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지는 않죠."
"내가 반성을 한다고 내가 사람돌에게 했던 나쁜 짓이 없던 일이 됩니까? 내가 용서를 구한다고 그돌이 느꼈던 고통이 사라집니까? 이미 저지 론 일은 무슨 짓을 해도 돌이킬 수 없습니다. 난 그냥……내 릿값을 치르 고 또 치르는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혼자 악몸을 꾸는 게 죗값이에요? 누가 알아주는데? 이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인다고 누가 알아주는데?”
“알아달라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나 스스로 기억하기 위한 의식일 뿐이지. 이건 기억하는 겁니다. 내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내가 얼마나 나쁜 짓 울 저질러왔는지. 내가 나에게 주는 벌입니다. 저들이 주는 벌은살아서든 죽어서든 또 다른 방식으로 받게 될거고."
"……바보 같네. 참 바보 같아."
권태준의 가숨에 이마를 기댄 윤슬이 중얼거렸다.
“나는 내가 바보 같고 미련하다고 생각했는데, 권태준 씨도 참 미련하네요.”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이렇게 생겨먹은 놈인데. 나는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잘돗된 인생이라는 것을 알지만, 시간울 다시 되돌린다면 나는 또 이렇게 살 겁니다. 이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고. 살아갈 방식이에요. 앞으로도 이런 짓울 저지를 겁니다. 이미 내가 멈촐 수 있는 선에서 벗어났어요. 누군가가 날 명추기 전까지는 쭉 이런 놈일 겁니다."
권태준을 끌어안은 윤슬의 몸이 떨렸다. 이건 두려움일까. 연민일까. 분 노일까, 술품일까. 눈앞에 서 있는 권태준의 속내도 이해할 수 없었고, 권태준을 눈앞에 둔 자신의 마음도 이해할 수 없었다.
"윤슬 씨가 다른 사람과 다른 능력을 지녔다고 해서, 그걸 괴물이라고 말 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게 틀린 건 아니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괴묻은 인간이 껍데기 속에 감춘욕망이고, 본능이고. 비를린 과거 그 자체입니다. 괴물의 싹울 키우지 말아요.”
눈울 뜬 태준은 본능적으로 옆자리를 더듬었다. 넓은 침대의 어디에서도 온기는 찾을 수 없었다. 혼적도 남지 않은 옆자리를 한참 동안 더듬던 태준이 몸울 일으켜 암았다. 씻고 있나 싶었지만 을소리는 돌리지 않았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침실에 홀로 남겨진 태준이 손으로 얼굴울 쓸며 헛웃음울 내별었다.
"매정하네.”
애초에 본인이 말한 것이 있기에 탓할 일은 아니지만.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술리퍼를 신고 불라인드를 젖히자, 오래전에 해가 뜬 건지 창밖에서 빛이 쏟아져 돌어왔다. 일요일 아침의 도로 는 평소 출근길을 떠을릴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여유롭게 달리는 차듈 을 내려다보던 태준이 기지개를 켜며 침실을 나섰다.
"늦게 일어나겠다더니 진짜 늦게도 일어나네.”
들릴 리 없는 사람의 목소리에 태준이 정면을 쳐다보았다. 응접실 소파에 양반다리를 하고 암아 접시를 들고 뭔가 우물우을 먹고 있는 윤슬이 보 였다. 잠시 얼빠진 사람처럼 그 모습울 보고 있던 태준이 조심스럽게 다가 가 맞은편 소파에 암았다.
"안 갔습니까?”
"오자고 노래를 부를 때는 언제고, 왜 쫓아내려고 해요?”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나간 풀알았어요?”
웃음을 터뜨리며 윤슬이 놀리듯 을었다. 일어나서 씻었는지 웃는 얼굴 이 유난히도 말갛다. 자다 일어난 사람답지 않게 목소리 또한 또렷한 것을 보면 일어난 지 꽤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뭐 좀 시켜 봐요. 밥 먹고 좀 뒹굴거리다 보면 체크아웃 시간일 것 같은 데, 그럼 마지막 식사잖아요. 맛있는 거로 거하게 시켜요.”
“평소에는 먹는 것도 귀찮아하면서, 호텔 오니까 왜 밥 먹는 거에 그렇 게 집착합니까?"
“스위트롱에서 밥을 또 언제 먹어보겠어요? 왔을 때나 챙겨 먹어뒤야지 .
뭔가 오을오을 먹고 있으면서. 윤슬은 빨리 식사를 시키라고 채근했다. 태준이 힐곳 접시를 보며 뭘 먹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어제 남겨뒀던 빵. 눅져서 맛없어요."
맛이 없다고 하면서도 오을거리는 입은 열심히 빵을 씹어 삼키고 있었 다. 그것을 홀린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보던 권태준이 불쑥 을었다.
"내가 무섭지 않습니까?"
무서워야 해요?"
"난 가공 내가 무섭습니다. 얼마나 더 인간에서 멀어지게 될지. 여기서 더 망가질 게 있을지.”
"이리 와봐요."
들고 있던 접시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윤슬이 제 옆을 손으로 탁탁 두드렸다.
"뭐해요? 와보라니까.”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재촉하는 윤슬의 목소리에, 태준은 윤슬의 옆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몸을 돌려 태준을 빤히 쳐다보던 윤슬이 하아, 하고 한숨울 내별는 것과 함께 어깨를 늘어뜨렸다.
""눈치 보는 거 안 어울려요.”
"눈치 안봤습니다."
"안 보기는, 지금도 눈치 보고 있는데. 어차피 예상하고 있던 건데, 뭘 그렇게 새삼스러워 해요? 조폭에 인간쓰레기, 말도 안 통하는 벽창호에 처음 부터 목에 칼 둘이일고 쳐들어온 무뢰한. ……권태준 씨가 차곡차곡 수집 하듯이 모아둔 악몸을 직접 보는 건 또 다론 느낌이긴 했지만, 그건 권태준 씨 인생이고 권태준 씨 과거니까 내가 활가활부할 일은 아니고. 세계 인 구가 70억이 넘는다는데, 일반인의 비을만큼 미친놈의 비을도 꽤 높을 텐 데도 나는 그중 한 명만 만난 셈이니 조금 다행인 건가 싶고 그러네요.”
"벽창호, 무뢰한, 미친놈. 윤슬 씨에게 평소 내 이미지가 그렇다는 게 충 격입니다. 왜 거기에 가장 중요한 미남은 없습니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심드렁하게 말하는 윤슬의 의도를 알 것 같아, 권태준이 낮게 웃었다. 굳어 있던 몸을 늘어뜨리고 소파에 편하게 기대어 앉 은 권태준이 윤슬을 잡아당겨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내 안욷 들여다보고 위안을 좀 얻었습니까."
“권태준 씨는 남의 불행을 보고 위안을 얻는다고 했었죠? 나는 그런 취미가 없어서, 딱히 위안은 안 되네요. 남은 남이고, 나는 나고. 권태준 씨가 나보다 더한 괴물이라고 해서, 거기에 대면 나는 아직 괴물이 되기엔 멀 었구나 하는 안도가 들지 않아요.”
기껏 내 비일을 보여준 보랑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조금은 감동 받았어요. 그런 것까지 보여풀 정도로. 나를 안심시 켜주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야 드디어 감동 받은 겁니까? 이야, 처음 봤을때부터 느꼈지만윤슬 씨 참 어려운 사람입니다. 내 얼굴에도 넘어오질 않고. 보통은 내 얼굴 울 보는 순간 감동을 받거든요.”
그래, 이 정도면 되었지. 애초에 흉윤슬이 자신 같은 농도 아닌데, 남의 불행을 보며 위안울 얻는 것은 쓰레기 같은 자신이나 할 법한 일이었는데.
태준은 속내를 감추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 음 높게 꾸며낸 목소리와는 달리 윤슬의 머리를 붙잡아 살며시 이마에 입술울 누르는 태준의 움직임 은 조심스러웠다.
