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58화 (58/200)

58화 본머스

2018년 3월 12일.

프리미어리그에서 본머스와의 경기를 펼치는 토트넘은 평소와는 다른 스쿼드를 꾸려나왔다.

토트넘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김상훈,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홍민 등이 벤치에 앉은 채, 경기가 시작됐다.

다만 경기의 분위기를 잡아올 수 있고, 체력이 좋은 델레 알리는 선발로 출전했다.

루카스 모우라, 요렌테 등 평소 선발 출전을 잘 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오늘은 선발로 출전했다.

당연하게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이유 없이 이런 스쿼드를 꾸린 것이 아니었다.

주전 선수들을 쉬게 해주어 며칠 뒤에 있을 FA컵에 전력을 다하는 것.

그게 바로 포체티노 감독의 생각이었다.

다만 에릭센, 김상훈, 케인이 없는 토트넘의 전력은 눈에 띄게 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팀에서 가장 패스를 잘하는 에릭센과 김상훈이 빠진 토트넘은 공격전개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상대의 진영을 흔들어야 하는 루카스 모우라의 공격도 본머스의 수비들에게 계속해서 차단됐다.

결국 본머스에게 고전하던 토트넘은 골까지 먹히며 전반전을 마무리지었다.

1대0으로 지고 있는 상황.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해주려던 포체티노 감독의 이마에 주름이 생겼다.

“어쩔 수 없나.”

경기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억지로 밀고 나갈 수는 없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이대로 질 수는 없으니······.”

FA컵도 중요하지만, 리그에서 승점을 챙기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한 일이다.

특히나 10위 바깥에 있는 본머스에게는 승점을 따놔야 앞으로 있을 경기에서도 부담을 덜 수가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포체티노 감독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선수교체를 지시했다.

토트넘은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3명의 선수를 한꺼번에 교체했다.

요렌테를 빼고 해리 케인을, 시소코를 빼고 손홍민을 넣었다.

그리고 완야마를 빼고 김상훈을 투입했다.

교체 투입되기 전, 해리 케인이 손홍민과 김상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쏘니, 킴. 이기러 가자.”

그런 해리 케인의 말에 손홍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김상훈은 케인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케인, 후반전에 투입되는 거니까 깔끔하게 한 골씩만 넣자고?”

“왜 당연한 소리를 하고 그래?”

“여윽시! 우리 케인은 참 듬직하단 말이야.”

“소름 돋는 말은 그만해줬으면 좋겠어.”

“크흐흐힛!”

“그렇게 웃는 것도 좀·····.”

“와~! 나 서운해지려한다? 홍민아! 케인이 자꾸 나를 밀쳐내는데?”

“아니! 그걸 왜 쏘니한테 이르는 거야?”

케인과 장난을 치는 김상훈이 손홍민을 불렀다.

그 모습을 보던 손홍민은 웃기만 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는 않았다.

저렇게 두 사람이 장난을 치는 것은 매우 자주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환한 미소를 짓던 손홍민은 두 남자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골 못 넣은 사람이 밥 사는 겁니다!”

***

본머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전술 또한 완전히 달라졌다.

모든 것이 김상훈, 해리 케인, 손홍민이 투입됨과 동시에 이뤄졌다.

적당한 점유율을 지키며 경기를 운영하던 본머스 선수들이 대놓고 1골을 지키는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우우우-!

관중들의 입에서 야유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머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새로 투입된 토트넘 선수들은 최근 EPL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었고, 본머스는 승리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툭-! 투욱-!

미드필더들까지 수비를 하고 있는 본머스를 상대로 김상훈이 공을 몰고 천천히 전진했다.

중앙 미드필드 자리에 선 김상훈은 공을 오래 끌지 않고, 주변에 있는 동료들과 짧은 패스를 하면서 기회를 엿봤다.

그때, 김상훈의 시야에 전방으로 침투하는 손홍민이 보였다.

촘촘한 수비 사이로 패스를 밀어 넣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김상훈에게는 사비 에르난데스의 패스가 있었다.

[사비 에르난데스의 패스(L)]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스페인의 사비 에르난데스, 그의 패스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김상훈은 조금의 틈을 바라봤다.

이윽고 그 틈을 향해 패스를 뿌렸다.

공간을 보고, 패스를 하는 그의 움직임은 찰나에 불과했다.

타앙-!

총을 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이 본머스 수비진의 공간을 파고들었다.

“막아! 개인마크 놓치지 마! 정신 차려!”

본머스의 골키퍼 베고비치가 동료들을 향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다.

지금 이 순간,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그의 표정에 전부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김상훈이 뿌린 패스는 이미 손홍민의 발 앞에 도착한 상태.

손홍민은 가끔 퍼스트 터치 실수를 하지만, 지금만큼은 완벽하게 공을 잡아냈다.

그를 막는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상황.

오로지 골키퍼만을 앞에 둔 상황에서 손홍민은 겁을 먹는 선수가 아니다.

그는 공을 오른쪽으로 살짝 차서 각을 만든 뒤, 골대 오른쪽 구석을 향해 슈팅을 때렸다.

