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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142화 (142/217)

[142화]

“좀 역할 거예요. 그래도 토하면 다시 넣을 거니까 참아보세요.”

아까 향을 맡게 했던 진녹빛의 액체를 식도를 향해서 바로 집어넣는다.

우스트 이모가 토하려는 느낌이 오자 바로 입을 막고 코를 막는 어머니.

“바로 삼켜. 참고 삼켜. 한 번에 끝내자 동생아.”

몹시도 애처로운 음성이었다. 눈물 흘리며 죽일 듯이 어머니를 바라봄에도 어머니의 얼굴에는 안타까움만 느껴졌다.

‘이 분위기에 무슨 일인지 물어보는 것도 미친 것 같고. 진짜 돌아가시겠네.’

강제로 알 수 없는 액체를 삼킨 우스트 이모의 표정은 정말 좋지 않았다.

“컥. 커헉. 쿨럭. 진. 쿨럭. 왜!”

기침과 헛구역질을 연신 하며 자신에게 왜 그러냐는 이모는 너무 애처로워 보였다.

“조금 진정된 것 같네요. 어떠세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죽을 것 같다 왜! 뭔데 이렇게 나한테 먹인 건데?”

‘어? 뭔가 조금 이상한데? 이모가 살짝 변한 느낌이네.’

“좀 정신이 맑아졌어요?”

“아니! 내가 뭘 정신이… 응? 개운하기는 한데?”

“남편분이랑 우스트님이 한자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요?”

“동도를 전체를 관리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히는 해도 되는 거 아니야?”

이모의 말이 변했다. 동도를 전부 관리하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에서 완화되었다.

그 말을 들은 즉시 할머니는 의자를 찾아 털썩 앉으셨다. 그리고는 힘없이 입을 여셨다.

“량아. 네가 설명을 해 주렴. 내가 했다가는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겠구나.”

억지로 모든 힘을 뺀 듯한 할머니를 뒤로하고 모든 사람의 이목이 량이에게 몰렸다.

“사제는 알겠지만, 어수리라는 약이 있어요. 주로 치료에 많이 쓰이는 약이죠.”

그리고서는 숨을 한 번 크게 쉬더니,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걸 잘 배합하면 약한 최면 효과를 일으켜요. 서서히 성격을, 생각을 바꿀 수 있어요.”

“그럼 지금 내 동생이 누군가한테 당했다는 건가? 고작 약에?”

“고작 약이 아닐 거예요. 아마 배합한 것에 모종의 장치를 더 했겠죠.”

“연금술사들 사이에서 어수리는 금기의 약으로 여기어진다. 어설픈 연금술사, 치료사가 사용하면 재앙을 일으키니까.”

보일 삼촌의 이야기를 마저 듣고 나서야 우스트 이모는 혼란스러움에 빠져들었다.

“내가? 내가 그렇게 변했다고? 아닌데, 난 그저 내가 대우를 받지 못해서.”

“동생아. 너나 순디나 언제부터 대우 받기를 원했니? 어느 순간부터 변한 거니. 내 잘못이구나.”

말을 하며 우스트 이모를 안아주는 어머니의 표정은 슬프고 분노에 가득 찼다.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던 이모도, 량의 설명과 지속적인 이모, 삼촌들의 이야기에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마 너무 서서히, 조금씩 진행된 거라 전혀 위화감을 못 느끼셨을 거예요. 이 정도로 정교한 연금술사는 드문데 말이죠.”

“그런데 여전히 머릿속에서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 뭔가 이상한 걸 알면서도 그러네.”

“그게 정상이에요. 아마 남편분도 다르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1주일은 꾸준히 드셔야 해요.”

“이렇게 맛이 없는걸? 계속?”

“그렇게 맛없지 않아요. 범아 이리 와 봐.”

품에서 우스트 이모가 먹었던 것과 같은 약병이 나왔다.

“먹으라는 거지? 이거를?”

“냄새 맡아서 알잖아. 그냥 먹어 빨리.”

우스트 이모가 워낙에 고생을 하면서 먹고 삼킨 것을 본 직후라 정말 내키지 않았다.

‘근데 아무리 봐도. 여기서는 내가 먹는 수밖에 없네. 하. 인생.’

손이 올라가지 않으려는 것을 억지로 올려서 약병의 액체를 삼켰다.

“어? 시원한데? 엄청 상쾌하다 이거?”

