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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축구선수-42화 (42/200)

42화 참교육(2)

주닝요 페르남부카누는 프리킥의 달인이다.

현역시절 정확하고 강력한 프리킥을 구사했던 그는, 공의 궤적과 파워를 컨트롤하는 능력 또한 대단히 뛰어났다.

만약 그런 주닝요의 프리킥 능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당연하게도 그 선수는 파워, 위치, 궤적 등에서 미세한 컨트롤이 가능한 프리킥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주닝요의 프리킥]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브라질의 주닝요, 그의 프리킥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한 경기당 1회 사용 가능)

그런 뛰어난 능력이기에 무려 레전드 등급인 이 스킬의 주인은 현재 반투명한 귀신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

- 쟤, 괜찮은 거냐?

“라멜라요?”

- 그래. 소리를 들었을 때는 양쪽 다 터진 것 같은데······.

“뭐······· 두 쪽 다······· 살아 있긴 할 겁니다. 힘 조절, 했으니까요.”

그 말을 듣자마자 이찬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휴~! 진짜 보는 내가 아프더라. 너 인마,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냐? 성질 더러운 건 알았지만······ 어후~! 끔찍해!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윽고 김상훈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래도 저는 경기 중에 시비를 걸었다는 이유로 팔꿈치를 휘둘러서 상대 선수의 이빨 두 개 빠지게 만들고, 기절까지 시키는 짓은 안 했잖아요. 무슨 깡패도 아니고.”

- 뭐?! 깡패? 너 지금 말 다했어? 내가 인마······!

“이찬수 선수가 그랬다고는 말 안했는데요?”

- ·······어? 그러니까 말이야~! 너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거지. 자고로 축구선수는 항상 경기장 안과 밖에서 바르게 행실을 해야 하며······.

“귀에서 피나올 거 같으니까 그만 듣겠습니다.”

간단한 검사를 받은 뒤, 몸에 크게 이상이 없는 라멜라가 복귀하자 훈련이 다시 시작됐다.

김상훈은 훈련 중에 라멜라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왠지 모르게 그가 자신의 눈을 피한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더 이상 그를 물리적으로 혼내줄 생각은 없었다.

- 라멜라가 네 눈을 피하는데? 그래, 쟤도 이제 깨달았나보구나. 진짜 미친놈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그래서 너도 이제 쟤 안 괴롭힐 거야?

“예? 제가 언제 괴롭혔다고 그러세요? 거참 억울하네. 하여튼, 아까처럼 물리적으로 고통을 준다거나 할 생각은 이제 없어요.”

- 오~! 그럼? 너 설마?

이찬수의 질문에 김상훈은 하얀 치아를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축구선수니까 실력으로 참교육을 시켜줘야죠.”

***

공이 빠른 속도로 선수들 사이를 오가는 토트넘 트레이닝 센터.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솔직히 많이 놀란 상태였다.

그를 놀라게 만든 것은 한 선수였다.

‘에릭센이나 케인이 잘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토트넘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다 보니 김상훈을 진짜 놀라게 하는 선수는 따로 있었다.

“우와······. 저 선수 진짜 잘하네요.”

- 맞지? 내가 잘한다고 했지? 경기장에서 이상할 정도로 실력을 못 보여주는데, 같은 공간에서 뛰어본 선수들은 쟤가 얼마나 잘하는 선수인지 안다니까.

이찬수와 얘기를 하던 김상훈이 한껏 커진 눈으로 바라보는 선수는 바로 무사 뎀벨레였다.

곱슬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그는 185cm에 당당한 체격을 지닌 남자였다.

그는 별다른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음에도 강력한 몸싸움과 뛰어난 탈압박 능력을 자랑하는 선수로도 유명했다.

김상훈은 오늘 무사 뎀벨레를 직접 본 것이 처음이었지만, 그럼에도 아주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직접 상대해보니까 제가 얼마나 좋은 스킬을 얻었던 건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네요.”

- 그 스킬로 꿀 오지게 빨았잖아.

“예, 그렇죠.”

말과 동시에 김상훈은 그동안 그에게 꿀을 빨게 해준 스킬을 바라봤다.

[무사 뎀벨레의 탈압박]

- 등급 : 골드(G)

- 효과 : 벨기에의 무사 뎀벨레, 그의 탈압박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김상훈이 무사 뎀벨레에게 친근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탈압박 능력이 부족했던 김상훈을 단번에 K리그 최고의 탈압박을 가진 선수로 만들어줬던 스킬.

