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허더즈필드(1)
[EPL에서 데뷔 골을 넣으셨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해트트릭을 기록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골을 5번 넣었습니다. 보상으로 2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패스를 2번 성공시켰습니다. 보상으로 2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패스 성공 횟수 84회 - 보상으로 84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기록한 골 수 3골 - 보상으로 3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18700p입니다.]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 후 얻은 포인트와 전 경기인 로치데일AFC와의 경기에서 얻은 포인트가 합쳐지자 짭짤한 포인트가 쌓였다.
그것을 본 김상훈은 곧바로 쇼핑을 시작했다.
[옐로우 박스 1개, 오렌지 박스 1개, 레드 박스 3개를 구매하시겠습니까?]
“응 구매할게.”
김상훈은 700포인트만 남긴 채, 모든 포인트를 사용해서 박스를 구매했다.
옐로우 박스와 오렌지 박스를 까기 전, 김상훈은 레드 박스 3개를 먼저 오픈했다.
결과적으로는 레드 박스에서 얻은 건 그리 크지 않았다.
[능력치 상승 양피지(B)를 찢었습니다. 민첩이 1만큼 상승합니다.]
[포인트 박스(G)를 오픈합니다. 25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뼈가 튼튼! 빼빼로(S)를 섭취했습니다. 뼈가 조금 튼튼해집니다.]
- 괜찮냐?
“예. 괜찮아요. 어차피 레드 박스에서는 기대 안했어요.”
의연하게 대답한 김상훈은 신중한 표정으로 오렌지 박스를 바라봤다.
이번에도 뭔가 얻는 게 없다면 조금은 짜증이 날 것 같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5000포인트를 사용해서 구매한 박스였으니까.
[오렌지 박스를 오픈합니다.]
익숙한 효과음과 이펙트가 뿜어진 후, 서서히 움직임이 느려지던 오렌지색 박스가 제자리에 멈춰섰다.
조금씩 투명해진 박스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그곳에서 하나의 스킬이 떠올랐다.
[강인한 신체]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부상을 당할 확률이 20% 낮아집니다.
“오?!”
- 오! 뭐야?
두 남자가 모두 놀랄 정도로 괜찮은 스킬이었다.
“이건 진짜 좋은 스킬인데요? 부상 확률을 줄여준다니······.”
- 인정. 개꿀 스킬이네. 20%면 진짜 큰 건데.
“느낌이 괜찮네요. 이거 왠지 옐로우 박스에서는 좋은 거 뜰 거 같네요.”
- 바로 가보자.
“예.”
이윽고 두 남자의 눈앞에서 10000포인트로 구입한 옐로우 박스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
런던에 위치한 손홍민의 집.
이곳에는 지금 훈련을 마치고 온 몇 명의 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쏘니! 킴 좀 어떻게 해 봐! 너무 야비하잖아!”
“하하하하! 상훈이 형, 얘 화났어요!”
손홍민의 집에 모인 남자들은 토트넘 선수들이었다.
델레 알리,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김상훈, 마지막으로 손홍민까지.
토트넘의 핵심 멤버라고 할 수 있는 5명의 선수가 모인 이곳에서,
그들은 지금 축구게임인 ‘오늘의 위닝’으로 내기를 하고 있었다.
“킴! 살살 적당히 좀 하라고!”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거야.”
김상훈은 짜증을 내는 델레 알리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추가골을 넣으며 게임을 마무리했다.
허탈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던 델레 알리가 김상훈에게 질문했다.
“넌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잘하는 거야? 쏘니가 제일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네가 이길 수도 있겠는데?”
“나는 이 게임으로 인터넷 방송을 했었으니까. 당연히 많이 해봤고, 더 잘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오! 이제 다음은 케인이랑 에릭센인가?”
“맞아. 일단 우린 구경이나 하자고~!”
이적한 지 오래되지 않은 김상훈이지만, 토트넘 선수들과 빠르게 친해졌다.
특히 오늘 모인 멤버들끼리는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됐다.
물론 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손홍민의 도움이 컸다.
