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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172화 (172/217)

[172화]

“어딜!”

우락부락해 보이는 남성은 마법사였던 듯 바로 파이어볼을 날렸지만, 이미 뒤에 도착해 있었다.

“쯧. 조금 더 오래 지속 되면 참 쓸만할 것 같은데 말이지.”

“지금도 충분히 사기 같은데, 나도 시야는 완전히 차단되는 것 같은데.”

아무도 없는 장소에 마법을 날린 마법사를 비웃어주고 5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바로 올라갔다.

“소리가 들리는 것 보면 시작했나 보지?”

“확실히 마르쿠스는 진짜 살벌하단 말이지.”

올라가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잡아두고 있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들로 충분하겠습니까?”

아무래도 걱정된다는 듯 말하는 단장에게 평온하면서도 확고하게 대답하는 량.

“저 셋이면 단장님도 꽤 오래 싸워야 할 거예요.”

“그 정도입니까?”

단장은 량의 대한 신뢰가 확고해졌는지, 놀랐을 뿐 의문을 품지는 않았다.

“셋 모두 대단하지만, 서로 뭉치면 훨씬 대단하니까요.”

“너 설마?”

“응. 마르쿠스는 금방 익숙해지던데? 생각보다 많이 가르쳤더라?”

“마르쿠스니까. 스승님께서도 가르쳐주셨으니까. 확실히 저 셋이면 걱정할 필요 없겠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고 잡아 죽이고 싶었던 목소리.

“걱정은 너희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구나. 여기가 어디라고 이 정도로 왔는지.”

“글쎄. 잘 모르겠지만 비겁한 새끼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아니, 중간에 도망간 건가?”

“이!”

큰소리를 지르려는 찰나에 부드러운 량의 미성이 5층에 울려 퍼졌다.

“그나저나 이곳의 담당이 당신일 줄은 몰랐는데?”

모습을 드러낸 것은 티거와 그 제자들이었다. 거기에는 익숙한 얼굴도 있었다.

“게다가 열등감 덩어리에 가문에서조차 축출당한 놈을 볼 줄이야.”

“너희 때문이다! 내가 가문에서…. 너희가 로사를 부추겨서!”

“개소리도 정도가 있지. 자초한 건 생각을 못하고, 하긴 잘 어울리긴 하네. 어때?”

“확실히. 이젠 그렇게 당할 것 같지는 않네. 단장님이면 수월할, 아니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괜찮겠어?”

“뭐. 괜찮아. 어차피 내 손에 당하나 다른 사람 손에 당하나 우리에게 당하는 건 같으니까.”

“오~ 성장했는데.”

“너희가 이곳을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지나가라고 너희만 여기에 둔 것 같은데?”

5층에 올라가고 있을 때, 단장이 몇을 제외하고 빠르게 6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고 말을 해 주었다.

“우리만으로도 충분하니 이곳에 있는 것이다! 하. 되었다.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니.”

그 순간, 단장과 7검이 함께 튀어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비겁하다고 소리치는 티거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올라갈까? 여기서 시간을 잡아 먹어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

“그래. 애초에 이러기로 했으면서.”

6층에 올라가는 인원은 량과 비븐, 레조난 형제, 부단장 그리고 자신으로 정해져 있었다.

‘병력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네, 원래라면 다 흩어져야 했을 텐데.’

본래의 계획이라면 마르쿠스 등과 7검이 함께 해야 했을 테지만 상황을 본 량이 도중에 계획을 바꿨다.

‘나랑 비슷한 사람이랑 함께 올라가면 훨씬 마음이 편하지.’

그 덕분에 부단장이 함께 6층에 올라갈 수 있었다. 실질적인 마지막 층.

‘재인이 6층에 있다고 했는데 말이지. 7층에도 뭐가 있는지 모른다고 했지?’

6층에 올라서니 베라트가 표현한 그대로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긴 통로에 문이 바로 보였다.

“옆에 있는 방들은 비어있는 것 같아. 아마 저 방에 다 있는 거 같네.”

양옆으로 문이 하나씩 있었지만, 사람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몇 명정도 있는 거 같아?”

“다섯 명 정도? 아니 여섯인가? 확실하지는 않아. 뭔가 질척거리는 게 있어서.”

