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40화 (40/200)

40화 텃세

“오오~!”

몸을 풀던 김상훈은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 그의 모습은 흡사 놀이공원에 처음 놀러온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에서 뛰던, 그리고 프로선수 경력이 짧은 그에게는 지금 이 순간들이 너무나 신기한 경험이었으니까.

그런 김상훈을 보던 이찬수가 낮은 어조로 말했다.

- 정신 차리고, 처음부터 최선을 다해서 해.

“어? 조금 힘을 빼고 분위기 좀 보려고 했는데요?”

- 여긴 영국이야. 이곳에서 너는 외국인이고, 오직 실력만으로 보여줘야 하는 선수라고. 상훈아, 첫인상을 강하게 남겨라.

이찬수의 그 말에 김상훈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알겠습니다. 제대로 해보죠.”

- 그리고 내 경험상 애들이 너한테 패스를 잘 안 줄 수도 있어. 신입에 대한 텃세는 어딜 가나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쉽게 흥분하지 마.

“조언 감사합니다.”

- 알면 됐어.

훈련에 들어가기 전, 김상훈은 자신의 상태 창을 바라봤다.

[김상훈]

- 키 : 179cm

- 주발 : 오른발

- 체력 : 80 ▷ 81

- 민첩 : 83 ▷ 84

- 패스 : 82

- 슈팅 : 90

- 개인기 : 82 ▷ 83

- 헤딩 : 80

- 드리블 : 81 ▷ 82

- 피지컬 : 79 ▷ 81

- 몸싸움 : 81 ▷ 82

- 매력 : 71

- 잠재력 : 93

- 스킬 : 정확한 슈팅(H), 무사 뎀벨레의 탈압박(G), 이찬수의 퍼스트터치(L), 캐논 슈터(G), 훌륭한 트래핑(J), 주닝요의 프리킥(L), 강철 체력(G), 언어 마스터(H)

(세부능력치를 볼 수 있습니다.)

우승을 한 뒤에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꾸준히 훈련만 거듭했던 김상훈의 능력치는 크게 성장하지는 않았다.

다만 최근 블루 박스에서 얻은 스킬 하나가 스스로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언어 마스터]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전 세계 언어를 알아듣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그야말로 사기적인 효과였다.

어떤 면에서는 레전드 등급의 스킬보다 더 좋게 느껴지기도 했다.

스킬을 바라보는 김상훈의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하트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당연하게도 이찬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다.

- 야, 솔직히 이건 좀 아니지 않냐?

“뭐가요?”

- 아니! 축구에 관련도 없는 스킬이 왜 나와? 언어 마스터? 시발 이게 말이 돼?! 무슨 도라에몽이야? 엉?

“관련이 왜 없어요? 해외에서 축구하려면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찬수 선수가 더 잘 알거 아니에요.”

- ······아무리 그래도 나는 너무 개사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해외에서 축구할 때, 언어 때문에 고생한 거 생각하면······ 어휴! 진짜 너무 억울하다.

“저도 이런 게 나올 줄은 몰랐잖아요. 그리고 제가 좋은 걸 얻으면 이찬수 선수도 좋아하시면서 왜 자꾸 싫은 척을 하세요?”

- 뭐? 허! 허허! 내가 좋아한다고? 너 미쳤냐?! 와~! 진짜 지금까지 살면서····· 아니, 이렇게 죽어서까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어이가 없는 말이었어.

“예~ 그러시겠죠. 진짜 은근 부끄럼쟁이시라니까.”

-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마라.

“옙!”

그때, 이찬수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상훈 역시 장난기 가득하던 모습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 훈련 시작했다. 집중해!

토트넘의 훈련은 서울과는 달랐지만, 큰 틀은 비슷했다.

팀이 달라졌지만 김상훈은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서울 유나이티드건 토트넘 홋스퍼건 결국엔 축구에 관련된 훈련들을 한다는 것.

그 사실이 김상훈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후우!”

숨을 크게 내쉰 김상훈은 자신과 한 팀으로 뛸 선수들과 상대편 선수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분명 다들 뛰어난 실력들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겠지만, 아마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느꼈다.

당연한 일이었다.

김상훈이 상대해야 할 상대팀 선수들은 누가 보더라도 주전 멤버들이었으니까.

