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3화 (13/200)

13화 미스테리한 남자

[헤트트릭을 기록했습니다. -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세 번째 골을 넣은 순간 마스터리그 시스템이 곧바로 보상을 줬다.

- 그 개사기 스킬은 시스템이 다시 회수 안 해간다냐?

“왜요? 밸런스 딱이고만.”

- 아니 그리고 무슨 테스트에서 헤트트릭을 했다고 보상을 줘?

“그래도 상대선수들은 프로선수들이잖아요.”

- 2군이잖아!

“2군은 선수 아닌가요? 아, 이런 게 기사에 올라갔어야 되는데. ‘이찬수, 2군은 선수취급 안 해!’ 이런 제목으로 말이죠.”

- 이상한 정치질 하지 말고. 그래서 이제 체력 몇 남았냐?

이찬수의 그 말에 김상훈은 남은 체력을 확인했다.

“27이요.”

- 젠장! 얼마 떨어지지도 않았네.

“뭘 안 떨어져요. 이대로 가다가는 두 번째 타임은 그냥 말아먹을 것 같은데.”

이찬수가 투덜대는 것을 보던 김상훈은 함께 투덜대며 미소를 지었다.

‘체력은 얼마 안 남았지만, 적어도 제대로 눈도장은 찍은 것 같네.’

의자에 앉아서 시큰둥한 얼굴로 구경하던 스카우트들이 어느 순간부터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것.

그 사실에 김상훈은 확신했다.

자신이 제대로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었다는 것을.

‘그나저나 역시 이찬수 선수가 다르긴 하네.’

김상훈이 지켜본 이찬수는 그야말로 축구도사라는 말이 전혀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찬수는 이곳에 있는 선수들 모두 처음 보는 상황이었다. 분명히 처음 보는 선수들이었음에도 그 선수들의 체형을 보고 한 눈에 스타일을 파악해냈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 중 하나가 김진운을 상대로 나온 골이었다.

‘상황에 맞는 전략을 짜주는 것도 족집게가 따로 없어.’

두 번째 골을 넣은 순간 이찬수가 해준 조언은 간단했다.

상대 수비가 흥분했으니 최대한 공을 오래 소유하지 말고 가능한 원터치패스로 동료들에게 빠르게 넘길 것.

그리고 상대 수비가 김상훈을 신경 쓰지 않게 될 때, 전방으로 공을 끌고 가서 중거리 슈팅을 날릴 것.

물론 이 방법은 정확한 슈팅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아주 어려운 것이었지만.

다르게 말하면 정확한 슈팅 스킬이 있는 김상훈에게는 찰떡과도 같은 전략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진심을 다해서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남자에게 말했다.

“진짜··· 대단하시네요.”

- 뭐? 갑자기? 너 뭐 잘못 처먹었냐? 야,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뭔가 문제가 생긴 거라던데 이참에 너도 검사 한 번 해보자.

“····방금 한 말 취소할게요.”

한편 한가롭게 만담을 하고 있는 두 남자와는 다르게 서울 유나이티드의 스카우트들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프로인데 아마추어한테 3골이나 먹힌다고?’

‘골 하나는 기가 막하기 넣는구나. 그런데 왜 이제야 테스트를 보러 온 거야?’

‘다른 능력은 별로지만, 슈팅 정확도가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해.’

‘전체적으로는 형편없지만 탈압박 능력과 슈팅만큼은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

그들이 보기에 김상훈의 전체적인 축구실력은 평범, 아니 그 이하 수준이었다.

다만, 아주 큰 장점이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정확하게 때릴 수 있는 슈팅, 강렬한 압박에도 공을 지킬 수 있는 탈압박 능력.

이 세 가지 장점이 김상훈의 다른 단점들을 묻히게 만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스카우트들은 직접적으로 입을 열지 않았지만, 그들 모두 능력 있는 스카우트들이었던 만큼 똑같은 결론을 냈다.

‘김상훈은 무조건 영입해야 돼!’

김상훈을 무조건 서울 유나이티드에 영입해야 한다는 결론을.

***

“에휴, 피곤해. 쉬는 날 이게 무슨 고생인지.”

최희준.

과거 서울 유나이티드의 주장이었던 그는 현재 서울 유나이티드에서 감독을 돕는 코치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최희준은 사실 오늘 서울 유나이티드의 미래가 될 수도 있는 유망주를 찾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

그가 오늘 휴가도 반납하고 비공식 테스트가 열리는 구단 훈련장으로 찾아온 이유는 오직 그의 보물과도 같은 아들 때문이었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그의 아들은 요즘 들어서 부쩍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했다.