퍼엉-!

날카롭게 휘어 들어간 슈팅은 몸을 날리며 팔을 뻗는 베고비치에게 닿지 않았다.

출렁-!

멋진 패스에 의한 환상적인 감아차기 골.

모든 선수들이 수비를 하는 본머스를 상대로 토트넘이 동점골을 넣었다.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계속해서 확인하던 김상훈이 델레 알리가 넘겨준 공을 해리 케인에게 뿌렸다.

퍼억-!

본머스의 수비수 나단 아케가 해리 케인에게 몸을 부딪치며 강한 압박을 가했지만, 케인은 그 압박을 버텨내며 후방 사이드에 있던 데니 로즈에게 패스했다.

틱-!

데니 로즈는 그에게 온 공을 잡아내지 못하고 실수를 저질렀다.

공은 그의 발을 맞고 라인을 넘어갔다.

“아······.”

아쉬운 마음에 인상을 찌푸린 데니 로즈가 마음을 다잡고 수비를 하기 위해 수비 진형으로 빠르게 복귀했다.

드로잉을 얻어낸 본머스는 이윽고 공을 돌리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공을 잡은 본머스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오로지 수비만을 했던 본머스가 공격적인 움직임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본머스 역시 승리를 원하는 팀이었으니까.

승리를 하려면 골을 넣어야 했으니까.

툭-! 투욱-!

본머스의 패스 속도가 빨라졌다.

선수들 역시 이를 악물고 뛰기 시작했다.

툭-!

본머스의 고슬링이 왼쪽 사이드로 뛰는 스타니슬라스를 향해 패스를 찔렀다.

스타니슬라스는 그의 앞을 막아선 오리에를 상대로 공을 돌리는 선택이 아닌, 과감한 돌파를 시도했다.

툭-! 투다닷!

화려한 드리블 기술을 쓰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속도를 올리며 치고 나가는 스타니슬라스의 돌파를 오리에가 놓쳐버렸다.

스타니슬라스는 크로스를 올리지 않고 토트넘의 골대 근처까지 깊숙이 침투했다.

조금 더 완벽한 기회를 만들 생각이었다.

토트넘의 다빈손 산체스가 다급하게 스타니슬라스를 막으러 달려왔지만, 스타니슬라스는 그에게 달려오는 산체스를 힐끗 본 뒤에 곧바로 윌슨을 향해 낮은 패스를 뿌렸다.

파앙-!

낮고 빠르게 넘어온 공을 향해 본머스의 스트라이커 윌슨이 발을 가져다댔다.

“안 돼!”

얀 베르통언이 태클을 하면서까지 윌슨의 슈팅을 막아내려 해봤지만, 공은 이미 골망을 흔들었다.

철렁-!

본머스가 단숨에 추가골을 넣으며 2대 1이 되어버린 상황.

그 상황에서 김상훈이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진 스킬들까지 총동원했다.

[힐링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5만큼 회복됩니다.]

[강철 체력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10분간 체력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들은 김상훈이 곧바로 슈팅을 때렸다.

“정확한 슈팅.”

부드러운 턴으로 본머스의 고슬링을 제쳐낸 뒤에 때린 슈팅이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슈팅에 깜짝 놀란 베고비치가 몸을 날렸다.

하지만 김상훈의 슈팅은 그의 반응보다 빨랐다.

몸을 날려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몸을 날렸을 때, 김상훈의 슈팅은 이미 골대 안에 꽂혀버렸다.

그야말로 엄청난 중거리슛이었다.

그 미친 슈팅을 본 관중들이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지, 지금 이거······ 골이야?”

“헐······.”

“공이 거의 보이지도 않았는데······나만 그런 거야?”

“나도 제대로 못 봤어. 그냥 슈팅을 때렸다는 건 보였는데, 공이 너무 빨라서 거의 안 보였어.”

“어떻게 저런 슈팅을 때리지? 저게 가능한 거야?”

“원래 김상훈의 슈팅능력은 세계 최고수준이잖아.”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슈팅.

그런 슈팅으로 골을 넣은 김상훈은 관중들을 향해 다가갔다.

이윽고 그는 특유의 커다란 목청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

양 팔을 풍차처럼 돌리며 소리를 질러대는 김상훈.

지금 이 순간 관중들은 그런 김상훈을 따라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상한 언어를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다.

촤라라라라라! 촤아! 츄아아아아!

그런 관중들을 바라보던 김상훈이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 관중들 진짜 착하다. 어떻게 저 이상한 짓을 받아줄 수가 있지?

“제 세레머니가 어때서요? 다 매력이 있으니까 관중 분들이 따라 해주시는 거겠죠.”

- 상훈아 근데 그 캐논 슈터 스킬은 진짜 양심이 없는 스킬 같으니까 그냥 삭제해버리자.

“예? 왜요?”

- 왜요는 무슨 왜요야?! 솔직히 방금 그 슈팅이 말이 되는 슈팅이냐? 무슨 파워가······!

