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이적 후 첫 출전!
2017년 8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진행되는 2017-2018프리미어리그.
현재, 토트넘은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의 토트넘은 리그 2위를 기록하고 있었고, 챔피언스리그 또한 16강에 올라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물론 곧 있을 유벤투스와의 2차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토트넘은 강력한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게다가 2017-2018잉글랜드 FA컵 역시 16강에 올라 있는 상태로 어떤 리그든 빠짐없이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2018년 2월 19일인 오늘, 토트넘은 FA컵 16강에서 잉글랜드 3부 리그에 소속된 로치데일AFC와 맞붙게 됐다.
오늘 이 경기에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최근 토트넘으로 이적한 김상훈을 선발로 내세웠다.
- 토트넘에서 첫 출전이네. 축하한다.
이찬수의 짧은 축하멘트.
아주 짧은 말이었지만, 김상훈에게는 그 누구의 말보다도 깊게 와 닿는 말이었다.
“감사합니다.”
- 상대가 비록 3부 리그에 있는 팀이라지만, 방심해선 안 돼. 알고 있지?
“예. 어찌됐든 FA컵 16강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저력이 있다는 것일테니까요.”
- 그렇지. 그러니까 어젯밤에 그렇게 뭣빠지게 분석을 한 거고.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늘 짓궂게 장난을 치는 사이지만, 김상훈은 이찬수 대한 감사함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축구라는 종목에 뛰어난 전문가인 이찬수는 경기가 잡힌 전날이면 무조건 김상훈을 앉혀놓고 상대팀에 대해 분석하는 것을 도와줬고,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김상훈을 훈련시켜줬다.
당연하게도 그런 이찬수의 훈련은 김상훈의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 ·······흠흠! 그럼, 가서 빡시게 뛰고 와. 괜히 개망신 당하지 말고.
김상훈이 장난을 치지 않고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하자, 민망해진 이찬수는 괜히 성질을 냈다.
그런 이찬수의 모습에 김상훈은 씨익 웃으며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오늘은 토트넘에서의 첫 출전이자, 첫 선발 출전이었다.
***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곧 있을 챔피언스 리그 16강을 대비하면서도 FA컵에서 성적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코치진과 고민했다.
그 고민 끝에 나온 것은 결국 많은 감독들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바로 주전 선수들과 비주전 선수들을 적절히 섞어서 FA컵을 치루고, 챔피언스 리그 때는 체력을 보충한 주전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
그 방법을 선택한 포체티노 감독은 오늘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있는 한 선수를 바라봤다.
“빠밤빠밤빰빠밤~! 촷촷촤~! 촤랏촤차!”
포체티노 감독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어깨를 들썩이며 입으로는 이상한 효과음을 내고 있는 이상한 남자가 서 있었다.
‘저 녀석은 긴장도 안 되나?’
토트넘 선수로서 첫 데뷔 무대였고, 첫 선발로 나서는 경기였다.
그럼에도 남자는 전혀 긴장한 모습이 아니었다.
다만 계속해서 어깨춤을 추며 허공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잠시 그 이상한 남자를 바라보던 포체티노 감독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시선을 돌렸다.
동시에 생각했다.
저 남자가 훈련 때 보여준 모습만큼만 경기장에서 보여줄 수 있다면······.
남자는 토트넘 팬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축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것을.
이윽고 양 선수들이 모두 경기장에 입장하고, 8강으로 가기 위한 잉글랜드 FA컵 1차전이 시작됐다.
삐이이익-!
오늘 로치데일AFC는 평소대로 4-4-2 포메이션을 들고 왔다.
토트넘 역시 평소 자주 사용하던 3-4-2-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빅토르 완야마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김상훈은 동료들과 부드럽게 공을 돌리며 공격을 지휘했다.
최근 기세가 좋고, 좋은 선수들을 보유한 토트넘답게 경기 초반부터 로치데일AFC를 강하게 압박했다.
툭-! 투욱-!