눈앞에 보이는 무사 뎀벨레가 그 능력의 실제 주인이었으니까.

“무사 뎀벨레 때문에 경기가 잘 안 풀리네요.”

그런 무사 뎀벨레를 상대편에 두고 경기를 해야 된다는 것은 김상훈에게 큰 부담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최소 2명의 마크를 버텨내며 어떻게든 동료에게 공을 연결해주는 선수는 그만큼 상대편을 너무도 힘들게 하는 선수였으니까.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김상훈에게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기회의 시작은 라멜라로부터 시작했다.

턱-!

“이런 젠장!”

열등감으로 가득한 라멜라는 평소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지 않게 무리한 드리블을 시도했고, 결국 비주전 팀 수비수 후안 포이스에게 공을 빼앗겼다.

후안 포이스는 곧바로 중앙 라인 근처에서 손을 들고 있는 해리 윙크스에게 공을 넘겼다.

투욱-!

그때 공을 잡은 해리 윙크스의 눈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윙크스······.’

해리 윙크스가 공을 잡은 모습을 본 김상훈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큰 이유는 없었다.

다만 윙크스는 김상훈이 게임에서 자주 중용하던 유망주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김상훈은 이상하게 기대를 하게 됐다. 어쩌면 그의 잘생긴 외모 때문일지도 몰랐다.

실제로 저스틴 비버와 그리즈만을 섞어놓은 듯한 외모를 지닌 해리 윙크스는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외모 1위로 뽑힌 적도 많았다.

그는 실력 또한 훌륭해서 현재 토트넘에서 공을 들여 키우고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게다가 압박을 벗어나는 능력이 좋고, 패싱 능력이 뛰어난 그는 부상이 잦고 30대 중반인 무사 뎀벨레의 자리를 노리는 유력한 차기 후보이기도 했다.

그런 해리 윙크스는 전방을 바라보며 넓게 시야를 펼쳤다.

그때, 그의 시야에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강렬한 눈빛을 보내며 수비수 사이를 들어갔다 나왔다하며 언제든지 라인을 파괴할 준비를 하고 있는 남자.

오늘 첫 훈련을 소화하면서도 2골을 넣고 있는 남자.

해리 윙크스는 망설이지 않고 그 남자를 향해 롱패스를 뿌렸다.

뻐엉-!

높고 빠르게 날아가는 패스.

그 공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남자는 김상훈이었다.

김상훈은 그 공을 향해 점프를 해서 이마에 맞췄다.

헤딩 슈팅을 시도한 것은 아니었다. 이마를 이용해 공을 바닥에 떨어뜨린 뒤, 곧바로 몸을 돌려 공을 지켜내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갔다.

그러자 곧바로 얀 베르통언이 김상훈에게 붙어서 강한 압박을 넣기 시작했다.

다만 베르통언은 패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수비를 펼쳐야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베트통언의 심리를 이용한 김상훈은 더욱 거칠게 몸을 돌리며 슈팅을 시도했다.

빠른 템포로 다리를 휘두르며 입을 열었다.

“정확한 슈······끄억!”

하지만 슈팅을 하기 직전, 베르통언의 위험을 감수한 태클에 당한 김상훈이 바닥을 뒹굴렀다.

김상훈은 억울한 얼굴로 심판을 보고 있는 코치를 바라봤지만, 코치는 고개를 내저었다.

반칙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아~ 이게 반칙이 아니라고?”

- 상훈아, 추잡하게 누워있지 말고 빨리 일어나. 반칙 아니야. 깔끔한 태클이었어.

“아 그래요······? 흠흠!”

민망한 얼굴로 일어난 김상훈은 언제 억울해했냐는 듯 스스로의 자리로 복귀했다.

그런 김상훈을 향해 이찬수가 실실 웃으며 질문했다.

- 근데 상훈아? 지금까지 괜찮게 하고 있기는 한데, 실력으로 참교육 시킨다며? 언제 시킬 건데? 오히려 라멜라는 지금 정신 차리고 꽤 잘하고 있는데?

“이제 슬슬 참교육 들어가려고 했어요.”

- 응? 어떻게 하려고?

그 질문에 김상훈이 진지한 눈빛으로 이찬수와 마주했다.

