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8화 (8/200)

8화 SSS급 축구선생님

풋살 결승전이 열릴 경기장 안으로 향하는 한 남자.

그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쳐다보며 말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당연하게도 김상훈이었다.

“국가대표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찬수를 바라보는 김상훈.

그 모습을 보던 이찬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김상훈은 전설적인 축구선수이자 그가 가장 존경했던 남자인 이찬수의 말에 입을 벌렸다.

그리고 말했다.

“구라치지마세요.”

- 뭐? 이 새끼가 지금 나를 못 믿는 거야?

“아니, 솔직히 국가대표가 여기 왜 있어요? 차라리 국가대표였던 선수가 폼이 떨어지고 군입대를 해서 군생활을 하다가 군대가 자신의 적성이란 것을 깨닫고 말뚝 박았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는 말이겠네요. 그리고 아무리 축구에 관심이 없어도 저는 오늘의 위닝을 계속 해왔다니까요? 한국 국가대표에 이광이라는 선수는 없어요. 그리고 미쳤다고 국대가 비제이풋살대회에 나와요?”

- 뭔 개소리야. 내가 언제 성인 국가대표라고 했어?

“예?”

재능.

재능이라는 것을 가진 선수를 찾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하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를 찾는 것은 아예 다른 난이도의 일이 되어버린다.

“우와! 이광, 미쳤다!”

“어떻게 저런 드리블을 하지? 축구선수라더니 김상훈한테 전혀 안 밀리잖아? 오히려 더 잘하는 거 같은데?”

“김상훈이랑 비교할 수가 없어. 지금도 수비수 2명은 쉽게 제쳐버리는 것 좀 봐!”

이광이 그런 선수였다.

중국에서 태어난 화교인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남들보다 늦은 시기인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지만, 그의 천재적인 재능은 다른 선수들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게 만들어줬다.

아니, 오히려 그들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실력을 갖게 만들어줬다.

결국 청소년 국가대표인 U-17 월드컵 대표 팀에 선발되며 대한민국을 8강에 올리는 것에 큰 일조를 한 이광.

“저게 실력이 많이 줄어든 모습이라고? 그럼 전성기 때는 얼마나 잘했다는 거야?”

“비록 전성기가 짧긴 했지만, 그때 영상을 보면 포스가 어마어마했어. 동년배 선수들이 아예 압도를 당했다니까!”

“이광 화이팅!”

그렇게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이광조차도 결국엔 부상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허나, 이광은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부상이라는 벽 앞에 무릎을 꿇었지만 그는 끝없는 노력과 의지로 부상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섰다.

결국 꾸준한 재활치료로 부상을 완벽하게 회복하는 것에 성공한 그는 현재 꼴찌를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K리그 프로구단인 인천FC에 입단하는 것에 성공했다.

부상 때문에 최고의 유망주에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남자.

- 쟤는 진짜 난놈이야. 그런 부상을 당하고도 어떻게 저렇게 폼을 회복할 수가 있지? 알고 보면 쟤도 게임 시스템으로 능력치 올린 거 아니냐?

“그렇게 심한 부상을 당했었어요?”

- 어, 졸라 심각한 부상이었어.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그 당시에 기사도 꽤 많이 떴었을 거야. 아마 기사 제목들이 ‘대한민국, 떠오르는 축구유망주를 잃다’ 같은 거였을 텐데······.

그 나락을 스스로의 힘으로 올라와서 다시 우뚝 서고 있는 남자.

삶 자체가 드라마인 그는 요즘 축구계에서 굉장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때였다.

- 야, 이광 쟤 너한테 오는데? 공도 없는데 왜 너한테 붙지?

“예?”

그 남자가 지금, 공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김상훈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김상훈은 느낄 수 있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광이 단순히 개인마크를 하러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김상훈 씨?”

“예. 이광 씨.”

“방송 잘 보고 있어요.”

“아, 예.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김상훈의 귓속으로 다시 이광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방송이나 열심히 하세요. 엄한 풋살을 한답시고 까불지 마시고.”

“예?”

