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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117화 (117/217)

[117화]

“쯧. 멍청하기는 그것 하나 제대로 처리를 못 하고.”

“그래도 저희를 부른 게 어딥니까. 홀로 고집을 부리다가 망친 것보다는 훨씬 낫죠.”

“제대로 일을 처리도 못 하는데, 조금 두고 봐야겠어. 하여튼 바깥 것들은.”

해안이 보인다. 그리고 양측에서 대치 중인 이들도 눈에 들어온다.

“조금 두고 보지. 망원경 가져와.”

해안가를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 덕에 무슨 말이 오고가는 지 충분히 들렸다.

“쯧. 이래서 무식한 것들은 상대하면 안 돼. 저 꼬마는 좀 마음에 드는데? 어? 이런. 울려! 경적을 울려라!”

거대한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전 함대는 전진하라!”

“전진하라!”

그렇게 해안이 점점 다가오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하. 저 멍청한.”

무식하게 검만 맹종하는 무인들은 이래서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 역시 바깥 것들은 다 별로였다.

*

뱃고동 소리가 해안가를 가득 채운다. 자유섬에서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지면 모든 것을 멈추어야 했다.

전투도 전쟁도, 모든 분쟁이 멈추어야 하는 암묵적인, 그리고 절대적인 룰.

그 소리를 듣고 혀를 차면서 대검을 내려놓는 티거가 눈에 들어온다,

해안가를 가득 메우면서 들어오는 함대가 보인다. 8대의 거대한 함선과 수많은 소형선이 눈에 들어온다.

“쯧. 텄나 보군 아무리 봐도 이건 실수 같은데. 다 죽이는 것이 나을 것 같단 말이지.”

소름이 돋는 말이다. 그리고 눈빛을 보아하니 절대 포기하지 않을 눈빛이었다.

‘여기서도 나는 별다른 힘이 되지를 못하는 건가.’

상어가 그려져 있는 해적기를 세차게 휘날리며 다가오는 함선들. 그리고 자괴감을 느끼는 자신이 있었다.

곧이어 해안에 도착한 이들이 내려서 중간의 지점에 도착했다. 그리고 양측에 있던 이들도 모두 중앙으로 향했다.

“5번대대의 대장을 맡은 샤크라고 하네. 지금 이 전투가 이상하다는 소식을 듣고 왔네.”

그리고 어느새 소식을 들었는지 다가오는 에펫님과 그 옆의 황금 문지기가 보인다.

“어찌하여 지금 이 시간에, 여기에 5대대가 있는 것이오?”

“에펫 장로를 뵙는군요. 이 대리전이라는 것이 전례가 없던 일이기에 멈추러 왔소만.”

“엄연한 월권 행위임을 알고 하는 소리요?”

“무엇이 월권이라는 것인지. 이 구역은 저희의 자율대로 저희의 법도로 이루어지는 구역임을 모르시는 것은 아닐 터인데.”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오. 다만, 마을의 일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는 규율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오!”

“다만, 그 마을에서 자유섬의 해가 될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다. 라는 것은 잊으셨습니까.”

“해(害)? 지금 해라고 한 것인가! 내가 내 마을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지금 장로님이 계실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 후가 문제이고. 또한, 이런 전례가 생기면 너도나도 외부세력을 데리고 올 것 아닙니까? 그렇기에 중단은 선언한 것입니다.”

“억지 논리라는 것을 모르는가? 외부세력의 개입을 막기 위함은 맞지만, 지금 이루어지는 것은 자유섬, 그것도 서도 내의 분쟁일 뿐일세!”

“억지라니요. 애초에 구역주를 가지고 시험을 한다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고, 블라우 구역주의 출신도 의심이 됩니다만.”

“다른 구역의 구역주를 의심하는 것은 그 구역의 대대장을 의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가!”

“그것은 내년의 정기 회의에서 안건으로 다룰 일이니. 지금 여기의 관리자는 저입니다.”

“이번 일은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걸세!”

“뭐 그건 나중에 하고. 지금 여기 종전을 선언합니다. 또한 엣지 마을은 당분간 모든 전투와 구역주의 편입을 금합니다.”

독재자와 같은 광경이었다. 허나 자유섬에서 해적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당분간 저희가 관리하는 구역에서 모든 전투를 금합니다. 그것이 풀리는 시점은 따로 통보해 드리도록 하죠.”

“이건… 해적이 아닐세!”

“아니지요. 해적이 너무 유하게 보인 것일 뿐입니다. 그럼 통보도 했겠다. 몇몇 사람을 데리고 가죠.”

