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10화 (10/200)

10화 제가 스페인을 왜 가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영상을 유투브로 찾아보는 시대인 현재.

여기에도 평소에 유투브를 즐기는 한 남자가 있었다.

“재밌는 영상 좀 올라왔는지 볼까?”

샤워를 마친 남자는 목에 흰 수건을 걸친 채로 자신의 푹신한 침대로 향했다.

2m에 가까운 커다란 키에 100kg에 달하는 거구인 그가 침대로 뛰어들자 튼튼하기로 유명한 세몬스 침대가 비명을 내질렀다.

끼이익!

“아, 이놈의 침대는 빨리 바꾸든가 해야지. 왜 이렇게 삐거덕대는 거야?”

현재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 공격수이자 K리그 전북 유나이티드의 주전 공격수인 김신훅은 그렇게 침대 위에 누운 채로 유투브를 실행했다.

“흠····이건 아니고, 이것도 아니야.”

유투브를 실행하자마자 상위에 노출되는 여러 베스트 영상들을 보던 그는 두꺼운 손가락을 이용해서 관심 없는 영상들을 빠르게 넘겼다.

계속해서 영상을 넘기던 김신훅은 어느 한 영상 앞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평소 그가 자주 즐겨보는 BJ의 영상이 업데이트 됐기 때문이었다.

“어? 김상훈 유투브 업데이트 됐네?”

김신훅은 그가 즐겨보는 BJ이자 유투브 크리에이터인 김상훈의 최신 업데이트 영상을 손가락 터치로 실행했다.

“아프리타TV에서 BJ풋살대회를 했었구나. 근데 김상훈이 축구를 잘하려나? 생긴 거 보면 못해 보이던데······.”

영상이 시작됐고 김신훅은 볼 수 있었다.

전반전 내내 미친 듯한 움직임을 보이며 골을 넣는 남자를.

압도적인 기술과 스피드로 상대팀들을 농락해버리는 한 남자를.

“어! 이광이 여기서 왜 나와? 프로로 뛰고 있는 놈이 왜 여기서 양학을 하고 있는 거야?”

당연하게도 김신훅의 눈에 띈 남자는 이광이었다.

청소년 시절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뛰어본 적이 있던 김신훅에게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만큼 그의 뛰어난 실력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광이 BJ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김신훅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했다.

“김상훈 팀은 그냥 발리겠네. 오랜만에 이놈 실력 좀 볼까?”

그렇게 김신훅은 이광의 승리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은 채로 영상을 실행했다.

잠시 후.

어느덧 전반전이 끝나고 영상 속 풋살대회 결승전은 후반전에 이르렀다.

그리고 김신훅의 입에서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씨발, 뭐야?”

그는 눈을 벅벅 비빈 뒤에 영상을 다시 봐도 믿을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벌써 영상을 세 번째 돌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영상 속에서 김상훈은 미친놈처럼 골을 넣고 있었고, 이광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사람, 뭐야? 무슨 슈팅이······.”

영상 속 김상훈의 슈팅은 그야말로 백발백중이었다.

말 그대로였다.

김상훈이 슛을 하면 그의 발에서 떠나간 공은 무조건 골대 안으로 향했다.

운이 따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이 계속해서 골대 구석으로만 꽂히잖아?”

그 슈팅이 계속해서 골대의 구석에만 꽂히는 건 우연으로 보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국가대표 공격수인 김신훅이 보기에는 영상 속 김상훈의 슈팅실력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었다.

물론 김신훅이 놀란 것은 이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저 작은 골대에 저렇게 정확한 슈팅을 계속해서 때려 넣을 수 있는 거지?”

풋살장의 골대는 실제 축구장에 있는 골대 크기의 반도 되지 않을 만큼 작은 크기였다는 것.

그것이 바로 김신훅이 놀란 진짜 이유였다.

“이럴 때가 아니야.”

냉정한 눈빛으로 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던 김신훅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예, 저 김신훅인데요······.”

***

[3개의 스루 패스를 성공했습니다. - 보상으로 6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1개의 멋진 패스를 성공했습니다. - 보상으로 5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3개의 멋진 골을 성공했습니다. - 보상으로 6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1개의 환상적인 골을 성공했습니다. -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헤트트릭에 성공하셨습니다. -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총 패스 성공 횟수 66회 - 보상으로 56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총 기록한 골 수 8골 - 보상으로 8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풋살대회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 보상으로 옐로우 박스가 지급됩니다.]

