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화]
“와. 생각보다 많이 늘었네. 진짜 살벌하구나 마르쿠스.”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주는 마르쿠스가 보였다.
땅에서 손이 나와서 잡아도 그대로 부수고 나아가고 날아오는 마법은 몸에 둘러싸인 광석으로 때운다.
두 사람의 검사가 마법사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막고 있지만, 막는데 급급해 보였다.
“그래도 이게 다가 아닐 텐데.”
여력이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어스퀘이크’ 전원의 기세가 올라오며 느껴지는 역한 느낌.
“티거랑 비슷하단 말이지. 그럼 뭐가 있다는 건데.”
때마침 마르쿠스가 나선 덕분에 관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돌라의 재능은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대지 마법에 관련해서는 영창이 반으로 주는 거라고 했고”
확실히 돌라의 마법 속도는 빨랐다. 각각의 손으로 서로 다른 마법을 사용하니, 거의 4배에 달하는 속도였다.
“두 검사는 신체 강화 계열로 추정된다고 했지. 한 명은 반응속도고 한 명은 힘이라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힘을 한 번에 폭발시킬 수 있는 재능으로 보이는 검사는 마르쿠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돌라 곁에 있는 검사와 마법사는 미확인이라고 했던가.”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에 대한 해부가 시작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드러나지 않는 재능들이 훨씬 많았다.
‘재능도 변순데, 저 인간들은 더 심하단 말이지.’
티거와의 일전이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경계심이 올라온다. 그 변수로 자신은 죽을 뻔했었다.
전투에 집중하며 바라보고 있을 때, 검사에게서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왜 저 검사에게서 위화감이 느껴지는 거지?’
처음 보는 전투장면인데 묘하게 익숙했다. 지금 장면에서 순간적인 폭발력을 없애보았다.
‘하? 설마? 뭐지? 무슨 관계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검식이 눈에 들어왔다. 왜 그렇게 개판인가 했더니, 재능의 차이였다.
‘어디서 개같은 걸 배웠다 했더니 여기였구나. 검식이 이상한 게 아니었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다름 아닌 전생에 자신의 목을 잘랐던 그 검식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전장에서 수도 없이 마주친 그 검식.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 검식이 눈앞에 나타났다.
‘도대체 무슨 관계인 거지?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
자신의 목을 잘랐던 새끼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을지언정,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제자인가? 모르겠네. 하긴 이상한 게 한두 개가 아니긴 하지만.’
초인이라 소문났던 검사였지만, 초인을 겪고 난 지금 생각해보면 초인이라기에는 미비했다.
생각이 다른 곳으로 빠지려 할 때, 전투가 급격해진다. 마치, 파악이 끝났다는 듯 급변하는 모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르쿠스가 쥐고 있던 전투의 주도권이 순식간에 ‘어스퀘이크’로 넘어갔다.
‘의외로 내 재능이 쓸모가 많단 말이지.’
대게 마법사들이 쓰는 마법은 그 위력을 알기가 어렵다. 특히 마법사가 아니라면 더욱 그랬다.
그래서인지 마법사들의 재능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 그것이 재능인지, 그 마법사의 능력인지 알 수가 없어서 그랬다.
‘확실히 결들이 더 적어지면 위력이 올라가는 거란 말이지.’
여자 마법사의 마법에서 결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마치 밀도가 높아진 것처럼.
그에 반해 돌라의 마법은 결을 그대로인 반면, 더욱 거대해졌다.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검사도 두 걸음을 경계로 물러서지 않게 되었고, 다른 검사는 마르쿠스의 빈틈을 끊임없이 노렸다.
마법을 몸으로 받아내는 순간, 터지고 떨어지는 광석 사이로 드러난 마르쿠스의 몸을 노리는 검사.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어 보이기에 곧장 마르쿠스의 뒤로 달려들었다. 바로 반응하는 마르쿠스가 기껍다.
괴물들의 소굴에 있어서 자신이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마르쿠스가 검사를 밀어내고 마법을 맞아주는 동안, 빈틈을 노리던 검사를 상대한다.
자신의 난입에 마르쿠스를 노리던 검사가 자연스럽게 검로를 틀어서 자신의 도를 막는다.
‘확실히 반응이 빨라. 그저 마스터 하나만을 바라보고 만든 진형은 아니구나.’
자신이 참가하는 순간, 바닥에서 자신의 다리를 잡아채는 손이 올라온다,
발목을 잡아채는 것이 아닌, 허벅지를 빨아들이듯 솟아오르는 손.
