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들린 축구선수-5화 (5/200)

5화 잠재력

국내 최대 인터넷방송 플랫폼인 ‘아프리타TV’에서 스포츠관련 방송은 인기가 많은 편이 아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스포츠방송보다는 보이는 라디오 방송이나 먹방을 즐겨보는 것은 아프리타TV를 시청하는 시청자라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예외가 있었다.

축구.

그리고 야구.

축구와 야구만큼은 항상 많은 시청자들을 끌 정도로 인기 있는 컨텐츠였다.

지금 그 아프리타TV에서 생방송으로 축구관련 컨텐츠가 시작됐다.

비제이 풋살대회.

시작하자마자 5000명의 시청자 수를 넘기고 있는 것이 그 인기의 증거였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오늘 잠깐 MC를 보기위해 달려온 BJ김군이라고 합니다.”

MBQ 공채 개그맨 출신이자 현재는 대상도 2번이나 받았을 정도로 잘 나가는 비제이인 김군.

그의 말을 시작으로 공식방송인 비제이 풋살대회가 시작됐다.

동시에 오늘 방송의 해설과 캐스터를 맡은 이건호, 강병무가 인사 멘트를 날렸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오늘 열리는 비제이 풋살대회의 해설을 맡은 이건호.]

[강병무입니다.]

[예, 강병무 캐스터. 요즘 인터넷방송의 인기가 대단하다는데 사실인가요?]

[예. 유명한 비제이 분들은 웬만한 인기 연예인보다도 훨씬 인지도가 높기도 합니다. 실제로 경기장 주변을 보시면 응원을 하러 오신 시청자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어? 정말이네요! 비제이 분들의 인기가 정말 실감이 나기 시작합니다.]

비제이들의 인기는 실제로 대단했다.

정식경기도 아닌 인터넷방송 컨텐츠, 그것도 전문 축구선수들이 아닌 비제이들의 경기였음에도 그들을 구경하기 위해서 직접 찾아온 시청자들의 숫자가 100명을 훌쩍 넘겼다.

그때, 아프리타TV에 대해서 많은 정보가 있는 강병무 캐스터가 한 사람을 강조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분들이 찾아오신 이유는 김상훈을 보러 온 것 일겁니다.]

[김상훈이요?]

[예, 김상훈은 요즘 최고의 비제이 중 한명으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많은 비제이인데요. 그 김상훈이 사실은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했었다는 소문이 최근에 번지면서부터 ‘비제이 풋살대회’가 많은 관심을 끌기 시작했어요.]

[와, 그러면 이렇게 많은 관중들이 모인 것은 김상훈의 공이 아주 크다는 말씀이네요? 그럼, 오늘 경기에서 김상훈의 실력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2016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로 유명하기도 한 이 날은 비제이들, 그리고 아프리타TV의 시청자들에게는 공식방송인 비제이 축구대회가 열리는 날로도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인공잔디가 깔린 실내체육관 안에 아프리타TV의 10명의 비제이들이 서로를 마주보고 서있었다.

공정하게 경기를 조율해줄 심판까지 합치면 총 11명.

하지만.

그 안에는 오직 한사람의 눈에만 보이기는 하지만, 한 명의 남자가 더 있었다.

- 상훈아. 몇 골 넣을 거냐? 최소한 3골은 넣어야지? 아니, 5골? 아니지, 이 정도 동네축구수준에서는 10골은 박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

당연히 그는 김상훈의 옆에 서서 계속해서 떠들어대고 있는 이찬수였다.

“말 좀 시키지 마세요. 아무리 비제이라는 직업이 채팅창 보고 혼자 떠드는 직업이기는 하지만 허공에 대고 떠들면 진짜 미친놈이라는 소리 들어요.”

- 아, 그러니까 몇 골 넣을 건지만 말해주면 되잖아.

지금은 귀신이 되어버렸지만, 한때는 축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배움을 청하고 싶어 했던 남자, 이찬수.

그의 질문에 김상훈은 귀찮다는 듯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김상훈은 손가락 세 개를 펴보였다.

- 뭐야. 3골? 헤트트릭 하겠다는 거야? 오올! 하긴, 자신감을 가질 만도 하지.

김상훈이 아무리 선출이었다고는 해도 전설적인 선수인 이찬수의 눈에는 한심할 정도로 낮은 실력으로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실제로 이찬수는 3일 전에 일어났던 풋살 연습경기에서 김상훈의 실력을 보고 코웃음을 쳤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 그런 사기 스킬을 얻고도 3골도 못 넣으면 병신이지. 게다가 이 형님의 돈 주고도 못들을 강의가 있었으니까.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 리오넬 메시, 흔히 신계에 올라 선 축구선수라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유일한 남자.

