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허더즈필드(3)
빙의를 마친 두 남자 앞에는 최근에 얻은 따끈따끈한 신상 스킬의 정보가 떠 있었다.
[힐링]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스킬 사용 시 1~10까지 랜덤으로 체력이 회복됩니다.(한 경기당 1회 사용가능.)
‘10000포인트 주고 산 거 치고는 효과가 별로이긴 하지만, 그래도 운만 좋으면 체력을 꽤 회복할 수 있겠네요.’
“그럼 바로 쓴다?”
‘예.’
이찬수는 익숙하게 시스템을 호출해서 스킬 사용을 알렸다.
[힐링 스킬을 사용합니다.]
[띠링! 체력이 7만큼 회복됩니다. 현재 체력은 35입니다.]
“오!”
‘오! 괜찮네요.’
“흐하핫! 나도 운이 제법 좋은 편인가보네.”
하지만 체력을 7만큼 회복했음에도 남은 체력이 35에 불과했다.
절대로 여유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경기 시작 전, 피로누적으로 인해 체력이 깎인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했다는 것이 체력이 적게 남은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김상훈과 이찬수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차피 뛸 수 있는 시간은 10분에 불과했고, 강철 체력 스킬로 인해 10분간 체력소모가 없을 테니까.
때문에 두 남자는 체력에 대한 걱정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한 번 날뛰어 볼까?”
‘한 수 배우겠습니다.’
“오냐~!”
허더즈필드의 선수들과 팀의 감독인 데이비드 와그너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치열한 경기가 이어지던 도중, 진짜 황소개구리가 나타났다는 것을.
그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실력을 지닌 이찬수가 출격했다는 것을.
그 이찬수가 사기적인 스킬로 무장한 채, 그들을 발라버릴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
후반 51분, 공을 잡은 이찬수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드리블이 예사롭지 않았다. 공은 발에서 붙어 다니는 것처럼 보였고, 작은 움직임 하나에 상대의 심리를 흔드는 요소가 깃들어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런 이찬수를 막아서는 허더즈필드의 선수들은 허무하게 돌파를 허용한 뒤, 귀신이라도 들린 표정으로 이찬수를 바라봤다.
툭! 툭-!
“우아아아!”
“뭐야! 김상훈 진짜 뭐야?!”
“우어! 개쩐다!”
순식간에 펼쳐진 팬텀드리블에 관중들이 환호했다.
갑자기 경기력이 달라진 한 남자에 의해서 웸블리 스타디움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찬수는 한 명의 수비수가 막고 있는 사이드로 돌파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중앙라인에서부터 정면으로 돌파를 하고 있었다.
헛다리를 짚다가 순간 가속을 해서 또 한명의 선수를 제친 이찬수는 강한 피지컬을 지닌 대니 윌리엄스의 차징을 받았다.
투웅-!
웬만한 선수라면 곧바로 바닥을 뒹굴 정도로 강한 차징이었다.
윌리엄스는 애초에 파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찬수를 막기 위해 달려든 것이었다.
“뭐, 뭐야?!”
대니 윌리엄스의 표정이 변했다. 당황스러웠다.
온 힘을 실어서 밀쳐냈건만 조금도 밀리지 않는 이찬수를 보며 당황했다.
“김상훈이 몸싸움이 강하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그리고 무슨 갑자기 이렇게 바뀔 수가 있지?”
윌리엄스에게는 영락없는 김상훈으로 보이는 선수의 플레이가 아예 달라져버렸다.
엄밀히 말하면 스타일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스타일은 비슷했지만, 경기력이 달라졌다.
김상훈의 실력 자체가 갑자기 올라갔다는 느낌에 대니 윌리엄스와 허더즈필드 선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툭-!
윌리엄스의 차징을 버텨낸 이찬수는 델레 알리에게 공을 패스했다.
그 순간, 선생 이찬수는 제자 김상훈의 질문을 받고 있었다.
“어우~! 식겁했네. 하마터면 쪽팔리게 자빠질 뻔했어.”
‘방금 차징을 어떻게 버티신 거예요? 제 몸인데 저는 그렇게 못하겠던데?’
“어떻게 버텼을까?”
‘음······ 무게 중심을 낮춰서······?’
“반은 맞았어. 방금과 같은 경우에 나는 무게 중심을 최대한 낮춰서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들고, 녀석이 내게 부딪쳤을 때 본능적으로 녀석의 힘을 살짝 흘렸어.”
‘힘을 흘렸다고요? 무슨 메이웨더도 아니고 그게 된다고요?’
“그래. 새꺄! 된다고! 너도 말은 그렇게 해도 내 움직임을 보고 느꼈을 거 아니야.”
