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쪽박이냐 대박이냐
2016년 겨울, 국내 최대의 플랫폼인 아프리타TV에서 야심차게 준비해서 내놓은 공식방송, 비제이풋살대회.
그 경기의 개막전이 지금 시작됐다.
삐이익!
경기가 시작되고 선수들은 각자의 포지션에 맡게 위치를 옮겼다.
선출이라는 이유로 주전을 차지한 것은 물론, 축구로 치면 중앙미드필더의 자리에 배치된 김상훈은 도통 경기에 집중을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의 주변에서 떠들고 있는 귀신 때문이었다.
- 상훈아, 근데 만약에 네 잠재력이 68일 때, 이미 68능력치인 능력이 랜덤으로 선택됐으면 어쩌려고 ‘능력 상승 양피지’부터 찢었냐? 만약 68짜리 능력이 선택됐으면 무효 되는 거 아니야? 잠재력 이상으로 능력치를 올릴 수 없잖아? 그럼 당연히 잠재력 상승 양피지부터 찢었어야 되는 거 아니야?
“어? 그러네요? 저는 그냥 비싸거나 맛있는 건 아껴먹는 버릇이 있어서······. 휴, 운이 좋았네요.”
- 씨발, 이런 운빨 좆망겜 같으니라고.
‘운이 좋았다’라는 짧은 말로 이찬수의 궁금증을 풀어버린 김상훈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잠재력 상승 양피지를 찢은 결과물이 아주 마음에 들었기 때문.
‘잠재력이 15나 오르다니!’
동시에 그의 눈앞에 떠있는 상태창 홀로그램이 그를 더욱 기쁘게 만들었다.
[김상훈]
- 키 : 179cm
- 주발 : 오른발
- 체력 : 52 ▷ 57
- 민첩 : 50 ▷ 51
- 패스 : 61
- 슈팅 : 65
- 개인기 : 68
- 잠재력 : 68 ▷ 83
- 스킬 : 정확한 슈팅(H)
(세부능력치를 볼 수 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한 것은 크게 느껴지는 것은 없었지만, 무려 5나 상승한 체력은 달랐다.
김상훈은 그 변화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체력이 좋아졌다는 것을 체감으로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무려 15나 오른 잠재력!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아주 컸다.
아무리 노력해서 68을 넘는 능력치를 만들 수 없던 몸이 이제는 노력의 여부에 따라서 83이라는 능력치를 가질 수도 있게 된 것.
그 사실은 김상훈을 미소 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 아으! 배 아파!
이제는 귀신이 되어버린 이찬수의 배를 아프게 만들기에도 충분했다.
물론 잠재력을 제외하면 크게 상승한 능력치는 없었지만, 그래도 김상훈이 자신감을 갖고 있는 이유는 있었다.
[정확한 슈팅]이라는 스킬이 그에게 있다는 것이 자신감의 이유였다.
‘정말 운이 안 좋아서 한 번 쓸 때마다 체력이 20씩 깎이지만 않는다면, 최소한 경기 중에 3번은 정확한 슈팅을 사용할 수 있겠어.’
한번 사용할 때마다 1~20까지 랜덤으로 소모되는 스킬.
57이라는 체력은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주기 충분했다.
동시에 이찬수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렸다.
- 야, 경기 시작한다. 또 궁상맞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지랄 그만하고 경기에나 집중해. 오늘 3골 넣어야지?
그 목소리에 김상훈의 머릿속에 가득했던 생각들이 씻은 듯 사라졌다.
동시에 홀로그램을 보며 흐리멍덩해졌던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완벽하게 집중해버린 김상훈.
그런 그에게 같은 팀인 체대형님이 공을 패스했다.
김상훈은 자신에게 굴러온 공을 잡아두지 않고, 곧바로 다이렉트로 슈팅을 날렸다.
슈팅을 날리는 그는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정확한 슈팅.”
그 작은 중얼거림은 커다란 결과를 가져왔다.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은 빠르진 않지만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는 그 슛을 막으려 했지만 골대를 스치고 꺾여 들어가는 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골! 골입니다. 김상훈이 초반부터 엄청난 슈팅을 보여주면서 첫 골을 기록합니다.]
[김상훈 선수의 슈팅이 골대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 들어갑니다. 너무나도 완벽한 슈팅에 골키퍼가 손을 써보려 했지만 무리였습니다.]
