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56화 (56/200)

56화 유벤투스(3)

- 그거 밸런스 패치 안 한다냐?

“왜요?”

- 뭐? 왜요오~? 상훈아, 너는 양심이라는 게 없어? 무슨 때리는 슈팅마다 족족 골대 안으로 꽂히질 않나, 10분간 무한으로 그 짓거리를 할 수 있지 않나······.

“······그래도 슈팅을 때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상대 미드필더들이랑 수비들이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고요.”

- 그건 당연한 거고, 근데 일단 때리기만 하면 정확도가 99%는 되잖아?

“······크흠!”

강철 체력 스킬을 사용한 뒤, 김상훈은 계속해서 슈팅을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상대는 유벤투스였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팀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그들은 효율적인 수비로 김상훈에게 슈팅할 각을 쉽게 주지 않았다.

때문에 김상훈은 스킬을 사용했음에도 더 이상 추가 골을 넣지 못하고 있었다.

탓-!

공을 잡은 김상훈이 주위를 둘러보며 조금씩 전진했다.

그의 시야에 보이는 선수들은 언제든 공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리 케인.’

함께 훈련을 하면서 봐온 해리 케인은 정말 대단한 선수였다.

이제는 그가 공을 잡으면 저절로 기대감이 생길 정도였다.

슈팅의 타이밍도 아주 빨랐고, 골 결정력도 굉장히 뛰어난 선수.

때문에 김상훈은 많은 선수들 중, 그에게 패스를 할 생각이었다.

툭-!

가볍게 찍어 찬 김상훈의 패스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뚝 떨어졌다.

완벽한 패스였다.

이제 남은 것은 해리 케인의 슈팅뿐이었다.

“합!”

짧은 기합과 함께 반 박자 빠른 슈팅을 가져간 케인.

골키퍼가 막기 힘든 훌륭한 슈팅이었다.

하지만 그 슈팅을 잔루이지 부폰은 막아냈다.

터엉-!

물론 그 역시 케인의 강력한 슈팅을 잡아내지는 못하고 간신히 쳐냈을 뿐이다.

그때, 에릭 라멜라와 유벤투스의 베나티아가 흘러나온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라멜라는 골을 넣기 위해서, 베나티아는 그것을 막기 위해서 달렸다.

다만 공을 향해 더욱 빠르게 도착한 선수는 베나티아였다.

뻐엉-!

베나티아가 급히 걷어낸 공은 토트넘의 트리피어에게로 향했다.

“더 전진해!”

크게 외친 트리피어는 길게 롱패스를 뿌릴 것처럼 모션을 취한 뒤, 실제로는 전방에 있는 김상훈에게 패스했다.

탓-!

부드러운 퍼스트 터치로 공을 잡은 김상훈이 몸을 돌렸다.

동시에 김상훈에게 강한 태클이 들어왔다.

빠악-!

“악!”

태클을 당한 김상훈이 다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발목을 잡고 얼굴을 찌푸린 김상훈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처럼 보였다.

심판은 곧바로 달려와서 태클을 한 선수를 불렀다.

“아니 이게 왜요! 저는 공만 건드렸어요! 얘 연기라고요! 야! 일어나서 말 좀 해봐.”

태클을 한 키엘리니는 김상훈을 향해 거칠게 소리를 질렀다.

그런 키엘리니를 향해 심판은 무표정한 얼굴로 옐로우 카드를 내밀었다.

“아오! 진짜! 공만 건드렸다니까요!”

키엘리니가 계속해서 억울함을 호소할 때, 바닥을 뒹구는 김상훈을 바라보던 이찬수가 질문했다.

- 야, 괜찮냐?

“아이고~ 나 죽네!”

- 야, 야! 괜찮냐고!

“······카드.”

- 응? 뭐라고?

“쟤 레드카드 받았냐고요.”

- 아니, 옐로우 카드 받았어.

“아으······! 그럼 일어나야겠네요.”

말을 마친 김상훈이 자리에서 벌떡-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이찬수의 눈이 커졌다.

- 너, 너! 혹시 연기였냐?

“당연한 거 아니에요? 키엘리니 쟤 공만 건드렸어요.”

- 아니 너······! 연기도 배운 적 있어? 미친! 왜 이렇게 리얼해? 난 또 어디 하나 부러진 줄 알았는데······.

