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57화 (57/200)

57화 애매한(?) 스킬

뻐어엉-!

김상훈은 남아있던 모든 힘을 쥐어짜내서 공을 때려냈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유벤투스의 진형으로 날아갔다.

쒸이이익-!

“아······.”

“제발······!”

“안······돼!”

양 팀 선수들의 생각이 극명하게 갈렸다.

토트넘 선수들은 김상훈이 차낸 공이 아주, 아주 멀리 날아가 버려서 심판이 경기를 끝냈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유벤투스 선수들은 어떻게든 저 공을 가져와서 마지막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또 하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저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그 일어나기 힘든 일이 진짜 일어나버렸다.

슈우웅-!

빠르지 않은 속도지만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쭉쭉 뻗어나간 공이 어느 순간부터 천천히 힘을 잃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텅. 터엉-!

잔디 위에 떨어진 공이 데구르르-굴렀다.

다만, 방향은 조금도 틀어지지 않았다.

정확히 골대 안으로 굴러 들어간 공.

그 공을 바라보던 토트넘 선수들, 팬들, 관계자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우와아아악-!

추가시간이 거의 다 끝나간 시점에 4:2 스코어가 되었다는 것.

그건 사실상 더 이상 기회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골을 넣은 김상훈은 그라운드의 정중앙에 서 있었다.

팀원들이 골을 축하하기도 전에, 김상훈은 이미 이곳으로 와 있던 상태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골을 넣을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그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남아있었으니까.

멋진 골에 걸맞은 세레머니를 하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그라운드의 정 가운데에 선 김상훈은 새가 날개를 펼치듯 양 팔을 길게 펼쳤다.

더불어 그는 고개를 위로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더 이상 움직임은 없었다.

찰칵! 찰칵! 찰칵!

그 요상한 세레머니에 카메라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 지랄을 한다. 지랄을!

“······.”

- 야! 상훈아! 너 지금 혹시 네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만약에 그런 거라면 나니까 솔직하게 말해주는 건데, 지금 너 진짜 멋없어. 엉? 멋없다니까?

“······.”

- 어우~! 주접은 진짜 있는 대로 다 떤다. 누가 보면 네가 호날두나 메시, 이찬수인 줄 알겠어. 세레머니만 보면 아주 그냥 세계 최고의 선수야.

“······크흠.”

이찬수의 공격을 잘 버텨내던 김상훈이 결국 헛기침과 함께 슬쩍 팔을 내렸다. 하늘을 바라보며 치켜세웠던 고개도 다시 내렸다.

“거 참, 사람 민망하게 만드는 건 아주 도가 트셨다니까. 귀신이 아니라 도사라고 해도 믿겠어요.”

- 말하는 싸가지 봐라. 그 주둥이 한 번만 걷어차게 해주면 안 되겠냐?

“귀신이라 못 차잖아요.”

- 빙의했을 때, 자해해도 되냐?

“그러면 다시는 빙의 안 할 거예요. 그리고 자해요? 푸흡! 이찬수 선수가 제 몸에요? 푸흐흡! 저를 얼마나 아끼시는지 다 아는데······.”

- 지랄하지 마. 존나 착각하고 있네. 그리고 그렇게 쪼개지 마.

“푸흐흡······!”

- 쪼개지 말라고.

“쪼개지 말라는 게 뭐예요? 푸흐흡!”

- 웃지 말라는 거잖아! 너 이 새끼, 알면서 또 나 놀리는 거지?

“아~ 진작 말씀해주시지. 진짜 몰랐어요.”

- 몰랐다니까 한 번만 넘어간다?

“······푸훗!”

- 미친 새끼야!

삐익-! 삑-!

김상훈의 세레머니를 끝으로 주심이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양 팀 스코어 4대 2.

챔피언스리그의 8강에 진출한 팀은 토트넘이었다.

***

세계 최고들만 모이고, 그 중에서도 최고의 팀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최고의 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는 그런 곳이다.

그런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에 진출한 토트넘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팬들은 훈련장까지 찾아와서 선수들을 보기 위해 진을 쳤고,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구매했다.

