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면 물라도, 떡은 별로인데. 체할 것 같아요."
아침부터 떡울 먹기엔 좀 그렇지 않나. 빵이면 물라도. 아니면 수프라든가. 대충 있는 반찬으로 먹어도 될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권태준의 냉장고 엔 있는 게 없었다. 계란 프라이나 해 먹을까.
"왜 갑자기 떡이에요?"
"모처럼 여유로운 아침이니까. 모닝떡이라도 치자는 말이었습니다."
"모닝……"
차마 떡이라는 단어를 이어 내별지 못하고 윤슬이 침묵했다. 권태준이 생각하는 떡과 자신이 생각하는 떡이 같은 떡은 아니었나보다.
걸치고 있는 옷이 없어서 벗고 벗기는 단계에 돌입할 필요도 없었다. 피부가 맞닿는 순간 이미 그럴 분위기가 생성이 되어, 거부를 할 틈도 없이 권태준의 몸이 얽혀들었다.
"잠깐, 잠깐만요.1"
“항상 하려고 하면 윤슬 씨 입에서 나오는 말의 구십 퍼센트가 잠깐이라는 거 압니까."
"항상 급작스러우니까 그렇죠.”
“방금 전에 예고하지 않았습니까. 동의해달라고 질문도 했고.”
"아직 동의하기 전이거든요."
"예의상 묻는 거였으니까 대답은 생략해도 됩니다."
그럴 거면 왜 을어봤어. 그런 타박울 내별기도 전에 권태준의 손은 이미 윤슬의 몸을 0ㅏ음대로 누비고 있었다. 적당하게 오론 체온이 권태준의 손 길에 열기를 더했다.
"으응…"
밝은 게 조금 홈이었지만, 나른한 몸을 일깨우는 감각이 나브지 않았다. 장시 불만을 표#하며 몸을 뒤틀던 윤슬도 어느새 분위기에 휩쓸려 옹을 늘어뜨리고 권태준의 단단한 등을 끌어안아 더듬었다.
행천히 시간 들여 할까요, 아니면 정신 나갈 정도로 빠르게 할까요. 아침 식단은 특별히 양보하겠습니다. 윤슬씨 추!향에 맞게 골라봐요."
참도 고맙네. 생각해주는 마음 씀씀이가 눈을이 날 정도로 감동스럽다. 이죽거림울 삼키며 윤슬은 천천히 시간 들여서. 하고 말울 흘렸다. 예상하 고 있었다는 것처럼 아래로 내려간 권태준의 손이 성기를 붙잡아 조심스럽 게 쓰다듬었다.
나론하고 붕 뜬 것 같은 감각. 간질거리면서도 평온한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윤슬은 몸을 놀어뜨리고 곳곳을 누비는 권태준의 입술을 자연스럽 게 받아들였다. 덮고 있는 이불을 발밑으로 일어내고 윤슬의 허벅지 사이로 몸을 내린 권태준이 손으로 잡아 흔들고 있던 성기의 끝을 할았다. 턱 끝을 내려 아래를 살피자, 시선을 둘어 눈을 마주치며 성기를 빨고 있는 권태준의 얼굴이 보였다.
윤슬의 요구를 충실하게 따르는 것처럼, 성기를 할는 혀의 움직임은 상냥했다. 사탕을 입에 넣고 굴리는 아이처럼 귀두를 간질이고술쩍 빨아을 릴 때마다 춥, 츠롭, 하고 침 삼키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기분 좋습니까?”
"응, ……좋아요." 권태준의 입에 성기까지 집어넣고 올라요, 싫어요. 할 타이밍은 아닌지라. 손등으로 눈울 가리며 윤슬이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불알이랑 구멍도 발아줄까요."
"……그걸 목 말로 해야하는 거예요? 나 부끄러워서 죽는 꼴을보고 싶은 거지?”
"윤슬 씨는 튕기는 얼굴도 귀엽고, 솔직한 얼굴도 귀엽고, 부끄러워하는 얼굴도 귀여우니까 다 좋습니다."
제발 정중한 태도로 종이니 불알이니 구멍이니 하는 말 좀 안 했으면 좋으련만. 하아, 하고 크게 한숨울 내쉬는 윤슬의 허벅지가 넓게 벌어졌다. 무릎을 굽혀 세운 다리를 양팔로 끌어안은 권태준이 성기 아래로 입술을 내려, 말했던 것처럼 불알과 회음울 할기 시작했다.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기분에 권태준의 팔에 잡힌 허벅지에서 자꾸 힘이 빠졌다.
"……으응.”
작게 흘려보내는 신음에 맞춰 길게 나온 혀가 여린 피부를 할고 발았다. 허리가 살짝 묻어 올려지고 양쪽으로 벌어진 엉덩이 틈으로 권태준이 얼굴 을 들이밀었다. 보기 좋은 콧날에 불알과 회음이 문질러졌다. 바짝 닿은 입술이 구멍의 주름을 덮었다. 뜨거운 기운이 몰아쳐 윤슬이 움찔 몸을 떨었 뾰족한 혀끝이 닿을 때마다구멍이 간지러워 움찔거렸다. 주름을 덧그리며 한참울 빨아대던 입술 사이로 나온 혀가 구멍의 틈을 파고돌었다. 움찔,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짜릿한 감각에 발끝이 움츠러들었다.
"흐으, ……그만해요."
얼굴이 짓놀릴 정도로 바짝 붙어 구멍을 빨고 있는 권태준을 밀어내며 윤슬이 칭얼거렸다. 부정할 수 없울 정도로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역시나 민망한 것은 민망한 일이다. 혀뿌리까지 집어넣을 기세로 파고들어 빨고 있는 권태준의 얼굴을 때어내고. 타액으로 젖어 윤기가도는 붉은 입술을 손으로 문질러 주었다.
"왜요. 안좋았습니까?"
"나쁘진 않은데. 민망하니까……."
“아랫도리 까고 별 짓거리를 다 했는데, 뭘 뒤늦게 민망해합니까?"
“할 때마다 민망하니까 그렇죠."
어디까지 흥분을 시키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배까지 닿을 기세로 서 있는 본인의 성기를 손으로 주물주물 문지르며 키운 권태준이 윤슬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엉명이 안쪽으로 권태준의 성기가 닿아 쿡쿡 찌
"학습 능력이 뛰어난 구멍입니다.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렇게 잘 받아먹습니까?”
성기를 잡아 꾹 늘러 구멍에 삽입을 시키며 권태준이 칭찬인지 핀잔인지 모를 소리를 지껄였다. 입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윤슬이 권태준의 목울 껴안아 끌어당겼다. 겹쳐지는 입술에 권태준의 눈이 동그V게뜨였다가 이내 가늘어지며 웃음기를 풍었다.
천천히 구멍을 열고 돌어오는 성기는 상냥했다. 거칠지도 않았고 흥포하지도 않았다. 느리게 내벽을 채우며 들어온 물건이 끝에 도달했다는 것을 확인시키려는 듯. 권태준의 사타구니가 엉덩이를 짓놀렸다.
