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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축구선수-7화 (7/200)

7화 국가대표

김상훈 소유의 아파트 안.

그곳의 침대 위에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세레머니를 하고 있는 남자와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골을 기록하지 못한 선수처럼 좌절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으아아아! 촤아!”

세레머니를 하고 있는 남자는 당연히 김상훈.

- 이건 말도 안 돼······. 아니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가 있냐고? 10000포인트? 내가 마스터 리그 할 때는 포인트 박스 까면 제일 잘 나온 게 겨우 200포인트였다고! 진짜 운빨 하나는 개오지네.

“에이, 유명한 선수가 개오지네가 뭡니까. 이미지 관리 안 해요?”

- 어쩌라고. 어차피 나는 귀신이고 보고들을 사람도 너밖에 없잖아.

“아······그건 그러네요.”

좌절을 하고 있는 남자는 전설적인 축구선수, 이찬수였다.

그런데 좌절하고 있던 이찬수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다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김상훈을 바라봤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 너, 또 흐름이라면서 곧바로 랜덤스킬 사다리 돌리려고 했지? 다 알아 인마. 내가 또 눈치하나는 100단이거든.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에 대답했다.

“아닌데요?”

- 뭐? 왜 안 돌린다는 거야? 지금 돌리면 좋은 거 뜰 거 같지 않아? 빨리 돌려보지 그래?

“싫은데요.”

- 왜?!

“일단 10000포인트부터 사용해야죠.”

- 그걸 왜 벌써 써? 자고로 사람은 말이야. 저축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돼. 혹시 모르잖아? 그 10000포인트가 나중엔 100000포인트로 불어나 있을지?

“그냥 지금 쓸래요. 저는 욜로족이거든요.”

- 욜루? 그게 뭔데?

“욜로(Yolo)요. You Only Live Once를 단어 앞에만 따서 줄인 말이에요.”

- 인생은 한 번뿐이다? 그럼 욜로족은 오늘만 사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야?

“비슷해요. 정확히는 지금 당장의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말이에요.”

- 그래서 포인트를 지금 바로 쓰시겠다?

“당연하죠.”

대답과 동시에 김상훈은 10000포인트를 모두 사용해서 옐로우 박스를 구매했다.

[옐로우 박스를 오픈하시겠습니까?]

“가즈아!”

-야, 잠깐만!

숨 돌릴 틈도 없이 ‘예’라는 버튼을 누르자 박스는 빠르게 제자리 회전을 시작했다.

비싼 몸값을 가진 녀석이어서 그런지 옐로우 박스는 레드 박스랑은 차원이 다른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뾰로로로로롱!

조금 과하다 싶은 화려한 효과음은 덤으로 따라왔다.

“떠라! 떠라!”

- 망해라! 제발 망해라!

이윽고 박스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사라졌고, 화려했던 노란색 박스는 제자리에 멈춰 섰다.

펑!

박스가 열리며 튀어나온 것.

그 결과물을 본 두 남자의 반응은 확연히 차이가 났다.

“아, 망했다.”

- 씨발, 이건 말도 안 돼! 대체 운이 왜 이렇게 좋은 거야?

너무나 다른 보이는 두 남자.

그들의 앞에 떠있는 것은 하나의 스킬이었다.

[무사 뎀벨레의 탈압박]

- 등급 : 골드(G)

- 효과 : 벨기에의 무사 뎀벨레, 그의 탈압박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사 뎀벨레의 탈압박.

무려 10000포인트라는 엄청난 포인트를 주고 구입한 옐로우 박스에서 나온 스킬.

그런데 김상훈의 반응은 냉담했다.

“어떻게 이런 스킬을 주냐. 처음에 깠던 레드 박스만도 못한 게 나오네. 저는 이래서 노란색을 싫어해요. 심지어 어릴 때 봤던 후레쉬맨에서도 노란색 옷 입은 애가 제일 싫었어요. 당연히 텔레토비에서도 나나가 제일 싫었고요.”