대한민국 역시 김상훈이라는 남자 때문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많은 기사들이 올라오는 건 당연했고, 뉴스에도 활약상이 올라왔다.

사실상 토트넘의 에이스가 되어버린 김상훈.

그의 유벤투스전 활약이 미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김상훈의 해트트릭으로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유벤투스를 상대로 3골 넣은 김상훈, 그의 골 비결은?]

[공격수보다 많은 골을 넣는 미드필더, 김상훈은 왜 공격수로 나서지 않을까?]

[김상훈 3골, 손홍민 1골. 챔피언스리그를 지배한 두 명의 한국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김상훈은 감독에게 믿음을 주는 선수.”]

[크리스티안 에릭센, “훈련을 할 때, 김상훈이 골을 넣지 못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는 괴물 같은 선수.”]

[델레 알리, “김상훈은 엄청난 선수, 하지만 그는 오늘의 위닝을 더 잘한다.”]

“하하! 알리 이 새키, 왜 이렇게 웃기지?”

기사를 읽던 김상훈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보던 이서연이 방긋 웃으며 질문했다.

“선수들이랑 많이 친해지셨나 봐요?”

“아, 예. 홍민이가 도와줘서 금방 친해지게 됐어요. 몇 명 빼고는 다들 좋은 사람들이더라고요.”

“호오~ 그래요? 좋지 않은 선수들이 누군지 물어보면 알려주실 거예요?”

“아뇨. 비밀이에요.”

“······치.”

“그나저나 서연 씨, 우리 오늘 뭐 먹으러 가는 거예요?”

“비밀이에요.”

“······예?”

3월 8일에 열린 유벤투스 전이 끝나고,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들에게 하루 휴가를 줬다.

다음 경기가 3월 12일에 잡혀 있어서 조금 여유가 있기도 했고,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한 선수들에게 주는 보상이기도 했다.

꿀맛 같은 휴가를 얻게 된 김상훈은 지금 에이전트인 이서연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중이다.

김상훈은 런던에서 이서연과 함께 밥을 자주 먹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두 사람 모두 맛있는 음식을 찾아먹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

그 이유 때문에 두 사람은 금방 친해져서 이제는 쉬는 날만 되면 런던에 있는 맛집들을 찾아다녔다.

“여기에요.”

“오! 한식당이에요?”

“네. 맞아요.”

이서연이 김상훈을 데리고 온 곳은 런던에 위치한 한식당이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식당에 들어온 김상훈이 자리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는 벌써부터 기대감이 가득한 상태였다.

실로 오랜만에 먹게 되는 한식이기도 했고, 식당 내부에서 맛집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기 때문이기도 했다.

잠시 후, 김상훈의 눈이 커졌다.

“우와! 이게 다 밑반찬이에요?”

“네. 장난 아니죠? 아마 맛을 보시면 더 놀라실 거예요.”

“오······ 그럼 기대 좀 할게요.”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 많은 종류의 밑반찬이 나오기 시작했다.

숙주나물, 참나물, 시금치나물, 양념게장, 겉절이, 묵사발, 계란말이 등 전부 김상훈이 좋아하는 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쫘악-깔렸다.

“여기 있는 반찬들만으로도 한 공기 뚝딱이겠는데요?”

“당연하죠. 바로 가시죠!”

이서연의 대답과 함께 두 사람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척-!

김상훈은 젓가락으로 양념게장을 잡은 뒤, 입안에 넣었다.

콰득-!

한 입 베어물자마자 달콤한 게살과 매콤한 양념이 쭈우욱-터져 나왔다.

“······흐흐!”

먹자마자 웃음이 흘러나왔다.

오랜만에 먹는 양념게장이었고, 그 맛이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다.

달그락-! 달그락-!

잠시 후, 밥 한 공기를 모두 비운 김상훈과 이서연은 동시에 밥을 추가했다.

그리고.

식당의 직원이 대망의 메인메뉴를 들고 나왔다.

“우오오옷! 서연 씨, 이건?!”

“헤헤. 맛있겠죠?”

“미, 미쳤는데요?”

