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화]
날아드는 두 마리 헬하운드의 다리를 깔끔하게 잘라내는 부단장의 검.
그리고 그 사이로 은빛 실선이 날카롭게 날아드는 것이 보이는 순간 짓쳐들었다.
“검으로 쳐내지 마세요!”
다행히도 소리친 것에 바로 반응해 피하는 부단장님이 눈에 들어왔다.
“허. 완전히 다르군. 이들이 대륙에 뿌려졌다면 절망이었겠어.”
“마수들을 경험해 보지 않고, 듣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죠.”
잘려진 다리가 다시 움찔거리며 본체에 향하는 것을 막고 제대로 다져준 뒤 부단장님의 곁으로 섰다.
“경험만 있으셨다면 수월하셨을 거예요.”
“경험이 없었다면 생각 이상의 피해를 얻었겠지. 고맙네.”
“아라크네를 부탁드릴게요. 특히 저 아라크네의 실을 조심하세요. 오러 블레이드로 완전히 베지 않는 이상 그냥 피하시는 게 나아요.”
“그리고 또 있나?”
“실이 어느 부위에서 나올지 모르니 조심하시구요. 다리를 제외한 전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리고 끝은 확실히. 해체하듯이.”
“알았네. 확실히 자네들과 같이 와서 다행이군.”
부단장님에게 아라크네를 맡긴 이유. 헬하운드에 비해 더 마수 같은 괴랄함이 있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넓게 싸워보라고 했지. 헬하운드를 이식한 거면.’
마수의 특성, 습관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수호 용병이었다.
자신은 그 수호 용병 중에서도 마수 사냥에 가장 정보가 많은 용병단 출신이었다.
손바닥을 살짝 베어서 피가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핏물이 살짝 고이는 즉시 헬하운드들의 눈빛이 변한다.
‘이식된 머리들이 머리 역할을 하기는 하는데, 확실히 본능을 넘어설 정도는 아니구나.’
개의 몸에 인간의 머리를 하고 있는 것들의 눈이 붉게 변하다 못해 핏물이 흘러내리는 광경은 기괴하다 못해 역겨웠다.
부단장님과 아라크네의 곁에서 조금 떨어지자, 헬하운드들의 고개가 자신에게로 쫓아온다.
‘정확하게 반절만 쓰고 있으니까.’
6층을 반으로 나눈 것처럼 전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조금 더 앞으로 움직였다.
‘속도는 비슷하네. 신체적인 스펙은 마수를 따라가는구나.’
움직임과 동시에 반응하는 헬하운드들. 거침없이 자신을 향해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다리는 벌써 재생된 것 같고. 내구도는 좀 떨어지나.’
확연하게 한 마리와 남은 두 마리의 속도가 달랐다. 조금씩 따라잡고 있었지만 부족했다.
‘오? 바로 달려들지 않네. 공격성이 줄었다기보다는 머리를 쓰는 건가.’
인간의 머리를 하고 있지만, 이빨은 이미 하운드의 이빨처럼 날카롭게 입을 뚫고 나와 있었다.
자연스럽게 진형을 잡더니 두 마리가 슬금슬금 자신의 양쪽으로 자리하기 시작한다.
피가 흐르는 왼손을 강하게 눌러서 피를 더 흐르게 하자 몸을 움찔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이 정도면 3성 마수 정도라는 건데, 진짜 위험하네.’
본능을 억누른다. 아니 목적을 위해서 인내라는 것을 하는 건 3성이 되어야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것도 오래 묵은 놈들이나 그랬는데, 이것들은 벌써 그런다 이거지.’
살의를 섞어 보내자 그제야 반응이 온다. 견디다 못한 헬 하운드들이 달려들기 시작한다.
‘확실히 신체스펙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구나.’
안심하고 도를 아공간에 옆에서 달려드는 헬 하운드 한 마리를 잡고 정면에서 달려드는 헬 하운드의 입에 처박았다.
놀랍게도 씹어 먹는 것이 아니라 입을 다물지 않고 옆으로 치우는 헬 하운드.
‘동종포식을 안 한다고? 마수가? 그럴 리가 없는데. 이것도 달라진 부분인데.’
마수들이 힘을 키우는 하나의 방법이 동종포식. 전투 중에도 서슴없이 동종포식을 하는 이들이었다.
