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47화 (47/200)

47화 크리스탈 팰리스(1)

런던에 위치한 스테이크 전문점 ‘스테코’.

스테이크는 보통 저녁에 먹는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곳은 대낮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만큼 맛이 훌륭한 레스토랑으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다만,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오직 맛 때문만은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대형 스크린으로 축구를 볼 수 있다는 것.

축구를 사랑하는 영국인들이 이곳을 찾는 큰 이유였다.

그런 스테코의 구석진 자리에는 화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빛이 나는 아름다운 미녀가 앉아 있었다.

쓰윽-! 쓱!

그런데 열심히 고기를 썰고, 입에 넣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조금 특이했다. 주변의 시선이 어느새 전부 그녀에게 쏠려버렸을 정도로.

쓰윽-! 쓱! 쓱!

“얌-!”

엄청난 속도로 고기를 썰고, 입에 넣는 과정이 너무나도 빠르다는 것.

식탁에 쌓인 접시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것.

웬만한 배우보다도 아름다운 동양인 미녀가 푸드파이팅을 하고 있다는 것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이서연은 그런 사람들의 관심을 신경 쓰지 않고 고기를 계속해서 입에 넣었다. 기분이 좋았는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흥~흥-!”

접시에 코를 박을 정도로 식사에 집중하던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주변이 너무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엇?! 축구 시작하나보다!”

사실, 오늘 그녀가 런던의 많은 식당 중에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축구를 보기 위해서였다.

에이전트인 그녀가 담당하고 있는 선수, 김상훈이 출전하는 날이었다.

평소 김상훈의 팬이기도 한 그녀는 음식을 먹는 속도를 늦춘 채,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는 스크린 화면을 바라봤다.

“최근 컨디션이 굉장히 좋다고 하시긴 했는데, 과연 토트넘에서의 김상훈 선수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서연이 기대감을 갖고 토트넘vs로치데일AFC와의 경기에 집중할 때, 식당에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전을 스쳐지나갔다.

“김상훈? 쟤가 누구야?”

“이번에 새로 영입한 선수야. 한국에서 온 미드필더래.”

“그래? 별 볼일 없겠네.”

“맞아. 근데 별로 기대는 안 돼. K리그인가? 한국의 리그에서 득점왕 하던 선수인데, 솔직히 다른 리그에서 득점왕하고 EPL로 와서 죽 쓰고 떠난 선수들이 얼마나 많아?”

“토트넘이 왜 그런 선수를 영입했을까······?”

“보면 알겠지 뭐.”

꾸욱-!

이서연이 주먹을 꼬옥- 쥐었다.

“······뭐? 별 볼일이 없을 거라고? 김상훈 선수가 뛰는 것도 못 봤으면서!”

그녀는 오늘, 김상훈이 멋진 골로 레스토랑 안에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해주기를 바랐다.

“제발 멋진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런 이서연의 바람이 통했던 걸까?

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김상훈은 멋진 패스를 보이며 팀의 골에 큰 기여를 했다.

“이야압! 김상훈 화이팅!”

밥을 먹던 이서연이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서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 후에도 김상훈은 계속해서 좋은 플레이를 펼쳤고, 레스토랑 안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웅성거림을 넘어서서 이제는 경악스러운 외침들이 레스토랑 안에 울려 퍼졌다.

“오······! 이런 미친!”

“저게 돼?! 저기서 저런 슈팅을 한다고?!”

“오! 오오! 또, 또 넣었어!”

“슈팅이 어떻게 저렇게 정확한 거야? 나는 이런 걸 본 적이 없다고!”

어느 순간부터 이서연은 멍하니 거대한 스크린 속의 한 남자를 바라봤다.

믿을 수가 없는 경기력이었다.

비록 상대 선수들이 토트넘에 비해 객관적으로 열세인 3부 리거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것은 그녀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멍하니 스크린을 바라보던 이서연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도, 도대체······ 지금······ 몇···골 째야?”

그녀의 시선에 보이는 김상훈은 공을 잡기만 하면 미친 사람처럼 슈팅을 때리고 있었다.

***

토트넘과 로치데일AFC의 경기가 끝난 직후.

한국의 포털사이트들에는 김상훈에 대한 기사로 도배가 된 수준이 되어버렸다.