처음에는 아프기도 했고, 구멍이 한계까지 벌어지며 찢어질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고, 배 안쪽이 묵직하고 거북스럽기도 했는데. 정말 권태준의 말처럼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렇게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걸까.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윤슬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겠다는 의도인지, 아직까지는 권태준의 움직임이 꽤나 얌전한 축에 속했다. 슬그머니 허리를 뒤로 물렸다가 다시 안쪽울 파고드는움직임은 조심스러웠다. 윤슬의 반응을 살피며 성기를 움직이는 권태준의 시선에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주변이 밝아서 권태준의 눈이, 권태준의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였다. 권태준의 아래에서 다리를 벌리고 흔들리고 있는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윤슬이 손으로 얼굴을 가 다.
"얼굴은 왜가립니까."
"표정이 다보이잖아요. 이런 부작용은 생각을 옷 했어요.”
"난 그래서 더 좋은데. 윤슬 씨 표정이 보여서 더 흥분됩니다."
다분히 변태적인 발언을 지절이며 권태준이 허리를 움직였다. 천천히 둘 어왔다 나가는 권태준의 성기는 잔잔한 파도와도 같았다. 규칙적인 움직임 에 익숙해졌을 때쯤. 다리를 자신의 허리에 감게 한 권태준이 윤슬의 등 뒤 로 감은 손에 힘을 주어 끌어당겼다. 당황할 새도 없이 상체가 둘어 올려 져 앉은 자세를 취한 윤슬이 권태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뭐, 뭐야……"
앉아 있는 자세로 권태준을 품고 있는 모양새다. 얼굴을 바짝 마주하고 있는 자세라 윤슬이 눈을 굴리며 시선을 피했다.
"허리 돌려봐요.”
"못해요."
그런 짓울 골사납게 어떻게 해. 윤슬이 도리도리 고개를 내젓자, 아래에 서 위로 권태준의 성기가 찔러 올라왔다. 작살에 꿰뚫린 짐승처럼 윤슬이 파르르 몸울 떨었다. 무게가 쏠린 탓인지 누워있을 때보다 더 깊게 들어오 는 기분이었다. 헛숨울 둘이마시며 윤슬이 권태준의 어깨를 쥐어뜯었다.
“윤슬 씨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봐요. 아니면 내 멋대로 할 겁니다."
딱히 원하는 것도 없었고, 권태준이 멋대로 하는 것도 두려웠다. 발로 몸 을 지탱하고 술그머니 엉덩이를 돌어 을리자 안쪽에 돌어와 있던 성기가 느리게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권태준의 어깨에 팔을 깊고 윤슬이 울 렸던 엉덩이를 내리며 다시 성기를풍었다. 느리게 내벽을 벌리며 들어오 는 것이 느껴진다. 누워서 권태준에게 몸을 말기고 있을 때보다 더 생생한 감각이라 윤슬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깊게 앉아요."
명령조의 말에 윤슬이 고개률 내저었다. 권태준이 움직일 때는 알아서 잘하겠지 싶은 마음에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저 스스로움직이려니 얼마 나 더 깊게 묻어을지 알 수 없어서 쉽사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머못거리 는 윤슬의 허 리를 잡은 태준이 뻣뻣하게 굳은 몸을 아래로 끌어 내렸다.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내지르며 윤슬이 권태준의 사타구니에 주저않았 다. 픽. 소리가 날 정도로 깊게 들어온 을건에 내벽 안쪽이 찔리며 사지가 벌벌 떨렸다. 권태준의 어깨를 끌어안고 몸을 떨고 있자, 긴장된 등허리를 커 다란 손이 살살 쓸어 내 렸다.
"뭐가 그렇게 겁이 많습니까? 한두 번 들락거린 증도 아닌데."
"……넣는 입장에서는 무섭거든요!”
“잘 움직여 봐요. 내가 마을대로 움직이는 것보다 윤슬 씨가 좋은 쪽으 로 하는 게 좋지 않습니까. 움직이다 보면 윤슬 씨 기분 좋은 곳도 찾울 수 있울 겁니다."
아이를 어르는 것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살거리며. 권태준이 윤슬의 목덜미와 어깨에 입을 맞췄다. 커다란 손이 허리를 붙잡아 술술 운지르더 니. 마치 이렇게 하라는 것처럼 잡은 허리를 둥글게 굴렸다. 하체가 권태준 의 손에 따라 움직이며 안에 들어와 있던 성기가 내벽을 휘저었다.
"……아아……."
천천히 움직이며 자극되는 느낌이 나브지 않았다. 거칠게 움직이려는 기
색이 없어서, 조금 안도한 윤슬이 힐곳 권태준의 눈치를 살피고는 저 스스 로 허리를 들썩거렸다. 태준이 알려준 것처럼 허리를둥글게 돌리기도하 고, 위아래로 들썩거리며 성기를 빼냈다 다시 쑤셔 넣기도 했다.
알 수 없는 쾌감이 조금씩 조금씩 퍼지고 있었다. 들썩거 리는 몸이 흥을 받은 것처럼 점차 움직임이 커졌지만, 윤슬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할 정도 로 집중하고 있었다.
"음.”
귓가에 울리는 낮은 신음에 윤슬이 권태준의 표정을 살폈다. 태준 역시 도 뭔가 자극울 받는 것처럼, 미간을 찌푸린 상태로 눈울 감고 있었다. 살 짝 일그러진 표정이 자신으로 인한 것임을 알아차린 윤슬이 마론 입술을 할았다. 아래에서부터 울라오는 육체적인 쾌감과 함께 권태준을 흥분시키 고 있다는 정신적인 만족감이 윤슬을 고양시켰다.
방금 전까지 두려워했던 기억을 잊은 것처럼, 윤슬은 권태준의 성기를 뿌리 끝까지 삼키고 허리를 흔들었다. 들썩거리며 사타구니에 주저앉을 때 마다 철썩철썩 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조금, 조금만 더.
흥이 오르고 있기는 한데 끝까지 도달하기에는 어려운, 뭔가 아주 조금 부족한 기분이 들었다. 힘주어 끌어당긴 태준의 어깨를 감싸며 윤슬이 짓 이기듯 태준의 사타구니를 문질렀다. 허리에 감겨있는 태준의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이 정도면 그만 천천히 해도 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게 묻는 권태준의 목소리가 낮게 장겨있었다. 목덜미를 덮는 뜨거운 숨결에 윤슬이 몸을 바르르 떨며 고개를끄덕였다. 꽉 붙들고 있던 윤슬 의 몸을 안은 상태 그대로 권태준이 상체를 수그렸다. 안겨있던 윤슬의 등이 침대에 닿고. 권태준의 허리에 감겨있던 다리가 높게 쳐들렸다.
단단하게 윤슬울 끌어안은 상태로 권태준이 허리를 움직였다. 스스무 움직일 때보다 더 힘차고 거친 산입에 윤슬이 숨을 물아쉬며 태준의 움직임 에 휩쓸렸다. 내벽을 벌리고 들어온 성기가 깊은 곳을찌르며 처박혔다 빠 르게 빠져나갔다. 비어버린 허무함울 아쉬워할 새도 없이 다시 일고 둘어 오는 성기에 윤슬이 끙공 신음울 흘렸다.