그리고는 카인에게 시선을 돌리는 샤크라고 말한 이.

“구속구를 전원 해제하도록.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데려가지.”

카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속구를 해제해 주었다. 그리고 티거와 나머지 모두가 배에 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범아! 괜찮아?!”

카인이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이내 입에 포션을 부어준다. 오러가 진정이 되는 것이 느껴진다.

“미안… 나 때문에…”

“무슨 소리야! 너가 버티지 않았으면 애초에 이렇게 될 수도 없었는데. 너 설마 너가 이길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 대검호님을 상대로?”

“적어도 호각(互角 : 서로의 역량이 같음)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농락당했다고 해도 좋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상대는 평생을 무를 단련해 오고, 그걸 넘어서 대검호라고 불리는 사람인데? 초인이 아니면 너가 손 쉽게 이길 거라고 생각한 거야?”

“후. 일단 들어가자. 뭐가 일어난 건지 하나도 모르겠네. 갑자기 5대대는 왜 나타난 거고.”

“우선 들어가자.”

카인과 함께 돌아가는 길. 에펫님도 생각 이상의 충격을 받으신 듯했다.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은 승리 했지만 패배한 것 같이 고요하고 적막한 길이었다.

*

에펫님과 카인과 함께 저택의 응접실에 모였다. 그리고 카인이 꺼낸 것은 통신구.

얼마 지나지 않아 량이 연락을 받았고 카인의 상황 설명이 대략 끝났다.

“에펫님께서 이 자리에 함께 계신다는 것은 저희와 함께하신다는 것으로 생각해도 되는 것인가요?”

“물론일세. 이것은 선을 넘은 행위야. 5대대도 그렇고 둘라도 그렇고. 자유섬의 가치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행위일세.”

“흠. 그러면 일단 첫째 아드님부터 수호성으로 보내시죠. 아무래도 그쪽을 공략하려 할 테니.”

“허락을 받은 것인가? 벌써? 아직 결론도 나지 않았거늘.”

“어떤 방식이든 저희가 승리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다만 해적이 관여할 거라는 변수는 최소였는데 말이지만요.”

“고맙네. 고마워. 내 모든 힘을 다해서 돕도록 하지. 아니, 주인께서 몸을 담으시는 동안 나를 마음껏 사용하게.”

“네. 그리고 범이 너 의기소침 해 있지 엄청? 뭐 나는 약하네 이러면서.”

“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확실히 이번에 내가 강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랄까.”

“아니긴. 이미 그렇게 말을 하는 것부터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야. 동전 써. 다녀와. 아마 당분간은 전투는 없을 테니까. 적어도 3개월간은.”

“3개월?”

“응. 신년 정례 회의가 이제 3개월 남았으니까. 아마 그때까지는 그쪽에서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 거야.”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동전에 앞서서 오즈안님께서 주신 해도가 생각났다.

‘우선, 여기부터 다녀오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에펫님이 앞에 계셔서 말을 편히 못 하는 부분이 어쩔 수 없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색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준비를 하러 가시려 한 것인지.

“그럼. 우선은 아들을 잡아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시다면 부르시길.”

말투가 굉장히 정중하게 바뀐 에펫님이었다. 그리고 자리를 나서는 것을 확인한 카인.

“[사일런스 룸]. 됐어. 이제 편하게 이야기해도 돼.”

“하. [맘몬]이 해적이랑 손을 잡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는데, 아무래도 루머가 맞았나 보네.”

“루머? 무슨 소리를 들은 게 있어?”

“아니. 칼라가 요즘 해적 내에서 이상한 기류가 흐른다고 했는데, 저번에 이야기했잖아!”

“근데 그냥 그건 해적 내의 일 아니었어?”

“확실히. 바깥의 세력과 손을 잡으려고 하나 봐. 칼라의 이야기로는 어머니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주로 축이 되었다고 하더라.”

“하. 변수가 또 이렇게 튀어나오면 어려운데.”

“그보다 중요한 건 강자의 확보야. 지금 우리는 범이 밖에 없어. 더 해봐야 에펫님이고.”

“그렇다고 마스터의 강자가 뚝 떨어지는 건 아니잖아?”

카인과 량이 대화를 하는 것을 가만히 듣다가, 량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동전을 쓰면 안 되려나? 해적에 마스터가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 같은데.”

퍼그님께서 해 주신 말이 떠오른다. 자신은 두 손에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단초를 잡은 지금에야 겨우 두 손에 들어갈 것이라는 말씀.

