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크리스탈 팰리스(3)
토트넘의 팬들은 열정적으로 응원을 하고 있었다.
표정 역시 행복해보였다. 그들이 응원하는 축구팀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후반 78분, 토트넘은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3골을 넣으며 3:0스코어로 앞서고 있었다.
스코어만큼이나 경기력 또한 압도적이었다.
만약 크리스탈 팰리스의 골키퍼 웨인 헤네시의 선방이 없었다면 더욱 처참한 스코어가 나왔을 것이다.
퍼억-!
“악!”
밀리보예비치의 강력한 차징에 김상훈이 바닥을 뒹굴었다.
삐익-!
공이 이미 발을 떠난 상태에서 밀려 넘어진 것이기에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프리킥 상황.
40m가 조금 넘는 거리에서의 프리킥이지만, 김상훈은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주로 프리킥을 차는 에릭센도 교체돼서 나간 상황.
과감하게 욕심을 부려보기로 했다.
- 이걸 때리겠다고? 그냥 동료들 머리를 노리는 게 낫지 않겠어?
이찬수의 말대로 이렇게 거리가 먼 상황에서 프리킥을 찰 때는, 보통은 동료들의 머리를 노리는 킥을 차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김상훈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오늘 첫 프리킥을 차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닝요의 프리킥]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브라질의 주닝요, 그의 프리킥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한 경기당 1회 사용 가능)
한 경기당 1번, 주닝요의 프리킥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김상훈이 엄청난 거리에서도 직접 슈팅을 노리려는 이유였다.
“·······후우!”
공이 놓인 곳에서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김상훈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사기적인 스킬을 얻어서 프리킥 능력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연습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토트넘 정도 되는 팀에는 프리킥을 잘 차는 선수들이 아주 많았으니까.
그런 선수들 사이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으려면 연습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꾸준히 이찬수와 해왔던 개인훈련에 프리킥도 포함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상훈은 지금 이 순간 프리킥으로 골을 넣을 자신이 있었다.
타닥-탁!
천천히 걷다가 갑자기 속도를 올려서 공을 향해 달려간 김상훈이 다리를 휘둘렀다.
뻐엉-!
강력한 소리와 함께 거의 회전이 없는 슈팅이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완벽하게 구석은 아니지만 골키퍼가 막기 어려운 코스로 날아갔다.
“됐다!”
공의 코스를 보며 김상훈은 주먹을 꽉 쥐었다.
동시에 머릿속으로는 어떤 세레머니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김상훈에게는 원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져 버렸다.
터엉-!
공이 골대에 맞는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그만큼 강력한 킥이었다.
다만, 골대를 맞은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튕겨서 공중에 떠버렸다.
그리고 그 공을 잡아낸 것은 웨인 헤네시 골키퍼였다.
“아오······!”
- 크으······!
그 모습을 바라본 두 남자는 동시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 너무 아깝다!”
- 야 진짜 개까비!
다른 토트넘 선수들 역시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지만, 그들은 프로였다.
빠르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언제 아쉬워했냐는 듯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이창용.
1988년생의 그는 180cm의 키에 날렵한 체형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체형만큼이나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는 선수였는데, 전성기 시절의 그는 볼턴 원더러스에서 에이스로 활약했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었다.
부상만 없었다면 국내 최고의 선수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부상 이후 조금씩 기량이 살아나고 있는 중이었다.
한국 축구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 꾸준히 국가대표로 뽑히며 그 클래스를 증명하는 선수.
그게 바로 이창용이란 선수였다.
‘이대로 질 수는 없어.’
그는 지금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는 중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그를 포함해 총 3명의 한국인 선수가 출전한 경기이지 않은가.
게다가 2명의 한국인 선수는 그의 까마득한 후배였다.
선배의 입장에서 국민들과 후배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당연했다.
툭-!
팀 동료인 벤테케에게 공을 넘긴 뒤, 이창용은 오른쪽 사이드로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이창용을 향해 벤테케가 다시 리턴패스를 찔러줬다.
패스가 조금 투박했지만, 이창용은 그런 공을 충분히 받아낼 수 있는 실력있는 선수였다.
