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25화 (25/200)

25화 새로운 스킬

김상훈이 구매한 레드 박스는 총 6개.

그 중 5개의 박스에서 나온 결과물은 제일 저렴한 가격에 비해서 괜찮게 나온 편이었다.

다른 아이템도 아닌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이템 5개가 나왔으니까.

당장의 효과는 크지 않지만, 능력치를 올려놓는 것은 결국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5개의 아이템들은 김상훈과 이찬수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오오오! 떴다!”

- 아! 이건 진짜 너무 하잖아!

유난히 찬란한 빛을 띤 하나의 박스.

화려한 이펙트를 뿜어내는 그 박스가 다른 박스들을 초라하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이윽고 소중한 보물을 보호하듯 쌓여있던 빨간 껍데기들이 사라지자 그 안에는 오로지 단 하나의 스킬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훌륭한 트래핑]

- 등급 : 조커(Joker)

- 효과 : 트래핑을 하는 것이 쉬워집니다. 팔을 제외한 어떠한 신체부위로도 안정적으로 트래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무려 조커(Joker)등급의 스킬!

그것을 본 순간 당연하게도 두 남자는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촤아!”

- 이런 씨! 아! 이게 말이 되냐고오오!

패스를 받아서 빠른 슈팅으로 골을 넣는 패턴.

그 패턴을 애용하는 김상훈에게 있어서는 받기 어려운 패스도 쉽게 받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트래핑’스킬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스킬이었다.

더군다나 김상훈에게는 트래핑에 큰 도움이 되는 이찬수의 퍼스트 터치 스킬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두 스킬의 효과가 중복되며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 분명했다.

“이제 제 트래핑 하나는 거의 호나우지뉴 급이겠는데요?”

- 진짜 어이가 없어서 이젠 화도 안 난다. 어휴! 제일 싼 박스에서 조커 스킬이 나오는 게 말이 되냐고? 그것도 패널티가 하나도 없는 패시브 스킬이!

“이래서 착하게 살아야하나 봐요.”

- 아오!

좋은 스킬을 얻은 김상훈은 드디어 나머지 박스에서 나온 것들을 확인했다.

나머지 5개 레드 박스에서 나온 결과물은 ‘능력치 상승 양피지’같은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올려주는 아이템들이었다.

김상훈은 그 아이템들을 망설이지 않고 전부 사용했다.

[민첩이 1만큼 상승합니다.]

[헤딩이 2만큼 상승합니다.]

[몸싸움이 2만큼 상승합니다.]

[매력이 1만큼 상승합니다.]

[매력이 2만큼 상승합니다.]

“괜찮네.”

김상훈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비록 그에게 가장 필요한 체력 능력치는 오르지 않았지만, 민첩이나 몸싸움 능력 또한 김상훈이 바라던 능력치였기 때문.

레드 박스에서 나온 것들을 전부 확인한 김상훈은 능력치 확인을 위해서 상태창을 띠웠다.

[김상훈]

- 키 : 179cm

- 주발 : 오른발

- 체력 : 62

- 민첩 : 59 ▷ 60

- 패스 : 65

- 슈팅 : 81

- 개인기 : 70

- 헤딩 : 63 ▷ 65

- 드리블 : 70

- 피지컬 : 64

- 몸싸움 : 66 ▷ 68

- 매력 : 58 ▷ 61

- 잠재력 : 83

- 스킬 : 정확한 슈팅(H), 무사 뎀벨레의 탈압박(G), 이찬수의 퍼스트터치(L), 캐논 슈터(G), 훌륭한 트래핑(J)

(세부능력치를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60이상이 됐고 훌륭한 트래핑(J)이 추가된 상태창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을 줬다.

“상태창이 아주 예쁜데요?”

- 상태창이 사람이냐? 예쁘긴 뭘 예뻐. 그리고 아직도 졸라 구리구만.

“하하하! 또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신다.”

- 시끄러! 근데 너 출근 안하냐?

“출근이요? 앗! 훈련!”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은 팔목에 채워진 시계를 확인했다. 시계를 확인한 김상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박스에 정신이 팔려서 훈련 시간에 늦어버린 것이다.

차에서 내린 김상훈은 훈련장을 향해서 뛰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뒤쫓던 이찬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 야! 그린 박스도 까고 가야지! 에피타이저 먹었으니까 메인 요리 들어가야지 인마!

