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59화 (59/200)

59화 본머스 그리고 스완지 시티

삐익-! 삑!

토트넘과 본머스.

그 치열했던 경기가 드디어 끝이 났다.

전반전부터 실점을 하며 힘든 경기를 했던 토트넘은 후반에 김상훈, 케인, 손홍민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고, 그 결과 3대 2로 역전승을 거뒀다.

오늘 경기에서 2골을 넣은 김상훈이 라커룸으로 들어가며 뒷목을 주물렀다.

- 왜 그러냐?

“어우~ 목이 뻐근하네요.”

- 아까 오버헤드킥하고 떨어질 때 잘못 떨어졌지? 그니까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요.”

- 에라이 관종새꺄! 너 그러다가 진짜 훅 간다. 어디서 실전에서 연습도 안 한 걸 하고 있어? 그거 뭐냐, 5경기 부상방지! 그거 없었으면 너 백 프로 부상이었어. 알아?

“죄송합니다. 앞으로 오버헤드킥 같은 건 연습 좀 하고 할게요.”

- ······그래.

“근데 역시 제 걱정해주는 건 이찬수 선수밖에 없네요.”

- 개소리하지 말고,

“감동입니다.”

- 하지 말라고 했다.

“옙!”

집에 도착한 김상훈은 가볍게 홈트레이닝을 한 뒤,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했다.

[환상적인 골을 2번 넣었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패스 성공 횟수 42회 - 보상으로 42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12920p입니다.]

현재 가진 포인트는 12920이었고, 이 포인트로 할 수 있는 것은 제법 많았다.

- 박스 까려고?

“예. 그 전에 일단 능력치부터 확인해봐야겠네요.”

말을 마친 김상훈이 곧바로 상태 창을 띄웠다.

[김상훈]

- 키 : 180cm

- 주발 : 오른발

- 체력 : 82

- 민첩 : 86

- 패스 : 82

- 슈팅 : 90

- 개인기 : 84

- 헤딩 : 81

- 드리블 : 83

- 피지컬 : 82

- 몸싸움 : 83

- 매력 : 71

- 잠재력 : 93

- 스킬 : 정확한 슈팅(H), 무사 뎀벨레의 탈압박(G), 이찬수의 퍼스트터치(L), 캐논 슈터(G), 훌륭한 트래핑(J), 주닝요의 프리킥(L), 강철 체력(G), 언어 마스터(H), 강인한 신체(G), 뛰어난 의지(G), 이찬수의 도발(J)

(세부능력치를 볼 수 있습니다.)

능력치를 본 김상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 능력치 진짜 안 오르네요. 훈련은 진짜 열심히 하는데·····.”

-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네가 그 꼴이네. 네 처음 능력치를 생각해라. 지금은 죄다 80대잖아. 게다가 슈팅은 90이고.

“문제는 80대부터 능력치가 너무 안 오른다는 거죠. 어느 순간부터 능력치를 올려주는 양피지도 잘 안 나오고 있고요.”

- 애초에 잘 나오지 않는 아이템이었을 수도 있지.

“그런가······?”

- 내가 볼 때는 넌 이미 운이 충분히 좋아.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나 봐요.”

- 그래서 뭐 사려고? 지금 12000포인트 있으니까 젤 싼 걸로 12개?

“오늘은 그냥 비싼 거 사려고요.”

김상훈은 이미 뭘 살지 생각을 해놓은 상태였다.

[옐로우 박스 1개, 레드 박스 2개를 구매하시겠습니까?]

“오케이~! 구매한다. 레드 박스 먼저 오픈해줘.”

박스가 돌아가는 것을 본 김상훈의 자세가 경건해졌다.

많은 박스들을 구매해보면서 그것에 익숙해졌다지만, 항상 긴장이 됐다.

뾰로로롱-!

이제는 저렴하게 느껴지는 2000포인트를 소모해서 구입한 레드 박스 2개.

그곳에서 나온 것은 별로 기대를 하지 않던 김상훈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들이었다.

[유연한 몸(G)]

[준수한 드리블(S)]

“오! 이건 또 뭐지?”

- 아니 무슨 젤 싼 박스에서 골드 등급이 나오냐고!

“흐흐! 근데 이름만 봤을 땐 준수한 드리블이 더 좋아 보이네요.”

- 아오! 빨리 확인해봐. 궁금하니까.

“예. 시스템, 유연한 몸 정보 좀 띄워줘.”

김상훈이 말을 마치자마자 시스템이 ‘유연한 몸’스킬에 대한 정보를 띄웠다.

[유연한 몸]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몸이 굉장히 유연해집니다.

그때, 스킬 정보를 본 이찬수가 질문했다.

- 유연해졌냐?

“잠시만요.”