탁-!
이창용은 빠르게 굴러오는 공을 잡지 않고, 오른발로 가볍게 터치해서 공의 방향을 바꿨다.
동시에 이창용이 달리기 시작했다.
토트넘의 벤 데이비스가 그의 뒤를 쫓아 달렸지만, 이창용은 이미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까지 달리고 있었다.
전속력으로 드리블을 하면서도 이창용은 계속해서 좌우를 둘러보며 동료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벤테케.’
그의 눈에 동료인 크리스티안 벤테케가 보였다.
이창용은 망설이지 않고 벤테케에게 빠르고 낮게 공을 깔아서 패스했다.
타앙-!
주변에 토트넘의 수비가 있었지만, 벤테케를 의심하지 않았다.
크리스티안 벤테케는 압도적인 피지컬로 수비 한 두 명을 등지고도 슛을 할 수 있는 선수였으니까.
빠른 패스였지만 벤테케는 그를 막아내려는 포이스를 가볍게 이겨낸 뒤, 공에 발을 가져다댔다.
툭-!
“우오오오!”
골을 넣은 벤테케는 괴성을 지르며 골대 안에 있는 공을 들고 중앙라인을 향해 달려갔다.
그 역시 이대로 경기를 끝낼 생각이 없었다.
당연하게도 세레머니를 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도 없었다.
이창용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벤테케를 당연하다는 듯 바라보며 그 역시 빠르게 뛰어서 스스로의 포지션으로 복귀했다.
“워~! 장난 아니네요. 이창용 선수가 역시 클래스가 있으시네.”
- 창용이가 정말 재능이 뛰어난 녀석이지. 부상만 아니었으면······.
“오? 이창용 선수랑 친해요? 이찬수 선수는 친한 선수가 거의 없잖아요?”
- 이 새끼가 뭔 개소리야?! 친한 선수가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워낙 유명하다보니까 애들이 나를 어려워 한 거라고!
“친화력 없다는 말을 왜 그렇게 돌려서 말하시는지······.”
- 아니라니까?
이찬수와 떠들던 김상훈은 동료들에게 좋은 패스를 꾸준히 찔러주며 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김상훈의 노력은 후반 88분에 결국 골을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출렁-!
김상훈의 스루패스를 받은 해리 케인이 정확한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은 것이다.
그리고 후반 90분.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
사이드에 있던 손홍민이 특유의 빠른 스피드로 페널티 라인 바깥에서 공을 친 후, 슈팅을 때렸다.
파앙-!
특유의 강력한 슈팅이 골대로 향했지만, 크리스탈 팰리스의 수비수 포수 멘사가 뻗은 다리에 맞고 튕겨져 나왔다.
투웅-!
“왔다!”
그 공이 튕겨 나오는 것을 본 김상훈이 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달리기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김상훈과 공이 튕겨져 나오는 위치가 비슷했다.
김상훈은 곧바로 몸을 날렸다.
“정확한 슈팅!”
어깨 높이로 뜬 공을 잡으려 한다면 그 사이에 상대 수비가 막으러 올 수 있는 상황.
당연하게도 김상훈은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정확한 슈팅을 외친 김상훈은 바이시클킥도 아닌, 오버헤드 킥도 아닌 독특한 자세로 슈팅을 했다.
“이게 바로 태권도 슈팅이다!”
김상훈의 외침처럼 태권도의 돌려차기와 비슷한 동작이었다.
제대로 공에 발을 맞추기 힘든 동작이었지만, 정확한 슈팅의 효과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정확한 슈팅]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체력을 랜덤으로 1에서 20까지 소모해서 원하는 곳에 슈팅을 할 수 있습니다.
믿기 힘들 정도로 아크로바틱한 슈팅을 시도하는 김상훈의 모습에 셀허스트 파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토트넘의 팬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역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릴 적 2년 정도 태권도를 배운 게 전부였기 때문일까?
김상훈의 슈팅 자세는 조금은 어색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파워는 제대로 실려서 공을 맞추는 것에 성공했다.
그 증거로 김상훈의 발에 맞은 공에서 커다란 소음이 터져 나왔다.
