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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축구선수-11화 (11/200)

11화 김신훅이 저한테 전화를 왜 해요?

현역시절 최고의 테크니션이자 골잡이로 꼽혔던 이찬수.

그는 10대부터 20대 때에는 미친 듯이 골을 넣는 공격수로 뛰었고,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경기를 조율하는 미드필더로 뛰었던 남자였다.

공격수로도 미드필더로도 최고의 선수였던 남자.

당연하게도 그런 이찬수에게는 자신 있는 기술들이 아주 많았다.

그러나 패스마스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패스, 캐논슈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강력한 슈팅도 그의 자신 있는 기술 중 일부분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그의 가장 뛰어난 스킬 중 하나로 각자 다른 기술들을 꼽았지만, 축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프로축구선수들은 달랐다.

특히, 그가 최고의 팀에서 뛰었던 만큼 이찬수와 함께 뛰었던 선수들은 대부분 월드 클래스의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그 월드 클래스의 선수들이 증명하는 이찬수가 가진 최고의 능력은 따로 있었다.

그 능력이 어떤 것인지 당사자인 이찬수는 알고 있었고, 그의 오랜 팬인 김상훈 역시 잘 알고 있었다.

- 설마 그걸?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네요.”

[주특기 복제(L)를 사용하셨습니다.]

[복제할 대상으로 이찬수를 선택하셨습니다.]

[이찬수의 가장 뛰어난 능력, 주특기를 검색합니다······.]

[검색이 완료됐습니다. 능력 복제가 시작됩니다.]

[주특기 복제가 완료됐습니다.]

복제가 시작됐고, 잠시 후 복제가 완료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김상훈이 기다리던 스킬정보창이 떠올랐다.

[이찬수의 퍼스트터치]

- 등급 : 레전드(Legend)

- 효과 : 대한민국의 이찬수, 그의 퍼스트터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퍼스트터치.

특정 상황에서 공을 첫 번째로 터치하는 그 상황을 말하는 이 기술은 축구선수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기술이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곧바로 슈팅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하고, 중요한 기회를 날려버리기도 하는 상황도 많이 일어날 만큼 중요한 기술.

이찬수는 이 퍼스트터치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가 커리어 내내 엄청나게 많은 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퍼스트터치의 영향이 컸다.

어떤 상황에서도 곧바로 슈팅을 가져갈 수 있게 만드는 이찬수의 퍼스트터치.

그리고 오늘의 위닝 시스템은 그의 퍼스트터치를 레전드(Legend)등급의 스킬로 판단했다.

“헐······.”

그 결과에 김상훈은 멍하니 스킬을 바라봤다.

최고 등급인 레전드 등급의 스킬이기 때문에 기대를 안했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런데 이찬수의 퍼스트터치는 그런 김상훈의 기대감을 한참이나 뛰어넘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그 레전드급 스킬을 보던 이찬수는 당연하게도 분노했다.

- 이런 미친! 내 퍼스트터치가 겨우 레전드등급이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야, 내 퍼스트터치는 호날두랑 메시도 배우고 싶어 했지만 배우지 못한 기술이라고! 레전드는 무슨! 적어도 SSS급은 돼야지!

자신의 스킬이 더 높은 등급이 아니라는 사실에.

겨우 레전드라는 등급으로 측정됐다는 사실이 그가 분노한 이유였다.

“진정하세요. 그래도 최고 등급이잖아요? 시스템도 밸런스 때문에 어쩔 수 없었겠죠.”

- 야, 너는 내 팬이었다고 했으니까 내 퍼스트터치가 어땠는지 알지?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모를 리가 없었다. 이찬수를 우상으로 생각하던 그는 누구보다도 이찬수의 퍼스트터치의 대단함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으니까.

“알죠. 솔직히 등급으로 매기기 힘들 정도로 말도 안 되는 퍼스트터치였죠. 이 시스템이 진짜 밸런스가 없었다면 아마 측정불가등급 같은 게 나오지 않았을까요?”

절대로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었다.

김상훈의 입장에서는 아주 솔직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에 이찬수는 화를 조금 누그러트렸다.

- 근데······. 상훈아?

그런데 화가 풀린 이찬수가 다시금 표정을 굳히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김상훈을 불렀다.

“예?”

- 이거 내 허락도 없이 기술을 복제해갔으니까 엄연히 초상권 위반행위 아니냐?

“아, 또 왜 그래요!”

그렇게 두 남자는 다시 말다툼을 시작했다.