언제 이렇게 마음을 쓰게 되었을까. 자신에게는 호수와 영주만이 가족이 었다. 영주가 없는 지금, 호수만이 유일한 자신의 가족이고 유일하게 자신 이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언제 이렇게 홍윤슬이 제게 가까운 사람이 된 것일까. 신경을 쓰고. 걱정을 하고, 자꾸 손이 가고. 주시하는 것이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그런 자신이 어색하면서도 나브지 않은 기분이라 는 것 또한 새삼스러웠다.
어휴, 하고 한숨울 내쉬며 윤슬이 불쑥 내별었다.
"왜요?”
태준 씨 잘생긴 거 차마 부정을 못 하겠어서요. 봐요. 또라이짓을 해 잘생겼구나 생각하고, 미친농이지만 잘생겼구나. 말이 안통하지만잘 생겼구나, 이러는데 못생겼어봐. 그건 그냥 또라이에 미친놈에 벽창호라니 까. 아마 경찰에 신고해도 벌써 신고했을걸.”
그나마 자신이 잘생겼다는 것에 윤슬이 동의한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얼굴에도 혼들리지 않기에 흥윤슬의 심미안이 독특한가 잠시 고민했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시력이 정상이긴 한가 보다. 한때 윤슬의 안구를 걱정했던 태준이 한 가지 걱정을 내려놓았다.
고개를 틀어 태준을 빤히 올려다보던 윤슬이 얼굴을 닌ㅏ짝 붙여 입술을 겹쳤다. 살짝 닿은 입술이 이내 힘주어 꾹 늘리는 것에 태준이 눈을 동그랄 게 떴다. 마주한 윤슬이 눈을 휘며 웃고 있었다.
"내일 일어나서 키스해줘요. 아무것도……달라지지 않았다고.
간밤에 제가 했던 말을 떠을린 태준이 윤슬의 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였
다. 꾹 늘렸다 떨어지려는 윤슬의 입술을 할고 빨고 질겅이다 혀를 밀어 넣었다. 어깨를 밀어내려 던 윤슬의 손이 포기한 듯 태준의 목에 감겼다. 뜨거 운 입술 안쪽의 점막울 할으며, 윤슬의 머리카락 속울 파고든 태준의 손가락 끝이 살짝 떨렸다.
15.기억하는 자들
"요큼도 많이 바쁘나?”
마지막 고기를 불판 위에 을리며 아버지가 넌지시 을었다.
"아뇨, 마감 끝내서 그렇게 바뜨지는 않아요. 그냥 차기작 준비하느라 생각도 좀 하고, 자료 조사 하는 정도?"
놀고 있다고 말을 하면 집에 좀 오라고 하실 게 분명해서 윤슬이 적당하게 대꾸를 했다. 차기작 고민을 한다는 것이 완전 거짓말도 아니라 양심에 크게 찔리지는 않았다.
"쉴 때는 푹 쉬어. 그래야 일할 때 집중도 되고 그런다. 시간 있을 때 여행도 좀 다니고. 실제로 이것저것 많이 봐야 쓸 거리도 생기지."
"요즘은 집에 앉아서 컴퓨터로도 여행 가능하거든요."
"백날 봐도 한 번 가보는 것만 못해. 컴퓨터로 사진 보고 동영상 보고 해도 직접 보는 거에 비하겠나." "그렇긴 한데 움직이기가 영 귀찮네요.”
"넌 신체 나이가 아비보다도 늙었을 거다.”
"우리 아버지 정정해서 참좋으시겠네.”
크게 쌈울 싸서 입에 넣고 우을거리며 윤슬이 불통거렸다. 양념이 타지 않게 갈비를 뒤집어놓고 아버지가 집게를 내려놓았다.
“요즘에도 집에만 있어? 뭐 다른 거 하고 돌아다니는 건 아니지?"
“거의 집에 있죠. 다론 거 하고 돌아다닐 게 뭐 있어요?”
"……윤슬아. 사람이 계산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가려서 사귈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너도 이제 성인이니 이런 말은 안 해도 알지?”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시작이 그래요?"
갑자기 연락을 한 아버지가 자신을 불러내 고기를 먹으러 왔울 때부터 이상하다 싶긴 했다. 보통은 집으로 오라고 부르실 텐데, 밖에서 고기까지 먹이는 게 영 꺼림칙했지. 마치 혼나기 전에 칭찬부터 받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얼마 전에 재영이가 너한테 갔었다며? 네 집에 이상한 사람이 하나 들락거리는 것 같다고 하더구나. 질이 나쁜 것 같다고 하던데, 너도 어련히 사람 블 줄 아는 농이니 재영이 말을 다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노파심 에 한 번 얘기나 들어보려고 불렀다. 재영이 말로는 깡패 같다고 하던데."
"그래서……형이나 걱정된대요?"
입맛이 확 달아났다. 먹었던 고기가 식도를 타고 울라오는 기분에 윤슬이 사이다를 꿀꺽꿀꺽 삼켰다.
"당연히 걱정되니 나한테 말한 거지.”
참도 걱정이 됐겠다. 엿 먹어보라고 말한 거겠지. 어지간히 약이 울랐던 모양이지? 전후 사정 쏙 빼놓고 권태준울 얼마나 악질로 표현했을지 듣지 않아도 뻔했다. 고집불통에 고지식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뒤틀린 사람이라는 것을 오놀에서야 깨달았다. 최근 들어 재영의 새로운 모습을 하나둘씩 보게 되는 것에 기분이 좋기는커녕 씁쓸해졌다.
"깡패 아니에요."
"아니야?"
"나 일 때문에 알게 된 사람이에요. 가공 집에 놀러 와요."
부업으로 잠깐 다른 일을 하기도 했고, 그것 때문에 권태준을 알게 되었으니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다. 윤슬의 대답에도 아버지는 미심찍은 표정
" 영업 이사예요, 그 사람."
“면 나름 대기업 아나?"
“그러니까요. 회사 잘 다니는 사람한테 무슨 깡패."
“그럼 재영이 그놈이 왜 그런 말을 했지?"
대기업이 이래서 좋은 건가 보다. 생판 모르는 사람인데도 회사 이름을 대자 아버지의 의심이 누그러지는 것을 보면.
잠시 이야기를 하느라 타기 시작한 고기를 급하게 잘라 불판 가장자리로 일어놓은 아버지가 가위를 내려놓으며 의아한 얼굴을 했다. 왜 그런 말 을 했기는, 동생 엿 먹으라고 그런 소리를 했겠지. 하지만 상황울 모르는 아버지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형이랑 싸웠어요. 몸싸움하느라 물건 좀 부서지고, 나는 맞고 있고. 그 사람이 그거 보고 강도라고 생각하고 제압했더 니, 형이 오해했나 봐요."
"재영이랑 싸웠어? 아니, 왜?”
어느새 권태준에게서 형제간의 싸움으로 관심이 돌아선 아버지가놀란 얼굴을 하고 묻었다. 이제껏 아버지 앞에서 싸움 한 번 하지 않았던, 아버 지의 관점에서 매우 사이가 좋게 보였을 아들들이 장성해서 싸웠다고 하니 놀랄 만도 했다. 잠시 입을 다몰고 있던 윤슬이 생각을 정리하고 말을 꺼냈다.
"아버지."
"왜?”
"엄마가 죽은 건, 역시 내 탓일까?”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왜 네 탓이야. 사고 탓이지.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고 있어.”
"말은 사고 탓이라고 하지만. 조금은 내 탓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고기 잘 먹고 헛소리를 하는 거나?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
아버지가 엄한 목소리로 꾸짖는 것처럼 일침했다. 그런 아버지를 향해 윤슬이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다들 그러잖아. 내 탓이 아니라고.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내 앞에서는 내 탓이 아니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다들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사실은 내 잘못이 컸던 게 아닌가. 내가 뭔가를 했으면 엄마가 살아있지 않았을까. 아니, 엄마가 학교에 오지만 않았더라도 그런 일은 일어 나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 끝이 없다. 사고는 사고야. 사고로 일어난 일에 누구의 탓인지 물을 수는 없는 거다. 탓해도 사고를 낸 사람을 탓해야지, 왜 애 먼 너를 탓해? 아무도 널 탓하는 사람은 없어.”
