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둘러 윤슬의 등을 끌어안은 태준이 바짝 잡아당겼다. 땀으로 범벅 이 된 목덜미에 이마를 기대고 윤슬이 나직이 숭을 내쉬었다. 안겨있는 권태준의 가승도, 끌어안긴 자신의 몸뚱이도, 얽혀있는 하체도 온통 땀과분 비을로 끈적 거 렸다.
"무슨 생각합니까."
땀으로 젖은 윤슬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태준이 나직이 을었다.
."섹스라는 게 사람스럽고 보송보송한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 로 치열하고 고되고 겸승이 된 것 같은 기분이구나. 이래서 현실은 다르다 는 거구나. 뭐 이런 생각?"
가만히 윤슬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마주 닿은 가슴이 작게 울리는 것을 느끼며 윤슬이 권태준의 풍에서 벗어나 몸을 일 으켜 암았다.
"왜 일어납니까.”
"덥고 끈적거려요."
“누워요, 에어컨 온도 내리겠습니다.”
"씻울래. 끈적거려서 껍찝해요."
“윤슬 씨 참 무드 없는 남자네요. 지금은 씻는 것보다 끌어안고 서로 칭 찬해주면서 후희를 풀겨야 하는 거 아닙니까.”
"칭찬? 무슨 칭찬?”
침대에서 일어서자 골반이 삐거덕거리는 느낌이었다. 허리를 특툭 두드 리며 한 걸음울 내딛자 허벅지를 타고 무언가가 주특 홀러내렸다.
“윤슬 씨 안이 얼마나 뜨거웠고 얼마나 조였는지, 내 손기술이 얼마나 훌 름했는지, 내 종이 얼마나 크고 단단했는지 뭐 그런 거 말입니다."
“그건 칭찬이 아니라 능욕 수준인데. 능욕으로 후희를 플기는 풀은 또 몰 랐네요."
욕실로 들어가며 핀잔하자, 누워있던 태준이 일어나 욕실로 따라 들어왔 다.
"윤슬 씨 같이 씻는 거 좋아하지 않습니까."
"금시초운인데."
"안에 싼 거 빼야 한다고 합니다. 내가 손울 잘 쓰니까, 대신해주겠습니다."
태준의 말에 귀를 기울였던 윤슬이 한숨을 내쉬고는 조용히 권태준을 밀어 욕실 밖으로 내보냈다.
"윤슬 씨."
살짝 용이 흔들리며 이름이 불렸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 걸쳐 작게 울음을 토해냈다.
"나쁜 꿈꿨습니까?"
눈을 떠 눈꺼풀을 깜빡거 리자, 고여 있던 눈묻이 주르륵 홀러 내렸다. 손을 듐어 손등을 눈가에 대자 열이 오른 피부가 느껴졌다.
"우는 것 같아서 깨웠습니다. 안좋은 꿈 꿨어요?”
"아, 조금……"
잠긴 목이 칼칼해서 윤슬이 작게 를록거렸다.
“을 종마시겠습니까.”
태준이 질문과 합께 침대에서 일어섰다. 침실 밖으로 나간 태준이 물이 담긴 컵을 가져와 윤슬에게 건넸다.
"윤슬 씨도 악몸을 꾸나 봅니다."
윤슬이 비운 컵을 다시 받아 협탁 위에 올려놓은 태준이 침대 위로 올라와 윤슬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베개에 등을 기대고 나란히 앉은 태준이 팔 을 얻어 윤슬의 어깨를 감쌌다.
"나라고 악몽을 안 꾸겠어요."
"남의 악몽도 없애주지 않습니까. 윤슬 씨라면 악몸을 꿔도 쉽게 없애거나 벗어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태준의 대꾸에 윤슬이 힘없이 웃었다.
"이건 악몸이 아니에요. 그냥……."
"그냥?"
"그냥 슬픈 꿈, 뭐 그정도."
“얼마나 술픈 꿈이기에 그렇게 서럽게 웁니까? 형이라는 인간이라도 나와요?"
"그거야말로 악옹이지."
꿈이라고 형이 좋은 소리를 해줄 리가 없으니까. 현실보다 더 지독하겠지. 상상만으로도 공찍하다며 윤슬이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을 보고 태준이 웃었다.
"꿈에서 엄0느룰 봐요.”
"어머님이 어릴 때 돌아가셨다고 했죠?”
"네, 아홉 살 때.”
궁벵이처럼 꼬물꼬물 몸을 움직여 침대에 누운 태준이 팔베개를 해주었다. 태준의 옆에 누운 윤슬이 멍한 시선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보고 싶죠. 보고 싶은데……엄마를 생각하면 보고 싶은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커요."
“왜 미안합니까. 말 안 들었습니까?"
그런 거라면 이렇게 죄책감을 느낄 이유도 없겠지. 꿈 내용을 다시금 떠 올리느라 한동안 말이 없던 윤슬이 뒤늦게 입을 열었다.
"둘아가실 때 옆에 있었어요.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였는데,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어. 엄마는 차에 다리가 껴서 못 나오고, 나만 급하 게 밖으로 일어냈어요. 아직도 엄마 목소리가 기억나요. '윤슬아. 119에 전화해. 119 알지? 사고 났다고 전화해.'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못 했어. 신고를 하지도 못하고, 아버지한테도 연락을 못 하고. 그냥 겁에 질려서 울 고만 있었거든요. 그러다 2차 추돌이 일어났어요. ……내가 그때 뭔가를 했다면 엄마가 살 수도 있지 않았울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요."
"쭉 그런 생각울 했습니까?"
"네."
"지금도?"
윤슬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살릴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아홉 살이었던 윤슬 씨가 그 때 어떤 행동을 했다면 어머니를 살릴 수 있었을 거라고?”
"어머님이 둘아가신 것은 분명 술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으로 윤슬 씨가 자책할 이유는 없습니다. 윤슬 씨 책임이 아닌 일에 죄책감을 갖지 말아요.”
말하지 않은 게 있어. 할 말이 많았지만, 그것울모두꺼낼수는없었다. 윤슬은 대답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꾹 입을 다물고 있는 윤슬의 뺨을 아프지 않게 조물거리며 권태준이 작게 한숨울 내쉬었다.
"윤슬 씨를 보면 사서 걱정하고, 사서 고민하고, 일부러 고통 받으려는 사람 같습니다. 혹시 그런 취향 가지고 있습니까?"
"그런 취향이 뭔데요."
"마조히스트냐고."
이 새끼가. 윤슬이 감정을 담아 주먹으로 태준의 배를 때렸다. 억, 하고 엄살을 부리듯 과장된 신음을 내별은 태준이 윤슬의 표정을 살피고는 소 리 내어 웃었다.
"우리……조금 닮은 것도 같습니다."
"뭐가요."
“벗어나려 하기보다 기억하려고 하는 거.”
베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
악몸을 없애주겠다는데도, 없앨 수 있다고 하는데도 거절하는 권태준울 보며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스스로도 모르게 동질감울 느꼈던 것일 까. 윤슬은 그때의 자신울 떠올려보았지 만, 자신의 속0뉴음까지는 알 수 없 었다.
"그랬군요.”
"뭐가요."
맥락이 이어지지 않는 권태준의 말에 윤슬이 고개를 틀어 태준을 바라보 았다.
"윤슬 씨가 날 좋아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봤 을 때 내 얼굴을 보고 호감이 생겼는데, 이런 면에서까지 비슷하니 마음이 라고 안 끌렸겠습니까. 이해합니다.”
