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18)

"아까는……."

"아까는?"

뭐라도 말을 해야겠다 싶어 입을 열기는 했는데,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아까는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실수였다고 핑계를 대야 할까. 아니면 아까 키스를 왜 했나고 권태준에게 책임을 을어야 할까. 그 어느 것도 현명한 대 처는 아니라는 생각이 돌었다.

"아니에요.”

"왜 말을 하다 맙니까? ……아까 키스한 거 말하려고 했습니까?"

이 사람이. 애써 그냥 묻어두려고 하는데 왜 그 얘기는 꺼내고 그래.

윤슬이 모른 척 시선을 피하자, 권태준이 윤슬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

"침묵이나 회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럼 아까 했던 그……그 나쁜 짓에 대해서 토론이라도 할까요.”

"토론까지는 아니 더라도, 행동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지 않습니까."

"내가 왜 책임을 져요. 한 건 권태준 씨잖아요.”

"그럼 내가 책임지면 되겠습니까."

아니, 그건 아니고.

뭐라고 말울 하려던 윤슬이 입을 다을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하든 권태준의 페이스에 말려들 것 같은 기분이 강력하게 든 탓이었다.

"어떻게 할겁니까."

"뭐가요."

"윤슬 씨가 책임질 겁니까, 아니면 내가 책임질까요.”

"……권태준 씨 게이 아니라면서요.”

"꼭 그렇게 나눠야 합니까? 게이면 키스해도 되는 거고, 게이가 아니면 키스하면 안 됩니까? 그럼 게이 하겠습니다.”

"말로 그런다고 그게……."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만나보면 안 됩 니까?”

뭔가 묵직함이 담긴 울음에 윤슬이 입을 다물었다. 윤슬의 침묵에 권태 준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윤슬을 응시하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평소와 다르게 진지한 얼굴, 그리고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조금 긴장한 얼굴, 그리고 약간의 조급함도 담겨있는 얼굴이었다. 무엇이 권태준을 긴장하고 조급하게 만드는 것일까.

지금보다조금만 더 가깝고 친일하게. ……진지하게 만나봅시다."

"……왜요."

누가 들었다면 바보 같다고 손가락질했울지도 모를 질문이었다. 권태준 역시 윤슬의 을음에 힘이 빠진 듯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윤슬 씨 바보입니까?"

아니거든요."

"윤슬 씨가 자꾸 눈에 밟혀서 그럽니다. 이게 뭔지 나도 좀 확실하게 알아야겠습니다. 이게 윤슬 씨가 좋아서 그러는 건지. 윤슬 씨가 거술려서 그러는 건지.”

"거술리는 건 또 뭐예요?"

"말둘리지 맙시다."

권태준의 지적에 윤슬이 어깨를 움츠렸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권태준이 오해할 만한 소지가 있긴 했다.

"손도 잡아보고, 키스도 해보고, 다른 것도 해보고. 그러다 정 안 되겠으면 말해요. 내가 물러 나겠습니다.”

"남자는 연애 대상으로 생각해본 적 없어요."

기금이라도 생각해보면 되지 않습니까.”

"껄끄러워지는 거 싫어요.”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습니다."

단호하게 대답한 권태준이 윤슬의 앞으로 손을 내일었다. 제 손을 잡아 달라는 듯, 커다란 손이 이상하게도 간절하게 보였다.

"아까 키스했을 때 싫었습니까. 역겹고. 피하고 싶었습니까."

"어차피 지금 만나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까. 연애 경험하는 셈 치고 만나 봅시다."

"아이, 씨."

잘 나가다 아픈 곳울 찌르고 있다. 윤슬이 눈울 홀기며 입술을 불통거렸다. 빨리 손을 잡으라는 듯. 권태준이 내민 손끝울 작게 까닥거렸다. 박자를 맞추듯 늘어뜨리고 있던 윤슬의 손가락 역시 움찔거 렸다.

"잘해주겠습니다. 윤슬 씨 손에 물 안 묻게. 퇴근할 때마다 밥 사다주겠 습니다."

"뭐야. 그게.”

"가공 같이 편의점 나가서 술 상대도 해주고, 서러워서 울 일이 있으면 혼자 울 일 없도록 옆에 있겠습니 다."

내용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마치 프러포즈를 하는 남자와 같은 모습이라, 옷음이 나오면서도 이상하게 코끝이 찜했다.

"술 마시고 인형 뽑기 안 한다고 약속해요.”

"……참아보겠습니다그

지금 잠깐 멈칫한 것 같은데. 윤슬이 눈울 가놀게 뜨고 쳐다보자 권태준 이 작게 헛기침을 했다.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살짝 시선을 돌리는 권태준 을 잠시 바라보던 윤슬이 손울 들어 조심스럽게 권태준의 손 위에 을렸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책임은 같이 지는 거로 해요." 

더 가깝고 친밀하고 진지하게 만나보자고 말했지만.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 권태준울 뒤로하고 작업을 하던 윤슬 은 문득 언제부터 권태준이 무섭지 않았나 하는 생각울 했다.

첫 대면에서 엄청 최악이었는데. 남의 집에 칼 돌고 무단으로 침입하는 사랑. 강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냥 무뢰한이었다.

그 무퇴한이 언제부터 아무렇지 않게 자신과 합께 밥을 먹고, 독단이기는 하지만 술에 춰해 자고 가는 사이로 변한 것일까. 정작 저 무뢰한과 접 점을 만들어준 강호수와는 연락을 끊어버리고. 강호수야말로 자신을 이해 해준다고 생각한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사람 관계는 참 모를 일이라며 윤슬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다론 생각 합니까?"

"아, 씨. 깜짝이야."

"내 생각했습니까."

"아니거든요." 

모니터를 곳곳이 응시하며 윤슬이 강하게 부정했다. 그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권태준은 옷음기 섞인 목소리로 약 을리는 것처럼 말했다.

"뒤돌아보면 완벽한 실을이 여기 있지 않습니까. 모니터 보면서 나룰 떠올리기에는, 상상만으로 내 얼굴을 그리기 어렵지 않습니까?”

"아니라니까."

"겸사겸사 나도 윤슬 씨 얼굴 좀 봅시다. 뒤통수만 보고 있자니. 뒤통수에 눈코입이 상상될 정도입 니다."

윤슬은 한숨을 내쉬며 못 이기는 척 몸을 뒤로 틀었다. 단순히 뒤를 둘아 얼굴을 보는 것뿐인데, 왠지 모르게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거 정말 연애하는 기분 아나? 문득 든 생각에 윤슬이 혀를 찼다.

"이리 와요.”

싫은데요.”

"종 옵시다.”

"용건 있는 사람이 오면 되잖아요."

"책상보다 침대가 더 좋아서 그럽 니다.”

그런 말을 침대에 방만하게 누워 내별으니 왠지 모르게 의도가불순하게 들려왔다. 경계하는 시선으로 지그시 바라보자 권태준이 얼른 오라는 듯 손울 까닥거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다가간윤슬의 손목을 잡아 앉히고, 권태준이 윤슬의 등 뒤로 자리를 잡았다.