그런 이찬수가 지금은 애송이처럼 보이던 김상훈이 이번 경기에서 3골을 넣는다는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경기가 끝난 뒤에는 항상 이찬수가 직접 김상훈의 플레이의 문제점을 찾아서 고칠 방법을 알려줬다.

딱히 알려주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가만히 보고만 있기에는 너무 답답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게 무슨 일인지······.’

조용히 이찬수의 말을 듣고 있던 김상훈.

3일 전에 있었던 일이 다시금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 야, 이건 진짜 개사기잖아!

이찬수의 말 그대로였다.

김상훈을 무시하던 이찬수는 더 이상 그를 무시할 수가 없게 됐다.

정확하게는 그가 가진 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거지만.

“좋긴 하네요.”

- 야, 이게 좋다는 말로 끝날 정도야? 나한테 만약 이런 능력이 있었으면 호날두나 메시랑 비교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 아, 진짜 세상 불공평하다.

이찬수의 말처럼 정확한 슈팅은 생각보다 더 훌륭한 스킬이었다.

[정확한 슈팅] 스킬을 쓰면 김상훈의 눈앞에는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바둑판을 보듯 사각형의 빨간색 선으로 나눠진 골대가.

그 중 원하는 곳을 바라보며 슈팅을 하면 김상훈의 발을 떠난 공은 조금의 오차도 없이 그가 원하는 곳으로 향했다.

체력 소모가 있다지만 랜덤.

더군다나 그 날은 운이 좋은 편이었는지 체력소모도 크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로 김상훈은 총 5골을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있었던 일 때문에 지금의 김상훈은 오히려 고민에 빠졌다.

‘축구를 다시 해야 하나?’

그가 8년간 멀리했던 축구를 다시 시작해야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고민.

마스터리그 시스템이 있다면 축구선수로 성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그의 고민에 더욱 불을 붙이는 일이 연습경기가 끝나자마자 일어났다.

[마스터리그를 실행하고 최초의 패스를 기록 했습니다 - 보상으로 레드 박스가 지급됩니다.]

[총 패스 성공 횟수 48회 - 보상으로 48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마스터리그를 실행하고 최초의 골을 기록 했습니다 - 보상으로 레드 박스가 지급됩니다.]

[총 기록한 골 수 5골 - 보상으로 5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이건 또 뭐야! 마스터리그가 언제부터 이렇게 퍼주는 게임이었어?

그걸 본 이찬수는 당연히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이어서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는 더 이상 소리 지를 힘도 남지 않았는지 그저 조용히 하늘만 바라봤다.

이어진 메시지는.

[마스터리그를 실행하고 최초의 헤트트릭을 기록 했습니다 - 보상으로 블루 박스가 지급됩니다.]

최초라는 것은 때로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리고 김상훈은 그 최초라는 결과로 보상을 받아냈다.

그것도 아주 큰 보상을.

- 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거 같다. 그거 버그 아니냐? 무슨 게임이 처음부터 그렇게 퍼줄 수가 있어?

“처음에만 퍼주는 걸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막상 박스 까보면 쓰레기 같은 것만 줄 수도 있는 일이고요.”

- 퍽이나 그러겠다. 게다가 그 블루 박스는 너무한 거 아니냐? 그거 존나 비싼 거잖아?

말 그대로였다.

1000포인트면 구매할 수 있는 레드 박스와는 달리 블루 박스는 무려 40000만 포인트가 필요한 아이템.

지금의 김상훈으로서는 구매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비싼 아이템이라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게 그는 풋살 연습경기 한 경기로 레드 박스 2개에 블루 박스 1개, 그리고 총 980포인트라는 보상도 얻었다.

집에 도착한 김상훈은 샤워조차 하지 않고 곧바로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었다.

동시에.

이찬수가 김상훈의 옆에서 똑같은 자세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두 남자는 동시에 양손을 모으고 빌었다.

“제발, 제발! 제발 좋은 게 뜨게 해주세요.”

- 제발, 제발 쓰레기만 골라서 뜨게 해주세요.

그렇게 두 남자의 기도와 함께 박스가 환한 빛을 뿜으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

잔디 위에 올라선 김상훈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그의 눈앞에 떠 있는 것은 홀로그램.

‘이래도 되는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은 아이템들에 대한 설명이 그의 눈앞에 둥둥 떠다녔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두 개의 양피지였다.

