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초 강팀과의 경기를 위해
[현재 보유 포인트는 7920p입니다.]
보유 포인트를 알려주는 시스템 메시지에 김상훈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경기를 대비하려면 성장이 필요한 상황.
그런 상황이지만, 보유하고 있는 포인트가 너무 적었다.
- 완전 거진데?
“······아 이걸 어떻게 써야 할까요?”
- 나라면 그냥 오렌지 박스 하나랑 레드 박스 두 개 살 거 같은데?
“음······· 저는 그냥 레드 박스 7개에서 대박을 노려봐야겠어요.”
- 정~말 양심 없구나?
“······흠흠! 레드 박스에서도 괜찮은 게 잘 뜨잖아요.”
- 어떻게 1000포인트짜리에서 좋은 게 뜨길 바랄 수가 있지? 그냥 날강도 심보 아니야?
“꼭 그렇게 태클을 거셔야겠어요? 결국 제가 좋은 거 뜨면 이찬수 선수도 좋아하시잖아요.”
- ·······뭔 개소린지 나는 모르겠는데?
김상훈의 말에 이찬수가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런 이찬수를 내버려둔 채, 김상훈은 박스 구매 창을 바라봤다.
[레드 박스 ▷ 1,000포인트]
[오렌지 박스 ▷ 5,000포인트]
[옐로우 박스 ▷ 10,000포인트]
[그린 박스 ▷ 20,000포인트]
[블루 박스 ▷ 40,000포인트]
[네이비 박스 ▷ 80,000포인트]
[퍼플 박스 ▷ 160,000포인트]
“네이비 박스랑 퍼플 박스는 언제 구매할 수 있으려나·······.”
언젠가는 네이비 박스와 퍼플 박스를 구매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김상훈은 박스를 구매했다.
[레드 박스 7개를 구매하셨습니다.]
[남은 보유 포인트는 920p입니다.]
- 이야~ 920p 남았어? 부자네~?
어느새 다가온 이찬수가 시비를 걸었지만, 김상훈은 애써 무시했다.
신성한 박스 앞에서 부정이 타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스템, 박스 7개 한 번에 오픈할게.”
[레드 박스 7개를 동시에 오픈합니다.]
시스템의 메시지와 함께 붉은빛을 띠는 박스 7개가 동시에 제자리에서 회전을 시작했다.
뾰롱-! 뾰로롱-!
블루 박스나 그린 박스에 비해 초라하지만, 나름 화려한 이펙트와 효과음까지 뿜어냈다.
이윽고 빠르게 돌던 7개의 박스가 제자리에 멈춰서며 결과물을 뱉어냈다.
[뼈가 튼튼! 빼빼로(S)]
[포인트 박스(G)]
[연골 보호 드링크(B)]
[뼈가 튼튼! 빼빼로(S)]
[뼈가 튼튼! 빼빼로(S)]
[5경기 부상 방지(S)]
[회전 다트(J)]
“아······.”
그 결과를 본 김상훈이 긴 탄식을 내뱉었다.
대부분의 아이템이 그에게 익숙한 아이템이었고, 그다지 좋다고 느껴지지 않았던 아이템이었다.
흔히 말하는 대박 아이템이나 스킬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 이야~! 뼈 하나는 오지게 튼튼해지겠네?
“······.”
- 표정이 왜 그래? 좋은 거 아니야? 나는 되게 좋아 보이는데~? 저 빼빼로 다 먹으면 뼈가 거의 아다만티움이 될 거 같은데? 큭큭! 우와~ 그 정도면 그냥 네가 울버린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건 어때?
“······그만하시죠.”
- 빼빼로 몇 개 더 먹으면 손가락 사이에서 뾰족한 칼이라도 튀어나오는 거 아니야? 크캬캬컄!
“아오! 진짜!”
***
[뼈가 조금 단단해 집니다.]
[뼈가 조금 단단해 집니다.]
[뼈가 조금 단단해 집니다.]
“아······· 어떻게 뼈가 단단해졌다는데 체감이 하나도 안 느껴질 수가 있지?”
김상훈은 빼빼로를 연달아 3개나 먹었음에도 눈에 보이는 효과가 없자 실망했다.
- 산에 가서 팔꿈치로 소나무라도 후려쳐봐. 혹시 알아? 소나무가 쩍-하고 갈라질지?
“·······제가 무슨 옹박이에요? 무슨 소나무를······.”
-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인마.
“지금 심각하니까 장난 좀 치지 마세요.”
- 싫은데~?
혀를 내밀며 유치하게 놀리는 이찬수를 무시하며 김상훈은 앞에 있는 드링크의 뚜껑을 열며 정보를 확인했다.
