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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173화 (173/217)

[173화]

청아한 소리가 들려온다. 붉은 연기가 당도할 즈음 자신의 목걸이가 빛나는 것이 살짝 보였다.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것들은 왜 만드나 몰라.”

갈 곳을 잃어버린 생명체들은 반은 우리에게, 반은 반대 방향으로 흉포함만을 나타내며 돌진했다.

당황과 분노에 찬 음성이 들려오지만, 앞으로 튀어나가느라 제대로 보지 못 했다.

‘이렇게 선이 굵직하게 보이는 건 처음인데 말이지.’

확실히 일반적인 사람보다 훨씬 빨랐다. 속도만 놓고 보면 익스퍼트와 비슷한 듯했다.

‘힘만 세고’

가장 앞에서 오던 괴생명체의 팔을 시험 삼아 베어냈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고통을 못 느끼는 건 똑같군. 아니 오히려 더 흉포해진 느낌이야. 최강의 병사는 병사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익스퍼트와 비슷한 신체를 가진 괴물. 일반 병사들이 막아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다리를 베어도 바닥을 기며 자신을 잡고자 하는 무조건적인 흉성.

재능이 보여주는 길을 따라서 바로 옆의 괴생명체를 베어내자 검은 액체가 쏟아진다.

그리고 나타나는 두려움 가득한 얼굴과 비명. 점점 쪼그라들더니 말라버리고 말았다.

‘확실히 내가 아니면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니구나.’

다른 단점이 하나 더 보인다. 자신을 공격하는 이들을 가장 우선으로 노린다는 것.

“됐어! 정리해도 돼!”

량의 목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가장 익숙한 탑을 개방한다. 산들거리는 바람이 기분을 참 좋게 한다.

‘[바람의 탑]이랑 내 재능이 궁합이 진짜 좋긴 해.’

산들거리며 자유로이 춤추는 도에 재능이 서린다. 가벼워 보이는 도의 움직임에 재능이 실리자 무엇보다 날카로운 바람이 된다.

눈에 보이는 굵은 선들을 따라서 괴생명체들을 헤집는다.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선들로만.

‘이 사람들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닐 테니까.’

확실하게 하나하나의 명을 끊어놓는다. 다섯 걸음을 걷자 서 있는 생명체는 하나도 없었다.

“후. 진짜 기분 더럽네.”

바닥에 널브러진 생명체들, 흘러나오는 검은 액체들을 보니 기분이 더러웠다.

가볍게 도를 털고 량의 곁으로 다가서서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저쪽은 어떻게 처리한 거야? 대충 보니까 그냥 막 쓰러지던데.”

자세히 보지는 못 했지만, 노인이 흔드는 완드에 따라서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제대로 쓰이지 못할 걸 대비해서 폐기 방법을 만들어 놓은 거겠지.”

“폐기란 말이지….”

인간쓰레기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분노하게 만든 쓰레기는 오랜만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막은 거지? 설마 네 주제에 켁실버를 만들었을 리는 없고! 파울로님께 무엇을 받아 온 것이냐!”

광분하는 노인이 눈에 들어온다. 현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듯이 광분하더니 갑자기 차분해졌다.

“하긴 별거 아닌 것들이긴 했지. 그리고 역시나 파울로님의 덕을 보는군.”

“여전히 변한 게 없네. 잘 되면 자기 덕이고 안 되면 무조건 남 탓이지. 자기가 못났다는 생각은 안 해. 진짜 신기하단 말이지.”

“그래. 내가 너무 무시했나 보군. 아무리 눈이 가려졌어도 파울로님인데.”

노인의 말투는 차분하고 격조 있어 보였지만, 눈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보여주마. 내가 만든 역작을 향해 가는 실험체들을.”

다시금 열린 통로에서 나오는 이들은 차원이 다르게 역한 이들이었다.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들. 마수의 몸에 인간을 이식한 괴물들이었다.

그것을 본 순간 수호 용병으로 살아온 시간이 분노를 임계점 이상으로 터트렸다.

“너희들. 정말 갈 데까지 갔구나?”

수호 산맥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1성 마수. 그중에서도 아라크네와 헬하운드.

1성과 2성을 오고 가는 마수 중 가장 개체 수가 많은 마수가 두 종이었다.

