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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178화 (178/217)

[178화]

8개의 바람의 탑. 그중에 반도 안 되는 3개만이 허락된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3개를 깊이 탐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연구를 하면 할수록 더 많은 탑을 개방해야 한다는 결론과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이 세상에서 만들었나 싶은 의문 뿐이었다.

그나마 진척이 있던 것은 탑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었다. 마치 본래 하나의 탑이었던 듯 모이려는 성질이 있었다.

다만, 3개로는 너무 부족했다. 애초에 자유로운 바람을 탑에 가두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성질이 다른 세 바람을 하나의 탑으로 가두는 것은 더욱 지랄 맞은 일이었다.

삼각형 모양의 빈 공간을 두고서야 조금씩 모이려고 하는 이들이었다.

가장 안전하게나마 모을 수 있는 방법. 하지만 그조차 완벽하게 할 수는 없었다.

‘안 되면 죽는데. 어떻게든 해봐야지.’

이제 족쇄는 거의 얇디얇은 띠가 되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최대한 모이게 하고 전신으로 퍼진 재능을 도에 집중시킨다. 저릿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후우.”

탑을 하나로 모으면서 우선 앞으로 뛰쳐나갔다. 부족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에 씌운 오러 블레이드와 그 안에 모든 재능을 담는다. 다리에 온 힘을 모아 일시적으로 폭발시킨다.

‘라니우스 1식 일절(一切)’

단 하나의 베기에 모든 것을 담은 도식. 족쇄가 사라짐과 동시에 아르데오의 앞에 도착하고 도를 내리그었다.

“으븝브브 으브읍!”

입으로 내는 소리는 웃겼지만, 나오는 행동은 전혀 달랐다. 모든 능력이 서린 도의 옆면을 정확하게 차내는 아르데오의 다리.

‘미친. 오러가 깨질 뻔했다고?’

그대로 옆으로 날아간 순간에 든 생각이었다. 생각을 접고 다시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내 달려드는 아르데오에게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 눈에 보이는 오러는 없는데도 한 번 한 번의 발차기가 내부를 울리는 느낌이었다.

‘이 기괴한 것도 다시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것 같은데.’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그 느낌이 손에 박힌 가시처럼 은근히 계속되고 있었다.

*

마르쿠스에게 반강제적으로 업혀서 나오게 된 통로에는 모든 일행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량에게는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 훨씬 중요했다.

품속의 통신구를 꺼내 위급하게 연결을 했다.

“카인!”

다행히 바로 연결이 된 카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입을 여는 것 같았지만, 해야 할 말이 있었다.

“우리가 조사한 인원들! 범이 교차 확인한 인물들. 그 인물들이 우선 대상이야. 어떻게든 먼저 죽여. 최대한 빠르게!”

다행히도 이 머리 좋은 친구는 바로 진행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내가 너무 경솔했어. 이런 괴물일 거라고 생각도 못 했고, 신전의 인물이라고 너무 마음을 놓았어. 이런 씨발.’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 머리라면 못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베라트!”

“네. 량님.”

“여기서 나갈 수 있는 출구. 어디 어디야. 네가 생각하는 곳.”

“그림자의 숲이 가장 확실한 곳이기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솟아오른 절벽이 가장 유력합니다.”

‘내가 재인이라면, 아니 나라고 생각하면 안 돼. 재인이라면. 그 중년 여인을 분명히 데리고 갈 곳이 있을 텐데.’

“베라트, 마르쿠스. 레핀, 백합 기사단은 바로 그림자의 숲으로 향해. 반드시. 반드시 생포해. 그리고 신호가 보이면 바로 오도록 하고.”

다행히 부단장이 단장 등을 이끌고 뛰어가는 것이 보인다.

“나머지는 저와 함께 솟아오른 절벽으로. 베라트가 짚어준 위치와 제가 생각하는 위치를 포위한다. 신세 좀 질게.”

그리고서는 바로 비븐의 등에 업혔다. 바로 뛰어가는 이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뛰어가는 내내 카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인도 표정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것이 보인다.

“이해했어?”

“어. 바로 다시 연락할게. 너가 생각하기에는 어때. 어떤 게 더 우선순위일까.”

자학하면서 빠져나오는 내내 생각한 점이 있었다. 과연 누가 가장 타격이 클까.