***

의자에 앉은 김상훈.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했다.

결국 그는 자꾸만 말라가는 목을 축이기 위해서 식탁에 올려 진 물컵을 입에 가져갔다.

꿀꺽! 꿀꺽!

“후우!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될까요?”

- 글쎄다······. 나도 협회 쪽과는 사이가 좋지 않아서······.

두 남자가 식탁을 사이에 두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는.

“축구를 하고 싶어도 갈 방법이 없으니······.”

바로 김상훈의 거취 문제였다.

김상훈이 처음에 생각한 것은 전설적인 축구선수인 이찬수의 이름을 파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찬수의 말을 들어보니 그건 불가능했다.

이찬수의 말에 따르면 그는 국내 축구협회관계자들과는 앙숙과도 같은 관계였다.

더러운 일이 있으면 기자회견에서 아무렇지 않게 폭탄과도 같은 그것들을 터뜨려버리는 행동을 밥 먹듯이 하고 심지어 마음에 들지 않는 감독에게는 경기 중에 대들기도 하는 남자가 이찬수였다.

그의 평소 행실을 알고 있던 김상훈은 한숨을 푹 내쉬며 손으로 머리를 싸맸다.

“후······. 평소에 친한 축구선수 없어요? 한국 선수요.”

- 있으면? 네가 어쩔 건데?

“이찬수 선수 이름을 팔아서 부탁하는 건 안 될까요? 프로팀에 테스트라도 받게 해달라고.”

- 아서라. 차라리 귀신을 본다고 말하지 그러냐? 그럼 축구경기장은 아니어도 정신병원으로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 그러면 저보고 어떡하라고요”

- 그러는 너는 인터넷에서 유명하다면서 친한 축구선수도 없냐?

“저는 축구게임만 컨텐츠로 진행했던 거지, 축구가 싫어져서 축구선수들과는 조금도 엮이려고 하질 않았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싶지만······.”

- 무작정 찾아가보든지.

“그럴까요?”

계속된 대화에도 답이 나오질 않자, 두 남자는 결론은 결국 무작정 프로리그구단을 찾아가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이잉!

식탁 위에 올려져있던 스마트폰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

김상훈의 미래가 바뀌는데 큰 영향을 끼친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 것이.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저는 축구선수 김신훅이라고 합니다.”

“예?”

김상훈의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친 국가대표 김신훅의 전화가 온 것이 말이다.

“김신훅 선수요?”

- 예, 김신훅입니다.

“설마 그 국가대표 김신훅 선수요?”

- 예, 맞습니다.

국가대표 김신훅의 전화.

그 전화에 당연하게도 김상훈은 욕설을 내뱉었다.

“씨발, 뭔 개 같은 장난전화야. 끊어!”

동시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모습에 오히려 이찬수가 당황해서 물었다.

- 야, 진짜 김신훅이었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이런 장난전화가 평소에 얼마나 많이 오는데요. 어차피 시청자였을 거예요.”

이찬수의 말에도 김상훈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시청자들에게서 장난전화가 걸려오는 것이 아주 흔한 일이었으니까.

당연히 이번에도 장난전화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김신훅이 저한테 전화를 왜 해요?”

- 그건 그렇지. 소속팀에서도 부동의 주전이고 국가대표로 잘나가고 있는 김신훅이 너 같은 놈한테 전화를 할 이유가 없기는 해.

“예? 듣다보니까 기분이 별론데요?”

-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인마.

그때였다.

띠링!

스마트폰에서 문자가 왔다는 것을 알리는 알림이 울렸다.

“아, 이번에는 더러운 사진이야?”

며칠 전, 방송을 보는 시청자라며 자신의 알몸사진을 첨부해서 보낸 남성의 문자를 떠올린 김상훈은 온몸에 올라오는 소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한번 확인해보자.

“안 해요.”

- 해봐.

“안한다니까요.”

- 아! 궁금하니까 한번만 해보자고!

“아·····진짜.”

이찬수의 거듭된 재촉에 결국 스마트폰을 손에 쥔 김상훈은 이찬수와 함께 가장 최근에 온 문자를 확인했다.

동시에 두 남자는 괴상한 비명을 질렀다.

“으엨?!”

- 히에엑?

문자에 첨부된 사진에는 김신훅이 ‘진짜 저 맞아요ㅠㅠ인증샷’이라는 글씨가 쓰여 진 A4용지를 들고 있었다.