형이 그러더라고요. 엄마가 죽은 건 내 탓이래. 나 때운에 엄마가 죽었대. 내가 엄마의 죽음울 보기만 했다고. 그 말을 들었을 때는 화가 나서 싸 웠는데. 나중에 생각하니까 역시 내 탓이었구나 싶었어.”
복수하는 마음에 고자질하는 것처럼 말울 꺼내긴 했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약간의 본심도 홀러나왔다. 이런 말을 하면 아버지가 걱정할 것울 알지만. 이런 자신의 이야기에 아버지가 어떤 대답울 해즐지 뻔하지만. ……그래도 그 뻔한 대답읕 듣고 확인하고 싶었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 말이 듣고 싶었다.
"날이 더우니 재영이 그놈이 정신이 나갔나 보다. 왜 그런 소리를 너한테 해?""
"쭉 그렇게 생각했었나 보지. 형은 속에 담아두기만 하지, 남한테 자기 이야기 잘 안하는 편이잖아요. 이제라도 하고 싶은 말 하면서 살고 싶어졌 나."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놈 그거 저번 일도 있고, 아직 심리가 불안한 모양이다. 왜 갑자기 그 얘기는 꺼내고, 또 왜 그걸 네 탓으로돌려.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당분간은 재영이가 무슨 소리를 해도 그냥 휼려들어. 그래, 그게 낫겠다. 헛소리를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거기에 장단 맞아을 둘이 이러고 있으니 선뜻 누구의 편을 들지 못하고, 아버지는 달래 는 것처럼 말했다. 윤슬이 대꾸를 하지 않고 있자, 아버지가 윤슬아. 하고 불렀다.
"아무도 네 탓 안 해. 네 잘못도 아니고. 괜한 생각 하지 마라. 알았지?”
"그냥 지나서 생각해보니 내 생각도 그렇다는 거야. 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기는 뭐가 그래. 그런 거 아니라니까. 너 그러면 죽은 네 엄마가무 덤에서 벌떡 일어날 거다. 재영이가허론소리 지절이는농이 아닌데. 왜 갑 자기 안 하던 51을 하는지 모르겠다. 예민하긴 예민한 모양이야. 재영이는 내가 살필 테니까. 넌 그냥 모론 척하고 있어. 그 녀석도 본심은 아니었을 거다. 당연히 아니지."
충분히 본심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껏 꾹꾹 늘러 담고 있었던 것을 다 터 뜨린 것처럼 보였는데. 하지만 상황을 모르는 아버지는그게 아님 거라고 윤슬을 달래었다.
"당분간은 집에 오지 말고. 쉬는 김에 어디 여행이라도 좀 다녀와라. 쉬 면서 머리도 비우고 해야지, 사람이 너무 집에만 있으면 우울증도 생기고 그런다더라."
"그래도. 집에만 갇혀 있으면 마음도 편협해지는 법이다. 공기 좋고 탁 트인 곳에 가서 주변을 둘러봐야 시야도 트이지. 이참에 해외라도 나갔다 오든지, 너무 갑작스러우면 친구들이랑 가까운 곳에라도 놀러 다녀와. 아 버지가 용돈이라도 주랴?”
"아, 됐어요.”
왜 갑자기 용돈. 우는 아이 손에 사탕울 쥐여주는 것처럼 아버지가 지갑 울 꺼내 윤슬의 손에 만 원짜리 지폐를 쥐여주었다.
"만원이 뭐야."
"인마, 땅 파봐라, 만 원이 나오나."
"이거 가지고 어떻게 놀러 가요.”
"놀러 가는 건 네 돈으로 가야지. 나야 그냥 아들 용돈 줬다는 생색내는 거고.”
너무나도 당당한 말에 윤슬이 겨우 웃음을 별어 냈다. 작게 웃는 윤슬의 얼굴을 보며 아버지가 윤슬의 머 리를 토닥토닥 쓸어주었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재영이 말 가슴에 담아두지 말고. 남한테 나쁜 소리 안 하던 녀석이 너한테 그런 말을 했을 정도면, 저도 얼마
나 혼란스러운 상황이겠냐. 남도 아니고 하나뿐인 동생한테. 아비가 형 편드는 게 아니라. 재영이가 지금 좀 아프니까. 무슨 말 하는 줄 알지?"
"그래. 우리 아들 착하다. 그런 생각은 싹 잊어버리고, 고기 먹어라. 그러고 보니 턱에 멍 자국 남은 것 같은데, 재영이 그농이 그런 거야?”
회미해져서 이제는 보이지 않을 텐데 아버지는 윤슬의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용케도 그것울 발견하고 지적했다.
"응, 형이 나 막 때렸어.”
쪼르르 달려가 부모에게 이르는 아이처럼 윤슬이 우는소리를 했다.
"생전 주먹 을리던 놈이 아닌데. 왜 너한테 가서 그랬다니.1"
"그래서 나도 형 막 때렸어."
사실은 자신이 먼저 달려들었고, 그에 재영이 응수하여 치고받은 거였지만.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하고 암았냐. 안 그러 던 놈들이 다 커서 잘하는 짓이다."
쯧쯧. 혀를 차며 아버지가 타박울 했다. 배시시 옷던 윤슬이 고기를 집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방금 전까지 잘만 먹던 고기인데, 이상하게 도 양념의 단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재영은 무엇을 기대하고 아버지에게 그런 소리를 했울까. 이제는 재영의 의도도, 생각도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받은 만큼 둘려준다는 식으로곤 란한 일은 쏙 빼고 아버지에게 재영의 행동울 고자질하긴 했지만, 이것 역시 그리 고소하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권태준에게 신경을 끄고 재영의 상 태를 걱정하는 것으로 넘어가긴 했지만, 그게 마냥 좋다는 생각도 들지 않 았고. 무언가가 계속 어긋나고 있는 기분이 돌었다. 마구 형를어져 엉망이 된 기분. 엉킨 실타래가 플리는 날이 오기는 할까.
권태준이 온 것을 알았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발소리를 죽여 침대로 걸어온 권태준이 조심스럽게 윤슬의 어깨를 잡아 돌려 눕히다 말똥말똥하게 눈을 뜨고 있는 것을 보고 장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자는 풀 알았더니, 안 자고 있었습니까? 아니면 나 때문에 깬 겁니까."
"그냥 누워서 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
"전화도 안 받고?” "응. 전화도 안 받고.”
무릎을 굽혀 쪼그리고 암은 권태준이 침대에 누워있는 윤슬과 시선을 마 주하고 빤히 쳐다보았다. 뭔가를 살피는 듯 제 얼굴을 훌는 시선에 윤슬이 눈을 내리깔았다.
"울었습니까? 내가 나 있는 데서 울라고 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안 울었어요."
울 일이 없었으니까. 그냥 아버지와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멀찡하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울 일이 뭐가 있었겠는가. 그런데 권태준의 얼굴을 보 고 목소리를 듣자 이상하게 눈물이 쏟아졌다. 왠지 서럽고 서글프고, 조금은 응석을 부리고 싶은 0ㅏ음도 생겨났다.
"지금 우는데?"
"언제는 에서 울라면서."
"그래서 나 왔다고 자리 깔고 우는 겁니까?"
눈을이 그렁그렁한 윤슬의 눈가를 손끝으로 더듬으며 권태준이 '울보네.'하고 농담처럼 핀잔했다. 작게 웃음기가 섞여 있는 목소리에 윤슬이 투정을 부리듯 도리질을 쳤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또 형이라는 놈이 와서 지랄했어요?"
"아뇨. 그냥 아까 나가서 아버지랑 밥을 먹었는데……."
훌쩍, 코를 들이마시며 한 템포 쉬자 권태준이 고개풀 끄덕이며 윤슬의 말을 기다렸다.