그 모습에 이찬수는 당황했다.

- 너,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예?”

- 너 무사 뎀벨레가 누군지 몰라?

“알긴 알죠. 벨기에 말고 프랑스의 무사 뎀벨레요. 요번년도에 내로라하는 빅클럽들의 제의를 모두 뿌리치고, 셀틱으로 이적한 1996년생의 슈퍼 괴물 유망주요.”

- 아니, 그 뎀벨레가 아니잖아! 그리고 무슨 그런 햇병아리를 알면서 벨기에의 무사 뎀벨레를 모를 수가 있어?

“도르트문트에서 뛰고 있는 슈퍼 유망주 ‘오스만 뎀벨레’까지는 알지만, 벨기에의 무사 뎀벨레는 잘 몰라요.”

김상훈의 무덤덤한 대답에 이찬수는 경악하며 말했다.

- 너, 축구 안 본지 얼마나 됐냐?

“축구 그만두고 아예 안 봤으니까······. 좀 오래 됐네요?”

- 허······. 8년을 안 봤다고?

“예. 그래도 ‘오늘의 위닝’을 오래해서 웬만한 축구선수들은 다 알아요.”

- 미친놈아! 근데 벨기에의 무사 뎀벨레를 모른다고?

“물론 이름은 알죠. 근데 벨기에의 무사 뎀벨레는 게임에서 그렇게 인기 있는 선수가 아니에요. 그리고 제가 알기론 나이도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게임에서는, 특히 ‘오늘의 위닝’에서는 어리고 능력치 좋은 애들이 짱이거든요.”

김상훈의 말 그대로였다.

자신의 팀을 키워서 다른 유저들과 경쟁을 하는 게임인 오늘의 위닝에서는 젊고 잠재력이 높은 유망주들이 인기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2016년 겨울인 현재.

김상훈은 87년생의 무사 뎀벨레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 이럴 수가······. 이거 완전 다이아몬드를 발견해도 모르고 버리고 갈 놈이네?

“예? 다이아몬드요? 무사 뎀벨레가 그렇게 대단한 선수에요?”

- 그래, 잘 모른다고 하니까 간단하게 설명해줄게.

“부탁드릴게요.”

- 우선 무사 뎀벨레는 그가 가진 능력에 비해서 굉장히 저평가된 선수야.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에 집중했다.

이찬수가 누구던가.

전설, 최고의 선수라는 말이 그 누구보다도 잘 어울리는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이 정도로 평가하는 선수라면, 무사 뎀벨레는 굉장한 실력을 가진 선수일 것이 분명했다.

- 나도 마찬가지지만 실제로 무사 뎀벨레와 필드 위에서 뛰어본 선수들은 대부분 똑같이 말을 해. ‘축구를 진짜 잘한다’라고.

“축구 자체를 잘한다고요?”

- 그래, 정식 경기에서는 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와 직접 경기를 해본다면 알 수 있지. 무사 뎀벨레는 축구를 정말 잘해. 몸싸움, 패스, 헤딩, 축구센스까지 흠잡을 데가 거의 없는 선수야.

“오······. 그렇게 잘하는 선수였어요?”

- 그래, 그 무사 뎀벨레가 가장 자신있어하고 잘하는 것. 그게 바로······.

“탈압박?”

- 그래.

그 말에 김상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공을 소유한 상태에서 압박이 들어오는 상대를 벗어나는 능력을 뜻하는 탈압박.

실제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속한 토트넘 홋스퍼FC에서 뛰고 있는 무사 뎀벨레는 프리미어리그 축구팬들에게는 엄청난 탈압박을 가진 선수로 유명했다.

예상치 못한 엄청난 스킬을 얻게 된 김상훈의 태도가 변했다.

“골드 등급인 이유가 있었네요.”

- 우와, 태세전환 보게? 휴······.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밸런스 잘못된 거 아니야?

