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55화 (55/200)

55화 유벤투스(2)

잔루이지 부폰이 쳐낸 공, 그 공과 가장 가까이 있던 선수는 유벤투스의 파울로 디발라였다.

유벤투스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 중 하나인 그는 델 피에로의 계보를 잇는 팀의 판타지스타로 평가받는 선수였다.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왼발을 가진 그는 당연하게도 어느 팀에게나 위협적인 선수였다.

만약 그에게 공이 간다면 토트넘은 단숨에 위험한 역습을 당할 수 있는 상황.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김상훈은 순간 가속 스킬까지 사용하며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투다다다!

디발라가 전속력으로 공을 향해 뛰어왔지만, 순간적으로 엄청난 스피드를 낸 김상훈은 그런 디발라보다도 빠르게 공을 향해 다가갈 수 있었다.

“정확한 슈팅.”

김상훈은 공을 잡아두지 않았다.

조금의 시간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망설임 없이 흐르는 공을 향해 그대로 슈팅을 때렸다.

뻐엉-!

그의 발을 떠난 공은 유벤투스의 수호신이 제대로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반대편 골대 상단 구석으로 꽂혀버렸다.

철렁-!

“으아아아아!”

환상적인 골을 넣은 김상훈이 카메라들이 밀집된 곳을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김상훈은 양팔을 뒤로 쫘악-펼친 뒤, 무릎으로 슬라이딩을 하며 카메라의 앞에 다가갔다.

동시에 요들송을 하듯 혀를 굴리며 외쳤다.

“촤르르르르~ 촤!”

정체를 알 수 없는 요들송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촤를레아~ 촤를리아~ 촤루르리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찬수가 스스로의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고개를 홱-돌렸다.

- 으, 으악! 내 눈!

이후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은 김상훈은 손홍민의 셀레브레이션까지 마치고 나서야 흥분을 가라앉혔다.

- 그렇게 좋냐?

“챔피언스 리그에서, 그것도 유벤투스 상대로 골을 넣었잖아요. 진짜 미칠 것 같아요! 어우~! 너무 짜릿하네요!”

잔뜩 흥분한 김상훈은 얼굴까지 붉어져 있었다.

그런 김상훈에게 이찬수가 무거운 어조로 질문했다.

- 그래서, 경기 끝났어?

“예?”

- 흥분 가라앉혀. 네가 아마추어야? 이제 겨우 한 골 넣고 왜 그래? 이제 전반 5분 지났어. 인마.

그런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이 곧바로 스스로의 뺨을 후려 갈겼다.

짜악!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이찬수가 김상훈을 쳐다봤다.

- 미, 미친놈아 왜 그래······?!

“······후우! 이제 정신이 좀 차려지네요.”

- 아니 그렇다고 왜 뺨을 때려?

“기분이 너무 업 돼서 이렇게라도 안하면 계속 붕-떠있을 거 같아서요. 그리고······.”

- 그리고 뭐?

“어차피 5경기 부상 방지 효과 때문에 부상당할 일도 없으니까요. 제 얼굴 어때요? 빨개지지도 않았죠?”

- 그, 그래. 멀쩡하긴 하네.

“하여튼 감사합니다. 이찬수 선수 덕분에 정신 차렸어요.”

김상훈의 말 그대로였다.

그의 얼굴은 말을 마치자마자 언제 붉어졌었냐는 듯, 창백할 정도로 하얗게 변해있었다.

눈빛 역시 차갑게 변했다.

다만 입은 웃고 있었다.

- 알지?

“예.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 존나 오글거리는 말이지만, 그게 맞아.

“정신 차렸으니까 다시 한 번 가볼게요.”

- 그래.

흥분을 가라앉힌 김상훈이 다시금 유벤투스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

골을 먹힌 유벤투스는 전보다 더 패스의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패스의 횟수 역시 급격하게 늘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토트넘과 마찬가지로 유벤투스 역시 오늘 경기는 절대로 패배해서는 안 되는 경기였으니까.

무려 챔피언스 리그 8강을 앞둔 경기였으니까.

‘여기서 발목을 잡힐 수는 없어.’

유벤투스의 감독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는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었다.

그의 목표는 8강 따위가 아니었다. 그 정도의 목표는 유벤투스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무조건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마음을 다잡은 알레그리 감독이 그라운드 위를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미친 듯한 패싱 능력으로 동료들을 이끌고 있는 선수가 보였다.

‘김상훈, 저 녀석을 어떻게든 막아야 할 텐데······.’

알레그리 감독의 주름이 깊어졌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김상훈을 막으라는 주문을 하는 것 뿐.

이미 지시는 끝낸 뒤였다.

