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감정사를 키운다 70화
22. 붉은 손의 단검(5)
세렌토 백작은 육십 대 중반 정도의 신사였다. 귀족다운 단정한 용모였지만 지병이 있다더니 여윈 몸에 병색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후계자로 내정되었던 조카딸 디안느 세렌토는 스물 서넛쯤 되어 보였다.
키가 크고 단정한 용모가 백부를 많이 닮았다. 적갈색 머리에 갈색 눈, 화사하다기보다는 단아한 생김새이고 아직 나이가 어린데도 기품 있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다.
세렌토 백작과 디안느 영애가 중앙에 앉고 그 뒤로 몇 명이 더 들어와 앉았다.
초상화를 미리 봐 두었던 영주의 사촌 동생이라는 딜런 경, 오촌 조카라는 크리스토 행정관, 부관인 에머리 자작이 모두 있었다. 그 뒤의 두 명은 초상화에서 보지 못한 사람이었다.
“셋은 알겠는데 다른 두 명은 누구죠?”
제이든이 묻자 레노아가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재무관과 서기입니다.”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포이는 제이든의 어깨에 앉지 않고 아실리와 함께 제이든의 의자 뒤쪽에 따로 준비한 방석에 앉았다.
포니가 선물한 방석인데 아실리도 포이도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
준비가 다 되었는지 나이든 집사장이 첫 번째 상단 대표가 들어온다는 신호를 했고, 제이든 일행에게 별채를 안내했던 젊은 집사가 홀의 문을 열었다.
아치형의 커다란 문이 열리고 비단과 레이스를 실은 커다란 수레가 홀 안으로 들어왔다.
앞에서 인도하는 상단 대표의 지시에 따라 수레를 밀고 왔던 상인 네 명이 홀 가운데에 준비된 길고 커다란 탁자 위에 비단과 레이스 샘플을 차곡차곡 진열했다.
제이든은 직물류에는 그다지 조예가 없어서, 좋은 상품이라는 건 알 수 있어도 얼마나 좋은 상품인지는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상인의 장황한 설명이나 사람들의 반응으로 볼 때 대단히 훌륭한 직물인 듯했다.
집사장이 먼저 물건을 살펴보고 나서 제이든 쪽에 신호를 주었고 제이든과 레노아가 홀 중앙으로 나가서 비단과 레이스를 살펴보았다.
제이든은 흑마법이나 저주 마법이 걸려 있지나 않은지, 눈속임을 하는 마법은 없는지 감정 마법을 발동시켜서 상품을 훑어보았다.
레노아는 감정사의 감정 마법과는 또 다른 형태의 마법을 써서 물건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제이든과 레노아의 이중 감정이 끝난 후에야 집사장이 비켜섰다.
“어떠냐, 디안느, 마음에 드는 것이 있느냐? 가까이 가서 좀 보련?”
세렌토 백작이 자상하게 말하자 디안느는 백부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 후 탁자 가까이로 내려와 진열된 직물을 살펴보았다.
비단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반면 레이스 쪽은 흥미롭게 보는 듯했다.
“이건 브리아노의 레이스인가?”
그녀가 우아한 레이스 직물을 손으로 쓸어 보며 묻자 상인은 얼른 대답했다.
“맞습니다. 아가씨,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브리아노산 중에서도 가장 고급품입니다. 요즘은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제품이 나오긴 하지만 이 제품은 확실히 다릅니다. 브리아노의 수도원에서만 전해져 내려오는 비법으로 짠 레이스입니다. 니들포인트가 아니고 보빈 레이스인데 이렇게 정교하고 섬세하게 직조하기는 정말 어렵지요. 다른 곳에서 구하기 어려운 상품이라고 자부합니다.”
니들포인트 레이스는 얇은 천이나 망사 위에 실과 바늘만으로 정교한 도안을 완성해 가는 레이스 기법이고 보빈 레이스는 보빈이라 부르는 막대에 실을 감은 도구를 사용해 레이스를 짜는 기법이다.
두 가지 다 서로 다른 특징이 있는 레이스 기법인데 브리아노의 여자 수도원은 원래 보빈 레이스로 유명했다.
한때 수도원 살림은 물론 브리아노 섬 전체를 수도원의 레이스로 먹여 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올 정도였다.
유명한 레이스 산지는 브리아노 말고도 베이렌, 피나탈리오, 제노비아 등 몇 군데가 더 있고 대중의 취향에 따라 선호도도 갈리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레이스 산지는 역시 브리아노 섬을 첫손에 꼽는 사람들이 많았다.