"뭐 하려고……."

"어깨가 뭉쳤습니다. 가만히 있어 봐요."

커다란 손이 어깨를 움켜쥐고 살살 주을러댔다. 아프지 않게 강도를 조절하여 주무르는 힘에 목덜미 근처가 조금 간질거렸다.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았습니까?”

"생각보다 잘 플려서 마지막 부분만 남았어요. 다 쓰면 두어 번 훌어보면서 퇴고하고, 괜찮다 싶으면 원고 보내려고요."

"끝나면 체력 보충하게 장어 먹으러 갑시다."

"고기."

"그래요, 고기 먹읍시다. 한우로. 저번에 먹었던 곳 어했습니까."

"……맛있었어요."

강원도는 멀었지만. 확실히 맛은 있었다. 그것을 부정할 수 없어서 조금 분했다.

어깨룹 뭉근하게 주무르던 손의 움직임이 조금 더 느리고 끈적해졌다.

애매한 변화에 지적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무렵, 권태준의 손이 날개뼈 근처로 내려왔다.

"아, 거긴 안 아픈데." "아픈 곳 주무르는 거 아닙니다."

"그럼 원데요?”

"그냥 스킨십이죠. 그걸 목 말로 해야 압니까."

너무나도 당당한 대꾸에 윤슬은 잠시 입을 벙긋거렸다. 몸울 뒤틀며 벗어나려고 하자 권태준이 크게 팔을 둘러 윤슬을 뒤에서 껴안았다.

"먼저 와서 만지라는 소리 안 할 테니까, 내가 만질 때라도 가만히 좀 있읍시다. 이렇게라도 자꾸 만져보고 실험해보고 경험해봐야지, 어떤 마음인 지 확실히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게 뭐라고 실험하고 경험해요?”

"엄청 중요한 겁니다. 내가 내 0ㅏ음도 모르고 윤슬 씨를 조져놓고 싶은 건데 좋아하는 거라고 착각해버리면 어찝니까? 반대로 윤슬 씨를 좋아하 는 거였는데 조져놓고 싶은 거라고 착각해서 조져버리면 큰일 아님니까."

"좋아하고 말고를 떠나서 사람울 조지는 것 자체가 큰일이죠!”

항의와도 비슷한 윤슬의 대꾸에 권태준이 쿡쿡 웃었다. 마주 닿은 등으로 떨림이 전해져왔다. 윤슬의 몸을 두 팔로 끌어안고, 윤슬의 어깨에 턱을 기댄 권태준이 가볍게 몸을 옆으로 혼들자 덩달아 윤슬의 용이 갸우뚱 거렸다.

"……좋습니다."

"뭐가요?'

"윤슬 씨는 귀엽고, 윤슬 씨와 대화하는 건 재미있고, 윤슬씨와 이렇게 있는 건 편안합니다. 전체적으로 아주 좋습니다."

"다행이네요."

조져놓고 싶은 0년은 일단 아닌 것 같으니까. 떨떠름하게 대꾸한 윤슬이 권태준을 돌아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턱을 기대고 있던 권태준의 얼 굴이 바로 옆에 보였다. 홈칫, 하고 놀라 얼론 얼굴울 정면으로 향했다.

"뭡니까, 지금.”

"왜, 왜요?”

"자연스럽게 키스를 유도했던 거 아닙 니까?"

"오해하셨습니다."

"맞는 것 같습니다만.”

"아니라니까요."

"판도 깔렸으니 키스 한 번 합시다. 이것도 자꾸 해봐야 마음이 어떤지 확실하게 

권태준이 말을 하는 와중에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윤슬의 것이 아닌 권태준의 것이었다. 단호하게 권태준의 팔을 풀고 벗어난 윤슬이 한 걸음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암아 어서 전화를 받으라며 휴대폰울 가리켰다. 뭔가 미묘하게 아쉬운 표정이 된 권태준이 입맛울 다시며 휴대폰울 찾아 들었다.

"여보세요."

휴대폰 밖으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꽤나 익숙했다. 귀를 종긋거리며 쳐다보자, 권태준이 손을 쭉 뻗어 윤슬을 끌어당겼다.

"전화나 받아요.”

권태준을 일어내며 작게 핀잔을 했지만. 결국 풍으로 당겨 안겨져 윤슬이 휴대폰에서 나오는 말을 곁들었다.

"어. 서울 을라왔다. ……죽긴 뭘 죽어? 멀쩡하게 잘 살아있는데. ……많이는 못 마셔. 나 지금 환자다. ……농담이야. 그렇게 크게 다친 건 아니고. ……그래. 좀 걸릴지도 모르겠다. 다른곳이야. ……집 근처에 양꼬치 가게? 먼저 가서 마시고 있어. ……서두르긴 뭘 서둘러. 알았어. 간다니까. ……그래.”

통화를 끝낸 권태준이 휴대폰을 침대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나갔다 와야겠습니다."

"강선생님이에요."

"맞습니다. 지방 내려갔다 온다고 한 뒤로 연락이 없어서 궁금했나봅니다. 살아있나 걱정이 되는지 호수 녀석이 가공 이렇게 전화를 합니다."

"다치고 온 거 알면 화내시겠네요.”

"윤슬 씨가 가서 대신 혼나주면 안 됩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윤슬은 대답할 가치도 없는 물음울 무시했다. 침울하게 어깨를 축 늘어뜨린 권태준이 윤솔의 손울 잡아 조물조물 만져댔 다.

"그러고 보니 윤슬 씨 저녁 먹어야 하지 않습니까. 같이 나가서 먹는 게 어딨습니까."

"별로요. 강 선생님 보기도 ?끄텁고."

"그럼 을 때 양꼬치 좀 사 을까요?”

"아뇨, 누린내가 나는 것 같아서 전 별로더라고요. 그냥 대충 있는 거 먹죠, 뭐."

"빨리 갔다 오겠습니다."

아니. 늦게 와도 되는데. 권태준이라는 남자가 연애하면 이렇게 질척거 리는 스타일이었나. 윤슬은 어서 나가보라고 말을 하려다 권태준의 차림 을 보고 말울 멈췄다. 권태준은 여전히 망고 민소매에 고무졸 바지 차림이 었다.

"옷 어떻게 해요? 와이셔츠가 피범벅이기도 하고, 칼로 아주 난도질을 해놨던데.”

"괜찮습니다. 티는 이거 입고. 위아래 정장만 걸치면 될 겁니다."

그 망고 민소매에? 아니야. 그건 아니야. 윤슬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 었지만. 권태준은 훌렁 바지를 벗고 옷걸이에 걸어두었던 정장 위아래를 걸쳐 입었다.

"내가 뭐라고 했습니까. 패션의 완성은가 "얼굴."

