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이적 그리고 새로운 동료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바’에는 매일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업데이트 된다.
실시간으로 높은 순위에 있는 검색어는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데, 오늘 네이바의 검색어 순위는 한 남자로 인해 도배가 됐다.
기자들 역시 그 남자에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상훈, 토트넘으로 이적 확정!」
「토트넘 홋스퍼는 어떤 팀인가?」
「K리그를 정복한 김상훈, 토트넘의 손홍민과 한솥밥 먹게 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김상훈은 믿을 수 없는 선수.」
「손홍민, 김상훈은 환상적인 선수. 그와 함께 하게 되어서 기쁘다.」
「김상훈,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거부한 이유는?」
당연하게도 해당 기사들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70년째축구팬 : 이거 실화임? 김상훈 미친 거 아니냐? 갑자기 웬 토트넘?
천사홍민 : 김상훈이 우리 홍민이 팬이라는 말이 있음. 그리고 토트넘이 뭐가 어때서?
최강바르샤 : 토트넘이 어떻냐니? 바르샤에 비하면 존나 약하지. 아 솔직히 김상훈은 바르샤에 딱 맞는데, 이거 확실한 기사 맞냐?
레알이우승한다 : 위에 개솔ㄴㄴ 김상훈은 레알에 어울리는 선수임. 솔직히 토트넘 전술에 김상훈이 맞을 거 같음? 서울 유나이티드랑은 아예 전술이 다르잖아.
김상훈존잘 : 한 시즌에 59골 넣은 선수다. 정 안되면 공격수로 뛰어도 20골을 박아주지 않겠냐?
축구전문가 : 위에 김상훈존잘 멍청한 소리 좀 하지마;; K리그랑 EPL이랑 수준차이가 있는데 여기서 20골을 넣겠냐? 어휴! 닉네임부터 어그로네.
댓글의 대부분의 의견은 토트넘으로 간 김상훈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김상훈은 어떤 리그에 가도 통한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는 주이었으니까.
지금 정도의 폼이라면 최고의 팀이라고 불리는 곳에 들어가도 주전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여 졌으니까.
인터넷 상에서 김상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이 순간.
관심의 주인공인 김상훈 본인은 런던행 비행기를 타고 이찬수와 함께 수다를 떨고 있었다.
“와! 외국 가는 거 진짜 오랜만이네요. 런던에는 어떤 맛집이 있을까요?”
-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럼 누구한테 물어요?”
- 하! 이 새끼, 이렇게 싸가지 없는 성격인 걸 기사로 내야 하는데.
“저 정도면 양반이죠.”
- 지랄!
“아~ 그나저나 진짜 기대되네요. 제가 EPL에서 축구를 하게 되다니······. 진짜 신기해요.”
- 앞으로 신기한 일은 더 많이 일어날 거야. 영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너에게는 새로울 거니까.
“그렇겠죠?”
- 그래. 근데 너는 왜 토트넘을 선택한 거야?
“······음, 사실 어딜가도 상관은 없었어요. 근데 유난히 친근하잖아요. 토트넘이.”
- 손홍민이 뛰고 있어서?
“예. 솔직히 손홍민이 있는 팀이다 보니 한국 사람이라면 친근하게 느껴지고 관심이 가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 미친! 고작 그런 이유로 팀을 선택한 거라고?
같은 나라 선수가 뛰고 있는 팀으로 이적한다면 분명히 장점은 있다. 팀에서 뛰고 있는 그 선수와 성격이 잘 맞는다면 팀에 정착하는 데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팀원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찬수는 그런 이유로 팀을 선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이찬수의 질문에 김상훈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것 때문만은 아니죠. 이건 제 성향 문제였어요. 저는 최고의 팀에서 주전선수들을 상대로 경쟁에서 이겨내는 것보다 적당히 강한 팀을 이끌고 우승을 시키는 게 더 재밌거든요. 실제로 오늘의 위닝-마스터리그를 플레이할 때도 그런 식으로 많이 하기도 했고요.”
- 얌마, 게임이랑 현실이랑 같냐? 너도 알겠지만 토트넘의 전술에 네가 녹아드는 것은 쉽지 않아.
“그렇겠죠. 아무래도 저랑 비슷한 자리에서 뛰는 선수가 에릭센이니까요.”
