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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148화 (148/217)

[148화]

오랜만에 뵙는 범님은 여전히 가늠되지 않는 강자였다. 자신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되지도 않는 양아치를 정리하고, 죽음의 위기를 넘긴 후에는 입이 떡 벌어지는 함선에 도착했다.

‘역시. 범님 친구분들도, 수하들도 다 범상치 않는 사람들 뿐이구나. 대단하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범님의 주변에는 항상 비범한 사람이 넘치는 듯했다.

자신을 보며 눈빛을 빛내는 저 창수도 자신보다 한 수, 아니면 반 수 정도만 아래인 듯 보였다.

‘로사를 제외하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도 아닌가 보네.’

5개의 수호성에서도 동년배에는 자신만한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역시 세계는 넓었다 싶었다.

가볍게 몇 명과의 대련을 마치고 몸이 풀렸을 쯤 갈색 머리의 창수가 자신 앞으로 나왔다.

“역시 대장이 데리고 온 사람이라 장난 아니네. 수호대의 조장을 맡고 있는 마니에르라고 해.”

“마르쿠스. 범님을 훨씬도 이전부터 모셨던 사람이다.”

미묘한 대치가 진행되는 시간에 속으로 량님이 하신 말을 되새겨본다.

‘세 번까지였으니, 바닥만 안 치면 되는 거겠지?’

가볍게 몸을 풀고 나니 더 근질거렸다. 힘을 조절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신경 쓸 게 많다.

‘스승님도 가끔 가다 꼭 분출이 필요하다고 하셨으니까. 나도 그럼.’

스승님께 선물 받은 망치는 보물이었다. 자신의 재능에 가장 알맞은 망치이기도 했다.

속이 비어있는, 골조로만 되어있는 이상한 망치. 하지만 자신의 재능이 더해지면 완벽해진다.

이제는 돌을 찾기가 더 어려워진 자신의 재능이었다. 하얀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광석이 더 많았다.

‘범님 덕분이지. 레드 다이아몬드라니. 꼭!’

다른 그 무엇보다 최우선의 목표이자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 모든 부위가 다이아몬드로 되어있는 망치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간다. 죽기 싫으면 피해라.”

*

함미의 말도 안 되는 성능에 대해서 놀랐던 것이 거짓말처럼 보이는 광경에 오히려 더 놀랐다.

“저 정도였다고?”

“너희는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자신뿐만 아니라 량이도 카인도 생각 이상의 모습으로 놀라는 것이 보였다.

“아니. 전혀 몰랐는데. 어느 정도 강해졌다 생각했지만, 근데 재능이 저렇게 쉽게 발전할 수 있는 거였어?”

“저건 재능이 발전한 게 아니라서 그래.”

“그게 무슨 소리야? 돌을 만들어 내던 애가 이제는 광석을 만들어 내는데?”

“아직 량이도 잘 모르는 게 있구나! 방향의 차이랄까나. 그래서 다른 거야.”

“나라고 다 아는 건 아니야. 특히나 재능에 있어서는 아마 너보다 모를걸?”

“왜? 연금회의 회주면 다르지 않아?”

저번에 오이겐의 일화가 있고 나서는 연금회가 무엇인지 대충 들었다.

“재능은. 뭐랄까.”

“잠시만. 조금만 이따가 다시 이야기하자.”

마르쿠스와 마니에르가 부딪치기 시작했다. 힘과 민첩의 격돌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아니지. 마르쿠스가 단순무식하게 힘만 센 게 아니니까.’

신력의 가문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었다. 우락부락하고 힘만 셀 거라는 착각.

‘그냥 육체가 축복 받은 육체라는 거지. 그런데 거기에 부발님의 훈련까지 받았으니.’

마니에르가 재능을 사용해야만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마르쿠스는 점점 괴물이 되어간다? 널 닮아가는 거 같은데?”

“확실히. 많이 발전했어. 아마 잘하면 조만간 벽을 깰 수 있을지도?”

“그 정도라고? 마르쿠스의 재능이?”

“쟤가 도대체 왜 클라운이었을까. 그냥 무기 하나 바뀌었다고 저렇게 될 일이였을까.”

의아해하는 량이와 허탈해 하는 카인이 보인다. 하지만, 의외로 그런 사람이 많았다.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지. 알기만 했어도 인생이 바뀔 텐데.’

전설에서 언제나 검사가 주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다른 무기는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우니까. 거기에 해머라면 말 다 했지.’

일방적인 대련이었다. 경지가 비슷한 둘이었지만, 압도적인 마르쿠스의 우위였다.

“후아. 나중에 도착하면 마르쿠스랑 전력으로 부딪쳐 봐야겠다.”