권태준이 이해할 타이밍이 아닌데.
윤슬이 손으로 눈 위를 덮으며 작게 한숨을 내별었다. 그건 그냥 찜계였
다고 애기를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못되었나. 자신이 권태준에게 사실 73"."869
을 말하지 않았던 걸까. 확실히 얘기를 했던 것은 자신의 상상이었나. 자 못 당당한 권태준의 태도를 보니 스스로의 기억에 대한 믿을이 희미해졌 다. 반북적으로 말을 듣다 보니, "처음 권태준울 봤을 때 잘생겼다는 생각 울 하긴 했었지. 어찌면 그것도 호감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스 스로를 설득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스스로를 괴롭히지는 말아요."
"그건 권태준 씨가 내게 할 말이 아니죠. 나한테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스 스로에게 해요.”
누가 누구에게 충고를 해. 자기 꿈에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윤슬이 손가락으로 태준의 옆구리를 묵 찌르며 핀잔하자, 태준이 어깨를 으 쓱였다.
"난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님니다.”
"그럼 뭔데요?”
"지켜보고 기억하는 겁니다. 내가 했던 일들을. 내가 저지론 잘못과 내 가 감춘 것들을. 남들의 의식과 기억에서 지워버린 것들에게서 등돌려 외 면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나는 그냥 보고 기억하는 겁니다. 내가 무슨 짓들 을 저질러왔는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것을 물으려던 윤슬은 입을 다을었다. 그것
을 묻는다면 자신이 매번 꾸는 꿈 또한 의미가 없다는 말이 되니까.
“윤슬 씨는 어떻습니까.”
"내가 뭘요?”
“윤슬 씨는 어떤 마음입니까. 스스로를 괴롭히는 겁니까, 아니면 어머님 울 기억하는 겁니까.”
"……말하고 싶지 않아요.”
윤슬이 몸울 둘려 태준울 등지고 누웠다. 등 뒤로 윤슬을 따라 태준이 둘 아눕는 것이 느껴졌다. 벽을 세운 것처럼 작게 웅크린 윤슬의 등을보듬으 며 태준이 윤슬의 어깨에 살며시 입술울 늘렸다.
“내 꿈에 나오는 사람돌에게 나는 악마였습니다. 짐승이었고, 괴을이었 습니다. 그들은 죽어서도 나를 그렇게 기억할 겁니다. 윤슬씨 어머님은 어 떻습니까. 사고가 일어났을 때, 아홉 살이었던 윤슬 씨가 어머님을 구하지 못했다고 원망하며 둘아가셨을까요. 사고가 일어났을 때에도 그분에게 윤슬 씨는 본인보다 우선이었을 사람스러운 아들이고, 어린 나이에 보듬어주 지 못하고 헤어져야 했을 안쓰러운 아들일 겁니다.”
"그만 말해요. 나 잘 거야."
“어머님의 꿈을 꾼다면, 그분의 얼굴을봐요. 그 얼굴 속에서 윤슬씨를 향한 원망이나 책망이 있는지. 답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더불어 윤슬씨가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울 하고 있는지도.”
어깨 너머로 권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윤슬은 듣지 못한 척 꾹 눈을 감았다.
초밥을 사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태준이 현관 비일번호를 늘렀다.
윤슬이 어제 입고 왔던 옷은 아침에 빨래를 한다는 명목으로 세탁기에 넣어버렸고, 그마저도 세탁 버른울 누르지 않아 을에 잠긴 상태일 것이다. 자신에게 끌려오느라 챙긴 것이라고는 자신이 가방에 넣어온 속옷 몇 장 이 전부. 지갑도 챙기지 못한 윤슬이 집에 갔을 리는 없고. 지금 태준이 유일하게 궁금한 건 과연 윤슬이 알옴일까, 하는 것이었다.
새벽에 악몸을 꾼 탓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드느라 윤슬은 아침까지 비몽 사몽의 상태였다. 출근한다는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것 같지도 않았고, 빨 래를 하겠다는 자신의 말도 제대로 듣지 못했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 그 상 태로 자고 있으려 나.
주방 테이블에 종이가방을 내려놓고. 인기척 하나 없이 조용한 침실로 걸음을 옮기던 태준의 시선 끝에 거실 소파에 누워 있는 윤슬이 보였다.
발소리를 죽여 다가간 태준이 조용히 윤슬을 내려다보았다.
옷장울 뒤져 자신의 옷을 꺼내 입었는지. 윤슬은 헐렁한 티셔츠에 드로즈 차림으로 소파에 엎드려 잠든 상태였다. 살짝 고부린 발가락과 쭉 뻗은 종아리, 유난히도 하얀 허벅지를 타고 울라온 태준의 시선이 옷울 입고 있 음에도 윤곽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엉덩이와 굴곡진 허리를 지나 동그란 어깨와 얌전히 모은 팔을 베고 잠든 윤슬의 얼굴에 떨어졌다.
밤새 저 얼굴을 마주하고 어루만지고 키스했었다. 꿈같던 그 시간은 모두 현실이었고, 저 얼굴만이 아니라 옴 전체를 할고 빨았다. 가져야겠다고 생각했고 분명 가졌다고 생각했음에도 왜인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가 없었다. 문득 갈증을 느낀 태준은 타이의 매듭을 느슨하게 잡아당기다 이내 플어 던져버렸다.
손을 대면 잠에서 깨어날까. 욤영 진 속눈썹을 응시하며 태준이 손울 뻗었다. 티셔츠가 한쪽으로 홀러내려 드러난 어깨에 손끝이 닿자 감겨있던 속눈썹이 살짝 떨리는 것이 보였다. 잠시 숨을 멈추고 윤슬의 얼굴을 살핀 태준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음울 확인하고 천천히 손을 내렸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등허리를 지나 브리프의 밴드를 손끝으로 더듬다 셔츠 안으로 살짝 손울 일어 넣었다. 타인의 피부에서 전해지는 미미 한 온기가 손끝을 적셨다.
더해지는 갈증에 태준이 마른 입술을 혀로 할았다.
부드러운 피부를 손으로 더듬으며 셔츠를 끌어을리자 하알고 매끄러운 등이 시야에 잡혔다. 티끌 하나 없는 피부 위, 옆구리 근처에 불펜으로 찍 어놓은 것처럼 까만 점 하나가 시선을 끌었다. 손끝으로 살살 매만지다 허
리를 구부려 입술을 대보았다. 적당히 온기 어린 살갗에 입맛이 돌았다.
엎드린 윤슬의 위로 조심스럽게 올라탄 태준은 무게가 실려 윤슬이 깨는 것을 막기 위해 무릎으로 몸을 지탱했다. 브리프 밴드에 손가락울 걸어 살살 끌어내리자, 보알고 통통한 엉덩이가 드러났다. 손바닥으로 늘러 엉 덩이를 잡아 벌리자 그 안쪽으로 주름진 항문이 보였다. 밤새 이 구멍을 벌리고 돌어가 뜨거운 내벽에 감싸여 흥분했던 기억이 떠울랐다.
신기하고 불가사의한 일이다. 손가락 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처럼 꽉 닫힌 이곳울 열고 돌어갈 수 있으리라 상상이 나 했울까.
손가락으로 술찍 주름 주변을 매만지자 반응하듯 구멍이 움찔거렸다. 벌겋게 뜬 눈으로 그것을 내려다보던 태준이 홀리듯 상체를 수그렸다.