‘케인, 베르통언, 에릭센, 손홍민······.’

이름만 들어도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선수들로 구성된 상대들.

그런 선수들을 바라보는 김상훈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

- 오~ 상대팀 전력이 빵빵한데~? 상훈아, 혹시 쫄았냐? 응? 표정 보니까 진짜 쫄았나 본데?

“······프흡!”

그때, 김상훈의 꽉 깨문 입술 사이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그는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 웃음 좀 참아보려 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네요.”

그 모습에 이찬수의 입이 벌어졌다.

- 응? 뭔 소리야? 웃음이 왜 나와?

그런 이찬수의 질문에 김상훈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너무 좋아서요. 저 선수들을 상대로 골을 넣으면 얼마나 짜릿하겠어요. 게다가 그렇게 되면 감독님 눈에도 확 띌 수 있을 거 아니에요.”

- 진짜 너는 정상이 아니구나·······.

이찬수는 그런 김상훈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어냈다.

동시에 생각했다.

이 녀석의 축구에 대한 마인드만큼은 자신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고.

아니, 오히려 마인드에서만큼은 자신보다도 더 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빡시게 붙어보겠슴다!”

- ······그래, 그래라.

훈련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김상훈이 속한 팀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2차례의 슈팅까지 허용했지만, 골키퍼 미셸 봄의 슈퍼세이브로 간신히 실점을 막을 수 있었다.

‘오······!’

꾸준히 본인의 움직임을 가져가면서도 상대팀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피던 김상훈의 입이 조금 벌어졌다.

확실히 훈련 때의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보여 지는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다.

다만, 쉽게 밀려줄 생각이 없었다.

상대가 전부 유명한 선수들이었고, 그만큼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었지만 이길 자신이 있었다.

“패스!”

같은 팀으로 뛰게 된 라멜라가 2명의 선수들에게 둘러싸인 것을 본 김상훈은 그의 근처로 뛰어가 패스를 요청했다.

투욱-!

라멜라 역시 2명의 선수들을 상대로 돌파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곧바로 패스를 했다.

다만 훨씬 더 좋은 위치에 있던 김상훈이 아닌, 다른 선수에게 패스를 했다.

‘응?’

김상훈이 고개를 살짝 꺾고 라멜라를 바라봤다.

라멜라는 턱을 치켜들고 김상훈을 잠깐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시선을 무시했다.

그 모습을 본 김상훈은 작게 감탄했다.

“오호! 요런 거구나?”

당연하게도 그 모습을 본 이찬수는 배를 부여잡고 잔디밭을 굴렀다.

- 크핫핫핫핫핫! 야! 크하하하! 아이고 배야~! 너 방금 쟤한테 개무시 당한 거 알지?

그런 이찬수의 모습을 애써 못 본 척 했지만, 김상훈의 표정에는 이미 변화가 생겼다.

한 쪽 입꼬리만 유난히 위로 치솟은 그의 표정은 누가 봐도 화가 난 표정이었다.

- 이야~! 라멜라 이제 좆됐네? 우리 성질 더럽고 속 좁은 김상훈 선수가 화가 나셨는데 이제 어쩌냐?

“······.”

김상훈은 아무런 대답 없이 정해진 자리 근처에서 계속해서 움직이며 공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김상훈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훈련이 시작되기 전, 인사를 나눴던 선수들조차 그에게 패스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에게 텃세를 부리는 것은 라멜라 하나가 아닌, 같은 팀이 된 모든 선수들이었다는 것을.

그 사실에 김상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패스!”

그렇다고 아예 패스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정말로 줄 데가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는 김상훈에게도 공이 왔다.

다만, 패스를 준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공을 넘긴다는 느낌.

딱 그런 느낌이었다.

툭-!

이찬수의 퍼스트터치를 이용해 완벽하게 공을 몸 앞에 세운 김상훈은 전방의 바라봤다.

저 앞에는 양심도 없는 선수들이 공을 달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조까.’

물론 김상훈은 그들에게 공을 줄 생각이 없었다.

곧바로 다리를 휘둘러 슛을 때리려던 김상훈은 빠르게 달려와 압박을 넣는 에릭 다이어를 가볍게 제쳐냈다.