이찬수의 말에 대답한 김상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읏~ 차!”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김상훈이 허리를 접고, 양팔을 발가락을 향해 쭈욱-뻗었다.

“오오!”

- 왜? 왜 그래?

“이거 뭐야?!”

- 왜 그러냐니까?

“근육이 전혀 안 땡겨요!”

실제로 지금 김상훈은 쭈욱 뻗은 손으로 발가락을 넘어 땅바닥에 손바닥을 붙인 상태였음에도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 근데 그 정도는 운동선수라면 원래 되는 거 아니야? 다른 것도 좀 해봐.

“잠시만요.”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김상훈이 다리를 양쪽으로 찢었다.

역시나 아무런 저항감 없이 다리가 일자로 쭉-찢어졌다.

그리고 지금, 김상훈은 티비에서나 보던 동작들을 무리 없이 펼쳐 보이고 있었다.

- 헐?! 무슨 요가 강사도 아니고······.

“요거 진짜 신기하네요. 이게 어떻게 되지?”

- 근데 이제 징그러우니까 요가 좀 그만하고 다른 스킬 정보나 보여주는 게 어때?

“······아 예. 시스템, 준수한 드리블 정보 좀 보여줘.”

[준수한 드리블]

- 등급 : 실버(Silver)

- 효과 : 드리블 능력이 상승합니다.

- 흠····· 드리블 능력이 얼마나 상승한다는 거야?

“설명이 좀 부실한 느낌이 있네요. 이건 써보기 전까지는 모를 거 같은데······.”

- 실버 등급이라 별로 기대는 안 되겠다?

“모르죠 뭐. 등급에 비해 좋게 느껴지는 스킬들도 있으니까요.”

- 예를 들면 캐논 슈터 같이?

“예. 맞아요.”

- 그럼 스킬 나온 김에 써보러 가야지?

“당연하신 말씀! 가시죠.”

- 아 맞다! 그럼 옐로우 박스는?

“그건 갔다 와서 까죠 뭐.”

***

2018년 3월 17일 토요일.

잉글랜드 FA컵에서 토트넘 홋스퍼와 스완지 시티가 맞붙는 날이다.

경기 시작 전, 스완지 팬들의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스완지의 홈구장인 리버티 스타디움(Liberty Stadium)에서 경기가 열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더 익숙하고 편한 곳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은 굉장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오늘 경기를 치르는 스완지 선수들 역시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토트넘의 분위기 역시 나쁘지 않았다.

특히 선수들의 분위기는 스완지 시티에 비교해도 조금도 쳐지지 않았다.

3월 12일에 열렸던 본머스 전 이후로 5일간 경기가 없었다는 것.

충분한 휴식기간으로 체력적으로 조금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토트넘 선수들의 사기를 높여줬다.

양 팀 모두 컨디션이 아주 좋은 상황에서 펼쳐지는 잉글랜드 FA컵 8강.

이긴 팀이 4강에 오르게 되는 중요한 경기에서 양 팀 감독들의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쉽군.”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토트넘의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가벼운 부상으로 오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를 아쉽게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다는 것.

때문에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 없이 경기를 펼쳐야함에도 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백 프로의 전력으로 상대와 붙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그렇게 오늘 스완지와 경기를 하게 된 토트넘은 라멜라, 손홍민, 김상훈, 에릭센, 다이어, 시소코, 데이비스, 베르통언, 산체스, 트리피어, 포름이 선발로 출전했다.

다만 경기장 위에 선 선수들을 본 토트넘 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쏘니가 톱으로 나온 거야?”

“······그러네? 쏘니는 톱으로는 좋은 모습을 못 보여줬던 것 같은데.”

“일단 쏘니가 톱으로 나온 건 알겠어. 어찌됐건 그는 좋은 공격수니까. 근데 킴은 왜 저기에 있는 거야?”

“······그건 나도 지금 궁금해서 미치겠어.”

토트넘의 팬들이 유독 이상하게 보는 이유는 간단했다.

최근 중앙 미드필더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상훈이 중앙이 아닌, 4-3-3포메이션의 오른쪽 공격수로 나왔기 때문이다.

- 공격수라······ 괜찮겠냐?

“익숙하진 않은데, 아예 경험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서울 유나이티드에 있을 때에도 가끔 이 자리에서 뛰었던 적이 있으니까요.”

- 실전은 아예 다른 거 알지? 그리고 상대는 K리그 팀이 아닌, 스완지 시티야.

“예. 압니다. 그래도 이 자리가 좋은 점도 있잖아요?”

- 그건 맞지. 아무래도 중앙에서 뛸 때보다는 압박을 덜 받을 테니까.

“제 생각도 같습니다.”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평소에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던 김상훈에게 오른쪽 공격수 자리는 익숙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상대 선수들의 압박에 조금은 자유로워진다는 장점도 있었다.