갑작스러운 도발에 김상훈이 벙찐표정으로 이광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자 이광이 실실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이런 거에 관심 없잖아요? 실력 보니까 축구도 대충하다가 때려 친 것 같은데, 대충 설렁설렁 하시다가 집 가서 방송이나 하시라고요.”

- 이 새끼 아직도 성격 못 고쳤네. 저 더러운 성격 때문에 예전 국가대표일 때도 팀에서 왕따 당했다더니만······.

이광의 말에 김상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안 그래도 오늘 아침까지 밤새 클럽에서 놀다가 왔거든요.”

“크하하하! 그럴 줄 알았어요. 방송 열심히 하시는 분이 갑자기 축구를 하신다기에 괜히 오해했잖아요. 쉽게, 쉽게 갑시다. 예?”

“예, 뭐. 저도 대충하고 집에 가서 방송이나 할 생각이었어요.”

김상훈이 말을 마치자, 이광은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 공을 소유하고 있는 팀원에게 패스를 요청하며 뛰어갔다.

-아, 저 개새끼. 싸가지 존나 없네. 야, 너는 자존심도 없냐? 어제 나랑 그렇게 열심히 기본기 훈련해놓고 무슨 클럽에나 갔다는 소리를 해?

옆에서 모든 모습을 지켜보던 이찬수는 바보처럼 당하고 있는 김상훈에게 화를 냈다.

그 모습을 보던 김상훈이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

“크힠큭!”

- 뭐, 뭐야? 왜 그렇게 좆같이 웃어? 설마, 너?!

“예, 맞아요. 이렇게 말해놔야 저한테 졌을 때, 기분이 더 좆같을 거 같아서요.”

잠시 동안 멍하니 김상훈의 얼굴을 쳐다보던 이찬수는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하! 너도 참 또라이 새끼다.

***

“막아!”

“아오, 또 뚫렸네!”

이광의 인성에는 문제가 많았지만, 그의 실력 자체는 진짜배기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그는 현란한 드리블로 김상훈의 팀을 철저하게 농락했다.

그의 드리블에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고, 재능도 없는 김상훈의 팀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폼이 다 올라오지 않아서 2군에서 뛰고 있다고는 해도 이광의 실력은 이곳에 있는 일반인들과는 전혀 다른 클래스인 것이 사실이었다.

[골! 골입니다. 이광 선수, 현재 인천FC의 2군에 속해있죠?]

[예. 역시 프로는 다릅니다. 비제이를 겸하고 있는 선수라 대회 참여 자격이 있지만, 확실히 이광의 투입은 반칙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예 클래스가 다르네요.]

[김상훈도 고군분투하고 있기는 하지만 공격을 할 기회조차 잘 오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가 너무 일방적이에요.]

[이광 선수로 인해 계속해서 밀리다보니 김상훈의 장기인 슈팅이 나올 상황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상훈 선수에게 아예 공이 가질 않고 있으니 김상훈도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이광에게는 지금 경기는 제대로 된 경기라고 말하기 힘들었다.

그저 어린 애들과 놀아주듯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유희에 불과할 뿐.

‘3골 정도만 더 넣을까?’

딱 그 정도였다.

이광은 오늘 경기에서 무리할 생각도 없었고, 그냥 딱 3골 정도만 더 넣고 이길 생각이었다.

이 경기에서 누군가를 신경 쓰는 일은 전혀 없었다.

질 것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 상훈아, 벌써 1골 먹혔는데? 어떡하냐? 이러다가는 결승까지 와서 개털리고 지겠는데? 그러면 시청자들이 채팅을 치겠지. ‘김상훈 축구실력 개거품이었다’라고.

“내일 다이소가서 이어플러그라도 하나 사서 끼든가 해야지. 안되겠네. 뭐가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군대에서 사격할 때도 이렇게 시끄럽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 뭐? 그건 안 될 말이지. 축구 같은 팀 게임에서 팀원 간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걸 알면 제발 좀 닥쳐주세요.”

당연히 그런 이광은 계속해서 혼잣말을 하며 뛰어다니는 남자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 이광이 그 남자에게 신경을 쓰기 시작한 건 후반전이 시작됐을 때였다.