레이스를 흥미롭게 보던 디안느가 몇 가지의 직물을 고르자 영주 뒤에 있던 딜런 경이 헛기침을 했다.
“형님, 지금 디안느가 고른 비단과 레이스는 제가 구매해서 디안느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디안느는 영주의 죽은 아우의 딸이다. 그 아우와 딜런 경 역시 사촌 간이니 딜런 경은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디안느에게 오촌 당숙이 된다.
친척 어른으로서 선물을 해줄 만한 관계라서인지 영주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고 딜런 경은 통 크게 제법 많은 물량을 샀다.
디안느가 눈여겨보던 레이스뿐 아니라 비단도 여러 필 사면서 딜런은 호탕하게 웃었다.
“이런 기회에 나도 좋은 상품 구경을 하고 그러는 거지. 겸사겸사 우리 부인 비위 맞출 선물도 좀 사고.”
그가 너스레를 떨자 세렌토 백작도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보탰다.
“그래, 이참에 집안 식구들 선물도 좀 장만하고 그러면 좋지.”
그는 다른 사람들도 돌아보면서 말했다.
“너희들도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말해 봐라. 과하지 않은 선에서 내가 선물로 하나씩 사주마.”
딜런은 풍채도 좋고 나이도 오십 대는 되어 보였으나 행정관과 부관은 삼십 대 후반과 사십 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뭐, 저는 됐습니다. 딜런 숙부처럼 마음에 든다고 턱턱 살 여유도 없고. 정말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말씀드리죠. 에머리 자작은 따님이 있으니 남은 비단이나 레이스라도 좀 보시죠?”
크리스토 행정관의 말투는 왠지 삐딱한 느낌이 있었으나 에머리 자작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받아넘겼다.
“저는 안목이 부족해서요. 이참에 눈 호강이나 좀 하겠습니다.”
왠지 팽팽한 기운이 도는 행정관과 부관 사이를 보며 제이든은 레노아에게 듣고 숙지한 사전 정보를 되새겨 보았다.
크리스토 행정관은 영주의 사촌 누이의 아들이다. 같은 사촌이라도 재정 관리를 잘해서 부유한 딜런 경과 달리 그의 부친은 광산 사업한다고 재산을 말아먹었다고 들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세렌토 백작마저 지원을 끊어 버려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크리스토 행정관 역시 씀씀이가 적은 편은 아니라고 들었다.
그래도 영주가 부친에 대한 지원은 끊었어도 크리스토에게는 행정관 자리도 주고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고 있기에 그나마 귀족 같은 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상 넉넉하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크리스토 행정관의 실무 능력이 그럭저럭 쓸 만해서 친척이라고 자리만 채운다는 소리는 안 듣는다고 했다.
반면에 에머리 자작은 작위가 없던 이십 대 초반 무렵 영주의 부관을 보좌하는 일부터 시작했는데 능력을 인정받아 정식 부관이 된 경우였다.
영주와 혈연관계는 없으나 능력이 뛰어난 데다 충실해서 영주의 신뢰도가 높다고 했다.
영주를 대신해 운영하는 사업도 몇 가지 있는데 경영 능력 역시 우수해서 알차게 꾸려간다는 평판이었다.
‘그러니까 주변인들의 평으로는 두 사람 중에서 고른다면 크리스토 행정관보다는 에머리 자작이 영지 운영에 낫다는 이야기였지. 하지만 크리스토는 가문 사람이고 자작은 아무래도 가신이니까.’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쑤셔 넣느라 복잡해진 머리를 정리하면서 제이든은 두 사람을 눈여겨보았다.
보석류를 가지고 왔던 두 번째 상인이 나가고 은식기와 촛대 등 은제품을 가져온 세 번째 상단의 차례가 되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하움!”
등 뒤에서 조그만 하품 소리가 났다.
제이든이 돌아보자 포이가 입을 딱 벌리고 기지개를 켜다가 깜짝 놀라서 보슬보슬한 앞발로 입을 가렸다.
아실리도 엎드린 채 졸고 있었다.
“포이, 너무 지루하지?”
제이든 자신도 좀 지루한데 포이는 얼마나 지루할까.
“어디 맡길 데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잠깐 데리고 나가서 쉬었다 올 수도 없고.”