손으로 엉덩이를 양옆으로 바짝 일어젖히고, 드러난 구멍의 주름에 혀를 가져다 댔다. 코가 늘릴 정도로 깊게 얼굴울 파묻고, 잘게 주름진 곳을 혀로 세일하게 할자 구멍이 절로 벌름거렸다. 샤워를 하고 다시 잠들었는 지 묘하게 물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다.
엉명이 골이 홈뼉 젖을 정도로 타액을 묻혀 할다가 뾰족하게 세운 혀끝을 구멍의 틈으로 일어 넣자, 예상과 다르게 아무런 저항 없이 혀가 쑥 밀 려 들어갔다. 적당히 온기가 느껴지던 피부와는 다르게 구멍 안쪽의 내벽 은 뜨거웠다. 성기를 삽입하듯 혀를 깊게 넣어 내벽을 지분거리자, 살아있 는 것처럼 내벽이 꿈틀거리며 헛바닥을 조였다. 꿀단지를 할는 곰처럼. 찹찹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타인의 엉명이 사이를 빨던 태준은 윤슬이 잠결 에 몸을 뒤척이자 입술을 떼어내고 잠시 숨을 멈추었다.
고개를 둘어 윤슬을 살피자, 살짝 미간을 찌푸린 얼굴로 작게 입맛을 다시고 있는 것이 보였다. 꿈에서 뭔가를 먹는 것인지. 아니면 잠꼬대를하 는 것인지 오므린 입술이 달싹거리고 있었다.
타액으로 젖은 입가를 손으로 홈치며 태준이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꺼냈다. 자극울 주지 않았음에도, 기억된 쾌감으로 인해 성기는 이미 흥분한 상태였다.
할고 빨아서 젖은 구멍에 성기 끝울 가져다 대자, 잠든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귀두에 입을 맞추듯 구멍이 움찔거렸다.
천천히 힘을 주어 구멍에 대고 누르자 꽉 닫혀있던 문을 열리고 성기가 서서히 일려 돌어가기 시작했다. 정수리 위에서 끄응, 하고 낮은 신음이 홀 러나왔다. 자면서도 불쾌감이 어린 윤슬의 표정에 태준이 웃음을 삼켰다.
밤새 들락거 렸는데도 여전히 구멍 안은 뜨겁고 비좁았다. 자극울 주지 않기 위해 세심하게 성기를 진입시키는 태준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더운 시기를 지났욤에도 땀이 솟구쳐 이마에 맺혔다.
"후우……"
지겨울 정도로 오랜 시간을 공들여 진입시킨 성기가 구멍 안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치골이 엉덩이에 닿을 정도로 지척이었다. 성급하게 움 직이지는 못하지만, 삽입을 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고양감에 태준이 낮게 숨을 홀려보냈다.
손으로 소파를 깊은 태준이 느리게 허리를 움직였다. 천천히 빠져나오는 성기에 물기 없는 내벽이 달라붙었다. 차진 반죽이 손바닥에 들러붙는 느낌이다. 벽벽한 구멍을 찔공찔공 새어 나오는 쿠퍼액이 적시며 성기의 출입을 도왔다.
잠들어 있음에도 몽은 반응을 하는 것처럼 성기가 삽입될 때마다 내벽이 조여댔다. 성급히 움직이지 않기 위해 턱 끝에 힘을 주고 흥분울 가라앉 히며 태준이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잔잔한 파도 위에 누워 잠든 것처럼, 윤슬의 옴이 가볍게 흔들렸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뒷덜 미에 이를 박고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고 싶은 흥포함이 솟구쳐 태준은 혀 끝울 깨을었다.
이대로 잠든 윤슬을 욕보이고 싶은 마음과 윤슬을 깨워 거칠게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태준의 머릿속울어지럽혔다. 열이 오르는 눈가를 윤슬의 어깨에 문지르다, 콧속으로 스미는 달콤한 체향에 이끌리듯 피부를 빨았 다.
입술을 문지르고 성기를 파묻어 쑤시고 있는데도 부족했다. 더한쾌감 을 달라는 것처럼 성기가 불끈거리며 성을 내고있었다. 픽, 소리가 날정 도로 강하게 파고들어 깊은 곳을 쑤시자, 윤슬이 파득 몸을 떨었다.
아품인지 쾌감인지 모를 신음을 나직하게 홀려보내는 윤슬의 목덜미를 할았다. 묘하게 단맛이 났다. 옷을 벗겨 알몸으로 만들고, 구석구석을 할 고 싶었다. 엉덩이를 잡아 벌리고 구멍을 제멋대로 쑤시고 싶기도 했다.
점차 거칠어지는 움직임을 인식하지 옷할 정도로 홍분한 태준이 뜨거운 숭을 토해냈다. 성기를 쑤셔 넣을 때마다 윤슬의 엉덩이가 형태를 잃고 짓 늘렸다. 여린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고. 장든 몸이 거칠게 혼들리기 시작 하자 감겨 있던 윤슬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소파를 짚고 있는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핏졸이 불거진 팔뚝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팽팽했다. 움직임이 점차 거칠어진다는 것을 알았지 만 멈출 재간이 없었다. 윤슬의 어깨를 움켜쥐고 끌어당기며 픽픽.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게 쑤시자 어느 순간 구멍이 강한 힘으로 성기를 조였다.
"……무슨, 하으……자. 잠깐……."
잠에서 깨어난 윤슬이 놀라 손을허우적거렸다. 잠든 자신을 누르고 겁탈하고 있는 상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윤슬이 뻣뻣하게 몸울 굳혔다. 벗어나려고 몸을 뒤틀며 허둥거리는 윤슬의 행동에 태준이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숨을 을아쉬었다.
"윤슬 씨."
낮게 장겨 거칠게 홀러나오는 목소리에 윤슬이 고개를 돌려 태준을 바라 보았다. 공포로 얼룩졌던 눈동자가 태준을 확인하고 약간의 안도를 담았다.
"놀랐습니까?"
“이게……지금 뭐하는……"
"그보다 힘 좀 빼요. 나 지금 움직이지도. 빼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구멍이 꽉 을고 있는 탓에 성기가 고통을 호소했다. 쾌감보다 더한 고통에 태준이 반사적으로 눈 끝을 찌푸렸다.
"권태준 씨, 지금……"
뭔가를 말하려는 윤슬의 입술을 허겁지겁 삼켜 빨았다. 메마론 입 안이 타액으로 젖어 홀러넘칠 때쯤, 윤슬이 태준의 어깨를 일어 입술을 떼어내 고 급하게 숨을 을아쉬었다.
표아, 진짜.”
"참 곤히도 잡니다. 누가 무슨 짓을 하는 풀도 모르고.”
"곤히 자는 사람 상대로 무슨 짓을 하는 누군가가 문제죠.”
“엉명이가 먹음직스러운 걸 어떻게 합니까. 그러게 누가 엉덩이 훤히 내놓고 자라고 했습니까."
그 엉덩이가 문제였다고 타박 아닌 타박을 하자, 윤슬이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헛웃음울 흘렸다.
“잘 일어났어요. 잠든 윤슬 씨 구멍에 쑤시는 것도 좋지만. 실컷 움직이질 못해서 불편했습니다.”
"잠든 사람 추행하는 주제에 내별을 불만이……아, 잠깐만……."
종알종알 불만울 토로하는 윤슬의 말을 흘려돌으며 태준이 어깨 밑까지 울라가 있던 티셔츠를 훌러덩 벗겨냈다. 허벅지에 걸쳐놓았던 브리프도끌 어내 벗기고 완벽하게 알몸이 된 윤슬의 몸을 바짝 끌어안았다.