내벽을 비집고 들어온 성기가 문질러 비벼지는 감각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발가락 끝을 구부리며 쾌감인지 통증인지 모를 감각에 옴서리 를 쳤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처럼 가빠왔다.
본능적으로 태준과 가까이 닿기 위해 윤슬이 허리를 띄웠다. 엉덩이를 태준의 사타구니에 바짝 붙이고, 흥분하여 프리컴이 즐줄 흐르는 성기를 태준의 복부에 문질러 비벼땠다. 아플 정도로 흥분해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처럼 찌릿찌릿했다.
윤슬의 뒷덜미를 잡아 바짝 끌어당기며 태준이 안쪽을 파고들었다. 눈앞이 번뜩이는 것처럼 전해지는 쾌감에 바르르 몸을 떨며 윤슬이 신음도 내지 못하고 입술만 벙긋거렸다. 허리를 감고 있는 허벅지에 꽉 힘을 주며 태준의 복부에 바짝 붙여 문지르던 성기에서 정액울 토해냈다.
"아아, 아……하으으……."
윤슬이 앓는 소리를 내며 태준의 몸을 끌어안았다. 땀으로 젖은 등을 힘주어 끌어안고, 내벽을 쑤시고 들어오는 성기를 힘껏 조였다. 윤슬의 성기 는 여전히 파르르 떨리며 정액울 찔공찔공 내별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지 못한 정액울 털어내기 위해 단단한 복부에 성기를 문지르며, 윤슬이 구멍에 바짝 힘을 주었다.
거칠게 구멍을 열고 들어오던 태준이 급하게 신음울 삼키며 몸을굳혔다. 깊은 곳을 향해 찔러 들어오던 성기가 중간에 뜨거운 것을 활활 쏟아냈다. 정액을 뽑어내는 상태로 안쪽까지 일고 들어온 물건을 윤슬의 내벽이 진득하게 감싸 조였다.
삽입된 성기를 풍고 사정의 여운을 느끼며 윤슬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구멍 안쪽으로 여전히 파정하고 있는 권태준의 물건이 느껴졌다.
"최고였습니다. 죽는 줄 알았어요."
윤슬의 어깨에 젖은 이마를 문지르며 태준이 한숨처 럼 감탄을 쏟아냈다. 그런 칭찬은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 윤슬이 머쓱한 얼굴을 감추며 고개를 반대편으로 둘리자, 태준이 그런 윤슬의 고개를 잡아당겨 입을 맞췄다. 가 볍게 닿았다 떨어졌던 입술이 다시 붙어 혀가 깊게 쑤시고 들어왔다.
성기가 구멍을 열고 들어오는 것처럼, 입술울 벌리고 들어온 혀가 깊은 곳을 집요하게 할아댔다. 욕지기가 치미는 것을 참으며 윤슬이 급하게 입 술을 때어내고 숨울 을아쉬었다.
"위험했던 거 압니까. 입구에서 쌀 뻔했습니다."
느리게 허리를 움직여 잔여을을 털어내듯 두어 번을 얄게 삽입해 들어 온 태준이 성기를 쑤셔 넣은 상태 그대로 윤슬의 몸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좋았어요?”
땀으로 젖은 태준의 뒷덜미를 손으로 쓸며 윤슬이 은근한 목소리로 을었다.
"최고였다니까."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것처럼 태준이 즉답했다. 길게 한숨을 내쉰 태준이 느리게 성기를 빼냈다. 빠져나가는 성기를 따라 질척한 액체가 엉덩이 밖으로 휼러 나왔다.
"이제부터는 아침에도 합시다.”
“무리예요.”
"뭐가 무리입니까? 잘만 했으면서 . 이 좋은 걸 안 하겠다는 겁니까?"
여러모로 오늘 아침의 경험은 부끄러운 것투성이였다. 해가 뜬 시간에 얼굴 표정이 다 드러나는 상태로 섹스를 한 것도, 권태준을 올라타 스스로 허리를 움직인 것도. 마치 조르듯 권태준의 거친 행위를 종용한 것도. 다 시 떠을리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져 윤슬이 입을 다을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누워 있어요. 수건 빨아오겠습니다."
"어차피 씻어야 하잖아. 조금 누워있다 씻게 그냥 뒤요."
“그래도 닦는게 깔공하니까."
만사가 귀찮아져 몸을 늘어뜨리고 누운 윤슬과는 다르게 권태준은 가버 운 움직임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희미한 물소리를 들으 며 윤슬이 크게 기지개를 켰다. 아침 운동을 거하게 해서 그런가, 옴이 조 금 가뿐한 것도 같았다.
의외로 자고 일어나서 하는 운동이 몸에 맞나.
쓸데없는 생각울 하며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던 윤슬이 부재중으로 남은 통화 기록에 번호를 확인했다.
이 아침에 무슨 일이시래. 사고라도 생겼나.
윤슬이 황급히 통화 버튼을 놀렸다. 수건울 을에 빨아 욕실에서 나오는 권태준울 향해 손가락울 세워 조용히 해달라는 뜻울 전하고. 상대방이 전 화 받는 것을 기다렸다.
「여보세요.」
"전화하셨어요?"
「지금 일어났냐?」
"좀 전에요. 무슨 일이에요? 뭔 일 생겼어요?”
윤슬이 걱정을 담아 묻자, 휴대폰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넌 인마, 목 무슨 일이 있어야 아비가 전화하냐?」
"아니면 다행이고. 걱정되니까그렇죠."
「갈비 재워웠다. 가지고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아침 안 먹었지?」
"용. 안 먹기는 했는데…… 지금 오신다고요?”
「그래. 씻고 정신 차리고 있어라. 겸사겸사 반찬 해둔 것도 몇 가지 가져 갈 테니까. 저번에 줬던 반찬 다 먹었어?」
"아뇨, 많이 남았어요."
「그거 얼마나 된다고 아직까지 다 안 먹었어? 귀찮으니 안꺼내 먹었지? 안봐도 뻔하다.」
쯧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타박이 둘아왔지만, 그런 타박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 언제 오실 건데요?"
「지금 간다니까 몇 번을 물어? 일어났으니 아침 먹어야지. 어차피 일어났다고 바로 밥 챙겨 먹을 것 같지도 않고. 반찬 챙겨서 가마.」
아버지의 말에 윤슬이 으어억. 하고 튀어나오는 괴성을 가까스로 삼켰다. 옆으로 다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윤슬의 몸을 젖은 수건으로 술술 닦아 주던 태준이 윤슬의 표정을 살피고 고개를 갸웃거 렸다.
"지금 말고. 한 시간만 뒤에 출발하세요."
「왜?」
"지, 집이 더러워서. 청소 좀 하고 씻으려고요."