“형이 아버지한테 우리 집에 웬 깡패가 들락거린다고했대요. 아버지가 그거 물어보려고 나 불렀나봐. 나는 웬일로 아버지가 나만 불러서 고기 사 준다고 그러나 싶었지."
"그걸 또 쪼르르 달려가서 일러바쳤답니까? 그래서 아버지한테 혼나서 서러웠습니까.”
"아뇨, 혼 안 났어. 깡패 아니라고 했거든요. 권태준 씨 회사 이름 대니까 아버지가 의심을 안 하시더라고요. 대기업이 신용 보증해주는 것도 아 닌데.”
윤슬의 투정 어린 말에 권태준이 웃욤을 흘렸다. 그랬습니까? 하고 추임새를 넣는 권태준은 마치 어 린아이의 재통을 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다하다 이제는 형이 별짓을 다 하는구나 싶었어.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시니까 상황을 제대로 설명할 수도 없잖아요. 화도 나고 짜증도 나서
교묘하게 형 험담을 했어요. 나한테 유리한 말만 하면서 피해자흥내를 내니까, 아버지가 형이 아픈 거라고 이해하라며 날 위로했어요. 자살 시도했 던 사람이라 정신 이상하게 을리는 거 한순간이더라고. 그랬는데……시원 하기는커녕 더 짜증 나고 나 자신도 싫어졌어요.”
"그 사람이 윤슬 씨를 상대로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것 같은데. 좋은 일하는 셈 치고 호수에게 환자 하나 연결시켜주는 게 어떻습니까. 서로가 필 요할 것 같은데.”
"올라. 형도 강 선생님도 다 싫어. 만나기도 싫고 연락하기도 싫고.”
침대에 엎드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 리자, 윤슬의 뒤통수를 쓰다등으며 권태준이 웃었다.
“역시 윤슬 씨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뿐인가 봅니 다.”
"왜 얘기가 그렇게 돼요?"
"나 말고 또 좋아하는 사람 있습니까?"
대꾸할 가치가 없는 물음을 무시하며 윤슬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권태준을 바라보았다.
"이제 형이랑 연관되기도 싫은데, 형이 나를 가만히 안놔뒤요. 그게 너무 화가 나.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내가 형에게 죽을죄를 지은 건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니까 점점 더 형이 미워지고. 그것도 화가 나는데 권태준 씨 험담까지 했다니까 이상하게 더 화가 났어요. 권태준씨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쁘게 말했다니까 화가 나더라고. 그래 서 더 기분이 안좋았어요.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나만 욕하고 나한테만 화내지, 권태준 씨를 걸고넘어지잖아. 앞뒤 상황 설명도 안 하고, 질 나본 깡패가 뭐야."
눈을 내리깔며 불만을 토로하자. 권태준이 하아,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손으로 얼굴을 덮어 문지르던 권태준이 손울 떼어내고 윤슬울 바라 보았다. 일그러진 표정이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윤슬이 가만히 권태준울 마주 보았다.
"그래서 아버님한테 내 편 들어줬습니까."
"편은 무슨."
"깡패가 틀린 말도 아닌데, 내 험담이 그렇게 듣기 싫었습니까?"
"그래도 다론 사람 입에서 그런 소리 듣기 싫어요.”
"……윤슬 씨, 야구 잘합니까?"
왜 갑자기 야구 얘기를 꺼내는지 알 수 없었던 윤슬이 멍한 얼굴로 고개 를 가로젓자, 권태준이 윤슬의 팔을 붙잡아 일으켰다.
“변화구 잘 던질 것 같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포인트에서 흑 들어왔 거든요."
“뭐가 들어와요?”
이해하지 못하고 을었지만 권태준은 답해주지 않았다. 대신 윤슬의 양어 깨를 붙잡아 저를 보게 한 권태준이 윤슬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윤슬 씨. 며칠 동안 내 집에 좀 있어야겠습니다."
“내가 왜권태준 씨 집에……."
"끌까지 갑시다.”
"야!”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린 윤슬이 얼굴을 붉히 며 소리쳤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그렁그렁했던 눈물이 쑥 들어가는 기분이 었다. 그럼에도 권태준은 제멋대로 윤슬의 가방에 속옷울 한 움큼 챙겨 집 어 넣고. 윤슬의 손목을 잡아 끌어 당겼다.
“걱정하지 말아요. 나 공부 열심히 했습니다. 생각 안 했던 일도 아니고. 이제 슬슬 진도 나갈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원래 이렇게 갑자기 눈 돌아갔을 때 진도 나가는 겁니다. 누가 디데이 정해놓고 전부터 예고 때립니까. 영화 상영하는 것도 아니고.”
"나도 마을의 준비를……"
기금까지 마음의 준비 안 했으면 앞으로도 안할 겁니다. 잘아니까 그냥 따라와요."
"그걸 권태준 씨가 어떻게 알아요. 내가 마을의 준비를 엄청 잘할 수도 있지."
“윤슬 씨는 못해도 괜찮습니 다. 내가 잘할 거 니까."
얼굴만 당당한 플 알았는데, 왜 해보지도 않은 일에서까지 저렇게 당당한 걸까. 윤슬이 두 다리에 힘울 주고 버렸지만 권태준을 이길 수가 없었다. 형광등울 제대로 껐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끌려 나온 윤슬은 주차 장으로 내려와 권태준의 차에 오론 뒤에야 자신이 아직까지 집에서 입고 자던 옷차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윤슬의 오피스텔에서 상당히 먼 곳에 위치한 권태준의 아파트는 권태준 혼자 살고 있다기엔 과하게 넓은 감이 있었다. 거실조차도 윤슬의 오피스 엘이 폭히 두 개는 들어갈 정도의 넓이였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윤슬 씨가 코딱지만 한 오피스텔에 있으니까.
"내가 내 집에 있는 건 당연한 거고."
"내가 윤슬 씨 있는 곳에 있는 것도 당연한 거고."
"말장난하지 말죠."
"그래요. 말장난하지 말고 얼론 침실로 갑시다."
권태준이 어깨를 끌어안아 걸음을 옮기는데. 왠지 모르게 포박을 당한 기분이 들었다.
법 구경은 나중에 시간 날 때 하고. 여기가 침실입니다."
커튼이 드리워진 침실은 어두웠다. 형광등을 켜자 넓은 방 안에 덩그러 니 놓여있는 커다란 침대가 보였다. 침대와 협탁이 전부인 침실을 어이없 는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권태준과 눈이 마주친 윤슬이 큼, 하고 헛기침을 했다.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아니. 어색한 게 당연한 건가. 문득 자신이 어째 서 권태준의 집에, 그것도 침실에 서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껏 긴 장을 하고 차렷 자세로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대체 무슨 생각읕 하고 여기까지 끌려온 것일까. 권태준의 말처럼 뭔가 를 할 생각으로 따라왔나. 정말 싫었다면 힘껏 뿌리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찌면 될 대로 되라는 식의 0ㅏ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르고.
"……저기, 권태준 씨."
아무리 아무 생각이 없다지만 침대를 코앞에 두니 이상하게 긴장이 됐 다. 권태준을 향해 둘아서며 이름을 부르기가 무섭게 입술이 막혔다. 윤슬 울 강하게 풍으로 끌어당긴 권태준이 허겁지겁 입울 맞추며 발을 내디뎠 다. 권태준에게 일려 뒷걸음질을 치던 윤슬이 침대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잠깐, 잠깐만요."
"왜 그럽니까."
권태준의 어깨를 밀며 다급하게 말하자, 입술울 바짝 붙인 상태로 권태준이 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급작스럽잖아요.”
"여기서 더 뜸 들일 시간이 필요합니까?"
"그래도 다짜고짜 집에 데려와서 침대로 직행하는 건 아니지!"
“그럼 어디 경유해서 와야 했습니까?"
