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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능으로 정점-110화 (110/217)

[110화]

“세상에. 이런 천국이 있다니.”

“스태프도 엄청 많아!”

오두막에는 온갖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아보이는 것들.

“이것들 전부 만드신 겁니까?”

“아니. 만든 아이들도 있고, 선물받은 아이들도 있지. 주인을 찾아주어야 하는데, 이곳에 있으니 영 쉽지 않더군.”

그러면서 분주히 움직이시더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찻잎 통을 꺼내신다.

‘저거. 오즈안 님께서 주신 건가 본데?’

아니나 다를까 굉장히 뿌듯해 하면서 말씀을 하신다.

“[무투의 탑] 탑주께서 친히 챙겨 주신 쑥차입니다. 도련님께 드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군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향이 풍겨 온다. 딱밤의 아픈 기억이 떠오르지만 역시 부드럽다.

“하. 좋다.”

“그나저나. 풍아는 제 주인을 만난 것 같아서 참 다행이군요.”

편히 말을 하다가 마니에르를 힐끔 보더니 존대를 해 주시는 탈해 님.

“말씀을 편하게 해 주셔도 됩니다. 그런데 풍아라니요?”

“이런. 스승님께서도 참. 범? 이라고 했던가. 그 도를 만든 것이 나란다. 이리 줘 보거라.”

순수히 도를 넘겨 주었다. 왠지 도가 원하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그러했다.

“흐음. 역시 내가 만든 아이 중에서도 특별한 아이답군.”

도를 받자마자 도의 손잡이를 감싸 쥐고 있던 가죽을 풀어내셨다.

그러자 눈에 들어온 단어.

[風雅](풍아: 맑은 바람)

“가장 맑고 맑은 바람을 닮은 아이지. 왠지 그런 것 같더니 주인을 정말 잘 찾아갔구나.”

그러면서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는 탈해 님. 그 시선이 오즈안 님의 시선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흠. 도를 잠시 맡길 수 있겠나? 이제야 마무리를 할 수 있겠군.”

“네? 그렇기에는 저에게는 완벽했는 데요?”

“완벽이라는 단어를 잘 모르고 있구만.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네.”

표정이 변하신다. 마치 이상을 부르짖는 이상주의자처럼 몽롱하지만 명확한 의지가 깃든.

‘량이가 종종 짓던 표정인데.’

“완벽하지 않기에, 완벽으로 가는 길을 기쁘게 걸어 나갈 수 있는 것. 끝이라고 생각한 곳이 시작인 즐거움. 그런 것이 연금술이네. 내 비록 미욱하여 연금술을 모두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지만. 스승님의 제자는 과연 재능이 넘쳤지.”

“어? 량이를 아세요?”

“허! 스승님의 제자께서 말하던 아이들이 너희들이었구나. 멍하니 바보 같지만 천재인 하나와 자신과 말이 통하는 천재. 그들이 너희라니!”

“영감? 우리 총수를 알아? 그 괴물을? 내가 살면서 진짜 그런 괴물을 또 볼까 했는데?”

“허허허. 도련님께서 말씀하시는 분이 그 분이라면 과연 그럴 만도 하죠. 저도 사형(師兄)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 끝이 없는 깊이와 넓이에 감탄하기 마련이지요.”

“사형이요? 사제(師弟)가 아니라요?”

“내 재능이 미욱하여 스승님의 한 지류만을 물려받았을 뿐. 진정한 제자는 오롯이 사형뿐이라네. 그러니 사형인 것이지. 허. 어쩌면.”

그러시면서 오두막 한 켠에 쌓여 있는 상자 중에서 가장 위에 있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꺼내 오셨다.

‘와. 저 상자는 파울로 님의 시그니처 같은 건가. 량이의 비밀상자랑 진짜 똑같이 생겼네.’

그 밑으로는 비슷하지만 조금씩 어설픈 수많은 상자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사형께서 최근에 보내 주신 광물이지. 풍아를 만들 때 스승님께서 주신 광물과 완전히 대비되는 광물이라고 하시면서.”