‘분명 본다와 관련된 거겠지. 그렇다면 경지와는 상관이 없는 거라는 뜻이고, 깊이 내려갈 수록이겠지.’

“우리가 만든 순위표 3번. 그 순서대로 가는 게 가장 치명적일 거야.”

“알았어. 바로 그렇게 진행할게. 안 그래도 지금 4위에 오른 인물을 사냥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아. 그리고 무엇보다 1-3위는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자. 그 힘을 쓰더라도. 어쩔 수 없어. 실행해.”

“당연하지.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지.”

“아니, 그 이상을 써. 어떻게든 내가 수습할게. 부탁해. 그리고 그 옆에 탁트있지? 불러 줘.”

카인이 탁트를 불러오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회주님.”

“탁트 회주의 권한으로 너의 제약을 해제한다. 2위의 목을 따와. 대신 평생 넌 내 곁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흐음. 뭐 그 정도라면, 대신 실험은?”

“실험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나를 거쳐 간다면.”

“평생을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회주님. 그럼.”

‘하. 괴물 하나를 풀어놓는 느낌이긴 한데, 카인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카인. 2위는 생각하지 마 곧 대가리가 따일 거니까. 그럼 1위에 총력을 쏟고, 순차적으로 가자.”

“쟤 뭔데.”

제약이 해제되는 것이 느껴지는 즉시 카인의 표정이 굳는 것이 그대로 보였다.

‘확실히 [마타 하리]의 후계는 다르기는 하네. 바로 알아차리고. 그래서 편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설명해 줄게. 확실한 건 내 올무에 있다는 거야.”

“나중에 소상히 말해줘. 더럽다. 일단 알았어. 1위의 목은 내가 처리할게.”

빠르게 풍경이 지나는 것이 느껴지지만, 시간이 왜 이다지도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모르겠다.

솟아오른 절벽이 눈에 보일 때쯤, 카인에게서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다.

“3위 정리됐어! 2위는 조만간 일 것 같고, 1위도 마찬가지야.”

‘이게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 범이는 잘 하고 있겠지.’

처음으로 자신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 순간이 친구의 목숨이 위험한 순간이라는 것이 참을 수 없었다.

‘시팔. 진짜 두고 보자.’

*

“나는 너의 모든 움직임을 보고 너는 더 이상 볼 수 있는 것이 없다!”

아직도 입에 재갈이 물려 있어서 음울거리는 소리였지만, 이제는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변했다.

‘썅. 재인을 잡아 두었어야. 아니 그랬다가는 그 전에 죽었겠지.’

오즈안님에게 아버지라 부른 여인과 함께 빠져나가는 재인이 보였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직까지는 괜찮아. 점점 죽을 것 같은 게 문제지만.’

도대체 성하의 후계자였던 이가 왜 이리도 발을 잘 쓰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

웬만한 무인은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로 강맹하고 날카로운 발차기였다.

‘거기에 이 기괴한 느낌은 진짜 어떻게 방법이 없네.’

웅얼거리는 저 말에 시야가 살짝이지만 흐려졌다. 그리고 발차기 하나하나에 오러 블레이드가 흔들린다.

‘재능이 도대체 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건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아니 파해(破解)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재갈은 점점 얇아져 가고, 아르데오의 움직임은 마치 자신을 꿰뚫는 것 같고, 시야는 흐려지고.

총체적으로 난국이 파국으로 치달을 때쯤이었다. 계속해서 밀려나던 때에, 갑자기 어느 순간.

‘시야가 돌아왔어?’

몸을 돌려 도를 발로 때리는 그 발차기에 담긴 힘이 줄어든 것이 느껴진다.

‘뭔가 했구나!’

알 수 없지만, 량이 무엇인가를 한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렇게 믿어야 했다.

‘시간을 끌어야 해. 저 재갈이 없어져도 상관이 없어졌어. 무조건 장기전으로 간다.’

발차기에 밀린 채로 뒤로 후퇴한 후에 도를 다시 잡았다. 라니우스 식이 아닌 [바람의 탑].

‘스승님과 함께 만든 도식들은 아직 미완성. 거기에 너무 한 방에 치우쳐져 있지.’