***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김상훈이 속해있는 팀의 BJ들은 기다렸다는 듯 잔디에 드러누웠다.

“헉·····. 헉·····. 진짜 죽겠다.”

“나는 하늘이 노랗게 보여······.”

“나 다리에 쥐난 것 같아! 야, 나 다리 좀 주물러줘.”

“미안하다·····나도 쥐났어.”

입안에 있던 수분이 전부 말라버렸는지 그들은 물과 이온음료를 쉬지 않고 들이켰다.

그리고 그들과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이온음료를 마시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남자가 있었다.

- 상훈아, 전반전은 아예 말아먹었는데? 게다가 너희 팀 애들은 벌써 죄다 퍼진 것 같다.

“예, 제가 보기에도 그러네요.”

- 근데 너는 생각보다 멀쩡하다? 너도 체력 저질이잖아.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현재 능력치 수치상으로 김상훈의 체력 능력치는 고작 57 수준.

그 수치는 일반인들인 다른 팀원들에 비해서 크게 뛰어난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현재 김상훈의 모습은 20분 동안 개처럼 뛰어다닌 것에 비해서 크게 지친 모습이 아니었다.

“정확한 슈팅 스킬을 쓸 때, 체력이 많이 안 깎이더라고요.”

- 뭐? 하··· 너는 보면 볼수록 운이 참 좋단 말이야. 그래서 지금 남은 체력 몇인데?

“35요.”

운.

이 운이라는 녀석은 김상훈의 체력을 최대한 덜 깎아먹는 것에 크게 도움을 줬다.

사용할 때마다 랜덤으로 1~20까지 체력이 소모되는 정확한 슈팅 스킬.

그 스킬을 3번이나 사용했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었음에도 김상훈은 35라는 체력수치를 남길 수 있었다.

- 그래서 후반전에는 어떻게 하려고? 상대 애들 보니까 동네에서 축구 좀 한 애들 같던데.

“그러게요. 결승이라 그런지 다들 잘하네요.”

일반인이라고 해도 운동을 열심히 한 듯, 상대팀 선수들의 체력은 아주 좋은 편이었다.

실제로 전반전 내내 김상훈은 강한 압박을 가하는 상대팀 선수들 때문에 본인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게다가 김상훈이 공만 잡으면 2명에게서 집중마크가 들어왔다.

“탈압박 스킬을 얻었다고 끝이 아니더라고요.”

압박이 들어오면 당연하게도 자신의 플레이를 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그렇지만 김상훈에게는 ‘무사 뎀벨레의 탈압박’이라는 골드등급의 스킬이 있었다.

그걸 믿었지만.

- 그거 하나로 네가 다 씹어 먹었으면 게임 개발자는 밸런스문제로 죄다 사표내야지.

이찬수의 말처럼 무사 뎀벨레의 탈압박 하나로 김상훈은 상대팀의 모든 압박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무사 뎀벨레의 탈압박 스킬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좋았다.

항상 패시브로 작용되는 스킬 덕에 공을 빼앗기지 않고 지켜내는 것이 쉬워졌으니까.

다만, 큰 문제가 있었다.

- 네 쓰레기 같은 능력치로 뭘 바랐던 거야?

“그래도 쓰레기라뇨······. 그래도 최근에 능력치 많이 올랐는데······.”

- 너 70넘는 능력치 있어? 게임으로 치면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평균 능력치가 70이잖아.

“잠재력이요.”

- 잠재력 빼고.

“······없죠.”

- 쓰레기 맞네.

가진 능력치가 너무나 쓰레기여서 무사 뎀벨레의 탈압박이라는 훌륭한 스킬을 받쳐 주지 못한다는 것.

훌륭한 탈압박으로 상대를 벗겨내도 그 동작 이후에 나오는 패스나 드리블 실력이 쓰레기라는 것.

그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김상훈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그리고 그런 김상훈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찬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애초에 포기를 모르는 사나이였던 이찬수,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 김상훈이 한심하게 비춰졌다.

그래서 물었다.