쁘족하게 솟은 유두를 손가락으로 잡아 비톨자. 윤슬이 어깨를 떨며 소파에 얼굴을 묻었다. 동그란 어깨가 자극으로 인해 작게 떨리고 있었다.
"어젯밤에도 실컷 쑤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조입니까."
"풀어져서 안 조여지면 그게 더 문제죠."
이를 앙다문 상태로 윤슬이 뾰족하게 대꾸했다. 못마땅함과 불만이 가득 담긴 어조였지만. 그 속에서 희미한 흥분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 이었다.
소파에 늘려 문질러지고 있는 윤슬의 성기를 잡아 비비며 태준이 윤슬의 귓불을 입에 넣고 잘근거렸다. 손이, 입술이 닿는 곳마다 마치 물감을 칠하는 것처럼 붉게 물들고 있었다. 하알던 피부가 선흥색으로 물드는 것 을 내려다보며 태준은 묘한 뿌듯함울 느꼈다.
"흥분하고 있습니까?”
성기로 내벽을 짓누르듯 쑤시며 묻자, 윤슬이 잘게 도리질을 쳤다. 구명 줄처럼 소파 끝에 매달려 어깨를 웅크리고 있는 윤슬의 등에 입을 맞추며, 태준이 흥분했어요? 하고 재차 물었다.
"나는 홍분했습니다.”
"권태준 씨 흥분한 거 충분히 잘 느끼고 있으니까, 흐읏, 말로 확인시켜 주지 않……옷, 않아도 되거든요."
간간이 신음을 흘리면서도 윤슬이 짓씹듯 말을 내별었다. 왠지 모르게 목소리에 분함이 느껴져 웃음이 나왔다. 섹스를 하면서도 이렇게 기분이 좋고 간질거 리는 기분이 드는 게 묘했다.
섹스라는 게 사람스럽고 보송보송한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 로 치열하고 고되고 검승이 된 것 같은 기분이구나. 이래서 현실은 다르다 는 거구나. 뭐 이런 생각?
어젯밤 윤슬이 말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기분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사람스럽고 보송보송하지 않온가. 비록 하반신은 질척거릴지라도 기분만 큼은 사람스럽고 간질거리고 보송보송했다.
윤슬의 허리를 잡아 바짝끌어당겼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듯이 성기 를 일어 넣자. 윤슬이 파을파들 떨며 몸울 바르작거렸다. 발용이 불분명한 신음울 휼리며 벗어나려는 듯 앞으로 기어가는 움직임에 태준이 손을 둘 러 윤슬을 포박하듯 끌어안았다.
"도망가는 겁니까?"
"……아파요."
"윤슬 씨 좆은 아픈 것 같지 않은데요.”
단단해진 윤슬의 성기룹 잡아 혼들어주며 태준이 핀잔하듯 말했다. 물 을 찔공찔공 홀리는 성기는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처 럼 부풀어 있었다.
"말해 봐요. 정말 아품니까?”
"너무 세게 넣으니까……"
"그럼 그만할까요? 그게 좋겠습니까?"
우뚝 움직임을 엄춘 상태로 묻자 윤슬이 힐끔 고개를 돌려 태준을 바라
보았다.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는 성기를 구멍이 움찔움찔 물어댔다. 흔들 리는 눈동자와 살짝 벌어져 달싹거리는 입술. 그리고 초조한 듯 소파 가죽 을 긁적이는 손가락. 눈울 가늘게 뜨고 윤슬의 반응울 살피며 침묵하자, 윤슬이 낮게 신음을 휼렸다.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자존심이 상하는 듯. 달싹거리던 입술을 꽉깨을 고 고개를 돌리는 움직임이 자못 신경질적이었다. 고개를 푹 수그려 소파 에 얼굴울 묻은 윤슬이 발끝울 파닥거 렸다.
“이거 자존심 싸움입니까?”
기존심 싸움은, 무슨,”
"그만둘까요, 아니면 계속할까요. 싸고 싶지 않습니까? 참고로 내 좆은 윤슬 씨 구멍울 쑤시고 싸고 싶어서 안달이 났습니다.”
방어하듯 몸울 웅크리고 있던 윤슬이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행라고 했습니까."
"하라고요. 언제 내 허락이 그렇게 중요했다고.”
"당연히 윤슬 씨 허락이 중요합니다. 내가 내 멋대로 윤슬 씨 몸을 굴리 면 좋겠습니까."
“멋대로 자고 있는 사람한테 쑤시던 사람이 할 소리가 아니죠.”
그건 딱히 변명할 여지가 없긴 하지만. 찝, 하고 입맛을 다신 태준이 뭉 근하게 허리를 돌렸다. 구멍 안에 박혀 있던 성기가 내벽을 자극하며 움직 이자, 웅크리고 있던 윤슬의 어깨에 힘이 빠졌다.
"부드러운 게 좋습니까?"
땀으로 촉촉하게 젖은 피부를 입술로 문지르며 속삭이듯 묻자, 윤슬이 왓덜미를 붉히며 작게 옹알거렸다.
"권태준 씨는……너무 거칠게 하니까……."
"그래도 이런 식이면 재미가 없지 않습니까. 이렇게 간만 보는 식으로쑤 시면 언제 쌉니까."
"아, 진짜. 음담패설.”
손으로 귀를 막으며 고개를 혼드는 윤슬울 내려다보며 태준이 작게 옷었 다.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왜 이렇게 귀엽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장난을 치듯 유두률 손가락 사이에 끼워 문지르고 비비며 목덜미와 어깨 에 붉은 꽃이 필 때까지 입을 맞췄다. 성기를 얄게 뒤로 물렸다가 천천히 안으로 밀어 넣을 때마다 윤슬은 새끼 고양이의 울응소리 같은 미약한 신 음을 훝렸다. 파도에 몸을 맡긴 사람처럼. 끌어안고 있는 윤슬의 옴이 부드 럽게 이완되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있는 힘껏 질주하는 것처럼 거칠게 쑤셔 박는 것도 좋지만. 윤슬의 말대 로 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도 나브지 않았다. 반대로 말하자면 천천 히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도 나뜨지 않지만, 역시 거칠게 쑤셔 박는 것이 좋 다는 뜻이고.
"윤슬 씨."
앙증맞은 귓불을 혀로 할으며 태준이 나직한 목소리로 윤슬을 불렀다.
"윤슬 씨."
"……왜요.”
“끝까지 "천천히 부드럽게’를 고수할 겁니까? 지금이 싫다는 건 아니고, 물론 좋습니다. 좋은데……내 종이 터지기 일보 직전인데, 지금 일 퍼센 트, 딱 일 퍼센트가 부족합니다."
대답을 종용하며 태준이 윤슬의 성기를 조몰락거렸다. 딱딱하게 기립한 성기가 손아귀에 딱 맞춘 것처럼 자리를 잡았다. 성기를 자극하는 손길에 침묵하던 윤슬이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윤슬 씨."
재촉하듯 이름을 부르자 윤슬이 한숨처럼 작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 속에 담긴 허락에 태준이 화답하듯 허리를 움직여 성기를 깊게 쑤셔 박았 다.
급하게 숨을 둘이마시며 윤슬이 몸울굳혔다. 짜부라뜨릴 것처럼 힘울 줘 조이는 구멍에 태준이 덩달아 숨을 멈추었다.
"그렇게까지 조이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흐으. 내가 원해서 조이는 게 아니거든요."
