하나 줄 테니까, 잘 받을 준비나 해둬. 그리고 킴, 너는 작게 좀 말해. 머리 아프니까.”
“하하하하! 내가 방송을 하던 사람이라 목소리가 좀 커. 알잖아? 하여튼, 후반전에는 레알을 박살내버리자고.”
에릭센과 김상훈의 말에 라커룸 안에 있던 동료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김상훈, 그로 인해서 토트넘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김상훈은 가진 무기들을 전부 꺼냈다.
[뛰어난 의지가 발동됩니다. 집중력이 강해집니다.]
[힐링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4만큼 회복됩니다.]
[강철 체력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10분간 소모되지 않습니다.]
그런 김상훈을 향해 이찬수가 질문했다.
- 스킬들을 벌써 쓴다고?
“예.”
- 왜? 상대를 좀 더 파악하고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좀 전에 라커룸에서 한 말이 있잖아요. 제가 한 말은 지켜야죠.”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을 때, 모든 무기를 꺼내서 전력을 다하는 것.
그것은 김상훈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동료들을 향해 자신 있게 했던, 후반전에는 환상적인 골을 넣을 것이라는 말.
그 말을 지키고 싶었으니까.
팀에게 승리를 가져다주고 싶었으니까.
스스로 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 김상훈이 달리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뭐, 뭐야?!”
레알 마드리드의 이스코는 당혹감을 표출했다.
토트넘의 김상훈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패스를 할 때마다 슬라이딩으로 볼 커팅을 시도했다.
이미 전반전을 뛴 선수라고 하기에는 믿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물론 그들은 알지 못했다.
김상훈의 활발한 움직임이 단 10분간만 유지된다는 것을.
다만, 계속해서 볼 커팅을 시도하던 김상훈이 결국 마르셀로의 패스를 끊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공을 낚아챈 김상훈은 전방으로 뛰어들어가는 선수들을 확인했다.
하지만, 토트넘 선수들은 김상훈이 마르셀로의 패스를 중간에서 끊어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때문에 전방으로 쇄도하고 있던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오히려 빙그레 웃었다.
동시에 목이 터져라 외치며 다리를 휘둘렀다.
“정확한 슈팅!”
47m라는 아주 먼 거리에서 때리는 슈팅이만, 김상훈은 자신이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원하는 곳으로 공을 찰 수 있는 정확한 슈팅 스킬을 사용했고.
[오늘의 첫 슈팅입니다. 캐논 슈터 스킬이 발동됩니다.]
캐논 슈터 스킬까지 발동되었으니까.
게다가.
얼마 전에 얻은 유연한 몸 스킬로 인해서 슈팅력 또한 더욱 강력해졌으니까.
자신감에 찬 김상훈이 때려낸 공은 폭발적인 속도로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공이 휘어지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
다만, 무식할 정도로 우직한 직선으로 골대의 오른쪽 구석을 향해 쏘아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