- 그래서, 포기하려고?

“예?”

그런 이찬수의 질문에 김상훈은 더욱 한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이찬수를 바라봤다.

- 이대로 포기 할 거냐고! 아까 이광이 도발한 거 기억 안 나? 저 새끼가 여기서는 여포처럼 굴어도 알고 보면 기껏해야 2군에서 뛰고 있는 놈이라고.

소리치는 이찬수의 모습에 김상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김상훈.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뭔 개소리에요. 자꾸?”

“응?”

“체력이 37 남았다는 건 운만 좋으면 최소한 10번은 더 스킬을 쓸 수 있다는 건데, 제가 포기를 왜 해요? 그리고 이제 겨우 1골 먹혔잖아요.”

포기를 왜 하냐는 말.

그 말에 이찬수는 순식간에 얼굴을 붉힌 채 김상훈을 바라봤다.

- 그, 그래?

“이찬수 선수는 이런 상황에서 항상 포기했어요? 제가 본 이찬수 선수는 심판이 경기종료 휘슬을 불기 전까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선수였던 걸로 아는데······. 오히려 심판이 휘슬을 빨리 불었다고 심판 뒤통수를 후려쳤던 사람이 이찬수 선수잖아요.”

- 아니, 그때 그 일은 또 왜 꺼내는 거야······.

“그리고 이찬수 선수는 도발을 받으면 무조건 되갚아줬잖아요? 그······언제더라? 3년 전인가? 이찬수 선수가 패널티킥차기 전에 상대 골키퍼가 도발했다고 패널티킥 성공하자마자 그 골키퍼한테 가운데 손가락 날렸잖아요. 그것도 양 손으로.”

- 이 미친놈은 그걸 또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저는 말이죠. 비록 축구선수가 되지 못하고 실패한 놈이지만······.”

말을 하던 김상훈의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

밋밋한 얼굴로 한심한 표정을 짓던 김상훈은 더 이상 없었다.

그 바뀐 분위기에 이찬수 역시 쉬지 않던 입을 다물고 김상훈의 말에 집중했다.

그러자 어느덧 날카로운 눈빛으로 변한 김상훈이 이찬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지는 것을 죽기보다 더 싫어했던 놈이라고요.”

- 아니, 무슨 놈의 눈빛이······.

김상훈의 눈빛을 본 이찬수가 몸을 한차례 떨었다. 소름이 끼친 것이다.

“그리고······.”

- 왜, 또 뭐?!

온몸에 돋은 소름을 털어내던 이찬수는 갑자기 들려오는 김상훈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본 김상훈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저한테는 세계최강의 선생님이 있잖아요?”

- 뭐? 그게 누군데?

세계최강의 선생님.

그것이 누군지 궁금해진 이찬수는 곧바로 되물었다.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누구긴 누구에요. 당연히 이찬수 선수지.”

- 뭐? 내가 왜 네 선생이야?! 야, 야! 왜 대답이 없냐? 엉? 대답하라니까?!

얼굴이 붉어진 이찬수가 소리를 꽥꽥 질러댔지만, 김상훈은 그 소리를 듣고도 전부 무시했다.

다만, 조용히 엄지와 검지를 교차한 채로 이찬수를 향해 내밀었다.

- 그, 그게 뭐냐? 아니다! 그냥 안 듣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아. 말하지 마!

“하트!”

- 씨발, 개새끼야!

***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 김상훈은 같은 팀 멤버인 체대형님을 따로 불러냈다.

“김상훈 님,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다름이 아니고, 부탁하나만 할게요.”

“예, 말씀하세요.”

“후반전이 시작되면······.”

두 남자가 은밀한 대화를 나눈 뒤, 후반전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체대형님은 곧바로 공을 옆에 서있던 김상훈에게 패스했고, 김상훈은 그 공을 가지고 드리블을 시작했다.

일반인의 기준에서는 뛰어난 편인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앞으로 쭉쭉 나아가려는 그의 곁으로 두 명의 선수가 빠르게 다가왔다.

‘세훈, 김무옥.’

bj세훈과 bj김무옥.