공,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말하자. 윤슬이 힘겹게 반박했다. 가슴에 두 론 팔에 힘을 주어 윤슬의 몸을 끌어당기고, 성기를 쥐고 있는 손을 빠르 게 움직였다. 엉덩이 사이를 파고드는 성기 역시 신이 난듯 흥포하게 날뛰 고 있었다.
픽픽. 소리를 내며 내벽을 뚫을 기세로 파고들 때마다 윤슬의 몸이 명달 아 위아래로 흔들렸다. 애처롭게 소파에 매달린 윤슬이 공공 여린 신음을 홀려보냈다. 성기를 쥐어짜듯 구멍의 내벽이 잔뜩 조이고 있었다.
흥분이 최고치에 이르러 끝이 보이고 있었다. 결승점에 다다르고 싶은 마음과 더 날뛰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다. 쥐고 있는 윤슬의 성기 끝울 강하 게 잡아 비틀며, 태준이 내벽 깊을 곳울 파고돌었다. 말을 하다 말고 헉, 소리와 함께 숨울 돌이마신 윤슬이 몸울 뻣뻣하게 굳히며 태준의 손에 파정 했다. 뜨거운 사정액이 손을 적시고, 서서히 작아지는 성기가 정액과 함께 범벅이 되어 태준의 손에서 비버졌다.
경련하듯 파르르 떨리는 내벽의 움직임에 태준이 두어 번 더 강한 삽입을 끝으로 참지 돗하고 정액울 내보냈다. 뜨겁게 조이는 내벽이 기꺼운 것처럼 태준의 성기를 감쌌다. 뜨거운 액체가 내벽과 태준의 성기를 적셨다.
남은 것을 털어내듯 느리게 성기를 뒤로 물렸다 삽입하는 것을 반복하며, 태준이 낮게 한숨울 홀려보냈다. 긴장과 쾌감으로 팽팽하게 부풀었던 근육이 이완되고, 달력감과 합께 만족감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구멍에 성기를 파묻은 상태로 태준이 윤슬의 등 위에 몸을 내렸다. 사정한 뒤에 놀어져 있는 윤슬의 몸 역시 한껏 굳어져 조여 대던 방금 전과는 다 르게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상태였다. 매끄러운 어깨에 입을 맞추며 태준이 만족스러운 한숨을 쏟아냈다.
밤새 체력적으로 힘이 몰었고, 악몽으로 잠울 설치기까지 해서 피곤했다. 언제 나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권태준이 출근한 집은고요하다못해 적막하기까지 했고, 덕분에 아무런 방해 없이 늦게까지 자고 일어날수 있었다.
씻고 나와 냉장고를 열어봤지만 놀라울 정도로 먹을 것이 없었다. 존재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다행스러운 우유 한잔울 마시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딱히 할 일도 없고, TV리모컨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 엎드려 있다가 그대로 다시 잠이 돌었다.
그리고 닥친 횡액.
땀으로 젖은 옴과 분비을로 범벅이 된 하체를 씻고 속옷 한 장만 걸친 상태로 욕실을 나오자, 테이불에 뭔가를 펼쳐놓고 있는 권태준이 보였다. 살짝 주름이 진 옷울 제외하면, 방금 전까지 자신과 몸을 섞으며 헉헉거렸던 사람으로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왠지 모르게 분한 아음이 솟구쳤다.
감정을 담아 쿵쿵거리며 다가가자, 권태준이 고개를 돌어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묘하게 상쾌함이 담긴 미소여서 윤슬의 심기가 더욱 불편해졌 다.
"배고프지 않습니까? 생각해보니 집에 먹을 게 없더라고요. 윤슬 씨 굶고 있을까봐 먹을 만한 것을 좀 사 왔습니다. 얼른 먹어요."
"밥 사다 준 건 고마운데요. 방금 전의 일에 대해서 설명해야 하지 않아요?”
마지막에 가서는 자신도 좋다고 호용하고 흥분하고 사정까지 하긴 했지만, 그래도 권태준의 잘못은 짚고 넘어가야 했다. 모론 척 넘어가기엔 왠 지 지는 기분이 둘었다. 턱을 추켜울리며 따지듯 묻자, 권태준이 작게 한숨 을 내쉬었다.
"그건 윤슬 씨 책임입니다.”
뭐래, 잠든 사람한테 쑤셔 넣은 게 누구인데, 어째서 자신의 탓으로 돌린 다는 말인가. 자신의 잘돗이라면 그저 권태준의 소파에 누워 잠든 것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오지 않겠다는 자신을 이곳으로 끌고 온 것이 권태준이 었고.
"옷기시네. 왜? 지나가던 개가 영역표시 하는 것도 내 탓이라고 하지."
"그거 지금 내가개처럼 영역표시 했다는 겁니까?"
"아니면 뭔데요?”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지금누가누구한테 큰 소리야.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지는 못할망정.
팔짱을 끼고 짝다리를 깊은 상태로 건들건들 시비조로 묻자, 잠시 침묵하던 권태준이 이내 반색을 했다. 저리 옷는 것을 보니 묘하게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좋네요, 영역표시. 그럽시다. 나도 윤슬 씨한테 영역표시 좀 해야겠습니다."
자신의 말에 공정해주는 것은 좋은데, 뭘 또 새삼스럽게 하겠다는 건가. 방금 전에 했던 기억은 까맣게 잊은 것처럼.
윤슬이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한 걸음 뒤로 을러났다.
"한 번 더 해도 됩니까? 그 영역표시. 내가 내 구역, 내 영역에 대한 집착이 조금 강한 편이라서 말입니다."
"방금 전에 했잖아요. 뭘 또 해요?”
"개가 영역표시를 한 번만 하는 것 봤습니까? 아예 안 하는 놈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놈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연달아 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요. 그럼 저녁으로 미뤄두고. 일단 밥이나 먹욥시다."
조금 안도했지만. 빠른 포기에 묘하게 말려들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미심쩍은 표정으로 권태준을 바라보다, 벗어두었던 티셔츠를 주 워 입고 테이블 앞에 앉았다.
“배고프지 않았습니까."
"냉장고에 먹을 게 진짜 없더라고요. 우유 한잔 마셨어요. 다행스럽게도 우유는 있더라고."
"유통기한 확인하고 마셨습니까?”
순간 유통기한울 확인했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확인 안 했던 것 같은데. 날짜가 지난 건 아니겠지. 상했다면 벌써 신호가왔울 테니. 상한 것 같 지는 않고. 그래도 묘하게 껍껍했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윤슬의 손에 젓가락을 쥐여주며 태준이 도시락 하나를 윤슬의 앞으로 일어주었다.
“먹어요."
"이거 주려고 왔어요?"
초밥 하나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윤슬이 물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인데 언제나 그렇듯이 서두르는 기색은 없었다. 이제는 반쯤 포기 한 마음으로 윤슬은 눈앞의 초밥에 신경을 쏟았다.
"먹을 게 없어서 걱정이기도 하고, 점심 같이 먹고 싶기도 했고, 윤슬씨가 보고 싶은 마움도 있고. 겸사겸사 왔습니다.”
“그냥 시켜먹어도 되는데.”
"아무나 문 열어주고 그러는 거 아님 니다.”
문 안 열어줘도 잘만 따고 들어오는 사람이. 권태준은 무슨 말이든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것을 본인만 모르고 있다는 게 큰 문제였다.
"퇴근일찍 할겁니다.”
꾸역꾸역 초밥을 입에 일어 넣고 있는데, 권태준이 대뜸 말했다.