그런데도 그를 하지 않고 옆으로 던진 후 다시 자세를 잡는 헬 하운드를 보며 소름이 돋았다.
‘진짜 위험하네. 여기서 정리 안 하면 큰일 나겠구나.’
조금씩 뒤로 물러서자 헬 하운드들이 다시 자리를 잡고 자신에게 다가온다.
다시금 양옆과 앞에서 달려드는 헬 하운드들. 높이가 제각각이었다.
오른손으로 오른편에서 오는 헬 하운드를 잡아다가 왼쪽에서 달려드는 헬하운드에게 집어 던지고, 정면에서 오는 놈을 잡아다가 재인쪽으로 던졌다.
빠르게 재인에게 향하던 헬 하운드가 갑자기 재인 곁에 서 있던 남자의 검에 반으로 갈라진다.
‘호오. 완벽하게 조종되는 게 아니구나. 아직 멀었네. 그래서 써먹지 못하는 거였어.’
황급히 나와서 헬 하운드를 반으로 갈랐다지만, 놓치고 있는 부분이 두 가지나 있었다.
어느 경계를 기점으로 먹이가 더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 희번덕거리는 눈. 그리고 반으로 나뉜 상태에서도 으르렁거리는 헬 하운드
‘확실히. 만일 통제가 가능하다면 종종 써먹을 만도 한데 그런 적이 없었지.’
량을 바라보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끄덕임에 피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물러서기를 그만하고 으르렁대는 헬 하운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기다렸다는 듯 입을 벌리고 뛰어오르는 입을 살짝 치고 목을 그대로 쥐었다.
오른손으로는 등을 노리고 온 헬 하운드의 목을 잡았다. 그리고 양 손에 그대로 오러를 불어넣었다.
‘마석이 없는 것 같던데. 어떻게 하려나. 진짜 모르겠네.’
마수 사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석이었다. 그것이 마수의 심장이고 뇌였다.
마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 사냥은 끝이 난 것이 아니었기에 사냥의 시작은 마석 위치의 확보였다.
그에 반해 이것들은 마석이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인간이었던 부분을!’
오러를 점점 더 집어넣어 내부에서 터트렸다. 얼굴이 터져나가니 그제야 축 늘어지며 가루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진짜 역하네. 이게 뭐야.’
내장과 검은 피, 검붉은 피가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마수를 사냥할 때는 볼 수 없는 광경.
“량아. 저거 진짜 위험해. 여기서 다 정리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도 다행히 개체 수는 그렇게 많지 않을 거야.”
“통제가 안 돼서?”
그 말에 새삼스럽게 놀랍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량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똑똑한데? 어떻게 알았어?”
“네가 말한 대로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던졌잖아?”
“그렇지.”
“거기서 저것들이 눈이 돌아가더라고, 새로운 음식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안 것처럼.”
무엇인가를 더 말하려고 하는 순간에 아라크네를 정리하고 돌아온 부단장님이었다.
“정말 역겹기 그지없는 것들이구나.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전혀 모르겠어.”
검은 피와 검붉은 피가 낭자해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새햐얗던 부단장님의 갑옷에 검은 피가 묻어있었다.
“심지어 이 마수의 피는 이상한 것 같구나. 지워지지 않아.”
“마수는 마법사에게는 천적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잠시만요.”
주머니에서 포션병을 꺼내서 뚜껑을 열어 부단장님의 갑옷에 뿌리자, 맑은 물이 검은 피에 닿자마자 기화되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호오. 성수를 이렇게 막 쓰는 인문이 있을 줄은 몰랐군.”
“성수래봐야 주교급의 축성이 들어간 물이니까요. 그 정도야 차고 넘치죠.”
‘마틴이 고생이 많구나. 진짜 얼마나 굴려 먹었을까?’
예전에 량이 방 한가득 채우고 있는 성수를 보면서 희희낙락거리고 있던 것이 생각이 났다.
“확실히 저것들이 대륙에 풀리면 위험하겠군. 귀족들도.”
“그래도 미완이니 다행이죠. 그리고 아직 마수에 대한 연구도 제대로 못 한 것 같으니.”
근거가 없는 말이 아닌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알려주고 있었다. 으르렁거리는 얼굴을 보면서 노인에게 분노를 표하는 재인이 그대로 보였다.