과연 상자 안에서 나온 것은 금속이었다. 검은, 아니 색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색을 빨아들여서 검은색이 나는 광물.

“풍아를 만든 광물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죄송하지만. 그저 아무 설명도 없이 받은 것이라. 하지만 정말 단단하고 유연한 말도 안 되는 명도(名刀)라는 것은 압니다.”

“그렇지. 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도가 알려 주었기에 알 수 있지. 다만 그 광물은 순철(純鐵)이라네.”

“순철이요? 처음 들어 봐요.”

“스승님께서 만드신 것이니 당연히 처음 들어 보았을 것이다. 불순물을 제거했다는 순철이 아니니. 그렇게 한다고 유백색 광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니. 다만,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정말 광물에 대한 사랑이 절로 느껴지는 광활한 설명이 이어졌다.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시는데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냥 무기를 만드는데 가장 순수하게 단단하고 부드러운 것만을 생각하면서 만든 광물이다! 이러면 안되나.’

“단단함과 유연함이 동시에 있는 광물이라니. 정말 처음 받았을 때는 신세계였지. 나를 믿고 광물을 주신 스승님께도 감사함이 밀려들어 왔지.”

과묵한 장인이라는 이미지는 어느새 사라졌다. 눈앞에는 그저 광물과 스승님 그리고 대장일에 찬양을 하는 수다쟁이가 있었다.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그것도 한 꼬맹이가 쓸 거라고 하시는 말씀에 절망이 찾아왔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니 허투루 주시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하긴, 원래 영감은 우리 집 사람들 말고는 적어도 마스터는 되어야 만들어 줄까 말까 하니까요.”

기분이 나쁘다기보다 그 선물을 주기 위해서 고생을 하셨을 스승님을 생각하니 감사함이 밀려왔다.

“그래서 만들어진 아이가 바로 풍아. 정말 단 한치의 흠도 없는 아이지. 하지만, 모든 무기는 완벽하지 않는 법이지.”

풍아를 쓰다듬는 탈해 님의 표정에는 안도감과 함께 열망이 깃들었다.

“너무나 단단하여 이제 성장할 수 없는 아이가 되었지. 본래는 사용자와 함께 하며 성장해 나가는 것이 무기이거늘.”

‘처음 들어 보는 소린데? 무기가 성장을 한다고?’

“항상 베는 방향으로, 잡는 힘에 따라서, 특히나 그 사람의 마나에 따라서 무기는 변한다. 관리를 잘 해 주어야 하지만. 허나 풍아는 그렇지 못했지.”

‘하긴. 관리라고 해야 진짜 가끔 닦은 것 뿐인데도 이도 안 나가고 날도 안 상하긴 했어.’

“그런데 사형이 보내 준 광물은 또한 신비한 광물이더군. 성질이 전혀 없다랄까. 가능성만이 존재하는 신비한 광물. 이를 위해서 주신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 어울리는군.”

‘량이 얘는 도대체 얼마나 앞을 바라보는 거지? 분명히 내가 탈해 님을 만날 걸 생각했을 텐데.’

아무리 친구라지만 진짜 소름이 돋았다. 도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것인지 상상이 안 간다.

“일주일을 주게나. 드디어 풍아도 진정한 무기가 될 수 있으니.”

불이 붙은 눈동자에, 자신의 무기를 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런 행운도 없었다.

“와. 무슨 폭풍이 지나간 것 같네.”

“그치? 범이 너랑 다니면 정말 다양한 사건이 일어난다니까!”

그 가운데 침묵을 지키고 있는 마니에르. 그러더니 입을 연다.

“대장. 파울로 님께 그 순철이라는 거 더 구할 수 있을까요?”

“응? 왜?”

“영감이 저렇게 활활 타오르는 눈을 하는 거 정말 오랜만에 보거든요. 그런 때는 항상 말도 안되는 결과물들이 나왔단 말이죠.”