- 왜 그렇게 느끼하게 쳐다봐? 미안한데, 그만 쳐다봐줄래? 토할 거 같으니까.

“빙의합시다.”

- 뭐?! 갑자기? 참교육 한다며?

“제가 직접 한다는 말은 안 했잖아요.”

말을 마친 김상훈은 곧바로 외쳤다.

“시스템, 빙의할게.”

***

‘그거 꼭 쓰셔야 돼요. 알겠죠?’

김상훈과 빙의한 이찬수는 머릿속을 울려대는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 알겠다고~! 거참 잔소리 엄청 하네.”

이찬수는 대답과 동시에 시스템을 불렀다.

물론 스킬을 쓰기 위해서였다.

“시스템, 강철 체력 사용할게.”

[강철 체력(H)를 사용하셨습니다.]

[10분간 체력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하루에 1번 사용할 수 있는 강철 체력 스킬을 사용하는 것.

그것이 바로 김상훈이 이찬수에게 신신당부했던 것이었다.

‘이찬수 선수! 파이팅입니다~!’

“에라이! 스승한테 참교육을 시켜달라는 싸가지 없는 놈은 너 밖에 없을 거야.”

김상훈에게 짜증스럽게 말했지만, 이찬수는 싸가지 없는 제자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었다.

그것도 아주 완벽할 정도로.

“스승님 하시는 거 잘 봐라.”

말을 마친 이찬수가 뛰기 시작했다.

분명히 같은 몸이지만, 움직임 자체가 달랐다.

워낙 훌륭한 퍼스트 터치는 여전했지만, 나머지 모든 능력들이 한참이나 달라졌다.

공을 잡은 이찬수는 빠르게 드리블과 패스를 번갈아가며 상대방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체력 걱정 없이 날뛰는 이찬수를 막을 수 있는 선수는 토트넘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훈련에서만큼은 토트넘의 에이스 역할을 하는 무사 뎀벨레가 이찬수를 향해 강한 압박을 걸었다.

쿵-!

“새끼, 피지컬 한 번 기가 막히네.”

무사 뎀벨레의 압박을 직접 경험한 선수들은 지옥과도 같다고 말하곤 한다.

그만큼 무사 뎀벨레는 탈압박 능력만큼이나 상대를 직접 압박해서 공을 빼앗아내는 능력도 좋은 선수였다.

다만, 상대가 이찬수라는 것이 문제였다.

휘익-! 휙!

압박을 받던 이찬수는 가볍게 몸을 왼쪽으로 돌렸다가 갑자기 움직임을 가속해서 오른쪽으로 턴을 하는 드리블을 보여줬다.

그런 움직임에 무사 뎀벨레는 너무나도 쉽게 이찬수를 놓쳐버렸다.

“뭐, 뭐야?!”

크게 충격 받은 얼굴로 이찬수를 바라보는 무사 뎀벨레.

하지만 무사 뎀벨레는 그나마 약하게 당한 편이었다.

공을 몰고 계속해서 달리는 이찬수는 아마추어를 상대하는 프로 선수처럼 토트넘의 주전 선수들 사이를 헤집어댔다.

체력을 아낄 필요가 없는 이찬수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보여주며 계속해서 토트넘 선수를 농락했다.

당연하게도 그런 이찬수의 움직임을 직접 느끼며 보고 있는 김상훈은 그야말로 신세계를 경험하는 중이었다.

‘우오오오! 이게 가능해?!’

순식간에 4명을 제친 이찬수는 어느새 페널티 에어리어 안까지 침투한 상태였다.

그를 막을 선수는 이제 베르통언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

베르통언은 이를 악물고 슈팅을 때리려는 이찬수에게 태클을 했다.

촤라라락-!

그런 태클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이찬수는 달리던 몸에 급제동을 걸어버렸다. 그 움직임 때문에 태클을 한 베르통언은 허무한 얼굴로 이찬수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망설임은 없었다.

이찬수는 베르통언의 태클을 피해내자마자 곧바로 슈팅을 때렸다.

철렁-!

이찬수의 발에서 떠난 공이 골키퍼 요리스를 지나 골대를 뒤흔들었다.

총 5명의 선수를 혼자서 뚫어내고 넣은 골이었다.

믿기 힘든 모습을 직접 본 토트넘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입을 떡 벌린 채, 골을 넣은 남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토트넘 트레이닝 센터의 분위기가 한 남자로 인해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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