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감정사를 키운다 59화
18. 시계 괴도(5)
8개월 전의 어느 날 아침, 동부 에테노리움의 리세토 자작가에서 골동품 시계 절도 신고가 들어왔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오래된 시계였지만 값진 제품은 아니었고 리세토 자작가 역시 저택에 방어 마법 하나 설치하지 않은 한미한 집안이라 사건은 단순 절도로 치부되었다.
지역 치안대에서 수사를 맡았지만 도둑이 거의 흔적을 남겨놓지 않아서 오히려 내부인의 소행이 아닌가 의심한 사람이 많았다.
리세토 자작가의 시계 절도 사건이 범인을 잡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 두 달 후, 수도 카이에른의 데이몬 백작가의 골동품 시계가 사라졌다. 이번에 사라진 시계는 로시난트 왕가의 유물로 역사적 가치가 높고 진귀한 물건이었다.
데이몬 백작가처럼 부유한 집에 침입한 도둑이 다른 것은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시계 하나만 훔쳐가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라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아직 두 달 전 에테노리움의 시계 절도와 그 사건을 연관 지어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겨우 2주일 후, 이틀 간격으로 수도에서 두 번의 시계 절도 사건이 있었다. 심지어 그중 두 번째는 카이엔 굴지의 재벌 중 한 명인 광산왕 테아노르의 저택에서 일어났다.
테아노르의 본가는 서부 테아노르의 영지에 있고 수도에 있는 집은 평소 비어 있는 별장이라 방비가 약했다고는 해도 광산왕의 별장에서 시계 하나만 빼내갔다는 건 보통 솜씨가 아니었다.
사교계가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러워졌고 해당 절도범에게 시계 괴도라는 별칭이 붙었다.
도둑들 중 유명한 자들, 소위 족보 있는 도둑들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카이에른의 귀족들은 수도의 치안이 좋다는 이유로 소홀히 여겼던 방범 장치를 강화하고 경비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전담 수사 팀이 꾸려졌는데, 하필 그때부터 한동안 절도 행각이 뚝 끊어졌다.
그러다 카이에른 외곽 도시인 제노비아에서 한 건, 마지막으로 브리오에서 또 한 번의 절도 사건이 있은 이후 현재까지 시계 절도 사건은 없었다.
“이제 와서 시계가 돌아왔다니, 그거 참 이상한 일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카이에른에서 전담 수사관이 곧 내려온다고 하니 그때 뭔가 밝혀지겠죠.”
“돌아온 시계 말입니다.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제이든과 피니어스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버나드를 통해 시계 주인이라는 라이너스 남작에게 연통을 넣었고 남작은 흔쾌히 그들에게 시계를 보여주었다.
다린토스의 황금닭과 병정 시계와는 달리 이쪽은 자그마한 탁상시계였다.
성인 남자의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정도였는데 역시 마정석을 사용하기 전 수작업으로 만든 기계식 시계였고 투명한 수정으로 만든 돔형 케이스에 들어 있었다.
안쪽의 시계판은 금과 진주로 장식되어 있고 바늘의 세공도 우아했다.
“무척 아름답네요.”
짐작하긴 했지만 시계는 정밀감정을 해볼 필요도 없이 진품이었고 두 감정사의 확인을 받자 라이너스 남작도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대체 왜 훔쳐간 걸까요? 그리고 용케 들키지 않고 잘 돌려놨네요.”
“자, 자, 감정사님들, 시계는 일단 잊으시고, 우리 기획전에 집중 좀 부탁드립니다.”
시계 생각에 빠져 있는 제이든과 피니어스를 버나드가 일깨웠고 두 사람도 원래 브리오에 왔던 목적을 떠올렸다.
브리오 미술관의 이번 기획전 주제는 렌 시대의 동방 유물을 중심으로 동방과 서방이 서로 주고받은 문화적 교류와 그 영향이었다.
“사람들은 렌 시대에도 동방과 카이엔 대륙의 문화적 교류가 있었다는 것을 잘 모릅니다. 그 이후의 센 왕조 후기에 교류가 시작된 것으로 아는 사람들도 많고요. 센 왕조 초기에서 중기까지 서방과 교류가 끊어졌던 것이 원인인데요, 사실은 렌 시대야말로 동방과 서방이 가장 활발한 문화적 교류를 가졌던 시기입니다.”
버나드는 열정적으로 눈을 빛내며 전시회의 테마를 설명했다.
“어렵게 구한 렌 시대의 동방 유물은 물론 그 시기 렌의 영향을 받은 카이엔의 유물을 함께 비교 전시할 예정입니다. 대부분 다 내력이 분명하고 감정도 확실한 유물이지만 진위가 다소 불분명한 유물이 세 점 정도 있어서 피니어스 렌 감정사님을 초빙한 거고요.”