그에게는 이제 그의 선수들을 믿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알레그리 감독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런!”

김상훈이 가볍게 찍어 올린 패스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들어간 델레 알리에게 연결이 됐기 때문.

“안 돼!”

델레 알리는 슈팅을 때리는 척을 하며 달려오는 해리 케인을 향해 낮은 크로스를 보냈다.

빠르게 쇄도한 해리 케인이 다리를 휘둘렀다.

알레그리 감독이 머리를 감싸 쥐려 할 때, 키엘리니가 슬라이딩 태클로 간신히 케인의 슈팅을 막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정말 미치겠구만!”

알레그리 감독은 혼란스러웠다.

방금은 간신히 위기를 넘겼지만, 토트넘은 언제 골을 넣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유벤투스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최근 토트넘의 기세가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붙어본 토트넘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특히 김상훈은 그의 생각을 한참이나 뛰어넘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저런 선수가 있었다니.”

지금 이 순간, 알레그리 감독은 아쉬워하고 있었다.

김상훈에게 더욱 좋은 제안을 하지 않았던 것을.

그를 영입하지 못했던 것을.

사실 유벤투스 역시 김상훈을 노렸던 많은 팀 중 하나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리그에서 59골 19어시스트를 한 선수에게 영입제안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알레그리 감독은 짙은 아쉬움이 가득 담긴 눈으로 김상훈을 바라봤다.

***

토트넘은 김상훈, 알리, 케인, 에릭센, 손홍민이라는 5명의 선수들로 인해 빠르고 위협적인 공격을 이어갔다.

계속해서 유벤투스의 골문을 두드리던 토트넘에게 결국 전반 39분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툭-!

중앙 라인에서 공을 잡은 해리 케인이 전방에 있는 에릭센에게 패스를 했다.

탓-!

공을 잡은 에릭센이 곧바로 알리를 향해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찔렀다.

패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쇄도한 알리는 에릭센이 넘겨준 공을 향해 다이렉트로 슈팅을 때렸다.

파앙-!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때린 슈팅이었다.

하지만 부폰은 미친 반응 속도로 그 슈팅을 막아냈다.

그런 부폰이 몸을 일으킬 때, 오른쪽으로 튕겨나간 공을 잡은 선수가 슈팅을 때리고 있었다.

그 선수는 바로 손홍민이었다.

퍼엉-!

그가 때린 슈팅은 부폰이 반응하기도 전에 골망을 뒤흔들었다.

철렁-!

“우아아아아!”

손홍민의 멋진 골.

그로 인해 양 팀의 스코어는 2:0이 되었다.

2골이나 밀리는 유벤투스는 토트넘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패배라는 단어는 조금도 없다는 듯 유벤투스 선수들은 계속해서 기회를 노렸다.

투욱-!

유벤투스의 중앙미드필더 퍄니치가 마투이디를 향해 패스했다.

마투이디는 더글라스 코스타에게 공을 주려다 토트넘의 트리피어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턴을 한 뒤, 조금 먼 곳에 떨어진 케디라를 향해 길게 패스했다.

퍼엉-! 탓-!

안정적인 트래핑으로 공을 잡은 케디라가 오른쪽 사이드로 뛰고 있는 디발라의 앞쪽 공간으로 패스를 뿌렸다.

타다닷!

디발라는 빠른 속도로 공을 쫓았고, 결국 공을 잡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뚫는다.’

공을 잡은 디발라는 속도를 늦춘 뒤, 그의 앞에 선 토트넘의 데이비스를 바라봤다.

오른쪽으로 툭툭 공을 치며 움직이던 디발라는 단숨에 속도를 올려 다시 한 번 오른쪽으로 강하게 공을 치고 들어갔다.

그런 디발라를 데이비스가 뒤쫓았지만, 디발라는 이미 페널티 에어리어 안까지 침투한 상태였다.

빠르게 드리블을 하면서도 주변을 살피던 디발라는 달려오는 이과인을 향해 패스했다.

아주 빠르고 낮은 패스였다.

산체스가 이과인을 막기 위해 몸싸움을 했지만, 이과인은 이런 기회를 놓치는 선수가 아니었다.

퍼엉-!

이과인이 강하게 때린 슈팅에 요리스가 재빨리 반응했지만, 막아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전반 43분, 이과인의 골로 인해 유벤투스는 2:1로 토트넘을 빠르게 뒤쫓기 시작했다.

삐익-!

유벤투스의 골 이후, 양 팀 모두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한 채, 전반전이 끝이 났다.

후반전이 시작된 지금, 토트넘의 스쿼드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전반전 내내 집중 마크를 받았던 김상훈의 자리를 에릭센과 바꿔줬다.