골을 넣은 김상훈은 곧바로 카메라 앞으로 달려갔다.
동시에 그는 양팔을 날개처럼 펼치며 괴성을 질렀다.
“촤아!”
그 모습을 보던 이찬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댔다.
- 그건 뭔 세레머니냐? 보기 불편한데, 꼭 해야 돼?
“이런 쇼맨십을 보여줘야 시청자들이 좋아해요.”
- 골을 넣었으면 그냥 뒤돌아서 제자리로 걸어 들어오는 게 멋있지 않냐? 꼭 그렇게 깝죽거려야 돼?
“그래서 이찬수 선수는 2010년에 바르셀로나에서 뛸 때, 골 넣고 상대팀 관중들한테 주먹감자 세레머니 했어요? 그때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창피해했는지 알아요?”
- 크흠! 그건 인마, 상대팀 관중들이 자꾸 도발을 해서······.
“그래서 웃통 까고 골 넣자마자 퇴장 당했어요?”
- 기억이 안 나는데?
“유투브에 영상 다 남아있는데, 이따 보여드릴까요?”
- 그럴 필요까지는 없잖아? 아니, 근데 너는 그런 걸 왜 기억하고 있는 거야?
“팬이었으니까요.”
두 사람은 더 이상 잡담을 이어가지 못했다.
삐익!
심판의 휘슬소리와 함께 상대팀이 공격을 시작했기 때문.
이찬수와 떠들던 김상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말없이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집중의 결과는 빠르게 결과로 나타났다.
[골! 또 골이에요! 김상훈, 도대체 오늘 몇 골이나 넣으려고 하는 거죠?]
[상대에게는 김상훈이 저승사자처럼 보일 것 같네요. 당연히 같은 팀원들에게는 저승사자가 아닌 귀인으로 보이겠죠! 아, 전혀 자비가 없는 김상훈! 슈팅이 무서울 정도로 정확합니다. 클래스가 다르다는 말이 맞을 것 같네요. 이제는 김상훈이 선출이라는 말을 시청자들이 조금도 의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해설과 캐스터의 말 그대로였다.
김상훈은 정확한 슈팅능력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몸이 완벽하게 풀리자, 패스, 개인기 등, 모든 부분에서 같은 팀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과 전혀 다른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결과.
[경기 종료됩니다. 스코어는 5대 1. 그야말로 압도적인데요?]
[예, 맞습니다. 사실, 양 팀 모두 조직력이나 경기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양 팀에는 그것들을 모두 뛰어넘을 수 있는 차이가 있었죠.]
[그 차이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죠?]
[김상훈, 그가 있느냐 없느냐로 생긴 차이였다고 봅니다.]
[그렇죠. 다소 오글거리는 표현을 쓰시긴 했지만, 실제로 5:1이라는 스코어가 나온 것은 김상훈이 5골을 넣었기 때문이죠. 그것도 모두 개인능력으로 넣었다는 것이 더욱 대단합니다.]
5대 1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김상훈이 속한 팀이 승리했다.
“우와아! 김상훈 님. 선출은 역시 다르긴 다르네요!?”
김상훈은 그에게 다가온 체대형님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3일 전, 연습경기로 인해서 무뎌졌던 감각이 조금 올라왔기 때문에.
자신감은 있었지만 5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오늘 뒤풀이 할 건데 참여하실거죠?”
“아······죄송합니다. 제가 급한 일이 있어서요. 오늘은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체대형님이 대표로 김상훈에게 뒤풀이 참여를 부탁했지만, 김상훈은 그의 부탁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뒤풀이를 싫어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김상훈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술도 즐기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뒤풀이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그에게는 술을 먹고 노는 것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중요한 일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해서 뒤풀이에 참여하지 않고 집에 도착한 김상훈.
그는 빠르게 샤워를 마친 뒤, 여느 때와 같이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허공을 바라봤다.
당연하게도 그의 옆에는 귀신이 되어버린 이찬수가 똑같이 무릎을 꿇고 김상훈과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야. 다리 저려오니까 빨리 까봐.
“귀신이 다리가 저려요?”
- 말이 그렇다는 거지! 궁금하니까 빨리 까보라고.
“안 그래도 지금 까려고 했어요.”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홀로그램.