“예.”
“제이든 감정사님이 부탁하신 내용과 비슷한 서화도 하나 찾았기에 연락드렸는데 일단 수장고를 보실까요?”
눈치 빠른 아실리는 수장고 문 앞에서 포이를 끼고 옆으로 물러났지만 레오는 따라 들어오려다가 피니어스의 눈총을 받고 나서야 억울한 듯 머리를 털며 아실리의 뒷전에 철푸덕 엎드렸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보고 나올게.”
브리오 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상당히 신경 써서 준비한 듯했다. 구하기 힘든 렌 시대의 유물도 수준 높은 것들로 들여놓았고 카이엔 쪽의 유물도 기획전의 테마에 잘 어울리는 것들이었다.
“이거 준비를 정말 잘하셨네요. 무척 훌륭한 전시가 될 듯합니다.”
피니어스가 감탄하자 버나드는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펴고 함박웃음을 웃었다. 왠지 레오와 비슷한 느낌이라 제이든은 몰래 웃음을 참았다.
“제이든 씨께 보여드리려는 건 이겁니다. 전시회 준비 중에 구한 건데, 전시할 작품은 아닙니다. 주제가 안 맞거든요.”
“호오……. 이거 대단히 독특한데요?”
버나드가 가리키는 서화를 본 피니어스가 눈에 이채를 띠었다.
“그렇죠? 제이든 감정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동방 물건은 확실한데 시대나 내력을 파악하기 어렵고, 개별 역사를 찾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여기서 버나드가 말하는 개별 역사(history)란 특정 유물이나 예술품의 과거, 즉 어디서 누가 제작했고 언제 누가 어디서 누구에게 판매했으며 누가 소장했는지 등의 경로 기록을 말한다.
작품에 따라다니는 이 경로 기록은 작품의 진위 여부를 판별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되고 때로는 감정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제이든은 서화를 들여다보았다.
알려진 개별 역사가 전혀 없는 작품, 지난번에 톰슨 골동품점에서 본 것처럼 한눈에 한국 것이다 싶은 울림은 없었지만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지구에서 온 것은 아닐까?
“글씨나 분위기, 재료 등으로 보면 시타 시대의 작품 같은데 미묘하네. 낙관도 없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작품인데.”
피니어스가 서화를 들여다보며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그래, 이 형님이 동방 문화에 밝은 사람이었지.
“오래전 세시온 다미에르가 남긴 글에서, 시대와 내력을 알 수 없는 유물을 본 적이 있다고 했어. 어딘가 먼 곳, 우리 세계가 아닌 곳에서 온 물건 같다고 했지. 혹시 제이든도 그런 걸 찾나?”
피니어스의 물음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데 피니어스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그런 건 평생 한두 번 보기도 힘들다고 하더라. 천계나 마계의 게이트가 열리면 모를까. 하긴 꿈속에서 본 유물을 찾아 평생 온 대륙을 헤매고 다녔다는 학자도 있었지.”
“예, 저도 꿈에서 본 걸 찾고 싶답니다.”
제이든은 농담처럼 대답하며 서화에 다시 눈길을 주었다.
아주 옅은 푸른 안개가 서화 주변에 살짝 감돌고 있었다. 이 서화는 아우라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안 보이는 것도 아니고 미묘하네. 일단 나를 집으로 돌아가게 해줄 매개체가 아닌 것은 확실한 듯하지만…….
아쉬운 마음에 조금 더 자세히 보려고 하는데 누군가 수장고의 문을 두드렸다.
“학예사님, 렌 감정사님과 로스 감정사님을 만나겠다고 찾아온 분이 계십니다.”
* * *
그들을 찾아온 사람은 눈매가 날카로운 삼십 대 후반의 남자였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그는 제이든과 피니어스가 들어오자 돌아서면서 악수를 청했다.
“카이에른 치안국의 마르틴 경감입니다.”
시계 괴도 사건의 전담 수사를 맡은 팀장이었다.
라이너스 남작의 시계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수도에서 급히 내려왔다고 한다.
“치안대에서 이걸 받았는데 말입니다.”
그는 액자에 넣은 그림을 꺼냈다. 제이든과 피니어스가 산지기의 오두막에서 가져와 치안대에 맡긴 그림이었다.
“어제 두 분이 맡기셨다면서요. 상황 설명을 한번 다시 들을 수 있을까요?”
제이든과 피니어스는 다린토스 영주관의 시계를 감정하러 갔을 때부터 산지기의 오두막을 거쳐 브리오까지 온 이야기를 했고 마르틴은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입을 열었다.