“부럽구나? 네 창도 예사 창이 아닌 것 같은데?”

“그쵸? 제 창도 영감이 만들어 준 거니까요. 그런데 영감이 그랬거든요. 저는 마스터가 되면 분명 무기를 바꾸어야 할 거라고.”

‘흠. 하긴 보통 창으로 마니에르의 재능을 담는 건 힘들겠지. 그나마 탈해 님이 만드신 거니 이렇게 쓰고 있는 건가?’

“그런데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광물이 있을 줄이야! 진짜 대장. 어떻게 안될까요? 파울로 님은 저도 힘들단 말이에요.”

단단하고 유연하다. 어쩌면 창에 가장 어울리는 광물이 아닐까 싶은 성질이다.

거기에 신속을 넘나드는 마니에르이기에 더욱이나.

“흐응. 글쎄? 아마 그건 량이한테 말 해야 빠를걸?”

“하아. 역시 그런 거겠죠? 아마 이것도 생각하고 있겠죠? 진짜 괴물 같은 양반.”

‘그나저나. 풍아라. 이름도 진짜 마음에 드네.’

풍아의 대신이라면서 잠시 주신 도(刀)도 확실히 범상치 않았다. 하지만 풍아에 비하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드디어 진짜 황금의 길을 구경하게 되었다.

황금의 길. 그 명성에 걸맞게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각기 복색이 다르고 파는 물건이 달랐다.

“근데 막 신기하긴 한데, 우와 하는 느낌은 아닌데?”

“그건 두 가지 이유가 있어!”

눈을 초롱히 빛내면서 말하는 카인을 보니 괜히 불안해진다.

“우선. 천국을 보고 왔잖아. 탈해 님의 대장간을 다녀왔는데 당연히 그렇지.”

‘하긴. 진짜 그 오두막은 천국이라도 해도 좋았지.’

“거기에 너가 가지고 있는 갑옷이나 옷은, 여기서도 구하기 힘든 명품이고.”

자신을 보니, 3성의 마수 가죽으로 만든 갑옷을 입고 있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리고 그걸 제외하면 넌 관심있는 게 없잖아. 여기서 둘째 이유는 아는 게 없어!”

그러면서 웃는 카인의 모습이 왜 저리도 얄미울까.

“뭐라도 알아야 신기하지. 뭘 보든 그냥 덤덤한 거지!”

‘맞는 말이긴 한데, 왜 이렇게 때리고 싶은 거지.’

“대장! 제가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순철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갑자기 더욱 공손해진 마니에르였다.

“그런다고 어디서 순철이 떨어지고 그러지 않을걸?”

“에이! 절 뭐로 보시고! 그런 게 아닙니다! 가요!”

그러면서 조용히, 그래도 말을 좋게 해 주실 거라며 가는 마니에르가 귀엽기 그지없었다.

마니에르를 따라서 간 곳은 황금의 길이 가장 높은 부근에 위치한 조금은 길쭉한 모양의 건물.

[맛집]

정말 직관적인 이름의 음식점이 아닐 수 없었다.

“대장! 제가 예약해 놨어요. 어서 오세요!”

또 언제 예약은 해 놓았는지.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마음껏 먹겠냐는 심정으로 건물로 향했다.

‘어? 저게 다 여기로 오는 줄이었다고?’

건물 두 개는 이어지는 줄. 그 줄이 향한 곳은 자신이 가는 식당이었다. 물씬 기대감이 든다.

“여기가 진짜 유명하긴 해. 한 제국의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

“원래 유명한 집이야?”

“응! 엣지마을. 그것도 황금의 길의 명소라고나 할까. 진짜 맛있다고 하는데, 층이 올라갈수록 비싸진대. 아래층은 저렴하고.”

과연 몇 층으로 자신을 인도할까 싶어서 기대감을 가지고 마니에르를 따랐다.