“저 인터넷 방송하던 사람이잖아요. 거기서도 제일 잘 나가는 사람이었구요. 시청자들 재밌게 해주려면 이 정도 연기는 기본이에요.”

- 와······ 진심 소름 돋았어.

***

유베투스의 알레그리 감독은 3:1로 지고 있는 경기를 뒤집기 위해 방안을 모색했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선수 교체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었다.

후반 60분, 알레그리 감독은 옐로우 카드를 받은 마투이디와 베나티아를 빼고 아사모아와 리히슈타이너를 투입시켰다.

새로 투입된 아사모아는 뛰어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토트넘 선수들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중앙 수비수인 리히슈타이너는 베나티아를 대신해서 유벤투스의 수비진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퍼억-!

아사모아와 부딪힌 김상훈이 최대한 중심을 낮췄다.

그러지 않으면 나가떨어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으······.”

간신히 중심을 잡으며 공을 지킨 김상훈이 에릭센을 향해 패스했다.

공을 잡은 에릭센이 그에게 달려온 케디라를 멋진 턴으로 제쳐낸 뒤, 케인을 향해 패스했다.

해리 케인은 키엘리니를 등진 채,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공을 받아냈다.

팡-!

케인은 사이드로 달려 들어가는 트리피어의 앞쪽 공간으로 패스했다.

곧바로 크로스를 올릴 수도, 돌파를 시도할 수도 있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패스였다.

트리피어는 망설임 없이 크로스를 올렸다. 그 사이 해리 케인은 탑클래스 공격수답게 이미 중앙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부웅-!

케인이 높게 점프했다.

하지만 유벤투스의 수비수, 리히슈타이너가 케인보다 한 발 앞서 공을 걷어냈다.

툭-!

리히슈타이너가 머리로 걷어낸 공을 퍄니치가 잡아냈다.

퍄니치는 곧바로 왼쪽에 있는 아사모아를 향해 공을 보냈다.

탓-!

아사모아는 곧바로 그의 앞에 있는 더글라스 코스타에게 공을 패스했다.

더글라스 코스타는 월드클래스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유벤투스의 윙어로 세계 탑급 스피드를 지닌 선수였다.

드리블 돌파 능력 역시 훌륭한 그는 굳은 의지를 갖고 토트넘의 진형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전반전에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했던 그는 모든 것을 만회하겠다는 마음으로 드리블을 했다.

그를 막으러 가장 먼저 달려온 선수는 뎀벨레였다.

뎀벨레는 어깨를 집어넣으며 더글라스 코스타의 중심을 흔들기 위해 움직임을 가져갔지만, 더글라스 코스타는 낮게 중심을 잡은 채, 계속해서 공을 치고 달렸다.

마치 야생마와 같은 빠른 드리블이었다.

뎀벨레가 뚫리자, 토트넘 수비진에 혼란이 왔다.

애초에 역습을 당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토트넘 진영에는 선수가 많지 않은 상황.

그런 상황에서 무서운 속도로 치고 들어오는 코스타를 막는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트리피어가 그런 더글라스 코스타에게 거칠게 달라붙었지만, 코스타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트리피어마저 제쳐낸 그는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근육으로 가득한 그의 다리에 공이 맞는 순간, 커다란 소리가 터져 나왔다.

뻐엉-!

더글라스 코스타의 발을 떠난 공이 이과인의 앞쪽 공간과 골키퍼인 요리스의 사이로 깔려 들어왔다.

그 공을 향해 이과인은 가볍게 발을 뻗었다.

토트넘의 요리스 역시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선수였지만, 바로 앞에서 때리는 슈팅을 막아내는 것은 그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툭-! 철렁-!

“······.”

곤살로 이과인은 골을 넣었음에도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승리 밖에 없었고, 지금 유벤투스는 골을 넣었음에도 3:2로 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뻐하는 건 이기고 나서 해도 늦지 않았다.

“어우······ 진짜 빡세네요.”

- 다르긴 하지?

“예, 진짜 압박이 너무 거칠어서 숨이 턱턱 막혀요.”

- 그걸 이겨내야 실력이 늘 거라는 건 알지?

“예. 압니다.”

말을 마친 김상훈은 최근에 얻은 스킬을 사용했다.

[힐링을 사용하셨습니다.]

[체력이 3만큼 회복되었습니다.]

- 크하핫! 오늘은 운이 별로 안 따르는 거 같다?

“······그러네요.”