그 사람 특유의 말투를 따라 하기도 했다.

그의 아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남자는 바로 유투브 크리에이터이자 아프리타TV의 BJ인 김상훈.

최희준이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오직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함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테스트를 지켜보고 적당히 칭찬해준 다음에 사인을 받자.’

그런 최희준의 계획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머릿속에서 하얗게 사라져버렸다.

조금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김상훈이 서울 유나이티드의 2군을 상대로 무려 3골이나 넣어 버린 것.

그 믿기 힘든 사실에 최희준의 머릿속에는 더 이상 사인은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김상훈의 움직임에 모든 집중력을 쏟는 것뿐이었다.

‘저렇게 정확한 슈팅을 계속해서 할 수 있다고? 저런 건 본 적이 없어.’

비록 많은 슈팅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본 김상훈은 오늘 총 3번을 슈팅했고, 모두 골로 연결했다.

그 사실은 서울 유나이티드에 뼈를 묻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최희준이 군침을 흘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게다가 최희준은 다른 스카우트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한 김상훈의 장점을 찾아냈다.

‘슈팅과 탈압박도 무섭지만, 김상훈의 진짜 무서운 점은 퍼스트터치가 굉장한 수준이라는 거야.’

공을 잡으면 빠르게 동료에게 패스하거나 곧바로 슈팅을 하는 간결한 동작을 주로 보여줬고, 고작 30분만 뛴 김상훈의 퍼스트터치를 자세히 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테스터들을 관찰할 필요가 없는 최희준은 오직 김상훈의 움직임만을 관찰했고, 기어코 그의 퍼스트터치가 무서운 수준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저런 퍼스트터치는 한 남자를 제외하면 본 적이 없어.’

한국축구의 전설, 한국 역사상 다시는 나올 수 없다고 불리는 최고의 축구선수.

카메라가 돌아갈 때에도 아무렇지 않게 욕설과 음담패설을 내뱉었던 거친 남자.

그 남자를 잠시 상상했던 최희준은 이윽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미쳤지. 무슨 이제 프로테스트를 보는 햇병아리랑 이찬수를 비교해?’

잠깐이나마 이찬수가 떠오를 정도로 뛰어난 퍼스트터치를 보유한 남자.

때문에 최희준은 다시 한 번 짙은 아쉬움을 느꼈다.

‘다른 능력이 너무 떨어져.’

퍼스트터치, 슈팅, 탈압박.

세 능력은 최소한 K리그의 탑 수준이라는 것이 최희준의 생각이었지만, 세 능력을 제외한 나머지 능력이 아무리 잘 봐줘도 수준 이하라는 것이 그의 평가였다.

‘체력이라도 좋았으면······.’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축구에서도 체력은 아주 중요하다.

부족한 기술은 훈련으로 최대한 보완이 가능하지만, 체력은 타고나는 부분이 컸다.

물론 체력도 열심히 훈련하면 좋아질 수는 있지만 그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게다가 최희준은 프로선수라면 90분 풀타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70분 정도는 뛸 수 있는 체력을 보유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최희준이 본 김상훈은 고작 30분을 뛰었음에도 모든 체력이 소진 된 것처럼 행동했다.

후천적인 노력으로 체력을 늘린다고 해도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이 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발전을 하기에는 나이도 너무 많은 편이고.’

27세라는 김상훈의 나이는 신인치고는 너무나도 많은 나이였다.

때문에 최희준은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두 번째 타임에는 절대 못 뛰겠군.’

김상훈이 두 번째 타임을 뛰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여기까지가 김상훈의 한계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스카우트들의 표정도 좋지 않아졌어.’

스카우트들 역시 이상함을 느끼고 김상훈을 따로 불러냈다.

“김상훈 씨.”

“예!”

“계속 뛸 수 있겠어요?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그런데 김상훈의 상태가 이상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입을 크게 벌린 채 헉헉대던 그가 어느새 멀쩡한 얼굴로 대답을 하고 있던 것.

“당연히 계속 뛸 수 있죠! 2번째 타임도 풀타임 부탁드립니다!”

그 미스테리한 모습을 보며 최희준은 경악했다.

***

첫 번째 테스트가 끝난 뒤, 김상훈에게 남은 체력은 고작 7에 불과했다.