[연골 보호 드링크]
- 등급 : 브론즈(B)
- 효과 : 드링크를 마시면 연골이 닳는 속도가 조금 느려집니다.
“젠장······! 진짜 뼈 하나는 참 튼튼해지겠네요.”
말과 동시에 김상훈은 드링크를 원샷했다.
꿀꺽! 꿀꺽!
[연골 보호 드링크를 마셨습니다. 연골이 닳는 속도가 조금 느려지게 됩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이찬수가 질문했다.
- 맛있냐?
“크······ 아니요, 너무 써요.”
- 원래 몸에 좋은 건 쓴 거야.
“가능하다면 이찬수 선수 입에 넣어드리고 싶네요.”
- 안타깝게도 나는 귀신이 되어버린 몸이라 먹질 못한단다.
“불쌍한 척하지 마세요. 안 통해요.”
- 싸가지 하고는.
“그 스승에 그 제자죠 뭐.”
- 아오! 아주 한 마디를 안 지네!
김상훈은 곧바로 포인트 박스도 오픈했다.
[포인트 박스를 오픈합니다.]
[42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한숨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낸 김상훈이 곧바로 회전 다트의 정보를 확인했다.
[회전 다트]
- 등급 : 조커(Joker)
- 효과 : 여러 보상이 적혀있는 원판을 향해 다트를 던지면 해당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 그래도 이건 괜찮을 수도 있겠는데? 등급도 높고.
“예, 그러네요. 조커 등급이니까 잘하면 좋은 거 뜰 수도 있겠네요.”
말을 마친 김상훈은 다트 판을 바라봤다.
10개 항목이 있었는데, 아주 좋아 보이는 스킬과 아이템도 있었고, 제발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항목도 있었다.
항목은 아래와 같았다.
[미친 드리블(J) 꽝 근육 만두(G) 부러지지 않는 코(G) 뛰어난 의지(G) / 체력회복 물약(S) 꽝 근육통 해결 파스(B) / 능력치 상승 양피지(B) / 꽝]
“오! 꽝이 너무 많긴 한데, 대체적으로 좋아 보이는 게 많네요.”
- 꽝이 뜰 것 같은 냄새가 벌써부터 풍겨온다.
“아으! 초 치지 좀 마세요. 이제 막 분위기 올려보려는데.”
많은 항목 중에서 김상훈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이름만 봐도 포스가 느껴지는 ‘미친 드리블’이었다.
무려 조커 등급이기 때문에 당연히 엄청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게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다.
꽝이 무려 3개나 됐기 때문에, 꽝만 피해가면 된다는 생각이 컸다.
[원판이 돌아갑니다.]
회리리리리릭-!
“후읍·····! 푸우우······!”
김상훈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손에 쥔 반투명한 다트를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원판을 향해 던졌다.
팔에 최대한 힘을 빼고, 오로지 운에 모든 걸 맡겼다.
뽀옥-!
날카로운 바늘이 원판에 꽂히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돌아가던 원판의 속도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슈스스스스스! 프스스스스!
속도가 줄어든 원판은 이제는 그 항목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까지 느려졌다.
이윽고 멈춰선 원판을 바라보던 김상훈의 표정이 애매하게 변했다.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이상한 표정이었다.
“어억?!”
- 억?!
[뛰어난 의지(G)를 보상으로 획득하셨습니다.]
“스읍······ 이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스템, 스킬 정보 좀 보여줘.”
[뛰어난 의지]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불리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갖게 됩니다.
애매한 효과였다.
강한 의지라는 것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전혀 파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 이게 좋은 건가?
“저도 모르겠어요.”
때문에 김상훈과 이찬수 역시 뛰어난 의지 스킬에 대해서 판단이 서질 않았다.
“에이 뭐, 경기 뛰어보면 알겠죠.”
***
야심한 시각임에도 런던의 한 공원에는 한 남자가 공을 차고 있었다.
툭-! 툭-! 툭-! 툭-!
남자는 발, 무릎, 정강이, 가슴, 어깨, 머리를 가리지 않고 신체 모든 부위를 이용해서 트래핑을 했다.
신기한 것은 신체 어떤 부위에 공이 닿아도 멀리 튕겨져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공이 몸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는 엄청난 트래핑을 보여주는 남자.
그는 어느 순간부터는 트래핑을 멈추고 골대를 향해 공을 차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텅-! 텅-! 텅-!
