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22화 (22/200)

22화 포항(2)

교체되어 들어오는 동료와 가볍게 악수와 포옹을 한 김상훈이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음······ 좋네.”

잠을 많이 못 잤음에도 몸 상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자신감도 충만했다. 그라운드 위에 올라선 김상훈은 제자리에서 점프를 했다. 적당히 푹신한 잔디의 촉감이 축구화를 통해서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던 이찬수가 질문했다.

- 자신 있어?

“당연하죠. 능력치가 오른 것도 충분히 느껴지고, 이찬수 선수의 움직임도 조금이지만 흉내 낼 수 있게 됐으니까요.”

- 근데 상대가 꽤 만만치 않은데? 아마 저번보다도 어려울 거야. 쟤들이 바보도 아니고 이제는 너에 대한 분석을 했을 테니까.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포항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는 팀이다. 그만큼 강팀이었고 강팀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확실하게 상대 선수들을 분석하고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이 일을 포항은 굉장히 잘하는 편이었다.

그 말은 즉, 오늘 경기에서 포항 선수들이 김상훈을 막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가할 것이라는 것이기도 했다.

“쉽지는 않겠죠. 근데 이것도 못 이겨내면 딱 여기까지인거잖아요. 저는 더 잘하고 싶어요.”

- 힘들면 말해. 바로 빙의해서 조져 줄라니까.

“어차피 짧게나마 빙의는 할 생각이에요. 빙의를 하고 나면 제 실력도 확실히 좋아지니까요.”

- 지금부터 20분 조금 넘게 뛸 수 있으니까 너 10분, 나 10분. 어때? 콜?

“싫은데요.”

- 뭐? 왜?!

“이찬수 선수는 5분이면 충분하잖아요. 저는 경기 감각도 키워야하고 경험도 쌓아야 된다고요.”

- 아오! 그래 일단 5분이라도 뛰어보자. 진짜 몸이 근질거려서 미치겠으니까.

“귀신이라 몸이 없으시잖아요.”

-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이야기를 마친 김상훈은 고개를 돌려서 앞을 바라봤다.

아까부터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들이 있었다. 시선의 주인공은 매서운 눈빛을 가진 포항의 선수들이었다.

‘다들 체격이 좋네. 실제로 보니 실력도 더 좋은 것 같고.’

김상훈이 실제로 본 포항 선수들은 강한 이유가 있었다.

선이 굵은 축구를 하는 만큼 전체적인 선수들의 피지컬이 좋았고 체력 역시 좋아보였다.

‘이찬수 선수 말처럼 나를 견제할 가능성이 높아. 쉽지 않겠네.’

생각을 마친 김상훈의 눈에 유난히 단단해 보이는 한 선수가 보였다.

‘이훈권이였지?’

포항의 중앙 미드필더인 이훈권은 전반전 내내 경기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때문에 김상훈은 확신했다.

저 선수와 자신이 많이 부딪힐 거라는 것을.

저 선수를 이겨내지 못하면 오늘 골을 넣는 것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상대를 앞에 두고도 김상훈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붙어보지 뭐. 이런 팀이랑 붙으면 실력도 많이 늘 것 같고.”

포항 같은 강팀과 하는 경기는 배울 점이 아주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툭-!

김상훈은 자신에게 온 패스를 곧바로 원터치로 가까운 위치에 있던 에반에게 다시 패스했다.

서울의 공격수 에반은 수비의 압박을 버텨내면서 슈팅을 하기 위해 턴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에반의 개인기량으로 뚫어내기엔 포항의 중앙수비수 국태준은 일대일 마크에서 너무 좋은 능력을 가진 선수였다.

강한 압박에 결국 에반은 백패스를 선택했다.

백패스가 향한 곳에 서 있던 남자는 바로 김상훈이었다.

- 각 나왔다.

데구르르 굴러오는 공을 향해 달리던 김상훈은 곧바로 슈팅 할 준비를 했다.

왼다리로 땅을 밟고 슈팅을 위해 오른 다리를 움직였다. 입으로는 꼭 해야만 하는 말을 뱉어냈다.

“정확한 슈팅.”

정확한 슈팅을 사용했을 때는 높은 확률로 골이 들어간다. 게다가 지금 슈팅은 교체출전 된 뒤에 처음 하는 슈팅이었다.

즉, 캐논 슈터 스킬이 자동적으로 발동되는 슈팅이기도 하다는 것.

그걸 알고 있는 김상훈은 투입되자마자 골을 넣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입 꼬리를 올렸다.

그때였다.

퍼억-!