***

“진짜 죄송해요·······. 평소에 시청자들한테 장난전화를 너무 많이 받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전화를 받는 남자는 김상훈이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 하하하하! 괜찮아요. 워낙 유명하시니까 그럴 수도 있죠. 전혀 기분 안 나빴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인 김신훅이었다.

“신기하네요. 김신훅 선수가 저한테 전화를 다 하시고. 그런데 제 번호는 어떻게 아신 거예요?”

- 아, 그 점은 죄송해요. 제 지인 중에 방송하는 BJ가 있는데 그 분이 김상훈 님 번호를 알고 있다고 해서 따로 물어봤어요.

“아······. 저도 괜찮아요. 그런데 저한테 어쩐 일로······?”

- 최근에 유투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게 됐어요.

“영상이요?”

-예, BJ풋살대회 영상이요. 거기서 김상훈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완전 반해버렸어요.

“반했다는 게······. 그······. 아니죠?”

- 하하하! 저 여자 좋아합니다. 당연히 김상훈 선수의 플레이에 반했다는 뜻이죠. 특히, 김상훈 선수의 슈팅을 보고 너무 놀랐어요. 그거, 운 아니죠?

“아, 뭐. 운도 따르긴 했죠. 슛이 골대 맞고 튕겨나갈 뻔한 적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으니까요.”

- 알아보니까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해가 안돼요. 그런 슈팅실력이라면 프로구단에서 분명히 눈독을 들였을 텐데······. 게다가 탈압박 실력도 훌륭하시고.

“하하·····. 그때는 구단 관계자들 눈에 그렇게 안 보였나보죠.”

최근에 얻게 된 슈팅스킬 덕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김상훈은 빠르게 말을 돌렸다.

“그럼 제 영상을 보시고 그냥 호기심에 전화주신 건가요?”

- 그럴 리가 없죠. 당연히 김상훈 님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전화 드린 거예요.

“어떤······?”

- 혹시 다시 축구를 해보실 생각은 없으세요?

“예? 아······.”

다시 축구를 해볼 생각이 없냐는 김신훅의 말. 그 말에 김상훈은 옆에서 통화내용을 엿듣고 있던 이찬수의 얼굴을 쳐다봤다.

끄덕끄덕!

이찬수는 그런 김상훈을 보며 고개를 빠르게 위아래로 흔들고 있었다.

피식 웃은 김상훈은 김신훅에게 말했다.

“당연히 있죠. 안 그래도 프로구단에 테스트 보고 싶어서 방법을 찾고 있던 중이었어요.”

그 말에 김신훅이 반색하며 대답했다.

- 어? 정말요? 그럼 말하기가 좀 편해지겠네요.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그 테스트 보는 걸 도와드려도 될까요? 아마 요즘에 따로 선수를 뽑고 있지 않아서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예, 그러면 저야 감사하죠. 그런데, 왜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주시려는 거죠?”

김상훈은 김신훅을 100% 믿지 않았다.

평소 친분이 있던 사이도 아니었거니와 그가 자신을 도와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김상훈의 의심어린 말에 김신훅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평소 팬이었거든요······. 사실, 김상훈 님 방송에 달풍선도 많이 쐈어요······.

“예?”

- 예······. 그리고 사실······. 아! 이것까지는 말 안하려고 했는데, 저 김상훈 님 열혈팬이에요.

“예에엑?!”

인터넷 방송국인 아프리타TV.

그곳에서는 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방송을 하는 BJ에게 현금으로 환전 할 수 있는 달풍선을 선물할 수 있다.

그리고 해당 BJ에게 가장 많은 달풍선을 선물한 20명에게는 ‘열혈팬’이라는 칭호가 붙게 된다.

국가대표 축구선수인 김신훅이 자신의 열혈팬이라는 말에 김상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혹시, 닉네임이······?”

- 그것까지 말하기는······. 좀······.

“에이, 그러지 마시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알려주세요.”

열혈팬이라는 20명밖에 되지 않는 큰 손들.

김상훈은 그들의 닉네임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신훅에게 닉네임을 물어봤다.

- ········.

“예? 뭐라고요? 잘 안 들려요!”

스마트폰에서 들리는 김신훅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김상훈은 스마트폰 볼륨을 최대치로 올렸다.

그제야 김신훅의 목소리가 김상훈의 귀로 들리기 시작했다.

김신훅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이제는 그 내용을 알아듣기에는 충분한 소리크기였다.

김신훅의 닉네임은······.

- 닉네임이······. 죳같이생긴김상훈·····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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