그리고 체력이 10이하로 떨어졌을 때부터 김상훈은 심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첫 번째 테스트가 종료될 시간쯤에는 조금도 뛰어다니지 못했다.

후우!

그는 턱까지 찬 숨을 거칠게 내쉬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 거기서 왜 수비 발에 맞아가지고!”

마지막으로 사용한 두 번의 정확한 슈팅이 하필이면 수비의 발에 맞고 굴절돼서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체력만 날렸네.”

- 근데 상훈아,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

“예? 그래도 저 해트트릭 했는데, 테스트 붙지 않을까요?”

- 아니야, 저 사람들한테는 조루 같은 네 체력이 더 돋보였을 거야. 저기 스카우트들 얼굴 심각한 것 좀 봐.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

주변을 둘러보던 김상훈의 눈에도 자신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스카우트들의 표정이 보였다.

“아, 모르겠다. 전혀 감이 안 오는데요?”

- 그래, 상훈아 할 만큼 했으니까 좀 더 훈련해서 다음번에 테스트 한 번 더 보자고. 그러니 일단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조기축구카페부터 가입하자.

“잠깐만요.”

- 응?

그때였다.

멍하니 잔디밭을 바라보던 김상훈이 대뜸 시스템을 켠 것이.

그리고 그는 헤트트릭에 성공하며 받았던 포인트로 레드 박스 하나를 구입했다.

- 너, 뭐하냐?

“혹시 모르잖아요. 지금 상황에서 도움 되는 게 나올지.”

- 야, 그런다고 뭐가 바뀌겠냐. 그냥 마음 편하게 조기축구나 하러 가니까? 조기축구로도 능력치 올릴 수 있잖아?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계속해서 떠들어대는 이찬수를 무시한 채, 김상훈은 곧바로 레드 박스를 돌렸다.

뾰롱~!

빠르게 회전하던 레드 박스의 움직임이 조금씩 느려졌다.

“제발, 제발!”

이윽고 레드 박스에서 나온 결과물을 본 김상훈은 양팔을 하늘로 펼치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미쳤다!”

- 이런 미친! 이게 말이 돼?

김상훈은 실실 웃으며 눈앞에 뜬 결과물을 바라봤다.

[체력회복 물약]

- 등급 : 실버(S)

- 효과 : 섭취 시, 사용자의 체력이 20만큼 회복된다.

비록 일회성 아이템이었지만, 체력을 20이나 회복시켜주는 아이템.

지금의 김상훈에게는 가장 필요했던 아이템이 나와 버린 것.

그 사실에 김상훈의 얼굴은 마치 화회탈을 씌어놓은 것처럼 변해있었다.

당연하게도 김상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체력회복 물약을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

체력회복 물약을 전부 마셔버리자마자 턱 끝까지 숨이 찼던 것이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남은 체력 수치도 7에서 27로 변경됐다.

- 야, 아무리 봐도 이건 너무 한 거 아니야? 어떻게 이 타이밍에 체력회복 물약이 나올 수가 있냐고!

“될 놈 될.”

- 아오!

그때였다.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던 스카우트들이 김상훈을 부른 것이.

그들은 짙은 아쉬움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김상훈에게 질문했다.

“김상훈 씨.”

“예!”

“계속 뛸 수 있겠어요? 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김상훈은 그들의 입에서 나올 뒷이야기가 무엇일지 알 것 같았다.

‘체력이 다 떨어진 것 같으니 오늘 테스트는 여기까지 보는 걸로 하자는 거겠지.’

물약을 먹기 전에 이 질문을 받았다면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당연히 계속 뛸 수 있죠! 2번째 타임도 풀타임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아니었다.

아직 27이라는 체력이 남아있기에 김상훈은 자신감 있는 대답으로 스스로를 어필했다.

***

서울 유나이티드의 비공개 테스트는 총 두 타임으로 테스트를 보는 선수들은 한 타임 당 30분 씩, 총 60분을 뛰게 된다.

첫 번째 타임은 테스트를 보는 선수들이 한 팀이 되고 서울 유나이티드의 2군 선수들을 상대로 뛰었다.

그리고 두 번째 타임은 2군 선수들과 테스트를 보는 선수들을 섞어서 팀을 만든 뒤에 경기가 시작됐다.

레드 팀과 옐로우 팀.

