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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132화 (132/217)

[132화]

“후우”

깊은 숨과 함께 도를 늘어놓는다. 개운하고 신비한 시간이었다. 도에 눈이 간다.

“고맙다.”

도에게 고맙다고 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이 춤을 출 수 있는 것도 이 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진짜 [바람의 탑]이라는 건 이런 거구나. 아직 시작도 못 한 거였구나 나는.”

왜 안드로니쿠스님이 윗 세계로 올라갔는지 여실히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여기서는 불가능해. 기반을 다지는 것만 가능한 곳이구나.”

새삼 이런 무(武)를 창안한 안드로니쿠스님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괴물일까.

“[바람의 탑]을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내신 걸까.”

조금의 상념을 하려고 했지만, 주변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그것도 한 둘이 아니었다.

“할머니? 엄마? 삼촌들?”

모든 이들이 갑판에 나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에 갑판은 물이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축하한다. 길을 찾았구나.”

할머니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무슨 길을 찾았다는 것일까?

“쟤는 저렇게 이야기해주면 이해를 못 해요. 자기가 뭘 한 건지를 몰라요. 별로 안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걸요?”

“제가 뭘 했나요?”

‘그 검무를 추는 게 대단해 보였나? 그래 봐야 량이만 알건데?’

“저 봐요. 자기 무슨 일을 한 건지 모르잖아요. 그래놓고 자기는 부족하다고 그러지를 않나.”

“방금의 도무에서 네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니?”

“네. 그냥 생각 없이 한 번 완성했을 뿐인걸요?”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모두가 실소를 내뱉는다. 뭔가 하기는 한 모양인 듯했다.

“자 보렴. 초인이 되고 끝없이 가다 보면 이렇게 자신의 근본을 다룰 수가 있단다.”

갑자기 할머니의 손에 바닷물이 물방울 져서 올라온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재밌는 게 시작이 되지. 이렇게 쌓고 쌓고 하면 밀도가 높아진단다.”

투명했던 물방울이 점점 모이더니 짙고 짙은 검푸른 색이 되었다.

“이런 곳에 내 마나를 잘 융합을 시키면, 이렇게!”

물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검푸른 색의 단단한 구체가 되어있는 물방울이 보인다.

“솔직히 검강으로 절대 못 자른다고 자부한단다. 초인이 아니라면 깨지지도 않을 거고.”

“설마, 제가 그걸?”

“이렇게까지 밀도가 밀집된 것은 아니지만, 이게 넓게 펴진 걸 네가 잘랐단다. 마치 원래부터 자연스럽게 잘리는 것처럼.”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시는 할머니셨다. 그래도 이내 웃으시면서 말씀해 주셨다.

“오이겐에게 너무 맡긴 것 같아 미안했는데, 이제 좀 네 길을 도울 수 있을 것 같구나.”

“저를요?”

몇 마디 던져주시는 것 말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오이겐과 수련에 힘쓴 두 달여의 기간이었다.

하지만 섭섭하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하지 못했다.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애당초 오이겐을 만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너무 허약한 아이가 하나 있어서 그 아이도 봐 주어야 하는데 잘 되었구나.”

그 동시에 스윽 량을 돌아보시는데 사신이 있다면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 김에 조카도 좀 봐주면 되겠구나. 구문, 훌트.”

그 말에 앞으로 나서는 두 사람이었다. 어머니의 손에는 여전히 칼라의 귀가 잡혀있었다.

“잘 정리하고 있으렴. 나는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으니.”

“저도 가면 안 될까요? 솔직히 첫째랑 가반이랑 빈트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넌 칼라를 돌봐야지. 안 돼. 그리고 곧 그 아이가 올 거니 괜찮단다. 걱정 마렴 네 몫까지 다 가르치고 올테니. 눈먼 칼에는 죽지 말아야지 않겠니?”

“하아. 알겠습니다.”

“따라오렴. 너도.”

왜 량의 얼굴이 더욱 새하얘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서둘러 할머니를 따라갔다.

*

결국에는 인원이 늘어 수호대 전원이 다 함께 따라가게 되었다. 오이겐까지 해서 대인원이었다.

“흠. 나쁘지 않구나. 꽤 좋은 싹들로 모아왔어.”

로즈 아일랜드 왼편 끝에 있는 저택에서 조금 더 가다 보면 나오는 만이 있었다.

꽤 넓은 공터가 있고 작은 별장들이 몇 개가 있는 것으로 보아서 종종 쓰이는 장소로 보였다.

“거의 다 왔구나. 잠시 기다려볼까?”

할머니의 함선에 비해서 조금 작더라도, 그를 제외한다면 가장 클 것만 같은 함선이 한 대 들어왔다.