‘······.’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김상훈이 질문을 하긴 했지만, 정말 몰라서 질문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신기해서였다.
그 역시 빙의 상태에서 실제로 보고 몸으로 느껴지지만,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실전에서 해내는 이찬수가 너무나도 신기해서 한 질문이었다.
김상훈이 조용해지자 이찬수는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델레 알리의 무리한 돌파가 막히면서 허더즈필드의 역습이 진행됐다.
콩골로가 걷어낸 공을 반 라 파라가 받은 뒤, 빠른 스피드로 드리블을 치며 토트넘의 오른쪽 사이드를 휘저었다.
토트넘의 오른쪽을 수비하고 있는 선수인 오리에는 그런 반 라 파라의 드리블을 막아내려 했지만, 가속도가 붙은 반 라 파라를 따라잡지 못했다.
토트넘의 위기였다.
이 상황은 허더즈필드가 넣었던 두 번째 골과 똑같은 패턴이었고, 허더즈필드가 가장 좋아하는 패턴이기도 했다.
반 라 파라는 중앙에 달려오는 모니를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수많은 연습을 거듭해서 만들어진 정확한 크로스였다.
탓-! 후웅-!
패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달려 들어온 모니가 크로스를 향해 점프했다.
하지만 그런 모니는 제대로 머리를 가져다대지 못했다.
이번에는 토트넘의 베르통언이 모니와 함께 점프를 하며 먼저 공을 걷어냈기 때문.
경험이 적은 다빈손 산체스와는 달리 베테랑인 얀 베르통언은 모니와의 공중볼 경합을 이겨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툭-!
베르통언이 걷어낸 공을 잡은 것은 후반에 교체투입 됐던 크리스티안 에릭센.
그는 정확하고도 창의적인 패스를 뿌리는 선수로 유명한 선수다.
토트넘에 그가 있고 없고에 따라 경기력 자체가 달라질 정도로 에릭센은 뛰어난 패싱능력을 자랑한다.
이찬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에릭센, 패스 좀 한다며? 한 번 깊게 찔러 봐!”
이찬수는 공을 잡은 에릭센과 눈을 한 번 마주친 뒤, 전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에릭센은 그런 이찬수보다 한참 앞, 역습을 하기 위해 전진배치 돼있던 허더즈필드의 뒤쪽 공간으로 깊고 빠른 롱패스를 뿌렸다.
뻐엉-!
이찬수는 길게 뿌려진 패스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며 소리쳤다.
“크하하핫! 좋은 패스야! 베컴이나 알론소에 비하면 아쉽지만, 충분히 좋아!”
동시에 시스템을 불렀다.
“시스템! 순간 가속!”
순간 가속은 5초 동안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주는 스킬.
스킬을 사용한 순간, 이찬수의 속도가 빨라졌다.
투다다다다-!
속도가 빨라진 이찬수가 허더즈필드의 수비수들을 지나쳐서 페널티 에어리어 안까지 파고들었다.
동시에 허더즈필드의 골키퍼 로슬이 튀어나왔다.
골키퍼를 슬쩍 쳐다본 이찬수는 공중에서 떨어지는 공과의 거리를 계산했다.
발이나 무릎, 가슴으로 공을 잡아내려 한다면, 튀어나온 골키퍼에게 공을 빼앗길 확률이 높은 상황이었다.
허더즈필드의 로슬은 공을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공중에 뜬 공을 터치하기 전, 무조건 펀칭을 해낼 자신이 있었으니까.
“응?!”
로슬은 당황했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까지 미친 속도로 파고든 상대 선수가 공중에서 떨어진 공을 등으로 터치를 했기 때문이다.
툭-!
허리를 푹 숙인 이찬수의 등에 맞은 공은 로슬의 키를 넘어갔다.
그게 당연하다는 듯 이찬수는 달리던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공을 향해 달려갔다.
순식간에 뚫려버린 로슬은 고개를 돌려 그 모습을 바라봤고, 이찬수는 가볍게 공을 향해 발을 가져다댔다.
토옥-! 철렁-!
등을 이용한 퍼스트터치로 골키퍼를 제친 뒤, 넣은 골이었다.
골을 넣은 이찬수는 팬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코너킥 라인으로 달려가 무릎으로 슬라이딩을 했다.
촤르르르륵!
양손을 펼친 채 슬라이딩을 하는 그를 향해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크~! 이 느낌에 축구하는 거지!”
골을 넣은 뒤,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을 받는 느낌은 축구선수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더불어 동료들의 진심어린 축하까지 곁들여진다면 골을 넣은 선수는 그 어느 때보다 기쁜 마음을 갖게 된다.
“킴!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방금 그 퍼스트 터치는 진짜 미쳤어!”