「집에 있을 때는 청소도 곧잘 하고 밥도 잘 챙겨 먹던 놈이 혼자 나가서 산 뒤로 영 게울러졌어.」
"혼자 살면 다 이렇게 게을러져요. 아무른 지금 출발하시면 안 돼요."
「알았다. 다시 자지 말고. 얼론 일어나서 움직여.」
“그럴 거예요.”
통화를 끝낸 휴대폰을 손에 들고 윤슬이 멍한 얼굴로 권태준을 바라보았다.
"윤슬 씨 ?”
"큰일 났어요. 아버지 오신대요.”
이제는 미성년자도 학생도 아니건만. 외박한 것이 왜 이렇게 마음에 걸리는지 모르겠다. 집에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해서 그런가. 동요하는 윤슬 의 얼굴을 권태준이 신기하다는 듯 보며 웃었다.
"그게 뭐가 큰일입니까."
"씻기도 해야 하고 집도 청소해야 하는데, 난 여기서 이러고 있잖아요. 내일 오시라고 할 걸 그랬나. 밖에 나와 있다고 말할 걸 그랬나봐.”
“그떻게 넋 놓고 있을 시간에 씻어요. 옷 가져다주겠습니다."
윤슬의 몸을 일으켜 욕실로 밀어 넣으며 권태준이 말했다. 멍한 얼굴로
"입고 있어요. 나도 옷 입고 나을 테니까.”
"권태준 씨는 왜요?”
“걸어갈 겁니까?”
택시 타고 가면 된다고 말하려 했는데 지갑을 챙겨오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권태준에게 돈울 빌려 택시를 타고 갈까 하다가그냥 권태준의 차를 얻 어타고 가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끄덕인 윤슬이 허겁지겁 옷을 입고. 속옷이 든 가방울 챙기고,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거실로 나가 서성거리다 물 한잔울 마시고 있자, 준비 를 마친 권태준이 나왔다.
그렇게 걱정해요? 외박한 번 안하고 자랐습니까?"
"네, 난 착하고 모범적으로 자랐거든요."
마치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권태준이 웃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 주차장으로 내려가며 권태준이 젖은 윤슬의 머리카락을 지분거렸다.
하지 말아요."
"아쉽네요. 모처럼 같이 주말 보내는 거라 데이트라도 하려고 했는데.”
왠지 그럴 의도가 조금도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게 자신의 예상만은 아니었는지 권태준이 침욱을 택했다. 보조석 운을 열어 윤슬을 태운 태준이 운전석에 올라 차를 물았다. 토요일 오전의 도로는 다행스럽 게도 한적했다.
"얼마나 지났어요? 한 시간 지났어요."
“삼십 분 정도 지났을 겁니다. 길이 안 막히니 가는데 삼십 분 정도. 합치면 한 시간 채우겠네요."
"으아, 집에서 오피스텔까지 삼십 분도 안 걸린단 말이에요.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청소하지? 발래도 안 해놨는데. 설거지도. 세탁기 둘려놓고 청소기 일고 남는 시간에 설거지하면, 다 끝낼 수 있겠죠."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으며 시간울 가농하는 윤슬울 권태준이 힐곳 쳐다 보았다. 그 시선이 묘해서 윤슬이 왜요? 하고 묻었다.
" 평소에 아버님 오실 때에도 그렇게 열심히 청소했었습니까?"
"……그렇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오늘은 그래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잘못한 거 있다고 미리 혼날 준비하는 아이 같습니다. 평소처럼 해요. 평소처럼. 청소 너무 열심
히 해놔서 괜한 의심받지 말고.”
"어, ……그러게.”
부산을 떨던 윤슬이 문득 권태준의 말을 듣고는 멍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왜 그렇게 열심히 청소를 하려고 했지. 마치 나 잘못한 거 있어 요, 라고 자백하는 것처럼. 잘못을 감추려고 눈치 보는 애들이 이래서 부모 를 못 속인다고 하는 모양이다. 혼나지 않으려고 평소보다 잘하는 게 오히 려 더 눈에 띄어서.
"그리고 정말 뭐 잘못한 거 있습니까? 스물일곱이나 되었는데 외박울 하는 것도, 에인이랑 시간 보내는 것도 나쁜 건 아니지 않습니까."
특별하게 잘못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하게 잘한 것도 아니니까. 무엇보다 그 모든 대상이 남자라는 게 문제이고. 윤슬이 손으로 미간을 문 지르며 한숨울 삼켰다. 일단 당장 오피스텔에 을 아버지의 문제는 크게 걱 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 나머지는 나중에 다시 고민을 해봐야겠다.
조금 긴장울 누그러뜨린 윤슬이 시트에 몸을 기댔다. 방금 전까지 부산 을 떨던 사람이 축 늘어져 있자 권태준이 그 모습을 보고는 웃음을 흘렸다.
"윤슬 씨 거짓말 참 못하네요. 아버님 보기도 전에 긴장을 해서 허둥지둥. 거짓말하면 다표가 날 것 같습니다."
받으면 어떻게 해요. 외박한 거 처음인데 억울하잖아.”
"저번에 나랑 호텔도 다녀왔잖습니까.”
"그러네. 그럼 두 번째. 근데 그때도 권태준 씨가 끌고 간 거였잖아요.”
"그래요, 그래요. 착한 윤슬 씨를 내가 타락시켰다고 칩시다.”
이래서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건가 보다. 권태준이 자신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윤슬이 구시렁거렸다.
“독립하기 전에는 어떻게 했습니까, 그러면."
"딱히 외박할 일이 없었어요. 대학교 다닐 때 학교 행사 때문에 집에 못 들어가면 미리 말씀드리거나 전화 드렸고."
"와. 진짜 모범적이었네요. 성실하고."
"딱히 성실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성실해진 거예요. 말했잖아. 외박할 일이 없었다고. 외박할 일이 없어서 못 한 거예요."
"연에도 타이트하게 했겠습니다. 외박 안 하려면. 모델은 낮에 갔습니까?"
"연에하는데 모텔 갈 일이 뭐 있어요? 기껏해야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보고, 그런 거 반복이지. 밥을 밤새고 먹지는 않잖아요."
0모텔 갈 일이 왜 없습니까. 연애할 때 모텔 안 가면 모텔은 대체 언제 가는데? 결혼해서 와이프랑 모텔 갑니까? 에인이랑 떡치려면 모텔 가는 거
야 당연한 거지. 아니면 여자 쪽이 자취해서 갈 필요가 없었습니까?
마치 윤슬이 이상한 소리를 한 것처럼 정색해서 대꾸하던 권태준이 눈을 가놀게 뜨고 윤슬을 힐곳 쳐다보았다. 왠지 기분 나쁜 표정이다. 윤슬 이 입울 꾹 다을고 침육울 고수했다.
“연애를 해보긴 해본 겁니까?"
"해봤거든요."
"손잡고 껴안고 뽀뽀하고?"
"네."
"그런데 떡은 안 쳤고?”
아침부터 그농의 떡. 왠지 떡에 질릴 것 같은 기분이 돌었다.