- 잘 아네. 그럼 너도 알고 있겠네. 에릭센이 토트넘에서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
“예. 알죠.”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는 4-2-3-1, 3-4-2-1 등 몇 개의 포지션을 상황에 따라 효율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감독이다.
그런 포체티노 감독의 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를 꼽자면 당연히 크리스티안 에릭센(Christian Eriksen)이다.
더불어 팬들 사이에서 EPL 탑급 플레이메이커로 꼽힐 정도로 뛰어난 찬스메이킹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였다.
그만큼 에릭센은 토트넘 내에서 해리 케인과 더불어 붙박이 주전 1순위라고 할 수 있는 선수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공격전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유무에 따라 토트넘의 경기력은 천지 차이로 달라지곤 했으니까.
이찬수는 지금 그런 에릭센과의 경쟁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 에릭센이랑 경쟁하려고? 자신 있어?
물론 김상훈은 조금도 걱정 하지 않았다.
“자신이 없지는 않은데, 굳이 경쟁할 필요 있나요? 제가 서울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다고 해도 토트넘에서까지도 꼭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경쟁을 해도 이길 자신은 있지만, 굳이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김상훈의 말에 이찬수가 대답했다.
- 하긴 훈련 때는 여러 포지션에서도 뛰어봤으니까······ 너도 머리가 돌아가긴 돌아가는구나?
“지금 시비거시는 거예요?”
***
구단에서 제공해준 숙소에서 잠을 잔 김상훈은 역시나 구단에서 제공해준 차를 몰고 북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트레이닝 센터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훈련장으로 걸어가던 김상훈에게 이찬수가 말을 걸었다.
- 기분이 어때?
“아주 좋아요. 그리고 빨리 유럽 선수들과 훈련을 해보고 싶네요.”
실제로 김상훈의 발걸음은 빨랐다.
긴장감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김상훈의 머릿속엔 유럽선수들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쳐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훈련장에 도착한 김상훈은 라커룸에서 훈련용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런 김상훈을 가장 먼저 반겨준 남자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눈웃음을 치며 다가오는 훈훈한 얼굴을 지닌 청년은 183cm에 건장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 남자를 본 김상훈의 눈이 커졌다.
“소, 손홍민 선수!”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말을 건 남자는 현재 대한민구 최고의 축구스타 손홍민이었으니까.
“와~! 여기서 한국사람 보니까 너무 반가워요.”
친근하게 말을 거는 손홍민 덕분이었을까?
김상훈 역시 언제 놀랐냐는 듯 친근하게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두 사람이 친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주 조금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두 남자 모두 축구를 좋아했고, 나이차이도 1살 밖에 나지 않는 또래라는 것.
그것이 두 남자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이유였다.
“저 사실 형 방송 본 적 있거든요.”
“아 그래? 어떤 거 봤는데?”
“형이 오늘의 위닝하다가 졌을 때, 키보드 다 부숴버리는 거. 그거 봤어요. 그거 유투브 조회수도 되게 많이 나온 걸로 기억하는데.”
“아······ 하필 그걸 봤구나······.”
“예. 아 맞다! 형 영어는 잘하는 편이세요?”
손홍민의 질문에 김상훈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영어 실력으로 봤을 때, 그의 실력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어? 그럼 통역사를 따로 쓰시려고요?”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아. 그래도 영어를 아예 못하지는 않으니까 많이 불편하지는 않을 것 같아.”
“오~ 그래요? 잘됐네요! 형, 혹시나 어려운 거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제가 다 도와드릴게요.”
“오······ 진짜? 그럼 나야 고맙지!”
“형, 그럼 저 일단 옷 좀 갈아입을게요.”
실제로 만난 손홍민은 천사와도 같은 성격이었다. 매사에 밝았고 오늘 처음 본 김상훈을 열심히 챙겨줬다.
그 모습을 잠자코 바라보던 이찬수가 한 마디를 툭 던졌다.
- 이야~ 역시 홍민이가 성격이 참 좋아. 어떤 싸가지 없는 놈과는 다르게.
“방금 저한테 한 말이에요?”
- 응? 왜? 찔려?
“아~뇨? 전혀 안 찔리는데요?”
- 좀 찔렸으면 좋겠다.
“······저 이제 훈련 들어가야 하니까 예민하게 만들지 말아주세요.”
- 예~예.