김상훈이 발을 공에 가져다댄 순간, 김상훈은 공에서 느껴지는 저항감에 눈이 커졌다.

동시에 자신의 몸이 공중에 붕-뜨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찬수가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 낙법 해! 낙법!

정신을 차린 김상훈은 몸이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낙법을 했다.

낙법과 같은 부상방지 훈련은 이찬수와의 개인훈련에서 꾸준히 해왔던 것 중 하나였기 때문에 김상훈은 깔끔하게 낙법을 할 수 있었다.

바닥에서 한 바퀴 구른 뒤 균형을 잡은 김상훈은 공을 찾기 위해 빠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곧 그의 시야에 드리블을 하고 있는 이훈권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김상훈은 알 수 있었다.

포항의 이훈권이 자신의 공을 태클로 가로챘다는 사실을.

이 경기, 예상했던 것보다 더 힘들어질 것 같다는 사실을 말이다.

김상훈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하하! 아까운 캐논 슈터만 날렸네······.”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다. 그의 시야에서 벗어난 방향에서 날아온 태클이라 아무런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당해버렸다.

그 사실에 김상훈의 승부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왜 웃고 그래? 혹시 낙법 하다가 머리를 땅에 박은 거 아니지?

“머리 안 박았고요, 저 사람 잘하네요. 역시 강팀의 선수들은 달라요. 솔직히 태클이 들어오는지도 몰랐어요.”

- 그래서 일류 선수들은 항상 슈팅을 하기 전에 미리 주변의 시야를 확인해. 방금 너는 슈팅을 하면 골이라는 생각에 주변을 제대로 보지 않았어. 그게 네가 태클을 당한 이유야.

“가르침 감사합니다. 두 번은 안 당합니다.”

김상훈이 공을 뺏긴 뒤로 이미 포항의 역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전방에 위치한 그가 쫓아가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김상훈은 수비에 가담하기 위해서 후방까지 뛰어 들어갔다.

‘제발 먹히지 마라······!’

최선을 다해서 수비진형으로 달려가는 김상훈은 팀이 골을 먹히지 않기를 바랐다.

자신의 실수로 골이 먹힌다면 그것만큼 기분이 더러운 것도 없었으니까.

다행히도 포항의 역습은 서울의 수비수 곽태현과 박민구에게 저지됐다.

뻥-!

곽태현이 걷어낸 공은 사이드라인을 넘어가서 포항의 드로잉이 선언됐다.

툭툭-!

그때, 서울의 주장 곽태현이 공격진으로 복귀하려던 김상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태현 형님?”

김상훈은 고개를 돌려서 곽태현의 얼굴을 바라봤다. 잘생기고 훤칠한 키를 가진 곽태현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상훈아, 공 뺏겨도 되니까 원래 하던 대로 과감하게 해. 우리가 어떻게든 막아줄 테니까.”

수비는 알아서 책임질 테니 부담 갖지 말고 과감한 플레이를 하라는 말.

주장 곽태현의 말에 김상훈은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할게요.”

“무리하다가 저번처럼 기절하지는 말고. 부담 갖지 마. 어차피 못하면 훈련 때 얼차려 좀 받으면 되잖아?”

“하하하하!”

물론 실제로 얼차려를 받는 일은 없다. 곽태현의 농담에 김상훈은 웃음을 터트렸다.

곽태현과의 짧은 대화를 마친 김상훈은 빠른 속도로 전방으로 쇄도 했다.

빠르게 달리던 김상훈은 계속해서 그에게 오는 패스를 동료들에게 바로 넘겨줬다.

- 지금 네가 뭘 해야 분위기가 넘어올 것 같냐?

“빌드업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 정답. 조금 내려가서 네가 빌드업을 주도하면서 공격까지 올라가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괜찮은 방법이야.

“제가 아직 빌드업이 익숙하지 않은데······.”

- 빌드업 그거 좆밥이야. 축구게임이라고 생각해. 상대에게 공을 뺏기지 않고 공격수가 마지막 슈팅을 하기 전까지 공을 연결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게다가 너는 내 퍼스트터치를 쌔벼갔잖아. 그걸 활용하면 빌드업하는 건 아주 쉬워질 거야.

훈련에서도 이찬수는 항상 빌드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연히 축구게임 방송과 가끔씩 보이는 라디오 방송만 해왔던 김상훈은 빌드업의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가 축구를 했던 어린 시절, 당시의 감독들이 빌드업을 중요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이기도 했다.

수비부터 미드필드, 공격수로 이어지는 공격 전개를 뜻하는 빌드업은 현대축구에서 특히나 중요하게 여겨진다.

당연한 일이었다.