"순진한 아가씨 만나서 순진하게 소꿉놀이만 한 겁니까, 아니면 어장관리 당한 겁니까.”
“왠지 기분 나쁜 뉘앙스인데요."
"의외여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권태준은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플거운 얼굴이라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네. 기분이 좋아보이는 얼굴이긴 하네요."
“윤슬 씨가 처음 떡친 것도 나고, 유일하게 떡친 것도 나고, 지금까지 마지막으로 떡친 것도 나란 말이잖아요."
"떡 그만해요. 앞으로 떡 못 먹울 것 같아."
결국 귀를 막으며 윤슬이 불평을 내밸었다. 왜 하필 첫 경험의 상대가 권태준이어서는. 새삼스럽게 후회가 밀려들었다. 결혼 전까지 아껴두려는 것 도 아니었는데, 그냥 일찌감치 동정이나 떨걸. 권태준의 콧대가 조금 더 높 아진 것 같은 기분에 배알이 꼴렸다.
"윤슬 씨 머리끌부터 발끝까지 다 나만 만지고 나만 가졌다고 생각하니, 새삼스럽지만 기분이 좋습니다. 윤슬 씨 벗은 몸을 나만 봤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고. 윤슬 씨 몸을 나만 물고 빨았다고 생각하니 더 기분이 좋습니다."
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어야 하는 걸까. 윤슬이 눈을굴리며 창밖을 쳐다보았다. 차는 어느새 윤슬의 오피스텔이 있는 동네에 들어서고 있었다.
“기분 좋다니 다행이네." 윤슬이 무감동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래서 권태준 씨의 처음은 누구였는데요? 나도 기분 좀 좋아지게 말해 봐요. 설마 내 처음 따먹고 혼자만 기분좋아서 낄낄거리고 있는 건 아 니겠죠?”
"……처음이 누구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열중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거지.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는 건 미련한 짓입니다."
여태까지 댁이 연연하고 있었거든. 본인이 불리해지는 것 같으니 저런다. 윤슬이 못마땅함을 드러내며 권태준을 노려보았다.
"손해 본 기분인데요.”
"뭘 또 손해 본 기분까지 둡니까. 내가 윤슬 씨한테 얼마나 열중하고 있는지. 윤슬 씨가 물라서 하는 소리입니다."
열중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만. 그래도 손해 본 기분이 드는 것은 어찔 수가 없다. 흐옴, 하고 마땅찮은 심기를 표하자 권태준이 슬쩍 윤슬의 눈치를 살폈다. 유려하게 핸들을 돌려 오피스텔 주차장에 차를 세운 권태준이 윤슬을 향해 몸을 틀었다.
"아버님은 언제 가실 것 같습니까."
"글쎄. 반찬만 두고 가실지 아니면 식사하고 가실지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점심 드시고 갈 것 같은데."
“늦더라도아버님 가시면 연락해요. 기다리고 있울테니까."
"왜요?”
"왜라는 말이 왜 나옵니까? 애인 얼굴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그러지. 이럴 때 보면 연애 못 해본 표를 내는 건지, 아니면 모론 척 사람 애태우는 건 지, 가농이 안 됩니다. 왜 자꾸 나 혼자만 연애하는 기분이 드는 겁니까."
지금 이게 연애였나. 그와 동시에 연에하고 있는 거였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연애하는 거니까 권태준과 이런저런 일까지 했겠지. 본인 의 일을 삼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윤슬이 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벨트를 풀고 내리려는 윤슬의 어깨를 잡아당긴 태준이 입을 맞췄다. 급하게 입술을 열고 들어온 혀가 왠지 모르게 조급함을 담고 있어, 그게 권태준의 속내처럼 느껴진 윤슬이 살짝 눈 끝을 접어 웃었다.
첫 번째인지, 두 번째인지. 아니면 한참 뒤의 순번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과 상관없이 권태준이 현재 자신에게 조급함을 내비칠 정도로 열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말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헤어지기 싫다는 마음을 절절하게 내비치며 권태준이 입술을 마주한 상태로 말했다.
"올라가서 청소 너무 열심히 하지 말아요. 뭔가 찔리는 거 있다고 표나니까."
"알았어요."
"아버님 가시면 바로 연락하고."
"알았다니까."
"외출할 준비는 안 해도 됩니다. 내가 올테니까."
"와서 뭐하려고?"
"대답 잘하다가 또 이러네."
"알았어요."
마주하고 있는 입술을 꾹꾹꾹 도장 찍듯이 누르던 권태준이 어렵사리 윤슬의 몸을 놓아주었다. 문을 열고 내린 윤슬이 엘리베이터를 향하여 걸으 며 권태준에게 술찍 손 인사를 했다. 어두워 안쪽이 보이지는 않지만, 권태준이 자신을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청소했다는 게 이거야? 한 시간 뒤에 오래서 얼마나 쓸고 닦고 하려나 했더니, 기대를 한 내 잘못이다."
현관 안으로 들어선 아버지가 원룸 안을 살피고는 쯧쯧 혀를 찼다. 적당히 하라는 조언에 설거지만 해놓고, 물건 정리하는 수준으로 끝냈는데. 아무래도 청소기는 돌렸어야 했을까. 너무 적당히 해놓은 모양이었다.
"갈비는 언제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재워뒀다. 그래야 숙성시켜서 먹을 거 아냐.”
"그게 뭐라고 아침부터 해요? 주말이니까 늦잠이라도 주무시지."
체줘도 불만이나. 다음부터는 나을 반찬만 해온다?”
나물이 싫어서 윤슬이 현명하게 입을 다울었다. 가지고 온 쇼핑백울 싱크대 위에 내려놓은 아버지가 그 안에서 반찬통을 꺼냈다.
"뭐해? 받아서 냉장고에 넣어 둬."
"냉장고에 자리 없는데."
"왜자리가 없어?”
의아한 얼굴로 냉장고 문을 열어본 아버지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 빵은 먹겠다고 냉장고에 넣어뒀냐? 어떻게 냉장고 안에 뒀는데도 곰팡이가 피어?"
그러게, 자신도 궁금했다. 냉장고에 있는 것들 중 절반 이상이 밖으로 끌려 나왔다. 대부분 빵이나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남은 것들로. 아버지의 과 감한 손길에 음식물 쓰레기로 분류가 되었다.
"너 이럴까봐 나이 먹은 아들 뒤치다꺼리한다는 손가락질 받으면서도들 여다보는 거다. 대체 뭘 먹고 사는 거야?"
"입에 맛있는 거. 건강에 나쁜 거.”
"자랑이다, 인마.”
윤슬이 정수리를 쿵, 하고 줘어박은 아버지가 말라 비를어졌거나 쉰 반 찬들도 분류해서 버렸다. 저건 아버지가 만둘어서 가져다주신 것들인데, 조금 죄송스럽긴 하다. 옆에 쪼그리고 앉아 반성하는 자세로 입을 다을고 있자. 빠론 손놀림으로 냉장고에 절반 이상의 공간을 만든 아버지가 문울 닫았다.