“될 놈 될이라는 말 모르세요?”

- 에휴! 그래 네가 될 놈인 거 같다.

그때, 이찬수가 눈을 번뜩이며 김상훈을 졸라대기 시작했다.

- 상훈아, 이거 흐름 맞지?

“예? 또요?”

- 네가 그랬잖아. 좋은 게 떴을 때 흐름타서 곧바로 이어가야한다고. 이왕 이렇게 된 거 흐름타서 바로 사다리 타자!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흐름을 탔을 때 계속해서 그 흐름을 이어가는 것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일이 있지 않다면 그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맞다.

그래서 김상훈은 이찬수의 말에 대답했다.

“싫은데요. 저 화장실 갔다 와서 깔 건데요.”

아쉽게도 김상훈에게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생리현상이라는 아주 중요한 일이.

- 이런 젠장!

10분 뒤,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화장실에서 나오는 김상훈을 보며 이찬수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 너! 설마 화장실에서 혼자 사다리 타고 온 거냐?

그 말에 김상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씨익 웃으며 침대에 누웠다.

- 야! 대답은 해야지? 야, 상훈아? 혹시나 더러운 짓을 하고 온 거면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인마, 형도 네 나이 때는 말이야 하루에도 세 번씩······.

“·······.”

역시나 김상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랜덤스킬 사다리의 결과물을 이찬수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보여줬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본 이찬수의 얼굴이 경악에 물들었다.

- 이런 미친!

***

결승전.

어떤 종목이든지간에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걸린 마지막 관문, 결승전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마련이다.

오늘은 아프리타TV에서 개최하는 비제이풋살대회 결승전이 열리는 날.

당연하게도 비제이들은 물론이고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지금, 그 관심의 중심에 선 남자가 초록색 인공잔디가 깔린 풋살장 안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180cm가 조금 안 되는 신장에 평범한 체격을 지닌 남자.

그는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은 평범한 걸음걸이로 경기장에 입장했다.

“우와아아아! 김상훈이다!”

“김상훈! 김상훈!”

“오늘은 몇 골 넣을 거예요?!”

그의 경기를 봐왔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보냈다.

비록 일반인 수준의 비제이들이 모여서 열리는 풋살대회라고는 해도 시합마다 평균 5골을 넣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쉽지 않은 일을 매번 해내는 김상훈은 당연하게도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표정이 왜 저렇게 어두우시지?”

“괜히 허세부리고 싶지 않으신 거겠지.”

“겸손하기까지 하다고?”

시합 때는 항상 밝은 표정으로 입장하던 그가 오늘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땅만 쳐다보고 있던 것.

게다가 이제는 한숨까지 푹푹 내쉬고 있었다.

“에휴·······.”

- 너 뭐하냐? 새끼, 분위기 졸라 잡네. 그래봤자 멋없어. 그런 건 잘생긴 애들이 해야 어울리는 거야. 인마.

그런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이찬수가 침착하게 팩트폭행을 했다.

“전 왜 이렇게 운이 안 좋죠?”

- 뭐? 누구? 너?

“예······.”

- 네가 운이 안 좋아? 너 미쳤냐?

“이찬수 선수도 어제 보셨잖아요.”

- 봤지. 레드 박스 까서 키 크는 아이템 나온 거.

“그 결과도 보셨잖아요.”

대답과 동시에 김상훈의 한숨소리가 점점 더 커져갔다.

어제, 비제이풋살대회 4강전을 치룬 김상훈은 모아놓았던 포인트로 레드 박스를 두 개 구입했다.

그곳에서 나온 아이템 중 하나는 김상훈에게는 익숙한 것이었다.

[능력치 상승 양피지]

- 등급 : 브론즈(B)

- 효과 : 양피지를 찢으면 1~5까지 랜덤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상승되는 능력의 종류는 랜덤입니다.

