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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189화 (189/217)

[189화]

바로 전 세상에서 만난 스승님께 무(武)에 관해서 너무 많은 배움을 받았다.

애초에 순수한 무 그 자체가 발전한 정도가 본래의 세계와는 차원이 달랐다.

‘진짜 혼 많이 났는데. 보법과 신법이 뭐 이리 쓰레기 같냐고.’

그렇게 말씀하시면서도 스승님의 보법과 [바람의 탑]을 섞는 것을 담당해 주셨다.

무광님이 자신의 열화판이라고 상찬할 정도의 스승님께서 몇 년간이나 골머리를 썩게 한 보법이자 신법.

‘당신이 만든 거라고 말할 수 없는 보법이라고 하셨지.’

바람이 가는 길을 따라 걷고 뛰는, 종국에는 바람이 되는 보법이자 신법.

‘풍도(風道)’

한 발과 함께 바람과 바람 사이의 길에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신형이 바람처럼 쏘아진다.

[과연 내가 계약할 만한 인간이다! 네 기술 중에는 이게 최고인 것이다!]

신나하는 아프를 어깨에 매달고 몇 보 가지 않아, 화살을 쏘아 보낸 이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수행자라며! 어떻게 바람의 신전의 권능인 바람의 길을!”

화살을 쏜 사내가 기겁하며 하는 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권능을 다른 사람에게 해줄 수도 있는 거였어? 권능이란 거 생각보다 재밌네?’

그래도 꽤 경험이 있는 일행인지 바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빛이 어리고, 화살이 쏘아지고 검사가 짓쳐든다.

하지만, 이 정도로 당황하기에는 겪은 경험치가 너무 달랐다.

화살을 잡아서 다시 던지는 동시에 발로 검사의 손을 차고 빛을 만든 이에게 다가가는데 반 호흡.

그리고 뒷목을 잡아서 내리누르는데 모두 합쳐서 고작 한 호흡이 걸렸을 뿐이다.

‘생각보다 너무 쉬운데?’

쉬운 것뿐만 아니라 인원도 3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의도를 알 수 없는 인선.

‘아니면, 이 세상의 기준은 조금 낮은 편인가?’

고작해야 익스퍼트의 경계에 들어있는 3명으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때 주교로 있던 트라님을 이렇게 간단하게.”

‘주교? 주교급이라면 마스터라는 건데. 얘가? 마스터급이라고?’

마스터, 아니 마법사이니 5서클 마스터 이상의 강자라고 보기에 너무 허접했다.

‘마스터한테 당할 정도는 아니라지만, 이 정도는 심한데?’

“그래서 내가 이 시간에 나온다는 건 어떻게 알고 있었지?”

“호텔에서 계속 기다리고. 크악!”

헛소리를 하는 궁수의 손가락을 하나 잘랐다. 심문에는 별 소질이 없지만, 보고 배운 것은 있었다.

“다시 거짓말하면 살가죽이 벗겨지는 고통을 겪을 거야. 어떻게 알았어.”

“신전에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수행자가 왔는데, 영수를 데리고 왔다는 소문이 돌아서.”

‘확실히 무위를 제외하면 입도 이미 맞춰놨을 거고.’

“7개의 별 중 하나와 독대를 했는데, 고작 셋이서?”

“솔직히 기껏해야 대주교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권능이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습니다. 수행자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망토를, 정확히는 반가면이 그려진 부분을 바라보며 말하는 마법사였다.

“그렇다 치고. 그래 그 바람의 신전의 권능이라는 건 무슨 소린데”

“더 이상 기만하시려면, 그냥 죽여주시지요. 아무리 전(前)사제였다고 하나 명예는 있습니다.”

“아니.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방금은 내 무예일 뿐, 권능이 아니라고.”

그 말에 진심인가 가늠하던 전 사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설마! 비기(祕技)를 배운 것입니까!”

“네가 착각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렇게 하하호호할 사이는 아닐 텐데. 그리고.”

현경을 바라보면서 할 수 있게 된 기예(技藝). 도가 없어도 [바람의 탑]을 펼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처음 만들어낸 것이라 애착이 가고, 이런 상황에서 잘 쓰이는 ‘안개바람’.