"매번 다 꺼내서 먹으라는 소리 안 할 테니까, 밥 먹을 때 반찬두가지 는 꼭 끼내서 같이 먹어. 그것만 해도 저번에 가져다줬던 건 다 먹었겠다."
그야 그렇지만 애초에 밥을 먹는 것조차 귀찮아서 라면이나 빵으로 때우 는 게 문제였다. 윤슬은 네. 하고 대꾸하면서도 새로 가져온 반찬을 다 먹 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었다.
“연근조림하고, 알감자조림, 쌀게볶음, 오뎅볶음. 열어보면 알겠지? 오뎅 볶은 건 오래 놔두지 말고 먼저 먹어. 그리고 이건 간장게장이다. 누가 판다고 해서 주문했는데 실하니 좋더라. 너 먹을지 올라서 조금만 가져와 봤으니까, 먹어보고 괜찮으면 더 가져가."
"내가 사먹어도 되는데.”
“사 먹어도 되는데 안 사 먹으니 이러는 거 아냐. 반찬가게에서도 파는 게 반찬인데, 언제 네가 사 먹은 적이라도 있냐?”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괜한 소리를 했다가 잔소리를 돌었다.
"재영이는 지가 해 먹지는 않아도 있는 거 꺼내 먹기는하는데, 년 있어도 챙겨 먹질 않아. 같이 살 때는 부지런한가 싶더니 왜 혼자 나와사니까 이 모양이야? 너 집에 다시 들어을래?"
"싫어요."
독립의 자유가 좋기도 하고. 재영과 한집에서 얼굴 마주하고 살 정도로 지금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단박에 나온 대꾸에 아버지가 이마에 주름을 만들었다.
“불려 들어오기 싫으면 잘 챙겨 먹어. 아비가 뭐 거창한 거 바라냐? 밥만 잘 챙겨 먹으라는 건데 왜 말을 안 들어? 어릴 때 속 안 썩이던 놈이다
커서 속을 썩이고.”
"어릴 때는 혼나니까 억지로 먹은 거죠. 이제 다 컸으니까 먹기 싫은 거 안 먹을 거야."
"다 큰 농이 할소리냐."
윤슬의 눈앞에서 두껑을 열어 내용을울 확인시켜준 아버지가 반찬통을 정리해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었다. 다리를 피고 일어서자 큼직한 통 하나 가 윤슬울 반겼다.
"이건 갈비다. 아침 안 먹었지? 지금이면 먹어도 될 거다.”
"아버지는 드셨어요?”
"난 먹고 왔지."
"그럼 두세요. 내가 나중에 먹을게."
"참도 먹겠다. 상이나 펴. 금방 구우니까. 아, 밥은 있냐?"
프라이팬을 꺼내고 양념에 재워뒀던 갈비를 을리며 아버지가 을었다.
"…햇반 있는데."
왠지 쯧쯧, 하고 혀 차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모른 척하며 햇반 하나를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상을 펴고 데운 밥을 꺼내 올려놓자, 지글지글
갈비 굽는 소리와 냄새가 온 집에 가득 갔다.
"쌀 없냐? 칼도 가져다주랴?"
"……밥해 먹을게요."
먹을직스럽게 구워진 갈비를 접시에 담아 상에 내려놓으며 아버지가 물었다. 질문이긴 하지만 실상은 질책이어서 윤슬이 고개를 수그리고 웅얼거 렸다.
"……형은 어찌고 있어요?”
"재영이? 그냥 평소랑 같지.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더라. 속내야 말을 안 하니 알 수가 있나."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갈비률 입에 넣고 우을거렸다. 양념이 잘 밴 갈비는 제법 맛이 좋았다. 오물거리며 밥과 갈비룹 먹고 있는 윤습을 아버지가 울끄 러미 바라보았다.
“밥을 안 먹어서 그런 거야, 아니면 너도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내가 왜요?”
"얼굴이 상한 것 같은데."
넌지시 건네는 물음에 윤슬이 제 뺨을 손으로 문질렀다. 새삼스럽게 밥을 안 먹은 것도 아니고, 매번 하는 고민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아무 래도 권태준에게 오늘 아침의 일을 포함하여 요 며칠 시달려 진이 빠진 모 양인데. 아버지 눈에 그게 보인 모양이었다.
아무 일도 없어요."
"그럼 다행이지만, 흑시라도무슨 일 있으면 목 아비한테 말하고."
"네, 네."
재영이 일로 신경 쓰는 건 아니지? 저번에 그……재영이가 괜한 소리를 해서 네 속까지 뒤집어놓은 건 아닌가 싶다. 계속 신경이 쓰여."
"……신경 쓰지 마세요."
"네 엄마는 없지만, 아비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 그건 네 잘못도 아니고, 네 잘못이 아닌 일로 죽은 네 엄마가 널 원망할 리도 없다는 거다. 아무도 네 탓이라고 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손가락질하는 놈이 있으면 말해. 내가 가서 그 손가락을 부러뜨려 놓을 테니까."
"알았어요, 알았어.”
밥을 크게 떠 입에 넣으며 윤슬이 손을 내저었다.
"그래도……가끔은 그런 생각을하잖아요. 예전 일 떠을리면서, 내가 뭔가 했다면 지금과 달라지는 게 있지는 않을까. 뭐 이런 후회.”
"하긴 뭘 어떻게 해? 너 그때 아홉 살이었어. 그런 네가 차를 옮겨, 아니면 차 문짝을 때어내? 그 자리에 내가 있었어도 할 수 있는 건 없었을 거다. 그런 거로 상처 내지 마라. 세상 살면서 상처받울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 런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상처를 내. 네가 네 속울 긁지 않아도. 네 속 긁울 사람은 세상천지에 널렸어."
그래도 온전히 내 책임이 없다고는 생각 되지가 않아요.
그러한 말을 삼키며 윤슬은 갈비로 입을 막았다. 아들 먹인다고 질 좋은 고기로 만들었을 갈비가 유독 껄끄러웠다.
"혼자 먹으니 맛있었습니까."
"고기는 혼자 먹어도 맛있어요.”
단박에 나온 대꾸에 권태준이 할 말을 잃은 사람처럼 침묵했다.
"그럼 저녁은 뭐 먹을 겁니까.”
“나 저녁 생각 없는데. 내일 점심까지 안 먹어도 될 정도로 배불러요." "그럼 나는?”
“그러게 누가 굶으랬나. 내가 점심 먹을 것 같다고 했잖아요.”
“저녁은 같이 먹어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소화 안돼서 생각 없어요.”
윤슬의 말에 태준이 매정하기는, 하고 중얼거렸다.
밥을 먹은 두1. 그냥 두라는 말에도 기어코 설거지까지 해준 아버지는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일상 이야기를 빙자한 잔소리를 늘어놓고 돌아갔다. 부론 배를 두드리며 늘어져 있던 윤슬이 문득 아버지가 가시면 연락하라 는 권태준의 말이 생각나 전화를 하자. 마치 대기하고 있었던 것처럼 권태준이 쪼르르 달려왔다.
