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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축구선수-44화 (44/200)

44화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

런던에 위치한 레스토랑 안.

런던 내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이곳의 VIP룸 안에서 두 남자가 하나의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이찬수 선배님의 성격은 어땠어요? 저는 사실 너무 대선배셔서 말도 제대로 못 걸어봤거든요.”

“아~ 진짜? 그냥 용기내서 말 걸어보지 그랬어. 젊은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거 되게 좋아하시는 분인데.”

“헐! 정말요?”

“응, 진짜로. 근데 또 너무 친해지면 안 좋은 게 욕을 너무 많이 하시고······.”

김상훈이 어디서도 듣지 못하는 리얼한 이찬수 썰을 풀기 시작했고, 손홍민은 눈을 빛내며 김상훈의 말에 집중했다.

그때,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가 황당한 얼굴로 말을 툭 뱉었다.

- 너 뭐하냐? 와······· 이젠 대놓고 앞담화를 까네? 내가 진짜 이런 경우도 겪을 줄은 몰랐다. 아! 너무 아쉽네? 진짜 너~무 아쉬워! 내가 너를 만질 수만 있다면 진짜 몇 대만 때려주고 싶은데······.

진짜로 주먹을 휘두르는 이찬수를 무시하며 김상훈은 레스토랑 직원이 서빙해주는 음식을 바라봤다.

손홍민이 알아서 시켜준 메뉴였기 때문에 김상훈은 뭐가 나오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음식의 비주얼이 엄청났다.

커다란 고깃덩어리 가운데에 알파벳 T처럼 생긴 뼈가 박혀있는 생김새였고, 살짝만 건드려도 터져 나올 것처럼 육즙이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음식을 처음 보는 김상훈은 눈을 크게 뜨고 손홍민을 바라봤다.

“우와~! 이게 뭐야 홍민아?”

“드라이에이징한 티본 스테이크예요.”

“그게 뭔데? 드라이기로 익힌 거야?”

“······예?”

손홍민이 벙찐 얼굴로 김상훈을 바라봤다.

그때, 제자의 무리수를 본 스승이 나섰다.

-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우와~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리네. 상훈아,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나은 거야. 쪽팔리게 드라이기가 왜 나오냐? 엉? 드라이에이징이 뭐냐면······.

그런 이찬수의 말을 경청한 김상훈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장난이지. 드라이에이징이 그거잖아. 숙성 시킨 거.”

“역시 알면서 그런 거죠?”

“고럼, 고럼~ 이게 또 인터넷 방송에서는 먹히는 드립이거든.”

“아······ 그으래요?”

“그래, 아 맞다! 그리고······.”

오늘, 김상훈은 손홍민과 밥을 먹으며 친분을 다졌다.

***

숙소로 돌아온 김상훈은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허공을 바라봤다.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날까?”

그러자 옆에 있던 이찬수가 질문했다.

- 포인트 쓰려고?

“예. 이제 써야죠.”

- 더 안 모으고 갑자기 왜?

“토트넘에서 훈련을 해보니까 느꼈는데, 아~ 이대로는 진짜 빡셀 거 같아요. 실제로 훈련 때 빡세기도 했고.”

- 뭐가 그렇게 빡셌는데?

“그냥 수준이 달랐어요. 훈련 때 골을 넣긴 했지만, 선수들이 저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이대로는 점점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오~ 제법인데? 그래서 어떤 박스를 사려고?

“고민 중이에요.”

말을 마친 김상훈은 눈앞에 보이는 박스 선택 창을 바라봤다.

[레드 박스 ▷ 1,000포인트]

[오렌지 박스 ▷ 5,000포인트]

[옐로우 박스 ▷ 10,000포인트]

[그린 박스 ▷ 20,000포인트]

[블루 박스 ▷ 40,000포인트]

[네이비 박스 ▷ 80,000포인트]

[퍼플 박스 ▷ 160,000포인트]

[현재 보유 포인트는 44600p입니다.]

4만 포인트짜리 블루 박스를 구입해서 한 방을 노리는 것과 비교적 저렴한 박스들을 여러 개 구입해서 많은 보상들을 노리는 것.

게다가 저렴한 박스에서 좋은 스킬이나 좋은 아이템이 나오는 경우도 빈번했기 때문에 김상훈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찬수 또한 애매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 이야~ 이건 진짜 어렵다.

“아······ 그러니까요. 진짜 포인트 쓸 때가 젤 머리 아픈 거 같아요.”

- 싸다고 안 좋은 것도 아니니까 더 머리 깨지겠구만?