기감으로 알아보려고 해도 질척거리는 느낌의 무언가가 방해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 여섯 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 참 예의도 바르셔라.”

발걸음을 옮기면서 이야기하던 량은 양옆에 불이 하나씩 켜지는 것을 보고는 실소를 흘렸다.

“당당하다는 거 아니겠어? 우리도 편히 가서 좋고.”

“당당하기는 무슨 앞서지 말고 내 뒤나 따라와.”

단봉을 들고 앞선 량은 주먹만 한 포션병을 꺼내 들더니 마개를 열었다.

‘텅 빈 줄 알았는데 뭔 연기가 저렇게 나오지?’

손에 들고 있는 단봉의 주위로 연기가 원을 그리면서 머물고 있었다.

“쪼잔하기는, 허접하고 진짜 어이가 없네.”

혼잣말을 하며 단봉으로 가리키는 곳마다 연기가 날아가 사라진다.

어떤 곳에서는 녹색 연기로 화해 사라지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불꽃이 피어났다 사라진다.

통로를 거의 다 지나 끝이 왔을 때, 돌연 은빛의 포션병을 꺼내는 량.

“진짜 다들 저한테 빚진 거라고 생각해야 해요.”

포션병의 뚜껑을 열자 은빛에 마치 별을 박아놓은 듯 빛나는 연기가 흘러나온다.

“독이나 연금술에 관해서는 웬만한 건 다 막아줄 테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단봉의 움직임에 따라서 은빛의 연기가 마치 얇은 실처럼 일행의 목에 목걸이처럼 감아 들어왔다.

얼핏 보면 그저 빛나는 은빛 목걸이 같지만, 자세히 보면 계속 흐르고 있는 연기를 볼 수 있었다.

‘량이 덕에 별의별 신기한 걸 다 경험한단 말이지.’

“웬만한 건?”

“어차피 웬만한 걸 만들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니까 괜찮아.”

모두가 신기해 하면서 손을 대보기도 하고 움직여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자연스럽게 흐르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연기.

“그럼 들어가 볼까요?”

단봉으로 문을 툭 하고 치자 자연스럽게 열리는 문. 거대한 공간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집무실이라기에 뭐가 많을 줄 알았는데?’

거대한 빈방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저 빛을 내고있는 마나석만이 존재했다.

“생각보다 이곳에 힘을 많이 썼네? 기관들이 꽤나 정교한데?”

“그걸 알아보는 네가 너무 괴물 같다고 하면 실례이려나?”

“실례는 무슨, 우리 사이에 따질 예의가 어딨다고 그래 새삼.”

붉은색 융단이 깔린 곳에 금색의 의자, 그곳에 오연히 앉아있는 재인이 눈에 들어온다.

‘확실히 전생이랑은 많이 달라졌네. 느낌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전생에서 가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 것이 모든 신성을 눈에 담았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가장 운이 좋은 사건이었을 정도로 자신의 인생이 비루했다.

‘전생에서는 기품이 넘치는 꽃 같았는데 말이지. 지금은 목만 뻣뻣한 귀족 같은 느낌인데.’

로사의 곁에 서 있는 남성. 그리고 그 앞에선 네 사람을 눈에 담았다.

‘여섯이었네. 부단장님이 같이 와서 진짜 다행이다.’

“베라트인가 보지. 은혜도 모르다니. 이래서 핏줄이 중요한 거라니까.”

“자기가 한 행동은 생각하지 않는 건 정말 한결같구나. 하긴. 네 그릇이 그 정도인 거지. 핏줄이 잘못 갔나 본데? 아니 원래 안 좋았나?”

속을 사정없이 긁는 량의 말이었다. 그 말이 마치 역린이라도 건드린 듯했다.

“감히! 모독하지 마라!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핏줄을 가진 것이다!”

“웃기고 있네. 하나는 변절자. 하나는 귀족 가문에서 쫓겨난 악녀. 뭐 나름 잘 섞인 건가.”

재인의 곁에 있는 남성에게서. 그 앞에 서 있는 세 사람에게서 소름 끼치는 살기가 폭사한다.

비븐님과 레조난님이 약간은 버거워하는 것이 보여 량의 옆으로 나서서 기세를 잘라내었다.

“다들 알고는 있었나 본데? 오싹오싹해 아주.”