“다음 상단까지만 더 보고 나면 점심 시간이 됩니다. 그때 한 시간 정도 쉴 수 있을 거예요.”
“포이가 그때까지 괜찮으려나 모르겠네요.”
레노아와 제이든이 소리를 낮춰 말을 주고받았을 때 그들 뒤쪽 벽에 쳐져 있던 휘장이 살며시 흔들렸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벽을 가리는 긴 휘장이 쳐져 있어 몰랐는데 휘장 뒤에는 문이 있었다.
문이 살짝 열리면서 작은 얼굴이 빼꼼, 고개를 들이밀었다.
초롱초롱한 파란 눈이 살그머니 안쪽을 살피더니 포이와 아실리를 발견하고 반짝였다.
“포이, 아실리.”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자 포이가 뒤를 돌아보고 귀를 쫑긋 세웠다.
포니였다.
소녀는 제이든에게 생긋 웃어 보이며 포이를 향해 단풍잎 같은 손을 팔락이며 손짓했다.
포이는 뒷다리로 발딱 일어섰다가 제이든을 돌아보았다. 나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포니가 휘장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제이든에게 소근거렸다.
“아저씨, 제가 잘 데리고 있을게 같이 나가서 놀면 안 돼요? 돌아다니지 않고 제 방에 가서 놀게요.”
“로이드 씨는 어디 있죠?”
“여기 있습니다.”
제이든의 물음에 휘장 뒤쪽에서 로이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하지? 포이가 너무 답답해하는데 포니 아가씨와 함께 놀면서 기다리게 할까?’
잠시 망설이던 제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인들의 물품을 보는 일이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아실리라면 몰라도 포이가 온종일 의자 뒤에 있기는 어려울 듯했다.
“아실리, 같이 가서 포이 좀 봐줘.”
-혼자 괜찮겠어?
아실리는 제이든도 걱정되고 포이도 걱정되는지 머뭇거렸다.
제이든은 레노아와 오스틴이 있으니 괜찮다고 눈짓으로 두 사람을 가리켜 보였다.
잠시 망설이던 아실리는 간절한 눈빛으로 코를 발름거리면서 뒷발로 일어서 있는 포이를 보고는 어쩔 수 없다 싶은지 몸을 일으켰다.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로이드가 제이든을 안심시키고 문을 닫았다.
이쪽이 조금 어수선한 걸 눈치채고 눈총을 주고 있던 집사장도 그제서야 다시 홀 중앙으로 눈을 돌렸다.
잠시 후 다음 상인이 들어왔기에 제이든도 다시 상품 감정에 집중했다.
점심 시간이 될 때까지 상인들의 물품 중 특별히 이상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점심을 먹기 전 포니의 방을 확인해 보자 포니는 장난감을 늘어놓고 포이와 노는 중이었고 아실리는 감독관 자세로 소파 위에 엎드려 느긋하게 포니와 포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뒤에서는 로이드가 셋 모두를 잘 볼 수 있는 위치에서 경호 중이었다.
“별일 없습니다. 아가씨와 토끼가 이름도 비슷하더니 아주 잘 맞네요. 고양이도 편하게 잘 있습니다.”
“아저씨, 점심 먹고 나면 아실리랑 포이랑 같이 별채에 갈게요. 낮잠은 자기 숙소에서 자는 게 더 좋지요?”
마침 시녀가 포니와 로이드, 아실리와 포이를 위해 준비한 점심을 수레에 싣고 왔다.
안심해도 될 것 같아 제이든도 오스틴과 함께 식당으로 돌아왔다.
“제이든 로스 감정사님이시죠?”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디안느 영애가 레노아와 함께 걸어왔다.
레노아는 디안느보다 한두 걸음 뒤에서 걸어왔는데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보니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
이목구비는 다르지만 이미지가 비슷하달까, 둘 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쭉길쭉한 데다 미인이면서도 화사한 느낌보다는 단정하고 이지적인 느낌을 주었다.
디안느는 가까이 와서 제이든에게 손을 내밀었다.
귀족 영애들이 하듯 손등을 위로 해서 우아하게 손을 내미는 형식이 아니라 악수를 청하는 인사였다.
세렌토 백작가 가풍이 소탈한가 보다 생각하며 제이든은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아 인사했다.
“제이든 로스입니다.”
“디안느 세렌토입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
디안느는 레노아를 가리키며 싱긋 웃었다.
“레노아 양과 친분이 좀 있어서요.”