잠깐 시간을 빼앗긴 순간 눈앞이 번쩍이는 동시에 반대쪽 허벅지에 마법이 닿는다.
‘충격은 꽤 크구나. 마스터가 아니라면 위험할 수도 있겠어.’
마르쿠스를 피해 자신에게 돌진하는 검사. 잠시 눈이 팔린 순간을 비집고 마르쿠스를 노리는 다른 검사.
‘상상 이상인데?’
마르쿠스가 워낙 쉽게 대하다 보니 그저 그런 줄 알았지만, 마르쿠스가 지나치게 강한 것일 뿐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나이가 이렇게 들었는데도 이런 연계에다가 헛소리도 안 하고.’
자신이 참여하고 나서도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데 여전히 날카롭게 반응하며 자신과 마르쿠스를 조여 오고 있었다.
“마르쿠스! 난전!”
수호 용병대에서 자주 써먹던 난전. 마르쿠스와 함께한 시간이 오래될수록 량이 만든 진형으로 변해갔다.
신중하게 움직이던 마르쿠스가 온 힘을 주변을 부수고 찢는 데에 쓴다. 그 뒤로 자신이 따라붙었다.
우리의 태세가 변하는 동시에 바로 반응하는 ‘어스퀘이크’였다.
검사 두 명이 자신을 포기하고 마르쿠스를 전담하고, 반면에 돌라는 자신에게 집중한다.
마르쿠스를 노리는 이들을 견제하려는 순간마다 기가 막히게 마법이 날아온다.
‘이 정도인가? 그러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순간 돌라와 마법사 곁에 있던 검사가 앞으로 나왔다. 진형이 다시 바뀌고 돌라의 마법이 빨라진다.
‘저 여자 마법사.’
영창을 하면서까지 준비하는 것을 보니 적당한 마법은 아닌 것 같았다.
확실히 3명이 앞을 막아서니 마르쿠스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폭발적인 힘을 내던 검사보다 오히려 대검을 들고 있는 검사가 마르쿠스를 효율적으로 잡고 있었다.
대치가 지속되는 사이 영창을 끝낸 마법사가 마차만한 불을 그 자체로 쏘아냈다.
머릿속에 경종이 울림과 동시에 전력을 풀어냈다. 탑이 하나로 모이고 재능을 도에 담아서 쏘아지는 불을 갈라냈다.
“말도 안 돼!”
돌라의 목소리가 들리고 눈이 찢어질 것 같은 여자 마법사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이 이상하면 위험하겠어. 정리해야겠다.’
조금 나서 있던 여자 마법사의 손목을 베어내고 돌아서 돌라에게 향한다.
시끄럽게 소리치는 돌라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무시하고 달려가자 돌라를 떠났던 검사가 돌아온다.
대검을 들고 있던 검사가 마치 방패처럼 대검으로 자신의 도를 막는 것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대로 베어낸다.
‘비븐 아저씨랑 비슷한 재능인가 본데, 어림없지.’
푹신한 베개처럼 자신의 도를 받아내려는 대검이 느껴졌지만, 그대로 대검과 함께 다리 하나를 잘라내고 도의 손잡이로 돌라의 목을 쳤다.
컥컥거리는 돌라의 양팔을 그대로 뒤로 꺾어놓고 목에 도를 대자 얌전해진다.
앞을 바라보자 자유를 찾은 마르쿠스가 일방적으로 검사를 몰아치고 있었다.
이내 그 검사도 상황을 파악했는지, 뒤로 물러나 검을 내려놓는다.
“주목!”
기세와 함께 소리를 지르자 아비규환이던 홀에 정적이 찾아왔다. 모두가 자신을 바라본다.
“무기를 내려놓고 꿇어라!”
어떻게든 수호대원들을 뚫고 진입하려던 이들이 무기를 내려놓는다.
편안한 전투였던 이쪽과는 다르게 꽤나 치열했던 듯, 여기저기 상처가 생긴 이들이 보인다.
“너무 마음 놓고 있었던 거 아냐?”
“와. 진짜 대장 너무한 거 아니유? 우리가 문 막으랴, 진입 막으랴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에이. 카인이 이미 마법진으로 1차 봉쇄를 했는데?”
“한 명당 적어도 3~4명을 상대한 게 우리요!”