거대한 상어, 그리고 그 눈 밑에 상처가 그려진 해적기가 나부끼면서 만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하여간 여전히 귀엽다니까.”

도대체 어디가 귀엽다는 것인지 도통 모를 일이었다. 거대한 방패처럼 보이는 것을 들고 있는 남성이 함수에 당당하게 서 있다.

“대모님!”

소리치며 함수에서 뛰어내려 바로 달려온다. 그리고 그 뒤로 5명의 인원이 함께 달려오고 있었다.

“같이 오는 것이 정말 귀엽지 않니? 잠시 물러나 있으렴.”

할머니의 말에 따라서 뒤로 물러나자 카인이 바로 설명했다.

“2대대 대장인 하이. 그리고 다섯 이빨로 불리는 5명의 부대장이야. 바다에서 폭군으로 불리는 괴물이랄까.”

달려오는 힘 그대로 방패처럼 보이는 것을 그대로 할머니에게 주먹처럼 내지른다.

순식간에 바닷물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그 방패를 막자, 뒤에 넷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찔러 들어온다.

거기에 뒤에 남은 한 명은 전격계 마법을 할머니의 발에 내리꽂는다.

한두 번이 아닌 듯, 너무나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이라 불리는 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활짝 피어있다.

“대모님은 역시! 한결같으시다니까요.”

그 말과 동시에 한층 더 힘을 실어서 돌진을 하는 하이. 그리고 그 뒤에서 매섭게 할머니를 노리는 이들.

“그럼 올해는 이번이 그때인 거니?”

그 말과 동시에 순식간에 대형이 해체된다. 그리고 얌전하기 그지 없게 앞에 서서 한 무릎을 꿇는다.

“대모님을 뵙습니다! 2대대 대장 하이 부르심에 달려왔습니다.”

“정말, 언제봐도 활기차고 귀엽구나. 이번에는 시디야를 털고 왔다면서?”

“저번에 내리신 자유 약탈령에 조금 숟가락을 얹었을 뿐입니다.”

“그래. 일어나렴. 소개해줄 아이들이 있단다. 네가 꽤 재밌어할 아이들이지.”

“저만 필요하신가요?”

“다섯 아이도 있으면 좋을 것 같구나. 훌트랑 구문이 저택에 있으니 그리로 보내면 될 게다.”

그 말에 일어나더니 수신호를 보내자 배가 자연스럽게 항로를 변경해서 떠나갔다,

“이리 오렴. 구문의 새로운 아들도 있고, 너에게 부탁할 아이도 있고 그렇단다.”

점점 하이가 다가오기 시작하자 그 몸집이 눈에 실제로 담기기 시작한다.

‘진짜 크다. 그리고 균형이 거의 완벽한데? 진짜 대단하다. 해적은 무서운 곳이라니까.’

몸의 균형뿐만이 아니라 그의 경지도 마스터였다. 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다섯 중 둘도 마스터였다.

‘무슨 마스터들이 이렇게 많아.’

“혹시, 저 아이가 작은어머니의 새 아들인 겁니까?”

“그래. 진짜 사람 보는 눈 하나는 기가 막히지?”

“와. 진짜 미쳤는데요? 훨씬 어려 보이는데 무슨 괴물을 주워오셨답니까?”

걸어오면서 하는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들린다. 괜히 얼굴이 부끄러워지는 건 왠지 모르겠다.

“자! 너희 강사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너희에게도 좋고 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서는 이내 하이에게 귀엣말을 하는 할머니, 그리고 이내 귀신의 얼굴이 되어서 량을 바라본다.

“흠. 아주 아주 허약한 신첸데, 한 달이면 그래도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마 기본 뼈대는 있을 게다. 파울로님께서 가르침을 주셨을 거니 말이다. 네가 가장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더구나. 부탁하마.”

“걱정 마세요. 절대로 어디 가서 객사하지 않을 정도로 바꾸어 오겠습니다. 다만, 제 아이들을 잘 부탁합니다.”

“오냐. 다녀오려무나. 저녁에 종종 놀러 가도록 하마. 아니면 네가 와도 좋고.”

“그곳으로 갈 것 같습니다. 그리 오시면 됩니다. 도둑놈. 가자.”

순식간에 량이 사라졌다. 인사도 해 보지 못하고 그저 량이 사라지는 광경만을 바라보아야 했다.

“그곳이 어디예요? 근데 인사도 못 드렸는데.”

“저 아이는 널 보고 몸이 근질거려서 도망치듯 간 거란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될 거다. 우선 이 아이들을 소개해주마.”