남자가 공을 찰 때마다, 어김없이 공이 골대를 강타했다. 빗나가는 경우는 10번 중 1번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프로선수들은 이렇게 정확한 킥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남자는 너무나 쉽게 골대를 맞춰댔다.
그리고 그런 뛰어난 킥 능력을 가진 남자가 지금 이 순간 한 남자의 지시에 따르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 킥 훈련은 여기까지만 하고, 드리블 훈련으로 넘어가자.
“예.”
- 평소처럼 나를 상대 선수라고 생각하고 돌파해봐.
늘 해오던 훈련이었지만, 김상훈은 이 시간만 되면 항상 긴장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앞에 서 있는 남자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이자 공격수였던 이찬수였으니까.
증명된 바는 없지만, 수비 능력도 세계적인 수준이었다고 주장하는 남자였으니까.
“갑니다.”
- 오냐.
김상훈은 그의 앞에 서 있는 이찬수를 향해 공을 몰고 천천히 다가갔다.
드리블을 하던 김상훈을 이찬수는 여유 넘치는 눈으로 바라봤다.
그런 이찬수에게 다가가던 김상훈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입안에 있던 침도 바짝 말라버렸다.
그만큼 긴장이 됐다.
‘······이 양반은 상대할 때마다 벽처럼 느껴지네.’
눈앞에 있는 이찬수가 너무나 커보였으니까.
장난스러운 얼굴로 서 있지만, 빈틈이 보이지가 않았으니까.
그의 앞에 서 있는 것만 해도 엄청난 중압감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도망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이찬수를 상대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실력 상승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툭-! 투욱-!
이찬수에 앞에 선 김상훈은 가볍게 헛다리를 친 다음, 오른쪽으로 몸의 중심을 이동했다.
보통 선수라면 김상훈의 무게 중심이 움직임과 동시에 반응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찬수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김상훈은 오른쪽으로 돌파를 할 것처럼 공을 살짝 건드렸다. 그제야 이찬수가 왼발을 뻗어서 막으려는 시늉을 했다.
그때, 김상훈은 오른 발로 공을 왼쪽으로 밀고 왼쪽 발로 공을 치고 나갔다. 오른쪽으로 치고 나갈 것처럼 훼이크를 넣은 뒤에 왼쪽으로 돌파를 시도하는 팬텀 드리블이었다.
하지만 이찬수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왼쪽으로 슬라이딩 태클을 했다.
휘이익-!
동시에 김상훈이 움직임을 멈췄다.
반투명한 몸이 김상훈의 몸을 스쳐지나갔지만, 그 역시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찬수가 귀신이 아닌 실제 선수였다면, 깔끔하게 공을 빼앗겼을 것이라는 것을.
자신이 이찬수의 수비에 막혀버렸다는 것을 말이다.
- 방금은 너무 이도저도 아닌 돌파였어. 내가 네 움직임에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한 번 더 오른쪽으로 공을 친 것은 너무 안일했어. 너에 대한 정보가 많은 수비나 실력이 뛰어난 수비들은 그런 움직임에 속지 않을 거야.
“······다시 갈게요.”
- 그래. 이번에는 좀 더 생각을 하고 들어와 봐.
“예.”
다시 공을 잡은 김상훈은 이번에는 화려하게 헛다리를 치며 이찬수에게 다가갔다. 그가 발을 뻗을 때까지 아주 가까이 다가갔다.
이찬수는 여전히 발을 뻗지 않고, 조금씩 몸을 뒤로 빼면서 김상훈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그때, 김상훈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말했다.
“순간 가속.”
동시에 왼쪽 방향으로 돌파를 시도했다. 이찬수가 빠르게 다리를 뻗었지만, 순간적으로 너무 빠른 속도로 돌파하는 김상훈을 놓쳐버렸다.
철렁-!
이찬수를 제친 김상훈이 골대를 향해 공을 차 넣었다.
- 스킬을 쓰는 게 어딨어?! 이 미친놈아!
“·······어떻게 알았어요?”
- 다 들렸어 인마!
“죄송합니다.”
- 다시 와!
“넵!”
이찬수의 스파르타 훈련을 마친 김상훈이 숨을 몰아쉬며 잔디 위에 드러누웠다.
“아~ 힘들다!”
그런 김상훈을 향해 이찬수가 질문했다.
- 다음 경기는 진짜 빡센 팀과 붙는데, 기분이 어때?
“솔직히 조금 긴장 되네요.”
- 오~ 네가 긴장을 한다고?
“예. 지금까지 붙었던 팀 중에서 가장 강한 팀이니까요.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그 말에 이찬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그래, 긴장이 될 만도 하겠다. 다른 팀도 아닌 유벤투스와의 경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