“슈테힌님도 꽤 많이 막아주셨고, 그런데도 상처가 은근히 많이 보인단 말이지. 조금 더 빡세게 훈련해야겠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모든 인원의 구속이 끝났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한 돌라가 입을 연다.
“지금 누구를 건드린 것인지 알고 이러는 것이겠지?”
“내가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러면 막 우리가 겁먹고 물러날 거 같아서?”
항상 들던 의문 중 하나였다. 권력자들이 강권에 의해 무릎 꿇을 때 매번 상투적으로 하는 소리.
“지금 보기에는 이긴 것 같지?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알기나 해?”
잘 알려지지 않은 조직에 속해 있는 이들이 항상 소리치는 저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모르지. 근데 모르면 모르는 대로 죽이고, 알면 아니까 죽일 텐데?”
단순한 답변이 돌아오자 그제야 자신의 처지가 와닿은 듯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지금 우리를 죽이면! 내 뒤에 있는 이들이! 시디야 왕국이 가만히 있을 것 같으냐!”
“뒤에 있는 이들은 그렇다 치자만, 시디야 왕국이 왜 나와?”
돌라와 나누는 대화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카인이 그대로 놔두고 있었다.
“운드와 안팔의 아들이 시디야 왕국 후작가의 후계자야! 자유섬에 박혀있는 너희라도 불꽃의 나히엔은 들어봤겠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 아니, 아들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제자 정도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근데 별로 그렇게까지 화가 나지도 않네?’
“그래서. 지금 다른 국가가, 그것도 한 제국도 아닌 왕국이 자유섬의 일에 책임을 물을 거다?”
“당연히! 바다의 황제가 있었다면 모를까 그도 은퇴를 한 마당에, 자유섬, 그것도 고작 서섬일 뿐이다!”
진심으로 말하는 듯한 그 소리에 오히려 더 놀랄 지경이었다.
“너. 여기에서 10년, 아니지 마탑을 제외하면 평생을 살아오지 않았어? 그런데도?”
“하! 지금의 해적이 과거의 해적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는 것도 볼 줄도 모르는 멍청한 것들. 힘만 세다고 다가 아니다!”
“지금 해적 중에서도 나보다 훨씬 강한 사람들이 즐비한데? 그런 나한테 손쉽게 당한 너는 먼지야?”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해적에 대해서는 너보다 내가!”
기괴한 광경이었다. 입을 벌리며 뭐라고 소리치지만 전혀 들려오는 소리가 없었다.
“범아. 정리하자, 대충 들을 말은 다 들었고, 나중에 따로 시간을 가지면 될 것 같은데?”
“응? 그래. 근데 저건 왜?”
“시끄러운데 계속 놔두면 너가 또 때릴까 봐?”
‘어스퀘이크’와 페니만을 데리고 성을 나서기 시작했다. 연회장의 문이 열리자마자 무기를 들고 있는 무리가 보였다.
“전원 무기를 내려라!”
무기를 내려놓은 이들은 제외하고 마르쿠스와 마니에르 그리고 레핀이 나서서 정리를 시작했다.
성문을 지날 때마다 반복되는 상황이었지만, 다른 점은 자신들을 막아서는 수였다.
“확실히 시간을 잘 맞췄나 본데?”
“그치? 밖이 시끄러운 걸 보면 그런 거 같은데? 다녀와.”
“마니에르는 날 따라오고. 마르쿠스는 문 앞에서 지키고 있어줘.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카인이에게 알려주고. 나머지는 카인을 잘 지키고 있어.”
성문 앞에 일행을 남겨두고 마르쿠스와 마니에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생각보다 잘 막고 있는 거 같은데요?”
“벽에 들인 돈이 얼마겠냐. 그래도 꽤 선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외성은 아수라장이었다. 일반인은 보이지 않고 상점은 문을 닫았다. 그 거리를 무인들과 병사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확실히. 이 정도 성을 지을 정도니, 병력이 꽤 있네요.”
“그래 봤자지. 마르쿠스. 부탁 좀 할게.”
“다녀오십시오.”
내성의 문 앞에 마르쿠스를 홀로 두고 마니에르만 데리고 외성의 성벽을 향해 걸어갔다.
“조금 빠르게 갈 건데, 따라올 수 있겠어?”
“에이. 대장. 그래서 저만 데리고 온 거면서 말은.”
“데리고 오다니, 니가 엄청 따라가고 싶다고 싶다고 하니까 그런 거지. 일단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