강건하게 잡고 있던 도를 슬쩍 내리고 손에 힘을 푼다. 자신이 아는 가장 방어적인 도식.

‘반면에 [바람의 탑]의 검식은 다양하단 말이지. 아직 다 해석하지는 못했지만. 아펠리오테스로 가자.’

가장 먼저 깨우친 바람. 가장 먼저 익힌 [바람의 탑]의 검식 중 하나, 산들바람이라고 불리는 아펠리오테스.

‘손에 힘을 빼고, 언제나 흐르는 부드러운 바람.’

경직되어있던 몸이 풀린다. 기댈 구석이 생기고 희망이 생기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저녁 산들바람 산들바람이”

조용히 읊조리는 노래가 더욱 산들바람에 대해서 강하게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오늘 밤 불어오네.”

“미친 새끼가!”

그것을 기만으로 생각했는지, 강맹하게 자신에게 달려오는 아르데오가 눈에 들어온다.

“작은 숲의 소나무 아래에서”

심장을 노리고 뻗어 나오는 발에 도를 살포시 얹고 그 힘으로 몸을 돌린다.

“작은 숲의 소나무 아래에서.”

한 바퀴 돌고 나서 자연스럽게 도를 돌려 아르데오의 어깨를 노리지만, 발차기가 날아온다.

“나머지는 그가 알 거야.”

방향을 바꿔서 어깨가 아닌 발에 도를 가져다 댄다. 발에 맞고 올라가는 도를 돌려서 아래에서 위로 베어 올린다.

“확실히, 확실히 그가 알 거예요.”

노래를 한 번 부르는 동안 시야가 밝아진 것뿐만 아니라 아르데오의 움직임이 변했다.

‘내 움직임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아니란 말이지.’

더 놀라운 사실은 아르데오 그 자신은 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갈이 점점 얇아지는 것이 보이지만, 이전처럼 조급하지 않을 수 있었다.

‘확실히 시간을 끄는 게 정답이었어. 뭔지 모르지만, 뭔가 하고 있어!’

확신이 생기자 신이 난다. 노래가 한결 흥겹게 나오는 것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때, 눈앞에 아르데오가 처음으로 물러난다. 그리고 이내 입을 찢었다.

‘미친!’

찢어진 입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가 입 주변에 묻어서 기괴한 얼굴이 된 아르데오.

“감히! 감히! 너는 감히 성안을 볼 수 없다! 미물의 움직임은 내 눈을 피해 갈 수 없다!”

밝아졌던 시야가 다시금 뿌옇게 변한다. 하지만, 확실히 그 느낌이 옅어졌다.

‘괜찮아.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할 수 있어.’

말이 끝나기 전에 이미 앞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원래 그런 것처럼 자연스럽게 도를 휘두른다.

‘됐어!’

처음으로 느끼는 손맛. 그리고 보이는 붉은 선혈. 앞으로 지나가면서 피하려고 하는 순간.

“이 하찮은 미물이! 본래 존재하지도 않던 미물이!”

마치 앞으로 나갈 것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처럼 다리를 걸고 그대로 복부를 걷어차는 아르데오.

‘씨발. 좋아하기는 일렀는데.’

손맛이 느껴진다고 해서 이제 조금 마음을 놓는 순간에 바로 당한 일격에 정신이 차려진다.

아르데오에게 맞은 북부 내장이 진탕 된 것이 느껴진다. 입가로 피가 슬쩍 흘러나온다.

‘이 정도는 괜찮아. 그리고 확실히 아르데오에게는.’

맞고 나서 확신하게 된 점도 있으니 그리 나쁘지 않은 교환이라고 생각한다.

바닥을 몇 번 구른 뒤에 최대한의 속도로 아르데오에게서 멀어진다. 그 중간에 품에 손을 넣는다.

“이 미물새끼가!”

자신의 행동을 보고 눈이 돌아갈 듯이 분노하면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아르데오.

“뭐! 어쩌라고.”

입가에 핏물을 마저 닦아내고 다시 손에 힘을 뺀다. 달려드는 아르데오에게 온 감각을 집중하며.

“부드러운 저녁 산들바람. 산들바람이”

다시 한번 도식에 집중하기 위해서 입으로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 소리에 더욱 광분한 아르데오.

“닥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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