“봐.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 이게 이래 봬도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보셨죠? 쓰지 않아요. 해독되는 과정이 있어서 그렇지.”

량이 우스트 이모 옆에서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듣던 어머니가 첨언을 달았다.

“그냥 니 남편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와. 차라리 그게 훨씬 안정적일 거 같다.”

“죄송합니다. 어머님. 제 불찰입니다.”

“아니, 가반 너의 탓은 아니지. 근데 전혀 알지 못했니? 어떤 낌새라도 없었고?”

“네.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던 것이 구멍인 것 같습니다. 그저 일상적인 검사만 했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아. 쥐새끼들이 아주 자기들 세상인 줄 알고 겁도 없이 날뛰는구나.”

“장모님. 안 됩니다. 나서시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알아! 아니까 지금 여기에 가만히 조용히 있지 않니? 그리고, 내가 나서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겠니?”

“장모님의 의도, 손길 하나라도 드러나는 것이 있으면 안 됩니다.”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니? 하나밖에 없는 장모한테 너무 빡빡하다?”

“아니면 다시 전면에 나서세요. 저야 좋죠. 편하고, 꽁냥 거리고 연구만 할 수 있고.”

“진짜 너무하는구나. 이 늙고 연약한 노파에게. 가끔은 원하는 대로도 하고 싶은데 말이지.”

“안 말려요. 저야 찬성입니다만?”

“하아. 진짜. 왜 자식은 다 하나같이 출중한데 데리고 오는 놈들은 뭔가 하나씩 이상할까 모르겠네.”

“장모님을 닮아서요?”

량이의 뒤통수를 강하게, 정말 강하게, 때리고 난 후 가반 삼촌에게 고개를 돌렸다

“가반아. 넌 나서지 마, 영감 둘 줄 테니 걔네보고 쥐잡이 하라고 하렴.”

“영감이라고 하시면 설마?”

“응. 그 영감 둘. 아마 보내주면 신나서 잘할 거다.”

“하아. 저는 엄청 갈굼 받겠고요?”

“받을 짓을 했으면 받아야지? 오랜만에 스승님도 뵙고 좋지 않니?”

“하.하.하. 참 즐겁네요.”

갑자기 모두 가반 삼촌을 불쌍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것이, 그 영감들의 성격을 유추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로 우리가 우습게 보인 모양이구나.”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두드리면서 말하는 할머니.

다시 한번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모든 형제들의 표정이 굳는다.

“마음 같아서는 뒤집고 싶은데, 이해가 안 간단 말이지. 도대체 뭘 믿고?”

할머니의 말에 모든 형제들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 가운데 량이 당당하게 입을 연다.

“당연한 거 아니에요? 솔직히 할 만하다고 생각할 텐데?”

“할 만하다고? 내가? 우리를 보고 그런 소리를 한다고?”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건 이제는 2세대. 반기를 드는 이들은 대부분 2세대에서 2.5세대.”

“그렇다고 한들 무엇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장모님이 숨겨도, 숨긴 건 아닌가? 하여간 너무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죠.”

그러면서 형제들 한명 한명을 짚으며 이야기한다.

“첫째 구문님은 열외. 애초에 해적들의 선장이 될 생각이 없음. 위협이 안 됨.”

그리고 고개를 돌려 우스트 이모를 보더니 어깨를 으쓱이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사제는 탑에서 박혀서 안 나옴. 위협 안 됨.”

그러고 나서 눈에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면서 마저 이야기한다.

“빈트 형님과 가반 형님은 드러난 게 전혀 없어요. 특히나 가반 형님은. 그래서 전력 외라는 생각을 하겠죠.”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한다고?”

“아무리 그래도 마스터는 아니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그러면 할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나는?”

“초인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거기에 이미 반 은퇴 상태시잖아요?”

“사위놈아. 말에 뼈가 있다? 내 탓을 하는 것 같은데 말이지.”

“맞아요. 장모님 탓하는 거. 장모님은 황제라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자중하셨어요.”

할머니가 량이를 빤히 바라보신다. 그리고 그 눈을 피하지 않는 량이. 이내 한숨을 내 쉬신다.

“네가 맞을지 모르겠구나. 자중하는 것이 옳다 여기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장모님이기에 이 정도로 오래 평화가 있을 수 있었던 거죠. 아니었음 진즉에 난리가 났겠죠.”

당신을 당당하게 바라보는 량이를 보며 이내 웃으시는 할머니.

“앞으로는 달라지겠구나?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니.”