“동전은 너가 써야지 뭔 소리야.”

생각해 보니, 오즈안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차근차근 모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통신구에서 벼락같은 음성이 들렸다.

“그걸 왜 이제 말해! 멍청아!! 그럼 어떻게든 시간을 빼줬을 텐데!”

“아니, 한 창 진행되는 일도 있었고.”

“아니! 이! 이! 빨리 갔다 와! 멍청아! 그리고 그런 일 있으면 좀 말 좀 하고. 혼자 그렇게 담아두지 말고!”

“맞아. 범아 왜 그 이야기를 안 한 거야? 또 안 한 이야기가 있어? 나 좀 서운해지려고 한다.”

한 명은 옆에서 계속 서운하다고 하고, 한 명은 구슬에서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아. 지옥이다. 여긴. 죽을 거 같아.’

그래도 덕분에 패배에 대한 생각을 덜 하게 된 것은 있었다. 빨리 나갈 준비를 하라고 하며 쫓겨나듯이 방으로 가야 했다.

범이 떠난 저택의 응접실.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진지해진다.

“아무래도 에밋을 조금 더 써야 할 것 같지?”

“응. 근데 사상자는 그쪽에서 나와서는 안 돼. 차라리 로사가 낫지.”

“그렇다고 가져다 쓰기에 아직 약하지 않아?”

“아니야. 확실히 천재긴 천재더라. 그리고 목표가 뚜렷하니까 더 빠르고. 아마 수호대랑 마주쳐도 그렇게 쉬운 패배를 하지는 않을 거야.”

“그정도야?”

“카시스 후작이 생각을 바꾼 것 같기도 하더라. 관망에서 어느 정도 도와주는 것으로.”

“응? 그럴 리가. 카시스 후작가는 원래 관망하는 거 아니었어?”

“그만큼 로사의 잠재력이 탐이 난다는 거겠지. 하나의 기사로서가 아닌 리더로서도.”

“범이는 괜찮을까?”

“너 아직도 저 무식이 천재를 모르냐. 또 가서 뭔들 해 오겠지. 거기다 오즈안님이라니. 진짜 상상도 못 했네. 그분이 성하의 지팡이라는 거 아니야. 나도 말로만 들었던 분인데.”

“쟤는 만나는 사람마다 뭐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만 만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그만한 노력을 한다는 거겠지. 그나저나 너희 아버님께서 시련이라고 하신 게 확실하지?”

“응. 거기에 범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전과도 이야기가 된 것 같고.”

“그럼. 분명 여기서 길이 있다는 거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너도 정보를 다시 모아 봐.”

“그래. 그쪽은 어때.”

그렇게 범이 떠나가고 난 후에도 둘 사이의 이야기는 한참을 지속 되었다.

*

“잘 다녀와!”

“치사한 대장! 나도 데려가지!”

“매번 홀로 돌아댕기는 게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수?”

“나라고 가고 싶어서 가냐!”

마지막까지 자신을 놀리는 이들, 그들을 보면서 힘이 나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다행히 엣지 마을에서 오즈안님이 주신 곳으로 가는 길은 서도를 관통하는 강을 따라가면 되었다.

‘진짜 량이는 빠르기는 빨라. 어떻게 이걸 여기에 준비해 놓은 거지? 누굴 시켜서? 칼라님인가?’

아마 그럴 확률이 가장 높았다. 자신의 화패가 아닌데도 구동을 한다는 것은 그 위의 화패라는 것이니.

엣지 마을 주변으로 이어지는 작은 강에 자신의 배가 서 있었다.

“서도의 눈으로 가라는 건데. 거기서도 바다로 조금 나가야 하네.”

해도에 그려진 위치는 서도의 눈에서 조금 더 바다라고 나가는 곳이었다.

“그나저나 서도의 눈이라. 내가 이곳을 가게 될 줄이야.”

서도의 눈은 서도가 마치 사람의 얼굴 옆면처럼 생겼는데, 그중에서 눈의 부분을 일컫는다.

만(灣)이 들어온 것을 넘어서 거대한 호수처럼 파여 있는 곳. 그리고 중앙까지만 이어진 작은 육지.

지도에서 보면 정말 눈처럼 생긴 곳이었다.

“우선 서도의 눈까지는 하루면 될 것 같은데.”

다행히 자신의 배에는 3대대의 표식이, 그것도 구문님의 표식과 함께 있기에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오즈안님께서 가보라고 하셨지.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면서.”

배에 올라타 강을 타고 가는 길에 다시 한번 자신의 전투 장면을 떠올린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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