선수들의 탈압박, 패스, 개인능력이 중요시된 것이 요즘의 축구 트렌드였으니까.

세계 3대 리그로 불리는 EPL이나 프리메라리가, 분데스리가의 강팀들 중 빌드업을 중요시하지 않는 팀은 없다고 해도 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아니, 쌔벼갔다는 게··· 훔쳤다는 뜻이죠?”

- 그래. 네가 허락도 없이 내 능력을 쌔벼갔잖아.

“아 제가 또 언제 쌔볐다고···· 하여튼 알겠습니다. 해보죠 뭐.”

말을 마친 김상훈은 그라운드 중앙까지 내려가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서울의 선수들도 김상훈의 원터치 패스가 굉장히 정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김상훈에게 공을 넘겼다.

툭-! 투욱-! 툭!

바르셀로나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김상훈을 중심으로 시작되는 빌드업으로 서울은 빠른 공격 전개를 이어갔다.

탁-!

김상훈이 넘겨준 패스를 받은 서울의 윙어 고요함이 크로스를 올렸다. 서울의 공격수 안데르손은 정확한 타이밍에 점프를 해서 헤딩을 노렸다. 하지만 포항의 수비수 국태준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끝까지 안데르손과 경합을 하며 안데르손의 이마에 공이 정확하게 맞는 것을 방해했다.

픽-!

결국 안데르손의 머리에 빗맞은 공은 골로 연결되지 않고 패널티 라인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김상훈이 서 있었다.

운 좋게 흘러나온 공이 오는 곳에 서 있던 그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생각을 마친 김상훈은 곧바로 슈팅을 할 것처럼 오른발을 강하게 뒤로 뺐다. 그의 행동에 근처에 있던 포항의 이훈권이 빠르게 태클을 시도했다. 하지만 김상훈은 슈팅을 할 생각이 없었다.

슈팅을 하는 척 강하게 휘두르던 다리에 힘을 빼고 전방을 향해 공을 가볍게 찍어 찼다. 그와 동시에 이훈권의 태클을 점프를 해서 피해냈다.

투욱-!

김상훈의 발을 벗어난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키퍼의 근처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공이 떨어진 곳에는 서울의 공격수 에반이 있었다.

공을 잡은 에반은 곧바로 왼발 슈팅을 날렸다.

퍼엉!

강력한 슈팅이었다. 골키퍼가 반응했지만 5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때린 에반의 슈팅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후반 86분, 김상훈의 어시스트로 인한 에반의 골이 터졌다.

서울의 관중들은 그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에반의 골에 환호했다.

“고오오올!”

“됐다!”

“오늘 포항 한 번 이겨보자!”

“에반! 멋지다!”

그와 동시에 관중들은 김상훈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김상훈!”

“김! 상! 훈!”

“으하하하! 우리 팀에 보물이 들어왔어! 방금 찍어 차는 패스 봤어? 나는 순간 무슨 사비 에르난데스인 줄 알았다니까?”

“이 새끼 또 오바한다. 크하하하하! 근데 잘하긴 한다. 김상훈 파이팅!”

김상훈은 세레머니를 하던 에반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본인의 포지션을 찾아 돌아갔다.

현재 스코어는 1:1이었고 아직 시간은 4분이 남아있었다. 추가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3분을 준다고 하면 약 7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상훈은 골을 넣을 생각이었다.

김상훈이 마음을 다잡던 순간, 그 모습을 보던 이찬수가 고개를 꺾으며 물었다.

- 너 설마 지금 남은 시간 다 쓰겠다는 생각 한 거 아니지? 너 분명히 나한테 5분은 준다고 했다?

“아····· 다, 당연하죠! 그럼······.”

- 주심이 추가 시간을 적게 줘도 3분을 줄 테니까 너한테는 딱 2분 남았다.

“아! 알겠다고요!”

대답을 마친 김상훈은 상대 선수들을 압박하며 공을 뺏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포항 선수들은 쉽게 공을 뺏기지 않았다.

“아! 골 못 넣으면 빙의도 안 할 거니까 그렇게 보고만 있지 말고 공략법 좀 알려주세요. 이대로 가면 저 2분 동안 공도 못 만져본다고요.”

- 이런 미친놈이 이젠 빙의로 협박을 해? 야 인마······.

“빨리 알려주세요! 이찬수 선수가 좋아하는 야동도 실컷 보여줄게요. 저기 포항에 이훈권 공략방법 없어요? 아까부터 너무 빡센데.”