“늦었는데 무슨 박스를 까고 있어요! 나중에 깔 거예요!”

***

뒤늦게 훈련장에 도착한 김상훈은 라커룸에서 빠르게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 그린 박스. 그린 박스. 그린 박쓰으으!

귀 바로 옆에서 ‘그린 박스’를 외쳐대는 귀신을 무시한 채 김상훈은 옷을 갈아입는 것에 집중했다.

유니폼을 입은 뒤, 축구화를 신고 끈을 강하게 조였다.

- 와~! 이제는 나를 개무시를 해버리네? 너 자꾸 내 말 씹으면 다음 경기할 때 조언 같은 건 없다? 엉?

그때, 준비를 마친 김상훈이 한껏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이찬수를 바라봤다. 김상훈은 자신을 협박하는 이찬수의 입을 다물게 할 자신이 있었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단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러세요. 그러면 앞으로 빙의 안 할게요.”

- 내가 조언을 안 해주면 너는 계속해서 빌빌대다가 결국에는····· 응?

“앞으로 빙의 안 한다고요.”

이찬수의 표정이 딱딱하게 변했다. 동시에 원래부터 창백했던 그의 얼굴이 점점 더 하얗게 변해갔다.

당황했다는 것을 조금도 숨기지 못한 채, 이찬수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 그, 그······ 내가 조언을 원래는 안 할 생각이었는데, 이상하게 요즘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너~무 즐겁더라고?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살아있을 때 후배들한테 축구 팁도 많이 주고 그럴 걸······ 그래! 결정했어! 아쉬운 대로 너한테라도 열심히 축구를 가르쳐야 되겠다.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는 이찬수의 행동에 결국 김상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빙의 자주 할게요. 대신 저 좀 많이 알려주세요.”

- 크, 크흠!

자신이 김상훈의 놀음에 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이찬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여기서 더 놀리면 삐질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김상훈은 화제를 전환했다.

“기자들이 엄청 많네요?”

기자들이 와 있다는 것은 이미 연락을 받아서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훈련장에는 김상훈이 놀랄 정도로 많은 기자들이 몰려있었다.

“얼핏 봐도 10명은 되겠는데요?”

- 그럴 만도 하지. 갓 데뷔한 신인이 2경기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으니까. 그것도 교체 출전으로만. 만약 네가 뛴 팀이 서울이 아니라 영국의 스완지 시티 정도만 됐어도 10명의 기자가 아니라 20명은 와 있었을 거야.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지난 두 경기에서 김상훈이 보여준 활약은 그가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리그에서 이뤄냈다면 단번에 여러 개의 유명 팀의 관심을 받을 수도 있을 정도였다.

다만 혼자 힘으로 이뤄낸 것도 아니었고 이찬수의 칭찬에 익숙하지 않았던 김상훈의 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곧장 기자들에게 다가가려던 김상훈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최희준 코치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상훈아! 몸은 좀 어때?”

“코치님! 저는 멀쩡하죠. 늦어서 죄송합니다.”

“몸 상태만 괜찮으면 됐지. 사람이 어떻게 항상 빨리만 올 수 있겠어? 감독님한테는 내가 잘 말해놨으니까 걱정하지 마.”

“감사합니다!”

어느새 많이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를 친근하게 대하고 있었다.

대화를 하던 도중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최희준 코치는 조용한 목소리로 김상훈을 불렀다.

“상훈아.”

“예, 코치님.”

“인터뷰 준비는 좀 했어?”

“음···· 그냥 욕 안하고 기자들이 뿌리는 미끼에 넘어가지 않게끔만 하려고요.”

“그래, 최대한 조심하게 인터뷰하는 게 좋을 거야. 거만한 이미지가 심어져봤자 좋을 게 없을 테니까.”

최희준 코치의 걱정 어린 당부.

그럴 만도 했다.

실제로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말실수를 한 탓에 축구 팬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은 선수들의 일화는 아주 흔한 일이었다.

최희준 코치의 말을 듣던 김상훈은 극도로 공감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그는 지금 코치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고 있었다.

축구 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은 대표적인 인물이 그의 옆에 있었으니까.