“맞아요. 레드 박스에서도 좋은 게 나올 때가 있으니까요.”

- 근데 이번엔 비싼 거 산다고 하지 않았어?

“예, 그렇죠. 아, 그냥 애초에 마음먹었던 대로 가야겠어요.”

- 그래! 인생 한 방이지!

“에라 모르겠다!”

김상훈은 손가락을 움직여서 블루 박스와 레드 박스들을 장바구니에 넣은 다음, 구매 버튼을 클릭했다.

직접 클릭을 할 필요 없이 음성인식으로도 구매가 가능했지만, 김상훈은 일일이 직접 클릭을 했다.

그러자 이찬수의 태클이 들어왔다.

- 그냥 말로 하면 되지 왜 그걸 하나하나 누르고 있냐?

“조금 더 정성을 쏟으면 좋은 게 뜰 것 같아서요.”

- 네가 그런 미신도 믿냐?

“귀신도 보는데 미신을 못 믿을 건 없죠.”

- 이 새끼가····· 점점 말을 잘해지는 것 같다?

“감사함다.”

- 아오!

“자! 이제 집중해야 돼요. 신성한 의식이 펼쳐지는 순간입니다.”

- ·······지랄.

김상훈은 눈앞에 뜬 메시지를 긴장된 얼굴로 바라봤다.

[블루 박스 1개, 레드 박스 4개를 구입하시겠습니까?]

열심히 모아왔던 포인트를 사용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그는 주먹을 꽉 쥐고 크게 외쳤다.

“그래, 구매한다!”

***

김상훈이 블루 박스를 오픈하기에 앞서 먼저 한 것은 레드 박스(Red box)를 까는 것이었다.

4000포인트를 이용해서 구매한 총 4개의 레드 박스.

그곳에서 나온 것들은 아래와 같았다.

[체력회복 물약(S)]

[순간 가속(G)]

[근질 상승 묘약(S)]

[랜덤스킬 사다리(G)]

그 결과물을 본 김상훈과 이찬수의 입에서 동시에 감탄이 터져 나왔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레드 박스에서 괜찮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오!”

- 헐!

“골드 등급이 두 개나 나왔는데요?”

- 순간 가속? 저거부터 빨리 확인해보자.

“옙.”

이찬수의 말대로 김상훈 역시 순간 가속의 정보를 확인해볼 생각이었다.

그가 처음 보는 것이기도 했고, 왠지 좋아 보이는 느낌이 물씬 풍겼기 때문이기도 했다.

“시스템, 순간 가속 정보 좀 보여줘.”

[순간 가속]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스킬 사용 시 5초 동안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게 됩니다.(하루 1회 사용가능.)

“······이거 좋은 거 맞겠죠?”

- 조금 애매하긴 한데,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달라질 거 같다.

“골드 등급 스킬이니까 안 좋을 리는 없을 텐데·····하! 뭐가 이렇게 애매하지?”

스킬 정보를 바라보는 김상훈이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애매하게 느껴지는 정보가 문제였다.

5초간 속도가 빨라진다지만 얼마나 빨라지는 것인지 몰랐고, 하루에 1회 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패널티는 더욱 애매한 느낌이 나게 만들었다.

- 써보면 알겠지. 일단 놔두고 다른 거나 확인해봐.

“예.”

이찬수의 말에 대답한 김상훈은 다른 3개의 아이템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체력회복 물약은 이미 두 번이나 사용해본 적이 있는 유용한 아이템이었고, 근질 상승 묘약도 한 번 사용해본 적이 있는 아이템이었다.

[근질 상승 묘약]

- 등급 : 실버(S)

- 효과 : 묘약을 먹으면 근육의 질이 조금 좋아집니다.

지금의 김상훈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근육의 질이 좋아져서 나쁠 건 없었다.

김상훈은 곧바로 묘약을 입에 넣고 삼켰다.

그러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근질 상승 묘약을 섭취하셨습니다.]

[근질이 조금 좋아집니다.]

섭취를 마친 김상훈은 입고 있던 티셔츠를 위로 올려서 배에 힘을 줬다. 그러자 그의 배에 희미한 복근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김상훈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오오!”

- 왜? 몸이 좀 좋아졌어?

“먹기 전이랑 너무 똑같은데요?”

- 크하하! 조금 좋아졌다잖아. 조오오금!

“에휴······! 이상하게 손해 본 느낌이네요.”

아쉽게도 변화가 너무 없어서 나온 감탄이었다.