아쉽게도 결과는 좋지 못해서 헤딩 능력치가 1오르는 것으로 끝이 났다.

다만, 그 결과를 보면서도 김상훈은 웃었다.

다른 레드 박스에서 나온 아이템이 엄청난 녀석이었으니까.

그곳에서 나온 아이템의 겉모습은 조그만 사탕이었지만 그 효과는 절대로 조그만 녀석이 아니었으니까.

녀석은 바로.

[키가 쑥쑥! 오마 골드!]

- 등급 : 골드(G)

- 효과 : 아이템을 섭취 시 50% 확률로 키가 1cm 영구적으로 커집니다.

섭취 시 일정확률로 키가 커지는 캔디형 아이템.

당연하게도 김상훈은 오마 골드를 곧바로 입안에 넣었다.

입에 들어가자마자 달콤한 맛이 혀를 휘감았고,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아버리는 식감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 오마 골드가 입 안에서 사라지자 김상훈의 눈앞에 알림 하나가 떠올랐다.

[50% 확률로 1cm의 키가 커지지 않았습니다.]

과거 회상은 여기까지.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는 그에게 뒷머리를 긁적이던 이찬수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 그래도 대한민국 남자 평균 키보다는 크잖아?

“180cm의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기회였다고요······.”

- 야 인마! 무슨 그 정도로 기가 죽고 그래? 180이 안되는 게 어때서? 키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비율이야, 비율!

180cm.

큰 키를 가지지 못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얻고 싶어 하는 꿈의 키.

외모지상주의가 심해지고 있는 요즘, 키가 남자에게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이 김상훈을 더욱 아쉬움에 몸부림치게 만들었다.

물론 이찬수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키가 아무리 커도 비율이 안 좋다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이찬수의 위로에 김상훈이 푹 숙였던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가 비율이 좋아요?”

-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개쓰레기지. 너 179cm라고 했지? 근데 나는 널 처음 봤을 때 간신히 170cm가 넘는 정도인 줄 알았어. 그야말로 비율이 똥망이더라고.

“그렇게까지 똥같이 말할 필요는 없잖아요······”

- 비율이 똥같은 걸 똥같다고 하지 뭐라고 해야 돼?

“저 위로해주려는 거 아니었어요?”

- 응? 내가 왜?

“에휴.”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김상훈.

그때,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는 상대팀 선수들을 바라보던 이찬수의 눈빛이 갑자기 바뀌었다.

- 뭐야! 상대팀에 쟤가 있었어?

“예? 누구요?”

- 저기 머리 벗겨진 놈 있잖아. 쟤 몰라?

이찬수의 말에 김상훈의 눈이 상대팀 선수들을 빠르게 훑었다.

김상훈은 곧 이찬수가 말한 남자를 찾을 수 있었다.

얼굴은 분명히 20대인 것이 분명할 정도로 젊어보였지만, 이마가 정수리에 가까울 정도로 벗겨진, 대머리를 가진 남자.

그를 쳐다보던 김상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사람이 누군데요? 저는 잘 모르는 사람인데.”

- 허! 이광을 몰라?

“예? 이광이요?”

- 그치? 알지?

그러면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김상훈을 쳐다보던 이찬수는 이어서 들려온 김상훈의 말에 당황했다.

“모르는데요.”

- 우와, 진짜 이광을 모른다고? 그래, 뭐····모를 수도 있지. 나도 처음엔 못 알아봤으니까. 근데 저 친구가 저렇게 머리가 많이 벗겨질 줄이야. 아직 어린 나이일 텐데······. 쯧쯧.

“설명 좀 해주세요. 저 사람이 도대체 누군데 이찬수 선수가 알고 있어요?”

김상훈의 눈빛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은 귀신일 뿐이지만 과거, 전설적인 축구선수였던 이찬수가 기억하는 남자라면 평범한 인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상훈의 생각은 정확했다.

이찬수의 입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 될 단어가 나와 버렸으니까.

- 국가대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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