“밥 먹을래요? 차려플게. 아버지가 반찬 많이 해주셨거든요. 갈비 양념한 것도 주고 가셨는데."
"혼자 무슨 맛으로 먹습니까."
"그럼 말고."
신경 써서 차려준다고 해도 싫단다. 내심 그렇게 말을 해도 귀찮았는데, 거절하면 이쪽은 고맙지. 말을 바꿀까 겁이 난 윤슬이 발라당 배를 보이고 침대에 놉자, 그 골을 내려다보며 권태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무슨 레퍼토리지. 발끝을 한돌한돌 흔들고 있던 윤슬이 고개률 젖 혀 권태준울 올려 다보았다.
“아무리 내가 저둘적으로 일어붙여서 여기까지 왔다고는 해도, 날조금 은 생각해풀 수 없습니까? 조금이라도 표현을……아니, 됐습니다.”
뭔가 말을 하려던 권태준은 이내 입을 다을고 고개를 내저었다. 힘이 빠 진 사람처럼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침묵하는 권태준의 얼굴울 올려다보 다 윤슬이 자리에서 주섬주섬 일어나 암았다.
"생각……해요. 항상은 아니지만, 가공 생각해. 권태준 씨가 알고 있는 것보다 아마 더 자주 하고 있는지도 올라요. 표현을 안 하는 건 그냥 내 성 격이 그래서 그런 거고."
권태준의 눈치를 살피며 혼이 난 아이처럼 웅얼웅얼 목소리를죽여 말하자. 다가온 권태준이 윤슬의 어깨를 붙잡았다.
“내가 이렇게 표현하고, 신경 쓰고. 얼마나 윤슬 씨 생각을 하는지 알면서. 윤슬 씨는 어떻게……."
감정이 격해진 것처럼 어깨를 붙잡아 흔드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혼들리는 권태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윤슬이 괜스레 미안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 었다.
처음엔 분명 끌려다닌 게 맞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좋아하지 않나 싶은 생각울 하기도 했는데. 안 좋아했으면 권태준하고 옷 벗고 윙굴 일도 없 었울 거고. 거 기까지 진도를 나간 것을 보면 자신도 권태준을 마욤에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권태준에게 확신을 심 어주지 않았을 뿐이지, 이 정도면 권태준도 자신도 비슷한 0ㅏ음이라고 서 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라고 두루응술하게 넘기려고 했던 게 잘못이었울까. 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권태준을 불 때마다 자신은 그냥 대충 넘어가도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권태준이 작게 한숨울 내쉬며 말을 내밸었다.
"어떻게 아직도 내 얼굴에 넘어오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에요. 윤슬 씨 안과에 좀 가야겠습니다. 설마설마했는데 꼭 가야겠어요."
"……야."
권태준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려 일어낸 윤슬이 자리를 털고 일어 났다. 아무론 진지한 마음이 일 분을 넘어가지 못한다. 저 인간한테 흔들리 는 자신이 문제인 거지.
"갈비 구워줄 테니까, 입 다을고 먹어요. 냉장고에서 먹고 싶은 반찬은 알아서 꺼내고."
밥은 역시나 햇반. 아버지가 닦아놓고 간 프라이팬을 꺼내 가스레인지에 울렸다. 뭔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권태준이 냉장고 문을 열었다. 덩치는 커다란 주제에 토라져 냉장고 앞에 웅크리고 않아 있는 모양새가 어울 리지 않게 귀엽다는 생각울 했다.
비록 약간의 불평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고기를 구워줬더니 권태준은 복스럽게 밥 한 그릇을 비웠다. 설거지를 권태준에게 시켜놓고 상을 치운 윤슬이 모든 것을 해치운 뒤의 해방감울 만끽하며 침대에 누웠다. 요란하 게 설거지를 마친 권태준이 젖은 손울 수건에 닦고 슬그머니 윤슬의 옆으 로 올라왔다.
"설거지다 했어요."
"깨끗하게 다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말도 못 붙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설거지도 시키고 머리도 토닥토닥 쓸어주는 수준이 되었다. 익숙해진 건지 아니면 담이 커 진 건지. 스스로의 변화가 옷기고, 권태준의 변화도 옷겼다. 침대에서 일어 낼까봐 술금술금 눈치를 살피는 권태준이라니, 예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왜 웃습니까."
"권태준 씨가 귀여워서요.”
평소 권태준이 윤슬에게 자주 하는 말이었는데. 막상 윤슬이 권태준에 게 말하자 표정이 이상해졌다. 귀엽다는 말을 듣는 남자의 심정을 권태준 도 이제 이해가 되는 모양이었다. 역시 사람이란, 본인이 직접 당해봐야 그 감정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니까.
“이제야 내 얼굴에서 잘생김에 더해 귀여움을 찾을 수 있는 안목이 생겼 습니까?"
저 자신감의 원천을 찾는다면 역시 얼굴이겠지. 차마 할 말이 없게 만드 는데도 반박하기 어려워 윤슬은 말을 돌렸다.
"설거지 다 했으면 집에 가시죠.”
"내일까지 있다 갈 겁니다."
"아니. 집도 넓은 양반이 왜 자꾸 이 쥐꼬리만한원롱에서 자리를 차지 하고 있으려고 해요?"
“윤슬 씨가 넓은 집에 갈 생각이 없으니까."
그것 역시도 맞는 말이라 윤슬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박또박 대꾸하는 말마다 어찜 이렇게 맞는 말만 하는 건지. 사람 말문 막히게 만드는 재능 을 가진 것이 분명했다.
“아버님은 반찬만 주고 가셨습니까?"
윤슬의 허리를 잡아 바짝 끌어당겨 안으며 권태준이 물었다.
“걱정되니까 겸사경사 들여다보고 가신 모양이에요. 형 일도 있었고, 형 이랑 싸웠다는 말도 들으셨으니 걱정이 되셨겠죠. 자라 보고 놀란 가숨솔 뚜껑 보고 놀란다고, 한 농 문제 생기니 다론 놈도 돌아보게 되는 심리랄 까."
"내가 옆에 있다는 걸 아시면, 믿고 안심하셨을 텐데. 아쉽습니다.”
아나. 그거 아니야. 실상울 아신다면 정말 아버지가 안심하셨울까. 권태준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제외하더라도. 같은 남자인 권태준이 옆 에 붙어서 자신과 무슨 짓을 하는지 알게 된다면. 안심은커녕 머리를싸매 고 자리에 드러누우셨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만으로도 눈앞이 깜깜해졌다.
“아버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 것 같습니다. 반찬도 만돌어서 가져다 주시고. 살가운 성격이신 것 같아요.”
“엄마가 없으니까. 아무래도 다론 아버지들처럼 돈만 벌어다 주는무뚝 뚝한 한국 아버지들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죠. 그랬다간 애들이 정 붙일 곳 없어서 붕 떠버리잖아. 아버지가 현명하셨던 것 같아요. 어릴 때 친구처 럼, 나이 차 많이 나는 큰형처럼 격의 없이 지냈거든요. 술도 거의 안드시 고, 주말에도 항상 우리 형제랑 시간울 보내고.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 개 인 시간이 거의 없었네. 그건 폼 죄송하네요."