랜덤으로 1에서 10까지 체력이 회복되는 힐링 스킬을 사용한 결과, 겨우 3만큼 회복됐을 뿐이다.

당연하게도 김상훈의 얼굴에 실망스러운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김상훈은 실실 웃으며 동료들에게 수준 높은 패스를 뿌려대기 시작했다.

3:2로 팽팽한 접전을 펼치는 양 팀은 후반 80분이 넘어가자, 전반전에 비해 크게 지친 모습을 보였다.

움직임이 느려졌고, 반응속도 역시 둔해졌다.

체력적으로 멀쩡한 선수는 후반전에 들어온 몇몇 선수들뿐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들에게 최대한 공을 지키는 플레이로 수비적인 부분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반대로 유벤투스의 알레그리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조건 골을 넣으라는, 공격에 힘을 실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때문에 양 팀의 컨셉은 극명하게 갈렸다.

토트넘은 해리 케인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중앙선을 넘지 않으며 역습만을 노렸고, 유벤투스는 모든 선수들이 라인을 올려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정신 차려! 힘들어도 더 뛰어!”

“선수 놓치지 말라니까!”

“트리피어! 뚫리지 마!”

유벤투스의 총공세에 토트넘 선수들은 잔뜩 긴장한 채로 수비에 집중했다.

텅-!

디발라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겼고, 튕겨 나온 공을 재차 이과인이 슈팅을 때렸다.

퍼억-!

요리스가 몸을 날려 공을 쳐냈고, 얀 베르통언이 다급하게 공을 걷어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걷어낸 공은 다시 한 번 유벤투스의 선수에게 넘어갔다.

퍄니치.

유벤투스의 중앙 미드필더인 그의 발을 떠난 공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토트넘의 골대 오른쪽으로 휘어 들어갔다.

요리스가 몸을 일으켰지만,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한 상황.

때문에 요리스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골대 안으로 휘어 들어가는 공을 바라봤다.

하지만.

텅-!

“아자~찻!”

운 좋게 근처에 있던 김상훈이 높이 점프해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머리로 걷어냈다.

삐익-!

당연하게도 심판은 유벤투스의 코너킥을 선언했다.

후반 91분.

추가시간마저 얼마 남지 않은 시각.

유벤투스에게는 마지막 기회일 확률이 아주 높은 코너킥.

수비수와 골키퍼, 모든 선수들을 가리지 않고 유벤투스의 선수들이 골을 넣기 위해 몰려들었다.

물론 이렇게 모든 선수가 공격을 나온다는 것은 역습에 매우 취약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어떻게든 골을 넣지 않으면 챔피언스 리그 8강이 물 건너가는 것이었으니까.

이탈리아 최강 팀인 유벤투스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였으니까.

“후우······.”

코너킥을 차기 위해 코너킥 라인에 선 유벤투스의 퍄니치는 계속해서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심호흡을 해도 떨리는 가슴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무거운 중압감에 힘들어하던 퍄니치가 이윽고 눈을 빛냈다.

승리에 대한 열망이 모든 중압감들을 이겨낸 것이다.

“제발·····! 아무나 넣어줘!”

간절한 마음과 함께 퍄니치는 최대한 유벤투스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을 겨냥하며 공을 찼다.

뻐엉!

퍄니치의 발을 떠난 공은 빠른 속도로 많은 선수들이 몰려있는 토트넘의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향했다.

그 공을 향해 모든 선수들이 점프했다.

코너킥을 차는 선수를 제외한 21명의 선수가 동시에 점프를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 중에서 공에 머리를 맞춘 것은 키엘리니였다.

하지만 그 역시 정확한 헤딩을 하지는 못했다.

얀 베르통언의 방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투욱-!

땅에 떨어진 공.

그 공을 향해 가까이 있던 모든 선수들이 달려들었다.

“잡아!”

“걷어내!”

잔디 위에 뒹구는 둥근 공.

그 공에게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서 있던 남자는 곧바로 다리를 휘둘렀다.

조금의 고민도 없었다.

온 힘을 다해 공을 차냈다.

유벤투스 선수들과 토트넘 선수들, 심지어 모든 관중들까지도 이 남자가 급하게 공을 걷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두 명의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두르는 남자와 반투명한 몸을 가진 남자.

그들만큼은 이것이 골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확한 슈팅!”

토트넘의 골대 근처에서 김상훈이 반대편에 있는 유벤투스의 골대를 향해 슈팅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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