"아무리 그럴 마음으로 데려왔다고 해도, 긴장 플 시간도 좀 필요하고. 아니, 내가 꼭 그걸 하려고 왔다는 말은 아니고……"
횡설수설하는 윤슬울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권태준이 이내 웃음을 터뜨 리며 윤슬에게 몸을 기댔다. 커다란 옴이 무게률 실어 짓누르자뭔가를 하 지도 않았는데 숨이 헐떡거렸다.
“잠깐 혼자 있을 시간울 주겠습니다. 씻으면서 긴장 풀고 나와요."
"씻긴 뭘 씻어요."
몸을 일으킨 권태준이 윤슬의 팔을 잡아 침대에서 일으켜주며 말했다. 안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씻고 나을 시간만 기다려준다는 거잖아. 윤슬이 불통거리며 권태준의 팔을 일어냈다.
여기까지 따라와서 휟길 겁니까?”
"따라온 게 아니라 끌고 온 거지.”
"같이 씻을까요? 윤슬 씨 분위기 잡는 거 좋아하지 않습니까. 씻는 거부터 같이해도 나는 괜찮습니 다.”
"싫어요."
단호하게 거절하는 윤슬을 욕실로 밀어 넣은 권태준이 웃으며 문을 닫아 주었다. 가만히 서서 닫힌 문을 바라보던 윤슬이 한숨을 내쉬며 옷을 벗었다.
옷을 벗긴 하는데 정말 씻어야 하는 걸까. 씻고 난 다용에는? 진짜 섹스를 하겠다고? 권태준이 자신과? 지금? 여기서? 거기까지 생각을 하자 머 리가 어지러워졌다.
샤워기 밑으로 들어간 윤슬이 을을 톨고 머리를 식혔다. 물줄기가 정수리를 적시고. 얼굴을 타고 홀러내렸다. 머릿속엔 아무 생각이 없는데 손은 습관적으로 샤워 불울 찾아 바디워시를 거풍 내 옴에 문지르고 있었다.
권태준이 왜 갑자기 눈이 둘았지. 앞뒤 상황을 떠울려봤지만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로 홀러간 것도 아니고. 갑작스럽 게 그런 말을 꺼낸 것을 보면 권태준을 자극한 무언가가 있다는 건데, 그 게 원지 알 수가 없었다.
벽에 이마를 기대고 서서 샤워기에서 쁨어져 나오는 을을 맞으며 거품을 흘려보내고 있는데, 조용히 욕실 문이 열렸다.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 자, 문을 열고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권태준이 보였다.
무표정한 얼굴 너머에 감추고 있는 감정은 무엇일까.
소리 없이 마주 용시하자, 권태준이 입고 있던 셔츠의 단추를 하나둘 플어냈다. 권태준의 몽에서 벗어난 옷가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알몸이 된 권태준이 성큼 욕실로 들어와 윤슬의 곁으로 다가왔다. 윤슬의 어깨 근처 로 올라온 권태준의 손이 서서히 젖어들었다.
몸을 돌려 권태준울 마주 보고 선 윤슬이 입을 열었다.
"뭐가 궁금합니까."
바닥에 떨어진 샤워 볼을 주워 윤슬의 어깨와 가슴울 문질러주며 권태준이 나직한 목소리로 을었다.
"……왜 갑자기 하려는 거예요?”
"내 편을 둘어서 화를 내는 윤슬 씨를 보니 사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그냥, 욕해도 내가하겠다는 의미였는데?”
"귀엽기도 하네요."
이런 상황에서도 얼렁뚱땅 이상한 대답으로 넘기려는 건가. 살짝 미간 을 찌푸리자, 권태준이 윤슬의 어깨에서부터 손목까지 손을 미끄러뜨리묫 문지르며 이어 말했다.
"가볍게 윤슬 씨를 만지고 키스하고 안는 게 아니라, 이제 그 행동 하나 하나에 의미를 둘 수 있을 정도로 내 감정이 단단해졌다는 걸 확신하게 되 었습니다. 그걸 깨달으니 윤슬 씨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확신이 없어요.” 다시 어깨로 올라온 권태준의 손이 목덜미를 스치며 뺨을 감쌌다. 키스 하듯 가깝게 다가온 입술이 살짝 닿았다 떨어졌다. 약간의 틈을 두고 마주 한 얼굴울 바라보던 윤슬이 눈울 내리깔았다,
"내가 여 기 무슨 생각으로 서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를 받아졸 수 없겠습니까? 이렇게 키스하고, 만지고, 끌어안는 이 모 든행위가공찍합니까."
"그런 게 아니라……"
"나는 권태준 씨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아니, 나쁜 짓도 많이 했겠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권태준 씨가 이제는 날 많이 생각해주고 위로해준다는 것도 알고. 내가 권태준 씨에게 위로받고 안도한다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지금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싫다는 건 아니고?"
"싫다는 건 아니지 만, 그렇다고 좋다는 것도 아니고."
저 좋을 대로 받아들일까봐 윤슬이 적당히 덧붙이자 권태준이 작게 웃었다. 마주한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온기 어린 웃음이 전해졌다.
그럼 의미를 두지 말아요. 의미에 얽매이지 말고 마음이 이끌리는 쪽으로, 분위기에 휩쓸려서. 어떤 변명을 해도 좋습니다. 그러다보면 윤슬 씨도 확신이 설 때가 오지 않겠습니까. 나와 더는 연관되지 말아야겠다거나, 아니면 날 곁에 뒤야겠다거나."
"……그건 너무 비겁하잖아요."
"괜참습니다. 난 윤슬 씨가 모르고 있을 뿐이지 윤슬 씨도 내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합니 다."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건데요?"
"얼굴."
반박할 수가 없었다. 권태준의 드높은 자신감이 모두 얼굴에서 나왔다고 말해도 반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권태준이 주먹질읕 시작하지 않았더 라면, 아마 연예계나 화류계로 홀러들어 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선택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윤슬 씨에게 책임을 묻지도 않을 겁니다. 나중에 후회하는 마음이 든다면, 그땐 내 탓을 해도 좋습니다. 그러니까 지 금은 내게 끌려와줘요."
손을 뻗은 권태준이 물을 잠갔다. 윤슬의 젖은 입술을 빨아들이며, 권태준이 윤슬의 몸을 끌어안았다. 권태준의 어깨를 끌어안듯 손을 을렸던 윤슬이 훌찍 들어 올려지는 것에 놀라 권태준의 목에 매달렸다. 엉명이를 받쳐 안고 성큼성큼 욕실을 나온 태준이 윤슬을 침대에 내려놓았다.
불 꺼진 침실 안을 무드 등이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음영진 권태준
"왜 긴장합니까. 내가 언제 윤슬 씨에게 나쁜 짓 한 적 있습니까.”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권태준은 기억을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권태준의 기준에서 그게 나쁜 짓이 아니었던 걸까.
눈을 대구루루 굴리며 꾹 다을었던 입술을 달싹거리자, 권태준이 부드럽게 윤슬의 입술울 빨았다. 쪽 빨아들였다 뱉어내고 다시 발아들이고. 입술 의 윤곽을 그리는 것처럼 헛바닥울 내일어 할다가 술찍 벌어진 입술 안으로 집어넣기도 했다.
차가운 을 아래에 서 있었던 탓에 식었던 옴에서 차춤 냉기가 사라지고 서서히 열기가 피어울랐다. 뜨겁게 달아오론 태준의 손이 윤슬의 몸을 누 렸다. 도자기를 빚는 사람처럼 조심스러우면서도 정교한 손길이었다. 그 움직임은 차분하면서도 거침없었다. 허리의 곡선을 쓸어내렸다 올라온 손 이 다시 밑으로 내려가 힙 라인을 더듬었다. 부드럽게 마사지를 하는 것처 럼 엉덩이를 잡았다 놓는 손길에 윤슬이 술쩍 몸을 비틀었다.
태준이 윤슬의 손울 잡아 제 가슴 위에 을렸다. 손바닥 아래로 탄탄한 가승과 유두가 느껴졌다. 원을 그리듯 손바닥을 움직여 작은 알갱이를 문지 르며 윤슬이 힐곳 태준울 울려다보았다. 까닿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윤슬 울 내려다보고 있었다. 혀를 내일어 긴장으로 마론 입술을 축이자, 태준이 그 혀끝울 빨았다.