그 말에 대답한 것은 그중 평온해 보이는 한 사람이었다. 하얀 머리와 긴 수염이 마치 인자한 학자를 보는 듯했다.

“여전히 경박한 주둥이를 가지고 있군. 이래서 길거리 고아는 안 된다고 했건만.”

“웃기고 있다. 먼지 주제에 말이 많으네. 그놈의 우성 열성에는 아직도 빠져있나 보지?”

“너 같은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우성과 열성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 아니겠나.”

“스승님께서 손수 이론을 반론하며까지 봐 주셨으면 좀 이해할 만도 한데 말이지.”

“눈이 가려져서 그런 것 아니겠나. 눈앞에 수많은 사례가 있음에도 인지하지 못하다니. 안타까울 따름이지.”

대놓고 적대적인 노인. 그 적대감은 파울로님이 아닌 량에게 향하는 것 같았다.

한숨을 쉬면서 손으로 목에 있는 펜던트를 쓰다듬는 량의 모습에 격노하기 시작하는 노인이었다.

“네가 어떻게! 감히! 파울로님이 실성하신 게 아니고서야!”

“회주는 과반의 동의가 없으면 안 되는 건 이제 잊어버렸나 보지? 하긴. 스승님 덕분에 겨우 말석에나마 들어왔으니 알고 있는 게 있을 리가.”

“웃기지 마라! 내가 나이만 들지 않았어도!”

“개소리는. 너보다 훨씬 나이가 적을 때도 알아서 찾아오고 알아서 찾아간다.”

그 말에 할 말이 없었는지, 혹은 분노로 말을 잇지 못하겠는지 손에 쥐고 있던 긴 봉으로 땅을 내려찍었다.

“스승님이 마음이 너무 약해서 파문만 시켰더니 저러고.”

량의 말은 더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심지어 노인의 옆에 있는 이들도 얼굴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량아. 저게 뭐야?”

“이런 미친 새끼가. 기어코 금기까지.”

바닥을 찍기 무섭게 한쪽 벽이 열리며 쏟아져 나오는 의문의 생명체들.

사람도 마수도 몬스터도 아닌 이들. 기괴하기 짝이 없는 것들 심지어 어떤 것은 몬스터와 인체를 묶은 실이 그대로 보이기도 했다.

“금기라니! 생명을 탐구해야 하는 연금술사들이 생명을 탐구하지 못하게 금기로 정해 놓은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재인. 네가 허가를 한 거겠지? 너뿐만 아니라 아르데오도.”

“실험에 쓰이는 것이 더 가치가 있는 인생이 있는 법이니까.”

“미친 새끼들. 스승님이 아셨으면 이대로 두실 리가 없는데.”

“괜찮아 앞으로도 모르실 거야. 너희가 살아 나가지 못할 거니까.”

천천히 걸어 나오는 이들은 걸음걸이조차 이상했다. 다리를 절고 어떤 이는 네발로 걷기도 한다.

‘네 발?’

20에 가까운 개체들이 모두 공동에 나오자 흐려진 눈빛이 더 명확하게 보였다.

그저 침을 흘리고 정신을 놓은 채로 공동의 한 가운데에 멍하니 서 있는 이들.

‘덩치가 가지각색이네. 심지어 량이처럼 호리호리한 놈도 있고.’

역겹지만 그렇다고 눈을 돌릴 수 없었기에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

자세히 살펴보는 가운데 이상한 감이 든다. 자연스럽게 더 집중하니 재능이 따라온다.

‘저렇게 얼기설기 되어있다고? 너무 쉬운데?’

“량아. 벨 수 있어. 길이 보여. 엉성해.”

조용히 옆에서 속삭이자 이채를 띄는 량이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있었다.

“두려워서 몸이 굳었나 보지! 보여주마! 가장 강한 군대의 초석이 될 이들을!”

량처럼 긴 봉을 휘두르자 붉은 연기가 괴생명체들을 지나서 이쪽으로 오기 시작한다.

“저거? 우리가 본 그건가?”

“비슷한 거 같은데. 아마 대상을 확정시키는 거겠지.”

흐리멍텅하던 눈들이 붉게 충혈되기 시작하면서 땅을 긁기 시작하는 생명체들.

이내 그들을 지나서 붉은 연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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