이 두 명의 압박에 김상훈은 전반전 내내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무사 뎀벨레의 탈압박으로 한명정도의 압박은 쉽게 버텨냈지만, 두 명한테 받는 압박은 버텨내지 못했었다.

가장 먼저 김상훈의 근처로 다가온 세훈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도 버텨봐라. 바로 뺏어줄 테니까.’

김무옥 역시 얼굴에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다급하게 패스를 해봤자 제대로 연결이 안 되겠지.’

그들은 김상훈이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할 것을 확신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반전 내내 김상훈이 보여줬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탈압박 실력은 뛰어났지만, 두 명이 동시에 하는 압박에 결국에는 공을 빼앗기거나 불안한 볼 처리를 보여줬던 김상훈이었으니까.

그때, 김상훈이 허공을 향해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진짜 먹힐까요?”

- 야, 너 지금 나를 못 믿는 거야? 내가 누군지 몰라?

“알죠. 귀신이요.”

- 이 새끼가! 나 이찬수야. 너도 알잖아? 이 형님이 축구계에서 어떤 입지였는지.

“그건 그렇지만, 이건 너무 흔한 거라서······.”

- 전반전에 너를 마크하던 두 명은 몸집이 커서 몸싸움에 능한 스타일이야. 그 증거로 네가 전반 내내 쟤네들 압박에 쪽도 못썼고. 근데 저런 애들은 체형 상 스피드가 느리단 말이야.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있는 저런 스타일에는 분명히 그게 제일 잘 먹혀.

“·····그럼 이찬수 선수만 믿고 가볼게요.”

- 에휴, 언제는 선생님이라더니 이제는 의심이나 하고 있고······.

툭!

말을 마친 김상훈은 세훈과 김무옥이 가까이 오기도 전에 근처에 있던 체대형님에게 패스를 했다,

“다시!”

김상훈의 외침을 들은 체대형님은 앞으로 튀어나가는 김상훈에게 리턴 패스를 했다.

2대1패스.

이찬수가 조언해줬고, 후반전이 시작하기 전에 김상훈이 체대형님에게 따로 언질을 주었던 그 플레이.

그 미리 짜여 진 플레이에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세훈과 김무옥이 허무하게 김상훈을 놓쳐버렸다.

[아! 세훈과 김무옥이 허무하게 뚫려버렸어요. 이런 장면은 전반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사실 2대1패스는 축구에서는 아주 흔한 팀플레이 중 하나입니다. 상대 선수를 제쳐내는 데 있어서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죠.]

[전반전에는 세훈과 김무옥이 김상훈을 효과적으로 막아줬었는데요?]

[전반전의 김상훈은 동료를 이용하기보단 혼자만의 힘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했어요. 2대1패스를 제대로 시도조차 하지 않았었죠. 그러니 그런 김상훈의 플레이에 익숙해졌던 세훈과 김무옥이 갑작스럽게 바뀐 스타일에 순간적으로 적응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두 명이 뚫려버리자 남은 선수는 단 한 명이었다.

애초에 최전방에 서있었던 이광은 그 장면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수비수 한 명이 절대 뚫리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김상훈을 막아섰다.

여기서 김상훈이 선택한 방법은.

“정확한 슈팅.”

시간을 끌지 않고 곧바로 슈팅을 때리는 것이었다.

발의 인사이드로 공을 차서 회전을 넣는 슈팅. 김상훈은 흔히 감아차기라고 말하는 그 슈팅을 시도했다.

평소 감아차기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김상훈은 자신이 있었다.

‘일반인 수비수 한 명과 골키퍼가 막기엔 정확한 슈팅은 개사기 스킬이거든.’

이곳을 차면 공이 감길 것 같다고 느껴지는 곳.

그곳을 향해 발을 가져다대자 이질적인 느낌이 김상훈의 다리를 감쌌다.

마치 다른 누군가가 발을 조종하는 것 같은 느낌.

당연하게도 김상훈은 그 느낌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러자.

공에 닿기 직전, 김상훈의 발은 위치가 미세하게 변하면서 공을 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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