훈련이 시작되기 전, 손홍민과 대화를 하던 김상훈에게 다가온 선수가 있었다. 이 선수 역시 김상훈에게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손홍민은 그 선수를 보며 친근하게 손을 흔들었다.
“에릭, 안녕.”
“그래, 안녕. 근데 얘는 누구야? 네 친구야?”
“여기는 김상훈. 이번에 토트넘으로 이적한 선수야. 소식 듣지 않았어?”
“아, 나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말을 마치자마자 김상훈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 본 에릭 라멜라는 감독이 서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황당한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개무시를 당한 김상훈이 고개를 살짝 꺾은 채로 라멜라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찬수가 낄낄대며 말했다.
- 상훈아, 너보다 싸가지 없는 새끼가 있었네?
“후우······.”
이게 텃세라는 건가? 서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건데······.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 김상훈을 꺼내준 건 손홍민이었다.
“상훈이 형,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쟤가 원래 자기 경쟁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한테는 조금 냉정한 면이 있어요.”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너한테도 그랬어?”
“처음에는 저한테도 장난 아니었어요. 지금이야 많이 친해진 편이지만, 처음에는 친해지기 진짜 어려웠어요.”
“그래, 그럴 수 있지. 다만, 경기장에서는 시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
“에휴! 제가 더 걱정되네요. 에릭 저 녀석······. 에이! 훈련하러 가시죠. 형.”
“그래, 그러자.”
당사자가 아닌 손홍민이 오히려 김상훈에게 미안해하며 주변 선수들으르 소개시켜줬다. 다행스럽게도 라멜라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김상훈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반갑게 맞아주는 선수가 있었다.
“오오오옷! 쏘니와 같은 나라에서 왔다고? 반가워! 그럼 쏘니처럼 게임도 잘하려나? 혹시 오늘의 위닝 할 줄 알아? 내가 요즘 쏘니한테 너무 많이 지긴 했는데, 내가 원래 우리 팀에서 가장 고수였어. 너도 할 줄 알면 나랑 붙어볼래?”
190cm에 가까운 장신에 80키로가 조금 안 되는 마른 체형을 지녔고, 곱슬머리에 개구쟁이 같은 얼굴을 가진 영국 남자였다.
‘델레 알리!’
델레 알리.
잉글랜드 현역 최고의 미들라이커이자 현재 잉글랜드 최고의 재능이라고도 불리는 선수.
실제로 그는 96년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비해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며 세계 최고의 유망주들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선수였다.
토트넘의 핵심 선수이자 잉글랜드 최고의 유망주인 델레 알리를 본 김상훈은 그가 내민 손을 마주잡았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손홍민이 말했다.
“형, 통역해드릴게요. 얘가 방금 한 말이 뭐냐면요······.”
“아니야, 괜찮아.”
손을 들어 손홍민의 말을 막은 김상훈이 웃으며 말했다.
“아까 말했잖아. 영어를 아예 못하지는 않는다고.”
말을 마친 김상훈은 이윽고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델레 알리의 질문에 대답했다.
“안녕, 알리! 맞아. 나는 손홍민과 같은 나라에서 왔어. 그리고 오늘의 위닝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야. 그리고 가장 잘하는 게임이기도 하지. 손홍민이 게임을 얼마나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만만치 않을 거야. 나는 이 게임으로 인터넷 방송까지 했었거든!”
김상훈의 그 말에 델레 알리의 표정이 더욱 환해졌다.
“뭐?! 오늘의 위닝으로 방송도 했었다고? 뭐야~! 나도 인터넷 방송 가끔 해! 신기하다. 그럼 다음에 나랑 꼭 붙어보자. 아, 맞다. 내 소개를 안 했네. 나는 델레 알리라고 해. 그냥 알리라고 불러줘.”
“나는 김상훈이야. 오늘의 위닝은 자신 있으니까 언제든지 덤벼도 좋아.”
손홍민은 델레 알리와 수준급 영어실력으로 대화를 하는 김상훈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윽고 그가 당황스런 얼굴로 질문했다.
“혀, 형? 영어를 못하지 않는다고 했지, 잘한다고는 안 했잖아요?”
“이게 잘하는 거야?”
“그럼요!”
손홍민의 그 말에 김상훈은 씨익 웃으며 스킬 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얼마 전에 얻은 스킬이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그 스킬은 K리그 우승 보상으로 받았던 블루 박스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스킬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