인체 실험이 연금술사의 금기 같은 것이라면, 살아있는 마수를 옮기는 것은 대륙의 금기였다.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괴물들. 욕망과 욕구, 살의와 분노 등의 마이너스 에너지가 만들 괴물.

그들이 마수였다. 그리고 수호 산맥을 떠난 마수들은 제약 없이 그 감정을 퍼트린다.

감정을 퍼트리고 증폭된 감정을 다시 빨아드려 끝없이 강해지는 마수들.

그런 사건들을 대비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수호성이였고 수호 용병이었다.

그런데 그 대륙의 금기를 정면으로 거스르다 못해 인체 실험을 한 것이다.

“인간의 마이너스 에너지가 왜 나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군. 그것이야말로 발전의 동력이다!”

아라크네의 몸에 이식되어있는 인간의 상체, 헬하운드의 머리를 대신하는 인간의 머리.

1마리의 아라크네와 3마리의 헬하운드가 눈에 들어온다. 1성 마수를 이미 지나 2성이 돼 보였다.

“재인.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아르데오가 이걸 허락했다고? 그 아르데오가?”

량의 경악이 서린 물음에 공감이 간다. 제아무리 파문되었다고 한들, 한때 교황의 후계였던 이.

그런 이가 대륙의 금기를 범하고 인간을 이식하는 것을 허락했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밝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 이 세상은 너무 빛에 취해있어.”

“그런 개소리가 어디 있냐. 그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려면 죽었다가 살아야 하냐?”

“물론. 그런 방법이 있지. 하지만 그건 개인의 이야기. 세계가 변하려면 세계적인 혼란이 있어야지.”

“그걸 푸는 것도 너희고 정리하는 것도 너희라. 진짜 개 같은 것들이구나 너희.”

“아니지. 교황의 눈이 비뚤어졌을 뿐이야. 세상을 너무 유하게 바라보지. 아버지가 말씀하셨어. ‘때로는 너무 맑아 아무것도 살지 못 해 보여도, 그렇게 맑을 필요가 있다.’라고.”

‘저건 성하께서 해주신 말인데. 미쳤구나. 그거에 완전히 꽂힌 모양이네.’

왜 성하께서 그리도 애잔한 눈빛을 하며 이야기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당신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구나. 그냥 그런 놈일 뿐일 텐데.’

지금 그 말을 하는 재인조차 눈이 돌아간 기색이었다. 오로지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로 여기고 있었다.

“너희만 아니었어도! 서대륙을 통일한 뒤 혼란을 일으키는 마수를 정리하며 대륙의 기틀을 바로 세울 수 있었어! 너희가 흘릴 피를 더 많게 한 거야!”

사람이 비뚤어지면 어디까지 비뚤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표상이었다.

“량군. 혹시 내가 나서도 괜찮겠나?”

“네?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는”

“나도 마수를 상대해 보고 싶어서 말일세. 어디에서 그런 경험을 해 보겠나.”

“아! 그러시다면 괜찮아요. 범아?”

“충분히. 처음에는 고전할 수 있겠지만, 수월하실걸? 근데 조금 이상하지?”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 아까부터?”

실험체라 불리는 것들을 썰어버릴 때도, 그 실험체들이 자신에게 올 때도, 지금 부단장이 튀어나갈 때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아마 실험이겠지. 거기에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을 거고, 자신감도 있을 거고.”

“그 자신감이라는 게 진짜 이해가 안 가는데.”

“몇 명이었어?”

“둘. 마스터는 하나.”

“그러니까 자신감이 있겠지. 너가 특이한 거야. 강자로 오래 살면 그렇게 돼.”

“뭐. 어디 보자. 네가 얼마나 하나 보자. 그래 봐야 내가 이기니 힘을 내 보아라. 이런 거?”

“그런 거. 그러다가 죽을 거라는, 질 것이라는 생각을 안 하니까. 그리고 그게 꼭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야. 여유는 필요해.”

“알았어. 알았다고. 여유. 확실하게 인지했어. 그래도 목숨이 걸린 싸움은 예외지.”

“그래. 그 정도만 해도 많이 좋아졌다.”