젖은 옴에서 홀러내린 을방울이 시트를 적셨다. 옷 한 겹 걸치지 않은 알몸을 서로의 옴에 문질러 비비고, 다리를 얽었다. 단단한 허벅지에 다리를 감아 문지르자 겹쳐진 사타구니가 덩달아 비버졌다. 언제부터인지 존재감울 드러내며 서 있던 성기가 윤슬의 성기를 짓늘러댔다.
손바닥 아래로 만져지는 탄탄하고 평평한 가승은 여자의 것이 아닌데도, 사타구니에서 느껴지는 타인의 성기는 분명 같은 남자의 것인데도, 이 상하게 조금씩 흥분이 오르고 있었다. 넓은 등을 끌어안고, 혀를 얽고, 타 액울 나누는 행위가 이토록 야하고 고양되는 것이었나.
홈뼉 젖은 입술을 떼어내고 태준이 숨을 을아쉬었다. 눈을 감은 윤슬의 얼굴 위로 뜨거운 숨결이 쏟아졌다.
"윤슬 씨가 조금 부끄러워할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부끄럽지 않은 것은 아닌데, 여기서 더 부끄러운 무엇을 한다는 것인지 짐작조차 하기가 어려웠다. 잠시 몸을 떼어낸 태준이 상체를 움직 여 협탁 서랍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뭔데요?”
"윤슬 씨 안에 들어가기 전에. 뒤를 먼저 풀어놔야 합니다.”
그래. 권태준의 말처럼 부끄러운 일이 틀림없었다. 권태준이 미리 말하 지 않았더라면 놀라 발로 걷어X을지도 모르겠다.
잠시 흥분했던 것이 거짓말처럼 윤슬의 몸이 굳었다. 태준은 마치 아이 를 달래는 것처럼 윤슬의 몸 곳곳에 입울 맞추며 술그머니 아래로 몸을 내 렸다. 달칵, 손에 든 병의 뚜껑을 열고 윤슬의 사타구니 위에 주욱짜자, 조 금 차갑게 느껴지는 점성의 액체가 성기를 타고 흘러내려 회음과 항문을 적셨다.
"느낌 이상해요.”
태준의 손이 윤슬의 성기를 잡아 위아래로 문질렀다. 찐득찐득한 느낌 에 미간을찌푸리며 불만울 내별자. 태준이 웃으며 윤슬에게 입을 맞췄다.
기금이라도 빠져 나가려고 머리 굴리고 있습니까?"
어떻게 알았지. 귀신같은 권태준의 눈치에 윤슬이 입을 꾹 다묻었다.
"조금 부끄럽겠지만. 아픈 것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조금 지나면 부끄럽 다는 생각도 안 날 겁니다.”
약속합니다. 하고 귓가에 속살거리는 권태준의 옥소리가 달콤했다. 귓 가에 열이 오르는 기분에 윤슬이 고개를 수그려 태준의 어깨에 기댔다.
성기를 느리게 문지르던 손이 고환을 함께 쥐고 주을렀다. 가공 태준의 손끝이 회음에 닿아 비벼지는 것이 의도한 움직임인지는 모르겠으나, 여 린 피부가 늘릴 때마다 오중이 마려운 것처럼 찌릿한 기분이 들었다.
단단하게 흥분한 성기를 윤슬의 허벅지에 문질러 비버대던 태준이 놀고 있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젤이 고여 질척거리는 엉덩이 사이로 파고든 손 끝이 항문의 주름을 문질렀다. 당황한 윤슬이 움찔거리며 허리를 비를자. 태준이 쉬이., 하고 윤슬의 귓가에 속삭였다.
잠깐만 참으면 됩니다. 긴장 플고 힘 빼요.”
잔똑 오므린 항문의 주름을 더듬으며, 마치 문을두드리는 것처럼 권태준의 손끝이 톡톡 주름을 건드렸다. 긴장을 플라는 말에 플어지면 애초에 긴장을 할 사람이 어디 있어. 윤슬이 불만을 삼키며 느리게 숨을 내별었다.
진득하게 젖은 손끝이 슬쩍 주름을 벌리고 한 마디 정도 파고들었다. 익 숙하지 않은 이물감에 미간을 찌푸리며 어깨를 끌어안고 있던 손에 힘을 주자, 반사적으로 아래에도 힘이 들어갔다. 쫙 다물린 구멍 안으로 권태준
"겨우 한 개 들어갔는데 이렇게 조일 겁니까."
"말처럼 쉬운 것 같으면 바꿔서 해불래요?”
윤슬의 불통한 을음에 권태준이 웃음을 흘렸다. 그는 대답 대신 손을 움 직여 구멍 안쪽을 지분거렸다. 넣었던 손가락울 살며시 빼냈다가 다시 일 어 넣고, 안쪽의 점막울 문질러 놀러댔다. 안쪽이 움찔거리는느낌에 잠시 심호홉을 하는 찰나, 손가락 하나가 더 밀려 돌어왔다. 밑이 벌어지는 기분 에 윤슬이 움찔 몸을 떨었다.
"쉬이, 괜찮아요. 잘했습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도 권태준은 칭찬하듯 윤슬의 빵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구멍 안으로 들어온 손가락을 느리게 돌리며. 살짝 구부려 내벽 을 꾹꾹 늘러댔다. 얄게 들어왔다 빠져나갔던 손가락이 다시 깊게 찌르고 나가 다시 얄게 파고드는 것을 반복했다. 손가락 마디에 걸려 구멍이 벌어 질 때마다 몸이 거북함을 호소했다.
긴장한 탓에 성기는 어느새 플 죽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것을 알아 차린 태준이 윤슬과 자신의 성기를 항께 붙잡아 빠르게 흔들었다. 희미하 게 전해지는 쾌감에 앞쪽으로 신경이 쏠리자 자연스럽게 뒤가 풀어졌다.
"으음……"
서서히 일어나는 흥분과 약간의 거북함 속에서 윤슬이 낮게 신음을 홀리 자, 태준이 묵직하게 숨울 내쉬었다. 집중하고 있는지 태준의 이마에서 땀 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한참이나 구멍을 쑤시던 손가락이 어느 지점에 닿았을 때. 윤슬이 몸울 굳히며 태준의 어깨를 붙잡았다. 절로 날카로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빳빳 하게 몸울 굳힌 윤슬울 내려다보며 태준이 손끝을 구부렸다.
"자, 잠깐……홋."
“전립선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늘러서 자극하면 보통 일이 분 안에 싼 다고 하죠. 전립선 마사지라는 거 들어봤습니까?"
"잠깐만. 잠깐……하옷……
허벅지를 오므리며 윤슬이 다급하게 태준의 손목을 붙잡았다.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지 만, 권태준은 윤슬에게 손목이 잡힌 상태로 손가락 을 움직였다.
눈앞에서 별이 반짝였다. 시야가 하닿게 변하며 섬광탄을 쏜 것처럼 아 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앞뒤로 흔들고 쑤시는 권태준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비명과도 같 은 신음울 내지르며 윤슬이 정액울 울컥 쏟아냈다. 성기를 흔들던 권태준 이 뿌리부터 귀두까지 힘주어 훌어 냈다.
하알게 불태운 기분이다. 등으로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숨을 길게 내쉬며 윤슬이 플어진 몸을 침대에 늘어뜨렸다. 을썩거리는 가숭 위로 권태준이 몸울 기대왔다.
“내가 예전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손기술 좋다는 말 많이 들었다고. 문 도 잘 따고, 사람 조지는 것도 잘하고. 인형도 잘뽑고, 전립선도……."
왜 헛소리를 안 하나 했지.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을 겨우 올려 권태준 의 입을 막았다. 혀를 내일어 윤슬의 손바닥을 할으며 권태준이 눈울 휘어 웃었다. 놓아달라는 것처럼 작게 도리질을 치는 권태준을 윤슬이 무언의 경고를 담아 용시했다.
