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30화 (30/200)

30화 전북(1)

[옐로우 박스를 구매하셨습니다. 10000포인트가 소모됩니다.]

[레드 박스를 구매하셨습니다. 1000포인트가 소모됩니다.]

[현재 보유 포인트는 320P입니다.]

김상훈은 가진 포인트 중 320포인트만 남기고 모든 포인트를 사용해버렸다.

그동안 포인트를 열심히 모아왔고, 2만 포인트까지 열심히 모아보자고 마음먹은 상황임에도.

그럼에도 능력을 올려야만 하는 중요한 일이 생겨버렸다.

“아······ 아까운 내 포인트····· 힘들게 모은 건데······.”

- 포인트는 계속 모으면 되지. 어차피 너는 손해 볼 건 없잖아? 뭘 까든 거의 다 이득이잖아.

“그렇기는 하죠. 근데 또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자꾸 큰 거 한 방을 원하게 되네요.”

- 뭐?! 큰 거 이미 많이 얻었잖아. 이 양심도 없는 놈아. 왜? 아니야? 네가 가진 스킬들을 좀 봐.

이미 충분히 큰 것들을 얻었다는 이찬수의 말.

그 말에 김상훈이 의심 가득한 얼굴로 질문했다.

“그럼 이찬수 선수가 볼 때, 제가 이대로 전북 전에 나가면 활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건 당연히 아니지. 야 인마. 다른 팀은 몰라도 전북은 클래스가 다른 팀이야. 전북 정도면 당장 EPL 중하위권 팀이랑 붙어도 비벼볼만 할 걸?

“예? 전북이 그 정도에요?”

- 1위가 괜히 1위이겠냐?

“아무리 그래도 EPL은 좀······.”

- 모르면 말을 말아. 전북 존나 잘해.

K리그 우승 6회, 준우승 2회.

아시아 강팀들의 리그 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 2회.

그 밖의 기록들도 즐비한 팀이자 명실상부 K리그 최강팀.

이찬수는 지금, 그런 전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빨리 박스나 까야겠네요.”

말을 마친 김상훈은 조금도 기대하지 않고 레드 박스를 먼저 오픈했다.

뾰롱!

빙글빙글 돌던 레드 박스가 멈춘 뒤, 그곳에서 나온 것은 네모난 모양을 가진 초콜릿이었다.

한 입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의 그것을 본 김상훈은 곧바로 정보를 확인했다.

[5경기 부상 방지]

- 등급 : 실버(S)

- 효과 : 5경기를 진행할 동안 부상을 당하지 않습니다.

우물우물!

정보를 본 김상훈은 곧바로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먹는 것을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부상은 모든 선수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두려움은 부상 경험이 있는 김상훈에게는 특히나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이었으니까.

그런 이유로 곧바로 초콜릿을 먹은 김상훈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5경기 부상 방지(S) 효과가 진행됩니다.]

- 좋은 거 얻었네.

5경기 동안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

기대도 하지 않았던 레드 박스에서 그런 좋은 아이템을 얻게 된 김상훈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운이 잘 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손이 쉬지 않고 옐로우 박스로 향했다.

[옐로우 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응, 오픈할게.”

누군가 말했다. 되는 날은 뭘 해도 된다고.

옐로우 박스의 결과물을 본 순간, 김상훈은 자신이 오늘 되는 날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 아······.

그 결과물을 옆에서 지켜보던 이찬수의 낮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모든 것을 통달한 현자의 표정을 짓고 있는 이찬수는 조용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요게 드디어 나왔네요.”

이찬수의 반응은 김상훈에게는 관심 밖이었다. 그저 흐뭇한 눈으로 갓 나온 따끈따끈한 녀석을 바라봤다.

[신의 손길]

- 등급 : 히어로(Hero)

- 효과 : 장갑을 낀 뒤, 원하는 능력 위에 손을 가져다 대면 해당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0만큼 상승합니다.