끓어오르는 강에서 하이님을 상대로 한 번 펼친 이후에 계속 연마했다.

손으로 펼쳤지만, 그 당시보다 훨씬 세밀하게 퍼지는 바람이 검사의 양팔을 스치고 지나간다.

“끄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소리와 함께, 살가죽이 그대로 말려서 올라가 있는 기괴한 장면이 만들어진다.

“아무리 대화 중이라고 하더라도, 헛짓거리 하는 것을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보지?”

“잔인한! 어떻게 인간이.”

“헛소리하고 있네. 잔인하기는, 결국에 나를 죽이려는 건 누구였더라.”

그 이후 몇 번의 쓰다듬 후에 들을 것을 다 들었다고 판단하고서는 깔끔하게 세 명의 목을 쳐냈다.

“권능이라는 게 생각 이상으로 인간들 사이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는가 보네.”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게 미칠 거다. 인간들에게 이제 마법과 무술이라는 건 사라졌다.]

“그럼? 신전에서는 어떻게 가르치는데?”

[아까 인간이 말한 비기라고 하면서 가르치는 거다. 신의 가르침이라고 하면서.]

“참. 참신한 개소리가 많이 돌아다니는구나.”

또 다른 쓸모없는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 속도를 높였다. 레스 도시가 보이기까지 멈추지 않았다.

*

“흠. 확실하지 않으면 보류하는 게 나을 것 같지?”

“예. 그리고 영수가 꼭 주인이 죽는다고 해서, 알리오츠님의 것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확실히. 영수에 관해서는 사속성의 신전만이 정보를 쥐고 있단 말이지. 그나저나 생각보다 강해.”

“확실하게 몽상가의 후예가 맞는듯합니다. 기록에도 몽상가는 사속성 신전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근데 기간이 너무 뛴단 말이지. 거의 100년 가까이. 아무리 하프라지만.”

“오히려 하프 엘프이기에 더 기간이 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후계를 찾는 것이 더 어려웠을 수도 있지. 탐이 나는 게 한두 개가 아닌데.”

“천천히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거기에 알리오츠님께서 선견지명으로 부탁한 것이 있지 않으십니까.”

“하긴. 인간인 이상 에트라님을 뵈면,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으니.”

“거기에 확인을 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만일 몰랐다면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습니다.”

“나도 혹시나 해서 한 건데, 잘 됐지. 안 그래도 요즘 땅쟁이들이 딴지를 심하게 건단 말이지.”

“아래에서 위를 보는 편협함 때문에 그렇지요. 창공에서 굽어보는 시선을 알지 못하니.”

“뒷말 안 나오게 확실하게 정리하고. 난 에트라님께 다녀올 테니.”

“알겠습니다. 저도 언제고.”

“그래. 이번 일을 잘 마무리하면 상신해 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별들을 제외한다면 뵙기 힘드니. 확실하게 정리하라고.”

“예! 빈틈없이 해결하겠습니다.”

보고하던 중년인이 나간 상황에서도 알리오츠의 눈앞에는 몽상가의 후예의 전투 장면이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

“에트라님께서 말씀하신 비기 중 하나인가. 여러모로 탐이 난단 말이지. 영수도, 비기도. 혼자 먹고 싶은데 말이지”

고민을 하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토닥이는 알리오츠였다. 그러다 이내 결심한 듯 누군가를 호출했다.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

“이 강이 경계의 강이라고 불리는 강인가?”

[그래. 본래 이름은 강가지만, 인간들은 아마도 잊었을 거다.]

“이 강의 끝에 숲이 있다는 거지.”

다른 수식어도 붙지 않고, 오로지 숲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장소.

하이엘프가 살고 있다고 전해지는, 수많은 영수가 자유로이 뛰논다고 전해지는 숲.

‘인간들에게는 전설이지만, 그게 사실이란 말이지.’

그리고 반드시 가야만 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지금 세상을 돌고 있는 것이고.

‘그런데 왜 리퀴두스님은 세상을 돌아보는 걸 조건으로 하셨을까 모르겠네.’