반사적으로 대답이 나왔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였다. 밥을 먹을 때 흘린 것인지 튄 것인지 가슘팍에 붉은 얼룩이 묻어있는 것을 보며 윤슬 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얼굴이 잘생겼다지만. 행색은그냥 동네 건달 과 비슷했다. 정장이 조금 비싸 보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그 정장마저 도 자세히 보면 칼에 스쳤는지 재킷 여기저 기가 날카롭게 찢어져 있었다.

"윤슬 씨 혼자 두고 나가서 미안합니다.”

"본인 행색을 먼저 걱정하시죠.”

이제껏 혼자서 잘 살아온 사람에게 이틀 전에 늘러않은 식객이 할 소리 가 아니었다. 침대에 뒹굴고 있는 휴대폰울 집어 권테준에게 건네주며 윤슬이 핀잔했다.

"식사 건너뛰지 말고 꼭 챙겨 먹읍시다. 뭐 먹었는지 갔다와서 물어불 겁니다."

"왜이래요? 우리 아버지처럼."

"윤슬 씨를 걱정하는 맘입니다."

새삼스럽게 걱정하는 그 마음이 참 부담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권태준과 어울리는 짓도 아니고. 하지만 걱정한다는 사람의 면전에 대고 할 말은 아니라는 생각에 윤슬은 말을 돌렸다. 

"강 선생님 기다리실 텐데. 얼른 나가보시죠.”

그래요. 갔다 오겠습니다."

윤슬의 어깨를 두어 번 턱턱 두드린 권태준이 성큼성큼 걸어 현관운을 열고 나섰다. 욤직한 뒷모습이 환자라고 생각되지 않울 정도였다. 애초에 권태준이 왜 여기 있겠다고 한 것인지, 이제는 그 이유가 아리송한 윤슬이 었다.

강호수의 집 근처에 있는 양꼬치 가게는 몇 번 와본 적이 있었다. 동네 장사를 하는 곳으로 면적은 좁았지만 나름 깔공해서, 가공 강호수의 집에 들를 때 오던 곳이었다. 택시에서 내린 태준이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먼 저 와 양꼬치룹 주문해 구우며 맥주를 마시고 있던 강호수가 태준을 확인 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밖이었다며 ? 그 꼴로 돌아다녔어?”

"내 골이 어때서."

"안에 입은 거 뭐야?’

"이거 민소매인데." 정장 재킷을 슬찍 젖혀 자세히 보여주자 강호수가 질색한 얼굴을 했다.

"우리 나이에 그런 거 입고 다니 면 추하다는 소리 들어."

"서론넷이 뭐 어때서. 나는 뭘 입어도 면죄가 되니까 괜찮다."

"그농의 얼굴 타령은. 네 얼굴이 아무리 잘났어도, 그런 옷은 안구 테러야."

"난 몸도 좋으니까 괜찮아."

강호수가 쯧쯧. 혀를 차며. 잘 익어 기름기가 도는 양꼬치 하나를 입에 물었다.

"다쳤다며? 어딜 또 다쳐서 왔어? 너 그러다 죽어, 인마. 이제 늙어서 반사 신경도 느려질 때란말이야. 네 형님은 널 왜 아직도현장으로보내는 건데? 영업 이사 명합은 대체 왜 파줬대?”

"얼굴 보자마자 잔소리냐. 오놀은 기분 좋은 날이니까, 그냥 술이나 몇 잔 마시고 들어가자.”

거짓말이 아니라 태준은 진심으로 기분이 좋았다. 윤슬을 떠을리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곤 했다. 윤슬의 뒤통수만 보고 있어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 

어차피 거즈로 덮어놔서 본다고 해도 알 수 없을 테지만, 안 보이고 버렸다가는 잔소리가 더 심해질 것을 알기에 태준은 티 아랫부분을 돌어 을려 상처 부위를 보여주었다.

"꿰맸어?”

"몇 바놀 꿰맨정도지.”

"조심 좀 해라. 정말 그러다 흑 가는 수가 있어."

"조심이야 항상 하지. 누가 다치고 싶어 다쳤겠나.”

"넌 양꼬치나 먹고 돌어가. 술 마시지 말고."

잔에 맥주를 따르는 태준의 손울 막으며 강호수는 환자임을 지적했다.

"유치하게 굴지 마. 나 멀찡한 꼴 보여주려고 나온 거다. 아니었으면 안 나왔어."

윤슬과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풀거웠다. 뒤통수만 보고 있어도 즐겁고,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또박또박 대꾸하는 윤슬과 말을 섞는 것도 플 겁고, 이제는 하나 더 추가되어서 윤슬을 붙잡고 희롱하는 플거움도 있었 다. 

참 이상하지. 게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같은 사내를 연 애 대상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윤슬이 단번에 눈에 들어와 첫눈에 반한 것도 아니고. 어떤 계기로 눈이 맞은 것도 아니고. 그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어 주변을 멤돌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지고. 또 어느새 가까이 있 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윤슬의 얼굴이나 말투가 신경 쓰이고, 감정에도 점차 동화되어가는 기분이었다.

"뭐 했기에 연락도 없었어? 내가 뭐라고 할까봐 다쳤다는 말도 안 하고 숨어 있었나?”

"아니, 좀 바빴다. 윤슬 씨 집에 있었어."

"……윤슬씨 집에?”

의외였는지 강호수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태준의 입에서 윤슬의 이름이 나을 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는 얼굴이었다.

"서울 윧라와서 그제부터 윤슬 씨 집에 있었다. 내일까지 거기서 지내다 월요일에 출근할 생각이야."

"아직도 윤슬 씨 괴롭히고 있어? 가만히 좀 뒤. 윤슬씨도불쌍한 사람이야. 네가 괴롭히지 않아도 충분히 힘든 사랑인데, 왜 그렇게 피곤하고 힘들 게 만묻어?" 피곤하고 힘들게 만든다고? 태준은 호수의 말에 옷음을 를렸다. 홍윤슬 과 제 관계가 어떤지 말을 하고 싶어 근질거리는 입을 다을며, 대신 맥주 한 컵을 따라 마셨다.

"불쌍해? 흥윤슬이?”

"그래. 넌 모르겠지만 상처가 많은 사람이야. 목 그 사람울그렇게 괴롭혀 야겠냐?”

"불쌍하면 보듬어줬어야지. 안쓰러우면 편을 들어줬어야지. 말뿐인 동정 같은 거 집어치우고, 무슨 일이 생기든 흥윤슬부터 챙겼어야지."

흥윤슬 손가락질하는 놈이 있으면 흥윤슬 편에 서서 같이 욕해주고, 홍윤슬에게 누군가 싸움울 걸어오면 같이 개처럼 싸워주고, 흥윤슬이 울고 싶은데 꾹 참고 있으면 울라고 어르고 보듬어줬어야지. 왜 정작 그걸 하지 못하고 불쌍하다며 입으로만 동정하고 있는 건데.

태준의 대꾸에 강호수는 예상치 돗한 말을 돌은 것처럼 얼굴을 굳혔다. 경직된 그 얼굴을 보며, 태준이 옷음을 머금었다.