“그 산지기는 브리오 치안대에서 수색 중인데 아직 발견하지 못했고요. 이름이 쟝 로벨이라고 했었는데 본명이 아니더군요. 두 분이 가져다주신 그림이 신원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본명은 앙리 루소였고, 과거를 조사해 보니 젊었을 때 파비안 뒤포르의 시계 공방에서 몇 년간 일한 적이 있더군요.”
“역시 그랬군요.”
치안국의 빠른 조사에 감탄하며 제이든이 머리를 주억거렸다.
“이름을 바꾸고 십여 년 전부터 산지기 노릇을 하며 조용히 살았던 모양인데, 뒤포르의 공방에서 일한 후 산지기가 될 때까지 사이가 비더라고요.”
마르틴 경감은 매섭게 생긴 눈을 살짝 치켜떴다.
“이름과 초상화를 치안국 공유 영상구에 올렸더니 동부 치안대에 앙리 루소를 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꽤 유명한 도둑 길드의 조직원이었다 하더라고요.”
그는 다시 물었다.
“두 분이 만나셨다는 다니엘 블랑이라는 소년이 아무래도 앙리 루소와 관계가 있는 듯합니다. 기억나시는 게 있다면 다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예. 그 아이는…….”
소년에 대해 이야기하려던 피니어스와 제이든은 조금 당황해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조금 전까지 잘 기억하고 있었던 다니엘의 얼굴이 정작 설명하려고 하니 흐릿하게 기억이 잘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음, 나이는 열일곱쯤? 많이 보면 열아홉 정도.”
“머리가……, 가만 있자, 금발이던가?”
“아니, 갈색이었던 것 같은데요.”
“눈이 초록이었던가? 갈색이었던가?”
두 사람이 버벅거리고 있는데 아실리가 제이든의 무릎에 살짝 뛰어 올라왔다.
“냥!”
“아얏!”
-정신 차려!
아실리가 손가락을 살짝 깨문 뒤 그 자리를 까슬까슬한 혀로 핥는 순간 제이든은 갑자기 머리가 맑아졌다.
“아, 기억났습니다. 잠시만요.”
그는 배낭을 뒤져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꺼내 들고 재빨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연한 갈색 곱슬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소년의 모습이 종이 위에 나타났다.
“오, 제이든, 초상화가로 나서도 될 뻔했는데?”
제이든이 그려낸 다니엘 블랑의 모습을 본 피니어스가 감탄했다.
“이 아이가 맞는 것 같아. 그림을 보니까 기억이 날 듯한데……, 내가 사람 얼굴을 잘 잊지 않는데 왜 이렇게 흐릿하지? 역시 그 그림자 마법인가 그거였을까?”
“그게 맞을 겁니다.”
마르틴이 대답하면서 제이든의 그림을 끌어다 놓고 골똘히 들여다보았다.
“시계 절도 현장 부근에서 십 대 후반의 소년을 목격했다는 사람이 두 명 있었는데 둘 다 진술할 때 소년의 인상착의를 기억하지 못했어요. 오늘도 제노비아에서 제보가 한 건 있었지만 소년이라는 것 외엔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거든요.”
그러고 보니 루스타운 도서관의 사서들도 방문했던 소년을 기억하지 못했다.
마르틴은 한동안 고민하는 것 같더니 얼굴을 들었다.
“제보에 따르면 아무래도 오늘 밤 제노비아에 이 소년 아니면 앙리 루소가 나타날 확률이 큰데, 두 분 저와 같이 제노비아에 가주시지 않겠습니까? 얼굴 확인을 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 *
버나드가 부탁한 감정을 마친 저녁, 제이든과 피니어스는 마르틴을 따라 브리오 치안대의 공간이동 포탈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개와 고양이와 토끼를 꼭 데리고 다녀야 합니까? 일을 보고 올 동안 어디 좀 맡겨 놓으면 안 될까요?”
마르틴의 말에 제이든과 피니어스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마르틴은 한숨을 쉬었다.
“예술가만 예민하고 독특한 분들이 많은 줄 알았는데 감정사들도 만만찮군요.”
“제피로스를 놓고 가는 것만도 마음에 걸리는데요.”
피니어스가 입을 비죽였다.
제피로스와 베로는 브리오에 두고 가기로 해서 둘 다 치안대의 마구간 신세를 지고 있었다.
“그 고양이는 굉장히 침착하네요.”
포이를 안고 있는 제이든의 옆에서 우아하게 포탈로 들어서는 아실리를 보며 마르틴이 감탄했다.
반면에 레오는 피니어스의 다리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야, 레오. 좀 떨어져. 모양 빠지게.”
피니어스가 투덜거렸지만 레오는 제노비아에 도착할 때까지 그의 다리를 놓지 않았다.
