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37화 (37/200)

37화 K리그의 황소개구리

2017년 11월 19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

올 시즌, 직접 경기장을 찾아오는 팬들이 부쩍 많아진 서울은 오늘 처음으로 관중석을 가득 채우는 기록을 세워냈다.

오늘 경기장에 찾아온 서울의 팬들은 평소보다 훨씬 더 흥분한 상태였다. 표정 또한 밝았다.

사실 집에서 TV로 보는 것이 훨씬 편하지만, 서울의 팬이라면 오늘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오늘 열리는 제주와의 경기가 시즌 마지막 매치라는 사실이 그들의 발걸음을 경기장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서울이 현재 압도적인 승점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줬다.

우승이 확정된 상황.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축제를 벌일 것이 확실한 이 날에 경기장으로 찾아오고 싶지 않은 팬은 없었다.

“우와아아아! 김상훈, 잘 생겼다!”

“어떻게 날이 갈수록 잘 생겨지지? 분명히 시즌 초반에는 못 생겼던 것 같은데······. 혹시 성형했나?”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시즌 초반부터 꾸준하게 경기에 나왔는데 무슨 성형이야!”

“그치? 성형을 했을 리는 없는데, 왜 점점 잘 생겨지지? 축구를 잘해서 잘생겨 보이는 건가?”

“아~몰라! 그냥 응원이나 하자! 어?! 어어! 또 골 넣었다!”

시즌 우승이 확정된 상황에서 치루는 마지막 경기.

이 경기에서도 김상훈은 전반전 40분 만에 2골을 몰아치고 있었다.

“촤아!”

시즌 마지막 경기인 오늘, 손승민 감독은 김상훈에게 풀타임을 허락했다.

그리고 그런 김상훈의 풀타임 출전은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던 제주에게는 최악의 날이 되었다.

후반전에도 경기내용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K리그 최상급에 속하는 축구 능력치를 가졌고, 여러 가지 뛰어난 스킬을 갖고 있는 김상훈을 제주의 선수들이 막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실제로 김상훈은 오늘 경기에서 그동안 뽐내지 않았던 드리블 기술까지 뽐내며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휙-! 휘익-!

시즌 초중반 드리블이 좋지 못했던 김상훈은 더 이상 없었다.

꾸준한 이찬수와의 훈련으로 그의 드리블은 큰 성장을 거둔 상태였다. 이찬수의 드리블을 제법 흉내 낼 수 있게 된 김상훈을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적어도 제주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철렁-!

드리블로 제주 선수 2명을 제친 뒤, 깔끔한 중거리 슛으로 골을 추가한 김상훈은 팬들을 향해 달려가서 환호했다.

오늘 김상훈은 그를 보러 온 팬들에게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삐익-! 삑!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양 팀의 최종 스코어는 4:1.

그야말로 압도적인 스코어였다.

“우와아아아!”

서울 유나이티드의 감독, 선수들, 코칭스태프 등 모든 관계자들이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모두의 노력으로 얻어낸 우승 트로피였기 때문일까?

무뚝뚝함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손승민 감독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선수들 역시 감독이 눈물을 보이자 덩달아 눈시울을 붉히며 환하게 웃었다.

오직 단 한 남자만 울지 않았다.

눈물은커녕 실실 웃어대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그 남자의 앞에는 반투명한 메시지들이 좌르륵 떠올라 있었다.

[K리그 우승을 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블루 박스가 지급됩니다.]

[데뷔시즌에 우승하셨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K리그 득점왕으로 시즌을 마무리하셨습니다. 보상으로 2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환상적인 골을 3번 넣었습니다. 보상으로 1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해트트릭을 기록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패스 성공 횟수 80회 – 보상으로 8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기록한 골 수 3골 – 보상으로 3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현재 보유하신 포인트는 41600p입니다.]

직접 구매하려면 무려 40000포인트가 필요한 블루 박스를 보상으로 얻었고, 이번 경기이후에 얻은 포인트만 해도 28600p이었다.

그런 훌륭한 보상을 함께 바라보던 이찬수가 입을 열었다.

- 그렇게 좋냐?