동료들과 원터치패스를 주고받던 김상훈의 시야에 왼쪽 사이드로 깊게 쇄도하는 델레 알리가 포착됐다.
평소의 김상훈이었다면 먼 거리에 있는 선수를 향해 패스를 하는 것을 망설였겠지만, 지금 그는 망설일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달려라, 알리.’
뻐엉-!
델레 알리와 눈을 마주친 김상훈은 다리를 강하게 휘둘러 롱패스를 뿌렸다.
지금 이 순간 사이드로 쇄도하는 델레 알리는 긴장했다.
‘김상훈은 롱패스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었지. 최대한 집중해서 공을 받아내야 되겠다.’
델레 알 리가 본 김상훈은 훈련 때 롱패스를 거의 시도하지 않고 가끔씩 시도했던 롱패스도 정확도가 낮았다.
그렇기 때문에 알리는 더욱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김상훈에 발끝에서 뿌려진 패스가 이상했다.
투욱-!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알리가 달리고 있는 공간의 앞쪽에 떨어졌다.
게다가 땅으로 떨어지면서 그 속도가 신기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당연하게도 기본기가 좋은 델레 알리에게는 너무나도 받기 편한 롱패스였다.
마치 택배와도 같은 롱패스에 델레 알리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예상외로 패스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델레 알리는 공을 잡자마자 곧바로 크로스를 올리려던 계획을 수정했다.
툭-!
생각을 바꾼 델레 알리는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여 패널티 라인 안으로 파고 들었다.
깜짝 놀란 로치데일의 수비수 조 래퍼티가 달려들었지만, 알리는 이미 패널티 에어리어 중앙으로 쇄도하는 선수를 보며 패스를 했다.
델레 알리의 패스가 향한 곳.
투다다다-!
그곳에는 엄청난 속도로 뛰어 들어오고 있는 손홍민이 있었다.
뻐엉-!
강력하고 정확한 임팩트로 발에 맞은 공은 로치데일AFC의 골키퍼 조쉬 릴리스가 반응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아아아아아!”
코너킥 라인으로 달려간 손홍민은 카메라 렌즈를 향해 키스를 한 뒤, 관중들을 보며 양손을 치켜 올렸다.
더불어 환하게 웃고 있는 손홍민을 향해 어시스트를 기록한 델레 알리와 기점 역할을 한 김상훈이 가장 먼저 달려왔다.
동시에 세 명의 선수는 서로를 바라보며 요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툭-! 타닥-! 탓-!
손을 마주잡기도 하고 손뼉을 맞추기도 하며, 동시에 같은 동작을 취하는 행동을 했다.
세 명의 남자가 훈련 때, 미리 짜놓은 셀레브레이션(Celebration)이었다.
***
“패스 진짜 미쳤네요.”
김상훈은 스스로의 패스에 감탄했다.
동시에 그는 최근에 얻었던 스킬의 정보 창을 바라봤다.
[사비 에르난데스의 패스(L)]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스페인의 사비 에르난데스, 그의 패스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비 에르난데스의 패스.
직접 사용하며 느껴본 김상훈은 사비의 위대함을 알게 됐다.
다른 능력도 전부 우수한 선수지만, 패스 능력만큼은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짧은 패스, 롱패스, 스루패스 가릴 것 없이 모든 패스가 미친 듯한 정확도를 자랑했다.
- 거봐. 그 양반 패스는 진짜 미쳤다니까?
“맞아요. 저는 제 인생에서 공으로 골대를 맞추는 놀이를 할 수 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 그런 건 사비한테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
스킬을 얻자마자 김상훈이 가장 먼저 한 것은 골대를 맞추는 연습이었다.
다만, 연습이 필요가 없었다.
마음먹은 대로 공을 보낼 수가 있게 됐으니까.
아주 정밀한 컨트롤이 자연스럽게 가능해졌으니까.
패스에 자신감이 생긴 김상훈은 꾸준하게 요렌테와 델레 알리를 향해 스루 패스를 넣어줬다.