"윤슬 씨 안에 들어갈 겁니다."
선전포고를 하듯 권태준이 당당하게 말했다. 권태준의 손에 의해 시원하 게 싸긴 했지 만, 그래도 그건 좀 달갑지 않은데. 내키지 않는 속내를 알아 차린 태준이 윤슬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붙여 속삭였다.
"하고 싶어질 때까지 전립선 마사지해풀까요? 윤슬 씨만 좋다면 열 번 온 폭히 싸게 해풀 수 있습니다. 윤슬 씨 체력만 따라와준다면 수십 번도 가능한데. 시험해보겠습니까?”
"날 반쯤 죽여놓고 제정신 아닐 때 할 거라는 말로 돌려요.”
"제정신이 아닐 만큼좋았다는 뜻입니까.”
"누구든 열 번 싸면 제정신이 아닐 거라는 말이었죠.”
장난기 어린 권태준의 눈동자 너머에 열은 흥분과 기대가 스며있는 것 울 발견했다. 먹이를 발견한 짐승처럼 까만 눈동자가 위험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그 눈울 마주한 윤슬은 마치 공포를 마주한 사람처럼 도망칠 수 도, 달아날 수도 없음을 예감했다.
사타구니를 짓늘러 문지르는 태준의 성기가 존재감을 나타내며 불끈거 렸다. 힘을 잃고 늘어진 허벅지를 넓게 벌리고 하체를 바짝 붙인 태준이 윤슬을 내려다보았다. 구멍 안에 박혀있던 손가락이 느리게 빠져나가자, 병 뚫린 기분에 윤슬이 구멍을 움찔거렸다.
태준이 허리를 술찍 아래로 내려 성기를 엉덩이골 사이에 비버댔다. 오 므려진 주름 근처를 성기 끝이 묵 찌를 때마다 윤슬이 몸을 움찔 떨었다. 몇 번이나 비비고 비벼대 쿠퍼액과 윤활제가 뒤섞여 절꺽이는 소리가 홀러 나왔다.
단단하게 힘을 받은 성기를 구멍 안으로 서서히 밀어 넣으며 태준이 윤 슬의 표정을 살폈다. 제 얼굴을 내려다보는 태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아 래가 벌어지며 낯선 것이 일고 들어오는 감각에 윤슬이 표정을 일그러뜨렸 다. 입술을 꾹 깨을고 신음을 삼키자, 태준이 윤슬의 늘어진 성기를 잡아 부드럽게 문질 렀다.
“아픕니까.”
“뭔가 조금……아픈 것보다 뻐근한……-"
제대로 된 문장을 내밸지 못하고 윤슬이 숨울 헐떡거렸다. 성기를혼들 어 자극을 주고 있지만, 뒤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종처럼 흥분이 되지 않 았다. 힘들어하는 윤슬을 보며 태준 역시 미간울 찌푸렸다.
이렇게 크고 긴 물건을 뒤로 넣으리라는 것은생각조차해본 적이 없는 데.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의 주름이 찢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잠깐, 잠깐만요. 권태준 씨, 잠깐만……"
윤슬이 손을 허우적거리며 태준을 불렀다. 뭉그러진 발용으로 권태준의 이름을 부르자, 서서히 움직이던 권태준이 힘주어 안을 파고들었다. 사타 구니가 부딪치며 아래에서부터 얼얼한 통증이 밀려 올라왔다.
"다 들어갔습니다. 많이 아픕니까." 권태준 역시 힘이 들었는지 땅방울이 턱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잔똑주 름진 미간이 권태준의 인내를 말해주고 있었다.
"으……인간의 옴에 넣으면 안 되는 사이즈를 넣은 기분이에요."
“그건 칭찬입니까."
"이 상황에서까지 자부심을 느끼고 싶어요?”
"윤슬 씨도 자부심을 가져요. 앞으로 윤슬 씨만 쓸 을건이 니까."
"사양할래요. 반품해줘요."
"시용은 공짜입니다. 일단 넣었으니 끝까지 사용은 해봐야하지 않습니까."
태준이 술찍 허리를 뒤로 올려 성기를 빼냈다쿡찔러 들어오며 넌지시 말했다. 아니, 시용이고 나발이고 하고 싶은 마음이 회 미해졌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권태준은 조금씩 성기를 움직이고 있었다.
처용 구멍을 열고 들어을 때보다는 아품이 덜해- 윤슬의 표정도 조금 느 슨해졌다. 통증이 누그러지 면서 미묘하게 간지럽고 오묘한 감각도 느껴지 는 것 같아. 윤슬이 엉명이를 움찔거렸다.
"윤슬 씨 엄청 조입니다. 좆이 멍들 것 같은데, 조금만 힘을 뼈"주면 안 되 겠습니까."
“애초에 넣은 사람이 할 투정이 아니죠." 괘씸한 마을에 한껏 구멍을 조이자. 권태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침대 를 짚고 있는 태준의 어깨가 팽팽하게 부풀어 부들거리는 것이 눈에 보였 다.
"하지 말아요. 나 지금 인내심에 한계가 온 것 같습니다.”
“움직이고 있는 건 권태준 씨잖아요.”
"난폭하게 움직이고 싶지 않아서 참고 있는중입니다. 처음부터 피 보면 좋겠습니까."
협박과도 같은 충고에 윤슬이 입을 다물었다. 삐죽 내민 입술을 빨며 권태준이 작게 웃었다.
"조여서 아프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뺨과 턱에 차례로 입을 맞추며 권태준이 상냥한 목소리로 속살거렸다. 윤슬의 성기를 애무하는 손은 부드러웠고, 구멍을 쑤시는 성기도 자못 얌 전했다.
쑥 밀고 들어왔다 조용히 빠져나간 성기가 다시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 을 수어 차례 반복했을 때, 성기 끝이 어떤 지점을 짓늘렸다. 아까 느꼈던 쾌감이 다시 전해져오는 것에 윤슬이 바짝 몸을 굳히고 짧게 신음을 훌렸
다. 다급하게 권태준의 어깨를 감싸 안고 힘을 주자, 태준이 고개를 내려
윤슬의 얼굴을 살폈다.
"거기. 거기 잠깐만……."
"여기 말입니까?"
태준이 술찍 허리를 뒤로 을렸다 같은 지점을 늘렀다. 발가락이 오므라 들며 찌릿한 쾌감이 번졌다.
"아아……."
태준에게 매달려 윤슬이 신음을 별어 냈다. 윤슬의 변화를 알아차린 태준 이 속도률 울려 허리를 움직였다. 쑥 나갔던 성기가 강하게 안으로파고들 었다. 쾌감점을 짓누를 때마다 내벽이 제멋대로 태준의 성기를 감싸조여 댔다.
"윽. ……조금만힘을 풀어요."
그 말을 하기 전에 들썩거리는 댁의 허리부터 진정을 시켜야지. 윤슬이
대꾸를 하려다 혀를 씹을 뻔하고 입을 다묻었다. 젖 떨어진 강아지처럼 껑
낌거리며 윤슬이 팔다리를 뻗어 태준에게 바짝 매달렸다. 성기가 쑤시고 720."869
들어을 때마다 온옴이 파을파들 떨리는 기분이었다.
사정한 뒤에 축 늘어졌던 윤슬의 성기가 어느새 흥분하여 권태준의 복부 에 문질러지고 있었다. 온몽에 열꽃이 피어울랐다. 마치 자신의 옴이 아닌 것처럼, 내벽이 태준의 성기를 감싸 일고 둘어을 때는 환호하듯조이고 뒤 로 을러 날 때는 안타까운 듯 돌러 붙었다.
흥분한 것은 윤슬만이 아니었는지, 태준이 거친 숨울 을아쉬며 윤슬의 입술을 허겁지겁 빨아댔다. 혀가 엉키고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홀러내 려 목덜미를 적셨다. 윤슬의 머리와 등 뒤로 두론 팔에 힘을 주어 바짝끌 어안은 권태준이 연신 허리를 움직이며 밭은 숨을 을아쉬었다.