이제는 에릭센이 4-3-3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에 섰고, 김상훈이 왼쪽 미드필더 자리에 서게 됐다.

더불어 전반전 동안 체력 소모가 컸던 손홍민을 빼고 에릭 라멜라를 교체투입했다.

공격력은 부족하지만 수비력이 좋은 라멜라를 넣음으로써 더 이상 골을 먹히지 않으려는 포체티노 감독의 의지였다.

꿀꺽! 꿀꺽-!

후반전이 시작되며 선수들이 공을 돌릴 때, 김상훈은 무언가를 삼키고 있었다.

“크~ 좋다!”

감탄을 내뱉는 김상훈의 손에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물약 하나가 들려 있었다.

[체력회복 물약]

- 등급 : 실버(S)

- 효과 : 섭취 시, 사용자의 체력이 20만큼 회복된다.

그것의 정체는 그동안 사용하지 않고 아껴뒀던 체력회복 물약이었다.

물약을 마시자마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체력회복 물약(S)을 마셨습니다. 체력이 20만큼 회복됩니다.]

김상훈은 물약을 먹자마자 무거워졌던 몸이 다시금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어우~ 이제 살겠다.”

전반전 내내 유벤투스 미드필더들에게 집중적인 마크를 받았기 때문일까?

그의 체력은 다른 경기를 할 때보다 훨씬 많이 소진되어 있는 상태였다.

“정말 징그럽게 달라붙네요.”

- 유벤투스 애들이 너를 많이 분석하긴 했나보다. 슈팅을 할 각을 아예 안 주네.

“예. 패스 길이 보여서 패스를 하려하면 파울로 자꾸만 끊어버리니까 뭘 할 수가 없네요.”

- 대신 쟤들은 옐로우 카드를 많이 받았잖아. 쟤들도 이젠 조심스러워질걸?

“그렇겠죠.”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유벤투스 선수들은 김상훈을 효과적으로 방어해냈지만, 그 대가로 심판에게 옐로우 카드를 받았다.

옐로우 카드를 받은 선수들만 벌써 3명이었다.

아직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한 선수는 없었지만, 전반전만큼 거친 파울을 남발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컸다.

당연하게도 김상훈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지옥을 보여줘야겠네요.”

김상훈이 기분 좋게 웃기 시작했다.

표정 역시 여유가 넘쳤다.

이유는 간단했다.

유벤투스에게 뼈아픈 패배를 만들어줄 자신이 있었으니까.

전반전과는 달리 느슨해진 압박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으니까.

생각을 마친 김상훈이 실실 웃으며 시스템을 호출했다.

“시스템, 강철 체력 스킬 사용할게.”

[강철 체력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10분간 체력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스킬 사용을 알리는 메시지들 본 김상훈이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의 모습은 인터넷 방송 BJ시절과 비슷했다.

“자~! 들어갑니다! 이제 제대로 들어갑니다!”

- 자꾸 들어가긴 뭘 들어간다는 거야?

“김상훈 선수의 여포 모드 들어갑니다~!”

- 허······! 제정신인가?

그런 이찬수의 핀잔에도 김상훈은 잔뜩 신이 나 있었다.

스킬이 지속되는 10분 동안은 그가 원하던 플레이를 할 수 있었으니까.

그 플레이는 체력이 소모되지 않는 상황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실실 웃으면서 뛰던 김상훈이 공을 가진 동료, 키어런 트리피어에게 소리를 질렀다.

“트리피어!”

그 모습을 본 트리피어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김상훈을 향해 패스했다.

투욱-!

김상훈은 굴러오는 공을 향해 곧바로 다리를 휘둘렀다.

그의 앞에 유벤투스 선수가 달려오고 있었지만, 김상훈은 멈추지 않았다.

“정확한 슈팅!”

뻐엉-!

그의 발을 떠난 공이 키엘리니의 몸에 맞고 튕겨져 나왔다.

그 공을 잡은 라멜라가 다시 한 번 김상훈에게 공을 넘겼다.

“땡큐!”

라멜라에게 소리친 김상훈은 다시 한 번 다이렉트 슈팅을 때렸다.

뻐엉-!

그의 발을 떠난 공이 다시금 골대로 향했다.

이번에는 유벤투스 수비들이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쒜에에엑!

빠른 속도로 쏘아져나간 공이 골대 하단 구석을 향했다.

잔루이지 부폰이 몸을 날렸지만, 김상훈의 슈팅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아주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텅-!

결국 부폰은 골대를 스치듯 맞은 공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허망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후반 49분에 터진 김상훈의 추가골이었다.

골을 넣은 김상훈이 그라운드 위에서 양팔을 벌리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선 여지없이 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촤라라랏! 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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