휘익-!

현재 김상훈의 드리블 능력치는 82로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EPL에서 잔뼈가 굵은 에릭 다이어는 김상훈의 드리블에 쉽게 제쳐 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김상훈의 드리블은 매일 밤 이찬수와 빙의를 하며 터득한 드리블이었으니까.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세계 최고의 선수인 이찬수의 드리블이었으니까.

스윽-!

더 이상 근처에 선수가 없자 공을 앞으로 살짝 민 김상훈은 곧바로 다리를 휘둘렀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강한 압박만 없다면 언제든지 정확한 슈팅을 때릴 자신이 있었으니까.

“정확한 슈팅.”

더군다나 지금 그의 발을 떠난 공은 오늘 처음 때린 슈팅이었다.

그것은 즉, 캐논 슈터 효과가 발동됐다는 것이기도 했다.

빠앙-!

강력한 소리와 함께 김상훈이 때린 슈팅은 빠르게 골대의 구석으로 쏘아져나갔다.

반전은 없었다.

둥그런 축구공은 정확히 골대의 오른쪽 상단 구석으로 꽂혔다.

주전 골키퍼인 요리스가 몸을 날려봤지만, 막아내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원체 막아내기 힘든 강력한 슈팅이 정확히 구석으로 꽂혀버렸으니까.

멋진 중거리 골을 넣은 김상훈은 그라운드 위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들으라는 듯, 크게 소리쳤다.

“이 쓉새끼들아~! 다 뒤질 준비해라.”

물론 오로지 손홍민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말이었지만, 그건 진심을 담은 경고였다.

다만 말을 마친 김상훈은 다시금 큰 목소리로 말했다.

“홍민이는 빼고~!”

옆에 있는 이찬수가 꺽꺽대며 웃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확실히 짚을 건 짚고 넘어가야 했으니까.

***

토트넘 트레이닝 센터, 그곳에 위치한 경기장 안은 김상훈의 골이 터진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춰버리기라도 한 듯 조용해졌다.

그야말로 고요했다.

모두가 놀라버린 것이다.

K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준 선수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토트넘의 선수들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토트넘의 주전 선수들을 상대로 한 골이었다.

게다가 골을 넣자마자 포효하듯 소리치는 김상훈의 모습은 괴상하기도 했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도 했다.

- 이열! 애들이 너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는데? 이제 너한테 공 좀 주겠다.

이찬수의 눈은 정확했다.

김상훈의 동료들은 조금씩 그에게 패스를 주는 빈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다만, 한 선수는 여전히 김상훈에게 패스를 하지 않았다.

“라멜라! 패스 좀 해!”

보다 못한 김상훈이 소리쳤지만, 라멜라는 못들은 척을 하며 무시했다.

라멜라, 그는 지금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저 녀석까지 활약하게 만들면······ 절대 안 돼!’

사실 라멜라는 김상훈의 이적이 확정됐을 때부터 곧바로 그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경쟁자가 될 지도 모르는 선수의 정보를 조사하는 것.

그 선수를 경쟁에서 이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라멜라만의 필사적인 생존법이었다.

정보를 찾던 도중, 유투브에 올라온 김상훈의 영상을 보던 라멜라는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다.

당연한 일이었다.

무려 59골 19어시스트를 한 선수가 경쟁자로 들어온다는 것은.

만약 그 선수가 K리그에서 보여줬던 활약의 절반만 보여준다고 해도.

그것은 그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는 일이었으니까.

가뜩이나 손홍민과의 경쟁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라멜라는 첫 훈련에서 환상적인 골을 넣은 김상훈을 노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동시에 라멜라는 생각했다.

‘팀이 바뀔 때, 제대로 보여준다.’

김상훈과 다른 팀이 돼서 뛸 때,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압도적인 모습을 감히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신입의 기를 죽여 놓겠다고 다짐했다.

“잠깐!”

그때였다.

토트넘의 코치가 선수들에게 다가와서 경기를 멈추게 한 뒤, 몇 명의 선수의 팀을 교체해줬다.

교체 내용은 간단했다.

라멜라가 주전 멤버 팀으로 들어갔고, 김상훈의 팀에 손홍민이 들어왔다.

그렇게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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