양피지의 정체는 레드 박스에서 나온 아이템들.

그것들을 쳐다보던 김상훈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능력치 상승 양피지]

- 등급 : 브론즈(B)

- 효과 : 양피지를 찢으면 1~5까지 랜덤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상승되는 능력의 종류는 랜덤입니다.

[능력치 상승 양피지]

- 등급 : 실버(S)

- 효과 : 양피지를 찢으면 1~5까지 원하는 능력 한 가지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김상훈은 양피지를 찢었을 때의 결과가 미치게 궁금했지만, 오늘을 위해서 양피지를 찢지 않고 참았다.

그리고 그는 풋살대회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금 브론즈(B)등급의 양피지를 찢었다.

부욱!

- 야,, 야! 말이라도 하고 찢어야지. 아직 기도 안했다고!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호돈신····· 야, 신이 또 누가 있냐? 하여튼, 다들 제발 힘을 모아서 김상훈이 쓰레기 같은 능력치를 받게 해주세요.

그 모습에 다급하게 기도를 하는 이찬수.

그 결과는.

[능력치 상승 양피지(B)를 찢었습니다.]

[민첩이 1만큼 상승합니다.]

그 결과에 김상훈은 인상을 찌푸렸고 이찬수는 배를 부여잡고 잔디밭을 뒹굴었다.

- 푸하하핫! 야, 기도가 먹혔나본데? 거기서 어떻게 겨우 1이 오르냐?

김상훈은 그 말을 무시하고 곧바로 다음 양피지를 찢었다.

- 야, 야! 말 좀 하고 찢으래도?

[능력치 상승 양피지(S)를 찢었습니다.]

[원하는 능력을 선택해주세요.]

마스터리그 시스템의 목소리에 김상훈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오직 그 능력치뿐이었으니까.

“체력.”

- 이런 젠장, 거기서 체력을 선택해버리네.

그 모습을 보던 이찬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 역시 알고 있었다.

지금의 김상훈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치는 바로 체력이라는 것을.

그때, 양피지를 찢은 결과를 알리는 메시지가 김상훈의 눈앞에 떠올랐다.

[체력이 5만큼 상승합니다.]

“촤아!”

그 믿을 수 없는 결과에 기쁨의 탄성을 내지르는 김상훈.

그와 반대로 이찬수는 허탈한 표정으로 잔디밭 위에 주저앉았다.

- 이건 사기야. 밸런스 패치가 시급하다고!

축구게임을 주 컨텐츠로 선택해서 방송을 해온 김상훈은 랜덤으로 아이템이 튀어나오는 카드나 박스 같은 사행성 아이템을 구매한 경험이 아주 많았다.

그리고 그 경험상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 이상적인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흐름을 이어가야 돼.’

흐름.

좋은 아이템이 뜬 직후에는 또 한 번 좋은 아이템이 뜰 확률이 높아진다.

과학적으로 나온 결과는 아니었지만, 김상훈이 직접 경험하며 몸으로 느낀 것.

김상훈은 그런 자신의 경험을 믿었다.

3일 전, 최초의 헤트트릭을 기록한 보상으로 얻게 된 40000포인트라는 무시무시한 가격의 블루 박스.

그는 지금 그 블루 박스에서 나온 아이템을 바라봤다.

[잠재력 상승 양피지]

- 등급 : 조커(J)

- 효과 : 양피지를 찢으면 5~15까지 랜덤으로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이 아이템이 나왔을 때, 김상훈은 2002년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의 시그니쳐 세레머니인 ‘어퍼컷 세레머니’를 그대로 흉내 냈다.

그만큼 짜릿함을 느꼈다.

잠재력.

쉽게 말하면 타고난 재능이라고 할 수도 있는 그 능력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

비록 랜덤으로 능력치가 오른다지만 높은 등급인 조커(J)등급의 아이템답게 최소한 5이상은 올려주는 미친 아이템.

자신의 잠재력을 높여줄 양피지를 김상훈은 조용히 바라봤다.

‘가보자.’

이윽고 그는 그의 손에 쥐어진 양피지를 무덤덤한 표정으로 찢어버렸다.

부욱!

- 상훈아, 진정해! 그건 아껴뒀다가 집에 가서 찢어보자고!

그 모습을 보던 이찬수가 다급하게 김상훈의 행동을 말리려 했지만, 이미 양피지는 찢어진 채로 가루가 돼서 사라졌다.

동시에 결과를 알리는 알림이 울렸다..

[잠재력 상승 양피지(J)를 찢었습니다.]

[잠재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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