두 사람의 비주얼부터가 미친 음식이 나와 버렸다.

메인 메뉴는 바로 소갈비 찜과 닭볶음탕!

음식을 바라보던 두 사람은 이제는 호흡까지 거칠어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극적인 냄새가 코를 강하게 찔렀고,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서 침이 질질 흘렀을 정도로 맛있어보였으니까.

“그, 그럼 먹을게요?”

“네, 제대로 달려보죠!”

달려보자는 이서연의 말과 동시에 김상훈이 갈빗대 하나를 손으로 집었다.

이윽고 커다란 왕갈비를 향해 입을 가져다댔다.

탐스러운 갈빗살을 한 움큼 베어 물 생각이었다.

슈룩-!

“······!”

베어 물 필요도 없었다.

잘 쪄진 갈비는 마치 두부처럼 김상훈의 입속으로 스스륵-들어와 버렸다.

“진짜 미쳤다······.”

- 아 시바! 이래서 사람들이 먹방을 보는 건가? 먹고 싶어 뒤지겠는데, 이상하게 자꾸 너 새끼를 보고 있게 되네.

그런 이찬수의 말도 무시한 채, 김상훈은 계속해서 음식에 집중했다.

***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온 김상훈은 미뤄두었던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빨래, 청소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보상 메시지 확인이었다.

[소속팀이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랐습니다. 보상으로 오렌지 박스가 지급됩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셨습니다. 보상으로 2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골을 3번 넣었습니다. 보상으로 1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멋진 패스를 5번 성공시켰습니다. 보상으로 25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패스 성공 횟수 93회 - 보상으로 93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기록한 골 수 3골 - 보상으로 3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6180p입니다.]

“······쩝. 지금 가진 포인트로는 레드박스 밖에 못 까겠네요.”

- 깔려고?

“아뇨, 걍 아껴뒀다가 다음에 쓰려고요. 그나마 오렌지 박스가 나왔으니까 오늘은 이거 까는 걸로 만족해야겠어요.”

- 오렌지 박스 존나 구리잖아. 걍 버리자. 박스 버릴 수 있지?

“싫은데요. 혹시 좋은 게 뜰지도 모르는데 버리긴 왜 버려요.”

- 까비.

“전혀 안 까비요.”

- 요즘 들어 말대꾸 횟수가 늘은 거 같다?

“요즘 들어 꼰대력이 더 상승하신 거 같네요?”

- 이런 씹!

“자! 박스 오픈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 왜 말 돌리냐? 엉?

[오렌지 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예압! 가즈아아앗!”

[오렌지 박스를 오픈합니다.]

촤라라락!

김상훈은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박스를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미 많은 박스를 까본 경험이 있었음에도 박스를 깔 때는 항상 긴장이 됐다.

그에게는 좋은 기억을 안겨준 적이 거의 없는 주황색 박스였음에도, 김상훈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가잣! 가잣! 가즈아앗!”

- 편하게 좀 보면 안 되냐? 어차피 구린 거 뜰 텐데.

이윽고 속도가 줄어들던 오렌지 박스가 제자리에 멈춰 섰다.

조금씩 투명해지는 박스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자, 그 안에 꽁꽁 숨어있던 보상이 튀어나왔다.

퍼엉-!

“엑?!”

- 응······?!

심드렁한 얼굴로 박스를 바라보던 이찬수의 표정이 괴상하게 변했다.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표정이었다.

“이, 이게 뭐야!”

- 이런 미친! 이건 또 뭐야?! 근데 너 반응이 왜 그러냐? 어?

“딱 봐도 구린 스킬이잖아요! 쓸데없이 등급은 왜 이렇게 높은 거야?”

- 와! 이 새끼가 사람, 아니, 귀신 열 받게 하네? 이 스킬이 어때서?!

“진짜 양심이 1도 없으시네요.”

- 안 닥쳐?!

잔뜩 실망한 김상훈과 잔뜩 흥분한 얼굴로 길길이 날뛰고 있는 이찬수.

그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주 애매한 스킬이 떠 버렸기 때문.

두 남자의 눈앞에 있는 스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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