그 중에서도 그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오늘 있었던 비제이풋살대회 첫 경기에서 승리를 하고 난 뒤, 받은 보상들이었다.
[경기에서 승리하셨습니다. - 보상으로 1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총 패스 성공 횟수 56회 - 보상으로 56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총 기록한 골 수 5골 -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집에 돌아온 김상훈은 오늘 보상으로 받은 포인트와 원래 보유하고 있던 포인트를 합친 2140포인트로 레드 박스 2개를 구입했다.
그리고 지금, 무릎을 꿇은 김상훈과 이찬수는 그 레드 박스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돌려~돌려, 돌림~박스!”
- 뭐하냐? 그건 또 무슨 노래야?
“보니하니도 몰라요? 돌려~돌려, 돌림~판!”
- 지랄한다.
그렇게 두 남자의 앞에서 붉은 색의 박스 두 개가 한 번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환한 빛을 뿜으며 돌아가는 박스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 충분했다.
당연하게도 그걸 지켜보는 김상훈의 입 안은 긴장감으로 인해 바싹 말라갔다.
“제발, 제발!”
- 제발, 이번만큼은 쓰레기 나와라!
박스에서 뿜어지던 빛이 모두 사라지고, 조금씩 속력을 잃어가던 박스가 드디어 제자리에 멈춰 섰다.
동시에 두 남자의 앞에 알림이 떠올랐다.
[포인트 박스가 지급됩니다.]
[랜덤스킬 사다리가 지급됩니다.]
김상훈의 표정이 굳어졌고, 이찬수의 표정은 밝아졌다.
“아오! 하필이면 포인트 박스랑 사다리가 뜨냐.”
- 푸하하핫! 야, 이거 쓰레기만 나온다는 그 포인트 박스랑 사다리 아니야?
“아쉽게도 맞는 거 같네요······.”
김상훈은 아쉬운 표정으로 눈앞에 떠오른 두 개의 결과물을 바라봤다.
[포인트 박스]
- 등급 : 골드(G)
- 효과 : 박스를 오픈하면 랜덤으로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랜덤스킬 사다리]
- 등급 : 골드(G)
- 효과 : 사다리 타기 게임을 통해서 랜덤으로 스킬이 지급됩니다.
설명은 간단했다.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박스와 스킬을 얻을 수 있는 사다리.
사행성의 느낌이 물씬 풍기기는 했지만, 설명만 봐서는 나쁜 아이템이라고 보기엔 힘들었다.
그럼에도 김상훈의 표정이 굳어지고 이찬수가 기쁨에 몸부림치는 이유가 있었다.
“도대체 왜 이 쓰레기들이 골드(G)등급인거야?”
‘오늘의 위닝-마스터리그’를 하다보면 자주 얻게 되는 아이템들.
그렇기 때문에 김상훈에게는 익숙한 아이템이었다.
“진짜 구더기 같은 아이템만 뜨던데······.”
골드(G)등급이라는 등급이 무색하게 항상 좋지 않은 결과물만 가져다주는 아이템.
그 대표적인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포인트 박스’와 ‘랜덤스킬 사다리’였다.
“에휴, 그럼 그렇지. 이찬수 선수의 기도가 제대로 통했네요.”
- 인마, 지금까지 꿀 많이 빨았잖아? 안 좋은 것도 뜨고 그래야 밸런스가 맞지.
당연히 김상훈은 전혀 기대감 없이 포인트 박스를 오픈했다.
동시에 화려한 효과음과 시각적 효과가 동반됐다.
촤촤촤촤촤!
- 오오! 뭐라도 뜰 것 같은 느낌! 상훈아, 너무 기죽지마. 혹시 모르잖아? 좋은 거 뜰지.
이윽고 화려한 모습을 뽐내던 포인트 박스가 제자리에 멈췄다.
펑!
“에휴, 늘 그랬듯 잘 떠봐야 100포인트 정도 뜨겠지.”
작은 폭탄 수준이라고 보기도 힘든, 콩알탄 수준의 폭발음에 김상훈의 한숨소리는 더 커졌다.
그런데.
“응?”
- 응?
뭔가 이상했다.
좋지 않은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던 그 포인트 박스에서.
[포인트 박스를 오픈했습니다.]
[10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촤아!”
- 씨발, 이게 말이 돼?!
대박이 터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