"걱정하지 마. 네 생각처럼 우리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 않으니까. 그보다 흥윤슬은 신경 끄지. 이제 연락도 안 하는 사이잖아."

"그건 내가 윤슬 씨를 서운하게 해서…… 언젠가 마욤이 플리면 다시 연락이 오겠지. 난 그냥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거고."

"그러게 왜 그랬어. 불쌍한 사람이라며. 불쌍한 사람 잘 좀 대해주지.”

불쌍한 사람울 왜 서운하게 만돌었어 . 불쌍하다는 동정이나 하지 말든 가.

농담처럼 옷으며 말했지만, 태준은 속으로 혀를 찼다. 홍윤슬이 왜 불쌍 한데. 강호수가 입 밖으로 불쌍하다는 말을 끄집어낼 만큼 홍윤슬은 동정 받아야 하는 사랑인가. 홍윤슬에게 필요한 건 동정이 아니라 이해가 아니 었나. 그 차이에서부터 어긋났다는 것을 강호수는 여전히 모르는 것 같았 다. 그리고 태준은 그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욤이 없었다.

"그건 윤슬 씨가……아나, 됐다.”

태준이 윤슬의 비일을 모론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강호수는 말을 아꼈다. 눈을 가능게 뜨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태준 역시 침목했다.

"다 끝내고 을라온 거야? 다시 내려가는 일은 없지?”

"어. 마무리한다고 조금 방심했다가 다쳤다. 애들 시켜서 정리하게 하고 난 병원 갔던 거니까 다시 내려갈 일은 없지."

"아무튼 네 형님이 빨리 급살을 맞아야 할 뗀데.”

"재수 없는 소리 한다."

"그게 우리한테 재수 있는 소리거든."  

양꼬치를 둘려놓고, 익은 것을 태준의 접시에 을려놓으며 강호수가 지적 했다.

"너무 많이 마시지 마. 그러다 상처 덧나면 고생해. 가뜩이나 여름인데.”

"알아서 잘해."

이제 와서 술울 자제하기엔 이전에 마신 것이 너무 많았다. 덧났울 거라 면 이미 덧났울 거라고 생각하며 태준이 맥주를 비웠다.

보통 한 끼 정도는 뛰어넘어도 참을 만했는데, 일주일 넘게 규칙적으로 식사를 한 탓인지 저녁을 건너뛰려고 하자속이 허전했다. 뭔가를 만둘어 먹기엔 귀찮고, 시켜먹기엔 거창하고. 있는 걸 먹기엔……있는 게 없었다.

샌드위치를 사려고 편의점에 내려온 윤슬은 판매대에서 남성용 면티를 발견했다. 속옷 바로 밑에 있었는데, 저번에 속옷 살 때 왜 이걸 보지 못했 을까. 속옷을 사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었나.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았 더라면 권태준이 망고 민소매를 입고 돌아다니는 꼴을 보지 않았어도 되었 을 텐데. 아니, 집에서야 민소매를 입든 벗든 상관없지만, 적어도 오늘 외 촐할 때 그 망고 민소매를 입고 나가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한숨울 내쉬며 권태준의 사이즈에 맞는 티를 골라 집었다. 샌드위치와 함께 계산울 하고 돌아온 윤슬이 차가운 샌드위치를 입에 물었다. 오물거 리며 모니터로 오늘 썼던 내용울 훌어보았다. 이삼 일 정도면 완결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권태준이 오늘 내일 귀찮게 한다면 그만큼 배로 시간 이 걸리겠지만.

샌드위치 하나로는 양이 부폭한 기분이 둘어 우유 한 컵을 따라 마시고 있는데 현관 벨 소리가 돌렸다. 술을 마신다고 나갔으니 권태준이 벌써 들 어을 리는 없고, 권태준과 같이 술을 마시고 있을 강호수가 찾아왔울 리도 없고, 아버지라면 전화를 하고 오셨을 테고.

누구세요, 하고 을으며 문을 열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권태준이 보였다.

"누구세요는 예의상 묻는 겁니까? 요즘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대답도 안듣고 문울 엽니까? 그럴 거면 누구냐고 묻긴 왜 묻습니까."

"위험한 사람은 권태준 씨처럼 그냥 운 따고 들어오겠죠.”

"나도 요즘엔 자제하고 있지 않습니까.”

"문 따고 돌어을 필요성을 못 느껴서겠죠. 번호도 알려 줬잖아요."

우유를 마시며 어깨를 으쓱이자, 권태준이 운을 닫고 들어섰다. 술 마신 다고 나갔다 온 권태준에게서 술 냄새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 윤슬이 의 아하게 쳐다보았다.

"술 안 마셨어요?"

"맥주 두어 잔 마시고 왔습니다.”

."이제야 환자라는 걸 자각했어요?"

왜 새삼스럽게 자제를 하며 마셨나고 묻는데, 권태준이 윤슬의 어깨를 잡아 저를 보게 했다.

"왜 그……."

"윤슬 씨, 나 보고 싶었습니까."

기금 엄청 뜬금없는 질문한 거 알아요?"

"윤슬 씨가 보고 싶어서 호수 버리고 왔습니다."

이쯤 되니 권태준은 자신이 좋은 것이 아니라. 연애를하는본인의 모습 이 좋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둘었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 다더니 권태준이 그중 하나일 수도 있고. 혼자 머릿속에서 진도를 빨리 빼 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권태준의 머릿속에 이미 자신과 권태준은 마음울 자각하고 사랑을 확인한 연인 단계의 어디쯤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 다.

"왜 그런 눈으로 봅니까?”

"제가 월요?”

"좀 불쌍한 것처럼 보고 있었습니다.”

눈치는 발라서. 권태준의 질문을 무시하며 윤슬은 침대에 던져두었던 면 티를 가져와 권태준에게 내일었다.

"편의점 갔었는데 팔더라고요. 이제 그 민소매에서 벗어나도 돼요.”

"이것도 괜찮습니다. 윤슬 씨가 입었던 옷이라고 생각하니 더 좋습니다.

"입은적 없는데요, 그옷.”

"윤슬 씨가 날 위해 사 온 옷도 좋습니다."

권태준이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며 면티룯 받았다. 정장 위아래를 벗어 걸어둔 권태준이 고무줄 바지를 들고 씻겠다며 욕실로 들어 갔다.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벗는구나.

자신이 왜 권태준의 속옷 차림을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윤슬은 씁쓸하게 혀를 차며 빈 컵을 싱크대에 내려놓았다.

어두운 공간에 젖은 소리가 뜨거운 공기를 타고 맹돌았다. 타액이 섞이는 소리와 낮게 공공거리는 신음 소리가 틈새를 파고들 듯 간헐적으로를 러 나왔다.

아플 정도로 입술을 벌리고 침입한 혀가 입 안쪽 구석구석을 맛보는 것처럼 쓸어땠다. 몇 번이고 얽었다 풀어냈던 혀를 다시 휘감는 타인의 헛바 닥은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유연했고 거침없었다.