이찬수의 말을 듣던 김상훈이 강한 슈팅을 때릴 수 있게 만들어준 스킬의 정보를 바라봤다.

[캐논 슈터]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하루에 한 번, 강한 슈팅을 할 수 있습니다. 캐논 슈터는 첫 슈팅을 할 때,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캐논 슈터 스킬 정보를 보던 김상훈이 최근에 얻은 스킬 하나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찬수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 너 표정이 왜 그러냐?

“예? 제 표정이 왜요?”

- 캐논 슈터 스킬 쳐다볼 때랑 지금이랑 너무 다른데? 지금은 왜 그렇게 띠꺼운 표정이냐? 엉?

“와~ 또 생사람 잡으시네. 제가 언제 띠꺼운 표정을 지었다고.”

- 아니 개쩌는 스킬을 얻었는데 왜 안 써? 도대체 언제 쓸 건데?

“개쩌는 스킬이 아닌 것 같아서 문제죠······.”

말을 마친 김상훈이 최근에 오렌지 박스를 까서 얻은 스킬을 바라봤다.

[이찬수의 도발]

- 등급 : 조커(Joker)

- 효과 : 대한민국의 이찬수, 그의 도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을 사용 시, 상대 선수는 확정적으로 약이 오르게 됩니다.(경기장 내부에서만 사용가능합니다.)

“도대체 이게 왜 조커등급이야?”

스킬을 바라보던 김상훈이 투덜댔다.

그러자 이찬수가 곧바로 반응했다.

- 뭔 개소리야? 내가 현역 때 상대 선수 도발해서 퇴장시킨 게 몇 번인데! 내 도발정도면 당연히 조커등급은 받아야지!

“······많은 선수들이 고통 받긴 했죠.”

- 고통이라니?! 원래 선수는 필드 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써서 이겨야 되는 거라고.

“휴······ 이걸 썼을 때, 후환이 무섭네요.”

- 설마 주먹이라도 휘두르겠어?

“예. 실제로 이찬수 선수는 상대 선수를 도발하다가 싸운 적이 엄청 많잖아요.”

- ······.

김상훈의 말 그대로였다.

현역시절 이찬수는 각종 화려한 도발로 상대 선수를 화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많은 싸움에 휘말렸다.

때문에 이찬수를 상대하는 감독들은 선수들에게 항상 도발에 당하지 말라는 말을 해야 했다.

- 얼른 써보라니까?

“다음에 쓸게요. 다음에.”

- 언제 쓸 건데?

“진짜 급할 때 쓸게요.”

다음에 쓴다는 말과 함께 스킬 정보 창을 끈 김상훈이 다시금 위협적인 패스를 뿌리며 본머스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본머스 선수들은 어떻게든 김상훈을 막으려 했지만, 꾸준한 압박을 넣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전반전이 아닌 후반전이었다.

지금같이 체력적으로 지쳐가는 상황에서는 김상훈에게 가하는 압박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었다.

툭-!

김상훈은 손홍민이 넘겨준 공을 해리 케인에게 패스했다.

본머스의 미드필더 루이스 쿡은 그런 김상훈을 최대한 방해하기 위해 계속해서 주변을 맴돌았다.

하지만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에게 몸싸움을 할 수는 없었고, 김상훈은 그 점을 노렸다.

지친 루이스 쿡이 공을 받으려는 김상훈에게 달려들었다.

김상훈은 슈팅하는 척을 한 뒤, 몸을 돌려서 루이스 쿡의 압박을 벗어났다.

모든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김상훈이 할 수 있는 플레이는 아주 많았다.

동료들에게 패스를 뿌려도 되고, 슈팅을 때려도 되는 상황이었다.

‘케인이 오프사이드 트랩을 깰 준비를 하고 있지만, 패스 각이 잘 안 나와. 손홍민의 위치는 조금 애매하고······.’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김상훈은 선택을 마쳤다.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슈팅이었다.

“정확한 슈팅.”

퍼엉-!

김상훈이 때린 슈팅이 여지없이 골대의 상단 구석으로 쏘아져나갔다.

아주 높은 확률로 골이 되는 슈팅.

하지만 김상훈의 슈팅은 골대를 맞았다.

텅-!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훈련 때는 가끔 생기는 일이었다.

다만 골대를 맞은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패널티 에어리어 바깥으로 튕겨져 나왔다.

공중에 뜬 채, 날아가는 공.

그 공을 향해 김상훈이 다시 한 번 달리기 시작했다.

“순간 가속!”

달리는 김상훈의 속도가 빨라졌다. 빠르게 달리던 김상훈이 다리에 힘을 모았다.

동시에 날아오는 공을 향해 점프했다.

공중에 뜬 김상훈이 몸을 거꾸로 돌렸다.

이윽고 그는 완전히 허공에 뜬 상태로 다리를 휘둘렀다.

“정확한 슈팅!”

뻐엉-!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오버헤드킥.

위에서 밑으로 내려 찍히는 그 공은 골대 하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철렁-!

본머스의 골키퍼 베고비치는 석상처럼 뻣뻣하게 굳은 채,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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