“형! 그런 거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예요? 저도 좀 알려주세요!”
“어떻게 그렇게 잘 하는 거야? 킴?!”
이찬수는 동료들과 관중들의 축하를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 역시 지금 이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과거에는 너무나 자주 겪었던 당연하게 느껴졌던 것들이지만, 귀신이 되어버린 지금은 달랐다.
“요즘 들어 내가 감성적으로 변했나······?”
찬란했던 과거가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지나갔고,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날 것처럼 눈시울이 붉어졌다.
“······후우우.”
이찬수가 한참 감성에 젖어들었을 때, 그의 머릿속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이찬수 선수, 뭐하세요? 설마 지금 울어요?!’
“우, 울긴! 누가 울어!”
‘아닌데? 눈이 촉촉해지는 게 느껴지는데요? 아이~! 챙피하게 울고 그러지 마세요. 아셨죠? 괜히 기사 난단 말이에요.’
“이런 미친놈이! 안 운다니까?”
‘크힠큭! 그럼 다행이고요.’
“너 왜 웃냐? 어?! 왜 웃냐고!”
‘푸흐흐······! 아니에요~!’
그렇게 짜증을 내던 이찬수는 후반 60분에 골을 넣은 뒤, 교체됐다.
토트넘은 이찬수가 넣은 골을 지키며 3:2 스코어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
「김상훈, 허더즈필드와의 경기에서 2골 폭발!」
「김상훈, 묘기와도 같은 움직임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다.」
「등 트래핑, 과거 이찬수가 보여줬던 것?!」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김상훈의 움직임은 이찬수와 아주 많이 닮았다.」
「손홍민, 김상훈은 최고의 선수.」
「해리 케인, 김상훈과 뛸 수 있어 행복하다.」
「김상훈, 동료들 덕분에 골을 넣을 수 있었다.」
김상훈의 활약에 많은 기사들이 달렸다.
당연하게도 해당 기사들에는 한국 축구팬들이 굉장히 많은 댓글들을 달았다. 뜨거운 반응이었다.
qpr박지석 : ㄷㄷㄷㄷㄷ…..미쳤다….이 정도면 월클아님?
메날두찬수 : 마지막에 보여준 등 터치는 개쩔긴 했다.
ppo33oop : 묵묵충들 등판하겠네ㅋㅋㅋㅋㅋㅋ
김상후니 : 묵묵…….
크리스티아노김상훈 : 키야~! 김상훈 이놈! 진짜 국뽕 오지게 들이키게 만드네!
aowwho1123 : 어떻게 이렇게 실력이 빨리 늘지? 성장 속도로만 보면 역대급인 듯.
물론 악플도 있었다.
김상훈죠밥 : 인터넷방송이나 하지 웬 축구? 뽀록으로 골 넣은 거 가지고 되게 좋아하네ㅋ
bj김상훈 : 보여준 것도 없는데 월클이라니ㅉㅉ 적어도 3시즌 동안 지금이랑 똑같이 해야 월클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지. 축알못들ㅉㅉㅉㅉ
cohhic9938 : 잘하긴 하지만 아직 멀었다. 솔직히 슈팅은 잘하는데 강팀을 만나면 버로우 탈 실력인 듯.
- 참~ 너도 진짜 특이하다. 그런 거 보고 있으면 머리 안 아프냐? 응? 스트레스 안 받아?
자신에 대한 기사들과 댓글을 보던 김상훈은 이찬수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예? 스트레스를 왜 받아요?”
- 응? 왜라니? 악플들 보면 열 받지 않아?
“아뇨? 저는 그냥 다 저에 대한 관심 같아서 기분 좋던데요.”
- 진심이냐?
“예. 저는 악플도 보면 재밌더라고요.”
킥킥대며 웃어대며 대답하는 김상훈을 보며 이찬수는 마음속에 있던 말을 내뱉고 말았다.
- 너는 진짜 미친놈이야.
“크힠킄!”
- 그렇게 웃지 좀 마! 소름끼치니까!
“그게 귀신이 할 말이에요?”
- 아오!
평소처럼 말다툼을 하던 도중, 이찬수가 질문했다.
- 자신 있어?
“다음 경기요?”
- 그래. 존나 빡센 애덜이랑 붙잖아.
“······그쵸. 확실히 다르겠죠?”
- 흐흐흐! 너한테는 신세계일 거야.
“에휴! 며칠간 분석 빡세게 해야겠네요.”
- 고생 좀 해야지.
어마어마한 팀과의 경기 일정이 잡혀있다는 것.
그 사실에 김상훈마저 조금은 긴장을 했다.
“그 팀에 대한 정보 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