그 누구보다 욕을 많이 먹었던 선수이자 그의 옆에서 둥둥 떠다니던 남자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어? 너 왜 나를 쳐다보냐? 눈빛이 너무 기분 나쁜데? 야, 나 욕 별로 안 먹었어! 어? 별로 안 먹었다고!

김상훈은 진심으로 억울하다는 듯 해명을 늘어놓는 이찬수를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와 동시에 최희준 코치를 바라보며 힘차게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당당한 모습으로 기자들을 향해 걷던 김상훈.

그런 그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그를 부르는 듯한 작은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린 김상훈은 최희준 코치를 바라봤다.

“혹시 저 부르셨나요?”

김상훈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얼굴을 붉힌 최희준 코치가 서 있었다. 그는 지금 모든 쪽팔림을 감수하고 김상훈을 불러 세웠다. 김상훈에게 부탁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심호흡을 한 최희준 코치는 손바닥을 펼쳐 스스로의 이마를 짚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또 이런 부탁해서 미안한데······ 혹시 사인 한 장 해줄 수 있을까?”

손승민 감독에게 가져다 줄 사인이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

국내 방송국 HBN소속 아나운서 이민주는 긴 생머리에 아름다운 얼굴, 완벽한 몸매로 많은 남성 팬들을 지니고 있는 여자였다.

넘치는 인기만큼이나 자존감이 높은 그녀는 오늘 한 남자를 인터뷰하기 위해서 서울 유나이티드의 훈련장에 왔다.

그런 이민주의 기분은 상당히 언짢은 상태였다.

‘왜 이렇게 늦는 거야?’

약속 시간이 벌써 30분이나 지났지만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인 김상훈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

참다못한 이민주가 한숨을 내쉬며 짜증 섞인 말을 내뱉으려 할 때.

기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김상훈이다!”

“오! 어디? 아, 저기 오네!”

그 말에 이민주는 저 멀리서 뛰어오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 보인 김상훈은 특별하지 않은 인상이었다.

오히려 너무나 평범한 얼굴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늦은 것이 미안한지 기자들을 향해 연신 90도 인사를 하며 사과했다.

‘흥! 그래도 예의는 있네.’

그런 김상훈의 행동에 이민주의 굳었던 표정이 조금씩 풀어졌다. 기자들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그의 모습에 기분이 조금 나아진 이민주는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목을 가다듬었다.

“흠! 흠흠!”

그때 기자들에게 사과를 마친 김상훈이 이민주에게 다가왔다.

“혹시···· 성함이?”

아직 기분이 다 풀리진 않았지만 이민주는 프로였다. 빠르게 마인드 컨트롤을 한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HBN 아나운서이자 오늘 김상훈 선수를 인터뷰하게 된 이민주입니다.”

“이민주 아나운서님이셨군요. 너무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괜찮아요. 포항 전을 마치고 또 쓰러지셨다고 하던데 몸은 좀 괜찮으세요?”

“예, 보시다시피 되게 멀쩡해요.”

“다행이네요. 저는 몸이 안 좋으신 줄 알고 너무 걱정했거든요.”

“생각해보니까 여기 오기 전까지는 좀 아팠는데, 이민주 아나운서님 보고 건강해진 것 같아요.”

“네? 왜요?”

“너무 아름다우셔서요.”

“호호호호! 김상훈 선수도 실물이 훨씬 더 멋있으신데요?”

두 남녀는 서로를 칭찬하며 인터뷰 준비를 마쳤다.

찰칵! 찰칵!

인터뷰가 시작되기 직전부터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소리가 울려댔다. 김상훈은 몰랐지만, 사실 이번 인터뷰는 서울 유나이티드에서도 힘을 많이 쓴 자리였다.

그럴 만도 했다.

과거와는 달리 프랜차이즈 스타가 없는 지금의 서울에는 팬들을 끌어 모을 스타가 절실했으니까.

인터넷 방송 스타이자 데뷔를 하자마자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유일한 선수는 오직 김상훈 뿐이었으니까.

그것을 증명하듯 기자들은 김상훈의 말과 움직임을 조금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빛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요즘 근황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서울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김상훈입니다. 이제 두 경기를 뛴 신인인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돼서 너무 영광입니다.”

그렇게 김상훈을 주인공으로 한 인터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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