하지만 김상훈은 이상하리만치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에게는 아주 좋은 기억을 안겨줬던 아이템이 눈앞에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랜덤스킬 사다리]

- 등급 : 골드(G)

- 효과 : 사다리 타기 게임을 통해서 랜덤으로 스킬 또는 아이템이 지급됩니다.

그 스킬을 보고 생각에 잠겼던 이찬수가 별안간 무릎을 탁-하고 치며 소리를 질렀다.

그 역시 기억을 떠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 야! 이거 시바! 그거잖아?! 그, 그 뭐더라? 무슨 부상회복! 그거!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김상훈이 랜덤스킬 사다리를 처음 탔을 때, 좋아도 너무 좋은 아이템이 나왔었으니까.

실제로 김상훈은 지금 랜덤스킬 사다리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랜덤스킬 사다리는 그를 다시 축구를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아이템을 내어준 녀석이었으니까.

“예, 맞아요. ‘건강한 몸으로!’였죠. 히어로 등급이었고요.”

모든 부상과 질병을 100% 회복시켜주는 사기적인 아이템.

그런 아이템을 줬던 사다리였기 때문에 김상훈이 갖는 기대는 아주 클 수밖에 없었다.

- 아······ 나는 이젠 네가 좀 망했으면 좋겠다.

“왜요?”

- 솔직히 너무 잘되기만 하면 재미가 없잖아? 너도 양심이란 게 있으면 그렇게 생각할 거 아니야.

“좋은 스킬과 아이템 앞에서는 양심을 버리고 싶네요.”

- 개새끼.

“예? 왜 욕을 하고 그러세요······?”

- 아······ 크흠! 미안하다. 속에 있는 마음이 튀어나와버렸네······.

“진짜 너무하시네요······ 저처럼 귀여운 제자한테 개새끼라니······.”

- 미친 새끼.

“예?”

그때였다.

이찬수와 떠들던 김상훈이 기습적으로 시스템을 호출했다.

“시스템, 랜덤스킬 사다리 사용할게.”

- 뭐, 뭐야?! 갑자기?

[랜덤스킬 사다리를 사용합니다.]

[사다리로 얻을 수 있는 스킬과 아이템이 먼저 공개됩니다.]

시스템의 말과 동시에 사다리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의 명단이 김상훈의 눈앞에 주르륵 떠올랐다.

그 명단을 본 김상훈은 누워있던 몸을 벌떡-일으켜서 침대 위에 일어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열된 명단에 말도 안 되는 스킬이 섞여있다는 것.

그 사실에 도저히 편하게 누워있을 수가 없었으니까.

“이, 이게 뭐야!”

- ······야 이거 실화냐? 이게 나올 수도 있다고? 어?!

“이 중에서 사다리타기로 하나만 얻을 수 있다는 건데······ 만약 요게 나오면······.”

- 와·····! 아니, 진짜 이건! 아오! 안 나오겠지? 그래, 안 나올거야!

당연하게도 이찬수 역시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그는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두 남자는 입을 움직이면서도 시스템이 친절하게 나열해준 보상 명단에서 조금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필리포 인자기의 위치선정(L)]

[키가 쑥쑥! 오마 골드!(G)]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L)]

[호박에 줄긋기!(J)]

보상 명단을 바라보는 김상훈의 눈에는 오직 두 개의 스킬만 보였다.

당연하게도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과 필리포 인자기의 위치선정이었다.

- 허···· 허허······.

이찬수가 허탈하게 웃기 시작했고, 김상훈은 극도의 긴장감으로 인해 떨리는 손을 마주잡았다.

동시에 아까부터 떠올라있는 메시지를 바라봤다.

[A, B, C, D 중에 하나를 고르면 사다리타기가 시작됩니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떨리는 스킬들의 위에 떠올라있는 알파벳들.

그 알파벳들을 바라보며 김상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B로 갈까요······?”

- 나는 D가 나을 거 같아. 왠지 D에서 제일 안 좋은 게 뜰 거 같거든.

10분, 20분······.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김상훈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조용히 머리를 감싸 쥐고 있던 김상훈이 입을 연 것은 30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후······ 결정했습니다!”

- 오! 뭔데? 뭘로 할 건데?

“D요.”

- 왜?! 제일 안 좋은 거 뜰 거 같다니까?

“음······ 이찬수 선수가 말한 거랑 반대로 하면 좋은 게 뜰 거 같아서요.”

- 뭔 개소리야!

그런 이찬수의 말을 무시하며 김상훈이 사다리를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D로 선택할게. 제발! 제발 좋은 거 떠주라!”

[사다리 타기가 시작됩니다.]

시스템의 음성과 함께 사다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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