‘매번 혼나는 것 같단 말이지. 그놈의 여유가 뭐라고.’

항상 량에게 혼나는 것 중의 하나가 여유였다. 조금 여유를 가지라는. 너무 급박하다는.

그런데 이는 스승님께서도 오즈안님께서도 할머니도 해주신 이야기였다.

뭐가 그리 급하고 절박하냐는 말씀이 언제나 자신의 전생을 떠오르게 했다.

‘그때는 진짜 온갖 꼼수와 필사적이지 않았으면 안 됐으니까.’

혼자 상념하고 있을 때, 부단장은 여유롭게 2성 마수로 보이는 4마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부단장이 단장보다 더 강하다니. 아니, 이제는 아닌가?’

처음에는 의아하다고 생각했지만, 량의 설명에 수긍했다. 단장이 부단장이 되는 구조랬던가.

‘그나저나 진짜 마수를 대면해 본 경험이 없으면 어쩔 수 없구나.’

“량아. 나도 나서서 좀 도울게.”

“그래야겠다. 그래도 지금 가지는 말고.”

“알지. 미리 말해두는 거야.”

부단장은 마스터를 넘어서 초인을 바라보고 있는 강자였다. 대적할 이가 드문 강자.

하지만, 문제는 그가 마수를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의 모든 길은 인간을 상대하기 위함이었다는 점이었다.

‘초인이 아닌 이상에야, 힘들지.’

결코, 진다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효율의 문제였다. 어떻게 이기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나라면 지금쯤 다 끝냈을 텐데 말이지. 심지어 마수들도 간을 보고 있고.’

죽이고 먹는 것에 특화된 것들이 마수라는 존재들이었다. 어떻게든 이기는 방법을 찾은 이들.

생각을 하고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에 새겨진 것. 그렇기에 까다로웠다.

‘인간처럼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수마다 다 능력이 다르기도 하고.’

실제로 아라크네와 인간을 결합한 괴물은 실을 뿜어내고 있지도 않았다.

아라크네의 실은 마수의 부산물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부산물.

그만큼 튼튼하고 질기며 신축성이 뛰어나다. 심지어 아라크네가 뱉어내는 순간의 점성은 엄청나다.

‘헬하운드도 제대로 안 싸우고 있고. 마수들은 이런 건 기가막히구나.’

자신들 같은 존재와 싸움이 처음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내고,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돌진한다.

‘그리고 조금 더 계산적인 느낌이기도 하고. 마수에게 인간의 계산을 더한 느낌인가.’

어떻게든 이기고자 하는 마수들의 본능이 결코 절대적이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뭔가 된다 싶으면 흥분해서 달려들고, 약점이다 싶으면 폭주하는데 그게 없단 말이지.’

그렇기에 퇴치나 토벌이 아니라 사냥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함정을 파고 기다려서 멱을 따는.

반면에 저 괴물들은 한결 인내심이 길었다. 아니 오히려 더 음흉해진 느낌이었다.

‘부단장님의 재능이 적응을 빨리하는 거라고 하셨지. 조금 애매하기는 한데.’

세상에 별 재능이 다 있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량이 말에 따르면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량이 말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저 마수들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은 부단장님이 위험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앞으로 뭐가 또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저것들도 있고. 다치면 안 되지.’

그렇다고 지금 뛰어들기에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문제였기에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한순간이 올 텐데. 아마도 곧.’

그렇게 긴장을 하고 탑 중에서 폭풍을 담당하는 에우루스 탑을 개방한다. 도에는 재능을 깃들게 한다.

‘헬하운드야 말도 안 되는 저 회복력이 문제인 거지만, 아라크네는 다르지.’

전투는 일방적으로 보일 만큼 부단장님이 몰아세우는 그림이었다.

‘심지어 협동도 한단 말이지. 진짜 개 같은 걸 만들어냈구나.’

2마리의 헬하운드가 자신의 다리들이 베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짓쳐드는 순간이었다.

‘지금!’

안녕하세요. 작가라는 말이 어색한 유리아입니다. 이렇게 연재를 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댓글을 보며 멘탈이 산산조각이 나는 두부멘탈이지만, 댓글에 힘을 얻고 정말 감사하게도 그림을 그려주시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앞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꾸준히 적어가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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