뺨을 감싸고 있던 손이 귓불을 지분거리더니 목덜미를 쓸어내리고 가슴 위를 서성거렸다. 얇은 반팔티 안쪽울 파고들어 열기 오론 손끝이 유두를 짓늘렀을 때. 윤슬이 다급하게 손을 뻗어 옷 위로 커다란 손을 감쌌다.

"권태준 씨."

입술울 벌려 내별은 이름 위로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홑어졌다.

"왜……부릅니까."

혀를 거두고 젖은 입술을 빨아들였다 별어낸 권태준이 낮게 잠긴 목소리로 대꾸했다. 손 아래에 잡힌 남자의 손은 장난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진득하게 유두를 문지르고 있었다. 권태준의 입술이 턱 끝을, 그리고 목덜 미 안쪽을 빨아들였다.

"이거……진도 너무 빠른 것 같은데요."

헐떡임을 삼키며 윤슬이 힘겹게 말을 내벨었다. 권태준이 옷고있는지 목덜미에 뜨거운숨결이 물결처럼 쏟아졌다.

"원래 불붙었을 때 확 빼는 게 진도 아닙 니까."

침대 한쪽에 누워있던 곰 인형은 바닥으로 나윙군 지 오래였다. 그 자리를 차지하고 누운 권태준이 어느 순간 입을 맞췄고, 그리고 또 어느 순간 흉이 돋아 여 기까지 왔다.

권태준과의 키스는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 따뜻했고, 뜨거웠으며. 놀이를 하는 것처럼 플겁 기도 했다. 치고 빠지는 혀를 붙잡고 살짝 건드렸다 도 망치기도 하는 것은 마치 알옴으로 술래잡기를 하는 것처럼 비일스러운 플 거움으로 느껴졌다. 그것이 어느 순간 격정적으로 변하여 피부와 피부가 맞닿는 순간 왈칵 겁이 났다.

"우리, 진지하게 만나보기로 했잖아요."

숨죽여 말하는 윤슬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공기 중에 흘어질 것처럼 희미했다.

"그렇습니다."

"이건 진지한 것보다……성급한 것 같은데요.”

소리 내어 웃음울 터뜨린 권태준이 하체를 내렸다. 불룩하게 솟은 아랫 도리가 윤슬의 사타구니를 짓늘렀다.

"급한 건아래쪽입니다."

떼, 그쪽도 급한 것 같기는 하네요.”

권태준이 허리를 움직여 사타구니를 위아래로 운지룰 때마다 얇은 천 너머로 열기가 을아쳤다. 들썩거리려는 엉덩이를 침대에 꾹 늘러 붙이며 윤슬이 입술울 깨물었다. 금방이라도 신음을 내뱉으며 권태준을 끌어안울 것 같은 충동울 참기 위해서였다.

"자, 잠깐……가만히 좀 있어 봐요.”

권태준의 어깨에 이마를 누르며 타박하듯 말하자, 권태준이 하체를 내려 꽉 늘러 붙이며 울었다.

"싫은 겁니까, 좋은 겁니까?”

분명 움직임을 엄추었는데도 사타구니에 맞닿은 거대한 물건이 불끈거  

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속옷 너머에서 제멋대로 움찔거리는 성기의 움직임을 느끼며 윤슬이 마른 침을 삼켰다.

"싫은 건 아닌데요…… 그래도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하고 싶은 건 아니고요.”

"긴장하고 있습니까?”

"긴장 안 하게 생겼어요?”

"끝까지 가는 건 나중에 합시다.”

윤슬의 귓바퀴를 따라 혀로 할으며, 권태준이 마치 어르는 것처럼 부드럽게 속삭였다. 이를 세워 귓불을 잘근잘근 깨을 때마다 짜릿한 쾌감과도 같은 통증이 전해졌다. 움찔 몸을 떠는 윤슬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을 느꼈는지, 가슴 위에 을라와 있던 권태준의 손이 다시 유려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슴을 그러모아 움켜쥐고 주무르며 손끝으로 유두를 자극하 듯 건드리는 행동에 윤슬이 허리를 뒤틀었다.

"정말……끝까지 할 건 아니죠?”

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성과의 섹스가 그러하듯 동성 과의 섹스도 분명 넣고 쑤시고 사정하는 것이 존재하기는 할 것이다. 알지 못하는 행위에 대한 두려움과 반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행위가 거기 까지 진도가 나간다면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릴 것 같아윤슬이 확인하듯 재차을었다.

어떻게 하는지 일단 알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턱대고 했다가좋지 못한 경험으로 남는 건 피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긴장 풀고 플겨 요. 안 잡아먹습니다."

웃옹기 섞인 대꾸에 윤슬이 낮게 한숨울 흘려보냈다. 긴장이 플려 부드 러워진 몸을 껴안고 문지르며 권태준이 윤슬의 티를 가슘 위로 끌어을렸 다.

"가숨 빨아도 됩니까?”

"……그런 건 안 을어보면 안 돼요?”

질문만으로도 부끄러워져 윤슬이 손등으로 눈을 가렸다.

"내 마융대로 해도 좋다는 말입니까?'

"그게 아니라……"

듣는 사람 부끄러워지는 질문은 하지 말라는 뜻이었는데. 그걸 권태준

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윤슬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혀로 유두를 할았다.

타액으로 젖은 혓바닥이 유두를 할고, 뾰족하게 세운 혀끝이 꾹 누르다 이 내 입솔울 벌려 한입에 삼키는 것이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됫덜미가 오싹 해지는 기분이 돌어 윤슬이 작게 몸을 떨었다.

권태준은 손으로 윤슬의 가슴울 모아 쥐고 블록하게 솟은 양쪽 유두를 번갈아 입에 물어 침칠을 해댔다. 입술이 한쪽 가슴을 빨면 손가락으로 반 대쪽 유두를 잡아 문지르고. 손가락으로 괴롭혔던 유두로 입술이 옮겨가 면 타액으로 젖은 나머지 유두를 또다시 손으로 문질렀다. 달려있긴 하지 만 평소 어디에 쓸 일이나 있을까싶었던 유두에서 알 수 없는쾌감이 피어 오르는 것을 느끼 며 윤슬이 발가락을 꼼지 락거 렸다.

마사지를 하듯 가승을 주무르며 빨던 권태준의 입술이 슬금슬금 밑으로 내려 갔다. 근육이라고는 찾아불 수 없는 말캉한 배 위를 서성이던 입술이 배꼽 근처에 내려앉고, 허리를 느리게 쓸어내리던 손이 골반 위에 닿았다.

손가락 끝을 바지와 속옷의 밴드에 걸쳐 슬며시 끌어내리는 것을 느끼 며 윤슬이 몸을 굳혔다. 배 위에 입을 맞추고 있던 권태준이 긴장을 플라 는 것처럼 입술을 문질렀다.

술금슬금 내려가는 하의와 함께 권태준의 얼굴도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 다. 하초 위에 뜨거운 숨결이 닿는 것을 느끼고 윤슬이 급하게 권태준의 얼 굴윧 끌어을렸다.