* * *
제노비아에서 골동품 시계를 도둑맞은 곳은 의외로 주신 슈라의 수도원이었다.
“수도원의 시계를 훔쳐 가다니 아무리 도둑이라도 너무 양심이 없는 놈 아니요!”
마르틴 경감 못지않게 눈매가 매섭고 덩치가 좋은 사제가 씩씩거렸다.
“치안대는 대체 뭐 하는 거요? 아직도 도둑을 못 잡고! 잠복근무? 그런데 개랑 고양이랑 토끼는 또 뭐요?”
사제의 목청이 어찌나 큰지 피니어스가 혀를 내둘렀다.
“맨날 성가를 불러서 목청이 좋은가? 슈라의 사제들이 호전적이라더니 정말이네.”
카이엔은 다신교 국가지만 그중에서도 주신 슈라를 섬기는 사제들은 다른 신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대륙이 아직 일곱 왕국으로 나뉘어 있던 시절, 여섯 국가는 모두 다신교 국가였지만 슈라이베른 왕국은 슈라 하나만을 신으로 믿었다.
스스로 성국이라고 칭했고 다른 신을 믿는 사람들을 부정하고 압박했기에, 일곱 왕국 중 가장 호전적인 것이 전사의 나라인 다하르인지 사제의 나라인 슈라이베른인지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게 통설이었다.
실제로 신앙이 뒷받침된 사원 기사들을 앞세워 대륙전쟁 때 다하르와 가장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 것도 슈라이베른이었다.
카이엔이 통일된 후에 공식적으로 다신교가 인정되었음에도 슈라의 신도들에겐 호전적인 성향이 많이 남아 있다고들 한다.
사제와 이야기를 마친 마르틴이 이마의 땀을 씻으며 말했다.
“오늘 밤이 슈라의 기념 축일이라서 특별 예배가 있답니다. 사원 문을 밤새 열어놓아 누구나 들어와서 기도할 수 있다니까 외부인이 들어오기 좋은 날입니다. 렌 씨는 산지기의 얼굴을 아시니까 앙리 루소를 찾아봐 주시고, 로스 씨는 그 소년이 나타나는지 잘 지켜봐 주십시오.”
* * *
“크아앙.”
레오가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했다.
“조용히 해, 레오. 졸리면 저쪽 가서 자.”
레오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두툼한 앞발에 턱을 고이고 엎드렸다.
이미 밤이 깊어서 포이는 제이든의 옷 주머니 안에서 자고 있었고 레오도 졸린 눈치였지만 아실리는 아직 또랑또랑한 눈으로 제이든의 옆에 앉아 있었다.
“아우, 이제 나도 눈이 뻑뻑하네.”
피니어스가 주먹으로 눈을 비볐다.
“사람이 계속 들어왔다 나가니까 다 그놈이 그놈 같다.”
제이든 일행은 수도원의 출입구 옆, 원래 문지기가 자는 방에 앉아 있었다.
저녁에 치안대에서 보낸 마법사가 문에 창을 설치했는데 밖에서는 그냥 문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투명하게 밖이 보이는 창이었다.
“새벽에 닭이 울 때가 되어야 문을 닫는다니 그때까지는 계속 봐야죠.”
기도하러 드나드는 신도들의 얼굴을 확인하며 제이든이 말했다.
“문으로 안 들어오고 다른 데로 침입하면 어쩌지?”
“시계 도둑이 든 이후 벽도 높이 보수하고 방어 마법도 고급으로 설치했다잖아요. 슈라의 수도원이라 돈은 많대요. 누가 해제 시도만 해도 경보가 울린다고 했어요.”
그럼에도 혹시 몰라서 치안대에서 파견한 경비원들이 신도 차림을 하고 요소요소에 섞여 있었다.
“오늘 안 오면 헛고생인데. 제보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정확한 제보였어야 할 텐데 말이야.”
“잠깐만요.”
제이든이 일어서면서 문에 바짝 다가섰다.
피니어스가 언제 툴툴거렸느냐는 듯 웃음기를 싹 지우면서 제이든의 옆에 붙어섰다.
몇 명의 신도가 고개를 숙인 채 문 앞을 지나갔다.
“제이든, 이상해 보이는 사람은 없는데?”
말없이 긴장하고 있던 제이든이 손을 들어 누군가를 가리켰다.
“저 사람.”
두건이 달린 긴 로브를 입은 여자가 기도를 마쳤는지 수도원 안쪽에서 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옆에 놓아두었던 종을 울리자 신도와 수사로 변장해 있던 치안대원들이 입구를 막았고 제이든이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갔다.
“?”
여자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앞을 막아선 제이든을 올려다보았다.
흰 피부에 연한 갈색 머리의 여자가 파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제이든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다니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