뉴스에서도 김상훈에 대한 활약을 보도했고,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오늘만큼은 김상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김상훈 경기 봤어?”

“출근 때문에 라이브로는 못보고, 하이라이트 올라온 것만 봤어. 근데 진짜 미쳤더라.”

“나는 진짜 소리 지르면서 보다가 목이 다 쉬었다니까?”

“어? 그러고 보니 목이 쉬긴 했네.”

관심이 없어도 한번쯤은 볼 수밖에 없게끔, 어딜 가나 온통 김상훈에 대한 얘기뿐이었다.

김상훈은 그 정도로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토트넘의 김상훈, 첫 출전에서 5골 폭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김상훈은 믿을 수 없는 선수.」

「K리그의 황소개구리, EPL에서도 황소개구리?」

「압도적인 활약을 선보인 김상훈, ‘나는 아직 부족하다.’」

「손홍민, ‘상훈이 형과 함께 뛰어보면 안다. 그 형은 진짜 괴물이다.’」

「김상훈의 팀 동료 델레 알리, ‘김상훈은 오늘 경기에서 믿을 수 없는 슈팅과 더욱 믿기 힘든 패스를 뿌렸다.’」

「첫 출전에서 5골 2어시스트 기록한 김상훈, 앞으로의 주전경쟁에 그린라이트?!」

서울 유나이티드에서 득점왕을 한 한국 선수가 토트넘으로 이적해서 첫 출전 경기에서 5골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는 것에 대한 것.

그 사실은 한국인이라면 관심을 갖고,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당연하게도 해당 기사들에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

대치동아자르 : 묵묵.

사커팬 : 우리 모두 묵묵히 응원합시다.

FM마스터 : 묵묵충들 또 나왔네ㅉㅉ

aowho1111 : 상훈아 자랑스럽다! 촤아!

코너맥그리거 : 어제 경기력을 보고 내 눈을 믿을 수가 없더라. 나는 하루 빨리 김상훈이 epl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뛰는 걸 보고 싶다.

sjoo1294aa : 그래봤자 상대는 로치테일? 로치데일? 듣보잡 팀 아님? 강팀이랑 붙으면 버로우 탈 거 같은데;;

축구팬아재 : 키야~! 김상훈 오지고 지리고 또 오져버렸다! 진짜 국뽕에 취한다!

많은 축구팬들이 김상훈에 취해있을 때.

한 남자가 침대 위에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김상훈에 대한 기사를 보고 있었다.

“으히히! 흐흐흐흐!”

누가 본다면 재수 없게 느낄 정도로 낄낄대며 웃는 그 남자에게 반투명한 몸을 가진 남자가 다가오며 질문했다.

- 너 뭐하냐?

그러자 기사를 보던 남자, 김상훈이 대답했다.

“기사 보는데요?”

- 그러니까 왜 네 기사를 보고 그렇게 실실 쪼개는 거야?

“이것 좀 보세요. 여기 홍민이가 저보고 괴물이래요. 푸흐흐! 손홍민이 저를 이렇게 좋게 얘기해주는데 어떻게 안 웃겠어요?”

- ·······그게 그렇게 좋냐?

“예. 그리고 이것 좀 보세요. 검색어 1위도 했어요. 어으! 이놈의 인기 지겨워 죽겠네. 진짜아~!”

- 진짜 이 관종 새끼······.

“여기 댓글들도 엄청 많이 달렸어요! 저보고 잘 생겼다는데요?! 매력 능력치가 올라서 그런가? 크흐흐흐!”

- 아으~! 그나저나 로치데일 전에서 너무 과했던 거 아니냐? 무슨 슈팅을 그렇게 미친놈처럼 때려 댔냐?

“데뷔전이라 그런지 골 넣고 난 뒤로 더 신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신기하게 운이 많이 따르기도 했고요.”

실제로 김상훈은 로치데일AFC와의 경기에서 운이 많이 따랐다.

한 번 사용할 때마다 1에서 20까지 랜덤으로 체력이 소모되는 정확한 슈팅 스킬.

그런 스킬을 5번이나 사용했음에도 김상훈의 체력은 널널했다.