첫 층에 들어가자마자 여러 가지 향기가 코를 찌른다. 벌써 배가 고파지는 기분.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음식을 먹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둘째 층에도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다만, 식탁의 중앙에 요리로 보이는 음식들이 있었다.

셋째 층에는 사람들이 나온 음식을보고 눈으로 감탄하고 입으로 감탄하기 시작했다.

‘오? 점점 기대되는데?’

넷째 층이 되니 밖에서는 보이지 않게 각자 방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5층을 지나서 맨 꼭대기인 6층에 도착하자. 오로지 자신들 뿐이었다.

식탁에 기본적인 준비가 끝나 있는 것으로 모자라 뒤에 사람이 한 명씩 서 있었다.

“대장! 자리에 앉아요. 다행히 여긴 예약하는 손님이 많지 않아서.”

“그게 아니라 아무나 예약을 못하니까 그런 거겠지. 용케도 예약을 했네?”

“헤헤. 새로 들어온 수하가 능력이 있어서요.”

누가 들어도 일리야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래도! 계산은 제가 합니다!”

“네가 번 돈으로?”

카인의 일침에 급격히 의기소침해지는 마니에르. 그리고 때마침 요리사로 보이는 이가 들어왔다.

“귀한 분들을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맛집]의 주인 화이트라고 합니다.”

마니에르를 보면서 움찔했다. 빠르게 아닌 척했지만, 분명히 움찔하는 게 보였다.

‘응? 마니에르를 아는 건가? 마니에르는 전혀 모르는 표정인데?’

“한 제국 남부의 음식을 정통으로 이었다고 하는 화이트 님!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먹는 것, 특히 맛있는 것에 환장하는 카인답게 눈을 빛내며 주인에게 말을 한다.

“하. 하. 하. 걱정 마시지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특히나 신선한 생선이 들어왔으니. 기대하시지요.”

그러면서 인사를 하고 나가는 화이트. 온몸이 조금 떨리는 것이 긴장한 듯해 보였다.

“여기가 진짜 이곳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곳이에요. 그날에 가장 신선한 재료들로 주방장이 하나하나 준비하는 거죠.”

“근데, 저 사람.”

“그치? 마니에르를 알아본 듯한 느낌이었는데. 넌 기억 안나?”

“아마, 황실에서 한 번 봤나 봐요. 그걸 기억하고 있는가 보네요. 괜찮아요.”

“응? 황실에서?”

“네. 원래 황실의 주방장 제자로 들어온 거였거든요. 원래는 후계로 점찍었는데 뛰쳐나갔나 보더라구요.”

뭔가 이야기가 더 있는 것 같았지만,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중에 카인한테 물어보면 되지. 뭐.’

그 음식은 냄새부터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었기에, 넘어갔다.

*

“와. 진짜 완벽했어.”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정찬(正餐을 먹는 거 같아요. 나중에 놀러 와요. 진짜 맛있는 걸 대접해 드릴게요.”

“고기가 조금 도축이 덜 된 것 빼고는 완벽했어.”

“저 고기에?”

“제 고기가 무슨 문제가 있으셨습니까?”

굳은 얼굴로 들어오는 화이트. 그리고 들었는지 자신의 고기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아. 다른 게 아니라 도축이 조금 미흡하기는 했지만, 그건 제 기준이 너무 높은 거라서요. 음식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제 도축이 어디가 미흡한지 혹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조금 기분이 상했는지, 언성이 높은 화이트를 보니 자신도 기분이 상했다.

“아니요.”

거기에 자신이 배운 도축은 자랑을 하기 위해서 배운 것이 아니었다. 스승님께 배운 소중한 기술이었다.

“허. 그저 트집을 잡으신 것이라면.”

그때 다급하게 찾아오는 종업원이 있었다. 그 종업원의 말을 듣고 인사를 한 후에 황급히 나가는 화이트.

“흐음. 여기는, 아니 저 사람은 대성하지는 못하겠네. 나간 게 차라리 나을지도.”

마니에르의 혼잣말을 들으며 공감이 된다. 그리고 걸어 내려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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