때문에 김상훈은 오늘 포지션에 대해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더 좋았다.

실실 웃으며 좋아하는 김상훈에게 이찬수가 질문했다.

- 근데 왜 그렇게 실실 웃는 거야?

“아무래도 슈팅 각이 자주 나올 것 같아서요. 잘하면 많은 골을 넣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어요.”

- 아직 경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크힠큭!”

- 아 또 저렇게 웃네. 어우~! 소름 돋아.

낄낄 웃어대던 김상훈이 발목을 돌리며 심판이 경기 시작을 알리기를 기다렸다.

동시에 조금 전, 그라운드에 올라오기 전에 인사를 나눴던 남자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근데 기상용 선수, 실물로 보니까 너무 멋있네요. 걍 연예인인 줄 알았어요.”

- 상용이가 훤칠하긴 하지. 성격도 좋고 축구도 잘하고.

“기상용 선수 기량은 어떤 수준이에요?”

- 잘해. 상용이는 가진 실력에 비해서 굉장히 저평가 돼있는 선수야.

“에릭센이 고전할 수도 있겠네요.”

- 상용이 몸 상태가 좋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기대되네요.”

- 상대팀인데?

“같은 한국인이잖아요. 상대팀이지만 잘했으면 좋겠어요.”

- ·······심판 휘슬 분다. 집중해.

“예!”

삐익-!

심판의 휘슬 소리와 함께 토트넘과 스완지 시티의 경기가 시작됐다.

양 팀 모두 FA컵 8강에 오른 강팀이었기 때문일까?

그라운드 위에 선 선수들에게서 뿜어지는 기세가 대단했다.

양 팀 선수들은 기세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강하게 맞부딪쳤다.

퍼억-!

패스할 공간을 보며 공을 조금 끌던 에릭센에게 강하게 몸을 부딪친 기상용이 심판을 보며 양손을 위로 들었다.

심판은 그런 기상용에게 주의를 줬고, 토트넘의 프리킥을 선언했다.

중앙 라인 근처에서 선언된 프리킥.

프리킥을 차기 위해 서 있는 선수는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김상훈이었다.

“킴, 직접 슈팅 할 거야?”

“농담이지? 너무 멀잖아.”

“하하!”

에릭센의 농담섞인 질문에 김상훈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중앙라인을 조금 넘은 위치에서 차는 프리킥이었고, 아무리 주닝요의 프리킥 능력이 있는 김상훈이라고 해도 여기서 직접 슈팅을 때릴 자신은 없었으니까.

다만, 김상훈에게는 다른 생각이 있었다.

“에릭센.”

“응?”

“나 믿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믿어볼 수는 있지.”

“오케이, 그럼······.”

두 선수가 이야기를 마친 뒤, 프리킥을 차기 위해 선 선수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었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프리킥을 차라는 신호였다.

동시에 에릭센이 스완지 시티의 골문을 바라보며 공을 찼다.

다만, 그 파워가 아주 약했고, 방향이 달랐다.

낮게 깔린 에릭센의 공이 데굴데굴 굴러간 곳은 김상훈이 서 있는 쪽이었다.

골대와의 거리가 50m로 아주 먼 거리에서.

김상훈은 그에게 굴러오는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정확한 슈팅.”

- 미친!

그리고 그의 발이 공에 닿는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정확한 슈팅이 발동됩니다. 체력이 13만큼 소모됩니다.]

[캐논 슈터가 발동됩니다. 슈팅 파워가 강해집니다.]

동시에 공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퍼엉-!

이윽고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이 맹렬한 기세로 스완지 시티의 진형으로 쏘아져나갔다.

쒜에에엑!

“이런 미친! 뭐야?!”

빠르게 쏘아지는 공을 본 스완지의 골키퍼 노르드펠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공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미리 몸을 움직여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슈팅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너무나도 지저분하게 계속해서 흔들렸고, 속도도 미친 듯이 빨랐다.

그럼에도 무조건 막아야하는 슈팅이었기에 노르드펠트가 이를 악물었다.

“······막는다!”

다리에 힘을 준 채, 공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이미 공이 날아오는 방향을 미리 알고 몸을 날린 것이기에 노르드펠트는 김상훈의 슈팅을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비록 공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현란했지만, 그는 스스로를 믿었다.

휘이익-!

자신감만큼이나 노르드펠트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팔만 뻗으면 막을 것 같은 느낌에 그의 입가에 미소가 깃들었다.

그런데 그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 생겨버렸다.

“뭐?!”

전설적인 골키퍼인 야신조차 막기 어려운 곳이라는 골대의 모서리 끝 공간.

김상훈이 때린 슈팅은 야신 사각지대라고 불리는 그곳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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