“신기하게 한 번 쓸 때마다 체력이 7이상 안 깎이더라고요.”

- 그럼 다음 경기에서도 똑같이 플레이 하려고?

“기본적으로 감독님의 전술대로 움직이겠지만, 기회가 온다면 망설이지 않고 슈팅을 때리려고요. 이젠 예전보다 체력이 많이 좋아졌으니까요.”

- 출전은 할 것 같고?

“5골 2어시 했는데, 그래도 감독님이 교체출전으로라도 넣어주시지 않을까요?”

- 그건 그렇지. 그럼 이제 분석 시작해볼까?

“예. 좋죠. 아! 근데 그 전에 해야 할 게 있어요.”

- 분석 다 끝내고 하시지?

“잠깐이면 돼요! 시스템!”

평소 때처럼 분석을 시작하려는 이찬수를 막아선 김상훈이 다급하게 시스템을 불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이찬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 그걸 아직도 확인 안 했냐?

“······기사랑 댓글 보느라 깜빡했어요. 죄송해요. 금방 확인할게요!”

- 빨리 봐!

“넵!”

김상훈은 눈앞에 뜬 많은 메시지들을 바라봤다.

오랜만에 보는 정식 경기 후의 보상 메시지였다.

[잉글랜드FA컵에서 데뷔 골을 넣으셨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이적 후 첫 선발출전을 하셨습니다. 보상으로 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해트트릭을 기록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골을 5번 넣었습니다. 보상으로 2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패스를 3번 성공시켰습니다. 보상으로 3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패스 성공 횟수 92회 – 보상으로 92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기록한 골 수 5골 – 보상으로 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10820p입니다.]

- 우와~ 많이도 퍼주네.

“그러게요. 진짜 보상으로 받는 포인트가 요번엔 유난히 짭짤하네요.”

- 그래서 지금 포인트 쓸 거야?

“아뇨! 모으려고요.”

- 올~ 자신감이 좀 붙었나보네? 근데 다음에 붙을 상대는 차원이 다를 텐데 괜찮겠어?

“지금도 컨디션이 너무 좋고요. 그리고 이찬수 선수가 상대팀에 대해서 잘 분석해주실 거잖아요.”

- 아오! 아주 그냥 이빨은·······!

“제가 쫌 털긴 하죠.”

- 시끄럽고 분석이나 해보자.

“넵!”

언제 떠들었냐는 듯, 두 남자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서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음 경기는 쉬운 팀이 아니었으니까.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근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였으니까.

***

2018년 2월 25일 일요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중들은 두꺼운 패딩을 껴입고 목도리를 두른 채, 크리스탈 팰리스의 홈구장인 셀허스트 파크(Selgurst Park)에 몰려들었다.

최근 리그 10위를 유지하며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는 크리스탈 팰리스답게 많은 팬들로 경기장 내부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게다가 홈구장이 아니었음도 토트넘의 팬들 역시 오늘 있을 경기를 보기 위해 셀허스트 파크의 자리를 가득 채웠다.

결국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2만 6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셀허스트 파크는 빈 좌석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양 팀의 선수들이 입장하면서부터 각 팀의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열정적인 응원을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 케인! 오늘도 한 골 넣어야지?!”

“팰리스~! 토트넘을 뭉개버려!”

“쏘니~! 화이팅!”

“에릭센! 오늘도 멋진 패스 한 방 보여달라고!”

그렇게 양 팀 팬들의 열띤 응원과 함께.

토트넘과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최근 토트넘에서 괴물과도 같은 활약을 했던 김상훈 역시 오늘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김상훈, 그는 조금의 긴장감도 없는 얼굴로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혼자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진짜 프리미어리그에서 내가 뛰게 되다니! 와아~! 너무 떨리네요.”

- 전혀 떨려 보이지 않으니까 밑밥 깔지 말고, 오늘 몇 골이나 넣을 계획이냐?

몇 골이나 넣을 것이냐는 이찬수의 질문.

그 질문을 들은 김상훈은 진지한 얼굴로 손가락을 펼쳐들었다.

그 손가락을 본 이찬수가 놀라서 되물었다.

“뭐? 크리스탈 팰리스의 홈에서 3골이나 넣겠다고?!”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그 질문에 김상훈이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최소 3골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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