“그때는 제발 혼자 하지 말고.”

“우리도 좀 보여줘! 진짜 치사하게 자기만 어! 이모랑도 그렇고!”

“제발 너가 나 대신에 할머니를 상대해 주지 않으련? 나는 죽을 것 같다만?”

두 사람의 대련이 순식간에 끝났다. 아니, 눈을 뗄 수 없어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량아 저기 뭐가 움직인다? 이상한데?”

대련이 끝나고 난 후에 다른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벽면의 모습을 바다 주변으로 바꾸었을 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응? 어디가?”

“네 오른쪽에 바다 수평선 끝에 흔들리는 것들.”

그 말에 팔걸이를 조작하자 신기하게도 확대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 대단한데? 어? 저 깃발은 처음 보는데? 근데 아예 대놓고 시작한다는 건가?”

“그것도 있고 아마 카인이 목표겠지. 거기에 나까지. 그리고 나머지는 죽일 생각이려나?”

“생각 이상으로 많은데?”

멀리서는 그저 몇몇 덩어리로 보이는 것을 확대하자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보자. 23대인가. 저 정도라면 교전하지 않고도 도망칠 수도 있어.”

“저 사이를 뚫고? 기본적인 마법포들은 있을 텐데?”

“여기서 내가 등장! 이 함선 전체에 [마이 룸]이 걸려있지! 그것도 마력석 하나를 통짜로 쓰는.”

“[마이 룸]… 너가 저번에 말한 그?”

저번에 카인이 오이겐관 함께 자신을 공격했을 때 기본적으로 펼치고 시작한 괴랄한 마법이 있었다.

[마이 룸]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마법. 마법진을 통해 조합된 마법을 사용하는 카인이 만들어낸 마법이었다.

“응! 너도 잘 알지?”

“알지. 빌어먹을 마법이라는 거. 근데 그 동력이 마력석이라는 거지? 그것도 그냥 마력석이 아닐 테고.”

“그럼! 적어도 지금 내 수준의 마법사 5명분은 되지.”

“미쳤다. 이 함선은 도대체 바다 위에서 질 수가 있을까 싶다.”

그제야 백장령의 일 년 예산이 통째로 들어갔다는 사실이 와 닿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문제가 있다. 그것도 가장 큰 문제.

“항해사는 어떻게 하고. 아무리 그래도 항해사에 따라 천차만별일 텐데.”

자동 항해 기능이 있다고 한들, 수동적이고 정해진 해로에 따라갈 뿐이었다.

그조차도 날씨와 바다의 변덕에는 그때그때 손을 봐줘야 했다. 그런데 전투에서라면 더 심했다.

“안 그래도 한 명 구하기는 했는데, 아직은 덜 영글어서 아마 몸으로 때워야 하지 싶다.”

“그래도 용케 구했네? 몇 살인데? 경험은 얼마나 되고?”

뛰어난 항해사는 자유섬에서 강자보다 더 귀한 취급을 받는다. 실제로 과거에는 죽여야 할 1순위가 항해사였다고 한다.

“좀 어리긴 한데. 24살. 경험은 블라우에서 중앙신전으로 가는 배를 맡은 지 1년?”

“음. 량아?”

이건 아무리 량이라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바다의 길을 읽는 건 경험이 그만큼 중요했다.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말이지. 나도 내가 미친 걸 아는데도 말이지.”

“범아. 근데 진짜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더라. 재능도 별의별 재능이 다 있고.”

“왜? 도대체 뭔 재능인데?”

“우선. 만나러 가자. 너도 봤을걸?”

“응? 언제?”

“아까 함선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상한 놈 하나 있었잖아. 걔 때문에 선실을 뜯어고치기도 했으니.”

“그게. 선실이라고?”

“어. 우선 나가자. 애들한테도 말해 줘야지. 나머지는 나중에 알려줄게.”

량과 카인을 따라서 갑판으로 향하는 사이에 아까 슬쩍 보았던 기묘한 공간이 떠오른다.

‘함미의 위에 있던 그 이상한 공간이 선실이라고? 설마 했는데. 그럼 그 사람이 항해사라고?’

본래 함미의 부분이 가장 높이 나와있기는 했다. 그리고 대부분 그곳에 조타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유독 높은 함미에 한층 더 올라간 곳에 조타가 존재했고 거기서 킁킁거리던 이상한 사람이 떠오른다.

함미의 조타가 있는 부분으로 나오자 그 이상한 청년이 바로 옆에 서있었다.

“선장님. 조금 위험한 냄새가.”

“응. 알아. 확인했고 그래서 나온 거야. 아마 교전이 있을 거야. 그리고 우리 수호대주. 범. 범아 여기는 우리 항해사 둔스트.”