방금 엄청나게 위험한 일이 생길 뻔했다고. 가지 말아야 할 밀림에 들어 가려던 사람을 간신히 끄집어낸 것처럼 윤슬이 필사적으로 권태준울 붙잡 고 늘어졌다.

"무, 뭘 하려고요?”

"을어보지 말고 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래도……거긴……"

"궁금하지 않습니까. 내가 같은 남자의 아랫도리까지 빨아클 정도로 윤슬 씨를 좋아하는지, 윤슬 씨 걸 입에 넣고 할아도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을 지."

"안 궁금해요. 그런 거 안 궁금해요."

윤슬이 신들린 것처럼 빠르게 머리룯 좌우로 흔들며 부정했다. 그 모습 이 웃겼는지 권태준이 낮게 웃음을 홀렸다.

"그것도 다음으로 미루겠습니까?"

떼, 미뤄요. 미뤄요.”

권태준이 무엇을 묻고 있는지도 생각해보지 않고 윤슬이 무작정 답했다. 심드렁한 목소리로 그러죠, 하고 대꾸한 권태준이 윤슬의 바지와 속옷을 쑥 밀어내렸다.

"왜……"

"입으로 하는 건 미루고, 손으로 합시다.”

"아예 미루는 거 아녜요?"

"월 그렇게 긴장합니까? 평소에 자위도 안 해본 것처럼 ."

그거야 본인 손으로 혼드는 것과 남의 손으로 혼드는 건 엄연히 다론 일 이 니까. 그러한 대꾸를 내밸기도 전에 뜨거운손이 윤슬의 성기를 움켜쥐 었다. 커다랄고 단단한 남자의 손은 윤슬의 것을 충분히 감싸 쥐고 남을 정 도였다. 반쯤 서 있는 성기를 천천히 위아래로 혼들어 문지르는 감각에 윤슬이 허벅지를 오므려 비버땠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있어요. 오놀은 그냥 플기기만 합시다."

그래도……."

부끄럽잖아요. 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권태준이 장시 손을 놓고 자신의 하의를 벗어 던졌다.

"같이 벗으면 좀 덜 부끄러울 겁니까?"

그래도 여전히 부끄러운 것 같은데. 윤슬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권태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하체에 슬쩍 권태준의 거대하고 단단한 성 기가 닿았다 떨어졌다. 예민한 피부의 접촉을 느끼며 윤슬이 어깨를 떨었다.

"만져보겠습니까?”

귓가로 둘리는 나직한 을음에 윤솔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같은 거 달고 있으면서, 부끄러울 것도 참 많습니다."

타박하듯 말했지만 그 목소리 안에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조심스러운 접촉이 이어지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싶었는지 권태준이 조금 힘을 주 어 성기를 마찰시켰다. 처음 겪는 일이고. 처욤 겪는 감각인데도 왠지 모르 게 성기가 흥분하고 있었다.

권태준의 목덜미에 얼굴을 감추고 넓은 어깨를 끌어안았다. 흥분한 성기에서 나온 프리컴이 피부가 마찰할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를 만둘어냈다.

두 개의 성기가 겹쳐 문질러지는 것은 손으로 잡고 흔드는 것과 또 다른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이리저리 흔들려 비버지는 성기를 권태준이 모아 쥐 고 가법게 흔들었다. 타인의 손에 타인의 성기와 함께 잡혀 자극당하고 있 다는 생각이 더욱 윤슬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앞뒤 로 흔들며 채근을 하자. 권태준이 손에 힘을 주어 성기를 쥐어짰다. 

낮게 앓는 소리를 내며 윤슬이 못소리를 홀렸다. 권태준의 어깨에도 땀이 흥건하게 솟아울랐다. 팽창하듯 부푼 등 근육을 손으로 더듬으며 윤슬 이 권태준에게 매달렸다.

종 더, 조금만 더.

사정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권태준의 손놀림이 더욱 빨라졌다. 탁탁탁, 요란한 마찰음이 귓가를 어지럽혔다. 권태준의 어깨 를 끌어 안고 있는 손끝에 힘이 돌어 갔다.

"아, ……아아. 앗."

권태준에게 매달려 허리를 움직이던 윤슬이 낮게 신음하며 몸울 굳혔다.

아랫도리가 축축하게 젖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뻣뻣해질 정도로 굳었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윤슬이 마론 입술을 할았다. 권태준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윤슬의 젖은 성기에 사타구니를 빠르게 문지르고 있었다. 힘을 잃어 말랑해진 성기가 커다란 성기에 문질러지며 짓늘렸다.

귓가로 희미하게 권태준의 신음이 들린 것도 같다. 팽창하듯 부푼근육을 긴장시키며 권태준이 활칵 정액을 쁨어냈다. 오중이라도 싼 것처럼 방대한 양의 액체가 사타구니를 적셔왔다. 뜨거운 액체에 윤슬이 놀라 몸을 움츠렸다.

하아. 권태준이 억늘렀던 숨울 물아쉬며 윤슬의 위로 몸을 내렸다. 숨이 막힐 정도로 무겁기도 했지만, 나른하게 플린 옴위로느껴지는무게감은 또 다론 안정감울 불러오기도 했다.

"……왠지……입으로 했어도 거부감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으아. 그런 거 말하지 말아요.”

손으로 권태준의 입을 막으며 윤슬이 부끄러움에 몸을 벌걸게 을들였다. 이 사랑은 대체 왜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을 하는 거야. 꾹 누르는 윤슬 의 손바닥울 권태준이 혀로 할으며 웃었다.

"끌까지 했어도 좋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 그건 좀……"

"잘 알아와서 다음에 해봅시다."

결코 반길 만한 말은 아닌데, 귓가를 간질이는 권태준의 목소리가 듣기 좋아서 윤슬이 말을 아꼈다. 노글노글해진 몸이 나론해서 금방이라도 잠 이 들 것 같았다. 아래가 축축해서 씻어야 하는데. 손가락 하나까닥하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이 전해졌는지 권태준이 입고 있던 민소매를 훌렁 벗어 젖은 사타구니를 숙숙 문질러 닦았다.

"다신 못 입겠네요.”

"아쉽습니까?”

"아뇨, 잘된 것 같아서요.”

알용이 된 권태준이 옆으로 내려와 윤슬을 바짝 당겨 안았다.

"피곤합니까?'

"피곤하네요."

"이쯤하고 잘까요."

더 할 것도 없지 않으냐고 대꾸하는 윤슬의 목소리가 가을가을해졌다. 귀를 기울여 듣고 있던 권태준이 이내 웃음을 흘리며 발 아래로 일려 내려 갔던 이불을 끌어을렸다. 땀이 식어 몸이 싸늘해질 것을 염려한 탓이었다.