“대충 보아하니 내가 말한 대로 되는 것 같지? 부단장님이랑 범아 부탁할게.”
“진짜 괜찮겠어?”
“연금술사가 답도 없이 전투에서 약하기는 한데, 그것도 어느 경지에 이르면 달라지는 걸 보여줄게.”
확실히 량이 말한 대로 노인과 한 남성이 걸어 나오는 것이 보인다.
그에 맞추어서 부단장님과 함께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 나간다. 당황하는 노인을 지나치자마자 얇은 벽이 중앙을 기점으로 세워졌다.
“진짜 제 친구지만, 괴물이긴 하죠?”
“이런 걸 다 상정하고 살아간다는 게 상상이 안 가는구나.”
“그나저나 안녕 재인? 이제야 가까이서 보네.”
“량이 걱정 안 되나 보지? 이렇게 온 걸 보면.”
“가라고 했으니, 가야지. 그나저나 마수, 마석에 아주 심취했구나?”
수호 용병 때의 이상한 마석에서부터 지금은 마수를 가지고 인체실험을, 모든 것이 마수와 관련 있었다.
부단장님과 함께 중앙선을 넘어오면서부터 각자의 무기에 손을 얹고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보인다.
‘재인 옆에 있는 검사는 마스터, 그 앞에도 마스턴데 또 하나는 애매하네.’
“당연하지! 애초에 그 영웅이라 불리는 것들이 만든 수호성이 제대로 된 것일 리 없으니까!”
“무슨 참신한 개소리야 그건.”
“이 땅에 적법한 지배자는 간악한 인간들에게 죽고 말았지. 하지만 그 핏줄이 사라진 건 아니지.”
‘지금 백년왕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건가? 진짜로?’
“그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피를 이어받은 것이 바로 우리 [맘몬]이다! 천년왕국의 계승자의 적법한 혈족이라고!”
“이미 망한 지 오래인데? 무슨 적법한 계승자라고 하는 개소리야. 토벌 당했는데.”
“권력을 쥐기 위해서 폐위만 시키면 될 것을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미 폐위가 논해지는 순간에 망한 거 아닌가? 진짜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제는 역사 속에서만 존재하는 국가. 서대륙을 본래 맡았던 왕조. 제국이라고 불렸지만, 역사에는 왕국이라 남은 부패의 온상.
그런 역사 속의 망령을 다시 꺼내는 것으로 모자라서 진심으로 자신이 그 후계자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래 봐야 너희만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이것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동대륙에서도 인정했단 말이지.”
‘와. 소름 돋는 자식. 이걸 어떻게 예상하고 있었지?’
“동대륙에서 인정한다는 게 말이 되냐. 그래 봐야 아무것도 없는 너흰데.”
“하! 이래서 계급이 있는 거지. 눈에 보이는 것에만 급급한 천한 것들이란.”
“누가 보면 황제한테 허락을 받은 거로 보이겠어. 그것도 아닌 주제에 말이 많아.”
“그와 다르지 않다! 네가 알아야 뭘 알겠냐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식적으로 발표가 되겠지. 물론 넌 못 보겠지만.”
‘아…. 어렵다 할 말도 떨어져 가고 진짜 저 개소리를 듣는 것도 힘든데.’
“범군. 되었네. 필요하다면, 깰 수 있을 것 같네.”
“하. 감사해요. 진짜 속이 터져 죽는 줄 알았어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허허. 나도 들었네. 세상에 미친놈은 많다지만, 신념에 미치면 저런 또라이가 탄생하는군.”
“확실히 저는 쟤가 말하는 천한 것인가 봐요. 저는 잡아놓고 패는 게 마음에 들더라구요.”
“그렇다면 나도 천한 것인가 보군. 신기하게도 나도 그런 취항인데 말일세.”
부단장님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면서 편히 앞으로 다가갈수록 긴장하는 이들이 느껴진다.
‘하긴 쟤들 입장에서 부단장님도 나도 엄청 애매해 보이겠지. 그래도 부단장님이라면.’
점점 가까워지자 도리어 앞으로 나서면서 길을 막는 두 사람이 보인다.
“이 이상 앞으로 지나가지 못한다.”
“응. 갈 거야.”
태연히 아무렇지 않게 그 둘을 지나가려고 하자 창과 검이 심장과 목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