팀 내에서 최고의 친화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손홍민은 실제로 거의 모든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런 손홍민이 마음먹고 김상훈을 돕자, 많은 선수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손홍민의 도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김상훈 역시 외향적인 성격이라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언어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 또한 큰 도움이 됐다.
- 언어 마스터 스킬이 진짜 사기긴 하다. 그치? 너는 그냥 축구를 그만두면 통역사로 일해도 될 정도야.
“그렇긴 하네요.”
전 세계의 언어를 알아듣고, 말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스킬인 언어 마스터.
김상훈은 이 스킬로 인해서 동료들과의 소통에 아무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그때, 손홍민이 게임에 집중하던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밥 먹자!”
그런 손홍민의 외침에 선수들이 하나 둘 넓은 식탁으로 몰려들었다.
식탁에는 불고기, 제육볶음, 삼겹살 등, 한국 음식들이 푸짐하게 깔려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본 선수들은 환호했고, 김상훈은 놀란 얼굴로 손홍민에게 질문했다.
“홍민아, 이거 네가 다 한 거야?”
“예. 가끔씩 선수들 놀러오면 해주는 요리들이에요.”
“우와······! 요리도 할 줄 아는구나.”
“하하······. 잘 못하는데, 그냥 취미로 가끔 해요.”
김상훈은 처음이었지만, 손홍민과 친한 다른 선수들은 한 번쯤은 그의 요리를 먹어봤다고 했다.
맛 역시 훌륭하다고 했는데, 식탁에 둘러앉은 선수들의 표정으로 보아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음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손홍민이 직접 만든 요리는 실제로 훌륭했다.
식당에서 파는 것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맛있었다.
오랜만에 먹는 제대로 된 한식이었기 때문일까?
김상훈은 밥공기를 두 개나 비우며 포식을 했다.
“배도 좀 부르는데 이제 뭐할까?”
김상훈의 말에 조용히 밥을 먹던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 말수가 적은 에릭센이기에 모든 선수들이 그의 말에 집중했다.
“······해야지.”
워낙 작은 목소리였기 때문에 에릭센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해리 케인이 다시 물었다.
“응? 에릭센, 뭐라고?”
“오늘의 위닝 더 해야지.”
크리스티안 에릭센, 그는 지금 축구게임에 깊게 빠져버렸다.
***
잉글랜드FA컵 16강에서 열렸던 로치데일AFC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8강에 올랐고, 최근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대승을 거둔 토트넘은 최고의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한 번에 잘 풀리는 경우가 있다.
최근의 토트넘이 그랬다.
3월 4일에 열릴 허더즈필드와의 경기까지 충분한 휴식시간이 생겼다는 것.
때문에 토트넘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을 휴식으로 인해 재충전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일의 연속이었다.
당연하게도 토트넘 선수들은 현재 체력적으로도 기세로도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신중했다.
선수들이 휴식을 취했다고는 해도, 앞으로도 많은 일정이 있기 때문에 체력관리를 잘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우~! 푹 쉬니까 컨디션 너무 좋다. 케인, 넌 어때?”
“나도 좋지! 오늘 멋진 경기 해보자고.”
라커룸에서 신나게 떠들어대는 동료들을 바라본 김상훈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체력적으로 회복됐다는 것이 그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 말이었기 때문.
당연한 일이었다.
김상훈은 다른 선수들이 훈련을 끝내고 쉴 때, 이찬수와의 개인훈련을 꾸준히 해왔으니까.
결국 피로가 쌓여버렸다.
[잦은 경기 출전과 피로누적으로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일시적으로 체력이 10만큼 하락합니다.]
“······쩝!”
시스템의 메시지를 본 김상훈은 입맛을 다셨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데뷔를 하고 난 뒤부터 꾸준히 출전을 해왔기 때문에, 아무리 며칠간 경기를 뛰지 않았다고 해도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포체티노 감독 역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난히 김상훈이 피곤해보는 것이 신경 쓰였다.
‘허더즈필드는 꼭 잡고 가야하는 팀이야.’