패스의 창의력도 대단히 좋아져서 김상훈의 발끝에서 공이 떠날 때마다 로치데일AFC의 수비수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라운드 위를 날아다니며 경기를 지켜보던 이찬수가 입을 열었다.
- 슬슬 때가 됐는데?
“이찬수 선수가 보기에도 그렇죠?”
- 그래, 상대 수비 애들이 이제는 네가 공을 잡을 때마다 자동적으로 알리나 손홍민, 요렌테에게 달라붙고 있어. 네 스루패스를 경계한다는 뜻이지.
이찬수의 말 그대로 로치데일AFC의 선수들은 김상훈의 패스를 너무 경계하는 바람에 김상훈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을 마크하는 것에 신경을 쏟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김상훈이 패스를 하려는 순간만큼은 그를 마크하는 선수들의 압박이 헐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김상훈에게는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마운 상황이었다.
탁-!
손홍민의 백패스를 받은 김상훈이 전방에 뛰어들어가는 요렌테를 향해 로빙패스를 시도하는 움직임을 취했다.
그 즉시, 김상훈에게 붙었던 로치데일의 올리버 라스본의 압박이 헐거워졌다.
“·······됐다.”
힐끗-전방을 바라보며 골대의 위치를 확인한 김상훈이 망설이지 않고 다리를 휘둘렀다.
“정확한 슈팅!”
파앙-!
힘 조절을 해서 롱패스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커다란 소음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힘을 실어서 공을 찼기 때문이기도 했고, 하나의 스킬 때문이기도 했다.
[캐논 슈터]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하루에 한 번, 강한 슈팅을 할 수 있습니다. 캐논 슈터는 첫 슈팅을 할 때,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캐논 슈터는 골드 등급의 스킬이지만, 정확한 슈팅과 함께 했을 때는 그 이상의 효과를 보여주는 스킬이다.
그 증거로 지금 김상훈이 때려낸 슈팅은 엄청난 속도로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출렁-!
로치데일AFC의 조쉬 릴리스가 어떻게든 막아보려 몸을 날렸지만, 공은 그의 손끝조차 닿지 않을 정도로 구석진 곳으로 파고들었다.
그 순간, 골을 넣은 김상훈이 양팔을 벌리고 그라운드 위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촤아~!”
***
“······허허!”
날카로운 눈빛과 딱딱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포커페이스가 깨져버린 것이다.
“저 거리에서 저런 슈팅을 때려······? 허허허!”
그는 웃음기 가득한 표정 그대로 토트넘의 벤치를 바라봤다.
역시나 벤치에 앉은 선수들도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패널티 킥도 아닌 38m거리에서 때린 중거리 슈팅이 정확하고 빠르게 골대 구석으로 꽂힌다니.
“스티븐 제라드가 와도 저런 슈팅은 못하지 않을까?”
보면 볼수록 미스테리한 선수를 바라보며 포체티노가 왁스가 발린 머리를 쓸어 넘겼다.
동시에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디, 한 번 마음껏 날뛰어보게.”
그때였다.
조용하게 말을 꺼내던 포체티노 감독이 갑자기 사례가 걸린 것처럼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컥, 컥! 끅! 미, 미친!”
너무 놀라서 나오는 기침과 딸꾹질이었다.
그만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지금 믿기 힘든 광경을 보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제자리에 우뚝 서 있던 포체티노 감독이 충격으로 인해 휘청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그의 시야에 보이는 필드.
그곳의 위에서 오늘 처음 출전한 김상훈이 믿을 수 없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었으니까.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공을 잡기만 하면 거리나 위치를 신경 쓰지 않고 미친놈처럼 슈팅을 때려댔으니까.
그 미친놈처럼 때려대는 슈팅이 백발백중으로 골대 구석으로 꽂혀버렸으니까.
그런 미친 플레이를 하는 김상훈은 이제는 괴상한 소음마저 내고 있었다.
“촤랏~! 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