“[무투의 탑]의 초신성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 배를 맡은 둔스트입니다!”

“범이라고 합니다.”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우리가 조타의 옆에 선 순간부터 수호대가 모두 우리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주목!”

이제는 한 집단을 이끄는 수장이라고 하기에 걸맞는 량의 표정과 자세였다.

‘본래는 그냥 방구석 폐인이었을 텐데, 많이 사람 됐네.’

“앞에 우리를 노리고 진을 치고 있는 함대가 있다. 아마도 우리가 앞으로 계속해서 마주해야 할 이들이겠지.”

그 말에 눈을 형형히 빛내는 이들이 보인다. 전투가 코앞이라는데 오히려 신나 보인다.

“그들에 비하면 우리는 역사도 없는 신생 단체. 거기에 머릿수로 따져도 압도적으로 밀린다.”

량의 부정적인 말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아니 오히려 더 좋아하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해적이, 자유섬이 언제부터 머릿수로 따지고 전통으로 강자를 따졌던가! 그랬다면 지금은 골드 로즈님의 시대가 아닌 소서의 시대였을 것이다!”

‘진짜 입에 기름을 발랐나. 말 참 잘하네.’

“보여주마. 너희가 몸담은 단체가 어떤 단체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 배가 증명할 것이다!”

억누르고 있었다는 듯 환호성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때맞춰 함대가 슬슬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집중해보니, 이미 진형을 갖춘 채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걸 함미의 방에서 편하게 볼 수 있게 만든 건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어느새 자신의 단봉을 꺼내 들었던 량은 팔걸이를 조작한 것처럼 단봉을 조작했다.

“[마이 룸]”

그 말에 맞춰 순식간에 배의 전체를 감싸는 마법진이 빛나더니 배를 감싼 동그란 원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 진짜네. 진짜로 이걸 구현해낸 거구나.’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분명 카인이 설명해 줬던 사실이면서도 이 거대함에, 위력에 어이가 없었다.

‘오로지 1서클 마법만이 들어간 마법. 마법사의 마나량과 섬세함에 따라 능력이 갈리는 마법. 그리고 카인의 시그니처가 될 마법이랬지.’

1서클에 있는 마법은 의외로 많았다. 그 중에서 스트렝스, 헤이스트, 힐, 컨센트레이션, 슬로우, 마나실드. 이 다섯 마법이 합쳐진 마법이었다.

‘오로지 아군에게는 이로운 효과를 적군에게는 슬로우를. 근데 그게 은근 효과가 좋단 말이지.’

찰나의 순간이 점점 중요해진다. 그 찰나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마법이었다.

‘심지어 [마이 룸]에만 집중하면 개개인에게 마나 실드를 덮어줄 수 있다고도 했는데.’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이 그런 광경이었다. 눈을 감고 마나를 느껴보자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이걸 다루는 량이도 진짜 괴물이구나. 도대체 뭘 단련했는지 상상도 안 가네.’

동그란 원이 사라지고, 눈에 보이지 않다 뿐이지 마나 실드는 존재했다.

‘선체에 저렇게 딱 맞춰서, 거기에 모든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맞춰서 씌운단 말이지? 꽤 많은 수인데도.’

심지어 각 사람마다 강도가 달랐다. 상상할 수 없는 섬세함에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만 그런 것을 느낀 것이 아닌 듯 모두가 량을 괴물 쳐다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에 반해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 모두를 조타의 뒤로, 자신의 뒤로 부른다.

연신 마니에르가 괴물이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귓가에 들려온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

‘진짜 괴물은 량이었지. 종종 까먹어서 그렇지만.’

아무리 돈이 있다고, 마법을 안다고 해서 이것을 구현하는 것, 그리고 이렇게 섬세하게 운용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선장님! 곧 교전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바닷길을 보니 자연스럽게 중심으로 들어가게 되어있습니다.”

“괜찮아. 그대로 들어가서 나간다 생각하고 들어가. 그리고 절대, 절대 회피 기동을 하지 마. 속도를 보여줘.”

그 말에 시원하게 웃는 항해사를 보니 쟤도 참 정상이 아니겠다 싶었다.

“그리고 범아.”

*

스트렝스 - 힘을 증가시켜주는 기본적인 마법.

헤이스트 - 몸을 가볍게 해주는 기본적인 마법.

컨센트레이션 - 집중을 할 수 있는 편안한 상태를 만들어주는 기본적인 마법

슬로우 - 몸을 무겁게 하고 움직임에 걸리적거림을 만드는 기본적인 마법

마나실드 - 가공된 마법사의 마나로 방패를 만드는 기본적인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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