- 그······ 으래? 진작 그렇게 얘기를 하지 그랬어? 하하하! 당연히 저 녀석도 약점이 있긴 있지. 물론 쟤는 기본적으로 양발 잡이이라서 약점을 찾기 힘든 놈이야. 전체적인 능력도 좋은 편이고. 근데 문제가 뭐냐~! 쟤는 자세히 보면 트래핑이 존나 구려. 특히 아까 보니까 압박이 들어왔을 때는 트래핑이 더 투박해지더라고.

“예?”

- 예는 뭔 예야. 트래핑이 투박하니까 패스를 받으려고 할 때 붙어서 강하게 압박해주면 의외로 쉽게 뺏길 거야. 나는 분명히 말했다. 패스를 받으려고 할 때가 약점이라고. 그것 외에는 네가 따로 공략할 방법은 없어. 네 수비력은 존나 구린 수준이니까.

날아오는 공을 컨트롤하는 기술을 뜻하는 트래핑(Trapping)은 축구선수들에게는 기본기로 분류되지만, 막상 이것을 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 팀의 핵심 미드필더라면 대부분 준수한 트래핑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이찬수는 지금 포항의 핵심 미드필더인 이훈권의 트래핑이 투박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말에 김상훈은 일단 이훈권에게 달려갔다. 이찬수를 100% 믿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축구라는 분야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시니까.’

많은 활동량으로 인해 이미 지쳐버렸지만, 공격 전개를 위해 계속해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빌드업을 하던 이훈권.

그는 동료 선수가 건네준 패스를 다시 원터치 패스로 주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때, 근처까지 달려온 김상훈이 이훈권에게 몸을 부딪치며 압박을 가했다.

퍼억-!

“큭!”

이훈권이 심판을 힐끔 바라봤지만 반칙을 불기엔 너무 약한 차징(Charging)이었기에 주심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정당한 몸싸움으로 인정한 것이다.

심판이 반칙을 불지 않자 이훈권은 김상훈과 몸싸움을 하며 공을 트래핑하기 위해 발을 뻗었다.

그때, 김상훈은 볼 수 있었다.

이훈권의 발에 맞고 튕긴 공이 꽤 먼 거리에 떨어진 것을.

공과의 거리가 이훈권보다 자신이 더 가깝다는 것을 말이다.

이미 노리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김상훈의 반응은 빨랐다.

공을 차지하려는 이훈권보다 더 빠르게 공을 낚아채는 것에 성공한 김상훈은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 30초 남았다.

마음을 촉박하게 만드는 말이 옆에서 들려왔지만, 오로지 공과 그라운드 위의 상황에만 집중하고 있는 김상훈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지금 이 순간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시야를 확보하며 드리블을 할 뿐이었다.

그런 김상훈에게 어느새 다가온 포항의 김한솔이 강하게 몸을 부딪쳤다.

“윽!”

강한 차징에도 김상훈은 어깨를 앞으로 넣어가며 몸싸움을 이어갔다. 최근에 몸싸움 능력치가 오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다만 여전히 김상훈의 몸싸움 능력치는 66에 불과했다.

조금씩 김상훈이 밀리기 시작했다.

능력대로라면 이미 나가 떨어졌어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상훈에게는 무사 뎀벨레의 탈압박이 있었다.

휙-!

강하게 어깨를 넣는 김한솔의 힘을 이용해서 몸을 돌렸다. 조금 투박하긴 했지만 공은 김상훈에 발에 붙은 채 따라왔다.

그대로 전진하려던 김상훈은 강한 저항감을 느꼈다.

김한솔이 뒤에서 옷을 잡은 것이다. 훈련 때였다면 이런 상황에서 김상훈은 곧바로 몸에 힘을 빼고 반칙을 얻어내기 위해 넘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1분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

김상훈은 그의 옷을 잡은 김한솔의 손을 뿌리치는 것보다는 근처에 있는 동료를 이용하기로 했다.

툭-!

김상훈은 이런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인 하대선에게 패스했다.

패스를 한 김상훈은 온힘을 다해서 전방으로 뛰어나갔다. 어느새 등에서 느껴지던 저항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니 김한솔이 하대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대선 형님, 다시 패스!’

앞으로 튀어나가면서 김상훈은 하대선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하대선은 눈치가 빠른 선수였다.

하대선은 공을 잡자마자 김상훈이 받기 좋은 위치로 패스를 뿌렸다.

너무 정확한 양질의 패스였기 때문에 김상훈은 어렵지 않게 하대선의 패스를 받아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김상훈은 그의 패스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

첫 슈팅을 시도할 때와는 달리 그의 근처에는 더 이상 상대 선수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

그저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온힘을 다해 다리를 휘두를 뿐이었다.

“정확한 슈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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