"좋은 아버지이신 것 같습니다."
"응, 좋은 아버지죠.”
권태준의 팔을 잡아 길게 뻗게 만들고, 그 팔 위에 머리를 올려놓은 윤슬 이 태준의 옆구리에 붙었다. 마치 아버지의 품처럼 든든하고 평온했다.
"아버님은 살가운 성격이신데, 어째 자식들은 다 이렇습니까? 큰놈은싸 가지가 없고, 작은놈은 애교가 없고."
"작은놈이 애교가 없어서 미안하네요.”
“미안하면 좀 배워봅시다.”
"배울 정도로 미안한 건 아니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발전도 없습니다.”
"애교를 발전시켜서 뭐에 쓰라고?"
"나한테 쓰면 됩니다.”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한 마디도 지지 않는 권태준의 대꾸를 듣던 윤슬 이 하아, 하고 한숨울 삼켰다. 말도 섞고 싶지 않아. 그냥 입 다물고 있으 면 얼굴 감상이라도 좋은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권태준의 주둥이 가 항상 문제인 것 같았다.
"배부르니까 졸리네요."
“잘 겁니까?"
"딱히 할 일도 없고. 모처럼 배부르게 먹었으니까좀 일찍 잘까싶어요."
"할 일이 왜 없습니까. 나랑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 할 일이 무엇인지 대충 예상은 되지만, 지금은손가락 하나 까닥하고 싶지 않았다. 기분 좋을 정도로 적당히 배가 불러서 나른하고 만사 귀찮았 다. 윤슬이 거부의 뜻을 담아 권태준의 옆구리에 파묻었던 얼굴을 절레절 레 내저었다.
"나 지금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귀찮아."
“윤슬 씨가 뭐 하는 게 있습니까. 물고 빨고 할고 넣고 쑤시고. 내가 거 의다 하는데.”
"아, 씨. 권태준 씨가 멀곰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그런 소리를 할까봐 무서워서 내가 우리 아버지한테 소개를 못 시키겠어요.”
아버지한테 소개시키려고 했습니까? 애인이라고 인사라도 시키려고?"
"우리 아버지 뒤로 넘어가는 꼴 보고 싶어서 애인이라고 소개를 시켜요? 그냥 아는 사람. 친구. 친한 형. 뭐 이 정도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타박울 했지만 나브지 않은지 권태준의 가슴 이 위아래로 작게 혼들렸다. 웃고 있는 게 분명했다. 팔로 허리를 감싸 안 아 바짝 끌어당기며 윤슬이 옆구리에 얼굴을 묻었다. 기분 좋은 체향이 익 숙하게 콧속으로 스며 돌었다.
학교에서 짝꿍과 싸웠다. 짝꿍은 새침을 떠는 여자아이였는데, 사이가 나빴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계기는 사소했다. 윤슬의 빨간 색연필이 짝 꿍의 하얀 원피스에 풀을 그었고, 그 이유로 짝꿍이 화를 내며 윤슬을 때렸 다. 몸집이 커지기 전이라 여자남자 할 것 없이 고만고만한 체구였다. 투닥 거리며 주먹이 오가다 멱살이 잡히고 머리채가 잡혔다. 그리고 피를 봤다.
피를 본 것은 윤슬이었다. 코피가 주르록 흐르자 짝꿍이 오히려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종례를 하러 들어온 담임 선생님이 그 모습을 보고 방과 후에 남겨 자초지종울 물었고, 연락울 받은 엄마가 학교로 급하게 찾아왔 다.
“갠 못됐어."
집으로 향하는 차의 보조석에 않은 윤슬이 뾰로통한 목소리로 불통거렸 다. 약송이 코를 막고 있어 코맹맹이 소리가 났다.
"짝꿍이랑 사이좋게 지내야지.”
"난 잘해주려고 하는데 만날 화낸단 말이야. 무서워. 눈도 이렇게 찢어져 서 못생겼어."
"여자 친구한테 그런 소리 하면 또 맞을걸.”
"여자 친구 아니야."
여자고 친구면 여자 친구지." 아니거든."
발을 구르며 항의했지 만 엄마는 웃기만 했다.
기기가 때려놓고 울었어. 아픈 건 난데. 여자애들은 울면 다 되는 줄 아 나봐.”
"미안하고 무서워서 울었을 거야. 친구니까 이해해줘야지.”
“억울해. 내가 더 많이 맞았는데 선생님은 똑같이 잘못했대. 때린 것도 개가 먼저 때렸는데. 나는 코피도 났는데, 왜 똑같이 미안하다고 사과해? 선생님이 나 미워하는 것 같아.”
“아닌데. 엄마가보기엔 선생님도우리 윤슬이 많이 좋아하는데?”
"아니야. 선생님은 여자애들만좋아해.”
어린 윤슬의 불평에도 엄마는 옷기만 했다. 책가방을 앞으로목 안고 있던 윤슬이 술찍 엄마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형한테 나 맞았다고 말하지 마, 엄마."
"왜?"
"창피해."
"뭐가 창피해."
"여자애한테 맞아서 코피 난 거 들으면 형이 놀릴 거야."
중학생인 형은 만날 어른인 척했다. 자기도 초등학생일 때가 있었으면서, 만날 윤슬을 보면 "년 어리니까’라면서 무시하곤 했다. 생각해보니 형 도 정말 얄밉다. 짝꿍한테 맞아서 코피가 났다는 걸 알면 엄청 놀릴 게 분명해."
"나도 태권도 배울까.”
“운동하기 싫다며."
"형이 태권도 배웠다고 자랑하잖아. 나도 검은 띠 갖고 싶어."
"태권도 배우면 건강해지고 좋지. 그런데 윤슬이가 잘 안 다닐 것 같은 데?"
"아냐, 잘 다닐 거야."
지금 다니는 학원도 가기 싫다고 만날 울잖아."
"안 울어."
엄마가 놀리니까 아버지도 놀리고, 형도 놀린다. 계일 나이가 적다는 이 유로 우리 집 동네북이 되었다. 아. 발리 나이 먹었으면 좋겠다. 중학교만 들어가도 어리다고 놀리지는 않을 텐데.
“키 발리 커서 짝꿍 바꿨으면 좋겠어. 지금 짝꿍 너무 싫어.”
"친구끼리 잘 지내야지."
“아빠가 그러는데 난 엄마 닮아서 키가 작대."
"어머, 그게 왜 엄마 탓이야? 네 아버지도 큰 키는 아니거든.”
“빨리 형 만큼 컸으면 좋겠어 ." 재영의 키도 그리 큰 편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윤슬은 어서 빨 리 제 형만큼 크기를 바랐다. 키도 크고 덩치도 커지면 짝꿍도 바꿀 수 있 을 거고, 같은 반에 덩치 큰 애들과싸워도 지지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