눈앞의 시야를 가릴 정도로 가득한 메시지들.

당황스럽게 많은 메시지들을 보던 이찬수의 눈에 핏발이 섰다.

동시에 그는 목에도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를 질러댔다.

- 으아아악! 이건 말도 안 돼! 도대체 왜 이렇게 퍼주는 거야? 야, 솔직히 이게 말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냐? 막말로 신발회사 영업팀으로 들어가서 한 달에 신발 10000개를 팔아치워도 이 정도로 보너스를 퍼주진 않겠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김상훈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운이 좋았나보죠. 뭐.”

- 오늘의 위닝에 운이라는 능력치도 있었어? 나는 몰랐는데? 너 상태창 켜봐. 어디 운이라는 능력치가 있는지 한번 확인해보게.

“그런 거 없는 거 알잖아요.”

- 아오! 그래서 포인트는 언제 쓰려고?

“지금 써야죠. 아끼면 똥 될 수도 있으니까요.”

- 오오! 드디어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구만? 그래! 바로 가자.

포인트를 쓰는 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꿀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던 이찬수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김상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일단 우승했으니까 회식부터 하고요.”

- 야, 야!

***

앞으로 축구를 제대로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김상훈은 뒤풀이자리에서 술을 과하게 마시지 않았다.

적당히 분위기만 맞출 정도로 마시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여느 때처럼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었다.

- 드디어 시작하는 거냐?

“후우! 예. 갑니다.”

원래 남아있던 140포인트에 풋살대회우승을 하고 얻게 된 3570포인트.

그렇게 김상훈에게는 현재 총 3710포인트가 있었다.

물론 큰 기대는 없었다.

3710포인트로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가장 싼 박스인 레드 박스를 3개 깔 수 있는 정도에 불과했으니까.

[레드 박스를 구매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의 물음에 당연히 ‘예’를 선택했고 김상훈은 눈앞에 있는 레드 박스 3개를 보며 기도했다.

“제발, 제발 좋은 것 좀 떠주세요. 제바아알!”

- 야 설마 지금 3개를 한 번에 까려는 거야?

“예.”

-에이, 하나씩 까는 게 더 잘 뜰 거 같은데? 나 믿고 하나씩 까는 게 어때?

“아뇨. 왠지 지금 한 번에 까는 게 좋을 거 같은 삘이 왔어요.”

- 아놔!

그렇게 레드 박스 3개가 동시에 춤을 추기 시작했다.

뾰로로로로롱!

잠시 후.

회전을 멈춘 레드 박스들 안에서 결과물이 튀어나왔다.

[능력치 상승 양피지]

- 등급 : 브론즈(B)

- 효과 : 양피지를 찢으면 1~5까지 랜덤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상승되는 능력의 종류는 랜덤입니다.

[능력치 상승 양피지]

- 등급 : 실버(S)

- 효과 : 양피지를 찢으면 1~5까지 원하는 능력 한 가지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근질 상승 묘약]

- 등급 : 실버(S)

- 효과 : 묘약을 먹으면 근육의 질이 조금 좋아집니다.

동시에 김상훈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으아아아아아악!”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못 미치는 결과물에 김상훈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 푸하하하하하하! 진짜 너무 웃기네! 야, 그래도 이 정도면 잘 뜬 거지.

“그렇게 웃으면서 위로해봤자 힘 안 나거든요.”

- 그래서 내가 하나씩 까라고 했잖아. 그래도 일단 나왔으니까 얼른 까봐.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요.”

김상훈은 곧바로 모든 아이템을 오픈했다.

그 결과는.

[능력치 상승 양피지(B)를 찢었습니다.]

[패스가 2만큼 상승합니다.]

[능력치 상승 양피지(S)를 찢었습니다.]

[체력 상승을 선택하셨습니다.]

[체력이 3만큼 상승합니다.]

[근질 상승 묘약(S)을 섭취하셨습니다.]

[근질이 상승됩니다.]

김상훈은 편법으로 능력치 상승 양피지(S)를 찢고 상승시킬 능력치로 잠재력을 선택해봤지만 시스템은 곧바로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능력치 상승 양피지(S)로 잠재력은 올릴 수 없습니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현재 가장 필요한 체력.

레드 박스 3개를 깐 결과물은 나쁘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그다지 좋다고 말하기에도 어려웠다.

오른 능력치를 확인하기 위해 김상훈은 상태창을 눈앞에 띄웠다.