"점심시간은 멋대로 오버해서 쓰고. 퇴근 시간도 자유자재로 앞당겨요? 그러고도 안 잘리는 게 신기하네."
“원래 그런 겁니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회사에 있는 시간은 즐어들고 받는 돈은 많아집니다."
"아. 네. 높은 자리에 있어서 참 좋으시겠네요.”
알고 싶지 않았던 회사의 부정적인 면이었다. 썩은 표정을 지으며 대꾸 하자. 뭐가 좋은지 권태준이 웃음을 훑렸다.
"그만큼 외적인 부분에서 많이 구르니, 공으로 돈 받는 건 아닙니다."
외적인 부분이 무엇인지 익히 짐작이 되었다. 그리 말을 하니 조금 안쓰러운 마음도 생겼다. 권태준이 얼마나 마음의 부담을 지고 있고, 또 얼마나 많은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지 알고 있는 탓이었다.
“초밥…… 먹울 만하네요."
"잘 먹어서 보기 좋습니다.”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를 굳이 이어나갈 필요가 없어, 윤슐이 딴소리를 했다. 권태준이 사 온 초밥은 꽤 신선하고 맛이 좋아서 완전 허른소리도 아니었다. 윤슬의 칭찬에 권태준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밥 한 그릇은 족히 될 법한 초밥 한 팩을 비우고. 국물로 입가심울 하며 부른 배를 두드렸다. 의자에 놀어지듯 앉아 있는 윤슬을 바라보던 권태준이 남은 초밥을 입에 쑤셔 넣고 주섬주섬 빈 도시락통을 정리해 쓰레기통에 담았다.
"저녁은 뭐 먹고 싶습니까.”
테이블 위를 정리하고 물을 떠 와 윤슬에게 건네며 권태준이 물었다. 배가 부른 상태인지라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휘휘 손을 내저 으며 딱히 생각이 없음을 표하자, 알겠다는 듯 권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
"퇴근 일찍 하면 저녁 먹을 때까지 여유가 좀 있을 것 같으니까, 그때 영역표시나 좀 합시다.”
방금 전까지 느꼈던 안쓰러운 마음이 사라졌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합니까."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암아 있자, 씻고 나온 태준이 침대 위로 울라와 누우며 을었다.
"그냥……내가 원래부터 게이였나. 하는 생각."
"결론이 나왔습니까?”
"모르겠어요."
그래. 정말 모르겠다.
윤슬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이십칠 년을 살면서 한 번도 자신이 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게이일까 의심했던 적도, 자신과 게이 를 묶어 생각했던 적도 없었다. 그런데 권태준과 몸을 섞고 한 침대에 누워 잠드는 것에 왜 이렇게 위화감이 들지 않을까.
윤슬은 고개를 돌려 권태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저 얼굴이 같은 남자에게도 충분히 어필이 되는 면상인 걸까. 그래서 얼굴에 홀렸나. 그렇다고는 해도 집에 칼 들고 쳐들어왔을 때부터 이미지가 최 악이었는데. 그전에 두어 번 봤을 때 이미 얼굴에 홀려있었나. 그도 아니면 자신의 성격이 문제일까. 불도저처럼 밀고 돌어오는 사람에게 좃대 없 이 끌려다니는 타입이었나. 생각해보니 전자도 후자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거 말고 좀 건설적인 생각울 합시다.”
"어떤 건설적인 생각이요?”
"권태준은 종질을 왜 이렇게 잘하는가, 권태준이랑 하는 섹스는왜 이렇 게 좋은가. 흥윤슬이 좋아하는 건 권태준의 종질인가 아니면 권태준인가. 뭐 이런 거. 건설적으로 생각할 게 얼마나 많습니까.”
"참도건설적이네."
입술을 뒤틀어 돗마땅함을 표하는 윤슬의 몸을 끌어당겨 안으며 권태준이 소리 내어 웃었다.
"윤슬 씨가 그런 표정 할 때마다 왜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내가좀 귀엽긴 하죠.”
“그걸 이제 인정하는 겁니까? 내가 처음 봤을 때부터 귀엽다고했잖아요.”
이제 인정하는 게 아니라, 이제 포기한 거다. 권태준은 그 차이를 알지 못하겠지. 윤슬은 속내를 삼키며 몸을 늘어뜨렸다. 힘이 빠진 윤슬의 몸을 권태준이 팔다리로 휘감아 꽉 힘을 주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에 윤슬이 본능적으로 몸을 꿈틀거렸다.
"가만히 좀 있옵시다.”
"이건 살고자 하는 옴부림이 거든요.”
“참 무드가 없는 사람이네.”
"권태준 씨야말로 무드를 두 번 잡았다가는 사람까지 잡겠네요."
말로는 아옹다옹하고 있지만 윤슬을 끌어안고 있는 팔에 살며시 힘이 풀렸다. 꿈틀거리던 윤슬도 다시 옴에 힘을 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권태준의 가승에 찰싹 붙은 상태가 되자. 권태준의 가승 안쪽으로 천천히 뛰고 있는 심장 박동이 전해졌다.
느긋하고. 부드럽고, 평온하기까지 한 울림이었다. 권태준의 심장 소리 를 등으며 윤슬이 자연스럽게 권태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얼굴 잘생겼으 면 됐지, 용까지 좋을 건 뭐야. 누가 만들었는지 껍데기 하나는 기가 막히 게 만들어 놨다. 약간의 불만과 약간의 질투를 담아 윤슬이 권태준의 가슴 에 뺨을 운질렀다.
"오늘 뭐했습니까."
"궁금해요?” “궁금합니다. 윤슬 씨가 하풍은 몇 번이나 했는지, 화장실은 몇 번이나 다녀왔는지, 물은 몇 번이나 마셨는지. 그 외에 또 무슨 일을 했는지.”
“별 게다 궁금하네.”
"윤슬 씨가 내 집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되거든요. 회사에 나가서도 계속 생각이 나서, 집에 CCTV라도 달아서 종일 보고 있고 싶을 정 도입니다.”
웃으며 홀려을을 수 없는 것은 그걸 말하고 있는 사람이 권태준이기 때 문이었다. 왠지 권태준이라면 그걸 실행할 것도 같았다.
“뭘 하고 싶어도 여기에는 할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래서 뭐 했습니까.”
위험하다. 하품은 몇 번이나 했고, 화장실은 몇 번이나 다녀왔고, 물은 몇 번이나 마셨는지와 같은 쏠데없는 이야기라도 해야지, 아니라면 정말 CCTV를 달아 직접 확인을 할지도 모론다는 위협을 느꼈다.
"일어나서 우유 한잔 마시고 누워서 자다가 권태준 씨한테 봉변당하고. 초밥 먹고 다시 누워서 "V 보다가, 늘어지게 또 자고. 그리고 퇴근한 권태준 씨한테 이차 봉변당하고. 저녁 먹고 소화시키자며 삼차 봉변당한 뒤에 씻고 드러누워 있잖아요."
"다 좋은데 봉변이 뭡니까."
윤슬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듣고 있던 권태준이 미간울 찌푸리며 지적했다.
"봉변울 봉변이라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요."
"사람을 나눴다거나. 마음울 확인했다거나. 기쁨을누렸다거나. 여러 가지 표현이 있지 않습니까. 글 쓰는 사람이 그 정도 표현력도 없습니까."
"나눠? 윤슬이 고개를 들어 권태준의 얼굴울 살폈다. 권태준의 입에서 그런 간지러운 표현이 나왔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평소처럼 종질이 나 섹스라는 말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그보다 그 사람. 그냥 나누지 말고 혼자 온전히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바랑이 있었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조금만 덜 나눴으면 싶기도 했고.