뜨거운 부지깽이가 안을 휘젓는 기분이다. 통증과도 비슷한 쾌감에 윤슬 이 태준의 허벅지에 다리를 감아 바짝 달라붙었다. 반쯤 허공으로 들어을 려진 엉덩이에 태준이 ""차게 성기를 박아넣었다. 사타구니가 닿았다 떨어 질 때마다 끈적한 윤활제와 사정액으로 젖은 피부가 찍찍 젖은 소리를 냈 다.
"하으……아, 아아……잠깐……아……"
빠르게 성기가 쑤셔박힐 때마다 윤슬이 앓는 소리를 냈다. 비명과도 같
은 신음을 홀리며 윤슬이 태준의 어깨를 힘껏 끌어안았다.
미처 삼키지 못한 신음을 나직하게 홀리며 태준이 윤슬의 안에 성기를
파묻었다. 단단한 물건이 내벽을 긁듯이 파고들어 쾌감의 흔적을 남기고 721 ."869
빠져 나갔다. 구멍이 닫히기도 전에 다시 파고드는 물건에 윤슬이 발끝에 꽉 힘을 주었다.
눈앞이 번찍거렸다. 어둥과 빛이 빠르게 교차하며 점멸하는 것처럼, 시 야가 깜빡거렸다. 단단한 태준의 복부에 힘껏 성기를 문지르며 윤슬이 정액울 울컥 쏟아냈다. 엉덩이에 바짝 힘을 주고 쾌감울 터뜨린 윤슬의 행동 에 자극울 받은 태준이 낮게 신음울 별어 냈다.
"하아, 아……"
태준의 어깨에 매달려 바듈바들 떨어대던 윤슬이 깊게 한숨울 내쉬었다. 여전히 엉덩이 사이에 커다란 을건이 처박혀 있었지만, 그 어느 것도 지금의 만족감울 방해하지 못했다.
"위험했습니다.”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숨을 고르던 태준이 한탄처럼 말했다.
“쌀 뻔했어요. 좀 끊어지는 풀 알았습니다.”
"……그냥 끊어 버릴걸."
“내 종이 그렇게 탐이 났습니까?"
"때리 줘요. 가져다 버리게."
"아아. 자, 잠깐만. 잠깐만 움직이지 말아요."
술금술금 안을 파고드는 성기의 움직임에 윤슬이 고개률 내저었다. 혼들리는 턱 끝에 입을 맞추면서도 태준은 윤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마치 을결치는파도 위에 누운 것처럼, 윤슬의 몸이 힘없이 혼들렸다.
침대에 늘어져 누운 윤슬의 허벅지를 넓게 벌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던 태준이 실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성기를 천천히 일어넣었다가 빼는 것을 반복 했다.
“신기합니다."
"나도 내 그곳이 신기하기는 한데, 그래도 그렇게 대놓고 보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아요?”
"혼자 싸고 일 끌낸 사람처럼 의욕 없이 구는 것도 예의는 아닙 니다.”
"그럼 권태준 씨도 같이 싸지 그랬어요.”
"그래요. 이번엔 같이 쌉시다.”
거푸 두 번이나 사정한 윤슬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거절의 말을 내별으려는 윤슬보다 앞서. 태준이 윤슬의 몸을 뒤집었다. 침대에 옆드리듯 누운 기나 힘들어요. 아픈 것도 같고.”
“빨리 끝내겠습니다.”
이 정도 했으니 그만하자는 의미였는데, 권태준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등울 감싸듯 윤슬의 위로누운 태준이 벌어진 허벅지 사이 로 다리를 일어 넣었다. 허리를 움직여 성기를 쑤셨다 빼는 것을 반복하며 플어진 내벽을 짓늘렀다.
"진짜 돌어요.”
쾌감점을 스치고 빠져나가는 성기에 윤슬이 허리를 움찔거리며 우는소리를 했다. 땀으로 젖은 어깨 위에 뜨거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다시 흥분하고 있습니까?”
윤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태준이 윤슬의 허리 밑으로 손을둘러 사 타구니를 더듬었다. 침대에 짓눌려 비벼지던 성기에 태준의 손끝이 닿았 다.
약속해요, 하고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 목소리로 태준이 속살거렸다. 성 기가 파묻힐 때마다 엉덩이가 늘려 짜부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철썩철썩, 매를 맞는 것처럼 젖은 소리가 울렸다.
침대에 엎드려 얼굴을 묻은 윤슬이 홀러나오는 신음을 힘겹게 삼켰다. 가슴으로 손을 두론 태준이 윤슬의 유두를 짓늘러 괴롭혀댔다. 아픈 것 같 으면서도 짜릿한 쾌감이 전해졌다.
분명 한계라고 생각했는데, 내벽을 들쑤시는 움직임에 성기가 다시 흥분 하고 있었다. 한껏 예민해진 성기가 침대에 쓸리며 통증과쾌감이 동시에 피어울랐다. 가학적인 쾌감이란 게 이런 것일까. 성기를 침대 시트에 문질 러 자극하며 윤슬이 엉덩이를 한껏 조였다 푸는 것을 반복했다.
피부가 닿았다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구멍을 열고 돌어오 는 성기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었다. 목덜미를 덮은 태준의 숨결이 델 것 처럼 뜨거워, 윤슬이 시트를 힘껏 움켜쥐고 몸을 떨었다.
"윤슬 씨, 윤슬 씨."
귓가에 의미 없는 이름이 내려앉았다. 윤슬의 귓불을 짓씹으며 태준이 철썩철썩 엉덩이를 쳐을렸다. 깊게 파고든 성기가 안쪽의 쾌감점을 잔인하 리만치 강하게 짓늘렸다. 빠르게 빠져나가 다시 틀어박히는움직임에 윤슬
이 하으으, 하고 신음을 흘렸다. 벌어진 입에서 타액이 뚝뚝 떨어져 시트 룰적셨다.
앞으로 두론 태준의 손이 윤슬의 성기를 잡아문질렀다. 말랑한 성기를 붙잡고 홍분을 유도하는 손에 강한 힘이 주어졌다. 아플 정도로 성기를 잡 아 비트는데도 윤슬은 통증보다 더한 쾌감울 느꼈다. 머리끝까지 치닫는 쾌감에 엉덩이를 오므리고 구멍을 조였다.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 태준 의 성기가 뜨거운 것을 울컥울컥 쏟아냈다.
오중울 지리듯 한 중 되지도 않는 묽은 정액을 찔공거리며 시트에 쏟아 낸 윤슬이 등을 들썩이며 숨을 을아쉬었다. 등허리를 타고 땀방울이 또르 르 흘러 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엉덩이 사이에 성기를 파묻고 움직이지 않던 태준이 이내 무겁게 숨을 내뱉으며 잘게 허리를 움직여 남은 정액을 털어냈다. 느리게 성기가 앞뒤 로 움직일 때마다 안에 든 액체가 꿀렁거 리는 것이 느껴졌다.
윤슬의 등 뒤로 태준이 엎어졌다. 넓은 가슴은 흥분으로 뜨거웠고, 땀에 절어 축축했다. 끈적거리는 몸을 윤슬에게 문질러 비비던 태준이 옆으로 쓰러지듯 누워 윤슬을 제 쪽으로 돌려 눕혔다.
자세를 바꿔 움직이는 사이 태준의 성기가 빠져나가고. 벌어진 구멍에 서 미끈거리는 액체가 흘러나와 허벅지를 적셨다. 손을 내려 가랑이 사이 를 더듬자, 손끌에 우윳빛 액체가 묻어 났다.
"나 지금 극도로 예민한 상태니까 만지지 말아요.”
확인하려는 것처럼 사타구니 쪽으로 내밀어지는 권태준의 손울 쳐내며 윤슬이 불통하게 대꾸했다.
“알았습니다. 그쪽은 안 만질 테니까, 이리 와요. 좀 안고 있욥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