[김상훈]

- 키 : 179cm

- 주발 : 오른발

- 체력 : 57 ▷ 60

- 민첩 : 51

- 패스 : 61 ▷ 63

- 슈팅 : 65

- 개인기 : 68

- 잠재력 : 83

- 스킬 : 정확한 슈팅(H), 무사 뎀벨레의 탈압박(G)

(세부능력치를 볼 수 있습니다.)

기대감과는 달리 레드 박스 3개의 결과물은 소소하게 오른 능력치가 전부였다.

그리고 그 결과에 이찬수는 김상훈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언제까지 운이 좋을 수는 없는 거니까 말이야. 상훈아, 사는 게 이렇게 쉽지 않은 거란다.

“그래도 괜찮아요.”

- 응? 네가 드디어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나보구나!

“예? 아닌데요.”

- 어?

이찬수의 위로에 김상훈은 고개를 저었다. 이찬수의 생각과는 달리 김상훈은 전혀 기가 죽은 얼굴이 아니었다.

“아직 옐로우 박스가 남았잖아요.”

그에겐 아직 한 방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

밤 12시가 한참 넘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두 남자가 살고 있는 방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침대 위에 무릎을 꿇은 두 남자는 눈앞에서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상자를 바라봤다.

노란색 상자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화려한 빛과 효과음을 뿜어내며 회전하고 있었다.

“저는 못 보겠어요. 눈 감고 있을게요.”

- 나도 쫄려서 못 보겠다. 둘 다 눈 감고 있다가 동시에 확인하기로 하자.

두 남자가 이렇게 긴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최근에 깐 옐로우 박스에서 나온 결과물이 아주 대단한 것이었기 때문.

무려 ‘무사 뎀벨레의 탈압박’이라는 아주 대단한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옐로우 박스는 눈을 감고 있는 두 남자 앞에서 회전을 멈췄다.

“눈 뜰까요?”

- 잠깐! 기다려봐. 하나둘셋하면 동시에 뜨기로 하자.

두 남자는 그렇게 카운트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 하나.

“둘.”

- 둘.

“셋!”

- 셋!

눈을 뜬 두 남자의 앞에는 아이템 하나가 생성되어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 우아아아아악!

동시에 두 남자는 비명을 질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눈앞에 떠있는 아이템이.

[주특기 복제(L)]

무려 레전드등급의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

레전드등급의 아이템.

영롱한 붉은빛을 띠고 있는 그 아이템을 바라보던 김상훈과 이찬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가장 비싼 퍼플 박스에서도 나올 확률이 아주 낮은 등급의 아이템.

오늘의 위닝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인 레전드등급의 아이템을 바라보던 두 남자는 이제는 손까지 덜덜 떨어댔다.

“이거 꿈 아니죠?”

- 평소에 귀신 꿈꾸냐?

“아뇨······.”

- 실없는 소리하지 말고 빨리 효과 확인해봐.

고개를 끄덕인 김상훈은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아이템을 확인했다.

[주특기 복제]

- 등급 : 레전드(L)

- 효과 : 직접 만나본 축구선수의 주특기능력을 한 가지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가져온 능력은 패시브스킬로 저장됩니다. 단, 한 번만 사용 가능합니다.

“이런 미친!”

- 헐······.

아이템의 효과를 확인한 두 남자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 후, 깊은 침묵을 깬 것은 이찬수였다.

- 상훈아 뭐하냐? 빨리 여권 챙겨!

“예? 여권은 왜요?”

- 너 지금 뭔 소리하냐? 당장 스페인으로 가야지! 스페인으로 가서 호날두나 메시 주특기 가져와야지! 빨리 안 움직이고 뭐해?

세계 최고 선수인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와 리오넬 메시.

당연하게도 그들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엄청난 것들임에 분명했다.

그들의 주특기를 가져오자는 이찬수의 제안.

그 제안에 김상훈은 고개를 저었다.

“스페인을 뭐하러가요?”

- 그게 뭔 개소리야? 이 새끼가 레전드 아이템 뽑더니 맛이 갔나?

이찬수가 흥분해서 떠들어댔지만, 김상훈은 스페인으로 갈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이찬수 선수야말로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 응?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랑 리오넬 메시한테 전혀 밀리지 않는 최고의 선수가 바로 앞에 있는데, 제가 왜 사서 고생을 해야 돼요?”

이유는 간단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바로 그의 앞에 최고의 선수가 있었으니까.

- 그게 누군데?

“당신이요.”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자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레전드.

그 이찬수가 바로 김상훈의 앞에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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