가숨 부근까지 이불을 을려 덮은 권태준이 서서히 장에 빠져들고 있는 윤슬의 몽울 끌어안았다. 말랑말랑하고 적당히 따뜻한 옴이 기분 좋은 나 론함을 전하고 있었다.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압사당해 죽는다면 이런 느껑일까. 공공거리다 눈을 뜬 윤슬의 눈앞에 넓적한 가슴이 보였다. 시선을 조금 들어 을리 자 저를 꽉 끌어안고 있는 권태준의 얼굴이 보였다. 악몽이라도 꾸는지 미간에 살짝 주름이 질 때마다, 윤슬울 끌어안고 있는 팔에도 바짝 힘이 둘어갔다.

이러니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지.

몸을 뒤틀어 권태준의 팔에서 빠져나온 윤슬이 상체를 세워 암았다가, 엉덩이에 쓸리는 시트의 감촉에 고개를 내렸다.

"아……"

상의는 입고 있는데 하의가 사라져있었다. 왜 자신이 아랫도리를 벗고 있나 잠시 고민하던 윤슬의 머릿속에 자기 전에 권태준과 벌였던 짓이 처 음부터 끝까지 떠울랐다.

으아. 왜 그런 짓을 했지. 정신이 나갔었나.

머리를 쿵쿵 쥐어박던 윤슬이 젖혀진 이불 너머로 훤히 보이는 치부를 황급히 손으로 가리고 두리번거리며 벗어놓은 속옷을 찾았다. 바지와 함 께 둥글게 말려 침대 끄트머리에 처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온 윤슬이 속옷을 주워 입고, 일어난 김에 물을 한 컵 마셨다.

세 시쯤 되었으려나. 사위는 여전히 어두웠다.

권태준은 잠꼬대도 하지 않고 곤히 자고 있었지만, 미간에 자리 잡은주름이나 가공 떨리는 손끝이 좋은 꿈을 꾸고 있다고는 보이지 않았다. 차라  

리 공공거리거나 잠결에 흐느끼기라도 하지. 자면서조차 참고 있는 것이 전해져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물 한 컵을 떠 와 권태준의 어깨를 살며시 흔돌었다. 깊게 잠들었는지 권 태준은 쉽사리 눈을 뜨지 못했다. 조금 힘주어 권태준을 혼들자, 그가 헛숨 을 들이마시며 벌떡 일어나 몸을 긴장시켰다.

"왜 그렇게 놀라요? 나쁜 꿈 꿨어요?"

"……윤슬 씨?"

"물 좀 마셔요. 천천히."

놀란 눈으로 저를 보는 권태준의 입술에 컵을 대주며. 윤슬이 권태준의 이마에 손울 을렸다. 땀을 흘렸는지 약간 축축한 이마는 이상하게도 차가 웠다.

"왜 일어났습니까?”

빈 컵을 침대 아래에 내려놓으며 권태준이 을었다. 댁이 압사시켜 죽이 려고 해서 일어났다는 말을 삼키며 윤슬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목이 말라서요. ’…”나쁜꿈꿨어요?”

"비슷합니다." 

럼 보이기도 했다. 윤슬이 침대 위로 을라가 권태준과 나란히 않았다.

"악몽 꾸는 거 싫잖아요."

"좋울 사람이 있겠습니까.”

"……내 도움. 필요 없다고 했으니까……그러면 권태준 씨라도 적당히 컨트롤하면 되잖아요. 목 싫은 것을 참으면서 그렇게 악몽을 꿀 필요가 있 어요? 기억해야 하는 거라면, 권태준 씨가 감당해야 하는 거라면……그럼 참울 수 있을 정도만, 그 정도로만 꾸면 되잖아요."

손장난을 하듯 이불을 손가락으로 잡아 조을거리며 윤슬이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뭔가 대꾸가 둘아을 만도 한데 잠잠한 권태준이 이상해서 고개 를 돌리자, 권태준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악몽이요. 물론 참울 수 있을 정도라면 악몽이라고 하긴 뒤하겠지만."

"꿈울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흔합니까? 윤슬 씨 능력이 그렇게 혼한 게 아닙니다. 흔하다고 해도, 적어도 나는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왜 없어요?”

"없는 걸 없다고 말하는데 왜 없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합니까?"

"……아닌데……"

아닌데. 있는데. 권태준이 본인의 악몽을 컨트를하던 것을 보지 않았나. 자신이 악몽 속에 들어간 것을 미리 알아차리고, 자신의 행동울 구속하고, 자신의 가면울 벗기기까지 했다. 그래서 윤슬은 권태준이 자신의 능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꿈울 컨트롤할 수 있지 않나 하고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거라고. 자신이 감내 해야하는 악몽이기 때문에 그냥 두는 거라고.

"악몽을 꾸면, 악몽이라는 걸 알고 있다면서요. 애초에 사람들은 꿈을 꿔도 꿈이라는 걸 알지 못하잖아요. 자각하더라도 한참은 지나서 뭔가 이상하다, 꿈인가? 하고 생각하지.”

"감이 좋아서가 아닐까요. 꿈을 꾸면 '저 사람들은 죽었는데 왜 보이는 걸까. 아. 꿈이구나.'하고 알게 됩니다."

"그럼 처음에……나 처용에 봤읕 때, 날 붙잡았던 건요. 내가 꿈에서 나가지 옷하게 붙잡고, 내 가면까지 벗겼잖아요. 그리고 그 꿈, 그때 그 악몽 들이 날 봤었다고요."

윤슬의 지적에 권태준이 흐음, 하고 신욤을 홀렸다.

"나는 그게 윤슬 씨의 영향이라고 생각해서. 특별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습니다만…… 다른 사람들과 다롭니까. 내가?'

"……좀 달랐어요. 그래서 놀랐던 거고."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권태준이 손으로 턱을 긁적였다.

"악몽울 꿨을 때. 뭔가 컨트롤 된다거나 하는 거 없어요?”

"없는 것 같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권태준은 확인시키듯 고개를 내저었다.

"꿈을 꾸면……눈앞에 그 모습들이 나타납니다. 그 사람들울, 그 얼굴을 보면서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처옴 그런 악몽을 꿨을 때는 벗어나 려 해보기도 했고 꿈에서 깨려고 노력도 했습니다만,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냥 그 악몽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마치 남의 몸 빌린 것처럼, 내 의지대로 소리가 나오지도 않고 옴이 움직여지지도 않고. 꿈에 끌려다니며 그것을 내 눈으로 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그럼 내가본건……."

"말로 설명하기가 좀 이상하기는 한데……."

권태준이 조금 멋찍은 얼굴로 옷으며 말을 끌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나, 하고 가만히 바라보자 권태준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어느 순간 꿈속에 있는 내 몽에서 벗어나 그 꿈의 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둘었습니다. 뭐든 내 마용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 무엇이 생겨나고 사라지는지 알 수 있고, 무엇이든 생겨나고 사라지게 만둘 수 있는. 윤슬 씨가 내 악몽에 나타났을 때에 느꼈던 거라 난 그게 윤슬 씨의 영향인 풀 알았습니다.”