빠앙-!
골대를 뚫을 듯 쏘아져나가는 레이저와도 같은 슈팅.
그런 슈팅이 골대의 오른쪽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 웨인 헤네시는 조금도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고 정면에 서 있는 김상훈을 바보 같은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토트넘 선수들도 잠시 움직이지 못하고 김상훈을 바라봤다.
너무나 충격적인 골을 봐서일까?
관중들 역시 커진 눈으로 서로의 얼굴만 바라볼 뿐, 함성조차 지르지 못했다.
1초······.
2초······.
3초······.
공이 골대를 뚫을 듯 파고든 뒤, 정확히 3초가 지난 후에야 셀허스트 파크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
“미쳤다아아~! 이건 진짜 미친 골이야!”
“킴상훈! 킴상훈!”
“이 정도면 무조건 올해의 골이야! 우하하하하!”
토트넘의 팬들은 미친 듯이 열광했고, 크리스탈 팰리스 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멍하니 김상훈을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 곡예에 가까운 원더골을 넣은 김상훈은 아무런 세레머니도 하지 않고 제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그런 김상훈에게 이찬수가 질문했다.
- 너 뭐하냐? 웬일로 세레머니를 안 해?
그 질문에 김상훈이 몸을 움직이지 않고, 오로지 입만 조금 움직이며 대답했다.
“한 번쯤은 이렇게 골을 넣고 당연하다는 듯이 서 있고 싶었어요. 예전에 누구였지?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떤 선수가 이렇게 하는 거 보니까 멋있더라고요.”
- ·······아, 그러니까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그러고 있다는 말이지?
“예. 왜요?”
- 어휴······! 아니다.
후반 90분, 김상훈의 원더골로 양 팀의 스코어는 5:1이 되었다.
이후, 추가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토트넘과 크리스탈 팰리스의 경기는 종료됐다.
***
「김상훈, 해트트릭 달성! 그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김상훈 3골, 손홍민 1골 폭발! 이창용 1어시스트 기록. 코리안 트리오의 활약에 축구 팬들 잠 못 이뤄.」
「괴물과도 같은 활약을 보여준 김상훈, 그의 끝은 어디인가?」
「김상훈, 인터넷 방송하던 시절 영상들 화제.」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골을 넣은 김상훈! 과연 올해의 골로 뽑힐 것인가?」
“큭큭큭! 이게 뭐야! 축구 팬들이 잠을 못 이뤘다고? 아 이거 인스타라도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 인스타를 왜 시작을 해?
“소통 좀 하려고요. 제 말 한 마디에 큰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 주접 떨지 말고 축구에나 집중해. 네가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펼치긴 했지만, 그게 첼시나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도 가능할지는 모르는 거야.
“그건 그렇죠. 아, 제가 너무 들뜬 거 같네요.”
- 왜 그렇게 신이 난 거야?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저에겐 꿈같은 일들이거든요.”
- 쩝, 하긴 네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하겠다.
이찬수의 말처럼 김상훈에게는 지금 꿈꾸던 일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들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상훈이 운동에 집중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과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
이것을 처음 받아본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연예인 병에 걸리거나 자신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김상훈의 기사에는 ‘너무 띄워주지 말고 묵묵하게 응원하자’라는 댓글이 많이 달리곤 했다.
- 너는 그래도 비슷한 경험이 많아서 크게 흔들리지는 않겠다?
“예, 뭐······ 한 때는 연예인 병 걸려서 제가 뭐라도 된 줄 알고 까분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때는 지났죠.”
김상훈의 말 그대로였다.
이미 인터넷방송으로 많은 인기를 누린 남자가 바로 김상훈이었다.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에 익숙한 김상훈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다만 즐길 뿐이었다.
사람들의 관심 받는 것을 좋아하는 관종이었으니까.
- 슬슬 훈련이나 할까?
“오늘은 포인트 써서 능력치 좀 올려보려고요.”
- 아······ 다음 경기가 좀 빡세구나?
“예. 맞아요.”
이찬수의 말에 대답한 김상훈이 시스템을 호출했다.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