“뭐. 장모님 화풀이로 쥐를 잡는 건 좋아요. 하지만, 5대대에서 8대대까지는 내버려 두세요.”

“하아. 그렇게나 많이 변했더냐.”

“대충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솎아내야 할 것도 있고. 온전한 곳은 1대대, 2대대, 3대대, 그리고 9대대 정도인 것 같은데요?”

“역시 황제 따위는 하는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괜히 실망이나 하고.”

“장모님. 장모님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르세요? 은퇴한 이들까지 합하면 전체의 반을, 그리고 서도와 동도의 주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장모님은 충분히 위대한 지도자였어요.”

‘와. 진짜 말 잘한다. 저렇게 좋은 말을 하는 애가 아닌데.’

“참 달달한 말을 하는구나. 그런데 밉지가 않아. 괘씸한 놈.”

량에게 살짝 딱밤을 때린 할머니는 이내 당신의 자식들에게 눈을 돌렸다.

“너희도 오늘 안에 결정하려무나. 강요도 제안도 할 생각은 없다. 이제 결정할 나이가 되었으니.”

“저는 절대적인 중립이에요. 다만 저희 앞마당에 깔짝거리는 이들이 있으면 저도 모르게 사라지게 만들지도 모르겠네요.”

“전 우선 그이랑 아이를 데리고 언니네 가 있으려구요. 정말 죄송해요. 어머니.”

“저는 탑에 있을 겁니다. 다만, 창고 하나를 잃어버릴지도 모르겠지만요.”

“저는 가반을 따라야죠. 가반이 대장인데.”

“저희도 중립입니다. 솎아내는 작업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이모와 삼촌들이 다들 각자의 입장을 말하며 량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참 내 자식들이지만, 정말 잘 컸단 말이지. 들었지?”

“네. 그럼 마음껏 거리낌 없이 행동할게요. 그리고 가반 형님?”

“오냐.”

“카인과 이야기해 보시면 편하실 거에요. 그 친구도 이 방면에서는 저보다 괴물이라.”

“하. 괴물은 괴물이랑만 어울리는 건가?”

가반 삼촌의 말에 어머니가 뒤통수를 때리신다.

“너. 내 아들이 괴물이라는 거니?”

“아니. 누나 솔직히 쟤는 괴물이 맞지. 저 나이에 저 정도가 말이 돼? 진짜 무서워서 세상 살겠나.”

“저희는 먼저 나가볼게요. 이따 저녁에 뵈어요.”

“오냐. 나가보거라. 우리 손주 고생해라. 구르다 보면 더 느끼게 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량이의 손에 이끌려 얼떨결에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제야 나도 입을 열 수 있었다.

“뭐가 어떻게 돼가는 거야? 대충 보니까 할머니는 너한테 뭔가를 맡긴 것 같기는 한데.”

“흠. 칼라랑 진지해지고, 그러면서 나도 본거지를 옮길까 했지. 완연히 독립된 공간으로.”

“그래서 그게 자유섬이다?”

“그렇지. 아무래도 그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을 수 있으니까. 스승님이야 워낙 범접 불가니까.”

“그걸 그냥 그대로 이어받아도 되지 않아?”

“인간이 생각보다 멍청하고 생각 이상으로 욕심이 많아서 꼭 그렇지는 않아.”

“하여간. 그래도 네가 마음 붙일 곳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그 말에 걷다 말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량이. 그리고 이내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네 덕이지. 너랑 카인 덕분이야.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아마 진짜 괴물이 되었겠지?”

어울리지 않게, 내 어깨를 치면서 말을 잇는 량이.

“큰일 한 거야 임마. 세상을 구했다고 생각하라고. 그리고 고맙다.”

말을 끝내고 서둘러 앞으로 가는 량이는 이제는 정말 인간다웠다.

“야! 마지막에 뭐라고 했어? 잘 안 들리는데? 다시 얘기해 봐.”

‘이제는 정말 전생이랑 완전히 달라졌구나. 전쟁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미치광이 연금술사는 사라졌네.’

전생에서 가장 빛났던 이들 중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 이름은 나락에 떨어졌지만, 모두가 두려워 한 사람.

인간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그저 실험 대상으로 보고, 전장을 자신의 놀이터이자 실험장으로 사용한 사람.

이제 더이상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한 사람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럴 때 보면 나름 이번 생은 잘살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어떻게 알았는지, 얼마 가지 않아서 튀어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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