허더즈필드는 현재 15위에서 17위를 오가고 있는 하위권 팀이다.
그만큼 현재 최상위권인 토트넘과는 전력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팀인 것이 사실이었다.
때문에 이 경기는 무조건 이겨서 승점을 챙겨야 하는 경기였다.
당연하게도 포체티노 감독은 최근 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상훈을 출전시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경기 시작 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김상훈을 따로 불러냈다.
“김상훈.”
“예 감독님.”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어 보이는데, 어떤가?”
포체티노 감독의 질문에 김상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뛰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풀타임은 힘들 것 같아요.”
“그래, 그래서 나는 자네의 체력을 관리할 생각이네.”
“그러면?”
“후반 60분대에 자네를 교체해줄 생각이야. 그러니 그 전까지 무리하지 말고 공격을 이끌어주게.”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김상훈은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 위로 올라섰다.
2018년 3월 4일인 오늘 열리는 허더즈필드와의 경기.
이 경기는 프리미어리그 1위까지 노리는 토트넘으로서는 꼭 승리를 가져가야만 하는 경기였다.
선수들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토트넘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100%가 아닌 상태였음에도 강한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삐익-!
토트넘의 홈구장인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시작된 경기는 해리 케인의 발끝에서 처음 공이 움직였다.
툭-!
해리 케인은 오늘 선발 출전한 에릭 라멜라에게 공을 패스했고, 라멜라는 곧바로 뒤에 있던 무사 뎀벨레에게 공을 넘겼다.
토트넘 선수들은 계속해서 공을 돌리며 조금씩 허더즈필드의 진영으로 전진했다.
허더즈필드의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강하게 압박을 했지만, 토트넘 선수들은 쉽게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허더즈필드 선수들은 후반전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토트넘 선수들을 압박했다.
그런 허더즈필드 선수들의 노력이 통했던 것일까?
허더즈필드보다 기세가 좋고 기량이 뛰어난 토트넘 선수들이지만, 꾸준한 압박에 결국 실수가 나와 버렸다.
실수는 에릭 다이어로부터 시작됐다.
전진 패스를 하려던 다이어는 허더즈필드의 미드필더 콰너의 압박에 패스를 하지 않고 탈압박을 시도했다.
그런데, 콰너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턴을 하던 다이어가 컨트롤 미스를 범했다.
틱-!
“아!”
에릭 다이어 정도의 프로선수라면 실수를 한 순간, 공을 빼앗길 것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실제로 다이어는 콰너에게 공을 빼앗겨버렸다.
뻐엉-!
공을 뺏는 것에 성공한 콰너는 곧바로 팀의 스트라이커 모니가 뛰고 있는 공간 앞으로 낮게 깔리는 패스를 찔렀다.
빠른 속도의 스루패스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순식간에 진행되는 허더즈필드의 역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댔다.
그나마 토트넘의 베테랑인 얀 베르통언이 다급하게 태클을 시도했지만, 그 선택은 오히려 악수로 작용됐다.
퍼억-!
“아악!”
베르통언의 태클에 당한 모니가 패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다리를 잡고 쓰러졌다.
동시에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패널티킥 선언이었다.
“아니! 공을 보고 들어갔다고요!”
얀 베르통언은 다급하게 주심에게 다가가서 항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모니가 패널티킥을 찰 준비를 했다.
토트넘의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긴장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실제로 그는 지금 긴장하고 있었다.
패널티킥을 막는 다는 것은 골키퍼의 입장에서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막지 못하면 경기 초반부터 분위기가 급속도로 넘어가버릴 테니까.
“와라!”
하지만 위고 요리스는 토트넘의 주전 골키퍼이자 프랑스 국가대표였고, 베테랑이었다.
어떻게든 모니의 슈팅을 막아내기 위해 몸을 움직이며 심리전을 걸었다.
‘막는다······!’
이윽고 공을 향해 달리던 모니가 다리를 휘둘러서 요리스가 막고 있는 골대를 향해 강력한 슈팅을 때렸다.
뻐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