제이든이 레노아를 보자 레노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마탑에 교육을 받으러 오셨던 적이 있습니다. 아카디아 백작님과 함께.”
“그때는 아카디아 공자였지요.”
디안느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나중에 레노아에게 들으니, 디안느 영애와 아카디아 백작은 아카데미 동기였다고 한다.
아카디아 백작은 소년 시절에 미약하지만 마법의 재능이 발현했는데 그렇다고 마법을 전공할 정도는 아니었고 백작위를 이어받아야 하는 장자인 만큼 마법 쪽으로 매진하는 것도 곤란했다.
그래서 아카데미의 교양학부를 다닐 때 심사도 받을 겸 시험 삼아 마탑에서 여는 시즌제 마법 강좌를 이수했다는 것이다.
“한 시즌 교육을 받고 심사한 결과 공자에게 마법의 재능이 있긴 하지만 너무 미약해서 개발 가능성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둘 다 마음 편히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것이다.
“그럼 디안느 영애도 마법의 재능이 있으신가요?”
“아닙니다. 영애는 그냥 아카디아 공자와 함께 왔던 겁니다.”
마탑의 초급 강좌는 마법의 재능이 없는 사람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본인에게 마법의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던 일반인이 강좌 수강 중에 재능이 발현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초급 강좌의 경우 관심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이다.
디안느 영애는 그냥 님 따라 간 거였다.
“보기보다 낭만적인 영애시군요. 그러니까 CC였구나.”
“CC요?”
“아, 그런 게 있습니다.”
귀족들 사이에선 정략결혼이나 서로 조건을 맞춰 하는 중매 결혼이 일반적인 줄 알았는데 좀 뜻밖이었다.
하긴 카이엔이 내가 생각하는 중세와는 많이 다르긴 하지.
제이든이 머리를 주억거리는 동안 레노아가 말을 덧붙였다.
“내일이면 아카디아 백작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다른 일을 보러 외출했다더군요.”
* * *
오후 접견이 다시 시작되었고 골동품이며 의상, 장신구, 여러 가지 상품들을 보았는데 훌륭한 물건들이 많아 눈 호강은 했지만 의심하고 있던 흑마법에 걸린 물건은 나타나지 않았다.
제이든의 눈에 익은 사람도 없었고.
“예상 밖인데요? 정보가 틀린 걸까요? 문제 있는 물건이 없어 안심은 됩니다만.”
제이든이 말하자 레노아가 대답했다.
“어쩌면 감정사님이 오셨기 때문에 그들이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죠.”
실제로 오기로 했던 상단 중 한 곳이 오지 않았다.
원래는 전날 세렌토에 도착하기로 했었는데 상품에 문제가 생겨 일정을 맞추지 못한다는 연락이 비둘기 편으로 도착했었다.
“어쨌든 이 일이 끝나야 제 일을 따로 볼 텐데요.”
원래 세렌토에 오려고 했던 목적이 다른 의뢰를 맡았기 때문인데 양해를 구하고 미뤄 놨었다.
“내일까지 별일이 없으면 개인 볼일을 보셔도 됩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별채에 가서 쉴까요?”
긴장하면서 온종일 상품을 감정하느라 제이든도 레노아도 진이 빠져 있었다.
감정 마법이라는 게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해서 쓸 수 있는 건 아닌데, 제이든이 2급 감정사나 되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고 죽겠다. 얼른 씻고 자야지.”
“저녁은 드시고 주무셔야죠.”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정사도 보통 일이 아니군요.”
레노아와 오스틴과 함께 별채에 들어서자 거실에서 놀고 있던 포이가 달려와서 포잉포잉 소리를 내며 매달렸다.
“겨우 한나절 떨어져 있었는데 뭐 이렇게 반가워해?”
제이든이 포이를 안아 주자 로이드와 포니도 본채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잠깐만요, 포니 아가씨.”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서는 포니를 향해 제이든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거, 어디서 났어요?”
“네?”
소녀는 영문 모르는 눈을 똘망똘망 굴리면서 제이든을 올려다봤다.
“그거요. 아가씨 허리춤에 달린 거. 아까 낮에만 해도 못 봤는데요.”
제이든은 한 손에 포이를 안은 채 다른 손으로 포니의 허리춤을 가리켰다.
소녀들이 가질 법하게 예쁘게 수를 놓은 가죽 칼집에서 삐죽이 머리를 내민 단검의 손잡이가 왠지 눈에 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