장갑 형태의 이 아이템은 오늘의 위닝-마스터리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도 소모형 아이템 중에서는 가장 좋은 아이템 중 하나로 꼽히는 녀석이다.

아무런 패널티 없이 능력치를 10만큼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아이템이었는데, 사실 그 정도만으로는 히어로(Hero)등급이라 높은 등급에는 맞지 않는다.

플레이어들은 이 아이템이 히어로등급인 이유를 찾기 시작했고, 곧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

- 아 씹······ 이거 그거잖아? 개사기 장갑.

오늘의 위닝을 플레이하던 이찬수 역시 당연하게도 ‘신의 손길’ 아이템을 알고 있었다.

신의 손길의 정보 창을 보던 이찬수는 화를 낼 힘도 없다는 듯 조용히 중얼거렸다.

- 정보 보니까 맞네······ 원하는 능력 올릴 수 있는 거. 그게 히어로 등급인 이유가 어떤 능력치든 올릴 수 있어서 그런 거잖아? 맞지?

“예. 맞아요. 신의 손길은 히어로 등급에 걸맞은 아이템이죠.”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조했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신의 손길이 히어로 등급인 이유는 간단했다.

원하는 능력을 10만큼 올릴 수 있다는 것.

다르게 말하면 어떠한 능력치든 올릴 수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잠재력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니까요.”

잠재력 상승 양피지(J)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잠재력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것.

그게 바로 신의 손길이 히어로 등급인 이유였다.

더군다나 현재 김상훈의 잠재력은 83.

더 큰 성장을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잠재력을 올려야하는 상황이었다.

[신의 손길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때문에 아이템 사용의 여부를 묻는 시스템의 질문에 그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

“당연히 사용한다.”

***

[5경기가 진행될 동안 부상을 당하지 않습니다.]

최근 얻은 아이템 효과를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김상훈이 교체투입 되어 필드 위로 들어왔다.

전 경기인 강원에서 고전한 김상훈의 표정은 의외로 자신감이 가득했다.

K리그 최강팀인 전북과의 대결이었고 현재 2:0으로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매 경기가 끝나고 스스로의 플레이 영상을 돌려보며 문제점을 찾고, 꾸준한 노력으로 실력을 향상시켜왔기 때문.

물론 그것 이유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 어제 내가 한 얘기 기억하지?

“예.”

어젯밤 김상훈은 과외를 받았다.

평범한 과외가 아니었다.

세계최고의 공격수이자 미드필더였던 이찬수.

그에게 과외를 받았다는 것이 자신감의 진짜 이유였다.

- 그럼 곧바로 가보자고.

“알겠습니다.”

현재 3연승으로 서울과 함께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은 오늘 경기에서 무조건 승점을 획득할 생각이었다.

그런 승리를 향한 의지는 전북의 선발진에서부터 한 눈에 보였다.

4-4-2 포메이션을 들고 온 전북은 수비진에 이용훈, 최민재, 이주현, 이재선, 미드필더에 신형만, 임선우, 최보겸, 이재선, 공격진에는 이동구와 김신훅이 출전했다.

모든 선수가 주전으로 이루어진 전북은 K리그 내에서는 절대강자의 모습을 보여줄 만큼 강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런 전북 중심에는 무려 5명의 스타플레이어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선수는 단연 이동구였다.

어마어마한 국가대표 경력에 그의 개인 수상기록까지 써 내린다면 A4용지에 빼곡히 적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선수였다.

그 뿐만 아니라 유망주이자 괴물 수비수로 불리는 최민재, K리그 최고의 윙백 중 하나인 이용훈이 수비진을 지키고 있었고.

미드필더에는 국가대표이자 당장 유럽에 가도 통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재선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북의 차세대 스타이자 김상훈을 프로가 될 수 있게 도와준 김신훅까지.