윤슬이 권태준을 따라 흐음. 하고 신음 소리를 냈다. 어렵고 복잡한 설명 이었다. 다론 사람이 듣는다면 자다가 일어나무슨 개소리를 그리 심각하 게 지껄이고 있냐고 핀잔울 할 내용이었다.

"실험해보지 않겠습니까.”

"실험?”

"그게 윤슬 씨의 영향인지, 아니면 내게도 그런 능력이 있는 것인지.”

"그게 뭐라고 실험까지 해요."

실험 참 좋아하네. 윤슬이 혀를 차며 웃었지만 권태준의 얼굴은 진지했 다.

"궁금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윤슬 씨의 능력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윤슬 씨도 확실하게 아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권태준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필요성이 있기도 했다. 자신의 능력에 대 해 알고 있는 사람도 극히 일부였고, 그 능력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눴 던 사람도 없었다. 막연하게 이러이러한 능력이라고 판단하고 사용했지 만, 그게 다론 영향울 끼치는 거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윤슬이 주저하며 권태준울 빤히 바라보았다. 권태준의 말처럼 실험울 한 다고 치 더라도, 권태준울 실험 대상으로 만들어도 괜찮을지 고민하는 시선 이었다. 그것을 느꼈는지. 권태준이 윤슬의 어깨를 끌어안아 침대에 누웠 다.

잡시다. 내가 먼저 잠들어 악몽울 꾸는 것 같으면. 그때 내 악옹에 들어와요.”

악몽이 아니 면요."

"어떤 꿈이라도. 윤슬씨를 보는 것보다좋은 꿈은 아닐 겁니다."

왠지 닭살이 돋는 농담에 윤슬이 웃음을 터뜨렸다.

"웃지만 말고, 빨리 잠들라고 자장자장이라도 해봐요."

"싫어요."

"왜? 잘만했으면서."

"그거야……"

그거야 꿈속이었으니까. 그 말을 하려다 윤슬이 입을 다물었다. 언제부터 꿈속에서의 일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일까. 걱정도 없 이, 주저하지 않고. 옷으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윤슬인 권태준의 가슴 위에 손을 을리고 조심스럽게 토닥거리며 자장자장, 하고 옮조렸다. 작게 가송이 떨리는 것에 고개를 들자, 권태준이 입술 을 꾹 다믈고 웃음울 참고 있었다.

"옷지 말고 빨리 자요.”

"안웃습니다. 나 지금 자는 중입니다.”

"잔다는 핑계를 덜 거였으면, 대답을 하지 말았어야지."

"……나진짜 잡니다.”

할 말이 없었는지 권태준이 눈을 꽉 감고 자는 시늉을 했다. 언제 웃는 것을 그만두고 잠들지 알 수 없으나, 제발 빨리 좀 자버리라며 가승윧 도닥 거리는 윤슬의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마치 집에 돌아온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처럼. 꿈속에 들어온 윤슬의 앞에 권태준이 빠르게 나타났다.

"나는 아닌가 봅니다."

"아니었어요?"

떼, 아니었습니다."

권태준은 심드렁한 얼굴로 어깨를 으쑥였다.

"악몽 속에 갇혀 그냥 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윤슬 씨가 있어야, 이렇게 내 의지대로 말을 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꿈을 컨트롤한다는 거, 윤슬 씨가 꿈에 존재해야 가능한 게 아닐까요. 지금은 왠지 이런 것도 가능할 것 같고 말입 니다.”

권태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둑신한 소파가 눈앞에 나타났다. 본인이 한 일임에도 권태준은 조금 놀란 것처럼 호오, 하고 감탄을 내별었다.

"침대도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까."

"일단 앉죠."  

들을 가치도 없는 말을 가법게 무시하며. 윤슬이 소파에 앙았다. 보통 이 렇게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자신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권태준의 행동에 조금 놀란 것은 사실이었다. 권태 준의 악몽 속에 들어울 때마다 한 가지씩 놀라는 일이 생기는 것에 이걸 반 겨야 할지 가농할 수 없었다.

"……그래도 소득이 없는 건 아니네요. 이런 거. 이제까지 나만할 수 있는 풀알았거든요."

잠시 고민하던 윤슬이 솔직하게 말을 꺼냈다.

"이 소파 말하는 겁니까?”

"네. 꿈의 주인도 가농할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걸 시도했던 사람들도 없었고. 다들……다들 제가 뭘 어떻게 해주기만울 바랐거든요."

그저 자신만 바라보고, 자신에게 매달리고, 본인들의 괴로움을 주절거리기만 했다. 그 누구도 뭔가를 본인의 의지로 바꿔보려고 하지 않았었다. 하긴. 권태준도 자신이 서너 번씩이나 악몽에 들어왔으니 시도한 것이겠지만.

소파에 앉아 뭔가를 생각하듯, 으음, 하고 침음을 내별던 권태준이 고개를 돌려 윤슬을 바라보았다. 뭔가를 살피듯 윤슬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왜요?”

"보통 꿈을 꾸면 그 꿈속에 속하지 않습니까. 꿈속의 누군가가 되어 움직이고. 말울 하고, 행동하고.”

"그렇죠."

"그런데 윤슬 씨가 꿈에 돌어오면, 꿈 밖으로……아니. 꿈속이기는 하지만 영향을 받지 않는 공간에 존재하는 기분이 돕니다. 제삼자처럼 꿈을 관 조하는 기분이 들어요."

권태준의 설명이 에매하기는 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는 되었다. 지금 여기 이렇게 암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별개로 바로 앞에서는 권태 준의 악몽이 펼쳐져 있었으니까.

"꿈에 속하지는 않지만. 꿈을 관리할 수 있는……일종의 주도권을 악몽 에게서 뺏어오는 것 같습니다. 그게 윤슬 씨의 능력이 아닐까요."

"이렇게 보니……권태준 씨, 뭔가 탐정 같네요. 추리가그럴싸해요."

권태준은 드물게 진지한 표정으로 윤슬의 머리에 알밤을 놓았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밀려와 윤슬이 맞은 부분을 문질렀다. 

"나 지금 진지합니다.”

방금 전에 침대가 어찌고 했던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었다. 윤슬이 눈울 훑기자, 권태준이 작게 헛기침을 했다.

"나는 윤슬 씨가 윤슬 씨의 능력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 능력 때문에 불안해하지도 않고, 그 능력에 휘둘리지도 않 길 바랍니다."

"호수가……윤슬 씨보고 불쌍한 사랑이라고 합니다. 상처받고 예민하고 불쌍한 사랑이니 괴롭히지 말라고, 충분히 힘든 사람이라고. 나는윤슬 씨가 불쌍하지 않습니다. 내가 원데 윤슬 씨를 불쌍히 여기고 동정합니까. 나는……윤슬 씨를 이해하고 싶습니다.”

손을 뻗은 권태준이 윤슬의 손을 잡아 저를 보게 했다. 고개를 들자 까만 눈동자가 윤슬울 향하고 있었다. 그 눈동자 속에는 동정도, 거짓도 자리 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윤슬 씨를 알고 싶습니다."

〈3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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