“좋죠. 첫 데뷔시즌에 리그 우승을 했고, 훌륭한 보상들까지 받았으니까요.”

- 이제 시작이라는 건 알지?

“예. 압니다.”

이찬수의 말처럼 김상훈은 진심으로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K리그에서 뛰게 되었을 때, 김상훈은 이찬수와 세운 목표가 있었다. 리그 우승은 두 남자가 세운 목표 중 첫 번째에 불과했다.

당연하게도 첫 번째 목표를 이뤘으니, 두 번째 목표를 이루러 가야했다.

그것은 즉.

K리그 생태계를 파괴시킨 그가 해외 생태계를 위협하기 위해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기도 했다.

한 시즌 59골 19어시스트.

2017시즌 K리그에 갑자기 나타난 황소개구리, 김상훈이 세운 기록이었다.

***

3월부터 11월까지 38라운드라는 긴 여정을 달려온 2017시즌이 끝이 났다.

전 시즌, 10위권을 맴돌던 서울 유나이티드가 압도적인 1위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 서울의 우승에 큰 역할을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가 누군지에 대해서는 굳이 찾을 필요도 없었다.

당장 인터넷 스포츠 기사 란을 들어가면 그에 대한 기사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올해 데뷔한 김상훈, K리그 생태계를 어지럽히다!」

「서울 유나이티드 2017 K리그 우승 차지. 에이스 김상훈의 활약은?」

「무서운 신예, 황소개구리 김상훈의 축구 이야기」

「유명 BJ였던 김상훈, K리그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다!」

「이찬수가 생각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김상훈. 그와 이찬수의 관계는?」

「김상훈,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이찬수’.」

K리그 우승에 대한 이야기와 김상훈이라는 남자에 대한 기사로 가득한 스포츠 란.

그곳에는 국내 축구 팬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기사들도 있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김상훈 노린다. 총 5개 팀 관심 보도」

「영국 프리미어리그도 김상훈 노린다. 무려 7개 팀에서 러브콜!」

「스페인 3개 구단에서 김상훈에 러브콜!」

스페인, 영국, 독일 가릴 것 없이 세계 3대 리그에서 김상훈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기사들.

그 기사들을 본 국내 축구 팬들은 당연하게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dhoshw1234 : ㅎㄷㄷ 김상훈이 요즘 그렇게 잘하냐? 저렇게 많은 팀들이 김상훈을 원한다고?

ajsooo11as : 위에 댓글 단 놈. 레알 축알못이네ㅋㅋ 가서 김상훈 하이라이트 영상이나 보고 와라. 참고로 팬티는 갈아입을 준비하고 봐라.

jwhhh213 : 나 서울 유나이티드 팬인데 김상훈은 진짜다. 그냥 진짜라는 말 밖에 안 나온다...진짜진짜 조오오오올라 잘해.

ssosogigigi : 비제이하던 사람이 축구선수로 성공을 하네. 이거 드라마로 제작 안 되냐?

jfsjpfjp : 김상훈이 어떤 팀을 가던 관심 없고 일단 국가대표로 좀 뽑자.

잠시 후, 그런 축구 팬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기사들이 연달아 올라오기 시작했다.

「레알 마드리드, 김상훈을 원한다.」

「바르셀로나, 김상훈은 바르셀로나에 최적화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 그를 영입하겠다.」

「맨체스터 시티, 김상훈은 제2의 다비드 실바가 될 가능성이 있는 선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김상훈을 박지석과 같은 팀의 레전드로 만들고 싶다.」

가짜 뉴스 따위가 아니었다.

실제로 각 구단들은 김상훈을 원하고 있었다.

사실 내로라하는 빅 클럽들이 김상훈을 노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비록 한국의 K리그는 뛰어난 리그라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김상훈은 이곳에서 59골이라는 기록을 세운 선수였고 다른 스타 선수들에 비해 몸값까지 저렴한 편이었다.

김상훈이라는 남자로 인해 해외 이적시장이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

푹신한 침대 위에 누운 김상훈은 낄낄대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으하하! 댓글 진짜 재밌네. 그나저나 이거 이제 마스크 없으면 밖에도 못 돌아다니는 거 아니야? 아오! 그럼 너무 피곤한데······.”