이처럼 실력 좋은 선수들을 많이 보유한 전북은 강한 전력을 뿜어내며 지금 이 순간도 서울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 확실히 애들 네임벨류 수준이 다른 팀들이랑 다르긴 하네. 그나저나 이동구 저 사람은 참 축구 오래 해먹는다.

“게임에서는 하도 사람들이 욕해서 못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까 다르네요.”

- 고럼~ 이동구, 저 사람이 괜히 베테랑이 아니야. 프로들 눈에는 보여. 이동구가 마흔 살을 앞두고도 계속해서 재계약을 하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야.

“활동량이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전술적인 움직임이 엄청나네요. TV로 보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상대하는 수비들은 상당히 힘들 것 같아요.”

- 그래 저기 봐봐. 네 선배들 땀 뻘뻘 흘리는 거. 근데 너는 안 뛰냐?

“저 지금 들어왔거든요?”

- 신입이면 들어오기 전부터 뛰는 척이라도 하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요즘 신입들은 다 이래?

“무슨 군대 왔어요? 진짜 꼰대같이 왜 그러세요.”

- 뭐 인마?

이찬수말에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는 김상훈이지만, 사실 그는 교체출전으로 필드 위에 올라선 순간부터 스스로의 포지션을 찾아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2: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 현재 시간은 후반 60분.

여유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었고, 조금의 시간이라도 아껴야했다.

“뒤에 조심!”

그라운드에 들어간 김상훈은 활발하게 뛰어다니고 브리핑을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그런데 김상훈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그가 중앙 미드필더인 하대선보다도 밑으로 내려와서 수비에 가담하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해서 수비에 가담하며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던 김상훈이 전방을 바라봤다.

전북의 선수들은 오늘 경기에서 공격력만큼이나 수비력이 강한 팀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서울의 선수들이 공을 몰고 중앙라인을 넘으면 곧바로 강한 압박을 해왔다.

역시나 김상훈이 중앙 라인을 넘지 않은 위치에서 공을 잡았을 때는 전북 미드필더들은 별다른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 오직 거리를 둔 채로 패스의 길을 끊으려는 움직임만을 보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골대와의 거리가 55m에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선수에게 강한 압박을 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슈팅을 할 수 없는 거리에서 굳이 강한 압박으로 체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때 공을 갖고 전방을 바라보던 김상훈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 상황은 오늘 경기에서 그가 노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찬수 선수 말대로 되네.’

전방을 바라보던 김상훈의 눈에 아주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골대가 보였다.

그만큼 골대와의 거리는 멀었다.

슈팅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은 전북의 골키퍼 홍정민이 골대에서 멀리 나와 있는 것을 본 김상훈은 망설이지 않고 최대한 강하게 슈팅을 때렸다.

“정확한 슈팅.”

김상훈의 슈팅은 빠른 속도로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홍정민 골키퍼는 당황한 얼굴로 골대를 향해 달려갔고, 김상훈은 제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확신이 있었으니까.

비록 말도 안 되게 먼 거리였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때린 슈팅이 힘을 잃지 않고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는 확신이.

[캐논 슈터]

- 등급 : 골드(Gold)

- 효과 : 하루에 한 번, 강한 슈팅을 할 수 있습니다. 캐논 슈터는 첫 슈팅을 할 때,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하루에 한 번, 첫 슈팅에서 강력한 슈팅을 때릴 수 있게 해주는 캐논 슈터 스킬.

그것이 바로 김상훈이 확신을 갖는 이유였다.

쒜에에엑-!

실제로 캐논 슈터 효과가 적용된 김상훈의 슈팅은 속도와 파워를 잃지 않은 채 골대 구석으로 향했다.

간신히 골대로 도착한 홍정민이 몸을 날리며 손을 뻗어봤지만 불안정한 자세로 막기에는 김상훈의 슈팅이 너무나 날카로웠다.

공은 그의 손에 닿지 않고 골대 구석을 파고들었다.

철렁-!

후반전 64분.

교체 출전한 김상훈이 4분만에 전북을 상대로 55m 초장거리 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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