지금 이 순간 김상훈은 빨간 조끼를 입은 서울 유나이티드의 2군 선수들, 다른 테스터들과 팀을 이룬 채, 잔디밭 위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툭!

“승민아!”

레드 팀 오른쪽 미드필더인 하승민은 공을 받자마자 전방으로 달려 나갔다.

2군에서는 가장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그는 서울 유나이티드 2군에서만큼은 최고의 윙어로 불리는 남자였다.

그만큼 하승민은 드리블에도 자신감이 있었다.

툭! 투욱!

빠른 속도로 드리블을 하는 하승민, 그리고 그를 막아선 선수는 하필이면 테스트를 받고 있던 선수인 이대선이었다.

이대선은 모든 드래프트에서 떨어진 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 유나이티드의 비공개 테스트에 참여한 젊은 수비수였다.

그 역시 발이 빠른 편이었지만,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는 하승민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젠장!”

하승민의 공을 치고 달리는 동작에 오른쪽 사이드가 뻥 뚫려버린 옐로우 팀 선수들은 다급하게 수비를 재정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하승민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공격수를 겨냥한 크로스를 올렸다.

뻐엉!

그때, 빠르게 올라간 크로스를 향해 달리는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바로 서울 유나이티드 1군 출신인 이치훈이었다.

키는 작지만 신체능력이 좋은 그는 빠른 속도로 옐로우 팀의 업사이드트랩을 뚫고 들어와, 정확한 타이밍으로 점프를 해서 이마에 공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골키퍼가 조금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헤딩이었다.

다만, 운이 좋지 않았다.

터엉!

“씨발!”

이치훈은 자신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나가는 것을 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모두가 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온 공을 보면서도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은 잠시 반응하지 못하고 경직됐다.

그때, 어느새 페널티라인 안으로 달려온 하승민이 그 공을 잡아놓지 않고 다이렉트로 슈팅을 때렸다.

뻐엉!

발을 떠난 공을 바라보는 하승민은 자신의 슈팅이 골이 될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행운의 여신은 옐로우 팀의 손을 들어줬다.

데엥!

애석하게도 골대의 윗부분을 맞은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잔디밭에 튕긴 채 빠른 속도로 튕겨져 나왔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레드 팀 선수들은 스스로의 머리채를 잡고 탄식했다.

“이런 미친! 무슨 골대를 두 번이나 맞아?”

“젠장!”

모두가 절망할 때, 유일하게 이 상황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있었다.

초일류 선수들도 트래핑(Trapping)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애매한 높이로 튕겨 나온 공.

마침 그 공이 향하는 곳에 서있던 그 남자는 그 공에 반응할 준비를 했다.

당연하게도 그 모습을 보던 모든 선수들, 좌중은 비웃었다.

‘저걸 트래핑하겠다고?’

‘발을 대자마자 공이 저 멀리 튕겨져 나갈 걸?’

‘기본기가 엄청나지 않으면 그 공을 몸 근처에 잡아두기 힘들 텐데?’

모든 사람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남자의 표정은 태연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보면서도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했다.

동시에 너무 빠르지 않게,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공을 향해 발을 뻗었다.

툭.

남자의 발이 공에 닿자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위협적으로 튕겨 나오던 공이 순식간에 순한 양처럼 남자의 앞에 멈춰 선 것.

그 모습에 좌중들은 경악했다.

“저 터치는 도대체 뭐야!”

“미친 거 아니야? 무슨 이찬수도 아니고······!”

그 엄청난 퍼스트터치에 좌중은 순간 이찬수를 떠올렸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훌륭한 퍼스트터치.

하지만 놀라운 광경은 퍼스트터치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공을 멈춰 세운 남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골대를 바라보며 슈팅을 했다.

뻐엉!

남자의 발을 떠나간 공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게 골대의 왼쪽 구석을 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골이란 것을 확인하기도 전에 이미 골이라는 것을 확신한 듯, 남자는 뒤로 돌아서 뛰기 시작했다.

이윽고 한 마리 새처럼 양팔을 펼친 그는 입으로 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촤아~!”

‘이찬수의 퍼스트터치’를 사용한 뒤, ‘정확한 슈팅’으로 만들어낸 골.

그것을 만들어낸 주인공인 김상훈은 기쁨을 감추지 않고 그라운드를 미친 듯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때, 그런 김상훈의 눈앞에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를 본 다른 남자가 욕설을 내뱉었다.

- 씨발! 뭐야! 또 퍼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