다섯 명의 남자가 할머니의 뒤에 공손히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소개해주신 뒤에 우리에게 그들을 소개해주었다.

“원래 이름들이 있는데, 지들 대장을 이기기 전까지는 이름은 안 쓴다고 하더구나.”

“다섯 이빨 중 한치입니다.”

“두치입니다.”

“세치입니다”

“네치입니다.”

“큐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진짜 특이한 이름이었다. 한치와 세치는 작살을 쓰는 형제였고, 두치는 창을 네치는 메이스를 썼다.

“이들은 대부분 수호대들과 붙게 할 거란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겠지.”

수호대의 대부분이 자유섬의 출신, 거기에 프라우는 해적이라면 정신을 놓는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이 다섯 형제는 꽤 유명한 존재인 듯했다. 모두 누군지 알고 있었다.

“오치는 내가 낸 조건을 통과하면 그 날 저녁에 범이랑 대련을 시켜주마. 그게 상이다.”

그 말에 다섯 사람이 모두 눈을 빛내며 자신을 쳐다보았다. 먹잇감을 눈앞에 둔 사자의 눈빛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너희들은 내 조건을 통과하면 내가 잠시나마 봐주도록 하마.”

할머니는 단 두 번으로 양쪽 모두에게 최고의 동기부여를 선사했다.

“범이랑 오이겐 그리고 카인은 나와 함께 하자꾸나.”

그 말에 마니에르가 번쩍 손을 들어서 강한 눈빛으로 할머니를 쳐다본다. 할머니의 허락에 바로 입을 여는 마니에르.

“저도! 그 자리에 끼고 싶습니다.”

“만일 네가 두치에게 인정을 받으면 생각해 보마. 단언컨에 우리 해적 내에서 두치만큼 창을 잘 쓰는 사람은 두 사람뿐이란다.”

‘진짜 해적은 다 괴물밖에 없나? 저 사람도 마스터로 보이는데, 창을 쓰는 마스터가 둘은 더 있다는 거잖아?’

“그리고 그 두 사람도 어느 면에서는 두치의 창이 더 낫다고 인정을 하는 아이란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한 마디를 더 건네신다.

“너네 창제가 창왕으로 이름을 바꾼 적이 있었지? 황제를 위해서라고 했나? 그거 개소리다. 나중에 두치한테 인정받으면 들을 수 있을지도?”

마니에르의 눈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눈으로 두치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조건들을 말해주신 뒤에 할머니는 우리를 데리고 조금 떨어진 곳으로 향하셨다.

“진짜 급한가 보네요. 벌써부터 난리네요.”

다섯 걸음도 옮기기 전에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안 봐도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눈에 선했다.

“그만큼 저 아이들에게는 귀한 기회니까. 그리고 오치들에게도.”

한 별장의 뒤로 오자 절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오전 훈련이라고 생각하렴. 저녁에는 범이는 나와 오이겐과 카인은 토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구나.”

할머니의 말에도 멀뚱거리며 할머니를 쳐다보자 이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주셨다.

사방이 절벽으로 막힌 딱 도를 휘둘렀을 때 한 뼘 정도만 남을 것 같은 곳에 들어왔다.

정면에는 오이겐이 그리고 옆에는 카인이 서 있었다.

“아! 벌칙 같은 게 있단다. 4일 중에 범이를 맞춘 것을 계산해서 못 맞추면 너희가, 맞추면 범이가 받을 거란다.”

왠지 할머니가 말하는 벌칙은 단순한 벌칙이 아닐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금 더 집중해야겠네.’

그 생각과 함께 앞을 보니 생사대적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한 두 사람이 보였다.

“왜! 아니야! 그렇게까지 안해도 돼!”

“미안. 로즈님께서 무슨 벌칙인지는 몰라도 아닌 거 같아.”

“할망구가 벌칙이라고 하면 진짜 목숨이 왔다갔다 할 거라고.”

그리고서는 두 사람이 잠시간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무엇인가 정해졌다.

“미안. 범아 나도 살고 봐야 할 것 같아.”

카인의 짧은 사과를 끝으로 갑자기 눈앞이 확 빛나기 시작했다.

“카인 너!”

분명 마법진이 보이지도 않았고 영창도 없었는데 순식간에 눈앞에 불빛이 터졌다.

서둘러 휘두른 도에는 오이겐의 연검이 부딪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앞으로 나서는 찰나.

“아! 범이 너는 거기서 전 방향으로 딱 한 발자국만 다닐 수 있다. 그리고 오러는 금지란다.”

“할머니!”

그렇게 나의 지옥은 시작이 되었다. 미친 듯이 날아오는 마법과 검의 향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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