- 미친놈! 누가 관종 아니랄까봐 지 기사 보면서 이렇게 좋아하는 놈은 또 처음보네. 야! 그럴 시간에 훈련이나 더 해.

그런 김상훈을 향해 이찬수가 잔소리를 시작했고, 김상훈은 주섬주섬 이불을 개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오! 알겠어요. 안 그래도 저도 훈련하려고 했다고요.”

- 얘 봐라? 빅클럽에서 오퍼 좀 받았다고 좀 나태해진 것 같은데? 잠깐만. 우와~! 표정 거만한 것 좀 봐! 이제 스타 됐구만? 응? 스타가 돼버렸어! 이야! 표정만 보면 호날두, 메시랑 동급인 줄 알겠어.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제가 언제 거만했다고 그러세요?”

- 방금 거만했잖아.

“아니라니까요!”

계속해서 김상훈을 놀리던 이찬수의 표정이 어느 순간 진지하게 변했다.

- 그래서 에이전트는 결정한 거야?

“예. 서울에서 연결해준 에이전시, 이찬수 선수가 괜찮은 곳이라면서요? 이찬수 선수가 속해 있던 곳이기도 했고요.”

- 그래 그 에이전시는 괜찮지. 해외로 진출하는 많은 한국 선수들이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고, 별다른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곳이니까. 뭐, 일도 잘 하는 것 같고.

“그래서 미팅해보고 괜찮으면 바로 계약하려고요.”

- 신중하게 결정해라. 에이전시가 괜찮아도 너를 담당할 에이전트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법은 없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서울 유나이티드에서 곧 이적을 할 김상훈에게 에이전시를 연결해주기로 한 것.

그 사실에 김상훈은 큰 감동을 받았고, 흔쾌히 미팅 약속을 잡아놓은 상태였다.

사실 이런 서울의 결정은 쉽지 않은 일이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에이스가 되어버린 선수를 한 시즌 만에 다른 팀으로 보낸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결정이었으니까.

이 결정을 위해 가장 많은 힘을 쓴 남자는 바로 손승민 감독이었다.

선수가 꿈을 펼치려는 것을 막으면 안 된다는 그의 강력한 의견에 구단의 관계자들은 결국 김상훈을 놓아주는 것에 동의했다.

물론 그 조건으로 다음 시즌에도 눈에 보이는 성적을 내야한다는 압박이 있었지만, 손승민 감독은 개의치 않고 김상훈을 보내기로 했다.

자신이 책임을 지고 선수를 이적시키는 남자.

그런 손승민 감독을 떠올린 김상훈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손승민 감독님은 참 좋은 분 같아요. 솔직히 이렇게까지 힘을 써주실 줄은 몰랐어요.”

- 내가 말했잖아. 그 형은 진짜 진국이라고. 네가 어느 팀으로 갈 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딜 가더라도 연락은 자주 드려.

“예. 그래야죠.”

- 자! 그럼 내일 모레 에이전시 미팅이고, 오늘은 할 거 없으니까 훈련이나 하러 가야지?

“예? 저 할 거 있는데요?”

- 응? 네가 할 게 뭐가 있는데?

“박스 까야죠.”

- 아오! 또 까?

“받았으니까 까야죠.”

그 말과 동시에 김상훈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구입해보지 못했던 30000포인트짜리 박스를 바라봤다.

은은한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는 블루 박스에서는 그 비싼 값에 걸 맞는 고급스러움이 묻어나오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레전드 등급 아이템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K리그 우승을 했다는 이유로 받게 된 블루 박스를 바라보던 도중, 시스템이 그런 김상훈을 재촉하듯 메시지를 생성했다.

[블루 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손을 대기도 무서울 정도로 비싼 박스를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김상훈이 시스템을 향해 외쳤다.

“오케이! 오픈한다.”

이윽고 그 어떠한 박스들보다도 화려한 외관을 지닌 블루 박스가 찬란한 빛을 뿌리며 회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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