"내 의사 상관없이 누가 덮치는 건 기쁨을 누렸다기보다는 횡액이나 봉변을 당했다고 하죠."
“또 무슨 횡액입니까. 윤슬 씨도좋아했으면서. 만족해서 시원하게 싸질 렀잖아요."
“그건 남자의 술픈 생리 현상이고. 정말 기쁨을 누리려면 상호 합의 하에 적당히 하는 게 맞죠." 윤슬의 지적에 권태준온 조금 진지하게 생각하는 얼굴이 되었다. 힘이
들어간 턱 끝을 울려다보고 있던 윤슬은 그래도 권태준이 자신의 말을 듣고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하긴 하는구나 싶어서 조금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상호 합의 하에 적당히. 나뜨지 않습니다."
권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슬의 말에 긍정했다. 권태준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구제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정상 적인 사고가 가능한 정상적인 사람의 범주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 아직 적당할 정도로 못한 것 같은데, 한 번 더 어떻습니까. 이번에는 상호 합의 하에 해봅시 다.”
권태준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정상적인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는 날이 오기는 할까. 왠지 모르게 발을 잘못 들인 것 같아 불안해졌다.
조심스러운 부름과 합께 몸이 흔들렸다. 물속에 잠긴 것처럼 무겁고 나른한 몸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흐릿한 시야에 눈울 두어 번 깜빡거리자. 누군가 손울 뻗어 머리를 쓸어주었다.
“천천히 숨쉬어 봐요."
귓가에 돌리는 목소리에 윤슬이 착한 아이처럼 숨을 내쉬었다. 두어 번을 반복하자 온기를 주던 손이 떨어져 나갔다.
"물 폼 마셔요."
상체를 살짝 일으켜 세운 권태준이 윤슬의 입가에 컵을 대주었다. 미지근한 액체가 마론 입술을 적셨다. 그제야 목이 마르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은 윤슬이 허겁지겁 물을 삼키자, 권태준이 살짝 컵을 떼며 말했다.
"천천히, 한 모금씩. ……그렇지. 잘하고 있습니다.”
물 한 컵 마시는데 잘하고 못하고 할 게 있나. 물을 반쯤 비우고 컵을 밀어내자, 태준이 윤슬을 다시 침대에 놉혀주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권태준 이 욕실로 들어갔다가 잠시 뒤에 돌아왔다.
"왜……"
"또 꿈을 꾼 모양입니다. 울기에 깨웠습니다.”
젖은 수건을 윤슬의 눈 위에 덮어주며 권태준이 답했다. 뜨거운 물에 빨아왔는지, 젖은 수건은 따듯했다.
"그냥 둘까 생각도 했는데, 계속 꿈울 꾸는 것보다는 잠깐이라도 일어났다 다시 자는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나 때문에 깼어요?"
수건을 눈 위에 덮은 상태로 울었지만. 태준은 대답 대신 다시 질문을 했다.
"어제 오늘 계속 같은 꿈울 꾸는 겁니까?"
"……맞아요, 같은 꿈."
요즘 들어 계속 꾸네요."
걱정스럽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권태준이 말했다. 그 말을들은 윤슬이 작게 웃었다.
“항상꾸는 꿈이니까 걱정하지 마요.”
"상……꿉니까?"
"네, 매일. 그러니까 깨우지 않아도 돼요. 나 때문에 권태준 씨까지 못 자잖아. 신경쓰이면 나 거실 소파에서 잘까요. 아니면 내일 집에 가든지. 이제 슬술 둘아갈 때도 되었잖아.”
수건 위에서 눈 부위를 꾹꾹 누르며 윤슬이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이 왜 수면 안대를 하나 싶었는데. 눈 근처가 따뜻하니 금방이라도 다시 잠돌 것 같았다. 집에 가면 수면 안대를 하나 사는 것도 좋울 것 같았다.
"안 울었지 않습니까.”
"뭐가요?”
"내가 윤슬 씨 집에서 며칠 지 낼 때에는 울거 나 하는 거 못 봤습니다."
꿈꾸면서 좀 울었다고. 듣는 사람 부끄럽게 그걸 대단한 일처럼 말하고 있다. 술술 다시 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권태준은 쉽사리 자신을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
"요큼 감정이 좀 격해졌나보죠. 아니면 이제 가을이라 감수성이 폭발하는 중일 수도 있고."
"옷자고 하는 소리 아닙니다.”
"나는 옷자고 하는 소리인데."
눈만이 아니라 눈을로 젖은 얼굴을 닦아낸 수건을 대충 침대 아래로 던지듯 내려놓은 윤슬이 권태준을 울려다보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권태준은 웃고 있지 않았다.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데, 정말 특별할 것 없어요. 걱정할 일도 아니고. 권태준 씨도 악몽 자주 꾸잖아요. 똑같은 건데 뭘 새삼스럽게 그래요."
“적어도 나는 꿈꾸면서 울지는 않습니다.”
“우는지 안 우는지 어떻게 알아.”
"압니다. 내 얼굴은 자고 일어났을 때에도 보송보송하고 멀찡하니까."
잘난 그 면상울 가지고 끝까지 잘난 척이다. 윤슬이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권태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무른 대단한 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요. 누워요, 다시 자게.”
윤슬이 손을 뻗자 예상외로 권태준이 순순히 자리에 누웠다. 무드등을 은은하게 켜놓은 상태로 권태준이 윤슬의 머리 밑으로 팔을 쑥 집어넣어 팔베개를 해주었다. 권태준에게 바짝 붙은 윤슬이 이제는 제법 자연스럽
“그 새끼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어떤 새끼 말하는 건데요?"
"이 새끼 저 새끼 할 새끼가 형이라는 새끼밖에 더 있습니까."
참 이상하다. 이제는 권태준의 입에서 나오는 욕도 욕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귀엽게까지 들렸다.
"죄책감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어떤 꿈울 꾸는 겁니까."
"말하고 싶지 않아요."
"특별할 것 없다며. 걱정할 일도 아니고,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라면 말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기필코 대답을 들어야겠다는 것처럼 강경했으나, 어깨를 감싸고 있는 손은 마치 달래는 것처럼 부드럽게 윤슬의 어깨를 토닥이고 있었다. 잠시 그 손의 움직임을 느끼다 윤슬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별것이라고 해도 돌어야겠고, 별 게 아니라고 해도 둘어야겠다는 태도였다. 윤슐은 권태준의 팔에 이마를 문지르다 결국 무거운 한숨과 합께 말울 토해 냈다.
"그때를 봐요."
"조금 더 자세하게."
"엄마가 죽기 직전에, ……사고가 날 때의 꿈을 꿔요. 날 태우고 집으로 가던 그때. 사고가 나고, 나는 차 밖으로 빠져나오지만 엄마가 차 안에 남 겨졌을 때. 뒤에서 차가 돌이박아서 완전히…… 아무른…… 날 괴롭히거 나 겁먹게 하는 그런 악몸이 아니에요. 그냥 과거를 다시 보는 것뿐이지."
"다시 보는 것뿐이라고는 해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는 건 아니지 않 습니까. 죄책감을 느끼고. 미안항을 느끼고. 그런 마욤울 가지고 지금까지 계속 같은 꿈을 꿔왔다면. 그건 별것 아닌 게 아닙니다.