엘프와 결혼한 것이 아니라면, 생명의 은인이 아니라면, 들어갈 수조차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드래곤인 리퀴두스님의 배려라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바로 부탁을 드렸는데, 조건을 거실 줄은 몰랐단 말이지.’

그 위대한 드래곤들 조차 숲에서는 난동을 부리지 못한다고 쓰여있었다. 드래곤이 유일하게 존중하는 존재가 하이엘프.

‘그래도 한 바퀴만 돌면 되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솔직히 아프가 없으면 편했기는 했겠지만.’

멍하니 강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레스 시티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도시라기보다 일종의 군영처럼 생겼는데?’

연금술보다 마법, 기관학보다 마법. 이 세상은 마법이 상당히 발달한 세계였다.

‘지금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지만.’

그 덕에 천공의 신전에서 관리하는 시티 중 하나인 푸룸 시티가 그런 특이한 모양으로 세워질 수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레스 시티는 그런 특이함이 아니라 넓게 펼쳐진 군영처럼 보였다.

‘경계의 강이랑 인접하고 있는데 성벽이 그렇게 높아 보이지도 않고 말이지.’

거기에 건물들도 몇 개의 건물을 제외한다면 천막으로 지어져 있었다.

다양한 천막이 여기저기 펼쳐진 모습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풍경이기는 했지만.

“정지! 신분을 밝혀주십시오.”

3m가 조금 안 되어 보이는 방벽 가운데 있는 문에 도착하자, 문지기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온다.

망토를 잡고 새겨진 문양을 보여주자, 뒤에 있는 문지기가 신호를 하며 그제야 긴장을 풀고 웃음을 짓는다.

“수행자님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그것도 판테온의 인증을 받으신. 레스 시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혹시, 어깨에 새가.”

“아. 네. 맞습니다.”

양손을 모으더니 아프를 바라보면서 기도를 하는 문지기. 더 웃긴 건 아프가 날개로 머리를 토닥여 주자 몹시나 황공해 하는 문지기였다.

“혹여나 레스 시티에서 있으신 동안 문제가 생기신다면, 치안소로 와서 저를 찾아주시면 모든 힘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봐라! 이 몸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아프가 이런 대우를 받을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골치가 아프기도 했다.

인사를 하고 나서 레스 시티에 들어가자, 그제야 이 시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오? 이런 시티도 신기하다.”

천막들이 생활을 위한 곳이 아니라 상점들도 천막이었다. 캐노피를 펼치고 운영을 하는 이들.

하지만, 아프 때문에 모이는 시선이 은근히 불편했다. 마음 같아서는 어디에 숨겨 다니고 싶었다.

[이 레스 시티는 꽤 오랜 시티다. 불의 신전과 전투의 신전이 같이 운영하고 있다!]

“그건 또 어떻게 아셨대? 은근히 아는 게 많다?”

[내가 모르는 것 빼고는 다 안다!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사람들 시선 좋아하는 이상한 새? 귀찮게 하는 이상한 새?”

[그건 이 몸이 원체 잘나서 그런 거니 어쩔 수 없다! 영광으로 알아야지!]

아프와 대화를 나누면서 문에서부터 이어진 상점들을 구경하는데, 꽤 아프가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것저것 먹고 구경하는데, 아프의 존재로 사기를 치는 이들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영광이라며 손에 쥐여주기도 하고, 싸게 주기도 했다.

“확실히 너랑 다니면 편함과 불편함이 배로 늘어나는구나.”

[불편함은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다!]

입에 먹을 것을 한가득 넣고 기분이 좋아진 아프와 함께 상인들이 알려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근데 무기를 파는 곳이 꽤 많다?”

[말해 주었는데도! 이곳은 훈련지이자 실전을 경험하게 해주는 곳이라고!]

“그렇다고 무기를 파는 이들이 많아? 보니까 장인들도 많은 것 같은데.”

[그건 불의 신전이 있어서 그럴 거다! 대부분의 장인들은 불의 신전에 소속되려고 한다!]

“응?”

물어보려고 하는 찰나에,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자신에게 똑바로 나아오는 이들이 있었다.

“수행자를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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