이래서 자신이 꾸는 악몽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윤슬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권태준의 가슴에 뺨을 문질렀다. 칭얼거리는 아이처 럼. 투정을 부리는 아이처럼.
"모든 사람이 악몸을 없에길 바라는 건 아니라면서요. 내가 권태준 씨의
악몸을 없애플 수 있다고 했울 때. 권태준 씨가 거절했잖아요. 지켜봐야 한다고, 그게 권태준 씨의 책임이라고. 지금의 내가 그래. 이건 내가 감당해 야 하는 내 책임이니까. 내가 권태준 씨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그래도 그 선택을 존중했던 것처럼, 권태준 씨도 내가 이해되지 않겠지만그냥 넘어 가요."
권태준이 쯧, 하고 혀를 찼다. 윤슬 씨, 하고 부르는 목소리에는 약간의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자신이 악몽에 시 달리는 권태준울 마주했울 때에 도, 이런 안타까움울 느꼈던가.
"악몸을 꾸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닙니다. 악몸을 안 꾸는 사람도 있 습니까. 악몽은 말 그대로 꿈, 그냥 지켜보는 게 전부인데. 나는 그 악몸을 마주하고 선 윤슬 씨의 마음을 걱정하는 겁니다. 윤슬 씨의 탓이라고 자책 하는 게 걱정이 돼요.”
“왜? 내가 죄책감울 느끼고, 미안해하고, 자책하다가 돗 견더서 자살이 라도 할까봐? 나 그렇게 피학성애자 아닌데. 나를 괴롭히는 건 다른 사람 들이지, 그게 나는 아니에요. 나는 나라는 인간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렇 다고 막굴리지도 않아. 오히려 내 안위는 엄청 신경 쓰는데, 뭐.”
"그래도……나는 괜찮지만, 윤슬 씨는 안 괜찮습니다."
뭐라는 거야. 내가 괜찮다는데 왜 안 괜찮다고 그래. 이해할 수 없는 말
"나는 악몸을 보든 뭘 하든 별 상관없지만, 윤슬 씨가 악몽을 꾸고 울고 술퍼하고 하는 건 싫다는 겁니다."
“별거 아니라고 해도 걱정이 됩니다.”
윤슬의 뒷덜미를 느리게 쓰다듬으며 이마에 입술을 댄 상태로 권태준이 나직이 속삭였다. 느릿느릿 한 글자씩 내별을 때마다 이마에 닿은 입술이 묘한 감각을 자극하며 움직였다. 괜스레 이마가 간지러운 기분이 돌어 윤슬이 코를 찜긋거 렸다.
"나는…… 꿈이라는 걸 알잖아요. 그러니까 두렵다거나무섭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냥 조금 슬플 뿐이지. 그래도 좋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이렇 게라도 엄0틈 불 수 있다고."
“윤슬 씨가 슐픈 게 싫다는 겁니다. 세상 사람이 다 나처럼 불행해졌으 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윤슬 씨는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요, 내가 대신 불행해져도 좋을 만큼. 난 윤슬 씨가 그렇게 서럽게 우 는 게 싫습니 다.”
이 남자가 지금 이미지 쇄신을 노리고 하는 말일까.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쪽이 간질간질하고 찜하게 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미묘한 의심이 들기도 했다. 진짜로 권태준의 마음을 의심한다기보다, 권태준의 진심을 완벽하게 받아들이면 지금보다 더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닐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때문에 드는 방어심인지도 모르겠다.
“윤슬 씨의 판단과 선택이 잘못된 거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윤슬씨 가말했던 것처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존중해주고 싶으니까. 하지만, 한번 이라도 좋으니 윤슬 씨의 악몸을 똑바로 마주해봐요. 술픔이나 죄책감에 빠져들지 말고, 어머님의 모습을 보도록 해요. 그럼 내가윤슬씨에게 알려 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울 겁니다."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권태준은 그것을 마지 막으로 입을 열지 않았다. 윤슬도 말을 덧붙이지 않고 가만히 권태준과 마주 누워서 천천히 목덜미 와 뒷머리를 쓸어주는 손길을 플기기만 했다. 조금씩 사라졌던 잠기운이 몰려오고 있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도 한 번씩 게으름을 부릴 수 있는 휴일이었다. 부지런한 회사원인 권태준도 토요일 아침에는곤히 잠든 상태였다. 평일에는 언제 나가는지도 모르게 새벽같이 출근을 하더니. 주말이라고 늦 장울 자나. 아니면 오늘 유달리 늦게 일어나려는 건가.
덕분에 아침에 깨는 일 없이 실컷 자고 일어난 윤슬은 눈만 뜬 상태로 침 대에 누워 팔다리를 꼼지락거 리고 있었다. 넓은 등판을 훤히 내보인 상태 로 엎드려 자고 있는 권태준울 힐곳 쳐다본 윤슬이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권태준을 향해 둘아누웠다.
고개를 윤슬 쪽으로 둘려 자고 있는 권태준은 그럼에도 늘려 찌그러지거나 침 흘린 자국이 있거나 하지 않는, 정말 멀쩡한얼굴이었다. 참신기하 다. 사람 얼굴이 어떻게 이 정도일 수 있지. 신이 권태준울 만둘 때 외모에 모든 재료를 을아넣은 모양이다. 성격이나 인성, 의사소통 능력에 조금이 라도 투자를 해주지. 너무 한 가지에 을인을 한 경향이 커 보였다.
쯧쯧, 안타까운 마음에 혀를 차고 있는데, 언제 일어났는지 권태준의 손이 불쑥 뻗어 나와 윤슬의 허리에 감겼다. 힘주어 잡아당기는 손길에 쑥 끌 려 들어간 윤슬이 권태준의 얼굴을 살폈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데, 입 끝이 희미하게 올라간 것처럼 느껴졌다.
"일어났어요?”
“윤슬 씨가 너무 뜨겁게 쳐다봐서, 일어났는데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뜨겁기는."
그건 그냥 안쓰러운 시선이었는데. 눈을 뜨질 않았으니 그걸 모르는 거
“아침에 나랑 한 침대에 누워 눈울 뜨니 감회가 새로웠습니까?”
"멋대로 오해하지 마시죠.”
“내 얼굴 보면서 감탄하고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건 맞는 말이라서 아니라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불만을 담아 입을 꾹 다을고 있자, 권태준이 웃음을 홀리며 윤슬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마주 했다. 부드럽게 닿았다 떨어진 입술이 살며시 벌어지며, 윤슬의 마론 입술을 할아 을렸다.
가볍게 살 부딪치는 소리가 둘리고 입술을 살짝 깨을어 잘근잘근 씹던 권태준이 입술울 벌리고 혀를 일어 넣었다. 질척하지는 않지만 마냥 가볍 지도 않은 아침 인사였다. 타액으로 젖은 입술을 빨고 깨을어 한참이나 괴롭히 던 권태준이 입술을 떼어 내고 윤슬의 목덜미를 할았다.
"이렇게 늦게 일어나는 것도 좋네요."
"난 항상늦게 일어나서……"
새삼스럽지 않다는 말을 하려는데, 허벅지에 천천히 문질러지는 권태준의 사타구니가 유난히 불룩하고 단단해서 입을 다물었다. 눈치를 보는 것 처럼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자, 목덜미를 빨던 입술이 점차 영역을 넓혀갔다.
"모처럼 같이 맞는 휴일인데, 아침 뭐 먹을까요."
"그냥 아무거나……"
왠지 자극울 주면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윤슬이 목소리를 죽여 작게 대꾸했다.
“윤슬 씨, 떡 좋아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